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03 15:59:43
마른 우산과 마르지 않은 마음 사이의 우리
영화 <어제 내린 비>
여름의 시작에서 바라본 영화 '어제 내린 비'. 윤혜리 배우님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아쉬울 만큼 여운 깊었던 영화였다. 분명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데, 억지로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청량한 여름의 시원함보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현실을 보여주듯.
비가 와도 시원하지 않은 그때 여름의 민조는 아침엔 곤계란이, 점심엔 냉면 위의 계란과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는 일까지 겪게 된다. 혼돈 그 자체의 민조는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이별 통보, 예식장 취소, 신혼여행 취소, 캐리어 환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 달력의 5월 18일을 가리듯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비는 이미 내렸고 마른 우산은 집으로 들고 들어와야 했다.
불안정한 마음이 가져다주는 갈등 사이에서 들려오는 어떤 말이 주는 영향력이 있었던 걸까.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던 민조가 마른 우산 대신 접을 수 없는 영환을 들여 시원한 바람에 시원한 수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쳐지나 보내며 그저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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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3] 철학과 영화 사이 (with. 정태완 감독)
🎙️ Episode 3. 촬영감독 정태완 00:00 자기소개 06:27 철학과 이야기 14:59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18:18 [날 좋은 날]이야기 19:47 홍상수 감독을 오마주한 [날 좋은 날] 23:20 다시 [날 좋은 날] 이야기 28:13 ‘공감’에 관한 이야기 34:11 영화를 계속해서 연출하지 못한 이유 36:50 종교에 관하여 41:59 촬영 감독으로서의 정태완 43:11 [풀 메탈 브레인] 이야기 & XR 이야기1 45:22 [풀 메탈 브레인]의 연출적인 이야기 47:23 한예종과 XR 이야기2 53:09 앞으로 계획 57:18 마무리 & 쑥스러움에 관한 이야기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정태완 📍instagram @xowanc 📍사이트 https://j30n9.myportfolio.com/work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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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헤어져본 사람...? 연애할 때 찌질해지는 순간들 (500일의 썸머, 연애의 온도) 연애 영화 현실 리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비주얼 특집!?
YG 케이플러스의 비주얼 모델들이 떴다!
모델돌 ATO6의 현우와 용국, 모델 출신 배우 고이진 그리고 여연희 까지~
훈훈한 남녀들을 모아놓고 달달한 연애영화를 주물러 봤습니다
#500일의썸머 #건축학개론 #연애의온도 #에이투식스 #ATO6 #현우 #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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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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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산 : 용의 출현> 티저 30초 예고편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한산: 용의 출현] 7월 27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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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버지의 길> 티저 예고편
세르비아의 작은 시골마을.
부당해고를 당해 일용직으로 근근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 니콜라.
가난과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회사에 대한 분노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부패한 사회 복지과는 자신들의 이득만을 위해 두 아이들의 양육권을 부모에게서 빼앗아 버린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힘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이들을 빼앗겨 버린 니콜라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일념으로
300km가 넘는 거리인 수도 베오그라드까지의 긴 여정을 결심한다.
모든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되찾을 권리와 정의를 위해
아버지 니콜라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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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릴 수 없는 짬뽕 기차, 어눌한 복수의 혈전.
불릿 트레인은 ‘고속열차’라는 뜻 그대로 ‘마리아 비틀’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불운의 킬러 레이디 버그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속 열차에 탑승하며 일어나는 일로서 미션과 관련된 이들과 뜨거운 혈투를 벌이는 액션이 펼쳐진다. 운명과 운에 초점이 맞춰진 이 이야기는 데이빗 레이치 연출과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더해져 액션에 코믹이 가미된 열차에 우리 모두를 탑승하게 만든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특별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레이디 버그는 복귀 미션 수행을 위해 초고속 열차에 탑승한다. 대타로 맡은 회수 의뢰는 가방을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미션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지만 일단 열차에서 내리려고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피 터지는 혈투가 시작된다. 끝인 줄 알았던 상황이 다시 시작됨에 따라 열차 곳곳에 숨은 킬러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레이디 버그는 가방을 가지고 무사히 내릴 수 있을까.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난잡한 혈투가 서류 가방과 레이디 버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마주한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불운이 끼쳐오는 걸까. 그가 불러온 불운의 무게가 아닌 많은 이들이 불러온 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순간이 머지않았다. 꼬인 듯한 이 관계들이 서로 맞물리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함께 묶인 만큼 끈끈해진 관계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끌어낸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기차는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나서야 멈춘다.궁극적으로담겨져있는이야기에대한 물음보다는 빠른 속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렬한 액션이 돋보이는 불릿 트레인은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해 보인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수다스러움 그 자체로 웃기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옮겨 온 탓인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 전반부를 지배한다.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이야기가 합쳐져 미묘한 불편함이 계속해서 따라온다. 서양인 시각에서 동양의 표현은 언제쯤이면 제대로 묘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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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
이 글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퀴즈에 출연한 김종기 이사장은 학교 폭력 근절에 앞설 수밖에 없었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 심한 형태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최근 촉법소년을 필두로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직설적인 제목에 연기 귀신들로 채워진 듯한 출연진을 앞세워 관객들을 찾아왔다.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직시하고 있을지. 포스터 가득한 비장하고도 비열한 분위기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기대된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권력 없는 아이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 건물은 왜 엘리베이터가 없어.
피해자의 핸드폰 (불법) 감식을 위해 강호창이 허름하다 못해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 계단을 오르며 한 말이다.
강호창의 한 몸을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존재. 출발은 같은지 몰라도 도착하는 속도만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존재. 엘리베이터는 영화에서 권력이나 재력(돈)의 동의어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엘리베이터"의 유무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피해자 김건희는 사회적 배려 전형으로 국제 학교로 오게 된 인물이고. 가해자들은 그 점을 이용했다. 바꿔 말하면 가해자들은 권력과 돈이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점이 건희를 바닥에서 기게 만들었고. 가해자들은 건희를 보며 키득거릴 수 있게 만들었다.
무언가 부족하다 해서 미워해야 할 근거는 되지 않으며. 반대로 가졌다 해서 없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 당연해지는 순간. 강호창처럼 투덜거리게 된다. 왜 원래 "있어야"할 것이 없냐고. 그것은 "없는" 너희의 잘못이지 있는 상태에 익숙해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문소리, 설경구 두 정상회담.;뭔가 엄청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배우 설경구와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났다.
배우로서의 초반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서로의 이름은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빚어내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고. 서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법한 내공을 가진 배우가 되어 이 영화에서 재회했다.
젊은 시절(?)의 두 배우는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힘이 들어가 있었다면. 이제 두 사람은 자신의 나이와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역할로 한 화면에서 만났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가장 점잖지만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편안한 옷을 입은 모습으로.
덕분에 한 사람이 퇴장하면 한 사람은 등장하고. 누군가가 울고 있다면 또 누군가는 그 모습을 경멸스럽게 쳐다볼 뿐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그 어떤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인물에게 힘이 치우치지 않은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그만큼 두 배우가 누구에게도 짐을 전가하지 않는 배우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두 배우의 영화를 보고 자란 내겐, 스치듯 안녕을 고하며 지나쳐가는 모든 장면들이 그저 귀하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쁜 이유.;주인공이 가장 나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 보호자들은 그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이기적이고 나쁘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앞다퉈 자신의 자식들을 권력의 그림자 안으로 숨기는 와중에도.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놈"을 꼽으라면 나는 결말로 가기도 전에 강호창이라고 말할 것이다.
강호창, 혹은 영화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아들도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진 뒤에야, 강호창은 자신의 직업의식을 십분 사용한다. 무시했던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영화는 후반부에 강호창이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다지 돈독해 보이지도 않던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는 이때부터 둘도 없는 부정(父情)의 탈을 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인 건우의 존재감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그러니 강호창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장면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후반부의 반전(?)을 빼고서라도. 선택적으로 정의를 부르짖는 강호창의 모습은 촌극에 가깝다.
마치면서
흔히 하는 말처럼 연기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 메시지는 아쉽게도 피해자보다는 설경구 부자의 억울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걸 보며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이야 예상을 했지만.
트릭은 너무 쉽고. 정작 써야 할 증거들은(자동차 블랙박스, 수표 일련번호 등) 법정에서 들이밀지도 않는다.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 같은 법정 신(Scene)이 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글의 TMI]
영화관에서 팝콘 등의 음식물을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내 의지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2022년 4월 25일 이후로 팝콘을 상영관에서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기분도 낼 겸 팝콘 하나를 샀다. 이직 후 주 4일 근무라 쉬는 평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며 먹는 팝콘은. 당분간은 꽤 기분 좋은 경험으로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와그작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한동안은 사 먹을 리 없겠지만.
#니부모얼굴이보고싶다 #최신영화 #영화추천 #설경구 #문소리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책원작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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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월드컵을 기념해서 축구 영화를
총 여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축구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소림축구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때 황금의 오른발로 명성을 날렸던 축구선수 명봉. 그는 부정시합 제의를 거절한 후 폭행을
당해 오른발을 잃지만, 넝마주이 씽씽 그리고 소림사에서 무공을 익히던 친구들과 함께
축구팀을 꾸린다.
cine pick!
주성치의 첫 번째 단독 연출작이자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홍콩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N차 관람을 하는 영화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이다.
선데이리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의 가장 완벽한 한 ‘골’을 위해 왕년에 피땀눈물을 꽤 흘려도 봤지만 끝내 좌절하고, 지금은
더 이상 완벽해지려는 시도조차 멈춘 이와, 못내 이루지 못한 꿈줄을 붙잡고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축덕 어른이들의 눈물 핑, 콧물 찡 흐르는 풋풋살벌 코미디 영화
cine pick!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이자 가슴 뭉클한 성장 드라마로 공감의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골!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산티아고 뮤네즈의 아버지는 빈곤한 그의 가족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런
산티아고의 유일한 관심은 오로지 축구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지역 시합에서 축구를 하다가
스카우트 담당인 글렌 포이에 의해 발굴되어 영국 프리미어 클럽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레알 마드리드와의 계약을 앞둔 중요한 게임을 앞두게 되고,
화려한 세계 축구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끝없는 노력이 계속된다.
cine pick!
<골!>은 3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영화의 첫 번째 시리즈이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복돋아 주는 영화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으며, 축구를
좋아한다면 꼭 봐야하는 영화다.
맨발의 꿈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직 축구스타 원광은 동티모르에서 사기를 당하고,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축구화가 비싸 사지 못하고, 원광은 다른 결심을 한다.
cine pick!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결성하여 히로시마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우승으로 이끈 한국인 감독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이다.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나오고,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들만의 월드컵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축구 스타 대니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급기야
음주운전에 경관 구타로 감옥에 가게 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감옥에서 간수로부터
축구팀을 훈련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따돌림을 피할 수 있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그것은 간수 대 죄수 축구 시합을 벌여 죄수들이 이기게 하려는 것이다.
cine pick!
1974년에 개봉한 <더 롱기스트 야드>를 각색한 <그들만의 월드컵>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매력적인 영화이다.
베른의 기적
ⓒ 네이버 영화
synopsis
2차대전 후 독일의 어느 탄광촌, 마테스는 마을 출신 축구선수 '란'을 영웅 삼아 살아간다.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풀려나고, 냉담하던 아버지는 그를 월드컵 결승에 데려간다.
cine pick!
축구를 좋아하는 사라마과 스위스 월드컵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본다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될
영화이다.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일의 흥행작으로 꼽힌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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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의 여행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주말가족여행’이라는 것은 존재자체를 몰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는 우리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독박육아를 피하고 싶었던 건지 여름이면 이모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충주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으로 몇 주간의 긴 여행을 떠났다. 고향를 떠나 멀리 충주로 시집간 이모할머니댁은 마을에 집이 몇 채 없는 시골이었다. 이모할머니집에서 보이는 집은 세 네채 정도 였고, 수퍼마켓도 없어서 걸어서 10분 넘게 가야하는 마을 입구의 작은 집에 과자 몇가지와 음료수 같은 걸 팔고 있는게 다 였다. 마을이 워낙 작은 데다가, 아이가 있는 집이 없어서 여름 방학에 우리들이 와서 시끌시끌 떠드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기다렸다고 한다.
꼬불꼬불 굽이진 산을 넘어가며 멀미를 하던 기억,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한 뒤에,먹었던 수박의 맛.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했던 좁은 논두렁 길, 메뚜기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일,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던 은하수. 매해 여름방학을 기다렸던 건 충주이모할머니댁 때문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웃집 토토토>를 볼 때 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동네를 생각한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 마을로 이사 오는 첫 장면부터 이모할머니댁으로 가던 그 느낌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1955년 일본의 시골 마을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 자매는 도쿄의 대학연구원인 아빠와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입원중인데, 퇴원하면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다.
집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낡았는데, 자매는 도깨비집같다며 깔깔 웃으며 뛰어다닐정도록 밝다. 오래된 집, 옛날 화장실, 엄청난 벌레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숲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자매. 어느 날 메이는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정령을 만나게 되는데, 메이는 그 정령에게 토토로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메이는 토토로를 만난 것을 자랑하지만, 사츠키는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산없이 나간 아빠를 마중갔다가 자매는 토토로를 만난다.
병원에 계신 엄마의 증세가 좋아져 주말에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자매는 기대했지만, 엄마의 상태가 악화되어 못오게 되어 아빠는 급하게 병원으로 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돌보아 주지만 자매는 우울함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메이는 엄마를 혼자 찾아 가려고 집을 나선다. 사츠키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메이를 찾아 나서지만, 흔적을 발현할 수 없었고, 절망한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부르고, 사츠키가 타자 바람처럼 달려 메이를 찾아준다. 메이와 사츠키는 화해하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 창문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본 뒤, 창문에 옥수수를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는 뭐랄까 담백하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라는 말도 거창하다고 느껴진다. 그저 어디까지가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고, 어디까지가 어른이 보는 세상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적은 드물고, 자연으로 가득 찬 시골, 정령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이모할머니댁에 갔던 열살 무렵 그 시절의 나 또한 수많은 요괴와 도깨비와 요정과 정령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이웃집 토토로>의 아빠를 본다. 토토로를 만난 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뾰루퉁한 메이에게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 한단다.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다. 운이 좋은 거야. 근데 늘 만날 수는 없는 거란다.” 라고 말하는 어른.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 이상 숲의 정령을 못 만나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의 눈으로 가르치기 보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태도를 본다. 이번 여름 방학엔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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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은 너무 쉽고 다정은 너무 어렵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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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태치먼트(Detachment)'는 '무심'을 뜻한다. 애착을 뜻하는 'Attachment'에 부정 접두어 De-가 붙어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애착의 반대는 무심이다.
열네 살 때 누군가가 물었다. 사랑의 반대말이 뭔지 아니.
나는 대답했다. 미워하는 거?
아니. 무관심이래.
중학생의 감수성으로도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안다.
내가 미워하는 무언가는 나와 닮아 있다는 것, 미워하는 마음도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 정도.
결핍은 사랑 받기를 원했던 대상에게 사랑 대신 무심, 무관심을 받을 때 생긴다. 누구나, 여러모로, 다양한 종류의 결핍을 가지고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결핍이 애정결핍이 아닐까. 실제로 '나 애정결핍이야' 하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자. 그에게 무엇이 결핍되어 있나. 어린애처럼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자학적이거나, 너무나 거만하거나, 혹은 너무나 세상에 무심하거나. 프로이트식으로 심플하게 리비도로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그러기엔 찜찜하고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무심은 사람을 건조하게 한다. 자신에 대한 무심, 타인에 대한 무심, 세상에 대한 무심.
인터넷을 보다 보면 '중립기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자동차를 중립기어로 두면 자동차는 기울어진 방향, 즉 비중이 큰 쪽으로 미끄러진다. 중립과 침묵은 힘이 센 쪽을 지지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무심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힘 센 쪽이 제멋대로 세상을 굴려가도록 내버려 둘 뿐이다.
'무심한 편'이라는 사람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무심할 수 있겠나. 우리는 쉽게 무심해지고, 노력을 필요로 하는 다정함을 잊는다.
애착과 관심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던 어른들 비슷하게 성장한 청소년기 정도. 다 큰 것 같지만 아기 같고, 아기 같지만 생각보다 성숙한 존재들. 누군가의 인정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존재들.
<디태치먼트>의 주인공 헨리가 기간제 교사로 만나게 되는 학생들도 그러한 존재들이다. 선생들이 기어이 학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학교의 문제아들. 아무리 앉으라고 해도, 조용히 하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선생의 권위 따위는 이미 저세상 갔다. 대관절 선생의 권위라는 건 무엇일까. 특히나 헨리가 가르치는 문학 수업 따위를 대체 어디다 써먹는다는 건가.
헨리의 반에도 헨리의 가방을 던지고, 위협을 가하려 하며 반항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정교사가 될 생각이 없는 베테랑 기간제 교사 헨리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당신을 조져버리겠다는 학생을 '네 행동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며,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상대한다. 이렇게 대단한 선생이, 한 직장에 안정적으로 다니지 못하는 것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헨리는 배움이 왜 필요한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우리는 왜 배워야 할까.
그의 요지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하여" 배워야 한다는 것.
역설적으로 영화에는 마음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한 트럭이다.
우선 헨리. 헨리는 어릴 때 엄마가 화장실에서 자살했고, 그 장면을 목격했다. 남겨진 헨리는 외할아버지가 키워주셨는데 그 할아버지도 치매다. 모두 다 잊어도, 딸이 화장실에서 죽었다는 사실만은 잊지 못한다. 화장실 문을 닫을 때마다 병원이 발칵 뒤집어진다. 학교에서 참을성 있던 헨리도 병원에서 실수로 화장실 문을 닫는 바람에 난리가 나는 것만은 참지 못한다.
그렇게 병원을 뒤집어놓고 엉엉 울며 버스에 탄 헨리의 눈에 몸을 파는 가출 청소년 에리카가 들어온다. 에리카는 말해 뭐하겠는가. 갈 곳도 없고, 몸팔아 번 돈으로 하루하루 그냥 존재할 뿐이다. 삶이라는 것도 없다. 헨리는 갈 곳 없는 에리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에리카는 헨리가 당연히 관계를 요구할 줄 알았지만, 헨리는 에리카를 잘 돌봐준다.
학교 선생들도 다 상처투성이다.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은 가뜩이나 학교도 머리가 아픈데 남편과의 관계도 엉망이다. 남교사는 학교 마치고 집에 가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학교에 찾아오는 학부모들은 대개 반쯤 정신이 나갔다. 중요한 건, 그들이 학생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다. 난 얘 뒤치닥거리 할 시간 없다. 학교에서 애를 잘 돌보면 집에서 신경 쓸 일이 없지 않느냐. 너희가 그러고도 선생이냐.
동네 이사장은 학교가 구려서 동네 땅값이 떨어진다고 한바탕 연설하고, 공개수업일에는 단 한 명의 학부모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메레디스. 학교에서는 레즈비언이라고 놀리고, 집에서는 뚱뚱하다고 윽박지르고, 제법 소질을 보이는 사진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한다. 햄버거 하나도 마음껏 먹지 못해 화장실에 숨어서 먹는다. 뭘 먹는 걸 보면 놀릴 테니까. 메레디스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찍는다. 그의 렌즈에는 사람만 있다. 헨리는 메레디스의 외로움을 빠르게 읽고, 에리카에게 한 것처럼 도움의 손을 뻗는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선생으로서 메레디스를 안아주었지만 메레디스는 이성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또한 청소년기에 흔히 느끼는 전위일 뿐일 것이다.
집에 있는 아버지와는 다른, 이상적인 아버지 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기도 얼마나 쉬운가.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는 많은 여성들이 그들의 마음 속에 '이상적인 아버지'를 두고, 그런 남자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아버지가 될 수는 없으며, 이상적인 아버지는 더더욱 힘들다.
썸타는 관계였던 동료 교사에게 목격되고, 아동성애자로 몰린 헨리는 종전에 볼 수 없던 분노에 휩싸여 학교를 떠난다. 그리고 얼마 뒤, 헨리에게 약속된 기간이었던 한 달이 끝나고 마지막 수업날. 그날은 메레디스가 예쁜 컵케익을 잔뜩 구워서 학생들에게 나누어준다. 흰색 크림이 얹힌 컵케익들 사이에 검은색 크림이 얹힌 컵케익이 있다.
헨리가 검은색이 맛있어 보인다고 하자, 메레디스는 그건 자기 거라고 말한다. 컵케익을 손에 들고 있는 학생과 선생님들 사이, 처음으로 메레디스가 사람들 앞에서 컵케익을 입에 문다.
그리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메레디스. 헨리는 인공호흡까지 하면서 메레디스를 살리려고 하지만, 결국 메레디스는 헨리가 보는 앞에서 자살한다.
헨리는 아동보호소에 보냈던 에리카를 찾아간다. 처음 보호소에 갈 때는 울고불고 난리였던 에리카도 나름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헨리가 찾아오자 에리카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런 애다. 길거리에서 매춘을 하며 살 때의 되바라지고 무례한, 못된 10대가 아니다.
헨리의 행동이 과했는가. 오해를 살 만했는가. 아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마땅히 보여야 할 호의 정도다.
약자 혐오가 만연한 현 시대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딱 <디태치먼트> 속 학교의 모습이 될 것이다. 주어를 지칭하기 어려우나, '그들'이라 하자. 그들은 한 번도 아이인 적 없던 것처럼 아이들을 혐오하고, 영원히 늙지 않을 것처럼 노인들을 혐오한다. 혐오의 지점을 발견한 자신을 예리하고 냉철한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웃자고, 농담이라고,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는 궁색한 변명들과 함께.
전세계 IT 강국 코리아에서는 혐오의 언어가 네트워크를 타고 광속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배움' 자체를 조롱하기 시작한 그들은 가르쳐주려는 사람에게 꼰대, 틀딱이라고 부른다. 사흘이 며칠인지 안다는 이유로, 명징과 직조라는 언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아는 체 하는 재수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배워야 한다. 조롱과 혐오의 언어만을 학습하다 보면, 그 언어의 화살이 마침내 자신을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헨리는 수업시간에 애드가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의 한 문장을 언급한다.
"구역질나는 마음의 냉정함"
어찌 보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배경 학교와 학생들이 꼴통인 지점은 비슷한데,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는 어른이 존재하고, 어른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봐주며 관심을 갖는다는 차이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는 '마음의 냉정함'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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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를 바라보는 성찰의 태도
과거사를 바라보는 성찰의 태도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파이의 아내>는 NHK에서 방영된 TV 드라마를 영화의 형식으로 다시 제작한 영화다. 일본의 어두운 과거를 폭로하고 성찰하는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공영방송 NHK의 제작지원 하에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본래 8K 카메라로 촬영되고 NHK 자사의 4K/8K 채널에 한정적으로 방영 예정이던 드라마는 베니스 영화제 극장 상영을 위해 재작업하는 과정에서 화면비 변경(1.78:1->1.85:1)과 색보정 작업 등을 거쳐 2K로 변환됐다. 8K의 선명한 화질이 2K가 되면서 그 선명도가 떨어진 것임은 분명할 것이나 이 영화가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고, 예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라도 둘 사이의 화질 차이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만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으며 이 영화는 더욱 회자되었고, 영화화는 잘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모던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이 생각은 영화를 볼수록 독특한 영화라는 판단으로 확대됐다. 이 영화는 분명 1940년대 고베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고, 인물들의 연극적은 대사 톤과 당시대를 옮겨 놓은 듯한 세트, 인물의 동선을 팔로잉하는 연극적인 촬영 방식 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가 이 영화가 전통적인 역사 내지 시대극의 형식이나 스파이 장르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물론 이 말이 이 영화가 과거 사실을 왜곡하거나 어떠한 관점에 편향된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이 영화가 구성되는 방식에 독특한 지점이 있다는 뜻이다.
먼저, 이 영화의 방점은 어디에 찍혀있나. 보통의 정통 스파이물과는 다르게 이 영화의 방점은 제목대로 스파이보다도 '아내'에 찍혀있다. 보통의 스파이물이라면 범인 찾기 혹은 범인이 범인임을 들키느냐 마느냐 하는 데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파이가 누군지를 초장부터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의 초점 자체가 스파이가 아닌 그의 아내 사토코에게 맞춰져 있다. 영화는 대부분 사토코의 시점을 따라가고, 관객은 사토코의 심정에 이입을 하며 극을 따라가게 된다. 유사쿠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둘은 섬유무역회사를 운영하며 유복한 생활을 즐겼다. 이들의 집 내부를 보면 유사쿠가 서양의 문화를 동경하고 그에 매료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고,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은 다가오는 전쟁과 함께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날 유사쿠는 전쟁이 더 심해지기 전에 만주를 보고 오겠다며 급히 만주로 떠나고,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만주에서 돌아온 유사쿠는 달라져있다. 이상함을 눈치챈 사토코는 그를 추궁하고, 그가 만주에서 일본군이 병균으로 생체실험했고, 그로 인해 죽은 수많은 주검을 목격하고 그 증거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미국으로 가져가 폭로하려는 그의 계획을 듣는다. 헌병대장이 되어 돌아온 사토코의 옛 친구 야스하루의 존재가 부각되는 건 이 시점부터다. 세 인물이 서로를 의심하며 빚어내는 갈등은 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지탱해나간다. 야스하루는 유사쿠를 의심할 만한 정보를 일부러 그녀에게 흘리고,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풀리지 않는 그의 행동에 점점 의심을 갖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가지기도 한다.
자신은 '코스모폴리탄'이라며 세계시민을 자처하는 유사쿠는 자국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려 하고, 사토코는 지금까지 유사쿠의 곁에서 누린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토코는 처음엔 그를 배신한다. 남편의 금고에 있던 노트를 야스하라에게 가져가 조카 후미오가 체포되게 만들고, 자신의 남편 또한 의심받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사랑하는 남편을 택하고, 남편이 스파이라면 자신은 스파이의 아내다 되겠다 선언한다. 그녀를 움직인 것은 '진실'을 밝힌다는 대의보다 사랑이었고, 그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유사쿠였다. 그러나 대의가 동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남편이 만주에서 가져온 필름을 영사해 그가 보고 들은 만주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목격하고, 그를 돕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러나 미국으로 떠나는 날, 사토코는 유사쿠에게 배신당한다. 누군가 사토코의 행방을 고발해 미국으로 가는 배 안에 숨어있던 사토코는 일본군에게 발각되고 붙잡힌다. 사실 그녀가 맞이하는 결말은 암시됐다. 그녀가 유사쿠, 후미오와 함께 찍은 필름에서. 바로 이 필름, 영화 안의 또 다른 영화 안에서 사토코는 연인의 금고를 털다가 연인에게 들키고, 연인은 그녀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 배신자가 자신의 연인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달아나는 연인 사토코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사토코는 그 총알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연인은 죽은 사토코를 안고 슬퍼한다. 이 필름은 영화 마지막에 가서 다시 상영된다. 많은 일본군들 앞에서. 관객은 그때서야 사토코가 봤던 만주의 참상을 담은 영상을 재촬영한 필름의 일부를 보게 되며, 또한 거기에 입혀진 유사쿠의 필름을 다시 보게 된다.
필름이라는 매개의 의의는 사실상 이 영화의 핵심이다. 관객은 만주에서 벌어지는 생체실험을 직접적으로 목격하지 못하고, 유사쿠가 만주에서 가져온 실험노트와 영상을 찍어온 필름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게 된다. 진실을 밝히고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기능한다. 또한 필름은 사토코가 유사쿠를 적극 지지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단순 전달을 넘어 새로운 의의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사쿠가 만주에서 가져온 필름은 그가 그곳의 참상을 직접 보고 들으며 찍어온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영상물을 재촬영한 결과물이다. 그곳의 진실은 필름 안에 다시금 담겼고, 누군가가 그것을 그 매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되도록, 그것에 대한 직시와 판단을 가능토록 만들었다. 유사쿠가 사토코와 함께 찍은 필름이 덧입혀진 필름을 일본군이 다 같이 보게 되는 것 또한 반대의 의미에서 이 영화의 중요 씬 중 하나다.
덧입혀진 필름에 당황하던 사토코는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주 훌륭하다"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는다. 이어서 배를 타고 떠나며 유유히 손인사를 하는 유사쿠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을 배신했던 연인을 역으로 배신한 인물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으나, 이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수감된 사토코에게로 다시 초점을 맞춘다. 패전의 그림자가 고베에까지 드리웠을 때, 사토코가 불바다가 된 조국을 바라보며 뱉는 대사는 당시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미친 나라에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미친 사람이 되고, 미친 사람은 미치지 않은 사람이 된다. 정상적이지 않은 조국의 패전은 그 비정상의 무너짐에 있어서는 기쁨이 되겠지만, 조국의 패배라는 면에서는 슬픔이 된다. 바닷가에 가 그제야 울분을 토하는 사토코의 모습은 그런 조국을 둔 개인이 결국 맞닥뜨리게 된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 과거사를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금의 일본이 가져야 할 양심과 반성 의식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전쟁 중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시대물을 작업해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자유와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보이고, 국가 안 개인이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국가에 의해 어떻게 빼앗기게 되는지 그려낸다. 감독의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양심선언처럼도 느껴지는 이 영화는 군국주의의 잔재 속 극우주의가 만연한 일본에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같다. 지식인이자 예술인의 입장에서 자국의 과거사를 드러내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작금의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묻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성찰적 태도는 일본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새로운 물결 중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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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3] 철학과 영화 사이 (with. 정태완 감독)
🎙️ Episode 3. 촬영감독 정태완 00:00 자기소개 06:27 철학과 이야기 14:59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18:18 [날 좋은 날]이야기 19:47 홍상수 감독을 오마주한 [날 좋은 날] 23:20 다시 [날 좋은 날] 이야기 28:13 ‘공감’에 관한 이야기 34:11 영화를 계속해서 연출하지 못한 이유 36:50 종교에 관하여 41:59 촬영 감독으로서의 정태완 43:11 [풀 메탈 브레인] 이야기 & XR 이야기1 45:22 [풀 메탈 브레인]의 연출적인 이야기 47:23 한예종과 XR 이야기2 53:09 앞으로 계획 57:18 마무리 & 쑥스러움에 관한 이야기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정태완 📍instagram @xowanc 📍사이트 https://j30n9.myportfolio.com/work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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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헤어져본 사람...? 연애할 때 찌질해지는 순간들 (500일의 썸머, 연애의 온도) 연애 영화 현실 리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비주얼 특집!?
YG 케이플러스의 비주얼 모델들이 떴다!
모델돌 ATO6의 현우와 용국, 모델 출신 배우 고이진 그리고 여연희 까지~
훈훈한 남녀들을 모아놓고 달달한 연애영화를 주물러 봤습니다
#500일의썸머 #건축학개론 #연애의온도 #에이투식스 #ATO6 #현우 #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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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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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산 : 용의 출현> 티저 30초 예고편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한산: 용의 출현] 7월 27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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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버지의 길> 티저 예고편
세르비아의 작은 시골마을.
부당해고를 당해 일용직으로 근근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 니콜라.
가난과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회사에 대한 분노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부패한 사회 복지과는 자신들의 이득만을 위해 두 아이들의 양육권을 부모에게서 빼앗아 버린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힘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이들을 빼앗겨 버린 니콜라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일념으로
300km가 넘는 거리인 수도 베오그라드까지의 긴 여정을 결심한다.
모든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되찾을 권리와 정의를 위해
아버지 니콜라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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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릴 수 없는 짬뽕 기차, 어눌한 복수의 혈전.
불릿 트레인은 ‘고속열차’라는 뜻 그대로 ‘마리아 비틀’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불운의 킬러 레이디 버그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속 열차에 탑승하며 일어나는 일로서 미션과 관련된 이들과 뜨거운 혈투를 벌이는 액션이 펼쳐진다. 운명과 운에 초점이 맞춰진 이 이야기는 데이빗 레이치 연출과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더해져 액션에 코믹이 가미된 열차에 우리 모두를 탑승하게 만든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특별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레이디 버그는 복귀 미션 수행을 위해 초고속 열차에 탑승한다. 대타로 맡은 회수 의뢰는 가방을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미션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지만 일단 열차에서 내리려고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피 터지는 혈투가 시작된다. 끝인 줄 알았던 상황이 다시 시작됨에 따라 열차 곳곳에 숨은 킬러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레이디 버그는 가방을 가지고 무사히 내릴 수 있을까.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난잡한 혈투가 서류 가방과 레이디 버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마주한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불운이 끼쳐오는 걸까. 그가 불러온 불운의 무게가 아닌 많은 이들이 불러온 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순간이 머지않았다. 꼬인 듯한 이 관계들이 서로 맞물리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함께 묶인 만큼 끈끈해진 관계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끌어낸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기차는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나서야 멈춘다.궁극적으로담겨져있는이야기에대한 물음보다는 빠른 속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렬한 액션이 돋보이는 불릿 트레인은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해 보인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수다스러움 그 자체로 웃기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옮겨 온 탓인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 전반부를 지배한다.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이야기가 합쳐져 미묘한 불편함이 계속해서 따라온다. 서양인 시각에서 동양의 표현은 언제쯤이면 제대로 묘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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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
이 글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퀴즈에 출연한 김종기 이사장은 학교 폭력 근절에 앞설 수밖에 없었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 심한 형태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최근 촉법소년을 필두로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직설적인 제목에 연기 귀신들로 채워진 듯한 출연진을 앞세워 관객들을 찾아왔다.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직시하고 있을지. 포스터 가득한 비장하고도 비열한 분위기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기대된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권력 없는 아이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 건물은 왜 엘리베이터가 없어.
피해자의 핸드폰 (불법) 감식을 위해 강호창이 허름하다 못해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 계단을 오르며 한 말이다.
강호창의 한 몸을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존재. 출발은 같은지 몰라도 도착하는 속도만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존재. 엘리베이터는 영화에서 권력이나 재력(돈)의 동의어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엘리베이터"의 유무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피해자 김건희는 사회적 배려 전형으로 국제 학교로 오게 된 인물이고. 가해자들은 그 점을 이용했다. 바꿔 말하면 가해자들은 권력과 돈이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점이 건희를 바닥에서 기게 만들었고. 가해자들은 건희를 보며 키득거릴 수 있게 만들었다.
무언가 부족하다 해서 미워해야 할 근거는 되지 않으며. 반대로 가졌다 해서 없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 당연해지는 순간. 강호창처럼 투덜거리게 된다. 왜 원래 "있어야"할 것이 없냐고. 그것은 "없는" 너희의 잘못이지 있는 상태에 익숙해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문소리, 설경구 두 정상회담.;뭔가 엄청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배우 설경구와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났다.
배우로서의 초반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서로의 이름은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빚어내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고. 서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법한 내공을 가진 배우가 되어 이 영화에서 재회했다.
젊은 시절(?)의 두 배우는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힘이 들어가 있었다면. 이제 두 사람은 자신의 나이와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역할로 한 화면에서 만났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가장 점잖지만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편안한 옷을 입은 모습으로.
덕분에 한 사람이 퇴장하면 한 사람은 등장하고. 누군가가 울고 있다면 또 누군가는 그 모습을 경멸스럽게 쳐다볼 뿐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그 어떤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인물에게 힘이 치우치지 않은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그만큼 두 배우가 누구에게도 짐을 전가하지 않는 배우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두 배우의 영화를 보고 자란 내겐, 스치듯 안녕을 고하며 지나쳐가는 모든 장면들이 그저 귀하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쁜 이유.;주인공이 가장 나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 보호자들은 그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이기적이고 나쁘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앞다퉈 자신의 자식들을 권력의 그림자 안으로 숨기는 와중에도.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놈"을 꼽으라면 나는 결말로 가기도 전에 강호창이라고 말할 것이다.
강호창, 혹은 영화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아들도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진 뒤에야, 강호창은 자신의 직업의식을 십분 사용한다. 무시했던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영화는 후반부에 강호창이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다지 돈독해 보이지도 않던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는 이때부터 둘도 없는 부정(父情)의 탈을 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인 건우의 존재감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그러니 강호창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장면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후반부의 반전(?)을 빼고서라도. 선택적으로 정의를 부르짖는 강호창의 모습은 촌극에 가깝다.
마치면서
흔히 하는 말처럼 연기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 메시지는 아쉽게도 피해자보다는 설경구 부자의 억울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걸 보며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이야 예상을 했지만.
트릭은 너무 쉽고. 정작 써야 할 증거들은(자동차 블랙박스, 수표 일련번호 등) 법정에서 들이밀지도 않는다.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 같은 법정 신(Scene)이 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글의 TMI]
영화관에서 팝콘 등의 음식물을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내 의지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2022년 4월 25일 이후로 팝콘을 상영관에서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기분도 낼 겸 팝콘 하나를 샀다. 이직 후 주 4일 근무라 쉬는 평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며 먹는 팝콘은. 당분간은 꽤 기분 좋은 경험으로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와그작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한동안은 사 먹을 리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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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월드컵을 기념해서 축구 영화를
총 여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축구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소림축구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때 황금의 오른발로 명성을 날렸던 축구선수 명봉. 그는 부정시합 제의를 거절한 후 폭행을
당해 오른발을 잃지만, 넝마주이 씽씽 그리고 소림사에서 무공을 익히던 친구들과 함께
축구팀을 꾸린다.
cine pick!
주성치의 첫 번째 단독 연출작이자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홍콩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N차 관람을 하는 영화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이다.
선데이리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의 가장 완벽한 한 ‘골’을 위해 왕년에 피땀눈물을 꽤 흘려도 봤지만 끝내 좌절하고, 지금은
더 이상 완벽해지려는 시도조차 멈춘 이와, 못내 이루지 못한 꿈줄을 붙잡고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축덕 어른이들의 눈물 핑, 콧물 찡 흐르는 풋풋살벌 코미디 영화
cine pick!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이자 가슴 뭉클한 성장 드라마로 공감의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골!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산티아고 뮤네즈의 아버지는 빈곤한 그의 가족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런
산티아고의 유일한 관심은 오로지 축구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지역 시합에서 축구를 하다가
스카우트 담당인 글렌 포이에 의해 발굴되어 영국 프리미어 클럽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레알 마드리드와의 계약을 앞둔 중요한 게임을 앞두게 되고,
화려한 세계 축구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끝없는 노력이 계속된다.
cine pick!
<골!>은 3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영화의 첫 번째 시리즈이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복돋아 주는 영화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으며, 축구를
좋아한다면 꼭 봐야하는 영화다.
맨발의 꿈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직 축구스타 원광은 동티모르에서 사기를 당하고,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축구화가 비싸 사지 못하고, 원광은 다른 결심을 한다.
cine pick!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결성하여 히로시마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우승으로 이끈 한국인 감독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이다.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나오고,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들만의 월드컵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축구 스타 대니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급기야
음주운전에 경관 구타로 감옥에 가게 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감옥에서 간수로부터
축구팀을 훈련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따돌림을 피할 수 있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그것은 간수 대 죄수 축구 시합을 벌여 죄수들이 이기게 하려는 것이다.
cine pick!
1974년에 개봉한 <더 롱기스트 야드>를 각색한 <그들만의 월드컵>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매력적인 영화이다.
베른의 기적
ⓒ 네이버 영화
synopsis
2차대전 후 독일의 어느 탄광촌, 마테스는 마을 출신 축구선수 '란'을 영웅 삼아 살아간다.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풀려나고, 냉담하던 아버지는 그를 월드컵 결승에 데려간다.
cine pick!
축구를 좋아하는 사라마과 스위스 월드컵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본다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될
영화이다.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일의 흥행작으로 꼽힌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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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의 여행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주말가족여행’이라는 것은 존재자체를 몰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는 우리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독박육아를 피하고 싶었던 건지 여름이면 이모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충주에 있는 이모할머니댁으로 몇 주간의 긴 여행을 떠났다. 고향를 떠나 멀리 충주로 시집간 이모할머니댁은 마을에 집이 몇 채 없는 시골이었다. 이모할머니집에서 보이는 집은 세 네채 정도 였고, 수퍼마켓도 없어서 걸어서 10분 넘게 가야하는 마을 입구의 작은 집에 과자 몇가지와 음료수 같은 걸 팔고 있는게 다 였다. 마을이 워낙 작은 데다가, 아이가 있는 집이 없어서 여름 방학에 우리들이 와서 시끌시끌 떠드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기다렸다고 한다.
꼬불꼬불 굽이진 산을 넘어가며 멀미를 하던 기억,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한 뒤에,먹었던 수박의 맛.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했던 좁은 논두렁 길, 메뚜기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일,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던 은하수. 매해 여름방학을 기다렸던 건 충주이모할머니댁 때문 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웃집 토토토>를 볼 때 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동네를 생각한다. ‘사츠키’와 ‘메이’가 시골 마을로 이사 오는 첫 장면부터 이모할머니댁으로 가던 그 느낌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1955년 일본의 시골 마을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 자매는 도쿄의 대학연구원인 아빠와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입원중인데, 퇴원하면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다.
집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낡았는데, 자매는 도깨비집같다며 깔깔 웃으며 뛰어다닐정도록 밝다. 오래된 집, 옛날 화장실, 엄청난 벌레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숲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자매. 어느 날 메이는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정령을 만나게 되는데, 메이는 그 정령에게 토토로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메이는 토토로를 만난 것을 자랑하지만, 사츠키는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산없이 나간 아빠를 마중갔다가 자매는 토토로를 만난다.
병원에 계신 엄마의 증세가 좋아져 주말에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자매는 기대했지만, 엄마의 상태가 악화되어 못오게 되어 아빠는 급하게 병원으로 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돌보아 주지만 자매는 우울함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메이는 엄마를 혼자 찾아 가려고 집을 나선다. 사츠키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메이를 찾아 나서지만, 흔적을 발현할 수 없었고, 절망한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부르고, 사츠키가 타자 바람처럼 달려 메이를 찾아준다. 메이와 사츠키는 화해하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 창문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본 뒤, 창문에 옥수수를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는 뭐랄까 담백하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라는 말도 거창하다고 느껴진다. 그저 어디까지가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고, 어디까지가 어른이 보는 세상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적은 드물고, 자연으로 가득 찬 시골, 정령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이모할머니댁에 갔던 열살 무렵 그 시절의 나 또한 수많은 요괴와 도깨비와 요정과 정령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이웃집 토토로>의 아빠를 본다. 토토로를 만난 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뾰루퉁한 메이에게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 한단다.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다. 운이 좋은 거야. 근데 늘 만날 수는 없는 거란다.” 라고 말하는 어른.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 이상 숲의 정령을 못 만나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의 눈으로 가르치기 보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태도를 본다. 이번 여름 방학엔 아이가 보는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