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06-25 17:49:53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K-콘텐츠 시대, 어린이는 어디있나>
문제적 포럼
날이 갈수록 전세계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징어게임,웹툰 등 전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게 있다.
내가 가본 문제적 포럼에서는 어린이들이 혐오받지 않고 앞으로의 선정적인 미디어의 대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나 보호받는 사람들을 회화화 하거나 웃음거리로 대두되지 않게 어린이들이
배워야할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인터넷에서 잼민이,노 키즈존,맘충같은 혐오 표현으로 인해 아이들이 또 다른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해외에는 백인 중심으로 돌아가던 미디어 매체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디즈니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인종과 성적 취향이나 남녀 구분을 떠나서 최근에 만들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사회적 약자나
성 소수자 그리고 흑인이나 동양인을 주인공이나 캐릭터로 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남녀 갈등이나 차별과 혐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도라에몽에 나오는 노진구를 괴롭히는 퉁퉁이부터 힘쎈 남자의 우월감을 돋보이게 만들듯이
남자는 힘이 쎄야 한다,울거나 약하면 안된다는 인식으로 대중들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고
여자는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고 가련해야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단순히 PC주의를 무조건적으로 지향하자는게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이다.
아이들도 미래에는 성인이 되고 자신이 추구하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나오는 사회적 약자들을 비하하는 유튜버들의 모습에서 어린이들이
과연 혐오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을까?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많은 아이들에게 콘텐츠는 새로운 학습방식을 배우고 표현하는 곳이다.
미래에는 아이들이 자신이 접한 미디어 콘텐츠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우리는 답을 모르기 때문에 애매모호하게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21세기는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한번쯤은 지금의 수많은
콘텐츠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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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통한 멋진 이륙, 밋밋한 착륙!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점차 새로운 이야기가 고갈되고 있는 영화계에서 실화만큼 든든한 지원군은 없다. 관객에게 어필하기 딱 좋은 마케팅 요소로도 적합하다. 문제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각색하고 풀어내느냐가 관건. <하이재킹>은 실화의 힘으로 멋진 이륙을 해내지만, 결국 밋밋하게 착륙하고야 만다.
때는 1971년 겨울, 속초공항에서 김포행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한다. 이날 여객기 조종은 태인(하정우)와 규식(성동일)이 맡는다. 사고 없이 이륙한 비행기는 곧 아수라장이 된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의 사제 폭탄 때문. 폭발로 인해 베테랑 기장인 규식은 눈을 다치고, 부기장인 태인이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순식간에 하이재킹에 성공한 용대는 북으로 향하라고 소리친다.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한 용대의 협박에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태인은 일단 비행기를 북으로 돌린다. 그 사이 기내에 있는 승무원 옥순(채수빈)과의 공조를 통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실화를 기조로 각색을 더 해 재탄생한 영화가 가장 먼저 비추는 건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태인의 눈을 통해 본 납북 민항기다. 휴전선을 넘기 전 민항기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긴 태인은 사람들은 살렸지만(물론, 납북된 사람들이 모두 송환되지 못했다.), 군복은 벗어야 했다. 그만큼 영화는 당시 한국전쟁 이후 서로 다른 이념이 첨예한 대립을 하던 시대적 상황을 먼저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 대립이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감독은 태인에게 60명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또 한 번 휴머니즘을 발휘할 것인가를 되묻는다.
어쩌면 영화는 그 물음에 답하는 것처럼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지고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벌이는 조종사와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의 공조는 각색을 감안해도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끔 한다. 좀 더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다수의 재난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 인간들의 모습과 이야기, 그리고 자치 신파로 빠질 수 있는 드라마 요소를 애써 가져가려 하지 않으려는 영화적 성격이 한몫한다. 물론, 승객들의 이야기가 아예 다뤄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극 중 태인과 용대의 대립을 견고하게 해주는 요소로만 작용한다. 신파를 걷어내고 담백하게 사건을 재조명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여기에 비친다.
또 하나의 영화가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용대라는 인물이다. 허구로 만들어진 그는 단순히 북으로 가기 위해 하이재킹을 시도한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형이 북으로 넘어간 이후 ‘빨갱이’라 낙인찍힌 그는 시대의 희생양으로 묘사된다. 갖은 수모에 따른 분노와 더불어 북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 일을 선택한 용대의 절절한 전사는 관객에게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항공기 납치 영화로서의 재미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이재킹>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난다. 바로 실화가 가진 무게감과 이념 대립의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장르적 재미는 반감된다는 것. 항공기 납치 사건이 벌어지지만 좁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루다 보니 서스펜스 전달의 한계는 노출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에서는 폭발, 외부에서는 국군 전투기의 고공 장면이 진행되지만, 일회성으로 그쳐 연쇄적 감흥은 떨어진다. 더불어 빌런의 능력치가 기존 장르 영화에 비해 떨어져, 시간이 갈수록 태인과의 대결 구도에서 빗어지는 긴장감은 하강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중심 고도를 잡고 밋밋하지만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어떻게든 살고자 했던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하정우, 성동일, 채수빈 등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연기는 당시 실존 인물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 그럼에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이전 작품들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고 할 수 없지만,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듯 실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당시 영웅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상의 인물이며 빌런으로 나오는 여진구의 연기도 한몫한다.
<하이재킹>을 보고 실화에 더 관심이 생긴다면 지난 2022년 9월에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46회 '필사의 51분, 1971 공중지옥' 편을 추천한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하이재킹>이 못다 한 멋진 착륙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사진 제공: (주)키다리스튜디오
평점: 3.0 / 5.0
한줄평: 실화를 통한 멋진 이륙, 밋밋한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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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결투'가 아닌 '반복되는 미투'에 관한 이야기
14세기 말. 프랑스 노르망디의 기사였던 장 드 카루주의 영지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카루주의 부인 마르그리트였고, 가해자는 한때 카루주의 동료였던 자크 르그리였다. 사건의 진실과 정의를 판별하는 과정에서 카루주는 결투 재판을 신청했고, 파리 고등법원은 이를 허가했다. 카루주와 르그리의 결투 재판은 세간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중세 말기는 각각 신을 시험하는 행위, 왕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교황과 왕 모두 결투 재판을 꺼려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실제로, 이 결투는 파리 고등법원이 허가한 역사상 마지막 결투 재판이었다). 요컨대, 카루주와 르그리의 결투는 시대의 황혼기에 벌어진 최후의 이벤트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왜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이 지금까지도 논쟁적으로 회자되는지를 설명할 순 없다. 결투는 르그리의 패배로 끝났는데, 그의 후손은 결투 후 “5세기가 지난 뒤에도 … 이 결투의 결과가 오심이라는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르그리의 후손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가와 전기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이 시빗거리로 삼은 건 늘 강간 피해자인 마르그리트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영화 〈라스트 듀얼〉의 동명 원작 소설을 쓴 영문학자 에릭 제거는 마르그리트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데 동원된 여러 음모론적 상상력의 일부를 책에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경제적 탐욕, 질투, 배신 등 ‘사악한 여성’이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수많은 악덕이 수 세기 동안 반복적으로 소환되어 마르그리트 진술의 신빙성을 심문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거의 언제나 르그리가 마르그리트의 '무고'로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결투를 앞둔 르그리(아담 드라이버)와 카루주(맷 데이먼). 〈라스트 듀얼〉스틸컷.
이런 주장에 맞서, 소설과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마르그리트가 진실을 말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먼저 살펴 볼 것은 소설이다. 소설은 촘촘한 역사적 고증으로 그날의 진실에 접근한다. 에릭 제거는 수많은 사료를 바탕으로 사건이 벌어진 시공간과 역사적 상황·맥락을 입체적으로 재현했고, 사료에 공백이 생길 때면 집요할 정도로 성실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며 빈 곳을 채웠다.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중세의 풍경과 사람들의 멘탈리티가 그려질 정도다.
한편, 영화는 자세한 배경 설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카루주, 르그리, 마르그리트 세 인물의 관점을 순차로 배치하여 진실을 조망한다. 첫째는 카루주의 입장이다. 그는 명문가 출신이며 용맹하고 과격한 성격으로 여러 전투에서 공을 세운, 명예를 갖춘 종기사다. 그런데 함께 전장을 누빈 르그리가 피에르 백작의 눈에 든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르그리가 승승장구할수록 카루주의 입지는 좁아진다. 결국 카루주는 르그리와 피에르 백작이 합심하여 자신을 배척한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피에르 백작(벤 애플렉), 르그리와 대립하는 카루주. 〈라스트 듀얼〉스틸컷.
특히 토지를 둘러싼 몇 번의 소송이 결정적이었다. 카루주는 마리그리트의 결혼 지참금이었던 오누르포콩 영지가 자신이 아닌 르그리에게 배분된 점, 벨렘의 성주였던 아버지의 지위를 물려받지 못하게 된 점 등에 불만을 품었고, 자신의 상급자를 법원에 고소했다. 일련의 소송들은 주군과 봉신 사이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고, 카루주와 르그리‧피에르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졌다.
카루주에게 있어서, 르그리의 마르그리트 강간은 자신의 자존심에 대한 결정적 일격이었다. 토지, 명예, 권력 등을 르그리에게 점진적으로 빼앗겨 온 카루주는 강간 사건을 자신의 명예와 남성성에 대한 최후의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에게 르그리와의 사법 결투는 아내를 위한 복수, 즉 정의의 실현이 아닌 자신의 위신에 관한 문제였던 것이다.
둘째는 르그리의 관점이다. 남다른 여성 편력을 가졌던 그는 마르그리트가 성에 혼자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소설에서는 그가 마르그리트와 육체적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르그리가 마르그리트와 섹스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르그리가 이를 강간이 아닌 ‘사랑’, 즉 합의에 의한 관계로 이야기한다는 점이 다르다. 르그리는 마르그리트가 사랑이 깃든 육체적 욕망 충족의 상호성을 부정함에 분노한다. 자신과 마르그리트의 ‘사랑’이 그녀의 변덕과 카루주의 비틀린 열등감으로 인해 시끄러운 사건으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는 종기사인 동시에 성직자였기에 결투가 허용되지 않는 교회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카루주처럼 자신의 명예(강간이 아닌 ‘사랑’이었음을 입증함으로써 획득되는)를 위해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다.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라스트 듀얼〉스틸컷.
세 번째는 두 남자에 의해 이중으로 억눌린 마르그리트의 관점이다. 남편인 카루주는 자기 소유물(아내)을 르그리가 탐했음에 분노하고, 르그리는 자신의 '사랑'이 모욕당하고 명예가 훼손되었음에 분노한다. 정작 강간을 당한 마르그리트는 두 남자의 분노에 치여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마르그리트가 ‘말할 수 없었음’은 당시의 법제도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중세 프랑스의 경우,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간에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남성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피해 여성은 범인을 고소할 수조차 없었다.” 마르그리트가 강간을 범죄로 고발하려면, 자신의 ‘물건(마르그리트)’을 라이벌이 마음대로 ‘사용(강간)’했음에 분노하는 카루주의 법적 권리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황당한 건, 만약 결투에서 카루주가 패배할 경우 마르그리트 역시 르그리에 대한 무고죄로 화형에 처해진다는 점이었다. 결투 재판이 대중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이벤트의 성격을 지녔다고는 해도 이는 엄연히 재판의 연장이었다. 결투 재판이 정의를 판별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었던 건 왕을 비롯해 성직자, 법관, 당대의 민중들이 결투의 승패에 하나님의 판결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이 죄 없는 자를 결투에 패배시킬 리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카루주가 패배하여 마르그리트가 화형에 처해진다면, 강간 사건 역시 없었던 일이 된다는 게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이 모든 상황들은 마르그리트가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지고 강간 피해를 증언했는지를 짐작케 해 준다. 수많은 조롱과 불신 속에서도,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겪은 일을 반복적으로 분명하게 증언했다. 에릭 제거는 “그녀가 프랑스의 최고법원까지 가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진술이 사실임을 의연하고, 거듭해서 맹세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간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마르그리트 증언이 믿을 만하다고 단언한다.
르그리의 변호사 르코크가 남긴 기록이 말하듯, “사건의 진상을 정말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실제로 그런 범죄 행위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단 한 번도 꺾지 않았다.” 즉, 여러 전문가들이 “거의 시작부터 이 유명한 사건 주위에 꼬이기 시작한 신화와 오류”를 반복적으로 짜깁기하여 거짓을 유포하는 동안, 마르그리트만이 일관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불행한 건, 에릭 제거가 비관적으로 예상하듯, “수상쩍은 전설이 앞으로도 끈질기게 살아남으리라는 점”이다. 진실을 일관되게 말하는 여자의 말보다 '명예'를 주장하는 남자의 말, 소문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전문가'의 말이 더 큰 권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마르그리트 이후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미투’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무수한 ‘검증’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라스트 듀얼〉은 마지막 결투 재판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너무도 불운한 역사적 반복에 관한 이야기다.
*에릭 제거는 “이런 황당무계한 전설들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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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보내셨나요?
마블스튜디오의 대작 '이터널스'가 개봉한 가운데,
어김없이 매주 한주의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11월 5일, 6일, 7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수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11월의 둘째 주,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해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이터널스>(NEW)
▶드디어 11월 3일 베일을 벗은 <이터널스>이 단숨에 주말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 동안에만 무려 100만명이 넘은 1,138,557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누적관객 수는 160만명입니다.
이 기록은 올해 국내 상영된 작품 중 개봉 첫 주 최고 흥행 기록인데요.
이 기록은 올해 외화 최고 흥행작인 '블랙 위도우'와 같은 개봉 나흘째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첫 주 누적 스코어는 '블랙 위도우'(136만5천여명)를 뛰어넘었습니다.
지금 극장가는 <이터널스>개봉에 힘입어 극장가를 찾은 관객도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요.
전주(58만8천여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38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2위. <듄>(▼1)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전 주 대비 1계단 하락한 드니 빌뇌브의 <듄)이 차지했습니다.
<듄>은 같은 기간동안 12만여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999,660명입니다.
이번 주는 누적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터널스>의 독주가 계속 예상되는 가운데 <듄>의 박스오피스 상위권도 유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3위.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1)
▶주말 박스오피스 전 주 대비 한계단 순위하락한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입니다.
줄줄이 할리우드 대작이 개봉하는만큼 박스오피스 순위는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4만명이 넘는 관객 수를 동원했고, 총 누적관객 수 이제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이터널스>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40%, 남성 60%로 남성 관객들이 더 많은 비율로 관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연령대 별로는 30대 비율이 39%로 가장 많이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20대가 3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대와 30대를 합친 관람비율이 76%로 <이터널스>의 주 관람 연령층은 20,30대 젊은 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씨네픽 이벤트 참가자분들이 예상한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어땠는지 확인해보록 할게요!
씨네픽 이벤트 참가자의 20,30대 비율은 79%에 가깝습니다.(20대-37%, 30대-42%)
20대가 예측한 <이터널스>의 주말박스오피스 스코어는 1,030,870(오차범위-107,687)명이며
특히 구체적으로는 26~30세의 여자 참가자들이 예측한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1,156,264(오차범위 -17,707)명으로 높은예측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씨네픽은 11월 5일~7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관객수)를 예측하고 정답자분들에게 상금을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이번 회차에서 또한 참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총 상금이 커지는 특별 이벤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이터널스>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예측해주신 우승자는 1,140,000명으로 예측해주셨습니다.
오차범위 1,042명이며 우승상금은 157,320P입니다.
씨네픽 박스오피스 스코어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분들과 정답자분께 축하의 말씀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에 많이 참여해주시고, 꼭 상금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
4위. <고장난 론>(▼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이 차지했습니다.
<고장난 론>은 주말동안 33,890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총 누적관객 수는 13만명을 돌파했습니다.
5위. <바다 탐험대 옥토넛: 육지수호 대작전>(▲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 육지수호 대작전>이 차지했습니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주말동안 6,400명을 동원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2만명에 가까운 누적관객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무래도 전주대비 극장가를 찾으신 관객분들도 많으시고, 가족 단위로 찾아주신 분들이 많아서 5위를 차지할 수 있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바다 탐험대 옥토넛: 육지수호 대작전>은 바다 폭풍에 휩쓸린 옥토넛은 우연히 사막에 상륙하면서 벌어지는 일로 ‘옥토 요원’으로 새 친구 ‘포니’가 합류하고,
옥토포드 조종사 ‘대쉬’는 새로운 탐험선 ‘옥토레이’에 탑승해 사상최초 육지수호 대작전을 펼치는 이야기 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북미기준 11월 5일 개봉한 <이터널스>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에만 무려 $71,000,000(한화 약 84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전 주 대비 1계단 하락한 <듄>입니다.
주말동안 $7,620,000(한화 약 9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한화로 약 994억원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여전히 상위권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기준 10월 1일 개봉하여 어느덧 개봉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총 누적 매출액 $197,007,635(한화 약 2,334억)을 돌파했습니다.
씨네픽이 준비한 11월 둘째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와 스코어 분석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
다음 주도 더욱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늘은 비가 오고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비 오는 날씨가 끝나면 정말 추워진다고 하는데요.
여러분들 모두 감기조심하시고, 한 주 동안 건강하세요!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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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를 보고서야 루이14세를 이해했다, 드라마 <베르사유>
- 베르사유 (Versailles, 2015-2018) 시즌3 완결
제작 : 프랑스·캐나다, 역사·드라마 │ 연출 : 다니엘 로비, 크리스토프 슈르베, 자릴 라스페르, 또마 벵상
극본 : 사이먼 미렌, 데이비드 울스텐크로프트 │ 출연 : 조지 블래그덴(루이14세), 알렉산더 블라호스(필리프 공작),
안나 브루스터(몽테스팡 부인) 외 다수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다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나폴레옹에 대해 재해석한 발언이 화제였다. 오랜 시간 프랑스의 영웅으로 치하되어왔던 나폴레옹의 화려한 공적들 뒤로는, 전쟁 중독과 더불어 인종차별 및 여성차별이라는 단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과거에 평가된 인물들도 모두 현대의 관점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빛나는 태양왕으로만 익히 배워왔던 ‘루이 14세’를 보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한 편을 보게 됐다. 바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합작하여 만든 드라마 <베르사유>다. 딱딱한 교과서로 루이 14세를 접했던 나는, 그간 루이 14세에 대해서라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절대군주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드라마 <베르사유> 역시 그가 군주로서 황금기를 걷던 시절을 조명하긴 하지만, 3편의 시즌으로 이루어진 긴 이야기 속에는 ‘인간’ 루이의 삶이 녹아있다. 군주로서의 위엄과 공존했던 오만과 허영, 그리고 여러 업적 아래 가려진 불안과 고독에 대해서 말이다. 새벽 두 시까지 눈을 붙이지 못하며 단숨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관음적 즐거움을 이 드라마가 가득 담고 있었기 때문인 듯 싶다.
루이는 왜 변덕스럽고 외로웠을까
드라마에 비친 루이의 모습 중 한 면은 아주 화려하고 권세가 드높았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 면은, 아무도 믿지 못하고 급기야 몽유병과 불면증에 시달리기까지 하는 나약한 루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베르사유 내에서는 연쇄독살사건이 일어난 적 있으며, 루이를 암살하려다 발각된 외부세력들도 몇 차례나 있었다. 그로 인한 루이의 정신적 두려움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 두려움을 가리는 방어적인 오만과 함께. 어쩌면 그가 건설한 절대왕정의 틀, 베르사유라는 위대한 건축물은 모두 자신이 언제 소멸할지 모른다는 공포로부터 기인했던 걸까.
루이 14세는, 선왕인 루이 13세가 결혼 23년 만에 낳은 후계자였다.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선왕과 왕비를 두고 불임이라는 설도 돌았었고, 뒤늦게 태어난 루이 14세와 필리프 공작(루이의 남동생)을 두고서도 왕비가 불륜을 저질러 낳았다는 루머가 돌았었다고 한다. ─ 실제로 이 논란을 두고 시즌3에서는, 선왕이 다른 남자와 왕비를 관계하게 하여 루이 14세를 낳았다는 픽션이 가미되는데, 역사적 진실은 그 누구도 지금껏 모른다.
어쨌거나 출생부터 이야기가 많았던 루이 14세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여러 세력들 속에 성장해야 했다. 성인이 되어 궁전을 파리에서 파리 외곽인 베르사유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귀족들의 끊임없는 불만과 대신들의 반대를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상처가 많은 조개일수록 더 맑고 단단한 진주가 피어난다고 했던가. 출생부터 집권 기간 내내 불안과 고독을 경험했던 루이 14세는 업적과 위세에 집착하며 살아간 결과, 결국 우리가 아는 ‘태양왕’으로 기록되며 프랑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루이 14세에게 영향을 끼친 여인들
루이의 양면을 보여준다는 것 말고도, 드라마 <베르사유>의 또 다른 재미를 꼽자면 그건 바로 그를 둘러싼 여인들일 것이다. 실제로 왕비 ‘마리 테레즈’ 말고도 여러 명의 애첩을 두었던 루이는, 옆에 어떤 정부를 두느냐에 따라 성격이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즌1에서는 남동생 필리프 공작의 아내인 ‘헨리에타’와의 불륜을, 시즌2에서는 빼어난 미모로 루이를 쥐락펴락했던 ‘몽테스팡 후작부인’을, 시즌3에서는 철저한 종교적 신념으로 루이에게 내적인 안정을 안겨준 ‘맹트농 부인’을 다룬다. 세 여인의 성격이 모두 다르고, 그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루이를 보는 것은 때로는 마음 아프고 때로는 분노가 치미는 일이었다.
누구도 믿지 못했던 국왕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루이의 갈망이었던 걸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왕비를 제외하고는 루이의 정부들은 모두 루이에게 역사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헨리에타는 요절했으며, 몽테스팡 부인은 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흑마법에 가담했고, 맹트농 부인은 훗날 루이가 개신교를 박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드라마지만 영어 대사를 쓰는 드라마
영국 발음으로 대사를 하는 배우들을 보고, 당연히 처음엔 영국 드라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방영한 나라는 채널 ‘CANAL+’의 프랑스다. 실제로 루이 14세와 베르사유라는 소재가 프랑스의 것이니, 프랑스에서는 왜 자국의 역사를 영어로 제작해 다시 프랑스어로 더빙하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프랑스 궁정을 배경으로 영어를 쓰는 것이 적응이 안되기도 하지만, 점점 그 이질감보다는 배우의 연기력과 쫄깃하고 섬세한 연출력에 빠져들게 되는 건 이 드라마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일 테다. 자부심 높은 프랑스 국민들에겐 조금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나, 캐나다와의 합작으로 영미권까지 흡수한 덕에 이 드라마가 오늘날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꼭 화낼 일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역사드라마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
십 년 전쯤, 오랜 시간 프랑스의 마녀로 오해되어온 ‘마리 앙투아네트’를 재해석했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힘 있는 자에 의해 기록된 수많은 역사들이 인물을 평면적으로 묘사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녀였고, 콜럼버스는 위대한 개척자였고, 명성황후는 일본 자객에 의해 시해당했다는 이유로 선하고 가련한 왕비로 오랜 시간 각인되어왔다. 하지만 사실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매우 자애로운 성격이었고, 콜럼버스는 개척이 아니라 원주민 땅을 침범한 것이며, 명성황후는 살아생전 국고를 탕진한 매우 지독한 왕비였다는 것이 현대에 이르러 조명되고 있다. 역사 속에 딱딱하게 자리 잡은 이러한 인물들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것은 현대인들의 즐거움이자 사명일 것이다.
자기가 세상 잘 난 줄 알았고, 실제로도 잘났던 루이 14세에게도 말 못 할 허물은 많았다. 국민들의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했고, 개신교를 박해했으며, 충직한 대신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외면하며 무리한 전쟁을 이어나갔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독불장군이었으나, 그러면서도 하염없이 여인들의 입김에 녹아드는 한 남자였던, 인간 루이를 만나보는 기쁨 그리고 고통이 모두 <베르사유>에 담겨있다. 3편의 시즌 속에서 루이를 만나는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단면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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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연이라는 말의 의미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드라마는 보다가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아, 이건 무리순데' 싶거나 너무 자극적인 내용은 굳이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찾으면서 너무 판타지인가 싶으면서도 결국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어서 꾸준히 완주했다. 완주한 기념으로 리뷰한다. 보고 있으면 이런 현실은 믿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서 말이다.
1. 가족이라는 울타리란
이 드라마는 설정값부터가 좀 사기다. 모두 부모가 조금씩 자격미달들이다. 부모도 부모 나름대로 각자의 사연이 있지만 결국 아이들은 부모없이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온 상처가 이 드라마에서 기본 설정값이다. 한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모두 버렸고, 한 아이는 엄마가 버렸고, 한 아이는 엄마가 죽었다. 세상은 부모가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들 하고, 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절대적인가 싶을 때가 많은데, 이 드라마가 그 지점을 정확히 찌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알고 토닥토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혈연이라는 말은 가족 간의 유대가 약할 때 관계성을 강화하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강조하려고 만든 말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남보다 못한 혈연도 분명히 있고, 가족보다 나은 남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낳았는데'라고 말하며 자식이 벌어온 돈을 당연하게 뺏어가는 부모도 있고, 자식이 없으면 밥도 못 챙겨먹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꼭 '혈연' 운운하며 자식들의 죄책감을 자극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대우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한 이 드라마를 그래서 더 꾸준히 봤던 것 같다. 바로 그 지점이 마음에 들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그저 모든 인물들이 예쁘게만 보인다. 이 드라마의 판타지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인물들이 대부분 모두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 아이들의 친구들은 서로를 응원한다. 시기, 질투도 없고 누가 더 잘 된다고 까내리는 모습도 없고 그저 다들 순박하다. 난 이 지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비현실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뭐, 가끔 산하 엄마같이 자신의 아픔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등장해 이 드라마가 가진 판타지를 조금은 현실적으로 그린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의 우애, 애정이 더 돈독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이 드라마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참 착하다. 생판 남이지만 서로를 형제라고 칭하면서 유대감으로 꽁꽁 매인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참 예뻐보였다. 서로를 가장 많이 챙기니 이게 가족이 아니면 뭐라고 할 건데 싶고, 정재가 산하와 주원을 반대하는 것만 봐도 이건 찐 가족의 리액션이지 싶었다. 그래서인지 세상엔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믿고 싶어졌다. 가족은 삶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가족=혈연이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내가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 정재 캐릭터가 가지는 의미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사실 정재다.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 살고 있는 하나의 가족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정재와 같은, 소위 엄마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있어 이 같은 가족 형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회는 여자에게 엄마의 역할을 요구한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런 모성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고 아이들을 키워낸다. 하지만 정재와 같은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남자이지만 가족 구성원 상 엄마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 말이다. 여자라고 모두 엄마의 역할을 해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도 엄마처럼 살뜰히 챙길 수 있다는 이런 메시지가 이런 TV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참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정재가 엄마이고, 산하 아빠가 가장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걸 보고 있자면 전통적인 사회에서의 온전히 존재하는 엄마 아빠가 없어도 그 역할을 대체할 사람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의 결핍까지 모두 채워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나에게 부모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이 삐뚤어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재가 차려주는 밥상, 이거 참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함께 누군가와 정기적으로 밥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것, 이것이 남은 인생, 20, 30, 40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나만 해도 진짜 싫어하던 가족 구성원과 오랫동안 밥을 질리게 먹었는데, 그래도 그 싫어하던 사람과의 밥상도 계속 먹다보면 일말의 추억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에 안 한 것보다는 나았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과의 밥을 먹어온 기억으로 지금의 내가 이정도 안정적인 정서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족 사회에서는 그런 밥상을 엄마들이 많이 차려오시는데, 나는 전통적인 가족 사회 출신이지만 그걸 꼭 엄마가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내 인생에 그런 밥상을 차려주시는 어른이 있다면 그 사람이 곧 엄마가 아닐까. 엄마=여자로 생각될 필요는 없지 않나.
3. 총평
이 드라마, 중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이다. 중국 드라마도 조금 봤었는데, 우리 나라 사람 정서에 맞게 잘 리메이크한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이런 드라마 잘 못 만들면 신파 되기 십상인데, 인물들을 적당히 불쌍하게 만들다가도 로맨스 라인도 가미되어 잠시 분위기가 환기되기도 하다보니 그렇게 슬픔에만 몰입하지만은 않게끔 완급조절을 잘 한 것 같아서 좋았다. 신파를 볼 때에 크게 과하게 감정소모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오글거리고 그래서 끝까지 완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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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된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기
삶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다.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없이 실패를 거듭하고 다시 도전을 계속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목표를 포기하거나 수정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진행된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과제들이 주어지고 그것을 통해 각자는 레벨업을 하며 성장해 나간다. 책을 읽고, 몸을 움직이고,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자신 만의 지식을 습득하고 실제로 활용해 가면서 자기가 자기고 있는 힘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그 모든 과정은 성장을 위한 작은 계단들이다.
너무나 흔하지만 '실패'라는 일은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실패를 맞이하면 대부분은 주저앉아 절망한다. 그렇게 포기를 택하면 ‘실패’를 인정하고 더 이상 전진하지 않게 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 되는 선택이 바로 포기다. 만약 그것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라면 사람들은 ‘실패’를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표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장 많이 택한 실패 극복의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실패를 거듭하는 한 팀의 이야기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에는 실패를 거듭하는 한 팀이 나온다. 팀에 속한 에드긴(크리스 파인), 홀가(미셸 로드리게즈), 사이먼(저스티스 스미스) 그리고 도릭(소피아 릴리스)는 네버윈터의 영주인 포지(휴 그랜트)에 맞서 보물과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에드긴을 중심으로 모인 이 팀에는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다. 리더인 에드긴은 과거에 성스러운 일을 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아내를 잃고 딸을 혼자 기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에드긴은 수많은 실패를 하게 된다.
에드긴이 아내 없이 처음 맡은 임무인 육아에도 계속 실패하자, 우연히 그 광경을 본 홀가는 에드긴의 집에 같이 살며 남매 같은 사이가 되고 딸을 같이 키운다. 이후 에드긴과 홀가, 사이먼은 크고 작은 보물을 훔치며 생계를 유지한다. 아내를 살리기 위한 부활의 보물을 훔치기 위해 팀을 만들어 보물이 있는 장소에 가지만 그곳에서 에드긴과 홀가가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가장 큰 실패를 맞이한다. 몇 년 후 결국 감옥에서 다시 탈출하지만 이미 과거 동료였던 포지와 악의 위저드 소피나(데이지 헤드)가 에드긴의 딸을 볼모로 삼게 된다.
영화에는 에드긴의 팀이 포지의 보물과 에드긴의 딸을 구출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나 이 팀은 막강한 위저드의 마법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깊은 던전에 숨겨둔 투구를 찾거나 마법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등의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재미있는 건, 그 목표를 향해 선택하는 방법들에 확신이 있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리더인 에드긴의 계획에 따라 가지만 멤버들은 늘 벽에 막힌다. 또한 각 인물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타고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는 홀가를 제외하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믿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 찾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젊은 위저드 사이먼이다. 그는 자신의 마법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늘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가 동료들에게 하는 말들도 모두 자신 없는 말들 뿐이다. 그래도 그를 좀 더 도전할 수 있게 이끄는 건 실패 전문가 에드긴이다. 에드긴 역시 최고의 전사나 마법사가 아니다. 그는 아내를 잃고 딸을 빼앗기는 큰 실패를 계속 겪는 인물이다. 영화는 실패한 리더 에드긴이 자신의 최종 목표에 어떤 식으로 다가가는지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전달한다.
에드긴이 선택한 길은 쉽지 않은 길이다. 어쩌면 불가능해보이는 그의 계획은 당연하게도 계속 실패한다. 영화가 다루는 에드긴의 실패는 절망적이지 않다. 이건 영화의 분위기가 밝은 톤이라서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대하는 에드긴의 태도가 많은 영향을 준다. 영화 중반까지 관객의 입장에서 에드긴과 그의 팀이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우리 앞에 꽤 많은 실패가 먼저 보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하나하나 이루어갈 때 조금씩 긍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후반부 에드긴이 팀원들에게 실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이 맞이하는 모험의 끝이 나쁘지 않을 거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팀원들은 실패의 순간에 목표를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에드긴은 실패 이후 어떤 식으로 상황을 대할 것인지 알려준다. '포기'를 택하는 순간 실패는 현실이 된다. 하지만 '포기' 대신 '다른 방법'을 택하면 그 목표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 방법이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고, 그것마저 안되면 다시 처음 방법으로 시도해 본다. '포기'를 선택하지 않는 삶, 그 태도가 리더인 에드긴이 살아온 삶이다.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사실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영화다. 오랜만에 제작된 판타지 영화이고, 과거 2000년에 한 번 영화화된 적 있는 영화는 롤플레잉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2000년에 개봉했던 <던전 드래곤>은 명배우 제레미 아이언즈가 주연을 맡았지만 인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리메이크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꽤 잘 만들어진 오락 판타지 영화다.
무척 흥미로운 판타지 오락영화
과거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는 팀원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무엇보다 강력한 악의 위저드보다 부족해 보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서사가 흥미롭다. 주인공 에드긴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분위기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실패 전문가들이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이 경쾌한 호흡으로 이어진다.
에드긴 역을 맡은 크리스 파인은 과거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유쾌하지만 허술해 보이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면서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다. 여전사 홀가 역을 맡은 미셸 로드리게즈, 사이먼 역을 맡은 저스티스 스미스도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도릭 역을 맡은 소피아 릴리스의 매력이 돋보인다. 사기꾼 포지 역을 맡은 휴 그랜트는 능글맞은 이기적인 배신자역에 무척 잘 어울린다. 영화에는 이런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뚱뚱한 드래곤이나 다양한 마법 위저드들이 등장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마치 마블 시리즈의 초창기 영화들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경쾌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다. 다양한 방향의 이야기가 더 나올 수 있는 원작이 있기 때문에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다양한 시리즈로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삶에서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에드긴과 그의 팀이 앞으로 어떤 실패를 겪고 또 극복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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