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3-05-24 06:45:46
후까시랑 쌈마이는 적지만 일단 익숙한 느낌의 재미는 있다
영화 <도어맨> 리뷰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흔히 "쌈마이의 귀재"라 부를만한 감독이다.
예술성 영화랑은 다른 속칭 B급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며, 그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컬트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부터 최신작인 <더 프라이스 위 페이>까지 이러한 매력을 잘 밀고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영화 중 하나, <도어맨> 또한 그러한 매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게 들어간 영화이다.
사실 이런 줄거리 흔히 알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군인이나 용병 같은 거 하는데 은퇴함 -> 그냥 평범하게 사는 중 -> 근데 괴한이나 범죄 조직이 모종의 이유로 습격 -> 그냥 일반인인 줄 알고 나대다가 역관광 이런 내용 많이 보았을거다.
이 영화도 이런 예상가는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다만 이런 흔한 스토리를 알면서도 보는 이유는 그 "과정"에 있을 것이다.
속칭 "역관광" 당하는 그 장면들의 매력이 얼마냐에 따라 영화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이트메어 시네마>에서 감독한 단편 "Mashit" 같은 경우에는 아주 피칠갑을 하고 B급 감성이 그대로 묻어 나왔는데, 이번 영화 등급이 15세인 걸 보면 예상가겠지만 생각보다 수위가 낮아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이 심심한건 아니지만, 뭔가 좀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수위 조절을 한 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 몇몇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스피드하고 흥미로운 전개덕에 오락성은 충분했다 생각이 든다.
또한 <레옹>으로 유명한 장 르노 배우를 악역으로 만나볼 수 있어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다만 본 영화에서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줘서 장 르노 배우만의 매력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배우를 봐서 좋았다 이 정도의 느낌.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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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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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개봉일 : 2021.10.20. (한국 기준)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해리엇 월터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프로메테우스>, <마션>, <바디 오브 라이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등 짱짱한 배우 라인업을 보고 개봉날만을 기다린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이하 편의상 <라스트 듀얼>과 혼용 표기)
<마션>에 이은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의 만남, 그리고 <스타워즈>를 통해 아주 자연스레 스며들어 버린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최근 <프리가이>로 눈에 들어온 조디 코머, <나를 찾아줘>를 통해 알게 된, 항상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배우 벤 애플렉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니. 그것도 시대극?! 얼마나 멋진 작품이 나올까 잔뜩 기대했다.
<듄>과 <베놈> 같은 대중적이고 커다란 작품들에 밀려 개봉 전부터 상영관 배정이 많이 부족해 보여 크고 좋은 관에서 보긴 그른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기에 개봉 전에라도 미리 보자며 프리미어 상영을 다녀왔다. 심지어 <라스트 듀얼>을 보려고 평소 팔자에도 없던 중세 시대와 봉건 제도에 대해 나름 공부까지 하고 갔다. (이 부분은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상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라스트 듀얼>은 근세(1500년)가 시작되기 전, 1000년 정도에 이른, 아주 길었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극 중 배경은 중세 시대 중에서도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이 진정된 지 얼마 안 된 혼란한 시기였으며, 그 혼란함을 추스를 후세를 낳기 위해 주인공인 장이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장의 두 번째 아내 마르그리트가 장의 절친 자크에게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영주와 왕은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 각자의 억울함과 분노를 표하던 장과 자크는 마지막 재판 방법인 결투 재판을 신청하게 된다.
잘잘못을 따질 수 없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됐던 결투 재판은 재판장에서 내리지 못한 결론을 하늘이 내려줄 거라, 하늘이 선한 자를 살려줄 거라 믿으며 둘 중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재판이다. 말이 좋아 재판이지 사실 야만적이고 처절한 결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배계급 사이의 주종 관계가 확연하게 정립되는 봉건 제도가 있던 시기이자 하늘과 신의 존재를 받들며 온 국민에게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던 그 시기에 전투 재판은 하늘의 뜻을 묻는 정당한 재판에 속했다.
영화의 제목이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인 이유는 영화 속 인물들이 벌이는 결투가 실제 프랑스에서 행해진 마지막 전투 재판이기 때문이다. 봉건 제도의 몰락과 왕권의 확립,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믿음에 앞서 합리적인 부분을 먼저 찾기 시작한 사회와 인식의 변화와 일어나기 시작했고, 지독하게 처절했던 이 마지막 결투의 영향으로 전투 재판 제도는 사라졌다고 한다. <라스트 듀얼>은 마지막 전투 재판의 기록을 인용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라스트 듀얼>은 야만적이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권력과 자존심 다툼을 하는 두 남성의 까칠한 민낯을 보여주며 그 사이에서 용기를 내 무고함을 소리치는 여성의 시선을 함께 담아낸다. 겉으로 보면 한 여성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두 남성의 운명을 건 마지막 싸움 정도의 느낌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실상은 다르다.
영화는 장, 자크 두 남성의 시선과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나눠 진행된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 아내는 남편의 재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상이 박혀있던 그 시기에 살아온 장과 자크는 마르그리트를 지키거나 그녀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결투 재판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의 소유물을 건든 자를, 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자를 심판하기 위해 나의 운명을, 내 소유물인 아내의 운명을 함께 건 것이다. 아내는 물론 선택권이 없다.
하나의 사건을 둔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다르다. 특히 유일한 여성인 마르그리트의 시선은 이 사건을 다르게 보고 있다. 영화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통해 그 시절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잔인할 만큼 투명하게 보여준다.
불합리와 야만의 시대에서 여성은 아내의 도리를 다해야 했고, 집안에 틀어박혀 식모 살이와 온갖 수모를 견뎌야 했고, 아이를 잉태하는 수단에 불과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 모든 여성들이 포기하며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 마르그리트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남편 장에게 호소한다.
나는 마르그리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마르그리트를 보며 올해 7월에 개봉했던 <오필리아>의 주인공, 오필리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남성이 절대적이었던 사회에서 일어난 남성들의 권력 싸움과 여러 사건 뒤에 묻혀있던 여성 주인공, 그리고 그들의 시선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담아낸 두 영화의 모습이 얼핏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 개의 시선에 따라 정의롭던 사람이 강압적인 사람으로 변하고, 희대의 바람둥이가 순수한 사랑에 미쳐버린 청년으로 변하고, 무고한 여성의 외침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사건의 진실은 신이 내려줄 수 있는 것인가. 왜 여성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는 건 남성뿐인가, 그리고 무고함에 박수받는 것 또한 왜 남성인 것인가.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속이 답답할 정도로 불편했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 중세 시대를 충실하게 복원해낸 세트와 의상, 미술,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그 긴 시간마저도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관객을 끌어당기는 배우들의 힘. 그리고 각자의 시선을 따라 조금씩 비틀어낸 카메라의 시선. 같은 사건을 3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같은 시간을 3번 반복해 보는 일인데, 그럼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던 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라스트 듀얼>이라는 영화의 제목만 보고 중세 시대의 웅장한 전투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인물들의 위엄을 보여주는 짧은 전투 장면과 두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마지막 결투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의 결투는 충분히 처절했고, 단시간에 나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 결투 뒤에 숨겨진 진실들은 끝까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라스트 듀얼 시놉시스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는 남편 ‘장’이 집을 비운 사이,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장’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 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장’이 결투에서 패할 경우, ‘마르그리트’는 즉시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데… 단 한번의 결투가 세 사람의 운명을 가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하나의 사건과 세 개의 시선
세 사람을 둘러싼 사건은 여러 가지가 아닌 단 하나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
장은 영주의 눈에 든 자크가 목숨을 살려준 자신과의 우정을 배신하고 아첨을 반복하며 권력을 얻은 놈이라 생각한다. 장은 자크가 아내 마르그리트의 결혼 지참금이었던 땅을 빼앗고, 나아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던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며 무지향성으로 분노를 터트린다.
1장, 장의 시선으로 보면 자크는 분명 아첨꾼이자 배신자가 맞지만 자크의 시선으로 본 순간들은 사뭇 다르다. 자크가 난봉꾼인 건 맞지만, 그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리모주 전투에서 다른 병사들이 장의 뒤를 따르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장을 뒤따라가야 한다고 선봉에 선 사람은 자크였고, 자크는 영주에게 장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두둔한다. 자크는 권력을 얻으려고 영주와 함께 어울리긴 하지만, 꼭 장을 배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성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 권력
하지만 막강한 권력 앞에서 두 인물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우정과 이성을 가볍게 내버린다. 장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옳음 따윈 없어. 사내들의 권력만 존재하는 거야.”
장은 영주에게 인정받고, 좋은 땅을 받고, 본인 대신에 성을 물려받게 된 자크에게 분노와 열등감을 느낀다.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기로 했던 진짜 주인은 나인데,. 나는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이 없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오가고 있는데, 기사 집안도 아니었던 친구 놈이 성에서 잘 놀고먹고 있다니. 앞서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입은 장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장은 자크를 이길 유일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기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전쟁을 끝마치고 영주에게 보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장은 자신을 가볍게 부르는 자크에게 자신은 이제 기사니 존칭(Sir)을 하라고 명령한다. 자크는 공격적으로 나오는 장을 이해할 수 없지만 우선 그가 기사인 것은 맞으니 존칭을 붙여 대답한다.
기사가 되어 존칭을 받음으로써 이제 자크를 이긴 걸까 싶었는데, 장이 다시 분노할 일이 생긴다. 자크가 자신의 아내 마르그리트를 겁탈한 것이다. 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나의 후세를 낳아줄 값진 암말, 나의 소유물을 말이다. 장은 마르그리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자크를 벌하는 것에 더 열을 내며 마지막 전투 재판까지 참여한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장이 결투에서 지면 화형에 처해질 운명을 부여받고, 두 남성이 자유롭게 칼을 휘두를 동안 발목이 묶인 채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남성들의 권력싸움 앞에서 여성이었던 마르그리트는 무력하게 묶여 그들의 싸움에 희생되고 있을 뿐이었다.
여성을 부조리한 시선으로 바라본 남성들
중세 시대 여성들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 사회적 지위가 없기에 남편 없이는 재판을 열 수 없었고, 여성은 무슨 일을 당하든 입을 열 수 없었으며 후세를 잇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 또는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집안에 보내지는 뇌물 정도로 인식된다. 여성은 그저 남편, 남성의 권력과 욕망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자 소유물일 뿐이다.
영화의 초반, 장의 시선으로 본 장의 모습은 마치 아내를 아껴 재판까지 참여한 꽤 멀쩡한 남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본 장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으며 사건을 알게 된 순간엔 마치 자신의 물건을 뺏겨 화가 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아내가 상처 입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기보단 “나의 소유물을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감히 내거를 가져가려고 해?” 이런 마음과 비슷한 분노였다. 장은 마르그리트의 말을 듣자마자 “그놈은 왜!”라고 소리치며 나의 소유물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듯 마르그리트를 침대에 눕힌다.
여성 편력이 굉장하다고 소문난 자크 또한 여성을 육욕의 대상으로만 인지한다. 그는 축하파티 자리에서 처음으로 본 마르그리트의 미모에 홀려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다. 욕심내면 안된다는 부하의 말에 자크는 “나를 향한 저 눈빛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박하며 일방적이고 사랑, 사랑보단 폭력에 가까운 욕망을 키워간다. 자크는 재판장에 서서도 끝까지 그것은 강제적인 관계가 아니었으며 마르그리트 또한 자신을 사랑했다고, 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라고 소리친다.
거기에 얹어지는 남성 법조인들의 수치스러운 질문 퍼레이드를 보며 어이가 없다 못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이 시대는 대체 얼마나 야만적이고 지저분했던 걸까. 중세 시대라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위엄과 무게감 따위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장면이었다.
우리에 갇힌 암말과 같은 여성의 지위
영화의 세 번째 시선, 드디어 마르그리트의 시선이다. 마르그리트는 국가적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버지의 딸이다. 나름 돈도 많고 괜찮은 집안이었지만 배신자 딱지가 붙자 아무도 마르그리트의 집안과 연을 맺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마르그리트와 혼인을 약속한 건 바로 장이었다.
흑사병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명성과 집안을 이어줄 후세를 낳는 일이었다. 장은 마르그리트 집안의 돈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마르그리트의 몸을 이용하기 위해 마르그리트를 아내로 맞이한다.
장은 수차례 관계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마르그리트를 보며 첫 아내와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며 마르그리트를 압박한다. 장의 어머니 또한 아내의 의무를 다하라고, 여성은 겁탈을 당해도 아무 말 없이 집안에 있는 거라고 다그친다. 마르그리트의 친구 마리 또한 결혼의 무게감을 느끼며, 여성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 사회가 말하는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희생한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던 여성, 마르그리트
마르그리트는 장이 꽁꽁 묶어둔 그의 번식용 값진 암말을 보며 자신 또한 그 암말의 존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고립된 상태로 살아온 마르그리트는 장이 긴 전투를 떠나고 스스로 집안일을 처리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새하얀 얼굴이 아닌 조금은 탄 얼굴, 하인인 알리스는 얼굴이 타지 않았냐고 묻는 마르그리트에게 “얼굴에 색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죠.”라고 답한다. 스스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마르그리트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남성들의 욕망을 채워줄 도구 따위가 아니다.
여성의 침묵의 대가는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뿐이고, 만일 침묵하지 않는다면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
장도 친구 마리도, 마르그리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모두가 마르그리트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욕하며 자크의 편을 든다.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의 어머니는 자신도 겁탈을 당했지만 꾹 참고 견뎌 겨우 살아있다고, 재판을 진행하지 말라며 마르그리트를 말린다.
부조리한 일을 겪었음에도 여성은 침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그저 살아갈 수 있는 찬스를 얻는 것뿐이다. 삶을 영위한다는 건 고귀한 일이지만, 여성은 그저 살아있을 뿐, 명예, 지위, 돈 같은 것들을 절대 탐할 수 없는 아이를 낳는 도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마르그리트가 침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마르그리트는 장과 자크의 결투 재판에 끼인 채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고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 그것도 자신의 손이 아닌 장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목숨을 반강제로 걸게 된다.
피 튀기는 마지막 결투
사실 점점 더 처절해져가는 결투를 보며 장과 자크 두 사람이 다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두 인물이 모두 미웠으니까. 하지만 발목이 묶인 채 결투를 지켜보는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장을 조금은 응원했던 것 같다.
처음엔 말을 타고 꼿꼿한 자세로 시작된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처절하게 변한다. 장과 자크는 말의 죽음과 동시에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이내 괴성을 내며 무기를 휘두른다. 긴 창에서 도끼, 검, 그리고 단검까지. 두 사람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싸움은 더 치열하고 본능적인 모양새로 바뀐다. 장과 자크, 두 사람은 본인의 권력을 위해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싸운다.
신의 손, 신의 심판인 결투 재판의 결과를 결정하는 건 결국 남성이었다.
신의 손, 신의 은총이라 불리는 결투 재판이지만 사실 결투 재판은 싸움을 하는 남성이 언제 지치느냐, 언제 죽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남성들에 의해 내려지는 이 재판은 사회에서 남성이 가진 절대적인 힘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만든다.
남성들의 힘이 모든 걸 결정하는 그 결투에 자신의 목숨마저 걸라니. 마르그리트는 장의 손에 자신의 목숨을 그대로 쥐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말한다.
“이게(아이를 낳는 것) 내 삶이었어요.”
“엄마에게 정의가 필요한 것보다 더,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해요.”
마르그리트는 이러한 재판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재판은 과연 누굴 위한 재판이며 이 재판이 말하는 거짓과 진실은 제대로 된 것이었을까?
장이 결투에서 승리하고 마르그리트의 발목에 묶여있던 족쇄가 풀리지만 세상은 여전히 마르그리트가 아닌 신의 재판에서 승리한 장에게 집중하고 박수를 보낸다. 누구도 마르그리트의 무고함엔 관심이 없다. 이게 바로 그 시대의 진정한 민낯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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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나이트> 난해함에 가려진 현대적 고전의 진면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는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R.R. 톨킨이 현대어로 정리한 영국의 두운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사실 이 영화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록 아서 왕 전설에 속하지만 원작 자체가 아서와 엑스칼리버, 랜슬롯과 귀네비어의 사랑, 성배 찾기와 같은 굵직한 에피소드에 비해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린 나이트>는 난해하다. 일반적인 판타지 작품에서 기대할 법한 화려한 액션은 없다. 대사도 많이 등장하지 않으며, 간간히 나오는 대사들마저 함축적이거나 중의적인 경우가 많다.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목 베기 게임, 여인의 유혹, 획득물 교환 게임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미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일반적인 화법을 따르지 않는 <그린 나이트>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마치 조개껍데기를 벗겨낼 때 숨어 있는 진주를 발견할 수 있듯이, 인상적인 영상미를 통해 혼란스러움과 불친절함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로 받아들일 때 <그린 나이트>의 감상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이러한 느낌은 진정한 기사로 거듭나는 가웨인의 여정에 관객들이 스스로를 대입시키는 효과적인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서 왕(숀 해리스)'의 조카라는 이유로 원탁에 앉을 수 있었던 '가웨인(데브 파텔)'은 원탁의 다른 기사들처럼 위대하고 아름다운 무용담을 가지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런 그 앞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나타난 '녹색 기사(랄프 이네슨)'는 자신의 목을 내리치고, 그 대가로 1년 뒤 녹색 예배당으로 가서 녹색 기사에게 똑같이 목을 내리치는 도끼날을 맞는 게임을 제안한다. 가웨인은 이 '목 베기 게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진정한 기사로 거듭날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녹색 기사의 도끼로 그의 목을 내리치고 정확히 1년이 지난 후 녹색 예배당으로 향하는 여정에 나선다.
모험 중에 가웨인은 도적, 여인, '성주(조엘 에저튼)', 여우 등을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기사도의 여러 덕목을 착실히 배워나간다. 이때 영화는 그가 관대함, 신의, 순결, 예의범절, 그리고 연민 등을 배우는 것보다 그 덕목 앞에서 자신의 끓어오르는 욕망과 삶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한 채 갈등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원탁의 기사이자 영웅인 가웨인 이전에 자아를 사로잡은 혼란 때문에 괴로워하며 도망치려 하는 한 명의 연약한 인간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에셀'과 '귀부인' 역을 동시에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웨인의 연인인 에셀은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그로 하여금 가책을 느끼게 하고, 그를 유혹하는 귀부인은 그가 기사가 되기에 인간적 약점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한 명은 과연 그가 기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다른 한 명은 그가 기사가 될 만한 재목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그렇게 그녀들과의 만남과 이별은 가웨인이 녹색 기사와 재회하기 위한 여정을 지속할 것인지, 즉 기사로 거듭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된다. 이에 가웨인은 연인과의 사랑을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유혹에 넘어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면서 고귀하고 진실한 인간이자 기사로 성장한다.
이처럼 기사도를 배우고 기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린 나이트>는 마치 기독교적 윤리로 가득한 작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도 게르만 족이 잉글랜드 섬을 침략하자 브리톤 족이 이에 맞서 싸웠던 아서 왕 전설의 역사적 배경이 가웨인의 여정에 투영된 기독교적 흔적 영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당장 영화의 첫 대사부터가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어요"이고, 이 대사는 가웨인의 방탕함과 대조를 이루면서 영화가 가웨인의 속죄와 회개, 그리고 참회를 다루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서 왕의 왕관은 성화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성인들 뒤를 비추는 후광을 본뜨고 있으며, 이는 캐멀롯 왕궁의 상징인 원탁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녹색 기사가 기독교의 상징인 캐멀롯 왕궁에 난데없이 나타나 게임을 제안하는 모습은 이교도 대 기독교도의 대결 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녹색 예배당에서 가웨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십자가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뉘우치는 그의 모습에서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와 사도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명백히 들리고 보이는 것과 달리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의 모험을 평면적이고 교훈적인 성장담으로 결론짓지 않는다. 영화는 상징이나 이미지에서 두드러지는 기독교적 배경에 비하면 자연과 이교도, 마법과 켈트족의 신화에 힘을 주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그들의 존재감을 노출한다. 가웨인이 녹색 기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완결 짓지 않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가웨인의 어머니인 '모건 르 페이(사리타 초우드리)'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지만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가웨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도적떼와 붉은여우부터 거인과 눈을 가리고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노파에 이르기까지 가웨인을 유혹하거나, 낙담시키거나, 알 수 없는 조언을 건네는 이들의 정체도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 결과 <그린 나이트>는 신의 말씀에 충실하고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자아를 성찰하고 새로운 삶의 기준을 찾는 입체적인 작품으로 거듭난다. 가웨인이 마주한 인물들이 그를 유혹하거나 방랑으로 이끈다 해도 영화는 그들의 존재가 악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기존의 전통과 관습 하에서 가웨인이 스스로 억압하던 정열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진정한 자아를 찾게 만드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목 베기 게임, 여인의 유혹, 획득물 교환 게임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과 갈망, 그리고 기사도의 덕목 중 갖춘 것과 갖추지 못한 것을 구분한다. 또한 부족함을 채우고 진실해지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깨닫는다. 따라서 가웨인의 각성은 단지 그리스도교라는 기존의 사회적 전통에 충실한 기사로의 성장보다는,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과 진정한 자아 사이에서 마침내 중심을 찾아낸 한 젊은이의 성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린 나이트>가 고대의 전설을 넘어 현대의 고전으로도 발돋움하는 이유다. "이야기의 뿌리인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나가는 한 청년과 관련된 기사도의 개념은 지금 시대에도 시의적절하다"는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따르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은 젊은 세대가 가웨인에게 이입하여 스스로 기사가 되어가는, 즉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확립하는 과정을 경험할 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가웨인에게 "훌륭한 전사가 되는 것에서 사회적인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곧 완벽하지 않아도 완벽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투영할 뿐 그를 완전무결한 기독교적 영웅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이때 <그린 나이트>는 이 모든 이야기를 금색, 녹색, 적색, 회색이라는 색 안에 담아낸다. 가웨인이 입은 망토는 아서 왕의 왕관을 닮은 금색을 하고 있고, 이 망토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웨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연을 뒤덮은 녹색의 이미지로부터 그를 지켜준다. 가웨인 대 녹색 기사, 카멜롯 대 녹색 예배당, 더 나아가 기독교 대 이교도의 대립이 두 색책의 대비에 담겨 있는 것이다. 적색은 숱한 피의 향연을 장식하면서 두 세계를 넘나드는 가웨인의 모험이 삶과 죽음 사이에 위치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회색은 거인들을 만나는 대목처럼 매혹적이고 장엄하지만 동시에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모험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회색풍의 색감은 영화 전반을 지배하며 녹색 기사의 도끼날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가웨인의 혼란스럽고 난해한 내면을 외면화하며, 마찬가지 입장인 관객들을 가웨인의 내면으로 자연스레 초대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채로운 영상미의 도움을 받아 난해함과 혼란이라는 껍데기를 열기만 한다면, <그린 나이트>가 품은 기독교적인 성장담, 기독교 세계에 가려졌던 켈트 족의 영웅과 마법을 조명하는 판타지, 더 나아가 가장 현대적인 고전이라는 다양한 진주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상이한 세계가 만날 때의 혼란, 충격, 경탄을 장중하게 담아낸 서사시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그린 나이트>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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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변화는 실패했다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는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자녀가 안전하고 좋은 길로만 가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라면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게 되는 그 이후에도 완벽하게 안전한 길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최선은 그 많은 길 중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다. 이미 자신이 걸어왔던 길, 그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누군가가 이미 지나갔던 안전한 길로 자녀가 가길 원한다.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좀 더 편하고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그 길은 이미 남들이 가봤던 길이다. 전혀 새롭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자녀들이 새로운 길을 궁금해한다. 그저 호기심에서 머물 수도 있지만 일부는 그 호기심의 벽을 뚫고 새로운 경험을 하러 뛰쳐나간다. 부모의 생각대로 거기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하면서 나아가는 자녀는 그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롭고 창의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그건 부모가 생각하지 못했던 발전이자 진보다.
보수적인 부모와 진보적인 자녀의 갈등을 다룬 영화
영화 <인어공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자녀와 부모의 대립이 전면에서 다뤄진다. 물론 이 영화의 이야기 중심 주제는 젊은 두 남녀의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위해서 넘어야 할 관문은 남녀 모두에게 부모다. 부모는 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며 더 나아가 각자가 살고 있는 새로운 사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서로를 위험한 존재로 보며 교류를 차단하려 애쓴다. 그런 상황에 놓은 두 남녀에게는 더 상대방에게 다가가려는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힘은 일종의 반항심으로 부모에게 반기를 들게 한다.
영화의 중심인물은 에리얼(할리 베일리)이다. 인어인 그녀는 인간 사회와 인간이 쓰는 물건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아버지 트리톤 왕(하비에르 바르뎀)의 눈을 피해 인간이 쓰는 물건을 모으고 배 위 인간들의 모습을 훔쳐본다. 인간에 의해 아내를 잃은 트리톤 왕의 입장에서 인간들은 위험한 종족이고 교류가 불가능한 종족이다. 그래서 그는 막내딸은 에리얼이 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에리얼의 자유를 속박하면서 그녀를 보호하려 하는 것이다. 이 속박은 에리얼의 반항심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크게 만든다.
에리얼이 사랑에 빠지는 에릭 왕자(조너 하우어 킹) 역시 보수적인 어머니 밑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입양된 그는, 안전한 길로 가길 원하는 어머니의 말을 답답해한다. 어느 날 배가 폭풍우에 침몰하게 되고, 에리얼이 그를 구하면서 그는 바다에서 자신을 구해준 존재를 찾아다닌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이용해 은인을 구해 다니는 그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영화
1989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실사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인어공주>는 보수적인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 독립적인 선택을 하는 에리얼과 에릭 왕자의 사랑이야기를 원작과 거의 동일하게 담았다.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으면서 몇 가지 변주를 줬다. 에리얼을 백인에서 흑인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 음악의 색깔도 좀 더 R&B 의 느낌을 넣어 변주했다. 이야기 자체를 변주하진 않았기 때문에 큰 줄기는 익숙한 느낌을 주고, 작은 변주로 새로운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 변주가 그렇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 에리얼을 흑인으로 변경한 것은 큰 변화다. 최근 디즈니 작품들의 방향은 좀 더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주의(PC주의:Political Correctness)를 여러 작품에 적용하면서 마블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유색인종으로 바꾸고,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들에도 인물들의 인종과 역할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이런 디즈니의 행보는 변화가 적용된 영화들이 훌륭하고 재미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마블에서 최근 개봉했던 영화들 중 <샹치>, <블랜팬서: 와칸다 포에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모두 주인공이 유색인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흥행성적이나 관객들의 평가가 과거의 마블 시리즈들에 비해서 그렇게 좋지 않다. 무엇보다 바뀐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꽤 크게 다가온다. 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즈니의 대표 작품인 <인어공주>를 실사화하는 프로젝트는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패한 변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을 흑인으로 바꾼 선택은 제작 단계부터 무수한 논쟁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에 기억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은 큰 반발을 불러왔다. 디즈니는 마치 에리얼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것처럼 자신의 뜻을 그대로 밀어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뮤지컬 장르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롭 마샬 감독을 고용해 완성도를 높이려 애썼다.
에리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는 가수 출신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노래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하지만 문제는 에리얼이라는 배역과 할리 베일리의 이미지가 좀처럼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흑인이라는 인종의 문제를 떠나서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원작의 에리얼에 비해 할리 베일리가 맡은 에리얼의 이미지는 좀 더 강인하다. 할리 베일리의 머리스타일인 드레드록스(레게 머리)도 기존의 인어공주 이미지와 상반되는 인상을 준다. 이런 요소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몰입을 적지 않게 방해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에릭 왕자와의 감정 교류와 갈등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만든다.
대표적인 영화의 사운드트랙 중 '언더더씨'가 흥겹게 흘러나오고 다른 노래들도 들려오지만 캐릭터들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한 탓에 보는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이건 각본의 탓도 크다. 과거 애니메이션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끌고 왔지만, 그 당시에는 진보적으로 보였던 캐릭터들이 지금은 너무 익숙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랑 때문에 기존의 틀을 벗어나 반항하는 이야기는 지금 시대에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너무 충실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안정을 추구했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새롭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한다.
이 영화의 다른 단점으로는 어두운 화면을 들 수 있다. 물속에서의 모습도 마찬가지고 지상에서 벌어지는 장면들도 너무 어둡게 느껴진다.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어색한 CG와 어두운 화면이 섞이면서 영화의 질감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이런 어두운 화면은 밝은 영화의 분위기를 낮춰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영화 말미 인어족들이 에리얼의 뒤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장면은 분장한 사람이 등장한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에리얼의 고모인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다. 원작과 비슷한 이미지로 등장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를 훌륭한 가창력을 뽐낸다. 비록 악역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역동적인 캐릭터다.
영화 <인어공주>는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긴 러닝타임(135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어두운 화면과 조금 무섭게 등장하는 울슐라 캐릭터 덕분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기에도 적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와 캐릭터, 러닝타임 등 영화가 가진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영화 <인어공주>는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지는 실사영화다. 이 영화의 흥행 성적에 따라 향후 디즈니가 실사화하는 여러 영화들에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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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겨울왕국2>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한계점, 하지만 넘버는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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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를 사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겨울왕국>. 시즌 1에 이어 <겨울왕국2> 역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역시 디즈니답게 화려하고 섬세하게 풀어냈고, 너무나도 넘버들이 좋았던, 하지만 한계점은 분명히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겨울왕국2> 시놉시스
내 마법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나를 부르는 저 목소리는 누구지?어느 날 부턴가 의문의 목소리가 엘사를 부르고,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을 위협한다. 트롤은 모든 것은 과거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며 엘사의 힘의 비밀과 진실을 찾아 떠나야한다고 조언한다.
위험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만 하는 엘사와 안나는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크리스토프, 올라프 그리고 스벤과 함께 위험천만한 놀라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운명을 만나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겨울왕국2>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라캉과 함께 떠나는 엘사의 기원 여행
엘사는 자신이 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또한 위기에 처한 아렌델을 구하기 위해 ‘아토할란’이라는 곳을 찾아간다. 자신이 다섯 번재 정령임을 깨달으면서 show yourself를 부르며 얼음동굴로 들어가는데 이 부분이 라캉이 말한 실재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캉은 사람이 언어를 배우면서 상징계로 편입되고 태어나는 순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실재계로부터 괴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엘사는 아토할란이라는 곳으로 돌아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기원을 찾고 상징계를 벗어나 실재계와의 만남을 이룬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초로 돌아가 자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고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서 상징계의 세계 속에서 억눌려 있던 자신의 능력을 실재계로 들어와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디즈니 이데올로기
겨울왕국 시리즈가 기존의 디즈니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공주님이 잘생기고 멋진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전형적인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사는 결혼이 아닌 정령이 되면서 혼자 자립을 했고, 안나는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크리스토프를 만나 결혼을 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진게 없다. 그저 표면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자립을 했고, 그저 멋진 왕자님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만 다를 뿐 결국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라는 디즈니식 결말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한계 역시 드러났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엘사에게 투영시키고, 발랄하고 천방지축인 캐릭터를 안나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열심히 모험을 떠나고 달려가는 중에도 힐과 치마를 고수하는 우리의 공주님들. 겉으로 보기에는 주체적인 여성처럼 보였지만 그 캐릭터를 딱 두 가지로 분류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ost는 너무 좋다
비판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겨울왕국2>는 좋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한 거고 재밌는 건 재밌는거다. 가장 좋았던 넘버는 show yourself와 안나가 올라프를 잃고 부른 the next right thing이었다. 이 두 가지 넘버가 정말정말 좋았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7080 뮤직비디오 감성으로 회귀시켜버린 크리스토프의 문제작 lost in the woods.
정말 노래만 듣다가 이렇게 웃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기획진이 영혼을 갈아 넣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꼽빠지게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올라프의 겨울왕국 1편 요약해설장면과 쿠키 영상으로 나오는 겨울왕국2편 요약해설장면. 가히 명장면이다. 이 두 장면만 보러 겨울왕국2를 봐도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이라 확신한다.
영화 <겨울왕국2>는 비판점과 한계점이 정확하게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스토리와 넘버 만큼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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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같은 나와 물 같은 네가 서로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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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트 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두 사람. 불 남자와 불 여자는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원래 고향이었던 파이어랜드를 등지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한다. 쓰는 언어부터 달랐던 두 사람.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풀 원소 공무원이 말한다. “그럼 버니와 신더는 어떤가요” 남자는 버니, 여자는 신더가 됐다. 몸만 달랑 온 두 사람. 엘리멘트 시티에 가게 하나를 얻어서 잡화상점을 운영한다. 어려운 사회생활. 그래도 자라는 앰버를 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신다. 어느덧 성장한 앰버. 엄마와 아빠의 희망이었던 딸. 의젓한 딸은 나이 든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서 종업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온 인류를 뒤져서라도, 아니 온 원소를 다 뒤져서라도 진상 손님이 없는 세상은 아무 데도 없다. 여러모로 화를 돋우는 원소들. 앰버는 타고난 성질 때문인지 오늘도 욱해버렸다. 화를 낸 탓에 불에 탄 가게들. 수리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생긴 마음의 빛을 지우기는 어렵다.
몸이 약해진 듯한 아버지 버니. 얼른 노력을 해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고 싶다. 당연하지. 이 가게는 부모님의 희망이었으니까. 약해지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해소될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아버지 버니가 딸 앰버에게 하루만 가게를 맡긴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앰버. 첫 스타트는 좋았다. 그러나 시작만 좋았다. 여지없이 달려든 진상손님. 답답함이 터져 다시 가게가 불에 그을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혼자 어디 가는 척했기 때문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왜 그렇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불에 탄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물벼락. 그런데 그 물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등장했다. 엉엉 울며 등장한 이 남자. 자기소개를 전한다. “안녕. 난 웨이드!”
디즈니x픽사의 상상력
전년 <소울>과 <루카>로 대형 홈런을 친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이다. 사실 최근의 디즈니는 그렇게 타율이 좋지 못하다. 가장 근작인 <인어공주>는 수많은 논란이 오히려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 듯이 흥행 성적이 시원치 않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아예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헛방만 치고 있다. 그나마 ‘가오갤’이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디즈니.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토이 스토리’ ip를 사용한 결과물로(픽사가 협업하긴 했지만)도 영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디즈니의 성적표가 점점 서늘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 <엘리멘탈>은 디즈니의 상상력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또 픽사가 갖고 있는 낭만과 동심의 이야기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코코>에서 보여준 사후세계와 <소울>에서 볼 수 있었던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잘 구현했다. 사실 <코코>에서 볼 수 있었던 저승 묘사는 우리 삶 속에서 익숙한 장면이 어느 정도 있다. 비단 우리만 해도 ‘신과 함께’에서 저승을 봤었는걸? 영화는 이 익숙한듯한 묘사를 살짝 틀어서 변화구를 던졌다. 공간적 배경이 멕시코의 어느 마을이었다. 멕시코 토속적인 소재들과 저승이라는 세팅, 또 이승-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의 특성을 합쳐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사람 사는 듯한 느낌 1/3 멕시코 정취 1/3 저승의 이미지 1/3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 <엘리멘탈>은 <코코>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원소들의 세계라는 점은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서 만들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도시. 시각적으로 눈정화가 되는 비주얼도 예쁘지만 신기한 건 다른 지점에 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도시문제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위시로 한 각 도시의 원도심 문제가 그렇다. 이 마을에서 엘리멘트 시티는 이마저도 구현한 듯하다. 바로 불 종족들이 사는 도시와 물 종족들이 사는 도시가 좀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감독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이는 장소로서의 특성만 구현한 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도시의 양극화 문제는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게 영화가 인종문제와 이주민들의 적응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작품이 잘 살린 연출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빠지면 섭섭하지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손이라는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1970년대에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정착해 가정을 이루셨다고 한다. 자전적인 코드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을 비유하는 묘사가 몇 있다. 우선 불 종족인 앰버 가족이 쓰는 언어다. 이 캐릭터들은 초반에 등장할 때 자막 처리가 안 되어있다. 영화가 디즈니/픽사에서 제작되었다는 걸 상기시키면 이 이유가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듯하다. 또 이 불 종족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한다. 게다가 앰버가 아버지 버니를 부를 때 '아슈파'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는 한국인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첫째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쓴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 뜨거운 것에 대한 비유는 역시 김치, 고추장을 위시로 한 매운 음식에 대한 묘사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셋째. 호칭 '아슈라'는 아마 '아빠'라는 단어에서 온 듯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남기면서 무슨 코멘트를 남긴다. 이 기점 찍고 주인공 어머니가 어떤 소재에 대해 앰버에게 코멘트를 하는 신이 있다. 이 부분 잘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자라면서 겪는 유교문화에서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위에서 서술한 la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을 봐도 그렇다. 당시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la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누수문제라던가 치안에 있어 약점을 가진, 그러니까 땅값이 저렴한 곳에 거주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도시의 미관부터 시작해 이야기의 서사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충분히 강점으로 뽑을 만하다. 이외에도 미술로 대표되는 물과 풀, 공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능통한 모습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반대로 웨이드는 백인 사회를 비유하고 있다. 처음 버니와 샌더가 입국심사를 할 때 바로 영어를 쓰는 모습이 그렇다. 또 '물'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속성을 생각해 보면 더 백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백인이 없으면 엘리멘트 시티 자체가 있을 일이 없는 것이다. 영화 내적으로 가장 흔하게 보인다는 점도 백인이라는 비유에 걸맞다. 그리고 글쓴이가 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풀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왜? 풀이라고 하는 것이 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유대인들이 미국을 먼저 건너가서 만들었다고 보는 건 아예 무리가 있다. 미국사회가 만들어지고 유대인들이 정착한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을 생각해 보면 풀 종족이 후에 어떤 인물로 묘사되는지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비유가 되는 듯하다. 다른 종족은 공기 종족이다. 역시 구름 종족으로 대표된다. 이 종족의 특성은 스포츠다. 이 스포츠에 대한 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면 이 종족이 어떤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종족이 엘리멘탈 시티에 온 순서를 생각해 보면 역시 어렵지 않게 근거로 매길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묘사가 영화에서 재미있는 특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좀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역시 이 점에서 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풀과 공기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은 느낌? 인종주의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고 이 인물들이 하하 호호 다 잘 지내는 게 핵심인 것 치고 두 종족이 좀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또 너무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물을 쉽게 세팅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영화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다. 두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엮일 수 없는 존재다. 물과 불이라는 걸 상상해 보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이야기 구성으로 주파하고 있다. 영화는 불, 그러니까 앰버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앰버는 욱하면 무섭다. 한 번 크게 화를 내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불태운다. 이 특성은 정확히 반대로 웨이드가 갖고 있다. 중간에 누군가의 집에 가는 신에 있다. 여기서 어떤 문제가 벌어진다. 웨이드는 앰버는 가능하지만 웨이드는 불가능한 능력 묘사가 나온다. 이 가능/불가능의 대조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작품의 핵심소재인 '한 줄의 대사'로 도착한다. 이는 웨이드와 앰버의 대조점을 조명하던 영화의 이야기를 뒤엎는듯한 테마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영화의 4 원소로 멋지게 풀어낸 것이다. 이를 캐릭터의 서사로서만 푼 것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출도 영화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살짝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로맨스를 위해서 이야기가 후반부에 맥이 빠진다는 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으로 온갖 눈물은 다 나오게 하던 디즈니 x픽사치 고는 좀 관성적으로 이야기를 푼 느낌이 있다. 좀 예상되는 느낌? 또 영화 핵심 사건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해결되는 과정이 디테일이 약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후반부 아름다운 장면을 위해 아름답게 서사를 살짝 희생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또 이민자들 간의 관계를 지엽적으로만 접근했다는 것이 후반부의 문제해결 과정에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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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넷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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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화제작 개봉이 많았던 4월 넷째 주는 지난번(77만 9천 명)과 비교했을 때 주말 관객 수가 약 151만 5천 명으로 94% 증가하였습니다. 이번 주도 기대작이 많은 관계로 5월 첫째 주의 주말 관객 수 역시 기대해 볼 만 합니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드림>이 예상과 같이 1,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두 영화의 개봉으로 아쉽게도 <리바운드>와 <킬링 로맨스>는 주말 관객 수 TOP 5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존 윅 4>, <스즈메의 문단속>, <옥수역귀신>의 순위가 하락하였습니다.
1.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NEW)
유명 게임 시리즈 '슈퍼 마리오'를 영화화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 첫 주말에 약 61만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이 합작하며 기대를 모았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사 영화 중에서도 호평받는 작품으로 개봉 2주 차 성적 역시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2. <드림> (NEW)
배우들의 케미와 유쾌한 대사로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영화 <드림>이 개봉 첫 주말 38만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예측불허 매력과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로 기분 좋은 웃음을 주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따스한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며 뜨거운 입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3. <존 윅 4>(⬇︎2)
인기 영화 시리즈 <존 윅 4>는 개봉 19일 만에 150만 돌파에 성공하며, 팬데믹 이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개봉작 중 흥행 1위에 올라섰습니다. 또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보다 16일 빠르게 150만을 돌파하며 얼마큼의 흥행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많은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 <스즈메의 문단속> (⬇︎2)
높은 순위를 유지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이 약 2개월 간 장기 상영을 하며 개봉 8주 차 주말에는 4위로 하락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하며 높은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 또한, 국내 개봉 전체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3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 <옥수역귀신>(⬇︎1)
지난주에 4위를 차지했던 김보라, 김재현, 신소율 주연의 <옥수역귀신>이 넷째 주에는 한 단계 하락하여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2주 차에 10만 관객을 돌파한 <옥수역귀신>은 해외 127개국에 판매되며 프랑스, 영국, 베트남 등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넷째 주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차지하며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레이첼 맥아담스 주연 영화 <알 유 데어 갓? 이츠 미, 마가렛>의 개봉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의 재개봉으로 <더 커버넌트>와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순위권 밖으로 하락하였습니다. 3위를 차지한 <알 유 데어 갓? 이츠 미, 마가렛>는 <지랄발광 17세> 연출을 맡은 켈리 프레몬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며, 아직 국내 개봉에 대한 소식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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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4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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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가 훨씬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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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겨울왕국 2'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저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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