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1-24 17:08:24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만나보기
감독상 & 작품상
어젯밤 발표된 오스카 시상식 후보작 !
올해 96회를 맞이한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 오스카
씨네픽 유저분들이라면 수상작쯤은 쉽게 맞추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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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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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가 나타났다!
이 글은 영화 [퇴마록],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라떼는 학생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일이 흔치 않았다. 덕분에(?) 지금처럼 "즐길거리"는 많지 않아서 독서 정도가 만인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만인의 취미는 또 다른 이름의 교과서가 되어 유명 대학교 추천 어쩌고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가슴속에 짐짝처럼 올려져 있었기에. 장르 소설인 퇴마록의 인기와 재미는 마치 금서를 펼쳐보는 것과 같은 짜릿함을 학생들에게 선사했었다.
나라는 학생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삼촌 책장에 고이 꽂혀 있는 책을 한 권씩 읽어내려가며 부모님은 모르는 세계에서 유영하는 바람에 모든 중간, 기말고사를 망하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지(?).
사진 출처:다음 영화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서 모든 책의 내용이 기억난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그 책을 읽어 내려갈 때의 비밀스러움과 전율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의 의미는 학창 시절의 나에겐 대단했다.
그런 대단한 원작을 바탕으로 실사도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개봉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물음표였다. 과연 그 특유의 어둡고 먼지 가득한 이야기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았지만. 영화가 초반부터 날려댄 일침은 이 오만하고 늙은(?) 관객이 정신을 차리다 못해 무릎을 꿇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가 꽤 괜찮은 오컬트 영화임을 설명하려면. 안타깝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검은 수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영화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 지점을 [퇴마록]은 꽤 적절한 수준으로 보수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각 인물들의 플래시백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과하거나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았다. 덕분에 이 퇴마 원정대가 모이게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면서도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자세하게 설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적당하다는 말로 통용해도 무리가 없다.
덕분에 이 편에서 궁금증을 느낄만한 장면들은 후속 편을 향한 자연스러운 떡밥으로 이어지는데. 아주 묘한 점은 마치 수많은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로 본편을 소비해 버리지는 않기에, 강호를 구하지 않으면 정말로 밀교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극 중 내내 유지된다.
그뿐인가.
단 하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선(善)을 위한 종교 대통합(?)은 이렇게 이루는 것이다. 를 몸소 보여준 탓에. 그 어떤 이질감이나 모독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적절하면서도 합당한 설명이 이뤄졌기 때문에 오는 안정감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게다가 이 영화는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들려줬다. 휘몰아치는 1.5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속에서 뛰고 구른 덕분에 힘은 들고 지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개운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속편이 기대되는 작품이라니. 게다가 그 속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영화라니. 편견 아닌 편견을 깨준 덕에 즐겁게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영화를 만나 행복했다.
[이 글의 TMI]
1. 연휴 기다리며 참는다.
2. 빵을 끊어야 하는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3. 겨울 워커도 세탁 맡기면 되는 건가?
#퇴마록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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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이 글은
영화 [썬다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인용 및 퍼가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 주세요.
쳐다보기 힘든 여름의 태양 같던 영화계의 여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개봉 영화의 수(Number)도, 장르도 조금씩 변화하면서, 강렬하기 그지없던 여름에 대한 약간의 향수가 함께 마음속에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 같다.
쓸쓸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들도 하나둘씩 개봉해 관객들의 마음에 남은 여름의 온기를 지켜주려 노력한다.
영화 [썬다운]은 이런 날씨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여름을 슬며시 비켜가 가을을 맞이하는 남자 닐을 통해 인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짧지만 강렬하게 던진다. 과연 봉준호 감독도 좋은 말을 했을 법하다.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꽤나 존재한다.
휴양지의 느긋하고 따사로운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닐의 마음과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주는 부조화가 주는 재미 또한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많은 숙제 같지만 괴롭지 않은 생각도 함께 던져주어 오래 생각하며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좋은 영화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던 바닷가의 남자;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본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닐은 기어코 해변에 남기를 택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피하고 싶어서. 아니, 추악하다고 말해도 모자라지 않는 진실을 말하자면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자신의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현실은 정오 때의 태양처럼 피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영화는 몇 번이고 가장 높은(중앙) 곳에 떠 있는 태양을 비추며 너 따위가 감히 현실을 피해 숨을 수 있을 것 같냐고 조롱하듯 작열하지만.
닐은 아무런 동요도 없는 얼굴로 조용히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단 한순간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태양을 자신이 없애버렸다는 잘못된 승리감에 도취해 억지로 마음의 평온을 끌어온다.
어찌 이렇게도 태평할 수 있을까. 애써 도망쳐 도착한 바닷가 이건만, 그는 수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물 위에 둥둥 떠서 유영하는 것을 즐길 뿐. 단 한 번도 힘센 파도를 향해 육신의 힘을 모아 헤엄치지 않는다. 이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휩쓸려 가다 도착하는 곳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닐은 그저 인생을 유영한다.
그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책임도 다른 사람의 손에 손쉽게 넘기는 것도 모자라, 미안하다는 말로 교묘히 책임들을 벗어난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만은 사양 않고 조용히 챙긴다. 이 현실과 인생을 향한 미적지근한 그의 태도는 닐의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서도 분노가 되어 닐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닐은 원래 자신은 그런 사람이라는 듯. 또 한 번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을 향해 또다시 눈을 질끈 감는다. 태양의 눈부심은 오롯이 그것을 들여다본 당신들의 몫이라는 듯한 태도로.
레다(로스트 도터)의 바다와 닐의 바다;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
애석하게도(?) 바다는 온전히 닐 만의 것이 아니었다. 옆에 있었다고 해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을 만큼 멀지 않은 곳에. 영화 [로스트 도터]의 레다도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레다는 안식년으로 충분한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숨겨왔던, 혹은 낯부끄러웠던 모습을 바닷물에 씻어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모성(엄마)과 인간으로서의 역할이 부딪치며 만들어낸 상처마다 들러붙은 소금과 모래알은.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파다 못해 다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본 듯 소스라치게 한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쓰라림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이 시간이 간절히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물론 해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프고. 피하고 싶을 만큼 부끄럽지만. 레다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마저도 자신의 모습임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았다.
모든 면에 있어서 모자라고 깨지고 뒤틀린 자신의 모습이지만. 레다는 용기를 내었고. 딸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여태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말을 던지는 것으로 떠날 채비를 시작한다. 그녀는 휴양지의 파도에 자신의 반성과 고뇌를 쓸어 보내는 것으로 안식년을 완성시키려 했을 것이다.
레다의 여정을. 조금은 개운하고 맑아진 표정으로 오렌지의 껍질을 벗겨내는 모습을 닐이 물끄러미 옆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확한 사정을 다 알 수 없더라도. 레다의 웃는 얼굴을 보며 그동안 그녀의 입꼬리를 올라가지 못하게 꽁꽁 붙들고 있었을 비밀과 그녀의 속내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자신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닐 또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닐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있었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비난할 수 있을까;그래도 태양은 진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조던 피터슨이 그렇게 인생의 무게를 자신의 어깨 위에 직접 짊어지라고 피 토하듯 말했건만. 스스로의 삶마저도 타인의 말과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고. 서류에 사인하는 것 마저도 겨우 하는 이 남자를 보며 단박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과, 인생에 있어 그다지 큰 목표도, 그렇다고 완전히 엇나가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태도. 오늘도 흐물흐물하고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그저 해변가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기꺼이 써버리는 중년의 남자.
차라리 여동생의 죽음을 대신하는 게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이 남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밉기만 한 사람이냐. 고 묻는다면.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직후에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는 인생에 대해서도. 그리고 결국 찾아온 죽음에 대해서도.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연 설명마저 없이 입을 굳게 닫는다. 그것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인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앞서 뱉은 소설 [인간 실격]의 문장은 당신은 영화 초반부에는 분명 아마 이런 생을 살았을 거야.라고 생각한 관객이 떠올리기 쉬운 문장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가면, 마치 닐의 독백을 영화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인생은 소설 속 주인공보다는 조금 더 길었고. 마지막도 조금 더 풍요로웠겠지만. 스스로의 인생 한 조각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고. 이제 그 생이 끝나갑니다. 마치 일몰처럼 말이지요.
라고 말이다.
마치면서.
영화의 거의 모든 면이 참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상영 시간마저 1시간 30분 남짓으로 충격적으로(?) 짧다.
그러나 이 급작스런 끝맺음마저도 참 인생의 한 부분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오는 죽음과 엔딩 크레디트처럼.
인생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들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바꿔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인생 같은 영화였다.
또한 누군가의 인생의 한 부분만을 보고 입에 담는 것이 어쩌면 성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어 몇 번이고 제목을 곱씹게 되는 영화다.
[이 글의 TMI]
1. 사실 [로스트 도터]도 봤는데 리뷰 못 쓰고 있었음.
2. 근데 쓰긴 해야 할 것 같음.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느꼈음.
3. 이제 추워져서 반팔은 정말 다 장롱으로 넣어야 할 듯.
4. 추석 기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나란 인간.
#썬다운 #미첼프랑코 #팀로스 #샤를로트갱스부르 #헨리굿맨 #아주아라리오스 #베니스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심리스릴러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영화망상쌉가능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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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미제라블> 누가 그들을 불쌍한 사람들로 만드는가
1. 몽페르메유로 전근 온 경감 '스테판(다미엔 보나드)'은 '크리스(알렉시스 마넨티)', '그와다(제브릴 종가)'와 같은 순찰팀에 배정된다. 처음으로 순찰에 나선 스테판은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가득한 시민들, 그리고 그럴수록 시민들에게 더 거칠어지는 동료들을 마주하며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새로운 임무에 발을 들이민 스테판에게 첫 사건이 주어진다. 바로 집시 서커스단의 아기 사자를 훔쳐 간 도둑을 붙잡는 것. SNS를 살피던 스테판과 그의 팀은 이민자 청소년인 '이사(이사 페리카)'가 범인임을 파악하고 체포에 나서지만 강한 저항을 마주하고, 그 와중에 이사가 그와다가 쏜 총에 부상당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사회적 약자의 봉기를 다루는 영화들은 흔히 약자들을 선으로, 그들을 탄압하는 이들을 악으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관객들의 공감과 분노를 빠르게 유도할 수 있고, 그들의 폭력이 갖는 정당성도 손쉽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래드 리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자 2005년 파리 교외지역에서 발생한 이민자 청소년들과 경찰 간의 충돌과 연쇄적인 차량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레 미제라블>도 언뜻 보기에는 다르지 않다.
작중 인종, 종교,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갈등과 상실감에 빠진 시민들에게 경찰은 악인이다. 그들은 무슬림 여성들을 심문하며 희롱하고,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영장 없이 가정집을 수색한다. 영화 시작부터 거듭되는 시민과 경찰의 충들은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을 손에 쥔 것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유발하며, 이러한 긴장감은 이민자 청소년들을 선, 경찰들을 악으로 인식하게끔 만든다. 이렇게 영화는 제목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결말, '불쌍한 사람들(Les Misérables)'의 분노가 거침없이 분출될 피날레를 향해 달려 나가는 뻔한 재현에 머무르는 듯 보인다.
2. 하지만 <레 미제라블>은 이내 평면적인 선악의 이분법을 탈피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게 된 이 비극의 원인을 살펴보려는 본래 의도를 드러낸다. 특히 이사에게 총을 쏜 경찰 중 하나인 스테판이 주인공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가 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막 몽페르메유로 전근 온 스테판은 본질적으로 도시의 상황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관찰자다. 따라서 그의 시점과 일치된 관객들은 영화가 시종일관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명하는 것과 별개로 스테판처럼 그들의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근본 원인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영화의 관찰자적인 태도는 이사가 총에 맞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장면은 사실 선악 구도로 인물들을 나누기에 최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래드 리 감독은 해당 장면을 경찰, 이사, 이사의 친구들 중 그 누구의 시점으로도 보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공중에서 총을 쏜 경찰, 총에 맞은 이사, 경찰들을 공격하는 이사의 친구들을 모두 내려다보며 정비되지 않아 더러워진 도시의 품 안에 그들의 갈등을 위치시킨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이 극에 달하는 찰나에 도리어 한 발짝 물러서는 연출은 경찰이 쏜 총에 아이가 맞았다는 사건의 충격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상황을 모두 살펴보고 진정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찾게 만든다.
그와다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폭력적으로 대응하자 총을 꺼내 들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미 지나치게 강압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견지했던 경찰의 명령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와다와 크리스는 서커스단 집시들이 보여주었듯 대화보다 주먹이 우선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총격 사건을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는 정치인들 때문에 강압적인 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가다 보면 결국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 갈등과 차별을 제도적으로 봉합하지 못한 프랑스 사회의 시스템이 모든 사태의 근원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3. 이에 더해 <레 미제라블>은 관찰자인 스테판의 눈을 빌려 이민자뿐만 아니라 그들이 적대시하는 경찰도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스테판은 총을 쏜 당사자인 그와다와 밤중에 대화를 나눈다. 그와다는 몽페르메유에서 긴 시간을 지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 도시에서 폭력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하고, 스테판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판은 그와다에게 이사를 쏘는 장면이 담긴 sd 카드를 넘겨준다. 그와다가 도덕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미 증오와 분노가 또 다른 증오와 분노를 낳고,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의 굴레 안에 들어온 이상 그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는 없으며, 관찰자인 스테판도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민자들과는 또 다른 맥락 안에서 피해자가 되어버린 경찰들의 딜레마는 스테판 본인의 서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이사에게 총을 쏜 팀원 중 하나이지만, 그는 팀원들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항의하고, 총에 맞은 이사를 치료해주는 등 경찰로서 자신의 권한과 범위 내에서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충실한 상식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데도 그는 성난 이민자들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 이처럼 그저 사회적으로 주어진 일에 충실했던 사람마저도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스테판의 서사는 자연스럽게 과연 경찰들을 악이라는 프레임 안에 고정시키고, 이 모든 비극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을 낳는다.
이는 크리스, 스테판, 그와다가 퇴근 후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하루 동안 감내해야 했던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는 장면이 긴장감이 팽배한 영화에서 유일하게 숨을 고를 수 있는 대목인 이유다. 영화는 감정 이입이 용이한 이민자들 대신 악인으로 인식하기 쉬운 경찰들의 개인사를 일부 흘리면서 그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감정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들의 저녁을 장식하는 평화로운 석양은 분노와 불신, 갈등의 골이 나날이 깊어지는 악순환이 경찰들의 일상을 잠식했으며, 그들은 그저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4. 한편 <레 미제라블>은 스테판 외에도 축구라는 상징을 통해 프랑스 경찰과 이민자들이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사실, 간과되기 쉬운 진실이자 프랑스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 1998년 월드컵에서 알제리 이민자 2세인 지네딘 지단을 중심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래 프랑스 남자 축구 대표팀은 프랑스 사회의 통합을 상징해 왔다. 2010년 월드컵 당시 팀에 내분이 발생해 조별리그 탈락을 맛보자 청문회가 열렸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20년 만에 승리하자 파리 주피터 광장을 가득 메우고 환호하는 인파를 담은 영화의 오프닝은 마치 온전히 하나 된 프랑스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프랑스 사람들의 환호를 비명과 괴성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축구라는 상징에 담긴 하나 된 프랑스라는 공허한 허상을 파괴한다. 그 중심에는 닭과 사자가 있다. 영화는 세 번에 걸쳐서 닭과 사자를 한 공간에 놓는다. 우선 집시들의 아기 사자를 훔친 이사는 사자 앞에 수탉 한 마리를 던져준다. 이후 집시들의 항의에 굴복한 공권력에 의해 총을 맞고, 집시들에게 끌려간 이사는 자신이 던졌던 닭 마냥 사자 우리에 잠시 갇히는 벌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맥스에서 이사는 한 마리의 사자가 되어 닭을 보듯 시장과 경찰들을 습격한다.
이때 닭과 사자는 단지 약자와 강자가 아니다. 그들은 이제 약자가 된 강자, 또는 강자가 된 약자다. 그들은 서로 분노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모두가 불쌍해진 프랑스 사회를 담아낸 우화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수탉이 프랑스 남자 축구 국가 대표팀의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 차례 반복되는 닭과 사자의 우화는 이민자들과 경찰을 대립항 대신 그들을 사회적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동류항에 위치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5. 영화는 총을 겨눈 스테판과 폭탄을 든 이사가 꽉 막힌 아파트 복도에서 서로 대치한 상태로 끝난다. 이 대치 상황은 연이은 분노와 증오, 폭력의 결과이자 누군가의 승리도 패배도 없으며 그 누구도 일방적인 가해자 혹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나 다름없다. 섣불리 그 끝을 보여주지 않는 결말은 러닝타임 내내 줄곧 던져왔던 질문, 이 상황이 과연 누구의 잘못이며 이 사태를 촉발시킨 본질적인 문제는 과연 무엇인지라는 의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 결과 <레 미제라블>은 시작부터 끝까지 특별하다. 뻔한 길을 가지 않으면서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는 갈등 구도나 사연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단지 눈에 보이는 사건과 현상을 다시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외피가 숨기는 사회 구조적 모순, 개개인의 일상적인 삶에서 특정하기 어려운 거시적인 문제점을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이처럼 단지 세상을 재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제시할 줄 아는 영화 <레 미제라블>은 색다르고 인상적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꼬리를 무는 증오, 분노, 폭력이 파괴한 '하나 된 프랑스'라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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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없는 시~원한 사이다 전개 영화 5편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가슴을 뻥 뚫게 만들어주는 액션으로
<범죄도시 3>가 무서운 속도로 벌써 600만을 넘었는데요,
그러하여 오늘 씨네랩은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는 고구마 없는 사이다 전개 영화 5편을 준비했습니다.
취향저격, 고구마가 뭐죠? 빠른 전개 + 몰입도 높은 사이다 영화 5편,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미스슬로운
Miss Sloane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개요: 드라마, 스릴러 | 미국
감독: 존 매든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 구구 바샤-로, 알리슨 필, 마이클 스털버그
개봉: 2017.03.29.
배급: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시놉시스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총기 규제 법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두가 포기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로운’은 뛰어난 전략으로 한 번도 굴복한 적 없는 거대 권력에 맞서지만, 동시에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데…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숨통을 조여도 나한테 징징대진 마'
CINEPICK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로 분한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극을 달하는 작품.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예측 불허의 결말,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러닝타임 132분 내내 독보적인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캐시트럭
Wrath of Man
ⓒ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개요: 액션 | 영국, 미국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제이슨 스타뎀, 스콧 이스트 우드, 조쉬 하트넷
개봉: 2021.06.09.
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캐시트럭을 노리는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H(제이슨 스타뎀). 분노에 휩싸인 그는 아들을 죽인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한다. 첫 임무부터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급부상한 H. 캐시트럭을 노리는 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며, 아들을 죽인 범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자비는 없다, 분노에 가득 찬 응징만이 남았다.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Lungs, Liver, Spleen, Heart.'
CINEPICK
<알라딘>의 가이 리치 감독과 고난이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해내는 찐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의 만남!
강렬한 분노에 걸맞은 묵직하고 리얼한 액션을 선사하며 처절한 응징과 복수극을 담은 작품으로 속도감 있는 연출과 액션, 생생한 사운드에 대한 호평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걸캅스
Miss & Mrs. Cops
ⓒ CJ ENM
개요: 코미디, 액션 | 대한민국
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수영, 염혜란, 위하준, 주우재, 강홍석, 김도완
개봉: 2019.05.09.
배급: CJ ENM
시놉시스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 두 사람은 민원실에 신고접수를 하기 위해 왔다가 차도에 뛰어든 한 여성을 목격하고 그녀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강력반, 사이버 범죄 수사대, 여성청소년계까지 경찰 내 모든 부서들에서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이 밀려나자 ‘미영’과 ‘지혜’는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수사가 진전될수록 형사의 본능이 꿈틀대는 ‘미영’과 정의감에 활활 불타는 ‘지혜’는 드디어 용의자들과 마주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합동 수사가 펼쳐진다!
ⓒ CJ ENM
'일망! 타진!'
CINEPICK
나쁜 놈 때려잡는 걸크러시 콤비 라미란 & 이성경을 필두로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활약을 담은 영화.
디지털 성범죄자를 추격하는 내용의 코믹 액션 영화로 라미란, 이성경의 질주하는 사이다 면모와 통쾌한 케미가 빛을 발휘한 작품입니다.
범죄도시 3
THE ROUNDUP : NO WAY OUT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범죄, 액션 | 대한민국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개봉: 2023.05.31.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 서울 광수대로 발탁!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사건 조사 중, ‘마석도’는 신종 마약 사건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고 수사를 확대한다. 한편, 마약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은 계속해서 판을 키워가고 약을 유통하던 일본 조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한국에 들어오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나쁜 놈들 잡는 데 이유 없고 제한 없다. 커진 판도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경찰이 뭐야. 민중의 몽둥이 아니야'
CINEPICK
개봉 일주일만에 벌써 6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 압도적인 흥행률을 자랑하고 있는 <범죄도시 3>
타격감, 리듬감, 그리고 보는 재미와 시원함으로 매 순간 사이다처럼 터지는 작품으로 마석도(마동석)에 대적하는 악역을 투톱으로 내세워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악의 스케일이 커진 만큼 이들을 응징할 때 쾌감 또한 극대 달하는 작품으로 현재 절찬 상영 중입니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개요: 드라마, 액션 |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3.03.21.
배급: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아내를 구해야 하는 분노의 로맨티스트 ‘장고’ 그를 돕는 정의의 바운티 헌터 ‘닥터 킹’ 그들의 표적이 된 욕망의 마스터 ‘캔디’ 복수의 사슬이 풀리면, 세 남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와일드 액션 로맨스, <장고:분노의 추적자>!
'장고, D.J.A.N.G.O. D는 묵음이지'
CINEPICK
노예제도를 난도질하는 통쾌하고 시원한 복수를 담은 작품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만의 스타일리시함으로 미국과 유럽 박스오피스 1위를 이룬 바 있으며 해외 및 국내 관객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총 5편의 영화 어떠셨나요?
시원함 2배, 스트레스 2배 풀리는 유쾌, 상쾌한 사이다 영화로 스트레스 시원하게 날리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GONI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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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과 영문 제목 사이의 괴리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치가 싫었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청와대 5년, 그는 왜 권력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을까? 사저 시위대의 욕설 속에서 그는 왜 묵묵히 꽃만 심었을까? 그를 지켜본 이들이 한 조각씩,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는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 시절은 왜 '대통령 문재인'을 원했을까?' 그 퍼즐이 비로소 완성된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양날의 검
노이즈 마케팅. 가장 많이 알려진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이 기법의 핵심은 이슈다.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이어도 좋다. 사람들의 입에만 많이 오르내리면 된다. 품질에 관계없이 관심을 끌고, 일단 제품을 알리는 것. 노이즈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입니다>는 노이즈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사이에서>, <길위에서>, <목숨>,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신작은 공개 전부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정치적 갈등을 초래할만한 발언이 담긴 영상을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 258회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영상은 본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 품질과 무관하게 관심을 끈다는 목적을 120%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설수를 호평으로 바꾸지 못하면 역효과가 난다.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가 구설수에 먹힐 수도 있다. <문재인입니다>도 마찬가지다. 메시지에 쏠려야 할 관심이 정치적 공방에 묻혀 버렸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안타깝다. 지지 정당이나 정치인 문제를 떠나서 보더라도 <문재인입니다 This is the President>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헤치다
이창재 감독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노무현입니다>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이창재 감독을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정치적 성향을 지우고 나며 그의 작품에 깃든 독특한 세계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개체는 달라져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적이다.
<사이에서>는 신내림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무속인의 삶을 그려낸 영화다. <길위에서>는 비구니 스님을 통해 속세를 떠나야 하는 운명을 관찰한다. <죽음>과 <노무현입니다>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에 대해 묻고, 한 시대의 얼굴이 되었지만 죽음을 선택한 대통령을 그려낸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삶과 운명의 관계를 찾으려는 사색으로 가득하다.
<문재인입니다>도 같은 길을 걷는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에서 퇴임한 한국 대통령은 이상한 존재다. 그 자체로 운명과 인간적 삶이 충돌하는 아이러니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아는 정치인이어도, 가장 유력한 후보도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
하지만 끝은 가혹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현직 못지않게 무겁다. 죽거나, 망명하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자살하거나... 누구 하나 희극을 맛본 이가 없다. 그러니 퇴임 후 조용히 잊히고 싶다는 대통령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마모되고 부서지기 일쑤인 자리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지지와 비난이 맞닿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문재인입니다>는 그 삶의 의미를 찾는다.
대통령의 두 얼굴, 아틀라스와 프로메테우스
영화는 대통령이라는 운명을 마주한 인간을 둘로 쪼개 카메라에 담는다. 한쪽에는 아틀라스가 있다.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과업을 5년 동안 수행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쪽에는 헤라클레스를 만난 프로메테우스가 있다. 그는 마침내 형벌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았다.
처한 상황이 상이한 만큼 두 이미지를 묘사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오랜 변호사 동료와 임기 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의 진술은 아틀라스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들의 증언은 단순한 '문비어천가'가 아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특징을 나름 객관적으로 들려준다. 인내하는 사람, 듣는 사람, 과묵한 사람의 장단점이 빠르고 날카로운 리듬으로 제시된다.
그 과정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도 등장한다. 주한미군 방위금 문제, 일본과의 무역 전쟁, 조국 사태 등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정치적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굵직한 현안을 헤쳐 나오는 주인공의 습관과 태도, 정치 방식을 전할 뿐이다.
반면에 자유로워진 프로메테우스는 평화롭다. 대통령 퇴임 직후 그가 아내와 비서진의 도움을 받아 정원을 가꾸는 일상을 보여준다. 반려 동물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 산책에 나서는 모습이 뒤따른다. 전 대통령의 일상은 긴 템포로, 차분하게 전시된다. 물론 운명의 무게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반대파의 외침이 그의 집을 감싼다. 과거의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조롱과 욕설에 침묵하며 농사짓고 반려 동물을 돌보는 삶. 이 전원생활을 보다 보면 천성적으로 정치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난리 끝에도 조국 전 장관과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차라리 대통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동정과 비난 사이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이는 <문재인입니다>가 영화적으로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이는 이유다. 아틀라스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프로메테우스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과중한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두 얼굴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셈이다.
국문과 영문 제목의 괴리감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문재인입니다>의 영화 외적인 선택은 더욱 의아하다. 마케팅을 비롯한 선택 하나하나가 영화의 본질을 가리고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문제다. 물론 전작 <노무현입니다>와 이어지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열망이 읽히기는 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분량도 일부 있다.
하지만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은 내용이나 메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화는 문재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한 한 인간을 살핀다. 그런데 매개체에 불과한 문재인이라는 이름에는 수많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 이름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름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논쟁이 함축되어 있다. 이슈 하나하나가 찬반이 격돌하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탈원전, 한일관계 등. 즉,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역으로 영화의 참뜻을 가려 버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영문 제목인 <This is the President>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본질에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다가간다. 잘못 번역된 외국 영화 제목이 오해를 초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문재인입니다>는 보기 드문 반대 사례인 셈이다. 국문과 영문 사이의 괴리감은 영화 외적 요소가 평가와 해석, 감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어떤 이유 때문이든 과소평가한 결과처럼 보인다. 감독의 전작이나 정치적 성향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의도는 흥미롭다. 그러나 방해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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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2주 개봉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 2022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 ‘블랙 팬서’가 돌아온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블록버스터입니다.
1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와칸다'의 모습과 깊은 바닷속 신비로운 세계인 '탈로칸'이 압도적인 비주얼로 펼쳐지는 동시에
이들이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전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강렬한 액션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2022년 대미를 뜨겁게 장식할 최고의 마블 스튜디오 기대작 와칸다와 탈로칸의 확장된 세계관!
이번주 추천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입니다.
첫번째 아이 FIRST CHILD , 2021
2022년 올해의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
영화 "첫번째 아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를 통해
의지할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입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배우 박하선의 섬세한 연기와 신예 허정재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묵직한 촬영이 주목받은 작품이죠
드라마, 영화,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을 망라해 다양한 매체와 장르,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박하선의 스크린 주연작입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소셜 딜레마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이 돋보이는 신예 허정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작 단편영화들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감각을 입증받으며 차세대 감독으로 떠오른 허정재 감독의 탄탄한 각본과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우리 시대의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올해의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
이번주 추천영화 "첫번재 아이" 입니다.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我吃了那男孩一整年的早餐 , My Best Friend's Breakfast , 2022
대만 박스오피스 1위!, SNS 신드롬 실화 로맨스 원작
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는 2015년 대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D card에 '난 1년 동안 그 소년의 아침을 먹었다'라는 제목으로
한 여대생이 올린 실제 남친과의 귀여운 러브스토리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업로드된 게시글은 댓글과 좋아요가 5만 개를 넘으며 계속해서 입소문이 났고,
2016년에는 소설로 각색되어 여러 언어로 번역 및 출판되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실제 주인공은 2018년 결혼에 골인하며 대만 SNS를 강타한 실화 로맨스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로 탄생했습니다
1020 관객들의 취향 저격 영화! 첫사랑 먹방 로맨스!
이번주 추천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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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찰리> 예고편
내 이름은 찰리
화목한 가정,
잘나가는 정치인 아버지,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님,
넘치는 용돈까지.
그런데
나는 왜 지금 흔들리는 것일까?
담배 피고, 술 마시고, 마약하고,
점점 세상에서 나는 혼자가 되어 가고 있다.
급기야 난 선택의 여지없이 중독 재활 치료소에 가게 됐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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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이재킹> 1차 예고편
1971년 대한민국, 이 여객기는 납치되었다 [하이재킹] 6월 21일 개봉 확정 & 1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