Weekend Choice Movie2022-05-30 13:59:59
6월1주차 신작 개봉 영화
6월 1주 개봉영화 5편
2022년 6월 1주 개봉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Jurassic World: Dominion , 2022
‘쥬라기 월드’ 1편을 맡았던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 제작 총괄 스티븐 스필버그
199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쥬라기 공원’,
1997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였던 ‘쥬라기공원2: 잃어버린 세계’,
2015년 ‘쥬라기 월드’ 등 천문학적 흥행 수익을 올린 ‘쥬라기’ 시리즈의 신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합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각본가이자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가 연출하고
‘쥬라기 월드’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누블라 섬이 파괴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으로부터 4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위협적인 공룡들로 인해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쥬라기’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7종의 새로운 공룡 모습과
‘쥬라기 월드’뿐 아니라 ‘쥬라기 공원’의 캐릭터까지 모두 볼수 있는
첫번째 추천영화 "쥬라기월드: 도미니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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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양 AFTER YANG , 2021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선보이는 SF 드라마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기억을 탐험하면서 시작되는 상실과 사랑,
그리고 삶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담은 "애프터 양"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양"은 '미나리', '레이디 버드', '문라이트' 등 웰메이드 영화를 선보여 온 A24의 신작 영화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콜럼버스'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영화이기도 하죠
또한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선보이는 SF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콜린 파렐,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H. 민 등을 비롯한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과 믿고 보는 작품!
두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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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AFTER YANG , 2021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
영화 "카시오페아"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은 작품입니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믿고보는 서현진 그리고 천재 아역배우 주예림까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동주' 제작, 각본부터 탄탄한 필력과 섬세한 연출의 대가, 신연식 감독이 5년 만에 돌아오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신연식 감독은 "카시오페아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아버지에게 새로운 양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판타지이다"라고 밝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6월 극장가! 웰메이드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줄
세번째 추천영화 "카시오페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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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
先生、私の隣に座っていただけませんか? , Sensei, Would You Sit Beside Me? , 2021
불륜과 복수를 코미디로
영화 "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는 결혼 5년차,
바람을 피운 남편 토시오에게 만화로 복수를 하는 아내 사와코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코미디 영화 입니다.
결혼 5년 차, 인기 만화가 사와코와 남편 토시오는 어머니의 사고 때문에 시골로 내려와 차기작을 준비하는데요
어느 날 토시오는 사와코의 신작 콘티를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불륜을 묘사한 만화 속 커플에서 그녀의 편집자 치카와 자신의 사이를 알고 있다고 의심하게 되죠
아내 사와코는 자신의 운전선생님과의 불륜을 시작으로 만화를 만들어 내는데요
복수와 불륜이라는 소재를 코믹한 모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 신예 호리에 타카리호 감독과 쿠로키 하루, 에모토 타스쿠, 카네코 다이치의 일본 코미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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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ダイヤモンド&パ-ル ギラティナと氷空の花束シェイミ , 2008
포켓몬스터 빵에 이어 극장판 까지!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는 끝나지 않은 전설의 포켓몬들의 배틀로
위험에 빠진 반전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감사포켓몬 ‘쉐이미’와 ‘지우’, ‘피카츄’가 나서면서 시작되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이번 시리즈는 국내의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았던 작품이 리마스터 정식 개봉되는 것으로
국내 포켓몬스터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개봉에는 포켓몬가오레 스페셜 디스크를 증정하는데요
2주차 극장 선물인 포켓몬가오레 '기라티나' 스페셜 디스크는 국내에서 포켓몬스터 극장판 시리즈가 개봉한 이후
관객 선물로는 처음으로 포켓몬가오레 디스크를 증정하는 경우로, 그 어떤 선물보다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6월 11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선착순 3만개를 증정한다고 합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11번째 극장판이자 리마스터!
다섯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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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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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칸라인
발칸라인
전쟁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영화. 이 영화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시각으로 만든 영화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으로 편향되었어도 충분히 정의롭고 올바른 시각인 경우도 많다. 우리의 경우, 독립운동을 하면서 일본놈들을 처단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옳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있다면 매국노들이겠지. 독립군이 일본군이나 정치가를 암살하고, 사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올바르고, 민족의 양심에 따라 당연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없는 멍청이일 뿐이다. 즉,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자는 한국인의 피를 가졌어도 민족반역자인 것이다.
이런 분별력을 가지고 영화를 봐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동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사의 비극에 관해 기본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 예전에 '세르비안 필름'이 갖는 정치, 역사적 함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먼저, 큰 그림으로 유고 연방의 해체와 그 지역의 인종, 종교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도에서 보면, 그리스의 위쪽, 이탈리아 반도의 아드리아해 맞은 편에 붙어 있는 여러 나라가 있다. 주요 나라들로 세르비아, 보스니아, 알바니아가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 지역이 '발칸 반도'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사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현대전쟁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비극이 발생했다.
영화 '세르비안 필름'은 유고 연방 해체 이후 1990년대 초반, 세르비아 군대가 보스니아 시민을 학살한 사건을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르비아 국적의 감독이 자기 나라 군인들이 저지른 학살을 비판하는 잔혹한 영화를 만들어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올바른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반면 이 영화는 러시아와 세르비아 쪽이 옳다고 '주장'하는 영화다. 세르비아는 인종적으로는 세르비아인이고, 종교는 기독교이며, 정치적으로는 구 쏘련(러시아)과 가까운 나라다. 세르비아 아래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알바니아가 있는데, 알바니아는 종교가 이슬람이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국경에서 세르비아 쪽으로 '코소보' 지역이 있다. 이 지역으로 알바니아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알바니아인의 비율이 약 80%까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우리 땅인데, 제주도에 일본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도민의 약 80%가 일본사람으로 채워졌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니고, 알바니아 사람들은 '코소보' 지역을 자치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 쏘비에트 연방이 유지되던 시절, 유고 연방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자치주가 유지되어 아무 문제 없이 서로 잘 살았다.
그러다 1989년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코소보 자치주를 인정하지 않고, 자치권을 박탈했다. 이때부터 코소보 지역에 살고 있던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분리독립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코소보 알바니아 사람들은 '코소보 해방군'을 결성하는데, 이들이 세르비아에 비하면 소수이긴 해도, 극단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먼저 세르비아 경찰을 사살해 분쟁을 일으켰다.
유고 연방 정부는 세르비아 군대를 중심으로 코소보와 전면전을 치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르비아 군대는 코소보에 살고 있는 알바니아 사람들을 학살했다.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침략했다는 명분으로 나토(NATO : 북대서양 조약기구) 연합군이 코소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토는 이름이 북대서양 조약기구일 뿐, 실제로는 미국의 영향에 있는 형식적 조직이고, 미국은 미군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군대를 코소보에 지원한다.
나토가 개입한 이유는 한 가지, 유고 연방군대가 코소보를 침략했고, 알바니아 시민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코소보 해방군은 정규군으로 보기 어렵고, 마구잡이로 시민을 학살하는 야만적 집단으로 그려진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 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코소보의 수도인 프리슈티나에 있는 유일한 공항을 탈취하고 러시아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임무를 띈 정예부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르비아는 자기의 영토에 들어와 살던 알바니아 사람들이 자치주를 박탈했다고 분리독립을 하고, 전면전을 일으킨 것에 대해 황당하고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발칸 반도의 지난 역사가 너무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딱히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쟁의 발발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선을 이곳에서는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르비아는 1990년대 이후 두 번에 걸쳐 보스니아와 알바니아 사람들을 학살했다. 이것은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전쟁범죄이며, 어떤 것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고, 변명할 수 없는 전쟁범죄다.
이 영화는 세르비아 영토 안에 있는 코소보 지역에서 벌어진 내전에 미국, 유럽 국가가 개입하고, 세르비아 쪽에서는 러시아가 개입하는 형태로 자치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할 수 있었던 위험한 내전이었다. 영화는 당연히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개입으로 나토군을 몰아냈다는 설정을 담고 있어 이 영화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발칸반도의 정세를 올바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영화에서 학살 장면이 몇 차례 나오는데, 학살하는 주체는 코소보 해방군으로 설정되어 있는 산적들이다.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타고 가는 버스를 세워 사람들을 죽이고, 여성과 아이들도 학살한다. 코소보 해방군은 알바니아 사람들이며, 이들은 이슬람 교도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러시아 정교 즉 기독교를 믿는 세르비아 사람들과 종교적 갈등을 빚고 있으며, '코소보 자치주'나 '코소보 분리독립'의 문제는 민족 분쟁이면서 동시에 종교 분쟁의 성격을 담고 있다.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므로 적군이 코소보 해방군의 잔혹함을 드러내는데 비중을 크게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세르비아 군대가 코소보에서 저지른 학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영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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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씨왕후 | 특별하고 각별하고 유별난 사극의 등장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나라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고구려의 위신을 높인 '고국천왕'(지창욱). 하지만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그는 궁에 돌아와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레 사망한다. 왕의 독살을 의심한 '우씨왕후'(전종서)는 국상 '을파소'(김무열)와의 상의 끝에 왕의 죽음을 비밀로 하기로 결정하고, 궁 밖으로 나선다. 왕의 동생과 혼인하여 왕을 독살한 이들로부터 자기 자신과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왕의 넷째 동생 '고연우'(강영석)의 영지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왕좌와 왕비족의 지위를 노리는 다섯 부족의 귀족 가문은 물론, 그녀의 언니이자 태시녀인 '우순'(정유미)마저 그녀를 노리기 때문. 이에 더해 왕의 셋째 동생 '고발기'(이수혁)마저 형의 자리를 탐내며 우씨왕후를 위협해 온다.
<우씨왕후>가 만족스러운 이유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우씨왕후>를 향한 기대는 컸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배경이 신선했다. 한국 사극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시대는 단연코 여말선초다. 그 외에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숙종부터 정조까지의 시기 정도가 자주 등장한다.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가운데, 고구려 초기의 사건을 다룬 드라마라 하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도 눈길을 끌었다. 왕후 우씨는 한국사에 흔적을 남긴 몇 안 되는 여성 중에서도 독특한 인물이다. 어찌 보면 성골이라서 왕이 된 선덕여왕, 진덕여왕보다도 주체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자기 의지대로 상산왕과 혼인해 그를 왕좌에 올려 왕후 자리를 유지했다. 반란과 내전도 이겨냈고, 상산왕의 후계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했다. 이제야 영상화된 게 의아할 정도로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공개된 결과물은 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삼은 사극으로서는 각별하고,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사극으로서는 특별하며, 더 나아가 한 편의 사극으로서도 유별나기 때문. 특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험과 도전을 꺼리던 한국 사극에 여러 충격파를 던져주기에 <우씨왕후>는 더욱 만족스럽다.
사극 속 고구려
한국 사극 속 고구려 묘사는 언제나 비슷했다. 고구려라는 나라가 지닌 대중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과 나라의 명운을 두고 펼친 수 차례의 전면전도 거뜬히 이겨낸 한민족의 강국. 일제강점기, 분단, 전쟁을 겪으며 생겨난 민족적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수단으로써, 민족주의 충족을 위한 도구로써 고구려만 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구려 사극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도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같은 작품이 우후죽순 제작됐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만 다를 뿐, 중국이라는 거대 제국에 맞서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는 천편일률적 전개가 되풀이는 됐다. 10여 년 후에 개봉한 영화 <안시성>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고구려의 실체에 근접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씨왕후>는 특별하다. 민족주의 관점이 없지는 않다. 고국천왕이 한나라와 펼치는 전쟁 시퀀스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나라와 손 잡은 셋째 왕자 고발기에 맞서는 우씨왕후와 을파소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개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드라마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고구려 내부의 정쟁이다. 대중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고구려 초기의 역사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특히 <우씨왕후>는 사료 너머에 숨은 실체적 진실을 불러내려 애쓴 티가 역력하다. 각본 곳곳에서 여러 가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본래 해씨와 고씨가 왕위를 나눠 가졌으나 태조왕부터 고씨가 왕좌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해씨 고구려 설'을 차용해 건국 초기 고구려 내부 사정을 현실감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왕께서 하늘로 돌아가셨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 고구려만의 세계관과 종교관을 생생히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토대로 우 씨, 어 씨, 좌 씨, 명림 씨 등 고구려의 여러 귀족 가문의 세력 구도를 그려냈다. 을파소처럼 생애의 일부만 알려진 인물의 과거사를 당대 시대상에 맞게 채워 넣은 상상력도 인상적이다. 다만 과욕이 넘친 대목도 여럿 있다. 고국천왕의 형제가 5명이 아닌 4명이라는 통설을 부정하거나, 고국천왕 시절에도 졸본이 독자 세력으로 남아 고구려의 멸망을 기도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대중적으로 인식된 이미지를 깨고, 고구려가 부족연합체에서 고대 왕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의미가 크다. 그 자체로 한국 사극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장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설령 실제 역사와는 상이한 모습일지 몰라도, 상상력을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고 한 <우씨왕후>의 결과물에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드디어 일보전진한 여성 서사
여성 서사로서도 <우씨왕후>의 성과는 남다르다. 솔직히 말하자. 한국 사극의 여성 활용법은 <선덕여왕>(2009) 이후로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여성 주인공의 주체성을 억지로 강조하려는 시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하 사극을 표방한 <고려거란전쟁>만 해도 왕후들을 그저 질투에 눈이 먼 일차원적 캐릭터나 판에 박힌 교과서적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고려궐안전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 속 여성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도 많지 않았다. 일례로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 이방원의 아내로서 남편을 왕위에 올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원경왕후를 단순한 조연으로 삼았다. 대신 가상 인물인 '분이'에게 활약상을 몰아줬다가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씨왕후>는 분명 진일보한 작품이다.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여성 정치인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특히 Part 2의 전개가 인상적이다. Part 1까지만 해도 가문의 생존을 위해 아버지와 을파소에게 떠밀리는 듯 보였던 우씨왕후가 알고 보니 본인 의지대로 정국을 이끌어 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 <선덕여왕>의 미실과 덕만 이후로 보기 드물었던 묘사이기에 더욱 가치가 크다.
다만 <우씨왕후>의 여성 서사에서는 약간의 불협화음이 들린다. 극 중 우씨왕후는 정치인이다. 그녀에게 여성이라는 사실은 취수혼처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다. 평범한 여인으로서 그저 고국천왕을 사모한 우순과의 갈등을 보면 그녀의 정치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그런데 드라마 말미에 우씨왕후는 돌연 여성으로서의 한을 토로하며 자기 욕망을 드러낸다. 그 결과 결말은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도 조화를 못 이루고,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느껴지면서 위화감을 자아낸다.
사극의 다양성과 잠재력
마지막으로 <우씨왕후>는 사극으로서도 색다른 작품이다. 일단 장르적으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24시간이라는 한계를 두면서 추격전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한 선택은 영리했다. 또 추격전을 가급적 다양한 그림으로 구성하려는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숲과 평야를 오가는 추격전, 산속에서의 전투, 산사태를 이용하는 지략과 강변에서의 전투 등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우씨왕후의 여정을 다채롭게 꾸며냈다.
전쟁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한국 사극에게 전쟁 시퀀스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 속 전투 장면은 실망의 연속이었으니까. <고려거란전쟁>처럼 아예 전쟁이 배경인데도 그럴싸한 전투 시퀀스를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우씨왕후>는 다르다. 고국천왕의 전쟁 시퀀스, 우씨왕후와 고발기의 군대가 대치하는 장면의 스케일, 묘사의 완성도, CG의 완성도를 보면 본격적인 내전을 다룰 시즌 2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플랫폼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한 지점도 인상적이다. OTT에서 19세 관람가로 제작, 공개한 사극이다 보니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의 사극보다도 더 자극적인 묘사가 가능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잔혹한 묘사로써 전쟁이나 액션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었고, 우씨왕후가 넷째 왕자를 고연우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에도 설득력을 더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전개와 무관하게 선정적인 장면으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고국천왕의 부상을 치료하는 장면은 아무런 맥락이 없어서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외의 장면은 비판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처럼 보인다. 우순과 고발기의 동기와 욕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 분명한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우씨왕후>는 애초에 <스파르타쿠스>, <왕좌의 게임> 같은 해외 드라마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물이기도 하다.
사실 <우씨왕후>는 몇몇 기술적인 문제를 노출한다. 야간 장면이 많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고, 배경 음악의 활용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며, 주연을 비롯한 몇몇 배우의 경우 사극 연기나 발성이 익숙하지 않은 티를 숨기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은 눈감아 줄 만한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우씨왕후>의 결과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시대상과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애쓴 노력이 가득 느껴지기 때문. 공개 전까지는 의상 및 소품과 관련해, 공개 후에는 선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달리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시도였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씨왕후>는 8부작이라서 아쉽고, <우씨왕후>의 다음 시즌을 기대할 이유도 충분해 보인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찰이나 소재의 다양성처럼 '사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작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우씨왕후>는 한국 사극계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 같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디테일의 문제는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로 별난 사극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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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멈출 수 없는 투쟁, 실패라 말할 수 없기에 더욱 숭고했다.
시놉시스
2024년, 수배자 신분이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기리시마 사토시는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뒤 사망했다. <도주>는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이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병치시키면서 기리시마의 번민과 투지를 묘사한다.
영화정보
아다치 마사오 ADACHI Masao
Japan
2025
114min
DCP
Color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International Premiere
영화리뷰
아다치 마사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도주>는 기리시마 사토시의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리시마 사토시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소속의 테러리스트이자 지명수배자였다. 그는 50년간 도주하여 생을 마감하기 전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뒤 사망했다.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만큼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도주를 선택한 삶의 무게, 결정의 대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투쟁을 위한 도주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위 영화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스 섹션에서 상영된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과거 일본이 한국, 중국, 대만을 포함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그를 도왔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오리엔탈메탈사,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테러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크게 늑대부대, 대지의 어금니 부대, 전갈 부대로 나뉘어 각자의 임무를 맡았다. 비밀스럽고 신속하게 ‘테러’ 후 범죄를 도운 이들을 처단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도 쉽지 않아보였다. 명백한 실패라고 생각했기에 작전을 종료하려 했으나 반성 후 다시 투쟁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이들은 ’테러‘를 감행한다.
이들도 ’실패’라는 것을 인지했듯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이들의 행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들에겐 투쟁이었지만 그 내막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테러에 불과한 행위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각 부대의 리더들이 체포되었고 남은 조직원들도 체포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기리시마는 ’도주‘를 결심하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 했던 탓에 막막하기만 하다. 친하게 지냈던 동기와 헤어지며 매년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간 그 자리에서 다시 보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세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도 선배는 나타나지 않았다. 체포된 소식을 듣게 된 기리시마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과연 기리시마는 어떤 결말을 맞게될까.
기리시마는 ‘도주’를 곧 ’투쟁‘으로 생각했다. 체포된 동지들을 위해 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오로지 숨고 도망치는 것에 열중했다. 모든 것을 경계하고 의심의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또 다른 곳에 가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 그는 번뇌가 찾아올때마다 도주하는 것이 투쟁이며, 잡히지 않는 것이 곧 투쟁을 지속하는 것이라 되뇌었다. 하지만 투쟁에는 끝이 없었고 고독을 홀로 삼켜야했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끝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결국 그는 투쟁의 이름으로 도주했고, 그 끝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찾는다. 외롭고 고된 길이었지만, 동지들의 꿈과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도주‘였던 것이다.
혁명을 위해 그리고 함께한 동지들을 위해 자신의 욕망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투쟁을 위해 도주했다. 문장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사투였다. 투쟁은 짧고 도주는 길었다. 주인공은 어떻게 신념 하나만으로 혁명의 길을 계속해서 가게 되었을까? 그는 테러행위로 인해 죽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비난 받기도 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몰아부쳐지며 끊임없이 자신의 번뇌와 싸우게 된다. 자신이 바라왔던 진정한 투쟁과는 거리가 먼 ‘도주’의 삶으로 인해 ‘투쟁’의 의미가 희미해져갈때마다 자신을 꾸짖는다. 그만큼 엄격하고 반성하는 그 태도야말로 숭고한 정신을 보여준다.
영화 <도주>는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새겨주는 작품이었다. 일본의 제국주의, 그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꾸짖을 ’갈’한다. 과거 독일 나치의 전쟁범죄로 인해 지금까지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반면,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고국이 저지른 잘못을 외면하지 않고, 그 역사에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 의해 피해국이었다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시선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을 마주하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반성하고 있었는가. 상대적으로 힘의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점으로 이동하는 영화의 시선에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만큼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시간의 틈 사이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건 좀 엉뚱한 상상이지만 영화 속에서 미래의 나, 과거의 나를 만난 것처럼 나도 나를 그렇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안을 걷어내주고 확신을 심어주는 존재를 만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존재는 다름아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나’이기 때문이다.
상영시간표
2025.05.01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025.05.02
18:00
CGV 전주고사 5관
2025.05.03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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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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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직한 후보 2>, 9월 28일 개봉 확정
ⓒ 네이버영화
신선한 소재와 코믹 요소가 가득한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정직한 후보>가 2편으로 돌아온다.
<정직한 후보 2>는 주상숙이 정계 복귀를 꿈꾸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렸다.
또한, 새롭게 합류하는 서현우, 박진주, 윤두준의 케미도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10월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양자경 주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10월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는 <미나리> <미드소마> <문라이트>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놓치지 않는 배급사 A24의 작품으로,
영화는 빨래방 사장 에블린의 평행 세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인자ㅇ난감], 제작 확정
ⓒ 매니지먼트 숲, 샛별당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가 스릴러 웹툰 <살인자ㅇ난감> 원작인 시리즈 제작을 확정했다.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타인은 지옥이다]의 연출을 맡았던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모가디슈>, 9월 7일 재개봉
ⓒ 네이버 영화
영화 <모가디슈>가 추석 시즌을 맞아 전국 극장에서 재개봉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재개봉에서는 감독판, 확장판이 아닌 기존 버전 그대로 상영한다고 한다.
<육사오>, 개봉 2일 전 예매율 1위
ⓒ 네이버 영화
개봉을 2일 앞둔 <육사오>가 예매율 1위를 차지하였다.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곽동연 등이 출연한다.
해외
<헌트>, 12월 북미 개봉
ⓒ 네이버 영화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매그놀리아 픽처스와 북미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12월 북미 개봉 예정 소식을 알렸다. 매그놀리아 픽처스는 <괴물>, <마더>, <악마를 보았다> 등의
한국 영화를 수입, 배급한 메이저 배급사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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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하는 무대의 표리 <아네트>, 2021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부에는 주로 감독과 전작을 다룹니다. 2부부터 보셔도 됩니다.
<1부-레오 카락스>
우린 누구였나? 누구였나?
과거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우린 어떤 모습일까
다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그 느낌이 느껴져
묘한 그 감정…
아이가 하나 있었네
아주 어린아이가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어
아이의 이름도 불렀고
그런데 그 아이는…
우린 떠나야만 했지
아주 멀리 헤어져야 했어
연인들은 흉한 모습으로 변했고
서로 멀어지기를 바랐지
새로운 시작
죽은 자는 떠나고
산 자는 살아가지
우린 누구였나? 우린 누구였나?
과거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우린 어떤 모습일까
다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시작
죽은 자는 떠나고 산 자는 살아가지
-영화 <홀리 모터스, 2012> 노래 중,
까락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고 그의 전 여자친구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창조하는 창작자이다. 그들이 만든 아이는 바로 그들이 만든 예술품이다. 노래가 아이의 죽음을 암시하듯 아이의 죽음은 완성되지 못한 예술품의 끝이지만 <아네트>는 ‘아네트'를 통해 그 연장선을 보여준다. 또한, ‘안'은 까락스의 전 여자친구 ‘예카테리나 고루베'의 은유로 비춰진다. 고루베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다가 2011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했다.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의 노래에 연이어 연장선을 떠올려볼 수 있다.
2013년 국내 개봉한 <홀리 모터스> 이후 8년 만의 영화다. 그 전작 <폴라 X>가 13년 만에 연출한 작품임을 유념할 때 이번에도 감독은 꽤나 긴 공백기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였다. <폴라 X>와 <홀리 모터스>로 감독이 영화에 있어서 아날로그 필름의 20세기와 디지털 시네마가 된 21세기의 급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보였다. 이 당시 스스로 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였다고 말한 감독의 고뇌가 돋보이는 작품이 전작 <홀리 모터스>였다. 기술뿐만 아니라 이전까지의 영화들과도 달랐다. 데뷔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부터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까지 주로 청춘남녀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 한, 내러티브를 중심의 20세기 필름 영화에서 21세기 디지털 영화 <홀리 모터스>, <아네트>는 레오 까락스의 새로운 방향인 셈이다. 영화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관한 감독의 성찰이 담긴 <홀리 모터스>가 ‘영화에 대한 영화'라면, <아네트>에서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까락스 본인이 잠에서 깨어나 침실에서 걸어 나와 벽을 부수고 들어간 극장에서 시작했다면, <아네트>는 길 위의 소리(음파)와 함께 사운드를 조정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영화에 대한 영화를 시작하겠다고 열었던 <홀리 모터스>와 음악을 조율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지는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2부-아네트>
내가 그녀한테 반한 건 분명한데
그녀가 내게 반한 건
그건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네트>는 유능하고 인기 있는 할리우드의 한 예술가 커플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는 유명 오페라 가수 안에게 분명하게 반해 연애를 하면서도 안이 자신을 만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아해한다. 그럼에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이 커플은 아네트라는 딸을 가지게 되지만, 그로 인해 둘의 생활에 균열의 시작임은 미처 알지 못한 터였다. 갈등을 좁히고자 가진 요트 여행에선 앞을 볼 수 없는 거친 파도 앞에, 한 예술가 커플의 연애 스토리는 신이 만든 인간이라는 유인원의 열등감과 욕망을 드러내는 군상으로 변모한다.
오늘 쇼 어땠냐는 질문에 헨리는 ‘관객들을 죽여줬지’라고, 안은 ‘난 그들을 구해줬어'라고 말한다. 헨리는 무대에서 관객들을 ‘죽이기'위해 때로는 죽는 시늉도 한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총을 맞는 연기를 해도 그 죽음은 웃음거리가 된다. 이를 보여주는 감독의 시선조차 아무도 없는 무대에 헨리 혼자 덩그러니 놓여 초라하게 보여준다. 반면 안의 죽음은 조명받는 무대 위 숭고한 행위로 모두를 감동시킨다. 같은 ‘무대’라는 곳에 서서 관객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발화를 하지만, 일제히 무대를 보고만 있는 제의적 형식의 오페라 관객들과 다르게 헨리의 관객들은 때로는 노래를 주고받으며 즉각적인 리액션으로 소통하는 형식이다. 본인들의 죽음으로 관객을 죽여주는 헨리와 관객을 구원하는 안의 무대는 같은 역할임에도 분명히 달랐다. 사람은 누구나 개별적인 제각기 다른 존재임에도 헨리에게 이러한 괴리는 열등감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오토바이에 안을 태우고 멋지게 질주하던 헨리의 모습은 어느새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뀐다. 분명한 건 안은 그런 헨리에게 불안함 또는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헨리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안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찾고자 했던 헨리는 그 인정의 욕구를 본인이 아닌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 욕망은 결국 헨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 안을 추락시키려는 잘못된 목적지에 닿는다. 여기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아네트의 능력을 보자마자 ‘아동착취'라는 문제 제기에도 자신의 어린 딸을 관객 앞에 세우는 파렴치한 인간이 된다. 점점 더 자기 파멸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헨리는, 아네트를 함께 이용하는 동업자였던 지휘자마저 한 여자를 두고 경쟁자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를 제거한다. 지휘자를 죽인 후에는 범인으로 검거가 되는 ‘벌’을 받지만 안을 죽인 죗값은 없으며 아네트를 착취한 벌은 아네트로부터의 ‘외면’이다. 하지만 이미 ‘사랑'을 모르는 자에게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버려짐이 과연 얼마나 큰 벌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사과를 먹는 안을 보고 있자면 백설공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안의 욕망과 생각은 드러나지 않는 존재로 온전히 헨리의 입장에서 그려진다고 볼 수 있다. 차 안에서 불타는 산에 대한 속보를 보다가 잠들었을 때 현실인지 꿈인지 불명확한 장면들 속에 과거 구설수에 오른 헨리로 인해 염려하는 안의 모습은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에 대해 안이 죽은 후 지휘자에게 아네트를 맡기고 나갔던 헨리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더 많은 감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종종 등장하는 연예 뉴스 장면 또한 이들에 대해 끊임없는 논쟁거리로 만든다. 죽든 말든 뭘 하든 소비되며 인기를 등에 업고 소위 신분 상승을 노리는 예술의 위치, 예술가에 대한 가십, 연인에 대한 의심, 현실과 맞닿은 문제들을 음악이라는 레오 카락스의 무대를 통해 보여준다.
‘신의 유인원'이란 결국 신이 만든 찌질하고 나약한 인간을 보여준다. 왜 자신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의문에서 비롯된 열등감, 본인을 의심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를 의심하던 남성은 결국 몰락한다. 과연 헨리는 한 남편으로서 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일까 헨리라는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의 인트로 곡 So may we star는 마치 감독이 ‘이 현실을 보여줘도 되는 걸까요’라며 묻는 것 같다. 남성의 성장과 깨달음에는 여성 혹은 아이라는 약자의 존재가 언제까지 필요할지 모르겠다. 신의 유인원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효과적이지만 다음 세대의 감독들에게는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능력을 기대해보고 싶다. 그럼에도 어떤 삶에 대한 교훈이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보여주는 감독의 매력이 잘 드러난 것은 분명한 작품이다. 무대를 마주하는 관객,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로서 고민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하이, 스트레인저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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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힙스터들의 성지 ‘레박’을 아시나요?
높은 수준의 리뷰를 볼 수 있는 영화 평론, 데이터 사이트 ‘LETTERBOXD’
imdb는 영미권 위주의 영화들이 높은 평점을 받는 반면 LETTERBOXD는
글로벌 영화들, 예술영화, 고전영화, 애니메이션 등 가리지 않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많은 비공개 계정을 갖고 있다고 하며 영화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도
비공개 계정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힙스터들이 주목한 영화 'BEST25'는 어떤 영화들일까요? 같이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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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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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해서 결국...!! 영화를 찍어버린 씨네마사지!
오래전 수많은 사람들에게 레전드로 기억되는 썰
'여자친구가 이발하라고 만원을 쥐어주던데'를 본격 단편영화화!
제작 씨네마사지
원작 김봉철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출연
황보 김동영 오유나
여자친구가 이발하라고 돈 만원을 쥐어주던데
그다음엔 목욕탕 가라고 또 만원 주고
목욕 다 하고 탕 앞에서 바나나 우유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굴 뽀얘져 가지고 막 빨간 볼 하고 나오면서 바나나 우유 두개 들고오다
나 먼저 먹고있는거 보고 뒤로 감추고
상설매장가서 옷 깔끔한거 사주고 막 맞춰보면서 잘어울린다고 좋아해주고
나 수줍어하니까 귀엽다면서 막 웃고
집에 데려다 주는 길 집 앞에서
이제 깔끔해지고 말쑥해지고 멋있어졌으니까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이게 마지막 사겼던 애랑 마지막 날 했던 일인데
내가 다시 연애같은걸 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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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적니> 메인 예고편
17살, 빈 교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링이야오'에게 첫눈에 반한 '뤼친양' 그의 순수한 고백에 '링이야오' 역시 호감을 느끼며 두 사람은 사랑을 쌓아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던 10대와 달리 20대에 들어선 두 사람은 점차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가고, 마침내 두 사람이 사랑한 지 10년이 되는 날, '뤼찬양'은 '링이야오'를 위해 운명적인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되는데.. "내 청춘 속 누구보다 빛났던 너, 세상 끝에서 다시 함께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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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혼자, 오늘도 혼자인 솔로만렙 ‘미츠코’
그녀의 앞에 나타난 연하남 ‘타다’
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관계에 멘탈은 붕괴 일보직전!
위기의 ‘미츠코’는 퍼스널 썸도우미 ‘A’를 호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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