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02 18:01:16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따스함
영화 애프터 양
테크노 사피엔스가 보편화된 사회 안의 한 가정을 조명하는 영화, 애프터 양은 특별하지만 잔잔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가족과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은 어떤 작별의 인사도 남기지 않은 채 작동을 멈춘다. 제이크는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으나 여전히 작동하지 못하는 양을 뒤로한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여 그의 기억 속을 보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벌레에겐 끝이지만 나비에겐 시작이다.”
나무, 바람, 그 외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그의 기억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따뜻해지는 기억이 거리를 두고 있던 가족의 틈을 메우며 당연하다고 느꼈던 가족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찍는다. 가족이라는 단어만으로 존재했던 서로의 거리는 양이 작동을 멈춰 그의 기억을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다가오는 따스함을 마주한다.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노래, 장소, 얼굴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어떤 도구로 쓰임을 시작한 ‘양’은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이 아닌 그저 ‘안드로이드’로 남는 순간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었지만, 결코 그들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어떠한 선이 느껴진다는 것이 왠지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들의 거리는 ‘양’에 의해 좁혀졌으나 과연 ‘수단’과 ‘도구’로 쓰이지 않았을까. 인간보다 더 인간 답지만 인간은 아닌 그를 바라보면 ‘인간다움’이라는 단어가 인간에게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동안 정의되어 온 현재의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것 또한 사람의 초점에서 바라보고 내리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아시안에 대해 신비로움이 걷히지는 않은 모양새에 다소 실망감을 끼얹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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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Mother Knows Best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주인공 '보'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우한다"라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래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이를 맡은 감독 '아리 에스터'의 전작 <유전, 2018>과 <미드소마, 2019>는 아시려나?
이것만으로도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 또한 예사로운 영화는 아닐 것이며, 그저 깜짝 놀래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줄 거라고 말이다. -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1. Mother Knows Best - 라푼젤 (Tangled, 2010)
사람이 "성장" 하는 데에 있어 먼저, 만나는 사람은 "엄마"이고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데, 이를 "모성애(母)"라고 말한다.
근데, 해당 작품을 비롯해 외적인 부분에서 "모성애(母)"는 성경에서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아가페(Agape)"로 묘사된다.
단적으로 "임신"만 보더라도, 10달이라는 시간 동안 먹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하고 싶은 것도 제한되고 신체에 대한 변화를 겪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강요되니 정의에 들어맞는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꼭,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영화 <케빈에 대하여, 2012>를 보면, 주인공 "에바"는 "케빈"을 낳고서 침대에서 황망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우는 아이를 공사장으로 데려와 울음소리를 소음에 묻히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들을 통해서, 영화는 "여성에게 모성애(母)는 본능인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후천적이고 학습적인 부분이라면 우리는 누굴 통해서 이를 배우는 걸까?
본 작품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모나'는 '보'에게 '보'의 할머니이자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대받은 기억과 함께 '나는 저렇게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다.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런 다짐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걸 알 수 있다.
'집'을 비롯해 관객들이 보는 카메라 즉, 꽉 막힌 스크린의 4면은 극 중. 선택에 주저하는 "보"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이라는 행동부터 자신의 주관이 투영되는 행동인데, 언급하자마자 "모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녀의 이상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자신의 상담 내용을 듣는 장면들까지 "엄마"라는 이유로 모른체했던 수많은 폭력들로 영화는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에 확답을 내린다!· tmi. 1 - 당초, 4시간으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흥행 때문에 3시간으로 합의했다.
· tmi. 2 - 'A24'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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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주 최신 개봉영화!
12월 2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2주 개봉영화 5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 2020
킹스맨이 돌아왔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작품입니다.
100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킹스맨’ 조직이 어떻게,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다루는데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골든 서클'에 이어 ‘매튜 본’ 감독이 또 한 번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007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의 ‘랄프 파인즈’ 그리고 신예 해리스 딕킨슨 이 두 배우의 콤비가 탄생을 했는데요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부자 사이에서 생기는 깊은 애정, 갈등, 화해 등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극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최초의 킹스맨의 이야기
첫번째 추천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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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저렉션 The Matrix Resurrections , 2021
18년만에 다시 돌아온 매트릭스 시리즈
매트릭스1은 1999년, 매트릭스2와 매트릭스3은 2003년에 개봉
그리고 18년만에 신작으로 다시 돌아온 매트릭스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인류를 위해 운명처럼 다시 깨어난 구원자 네오가 더 진보된 가상현실에서 기계들과 펼치는 새로운 전쟁을 그리는데요
기억을 잃은 네오는 다시 빨간약과 파란약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이번 매트릭스에서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간들이 대결을 펼치는 '매트릭스'만의 독보적인 드라마가 그려질 예정입니다.
18년이 지났지만 기존 출연진들이 이번 작품에도 출연합니다.
네오 역할은 키아누 리브스가 그대로 맡았고, 트리니티 역 역시 캐리 앤 모스가 그대로 맡았습니다.
다시 새롭게 돌아온 매트릭스!
두번째 추천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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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ドライブ・マイ・カー , Drive My Car , 2021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와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 입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21 시카고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관객상 2관왕 수상, 2021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2관왕 수상, 2021 덴버국제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2014년 8월 발간된 '여자 없는 남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9년 만에 펴낸 단편소설집으로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 6주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칸, 베를린 그리고 전세계를 사로잡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걸작
세번째 추천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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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 Cinderella and the Spellbinder , 2021
신데렐라 이야기의 재해석
영화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는 용감하고 당찬 공주 신데렐라가 마법에 걸린 왕자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신비한 생명석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번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신데렐라: 마법 반지의 비밀'의 후속작입니다.
'라이온킹', '알라딘', '뮬란2' 등 디즈니 출신 제작진이 만들어낸 전편의 환상적 비주얼의 장점들은 유지하면서
'겨울왕국', '라푼젤' 작업에 참여한 작화가에 의해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화가 더해져
전 편보다 더욱더 기대가 큰 애니메이션 입니다.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새롭게 재해석한
네번째 추천영화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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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인형 THE NUTCRACKER , 2021
이틀만 진행하는 호두까기 인형 공연실황
크리스마스이브, ‘마리’와 그녀의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트리 주위에 모였고
‘마리’의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그녀에게 마법의 선물을 주게 되면서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녀에게 예기치 않은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마리’의 새 인형이 살아나서 그녀를 돌풍 같은 모험의 세계로 빠트리는영화 "호두까기 인형"이 개봉을 하는데요
공연실황 영화입니다 25일과 27일 단 이틀만 개봉한다고 합니다.
특별한 날 영화관에서 공연을 보는 또 하나의 추억
다섯번째 추천영화 "호두까기 인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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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소울> : 삶의 목적을 향해 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혜안
소울 (Soul, 2020)
* 본 리뷰는 영화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과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개봉해야 했지만 코로나로 개봉이 한참 밀려 이제서야 만나본 소울입니다.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을 저도 너무 좋아해서 요 며칠 동안 “소울”을 기다리느라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큰 감동을 받은 이력이 있어서, 소재와 일부(유세미나와 같은) 그림체가 인사이드 아웃과 결을 같이 하는 것 같았기에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울은 인사이드 아웃과는 다른 결로, 소울만의 메시지를 전해옵니다.
뉴욕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음악선생님인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는 진정한 음악가를 꿈꾸는 재즈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렇기에 학교 측의 안정된 정규직 제안도 그다지 기쁘지 않습니다. 언젠가 유명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고, 음악가로서의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꿈꾸기 때문이죠. 정규직 제안을 받은 날, 조는 제자의 도움으로 바라고 바라던 유명 밴드와의 공연의 기회를 얻게 되죠. 너무나도 행복한 그는 흥분과 행복을 감추지 못하며 거리를 걷다가 그만 맨홀 속으로 빠지 게 됩니다. 그리고 영혼들의 세상 속에서 죽음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그 길목 앞에 서있게 됩니다.
그렇지만 , 유명 밴드와의 공연을 앞두고 그렇게 죽을 수 없었던 조는 필사의 몸부림 끝에 경로를 이탈하여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곳은 “유세미나”로 불리는데 사람이 태어나기 전 각 영혼들의 고유의 성격을 만들어주는 곳이죠. 그리고 영혼들은 성격과 함께 열정을 태우는 무언가(=스파크)를 발견해야 “지구 통행권”을 받아서 지구로 갈 수 있습니다. 조는 그곳에서 마지막 단계인 스파크를 찾지 못한 영혼 22(티나 페이)를 만나게 됩니다. 테레 사 수녀, 무하마드 알리, 간디 등등 수많은 영혼들이 22의 멘토가 되어 그녀를 지구로 보내려 하였으나, 22는 지구에서의 삶을 원치 않습니다. 조는 22 멘토로서 그녀의 스파크를 찾아준 후 지구 통행권을 대신 받아 자신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22가 지구에 있는 조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조의 병실에 있던 치유를 돕는 고양이의 몸속으로 조의 영혼이 바뀌어 들어가게 되죠. 밴드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바뀐 영혼을 제자리 로 돌려놓으려는 조와 22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삶의 목적,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
삶과 감정, 에피소드 끝에 이르러 느끼는 깨달음과 감동은 픽사가 가장 잘하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것이 아주 정점을 이루었던 작품은 2015년 개봉했던 인사이드 아웃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오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사람을 움직이는 5개의 감정을 소재로 다루었고 살면서 부정적으로만 느껴지는 “슬픔”을 꼭 필요한 감정으로 조명하여 슬픔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놓았죠. 예고편과 포스터, 사람의 내면에서 출발하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풍으로 소울과 인사이드 아웃을 유사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소울의 지향점은 인사이드 아웃과는 조금 다릅니다. 소울의 지향점은 각 개인의 고유한 성격과 열정에서 시작하여 끝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목적”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유, 내가 끝내 이루고자 하는 것, 되고 싶은 것, 바라는 모습 등 저 멀리 “목적”이란 결승선을 정해 놓고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서만 달려가다 보면 나를 지나쳐가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풍경들을 놓치게 되죠. 나의 지금(현재)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목적을 위해 소중한 시간들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조의 캐릭터가 그런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유명 밴드의 연주자, 성공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 만을 향해 가는 조는 현실에서의 삶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있죠. 꿈을 이루지 못한 일상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소울은 삶의 목적(꿈)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의 날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홀대하는 삶의 태도를 조명합니다.
또한 , 그 삶의 목적에 대한 시선도 조금은 바꿔 보길 권유하는 것 같습니다. 조가 자주 찾는 이발관의 이발사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이발사란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발사는 행복합니다. 그는 “누구나 위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특별한 사람이 되거나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은 누구나 가져본 감정일 텐데요, 그것을 조금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지금을 이어가는 것도 꿈을 이루는 것 못지않은 행복이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22를 통해 어쩌면 “삶의 목적”이란 것이 그리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전해줍니다. 내가 의지대로 걷고,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저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 “삶의 목적”이 일상생활에서 내가 경험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매일 그 목적을 이루고 내 삶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전통에 따라서 생활해왔으며 인생의 루트가 어느 정도 정해진 삶을 꾸려 나가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우리들의 삶은 너무나도 많은 정보들과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들 속에서 많은 욕망과 갈망, 좌절이 충돌합니다. 특히, 매일 업로드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삶의 목적을 상향 조정하고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을 주는 환경 속에 살고 있습니다. 소울은 조와 영혼 22를 통해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혜안을 건넵니다.
멋진 캐릭터의 탄생
세상의 흐름이 계속 바뀌는 만큼, 디즈니 픽사 또한 그 물결에 탑승하여 전진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실사판에서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인 할리 베일리를 낙점했었죠. 디즈니 픽사는 이번엔 흑인들의 깊은 소울에서 탄생한 재즈라는 장르를 소재로 하여 흑인 캐릭터인 조 가드너를 탄생시켰습니다.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들에 대해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이기도 한다는데, 소울은 재즈라는 장르를 통해 논리적이면 서도 필연적으로 흑인인 캐릭터를 내세운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조합은 논란의 “논”도 없는 조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 조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이고, 그들의 말투, 목소리, 억양, 행동 등이 매우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위해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인 사람들에게서 많은 부분 컨설팅을 받아서 이 캐릭터들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몇 가지 이야기들
* 사운드트랙 :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사운드트랙에도 있습니다. 저도 영화를 통해서 재즈란 장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참 묘한 즐거움을 주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소울에서도 <Born to Play>, <It’s All Right>, <Feel Soul Good> 등 다양한 사운드트랙이 좋습니다.
* 영화 속 한국어 : 영화 속에 한국어가 등장합니다. 2번 정도 본 것 같습니다.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눈에 띄는 한국어 음식점의 간판과 내 바지가 어디 있냐고 찾는 목소리가 있었죠. 목소리는 픽사 애니메이터인 김재형 님의 직장 동료분의 아이디어에서 착안되었고, 목소리 또한 그 동료분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픽사에는 20여 명 정도의 한국인들이 일하고 계신다네요. 디즈니 픽사의 작품들은 한국인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그에 대한 픽사의 마케팅 전략과 보답이 만들어낸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
* 개봉 이야기 : 코로나로 개봉이 계속 미뤄져서 이제서야 개봉했고, 미국에서는 디즈니 플러스로 개봉되었다고 합니다.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면 보실 수 있겠네요.
* 쿠키 영상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작고 귀여운 영혼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그 덕에 지루하지 않게 엔딩크레딧을 모두 볼 수 있었고 그렇게 쭉 보다 보면 맨 마지막에 무엇인가 하나 더 보실 수 있습니다. (22가 어디에서 어떤 성향으로 태어났는지 보고 싶었는데, 그건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진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호평 탓인지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고, 마음을 쾅 울리는 면에선 인사이드 아웃에는 조금 덜 미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메시지의 분명한 방향성과 의도는 꿋꿋하게 나아갑니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스토리텔링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진흙 속에 파묻혔던 진주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갖춘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엔딩크레딧의 이름들이 한 명 한 명 참 대단한 듯 느껴집니다 . 그리고 그들의 애니메이션은 이제 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어른들을 향해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이제 더 급하게 돌봐줘야 할 이들이 "어른"이 되었기에 그 들의 스토리텔링도 그렇게 변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관적 평점 : ★★★★
- 픽사는 자신들이 제일 잘하는 것을 늘 제일 잘한다. 언제나 노력하는 1등.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정보 <소울> 스틸 컷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그린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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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착오적인 스타워즈의 현주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다이들이 몰살당하고 은하 제국이 설립되자 타투인 행성의 외딴 동굴에 잠적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제자였던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악의 세력인 시스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새로운 희망이 될 '루크 스카이워커(그랜트 필리)'를 남몰래 보호하며 숨죽여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비완은 생존한 제다이들을 사냥하는 빌런 '세 번째 자매(모제스 잉그램)'를 대면하고, 그녀가 루크의 쌍둥이 남매인 '레아 오르가나(비비안 리라 블레어)'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레아를 구출하러 간 오비완의 앞에는 다스 베이더가 되어버린 옛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등장하고, 오비완은 오래전 펼쳤던 다스 베이더와의 운명적인 대결의 순간이 다시 찾아왔음을 깨닫는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인 <오비완 케노비>는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로부터 10년 후 시점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악의 세력인 시스를 막지 못한 채 은둔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가 1977년도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 거듭나는 계기를 보여준다.
<오비완 케노비>를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오비완 케노비라는 캐릭터도 인기가 적지 않은 데다가 애증의 제자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20여 년만에 같이 실사 시리즈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사영화였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혹평과 흥행 실패를 맛본 이후,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기대감을 증폭했다. 디즈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이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고, 이후 <더 북 오브 보바 펫>도 소기의 성과를 이룬 만큼 <오비완 케노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6부작으로 구성된 <오비완 케노비>는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작금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물론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에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다. 우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주인공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그의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의 애증이 뒤섞인 관계가 위치한다. 특히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시스의 복수>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로 자신을 배신, 포기한 오비완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아나킨은 두 손으로 직접 오비완을 제거하고자 하며, 타락한 제자를 직접 베어야 했던 오비완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이러한 아나킨의 집착과 오비완의 회한을 과거 스승과 제자로서 광선검 대련을 하던 오비완과 아나킨의 모습과 대조한다. 이러한 연출은 두 인물의 감정선을 절정으로 고조시킴과 동시에 한 편의 에피소드 내에서는 짜릿한 반전까지 이끌어낸다.
또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쌓아 올린 서사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운명적인 재대결이 등장하고, 이는 <스타워즈> 1, 2, 3편인 프리퀄 시리즈와 4, 5, 6편인 오리지널 시리즈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중심에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정체성이 소멸되고,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로 완전히 각성하는 장면이 있다. 제다이였지만 악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하여 다스 베이더가 된 아나킨. 드라마는 결투 도중 다스 베이더의 헬멧 안에 여전히 아나킨의 얼굴과 음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다스 베이더라는 악인의 내면에 제다이인 아나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또 정확히 어느 시점을 계기로 아나킨의 정체성이 사라졌는지를 짚어주면서 프리퀄에서 묘사된 아나킨과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한 다스 베이더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고 그의 서사를 보충한다. 여기에 아나킨에게 용서를 구하던 오비완이 다스 베이더가 된 그를 완전히 포기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면 기존 시리즈에 비해 이들의 비극적인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과거의 전설들을 재소환하고, 그들의 서사에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선택의 효과는 수많은 오마주들 덕분에 극대화된다. 자신이 아나킨을 죽였다는 다스 베이더에게 오비완은 "그럼 내 친구는 정말 죽어버렸군"이라고 일갈하는데, 이는 시리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그렇다면 제 아버지는 정말 죽었군요"라고 말하는 루크의 대사와 판박이다. 또한 제다이 마스터로 다시금 거듭난 후 수련을 떠나는 오비완이 어린 루크에게 "안녕(hello there)?"이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이 대사는 <새로운 희망>에서 오비완이 루크에게 건넨 첫 대사 이기도 하다. 오비완에게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알려주려는 그의 스승 '콰이곤 진(리암 니슨)'과 시스 군주인 팰퍼틴 황제의 재등장 역시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순간들이다.
문제는 애매모호한 드라마의 방향성 때문에 위의 장점이 퇴색된다는 점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오비완 케노비의 드라마여야 했다. 젊고 이상주의적이었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 대신 아끼던 제자의 배신, 동료들의 죽음과 수호하던 국가의 파멸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오비완을 묘사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미처 끝나지 않은 아나킨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했던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의 변화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드라마의 초점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오비완에 대적하는 새로운 빌런인 세 번째 자매의 서사가 겉돌기 때문이다. 사실 세 번째 자매는 드라마의 진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다스 베이더에게 복수심과 혐오감을 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조금씩 다스 베이더를 닮아간다. 오비완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행을 거듭하는 다스 베이더처럼 그녀도 복수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며 타락한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악행을 반성하고 갱생하는 전개는 완전히 악에 물드는 다스 베이더와 제다이의 정체성을 되찾는 오비완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중 그녀와 오비완의 접점이 거의 묘사되지 않다 보니, 두 주인공은 각자의 성장과 변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결과 세 번째 자매는 좀처럼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 사이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캐릭터의 분량을 빼앗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더해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이 세밀하지 않다 보니 방향성을 잃은 드라마의 표류도 끝나지 않는다. 6부작으로 구성된 분량 내에서 다루기에는 전체 내용이 과한 것인지 몰라도, 등장인물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식의 작위적인 전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불완전한 액션씬 역시 아쉬움을 키운다. 세 명의 성인이 어린 레아를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은 억지스럽고, 스톰트루퍼들은 이번에도 주인공들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한 밋밋한 뒷배경으로 소비된다. <스타워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광선검 대결도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완전하지 않은 CG로 인해 어색한 문제를 노출한다. 이는 시리즈의 중추적 인물인 오비완과 아나킨이 복귀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결과물이다.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새로운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인기 있는 캐릭터들의 이름값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본 작의 장점마저도 퇴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화라고도 불리는 <스타워즈>는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였고, 신화 속 영웅들의 초인적인 활약을 즐기는 시리즈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등장한 <스타워즈> 속 이야기는 현시점에서 사실 더 이상 소구력이 없다. 선악의 구분이 확실했던 냉전 시기와 달리 현대 사회의 많은 주체들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손쉽게 나뉘지 않으며, 현대인들은 거대한 악보다도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 예상할 수 없는 테러와 같은 악을 더 위협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악을 처단하는 선한 영웅보다는, 쉽사리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정글과도 같은 현실에서 영웅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공감을 자아내기에 더 용이하다.
이는 21세기의 <스타워즈>라 불리는 MCU의 '인피니티 사가'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엔드게임>도 비극적 서사시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선악의 장엄한 대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스 베이더에 비하면 타노스는 현대적 테러리스트에 더 가까운 빌런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한 후 손 쓸 틈 없이 달아난다. 기습을 당한 어벤져스도 제다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시스를 완전히 제거하여 우주의 균형을 되찾고 평화를 수복하는 제다이와 달리,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면 결코 완전하다고 볼 수 없는 복수를 하는 데 그친다. 이는 9.11 테러 이후 복수를 꿈꾼 미국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복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오버랩된다.
물론 그간 <스타워즈>도 시대상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왔다. 당장 프리퀄 삼부작은 은하 의회의 의장이었던 팰퍼틴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을 활용해 은하 제국의 황제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테러와 같은 위협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던 21세기 초반의 세태를 꼬집었다.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 중 성공을 맛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항상 기습과 배신을 경계하면서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나름의 사랑과 믿음이 있는 그는 보다 현대적인 영웅상에 가깝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역시 제다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려내어 호평받았다. 하지만 <오비완 케노비>는 수십 년 전의 인물들을 재소환하여 오래전에 끝맺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회귀한다. 그 결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오비완 케노비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이 되어갈수록 그는 더 평면적인 캐릭터로 변하고, 그와 아나킨의 대립은 흥미가 덜해진다.
<오비완 케노비>를 포함해 현재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작품을 유독 한국에서만 늦게 공개하는 일련의 상황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이는 한국에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가 적다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동시에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신만의 낭만이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절대다수가 악의 세력인 시스와 제국의 편으로 넘어갔고, 몇몇 되지 않는 소수이자 약자인 제다이와 저항군만이 악에 대항하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이들이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대세를 거스르는 용기와 낭만이 숨 쉬는 이야기. 이것이 스타워즈의 매력이었다. 그렇기에 시대의 흐름인 자본주의적 분석을 차별적 대우의 이유로 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디즈니+는 끊임없이 스타워즈 드라마들을 준비 중이다. 이미 계획 중인 것만 해도 <만달로리안> 시즌 3, <아소카>, <안도르>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들이 전부 과거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만달로리안>과 <아소카>는 프리퀄과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는 작품이고, <안도르>는 2017년에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외전 겸 프리퀄이다. 즉, 이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이미 정해진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들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또 <오비완 케노비>의 완성도를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전한 부활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P(Poor, 형편없음)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남은 이름값까지 고갈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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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금빛 토사물, <슬픔의 삼각형>
이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및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을 보고 나오는 길에 친구에게 질문했다. ”부르주아들을 놀려 먹는 영화들은 왜 이렇게 재밌을까?” 더 넓게는 인종적, 젠더적 권력을 전복하는 내용이 구미가 당길 때도 있다. 어떤 영화들은 그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조롱하며 어떤 때에는 특별한 잘못이 없음에도 죽여 버리기도 한다. <슬픔의 삼각형>은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올라가는’ 유머를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단 채 스크린에 걸렸다. 결과는 8분 간의 기립박수와 완전히 압도당한 채 용산역 지하철 플랫폼을 터덜터덜 걷는 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슬픔의 삼각형>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멋진 제목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편과 황금색의 무언가를 토해내는 포스터를 보고는 저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해서 벼랑 끝까지 떠밀릴지 확인하게 되기만을 기다렸다.
보기 전에는 구토를 하는 장면이나 침몰하는 요트, 식탁 앞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젊은 남녀의 모습 같은 이미지 때문에 <더 메뉴>처럼 긴강감을 높이면서 조금 더 신랄한 유머를 구사하는 정도를 예상했다. 그리고 요트 위가 가장 중요한 공간일 거라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젊은 커플과 그들의 유치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너무나 시의성 있어서 미치도록 웃긴) 갈등에서 시작해 요트, 무인도로 옮겨 가는 파트 분배가 흥미로웠다. <슬픔의 삼각형은> 너무 고지식하지도, 지나치게 가벼워서 생각을 못하게 만들지도 않는 적절한 유머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깔깔 웃을 수밖에 없는 장면, 놀람과 역겨움, 웃음을 동시에 토해내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장면들로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슬픔의 삼각형>은 루이스 부뉴엘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처럼 반복적이고 연극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이어나가거나, <더 메뉴>처럼 하나의 소재를 붙들다 이내 불타 없어져버리지 않는다. 고통을 주기보다는 오물을 뒤집어씌우면서 조롱하고, 제 업보 때문에 바보같이 죽어버리는 캐릭터보다는 깔끔하게 수장해버리는 방향을 택하면서 구조를 하나씩 전복해나간다. 거기에 매끄러운 촬영과 과장된 캐릭터를 그렇지 않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더해지면서 세련된 영화가 된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직접 말했듯, 동시대 관객들이 극장에서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리며 즐길 수 있는 영화로 거듭났다. 먼 미래에 누군가가 21세기를 비틀어 묘사한 가장 신랄하고 웃긴 영화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 주고 싶다. 바위를 든 채 번뜩이는 눈을 한 가모장제 사회마저.
실은 시사회를 처음 가봐서 티켓 수령할 때부터 엄청 우왕좌왕했다… 줄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 데에서 1차 당황, 직원분께서 내게 ‘구토 방지용 봉투’만 주시고 팜플렛은 안 주셔서 2차 당황. 하지만 출석체크를 무사히 마치고 이 넓은 용산 CGV에서 내가 해냈다..!! 하는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섰다.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자리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ㅎㅎ 비록 옆에 앉은 남자분이 지각 + 상영관 안에서 음주 + 중간에 퇴장하기…를 모두 해내셨지만 영화도 정말 재밌었고 첫 시사회 경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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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느와르를 경험할 각오, 전도연의 얼굴
9년 만이다. <리볼버> 이후, 전도연, 오승욱 감독이 손을 잡고 만든 <리볼버>가 관객을 찾아왔다. 제목부터 풍기는 하드보일드 액션의 잔향이 짙어 보이지만, 그 반대다. 뜨겁고 찐한 지옥 불의 붉은 향이 아닌 차디찬 냉기만 흐르는 녹야의 푸르고 녹색 향이 가득하다. 감정의 파고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최대한 보여주지 않고 감내한다. ‘리볼버’의 쓰임새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격발이 아닌 격발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둔 작품. 이 영화를 볼 관객이라면 이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전도연의 얼굴도.
하수영(전도연)은 멋진 경찰이 아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 비리를 저지른 경찰이다. 그 죗값으로 그녀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한다.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7억을 주겠다는 의문의 남자 앤디(지창욱)의 말만 믿고 2년 동안 콩밥을 먹었지만, 정작 손에 쥐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연인이자 앤디와 가깝게 지낸 임석용(이정재)은 자살로 위장한 타살로 세상을 떴고, 그를 도와줄 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그녀는 혼자라도 약속한 돈을 받아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수영 앞에 묘령의 여인 정윤선(임지연)이 찾아오고, 그녀는 과거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을 차례로 만난다.| 더 이상 죄짓고 싶지 않은 한 인간의 몸부림!
<리볼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죄를 지은 사람이 더 큰 죄를 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영화다. 하수영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과정처럼 보인다. 감옥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받아야 하는 7억이란 돈은 행동을 위한 목적일 뿐, 정작 그녀에게 중요한 건 지옥이란 파멸의 길을 들어서지 않으며 본인 스스로 이 죄를 씻고자 하는 마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극 중 인물은 모두가 죄인인데, 비리 경찰은 물론, 돈을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심지어 사람도 죽인다. 마치 발을 헛디디면 돌아올 수 없는 죄악의 강물에 빠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수영 또한 그 강물에 빠졌던 이로써 더 이상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야 교도소 복역 이후 정체성이 상실된 그녀가 과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고 사람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수가 다 읽힌다 하더라도 적을 향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을 알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리볼버다. 한 발이라도 쏘면 살인죄라는 더 큰 죄를 짓게 하는 이 총은 그녀의 의지와 신념을 시험하는 물건이다. 이를 건넨 이는 수영으로 인해 인생이 뒤틀려 버린 경찰 선배 민기현(정재영). 이 악독한 선배의 의중에 반기를 들 듯 수영은 차분히 그가 자주 사용했던 삼단봉도 함께 가져가고, 리볼버보단 이 무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 앤디와의 첫 격투 장면이나, 이후 후반부 숲 대결 장면에서 그녀는 총이 아닌 삼단봉으로 자신의 적을 처단한다. 마치 그 덫에 절대 빠지지 않을 거라고 민기현에게 보란 듯이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가까이 하기 엔 너무 먼 수영, 다 이유가 있다?오승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리볼버>의 형식은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소룡이 총 7명의 악당과 싸워 이기는 것처럼 수영 또한 7명의 무뢰한을 만난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얻는 것 또한 같다. 물론 이소룡처럼 권격 액션이 아닌 구강 액션으로 승부한다는 건 다르지만, 수영은 이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잊고 지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이런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초반 수영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다. 플래시백을 통해 전사가 나오지만, 속이 텅 비어있는 듯한 그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뢰한들을 만나면서 그녀가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초반 멀어진 간극은 점점 좁혀진다. 물론, 차디찬 냉기와 차가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지만 말이다.| 전도연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각오!
무조건 직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수영처럼, 오승욱 감독 또한 기존 느와르 장르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미니멀리즘한 느와르를 탄생시킨다. 장르적 쾌감은 덜하고, 뭔지 모를 배신감은 들지만,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진귀한 물건을 보는 새로움처럼, 이 영화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다분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도연의 얼굴이다. 오승욱 감독은 ‘얼굴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클로즈업을 많이 쓴다. 특히 전도연의 얼굴을 이렇게 가깝게 오래도록 본 영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수많은 영화에서 인상 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던 전도연임에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과 처연함, 후회, 슬픔, 피로 등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미세하게 달라지는 이 노련한 배우의 표정은 그 자체로 영화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어떻게든 관객을 설득하는 전도연의 연기, 그리고 마지막 비 오는 바닷가에서 내뱉는 ‘날숨’만 봐도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까지 꼭 봐야할 가치가 있다.
무채색과도 같은 수영과 달리, 적으로 간주되는 무뢰한들은 각기 다른 현란한색을 표출하듯 개성이 남다르다. 특히 절묘한 양다리를 걸치면서도 수영과 연대를 자처하는 임지연은 캐릭터의 이중성과 모호함을 무기삼아 한층 매력을 더하고, 지창욱은 극 중 불리는 ‘향수 뿌린 미친개’라는 닉네임처럼 그 느낌을 극대화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김준한, 김종수, 정만식,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또한 영화의 매력을 한층 살린다.
오승욱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리볼버>는 허우 샤오시엔의 2016년작 <자객 섭은낭>을 떠올리게 한다. 무협 형식을 가져오되,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자객을 등장시켜 우리가 알고 있는 무협 장르의 쾌감을 걷어낸 이 영화는 그 자리에 사랑하는 것(또는 대상)을 죽이지 않겠다는 인간의 신념을 넣는다. 결은 다르지만 수영 또한 그 신념과 맞닿아 있다. 죄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으며 밑바닥까지 가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간답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극 중 수영의 차가운 표정 뒤에 숨은 마음의 격량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사진 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평점: 3.5 / 5.0
한줄평: 낯선 느와르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격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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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력을 가진 박이웅 감독의 데뷔작으로 사회를 향한 관점과 인물에 대한 시선으로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썼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현실성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기반으로 현재를 가리키는 시의성을 더해 공감을 이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서 선보여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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