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2022-06-20 12:01:15
[제 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크리에이티브3
희라의 순간, 교환일기, 새벽 바다 노을, 자전거 도둑
희라의 순간
해당 행위가 나쁜 짓인지의 여부보다는 비싼 물건을 가지고 싶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나이기에 남우는 절도를 한다. 동경하던 친구가 사실은 도둑질을 손쉽게 하고, 자랑하던 것들은 죄다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희라의 작은 우주는 무너진다. 하루아침에 우주를 잃은 희라는 괜히 애먼 곳에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충동적인 행위들을 저지른다. 마음 속 우주가 붕괴되는 장면은 누구나 겪어 봤을 경험들을 떠올리게 하고, 지나온 어린날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충족이 필요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는 어린이들의 일탈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둘의 조우는 가난을 통한 연대라기보다는 같은 비밀을 가진 어린이들 간의 공감대 형성이 적절해 보인다. 단순한 해피엔딩, 구원서사가 아닌, 나쁜 행위를 통한 연대감을 이루어내는 결말로써 오직 둘만이 서로를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남우와 희라가 내일을 기약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환일기
굳게 맹세했던 영원은 이별을 마주하기 마련이고, 내 전부라 생각했던 존재는 사실 드넓은 세상의 일부였음을 알지 못하던 때는 누구에게나 있었다. 미숙했던 그때, 서로를 채워 주는 것은 마찬가지로 미숙했던 친구였고, 단짝이었고, 그것만이 추억의 총체가 된다. 이별은 새로운 만남으로 해소할 수 있다지만, 이를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인의 위로가 아닌, 아픈 경험이다. 상실감으로 인해 찾은 놀이터에서 우연한 기회에 새 친구를 사귀게 됨으로써 공백의 채움이 일어나게 되고, 헤어짐을 새로운 만남으로 해소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물을 많이 줄 필요가 없는, 물을 많이 주면 죽어버리는 선인장에 '내 생각이 날 때만 가끔' 물을 주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떠나간 친구를 마냥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슬픔 없는 매일을 살되 지나간 인연을 잊지 말고 가끔 떠올려 달라는 바람이 드러난다. 소중했던 인연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간다. 물을 자주 줄 필요는 없지만 아예 주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선인장처럼, 가끔은 먼 여행을 떠난 존재들에 애정 어린 그리움이 필요하다.
새벽 바다 노을
관객은 영화의 막바지 어른들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새벽과 바다가 친남매가 아님을 알게 된다. 배다른 남매인 둘은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지만, 어른들은 새벽과 바다를 다르게 대한다. 어린이들의 세상은 평화롭고, 놀이를 통해 끈끈해지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어린이들의 다툼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을 만큼 복잡하고 날이 서 있다. 이런 어른들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새벽이 유일하다. 세 아이 중 홀로 정신적, 육체적 성숙을 경험한 새벽만이 어른들의 대화 주제가 얼마나 민감한 것이고, 다툼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 노을에게 빨리 집에 가라며 부추긴다. 새벽은 어른들이 싸우는 장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한참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 생리대를 갈지 못해 결국은 생리혈이 새고 만다. 가혹한 어른들의 세계에 더 큰 균열을 내어 이 싸움을 끝내고 싶은 어린이들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어른의 눈으로 마주한 순수한 어린이들의 세계가 너무도 천진해서 아프다.
자전거 도둑
전체적인 스토리가 고전 영화 <자전거 도둑>과 유사한 구조로 흘러간다. 다만 자전거는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엄마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 시장에 나가게 된 것이었고, 이를 알게 되었을 때 '자전거가 엄마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며 본인 대신 대회에 나가게 된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어린이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돈보다는 우정이 앞서는 때묻지 않은 마음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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