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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2025-07-16 23:50:10

우리들의 교복시절

우리 모두의 교복시절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지금 그 시절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축복

 

1997년, 대만의 명문 제일여고.
아이(진연비)는 원하던 주간반 입학에 실패하고, 엄마의 강압으로 야간반에 들어간다. 같은 교복을 입지만,
명찰 색 하나로 구분되는 주·야간반 학생들은 같은 교실, 같은 책상을 ‘시간차’로 공유한다. 아이는 그 책상의 주간 주인인 민(항첩여)과 친구가 되고, 어느 날 민의 교복을 빌려 입은 채 자유를 맛보던 중 루커(구이태)를 만나 첫 설렘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작은 거짓말이 엮이면서 우정과 사랑, 계급과 정체성 사이의 긴장이 점점 쌓여간다.

 

 

어떤 영화들은 지나온 시간을 조명하며 관객에게 아련함을 건네고, 또 어떤 영화들은 지금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의 손을 꼭 잡아준다.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지만, 내가 본 이 영화는 과거를 회상하는 이들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더 진심으로 닿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같은 교복을 입고도 다른 삶을 사는’ 아이와 민의 우정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단지 두 친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야간반과 주간반이라는 구획 속에서, 누군가는 ‘짝퉁’이라 불리고 누군가는 ‘진짜’가 되는 세계에서,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출발한 아이들이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도 끝끝내 공통점을 찾아 연결되는 모습은 오히려 ‘경쟁’보다 ‘연대’에 가까웠다. 비슷해서 가까워지고, 달라서 더 단단해지는 감정의 여정을 그리며, 이 영화는 청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들을 무심하지 않게 바라본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특정 캐릭터 하나의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 아이, 루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모두의 이야기에는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감정이 흐른다. 누군가는 먼저 어른이 되어버리고, 누군가는 여전히 유예된 세계에 남아 있지만, 그 차이가 누군가의 열등감을 정당화하진 않는다. 결국 우리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시대 속에서 자라지만, 그 시절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시기를 지나온다. 혹은, 아직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 시절은 때때로 외롭고, 억울하고,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할 감정을 매일같이 껴안고 살아내야 한다.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그런 마음을 비판하지 않고, 대신 조심스레 들어준다. 그러니 이 영화는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영화다.

지금 이 시간, 자신을 숨기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자꾸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흉내 내고 있다면. 이 영화가 그 마음에 닿길 바란다. 우리의 교복 시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성자 . 박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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