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2-23 20:13:55
북으로 간 남한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 실화영화
보통 첩보물이라고 하면 어디에 몰래 숨어 들어가 주인공 버프로 100명이 총을 쏴도 치명상을 입지 않는 무적으로 많이 묘사가 되곤 하는데, 이번 영화 공작의 경우 총성 없이 쫄깃함을 선사하고 있어요. 이 영화의 경우 북으로 간 남한 스파이 흑금성을 실화를 담고 있어서 더욱더 쫄깃하고 몰입하며 볼 수 있어 가지고 왔습니다~
그럼 영화 공작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첩보, 스릴러, 시대극
감독 : 윤종빈
각본 : 권성휘
출연진 :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일 : 2018년 8월 8일
평점 : 7.86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서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안기부 해외 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그의 실체를 모르는 가운데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 흑금성.
조국을 위해 굳은 신념으로 모든 것을 걸고 공작을 수행했던 그는 걷잡을 수 없는 강등에 휩싸이는데...
여담
영화 공작은 첩보물에 흔히 사용되는 총격 신이 없음에도, 연출과 디테일 덕분에 완성도가 매우 높아 몰입하며 볼 수 있습니다.
영화 공작은 실제 흑금성을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 내용의 절반 이상은 사실이라고 해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공작의 결말을 살펴보자면
안기부에서는 박석영의 꼬리를 자르기 위해 언론사에 흑금성의 정체를 폭로하게 되면서 위기에 놓은 박성영은
호연지기를 맺은 리명훈 덕분에 박석영을 살려주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박성영은 납북 합작 광고를 통해 리명훈과 재회하게 되며 예전에 서로에게 선물로 줬던 시계와 넥타이핀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인사를 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쫄깃함을 선사해 줬는데, 이 장면들이 대부분 실제라고 생각이 되니 이 당시 흑금성은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공작을 펼쳤을지 상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한줄평 : 총성 없는 쫄깃한 첩보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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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허우적대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블립 이후 PTSD에 시달리기 시작하자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는 우주 방공 시스템 'S.A.B.E.R.'로 숨는다. 하지만 그가 우주에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지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퓨리가 새 집을 찾아주겠다는 30년 전 약속을 배신했다고 판단한 스크럴이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
새로이 스크럴 저항군의 리더가 된 '그래빅'(킹슬리 벤아디르)은 인류를 절멸할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고, 지구는 제3차 세계 대전 직전에 빠진다. 그 사이 퓨리의 절친 '탈로스'(벤 멘델슨), 아내 '프리실라'(샬레인 우더드), 그리고 탈로스의 딸 '가이아'(에밀리아 클라크)는 목숨을 위협받는다. 이에 퓨리는 마침내 지구로 돌아온다. MI6 국장 '소냐'(올리비아 콜먼)의 도움을 받아 그래빅을 막기 위해서.
닉 퓨리도 구하지 못한 MCU
MCU가 위기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정도를 제외하면 '마블'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흥행도, 비평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앤트맨: 퀀터매니아>로 막을 올린 페이즈 5도 표류 중이다.
디즈니+ 드라마도 반응이 안 좋다. <완다비전>, <호크아이>, <팔콘과 윈터솔져> 등 익숙한 히어로가 등장한 작품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변호사 쉬헐크>, <미스 마블> 등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는 작품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연계도 악수가 됐다. 드라마를 보지 않으니 시리즈에 연계된 영화 역시 자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MCU는 여전히 두 리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셈이다. 이에 마블은 아끼던 카드를 꺼냈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만 잠시 모습을 비춘 닉 퓨리가 첩보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어벤져스 프로젝트의 기획자도 MCU의 구세주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크릿 인베이젼>이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인간 닉 퓨리를 보다
<시크릿 인베이젼>을 <변호사 쉬헐크>, <미스 마블>과 같이 분류하면 닉 퓨리 기분이 꽤 나쁠지 모른다. '닉 퓨리'가 주인공이라는 개성과 재미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캡틴 마블> 정도를 제외하면 언제나 조연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항상 베일에 가려 있었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MCU가 10년이 넘도록 감춘 인간 닉 퓨리를 보여준다.
퓨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약하다. 동료들을 잃고, 나이가 들었다. 그는 지키지 못한 30년 전 약속에 짓눌린다. 자기가 초래한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도통 갈피를 못 잡는다. 그는 아내와 친구 등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그의 결점과 인간적인 면모를 들려줄 기회를 잡는다.
각 에피소드는 퓨리와 특정 인물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마리아 힐과의 동료애. 탈로스와의 애증 섞인 신뢰. 그래빅과의 갈등.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이아와 퓨리의 동병상련. 퓨리를 중심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학적인 대사가 곁들여져 품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시 '마지막 단편'을 인용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결국 <시크릿 인베이젼>은 외관이 첩보물일 뿐, 퓨리의 인생을 들려주는 드라마에 가깝다.
이민자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물론 퓨리만 있지는 않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퓨리를 중심으로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서사는 탈로스와 그래빅의 대립이다. 퓨리가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종족의 생존을 위한 길을 선택해야 했던 둘. 그러나 그들이 생각한 방식은 달랐다.
드라마는 이들의 갈등을 단순한 선악으로 가르지 않는다. 그래빅이 빌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신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살핀다. 그래빅에게 퓨리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탈로스는 퓨리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퓨리의 배신이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그래빅이 인간을 얕보는 이유와 탈로스가 믿는 인간의 강점까지. 퓨리와의 관계 안에서 그들의 신념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니 둘의 대립은 마치 <엑스맨> 시리즈 속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갈등 같다. 탈로스는 인간과 돌연변이가 공존할 수 있다는 프로페서 X와 같은 의견이다. 그는 그래빅을 막고, 지구를 구한 대가로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요청하려 한다. 반면에 그래빅은 매그니토에 가깝다. 인간을 모두 죽이고 지구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혐오를 선동하는 지도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을 전쟁터로 내모는 역사가 반복된다.
최근 멀티버스에 집중하는 MCU에 지친 팬들에게 이 대목은 퍽 반갑다. 잠시 과거의 마블이 보이기 때문.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세계관을 확장한 덕분이다. <캡틴 마블>이 스크럴을 난민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스크럴을 이미 한 사회에 녹아든 이민자로 대한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미국이 아닌 유럽인 점도 무게감을 더해준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간과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꽤 만족스럽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각 인물의 서사는 잘 쌓아 올렸지만 정작 첩보물로서의 재미가 부족하다. 케빈 파이기가 이 드라마를 두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밝힌 것에 비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까지 등장했지만 첩보물다운 서스펜스는 부족하다.
이유는 명백하다. 마블 스튜디오가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연속성이다. 영화는 한 편의 완결성만 갖추면 된다. 속편 예고는 선택사항이다. 드라마는 다르다. 다음 화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회별로 기승전결을 가지되 전 회차 역시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드라마에 이중 플롯이 필요한 이유다.
이 작업은 정교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각 에피소드에 어떤 이야기를 분배할지, 각 회의 핵심 사건은 뭔지, 다음 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엔딩은 뭘지, 전 회차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낼지. 이 모든 작업이 이뤄져야 드라마의 이중 플롯이 안정적으로 완성된다.
모아 놓고 보면 부실한 이유
그런데 <시크릿 인베이젼>은 이중 플롯을 살리지 못했고, 첩보물로서의 연속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시도는 했고, 편린이 보이기도 한다. 동료도 조직도 잃은 채 그래빅의 음모에 대응하지 못하는 퓨리. 그 빈자리는 MI6 국장 소냐가 채운다. 그녀는 영국 정부에 침투한 스크럴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그래빅을 추적하고, 그의 계획을 조금씩 알아챈다.
하지만 그녀의 활약은 피상적이고, 부분적이다.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활용될 뿐이다. 적은 아니지만 친구도 아닌 퓨리와의 팽팽한 줄다리기도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지키지 못한 퓨리부터 헛되이 희생한 셈인 탈로스, 어벤져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다 강해진 가이아와 허망하게 퇴장한 그래빅까지. 여러 캐릭터의 마지막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첫 두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은 50분 남짓이다. 이후 나머지 4개 에피소드는 40분 분량도 채우기 힘들어한다. 약 4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6개로 나눈 셈이다. 그러니 각 화의 플롯은 챙겨도 전체 에피소드를 연결할 플롯까지 온전히 챙길 여유가 없다. 주인공인 퓨리만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나머지 캐릭터와 이야기를 희생한 격이다.
물론 퓨리의 뒷이야기를 감상하고, MCU의 확장을 본다는 점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 작품에게 기대한 첩보물의 성격이 옅어진 이상 주객전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특히 누구로든 변할 수 있는 스크럴 종족의 특성, 곧 첩보물에 가장 걸맞은 능력도 온전히 살리지 못했으니 더더욱. 결국 드라마를 제작한 기획부터 의문이 남는다. 6개 에피소드로 쪼개기보다 과감히 편집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마블의 현재를 요약해 준다. 마블은 디즈니+ 출범과 맞물려서 드라마 제작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라마라는 형식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통 감을 못 잡는 듯 보인다.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었다가 영화로 제작하기로 변경된 <아머워즈>가 방증하듯.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만달로리안>과 <안도르> 등의 드라마를 영리하게 활용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것과 자연히 대비를 이룬다.
그렇다고 플랫폼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이런 딜레마도 따로 없다. 이미 <로키> 시즌 2, <에코>, <아이언하트>, <데어데블: 본 어게인> 등 8개 드라마가 공개 예정인 가운데, 과연 마블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지만, 낙관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Poor 형편없음
디즈니+, MCU의 계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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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난 12월 25일 4K 리마스터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재개봉했던 <더 폴: 디렉터스 컷>이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연출한 타셈 싱 감독이 내한 일정을 알려 영화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국내 관객, 언론과의 만남을 가질 타셈 감독은 “한국 관객의 사랑과 응원에 큰 감동을 받았고 바쁜 일정을 조정해 방한을 결심했다.규모보다 작품성을 지지하는 문화 대국의 국민성에 반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첫 공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최근 모든 촬영을 마치고 첫 스틸컷을 공개하였습니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긴 시간 가장 만들고 싶어 한 작품으로 알려져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이 원작으로,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던 회사원 '유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되자, 가족과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고자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 차기작 <Traveler> 확정
<미나리>, <트위스터스>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이 SF영화로 돌아옵니다. ‘Deadline’에 의하면, 스카이댄스와 계약을 체결해 조셉 에커트의 SF소설 ‘Traveler’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47세의 생물학 기술자인 스콧 트레더가 자신도 모르게 시간 여행을 겪게 되며 변화하게 되는 삶을 다루고 있는 원작을 바탕으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저스틴 로즈가 각본을 맡았습니다.
배우 손석구, 최희서 미국 독립영화 동반 출연
배우 손석구, 최희서가 나란히 미국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 Bedford Park> 출연 소식을 알렸습니다.
<베드포드 파크>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는 전직 레슬링 선수가 가족에 대한 의무와 개인적인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계 미국인 여자를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편집자인 스테파니 안의 연출 데뷔작으로, 내년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올해 봄에 촬영 예정이며, 제작에는 배우 마동석과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개발 중인 매니지먼트사 겸 제작사 B&C 콘텐츠가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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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와그작
미국의 어느 도시. 평범한 10대 소녀인 매런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다니는 매런. 다른 국적의 10대들과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다. 오늘은 우리 집에 올래? 매런을 초대하는 친구들. 매런은 당연히 오케이다. 주인공 매런은 그냥 평범한 10대 소녀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매런. 어머니가 아주 어렸을 때 매런 가족의 곁을 떠났다. 아버지와 함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었던 매런. "잘 자요, 아빠!" 다른 날과 비슷하게 아버지에게 인사하는 매런.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대로 자면 뭔가 아쉽다. 일과 때 친구들과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방에 있는 창문을 열고 신발을 신은 다음 조심조심히 밖을 나가는 매런. 아버지 모르게 친구 집에 도착한다. "매런, 왔어?" 매런을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들. 친구들과 서로 대화한다. 가장 친한 친구 옆으로 가는 매런. 나른한 피아노와 함께 같이 누웠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매런과 매런의 베프. 그런데 갑자기 매런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 친구의 손가락을 씹어 먹었다.
아수라장이 된 파티장.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에 매런은 당황한다. 도망가는 매런. 집에 도착했다. 당황한 아버지. 아버지의 혹시? 는 사실이 됐다. 사람을 뜯어먹은 매런. 어렸을 때 잊었던 기억이 몇 년을 돌아 다시 부녀에게 들이닥쳤다. 급히 도망가는 매런 부녀. 그렇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될 거 같았다. 천만에. 또다시 연상되는 트라우마에 아버지는 딸 매런을 버리고 도망친다. 매런이 살아오면서 행했던 식인 에피소드를 일일이 녹음한 테이프를 남기고. 혼자가 된 매런.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어머니밖에 없다. 어머니가 있는 미네소타로 향하는 매런. 매런의 세상에는 정말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 식인종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외로운 삶을 이겨내야 할 것 같았던 그녀에게 또 다른 손님이 등장했다. 먹는 취향이 비슷한, 그러니까 같은 식인종인 '리'다.
로드무비
영화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안에서 차와 풍경을 활용한 연출이 구석구석 돋보인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영상미가 이 영화에서도 장점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와 관련된 근본은 역시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왔다. 우리나라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한글화 되었던 영화. 무료한 일상에 질려 강도질을 시작했던 커플을 소재로 했던 영화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 <본즈 앤 올>은 이를 보여주듯 두 커플이 어떻게 식인이라는 본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에 대한 내용을 품고 있다. 영화에서 모든 이야기에 개연성이 생기는 이유도 이 '로드무비'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런이 배고프다고 했을 때 리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리의 생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어머니는 과연 매런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리와 매런 둘은 어떻게 만났는지, 엔딩 전개를 위한 준비물까지 이리저리 떠도는 인물들의 특성을 이야기에 잘 넣었기에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런 로드무비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이유는 역시 두 주인공 리와 매런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리와 매런은 본질적으로 주류에 낄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을 죽여 식인 한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런은 사람을 해치기 싫어한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세상이 그대로 나 둘리가 있나. 이리저리 여행한다는 것은 인물의 입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와 여행의 동적 이미지가 닿아 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에서 두 번 반복되는 시퀀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산골에서 두 사람만 조명하는 이미지는 텅 비어 보이는 느낌에도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 언제 여행을 멈추고 쉬어가는지, 여행을 아예 그만 둘 때는 언제인지 생각하면 이 역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을 오히려 인물의 고독과 연대라는 이중적인 성격으로 표현한 것이다.
식인종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세팅인 '식인'은 단순히 자극적으로만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팅은 아닌 것 같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누가 봐도 외톨이다. 당연히 식인이라는 습성 때문에도 있지만 이 인물들에게는 큰 결핍이 있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매런과 리. 이는 어머니/아버지가 어렸을 때 떠났고 이 둘이 범인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연대를 표현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또 이 둘이 '어떻게 생존을 지속하는가'에 대해서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이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식인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본능적으로 하는 식인'은 영화에서 어떤 트리거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과 병치된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두 사람이 먹는 것이 인간으로 표현은 되지만 '소외된 이들이 사랑'을 먹는다라는 의미와도 통한다. 식인이라는 속성이 호러와 로맨스라는 두 극단적인 장르의 구분선을 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인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역시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식인은 굉장히 극단적인 세팅이다. 영화는 이 식인을 합리화하지 않는다. 극에서 가족을 등지고 도망치거나 버려졌던 인물들의 특성을 봐도 그렇다. 또 매런과 리 캐릭터의 차이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매런은 식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식인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리는 매런에 비해서 좀 우호적이다. 대신 식인 하는 이유에 나름대로의 원칙을 적용한다. 이 두 속성만 봐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식인에 대해서 '다름을 이해하자!'식의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대신 영화는 극단적인 세팅으로 두 사람의 고독과 고립감을 증폭시킨다. 이 고립감은 두 영화가 호러-로맨스의 장르 구분을 뛰어넘는 것과 유사하게 로맨스 영화의 장르 특성을 강화한다. 둘 다 외롭고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다.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아이러니를 잘 잡은 것이다. 또한 본 작은 이런 극단적인 세팅을 소모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중간에 대사로 "우리 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입'이라는 신체기관이 두 가지의 생존에 기여한다는 점이나, 두 주인공이 서로를 알아봤던 방식까지, 영화는 끊임없이 아웃사이더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있다. 평생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해 온 관객들이 있다면 이는 깊은 감정적인 공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를 포함한) 완벽한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몇 있다. 근데 사실 그런 건 없다.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날도, 좋지 않은 날도 있다. 얼핏 보면, 시선의 전환이 순수한 사랑을 낳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이 시선에 대한 영화다.
캐릭터 칭찬해
글쓴이의 관점에서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첫 번째. 주인공 매런은 공허한 사람이다. 이를 보여주는 영화의 연출과 테일러 러셀의 내면연기가 좋았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좋은 퍼포먼스였다. 또 남자 주인공이었던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빛난다. 누가 이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는데 헤어스타일 진짜 잘 골랐다. 티모시 샬라메가 극 중에서 깡마른 체형으로 묘사되고 또 워낙 잘생겼기 때문에 이 헤어스타일을 소화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첫 등장부터 연출의 수혜를 받았던 리.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감독의 주특기를 가장 잘 받는 인물이 이 '리'다. 이 영화의 굉장히 큰 강점은 색감이다. 빛, 의상, 물건의 색, 피의 색(빨간색), 이런 색상 배치를 자기만의 영상언어로 감독은 표현한다. 이 톤인톤의 색감을 티모시 샬라메는 훌륭하게 소화한다. 이 인물은 개인의 작중 행적에서도 각본의 혜택을 받는다. 영화는 리는 이 인물이 어떻게 하면 더 로맨틱하게 보일 수 있을까?를 전부 다 구현하는 서사를 갖고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캐릭터에 대한 존재감을 쾅쾅 남긴다.그러나 이 리 캐릭터에게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 후반부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지점이 있다. 여기서 엔딩까지 좀 갑자기 전개되는 감이 있다. 이 사이에 인물의 내면 묘사가 어느 정도 있었으면 몰입이 더 깊지 않았을까?
아. 위의 두 캐릭터만큼이나 엄청난 존재감을 풍기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마크 라이런스가 맡은 '설리'다. 이 인물은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더 배트맨>의 리들러가 연상되는 말투를 뽐내며 매런에게 말을 거는 설리. 어딘가 좀 돌아이 같은 이 캐릭터가 영화 끝까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는지를 주시한다면 영화의 재미가 넓어질 것이다. 이 영화가 각본의 힘이 좋았던 이유는 언제 어디서 어떤게 튀어나올지 예상이 안 되지만 극 내부에서 거의 대부분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캐릭터들이 생동감이 있어 살아 숨쉬지만 특히 설리라는 인물은 더더욱 그랬다. 아마 마크 라이런스는 주요 시상식에서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뭐 단순히 연출 내적으로 인물들이 또렷하긴 했다. 그러나 글쓴이가 이 인물 연출에서 더 좋았던 점은 이 인물들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매런. 매런의 어머니. 매런의 아버지. 리. 리의 어머니. 리의 여동생. 리의 아버지. 설리. 중간에 만나는 인물. 다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 인물들은 사랑을 갈래만 다른 채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물 간의 대비를 훌륭하게 조명했기 때문에 이 사랑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재미는 '각기 다른 사랑'이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알아챌 때 왔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사랑에 대해서 어느 쪽에 가중치를 둔 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이 뭘까? 나라는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것. 그런게 사랑 아닐까? 좀 잔인하긴 해도 커플들이 보기 좋은 영화다. <아바타 : 물의 길> 이전에 <더 메뉴>와 함께 보면 좋은 웰메이드 로맨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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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게 살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머릿속이 시끄럽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학업부터 직장, 돈, 사람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현대인에게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의 주인공 '마르타'가 말한다. 그렇게 많은 것을 고민하며 망설일 시간이 없다고.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Out of My League, Sul più bello>는 희귀 유전병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마르타(루도비카 프란체스코니)'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이다.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지역 랜드마크인 몰레 안토넬리아나(Mole Antonelliana)와 포 강(povor)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유럽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개봉 당시 이탈리아에서 우수한 흥행 성적을 거두며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 이어서 넷플릭스가 판권을 구매하며 유럽 전 지역에 공개되었고 세 번째 시리즈가 제작될 예정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키싱부스> 등 인기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제작한 넷플릭스의 선택이니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할 만하다.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를 1분 30초 만에 확인하기▼
영화의 구성은 주인공 '마르타'를 둘러싼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그녀의 소꿉친구 '페데리카(가야 마시알레)', '야코프(요체프 기우라)'와의 우정이다. 세 사람은 한 집에 살며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서로의 편이 되어준다. 심지어 3살 때 부모님을 잃은 '마르타'의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페데리카'와 '야코프'는 아이를 낳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두 번째는 '아르투로(주세페 마조)'와의 사랑 이야기다. 집안과 학벌, 외모 등 빠지는 부분 없이 완벽한 그는 마르타를 까칠하게 대하지만, 곧 그녀에게 빠져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꾼이 된다.
익숙한 로맨스 클리셰는 요즘 감성에 알맞은 연출과 영화 미술이 합쳐져서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닌다. 다채로운 카메라 구도와 편집으로 인물의 시선과 행동을 지루하지 않게 담아낸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세련된 영상미와 음악으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몬스 침대의 광고와 비슷하다. 인물의 의상이나 소품은 강렬한 원색 계열이되 빈티지한 색감을 사용해서 감각적이다. '페데리카'가 화려한 빨간 머리에 대비된 초록색 재킷을 입어도 주변의 색감과 어우러져 홀로 튀거나 어색하지 않다.
또한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일상과 밀접하면서 로맨스 코미디에서 흔하게 등장하지 않은 장소인 마트를 활용한다. 마트는 '마르타'가 할인 상품 안내 방송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소로 그녀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장소이다. 첫 데이트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마트를 헤매는 '아르투로'의 모습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Q.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한가요?
'아르투로'를 만난 순간부터 '마르타'의 행동은 거침없다. 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학교와 조정 클럽을 따라다닌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아르투로'의 질문에 당당하게 '저녁 식사'를 외치며 데이트 신청을 한다. 그녀의 직진 본능은 스스로 인생을 선택한 적 없던 '아르투로'의 사랑을 얻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안타깝게도 '마르타'의 병세는 악화되고 그녀는 '아르투로'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별을 고민한다. 연애를 통해 달라진 '아르투로'는 사랑은 원래 수많은 헤어질 이유가 있으므로 지금 이 순간만 신경 쓰자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결국 그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고민하기보다 서로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무한한 사랑을 약속한다.
단순하고 거침없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시종일관 해맑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행동할 용기를 준다. 그러니 영화가 끝난 후엔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마음 가는 대로 단순하게 행동해보자. 영화 속 '마르타'와 '아르투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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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뚜기 월드'가 된 <쥬라기 월드 3>의 의미와 한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되고, 섬을 벗어나 세상 밖에 자리 잡은 공룡들.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들을 보살피고,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를 지키기 위해 작은 오두막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복제 인간 연구를 진행하려는 기업 '바이오신'에 의해 메이지가 납치당하고, 오웬과 클레어는 메이지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한편, 미국 서부에 나타나 농가들을 휩쓸고 다니는 거대한 메뚜기 떼를 조사하던 '엘리 새틀러(로라 던)'는 오래된 친구 '앨런 그랜트(샘 닐)'과 함께 메뚜기들이 바이오신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닫는다. 이에 엘리와 앨런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인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도움을 받아 공룡들이 모여 있는 바이오신 소유의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1993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29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삼부작의 주인공인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부터 <쥬라기 공원> 삼부작의 주인공인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 샘 닐까지 한 자리에 모여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날레를 가장 화려하게 꾸며주는 이들은 역시나 공룡이다. 전편에서 이슬라 누블라를 탈출해 북미 대륙에 상륙한 공룡들은 이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항상 공원이라는 장소에 갇혀 있었던 공룡들은 이제 바다에서도, 눈 내리는 산맥에서도, 소들이 뛰어놀던 평원에서도, 심지어 암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한 가지 독특한 지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공룡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영화는 정작 공룡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세상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온갖 곳으로 퍼져 나간 공룡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 메뚜기 떼이고, 영화의 메인 플롯도 유전자 조작 메뚜기를 개발한 기업인 바이오신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룡이라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 대목은 긴 시리즈에서 반복되던 메시지를 탈피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일견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만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역인 공룡의 임팩트가 약해지고, 시리즈의 마무리로서도, 또 단독 작품으로서도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제와 메시지
그간 <쥬라기 공원> 삼부작과 <쥬라기 월드> 1편의 주제는 분명했다. 인간의 기술적 진보에 대한 경고였다. 공룡이라는 환상 속에는 윤리 없이 유전공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비판, 돈과 명예를 좇아 경쟁적으로 발전할 뿐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과학에 대한 경고, 인간이 자연을 제어한다는 것은 혼돈 효과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 이는 오리지널 삼부작에서 쥬라기 공원이 끝내 실패로 귀결되고, 성공적인 듯 보였던 쥬라기 월드마저 폐장해야 했던 공통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전편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부터 시리즈는 기본적인 뼈대는 간직한 채 주제를 조금씩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화산이 폭발하며 파괴되는 이슬라 누불라 섬에서 공룡들을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오웬과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은 전편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한 축이고, 다른 생명의 흥망성쇠에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른 한 축이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마찬가지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인터뷰에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데리고 나온 공룡들을 더 큰 세상 속에 풀어놓게 된 거예요. 그것의 결과를 탐험해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기회였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우리가 자연계의 힘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입니다"라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한다. 특히 '자연계의 힘'이라는 말은 영화가 공룡들이 일으키는 문제보다 거대한 메뚜기들이 일으키는 문제에 더 집중한 이유를 암시한다. 이제 <쥬라기 월드>는 단순히 공룡, 그리고 공룡과 인간의 공존을 넘어서서 인간과 공룡까지도 포함하는 쥬라기 '월드', 곧 공룡이 사는 '세계' 그 자체로 시선을 돌린다.
정치생태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변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변화에서는 미국의 정치 철학자인 제인 베넷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진다. 정치생태학자인 그녀는 자연과 물질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라는 주장한다. 그간 인간은 오직 인간만이 의지와 목적을 갖고 주변에 존재하는 환경, 사물, 비인간 생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넷에 따르면 비인간 행위자에게도 인간처럼 의지와 목적을 가진 채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비인간 행위자는 인간 행위의 방향성도 바꿀 수 있다. 인간은 식물, 동물, 무생물, 자연의 집합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 속해 있고, 인간의 모든 행위는 매 순간 사물과 결합해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가 자연과 뒤얽혀 활기차게 반응한 결과이듯이, 인간의 의도 역시 거대한 비인간 행위자인 자연과 환경을 만나 실현된다.
거대 메뚜기의 등장도 정치생태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신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곡물 종자들을 배포하고, 비대한 메뚜기 떼를 개발해 식량 공급망을 혼란시킨 후 식량 산업을 지배하려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신의 계획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메뚜기들 역시 그 계획에 반응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바이오신의 CEO '도지슨(캠벨 스콧)'은 증거 인멸을 위해 키우고 있던 메뚜기 떼를 모두 소각 처분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질긴 생명력을 지닌 메뚜기들은 연구실을 탈출해 공룡이 거주하는 숲 전체에 불을 퍼뜨리며 도지슨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비인간 행위자의 의도와 반응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전편이 다른 생명체의 세계에 인간이 주체로서 어떻게 개입할 지에 주목했다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가 움직이는 방식을 비춘다.
영화는 이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정동(affect)하는 모습을 감정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오웬과 벨로시랩터 '블루'가 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오웬과 블루의 관계는 항상 특별했다. 비록 누구도 쉽사리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웬은 언제나 블루를 조련할 방법은 없으며 그저 그의 선택과 행위를 존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즉, 오웬과 블루는 동등한 주체로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과 공룡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 기제가 된다. 바이오신이 새끼인 베타를 납치하자 극도로 난폭해진 블루. 그런 블루에게 오웬은 메이지와 함께 베타도 구해오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그의 약속에 예상치 못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 사태가 더해진 결과 바이오신의 악행은 온 세상에 공개되고, 공룡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생기며, 블루와 오웬은 각각 가족을 되찾는다. 메이지와 베타의 관계가 오웬과 블루처럼 진전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공룡에 국한되지 않는 상상력을 통해 자연계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력도, 비중도 없는 공룡들
문제는 공룡으로 인해 변화한 세계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정작 시리즈의 주역인 공룡의 매력과 비중이 모두 급감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중 공룡들은 전개에 따른 부속품 정도로 묘사된다. 이는 지난 시리즈에서 다양한 공룡들을 지속적인 등장시키고, 그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부각하며 개성을 어필해왔던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쥬라기 월드>에서 비정상적인 흉포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인도미누스 렉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생물병기로 길러졌던 인도랩터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는 공룡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공룡들은 공룡 암시장이 있는 몰타에서, 하늘에서, 얼어붙은 댐 위에서, 그리고 지하 터널 등에서 주인공들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토리 진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블루만 하더라도 그 중요성이나 비중과는 별개로 시작과 끝에 겨우 모습을 비추는 데 그친다. 시리즈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시'의 대우도 다르지 않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 액션씬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의 힘에 밀려 시종일관 제대로 싸우지 못하던 렉시의 모습은 시리즈의 상징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렉시가 다른 공룡과 협력하면서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를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다 보니 렉시의 등장에는 반가움과 의문이 공존하기도 한다. 빌런 포지션에 가까운 기가노토사우루스 역시 평범한 육식 공룡에 불과할 뿐, 뇌리에 각인될만한 캐릭터성을 어필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후반부 공룡들의 액션씬에서 카메라가 공룡보다 싸우는 현장을 탈출하려는 인간에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이들의 존재감은 안타깝게도 더욱 줄어든다.
피날레로서도, 독립 작품으로서도 아쉬운 완성도
이에 더해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쥬라기 월드> 3부작과 <쥬라기 공원> 3부작을 모두 아우르려는 시도가 크게 성공적이지 못한 나머지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는 듯한 인상도 남는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크게 세 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오웬과 클레어, 그리고 케일라가 바이오신에게 납치된 메이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엘리 새틀러 박사와 앨런 그랜트 박사의 이야기로, 그들은 거대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와 관련된 진실을 찾아 바이오신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마지막은 도지슨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이안 말콤 박사와 램지 콜의 서사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스토리는 제각기 진행되다가 3막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지고, 다양한 오마주를 통해 시리즈를 하나로 종합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역으로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세 개의 이야기를 묶기 위한 작위적인 전개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바이오신 건물에서 탈출한 엘리, 앨런, 이안 일행의 차는 숲 한가운데서 전복되는데, 이 사고는 때마침 오웬과 클레어가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일어난다. 또 복제 인간인 메이지를 세 스토리의 교집합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영화의 잠재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 선택처럼 보인다. 전편에서 미처 다 공개되지 않았던 메이지의 과거사는 원본과 복제본의 가치에 관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하는 극적 장치다. 그러나 메이지의 개인사를 철저히 가족애와 모성애를 강조하는 감정적 측면에만 제한한 결과,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평범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만다. 두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시리즈의 전통도 살리고 향수도 고취하려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마지막으로 다루고자 하는 바가 많다 보니 147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조연급 캐릭터들의 동기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법 비중이 있는 조연인 '케일라 와츠(드완다 와이즈)'나 '램지 콜(마무드 아티)'만 해도 배경 설명이 없다. 케일라는 지나가다가 흘끗 본 아이(메이지)를 구하기 위해 직업과 목숨을 걸고 오웬과 클레어를 도울 정도로 정의감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는 케일라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램지 콜 또한 바이오신 회사에 협력하는 중관 관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부의 부패를 고발한 반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시리즈의 메인 악역이었던 '헨리 우(B.D. 웡)'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내에서 그 과정은 제시되지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들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도구적으로 활용된 결과 영화 전반의 개연성도 부족해진다.
물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오락영화로서, 또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낸다. 특히 중반부 몰타에서 펼쳐진 공룡과의 속도감 있고 강렬한 추격씬은 마치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 한다. 수많은 오마주를 통해 <쥬라기 공원> 시리즈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점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일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시리즈의 끝으로서도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메시지마저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채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사이의 불협화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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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내버렸던 사랑의 우아한 복수극
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 2016)
“스스로 내버렸던 사랑의 우아한 복수극”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 116분
감독 : 톰 포드
출연 : 제이크 질렌할,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애런 존슨, 아일라 피셔
개인적인 평점 : 4/5
사랑을 유지하려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면 눈물 날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놓쳐 버리고 나서 더 많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모든 것들을 쏟아 쟁취해낸 사랑과 권태, 이별과 배신. 그 뒤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감정들을 그린 영화들은 많지만, <녹터널 애니멀스>는 그중에서도 꽤 독보적으로 우아하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명예와 부, 잘 나가는 남편까지.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 것들을 모두 가졌지만 행복보단 권태를 느끼며 살아가는 주인공 ‘수잔’이 한 택배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손가락을 베이면서 겨우 뜯은 소포엔 오래전 헤어진 연인 ‘에드워드’의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가 들어있다. 출판하기 전, 꼭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바쁜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차차 사랑이 시들시들해지던 찰나, 남편과 정반대였던 전 연인 ‘에드워드’의 소설은 수잔에게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왠지 그때가 생각나 설레기도 하고 말이다.
에드워드가 보낸 소설은 부부와 딸로 구성된 토니의 가족이 텍사스 서부를 여행하다 휘말리게 된 끔찍한 사건을 그린다. 소설 속 주인공 토니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황량한 사막을 헤맨다. 소설 속 사건과 소설을 읽고 있는 수잔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나열되고, 수잔은 소설과 겹쳐지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야기는 조용히 흘러가고 마지막에 닿아서는 꾹 눌러놨던 본심을 소리 없이 터트린다. 그리고 무기 하나 없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남겨진 이를 사정없이 찌른다.
<녹터널 애니멀스>의 주인공 수잔은 에이미 아담스가, 에드워드와 토니는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했고, 에드워드의 소설에 등장하는 바비, 레이 역은 마이클 섀넌과 애런 존슨이 맡았다. 작은 구멍 하나 없는 탄탄한 출연진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건 제이크 질렌할이었다. 에드워드와 토니, 1인 2역을 연기하며 각자 다른 상실의 아픔을 연기하는 그의 괴물 같은 모습에 나는 마음을 탈탈 털려버리고 말았다.
톰포드 감독은 전작 <싱글맨>에서도 그러했듯, 이번에도 역시 색이 가진 고유의 느낌과 옷감의 텍스쳐를 이용해 이야기를 막힘없이 끌어간다. <싱글맨>이 무채색과 유채색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면 <녹터널 애니멀스>는 녹색과 빨강. 보색의 경계. 부드러운 드레스, 고급스러운 코트와 거친 워크 셔츠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가 활용한 색 중에서도 가장 집중할만한 건 바로 파란색이다. 녹색과 파란색, 그 중간에 있는 영롱한 색. 톰포드 감독은 (위에 나열한) 네 주연 배우들의 눈이 가진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 화면에 담아낸다. 마치 이 푸른빛을 아름답게 담아내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말이다. 느끼기 나름이겠지만, <녹터널 애니멀스>가 가진 색의 절반은 이 배우들의 눈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정말 지나치게 아름답다.
녹터널 애니멀스 줄거리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수잔’ 어느 날, 소설가를 꿈꾸던 헤어진 연인 ‘에드워드’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의 소설을 받는다
그의 이야기 속 슬프고 폭력적인 사연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수잔’은 잊었던 과거의 기억으로 혼란과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변해버린 사랑과 상처
에드워드는 말한다. “누굴 사랑하면 노력하라.”고. <녹터널 애니멀스>는 사랑을 위해 총을 든 남자가 등장하는 소설이자 사랑을 잃은 남자, 사랑을 버렸던 여자에 대한 영화다. 수잔은 에드워드를 두고 바람을 핀 결과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하는 데 성공했지만, 모든 걸 갖고도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있는 여자다.
수잔이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모진 사람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현실주의자인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 지망생 에드워드를 선택한다. 수잔의 어머니는 실패한 자신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며 수잔을 말리지만, 수잔은 엄마와 나는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기다려보렴. 우린 모두 자기 엄마처럼 변하게 돼.”라고.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수잔과 에드워드는 사랑의 결실을 맺었지만 에드워드를 바라보는 수잔의 눈빛은 예전과 같지 않다. 새로 쓴 글의 피드백을 부탁하는 에드워드에게 수잔은 첫 부분부터 읽기 싫어진다며 너의 이야기를 쓰지 말라고 질책한다. 창의성을 내려놓고 안정을 택한 수잔과 여전히 창의성을 중시하는 에드워드의 관계는 당연하게도 틀어진다. 수잔은 진심을 가진 에드워드를 두고 허영으로 가득한 허튼에게 마음을 뺏기고 에드워드와 함께 가진 아이를 지운다. 에드워드는 모든 과정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소설에 담은 죽어가던 순간
어쩔 수 없이 깨져버린 사랑이 아닌 지켜내려 노력하지도 않았던 잔인한 사랑의 배신. 에드워드는 그 배신감과 슬픔을 녹여 소설을 쓴다. 그 소설이 바로 수잔에게 보낸 ‘녹터널 애니멀스’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쓰지 못하겠다던 그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사랑이 죽어가던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겪은 상실의 아픔을 토니에게 그대로 투영하고, 토니는 상실의 원인을 찾아 삭막한 사막을 헤맨다.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
상처를 준 사람, 수잔은 이 잔인하게 끝난 사랑의 아픔을 모른다. 수잔은 자신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마음 편히 떠난 자리에 혼자 남은 에드워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revenge’라고 적힌 작품을 사놓고 구매한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수잔은 에드워드의 고통을 모르기에 그가 복수를 꿈꿀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자신의 잘못과 에드워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에드워드가 보낸 자신의 별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소설을 선뜻 받아 들지 못했을것이다. 심지어 수잔은 에드워드의 메시지를 보고 마치 첫 데이트에 나가는 사람처럼 신경 써 치장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준 상처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에드워드를 그저 옛 연인, 함께 꿈을 꿨던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준 사람은 그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고 웃으며 약속 장소에 나온다. 그리고 혼자 그 자리에 앉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가 바라는 건 재회가 아닌 복수. 똑같은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다는 걸. 수잔은 그걸 아주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젠 에드워드와 토니가 삭막한 사막을 헤맬동안, 행복한 도시를 누볐던 수잔이 아플 차례다. 소중한 사랑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후회, 자신이 한 잘못(바람)을 그대로(허튼의 바람) 돌려받을 타이밍이다.
에드워드는 나약해서 사랑을 잃은 걸까?
수잔의 주변인들은 말한다. 에드워드는 나약한 사람이었고, 새로운 남편 허튼은 나약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소설 속 인물들은 말한다. 토니가 나약해 아내와 딸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과연 나약함은 사랑의 적인 걸까, 에드워드는 나약한 사람이었던 걸까? 그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누군가의 방해, 상대방의 이기심으로 사랑을 잃었다. 결코 나약한 모습 따위는 보인적이 없었다. 그저 지켜내는 방식과 행동 타이밍이 달랐을 뿐, 에드워드는 강한 사람이다. 긴 고민의 시간을 이겨내고 우아한 복수를 성공했으니까.
소설의 내용을 되짚어보면 에드워드도 이 복수에 대해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한 걸로 보인다. 복수를 위해 총을 손에 쥔 토니는 매번 망설임을 반복하고, 그를 돕던 보비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에요.”라고. 에드워드는 그렇게 자신의 소설 속 인물에게 위로를 받으며 소설을 완성한다. 그리고 복수에 죄책감을 느끼던 에드워드의 마음은 복수를 마치고 끝내 자신에게도 총을 겨눈 토니의 모습을 통해 투영된다.
지나간 상처를 기록하고, 그 상처를 준 인물에게 마음을 내보인다는 건 엄청난 고민과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에드워드를 어떻게 나약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거기에 처절한 감정들을 모두 절제한 깔끔하고 완벽한 마무리까지. 이 복수를 준비하며 에드워드도 꽤 오랜 기간 아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수의 끝에서 맞이한 토니의 죽음과 함께 아팠던 과거의 에드워드도 사라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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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어? 사랑이잖나, 사랑.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명대사 모음
:: BGM
My Life (feat HiTydes) by Broken Elegancehttps://www.youtube.com/user/Broke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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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주 최신 개봉영화(베놈2, 졸트, 실: 인연의시작, 십개월의 미래, 푸른호수)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베놈2 #졸트 #실 인연의 시작 #십개월의미래 #푸른호수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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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레센도> 티저 예고편
점점 세게, 점점 강하게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꿈꾼다!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는 평화 콘서트를 위해
오디션을 거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뽑는다.
수십 년간 이어온 분쟁과 갈등을 넘어 오직 음악을 바라보고 모였지만,
깊이 담겨 있던 분노와 증오는 이내 서로를 공격한다.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위해 지휘자 ‘에두아르트’는 진심을 담아 노력하고
영원히 평행선을 걸을 것 같던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공연을 하루 앞두고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자 ‘오마르’와 이스라엘 프렌치 호른 연주가 ‘쉬라’가 사라지는데…
오케스트라 공연은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평화를 향한 희망의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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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문> 메인 예고편
1990년 집단 살인사건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1990년, 귀사리의 한 수련원에서 건물 관리인이 투숙객들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매년 자살 및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수련원은 문을 닫은 채 수년간 방치되고, 들어간 사람은 있으나 나온 사람이 없다는 ‘귀문’에 대한 괴담이 돌기 시작한다.
한편 수련원에서 한풀이 굿을 시도하다 죽음에 이른 어머니의 비밀을 파헤치려 그곳을 찾은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과 공모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수련원에 들어간 대학생 ‘혜영’, ‘태훈’, ‘원재’는 소름끼치는 기괴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감당할 수 있다면 ‘귀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