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7-19 10:42:40
느낌표와 물음표의 반복 <외계+인>
<외계+인> 1부 리뷰
느낌표와 물음표의 반복 <외계+인> 1부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액션, 판타지, SF | 한국 | 142분
감독 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등
줄거리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누가 출연하나요?
무륵 | 류준열
@ 네이버 영화
어설픈 재주와 도술을 부리며 능청스러운 입담을 가진 무륵 역을 맡았다.
가드 | 김우빈
@ 네이버 영화
김우빈 배우는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 역을 맡았다.
이안 | 김태리
@ 네이버 영화
김태리 배우는 고려 시대에 권총을 쏘며 일명 '천둥 쏘는 처자'라고 불리며
당찬 성격과 거침없는 행동력을 지닌 '이안' 역을 맡았다.
문도석 | 소지섭
@ 네이버 영화
소지섭 배우는 기묘한 우주선을 목격하게 된 강력계 형사인 '문도석' 역을 맡았다.
흑설 & 청운 | 염정아 & 조우진
@ 네이버 영화
염정아 배우와 조우진 배우는 자체 제작한 도술 무기를 파는 유쾌한 입담을 가진
삼각산의 두 신선인 흑설과 청운 역을 맡았다.
자장 | 김의성
@ 네이버 영화
김의성 배우가 가면으로 얼굴을 숨긴 의문의 인물인 자장 역을 맡았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 네이버 영화
<외계+인>은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한 영화 안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담았다는 것은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뜻이다. 아직 CG에 대해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발전된 CG 기술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 전환될 때마다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시·공간의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내용이기에 관객들이 이를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2시간이 훌쩍 넘는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불친절하다고 느껴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류준열 배우, 김태리 배우, 염정아 배우, 조우진 배우가 주로 등장하는 과거의 내용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웃음 포인트 또한 과거에 많이 집중되어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 네이버 영화
<외계+인>에는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모두 개성이 강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한편,
수많은 인물을 다루기 때문에 몇몇 인물들의 서사가 부족했다는 점이 매력을 반감시켰다.
영화 대부분의 요소가 매력적이고 재밌게 느껴져 느낌표가 떠오르다가도
부족한 개연성과 설명 등의 이유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외계+인> 1부는 2부까지 봐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액션과 볼거리가 많은 영화인만큼 극장에서,
그리고 큰 스크린이 있는 상영관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외계+인>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외계+인>은 바로 내일 개봉할 예정이니 다들 관람하시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남겨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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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재를 노리는 게 잘못된 건가요?
올해 5월에 개최된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의 대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만한 작품이다. 지난 6일 개봉한 신작 '아노라'를 본 관객들, 영화를 좋아하는 씨네필들에게 이 영화는 올해 남은 기간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으로 국내외 관객들에게 주목받은 션 베이커 감독이 '레드 로켓' 이후 3년 만에 신작 '아노라'를 들고 나왔다. 이민자, 성노동자 등 하위문화에 속하는 버림받았거나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던 그답게, '아노라' 또한 성노동자(스트리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노라'는 미국 뉴욕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아노라(미키 매디슨)의 일상으로 포문을 연다. 화려한 조명 스쳐 가는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며 돈을 번다. 자신이 일하는 바에서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벌이로는 영 시원치 않다.
어느 날, 가게에 놀러온 철부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마크 아이델슈테인)이 만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뀐다. 이반은 아노라에게 첫눈에 반했고, 아노라 또한 자신에게 끊임없이 호감을 표시하는 이반에게 충동적인 감정을 느끼며 빠져들었고 신분 상승까지 꿈꾼다. 이후 특별한 만남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이렇게만 보면 줄리아 로버츠를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 '프리티 우먼'의 21세기 버전처럼 흘러갈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션 베이커의 '아노라'는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결혼 사실을 알게 된 이반의 부모가 무효화하기 위해 하수인들을 보내면서 판타지를 와장창 깨뜨린다.
결혼 무효화 소동이 본격화되면서 아노라는 자신의 직업(성노동자) 때문에 따라붙는 꼬리표들(매춘부, 꽃뱀짓 등)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난도질당한다. 비록 사회가 가장 천시하는 일이나, 그녀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온갖 수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아노라를 넘어 모든 아웃사이더·소수자로 향한다. 아노라-이반의 결혼 무효화를 위해 합심한 토로스(카렌 캐러글리안), 가닉(바체 토프마산), 이고르(유리 보리소프) 또한 이반의 부모에게 고용되어 이들에게 잘 보여야 생존할 수 있는 처지 아니던가.
약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되, 으레 자주 활용되는 '약자들의 연대'는 명확하게 거부한다. "매춘부, 깡패, 빌어먹을 아르메니아인, 싸이코" 등 서로를 향한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가까워지지 않는다. 사실 이들 모두 연대 없이도 각자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따라가는 여정의 끝인 마지막 장면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횡재를 노리는 아노라가 그렇게 잘못한 생각을 한 걸까, 그녀도 잘해보고 싶었을 것인데 이를 몰라준 게 아닐까. 마지막 장면을 본다면 '악깡버'로 버텨온 아노라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아노라'를 관람한 관객들은 주인공을 맡은 미키 매디슨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그의 실감 나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션 베이커 감독의 훌륭한 블랙 코미디는 화룡점정을 찍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에 개최 예정인 오스카 시상식 여우주연상 강력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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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벽은 문이다.
이 글은 2023년 11월 1일 개봉 예정인 영화 [앵그리 애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말하기 힘든 것들을 입에 담아야 할 때가 있다. 게다가 그 주제가 금기에 가까워 혼잣말하는 것조차 천둥같이 울릴까 봐 움찔할 때가 있다.
영화 [앵그리 애니] 속 여성들의 고개도, 목소리도 한껏 바닥에서만 맴돌게 하는 그 "힘든 것"은 바로 낙태이다. 시행하지 않으면 현재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를 향한 암묵적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쉽게 입술을 열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녀들에게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두꺼운 코트까지도 어깨 위에 하사한다.
그들의 굽은 어깨에 손을 얹어준 것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MLAC(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단체였다. 뜨개질바늘로 이뤄진 애니의 이전 낙태가 잘못되었으며 안전하게 이뤄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다독여주는 통에. 애니는 걷잡을 수 없이 자신을 휘감던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따스한 손길에 마음을 녹인다.
여전히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두 번째 낙태 수술을 끝낸 애니는 안도감과 후련함을 담은 눈물을 흘리며 그제야 미소 짓는다. 마치 축배를 올리듯 MLAC운동가들이 건넨 물을 마시며.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는. 그리고 그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자신처럼 임신 중절 수술을 받다 사망한 자신의 이웃 때문이라는 것도. 자칫 자신의 죽음일 수도 있었던 그녀의 죽음 앞에서, 황망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느꼈던 애니는 좌시하지 않기로 한다. 아직 두려워 완전히 쳐다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등 뒤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저 벽을.
애니, 벽을 바라보다
사진 출처:씨네랩/다음 영화
애니는 고개를 빤히 들어 자신이 마주한 벽을 바라보았다. 등 뒤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온전히 벽을 쳐다보기 까지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한다 했건만. 큰 용기를 가지고 마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벽은 바람 한 조각조차 통과하지 못할 것처럼 매정해 보였다.
자신이 직접, 그리고 혼자서 벽을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 문에 잔뜩 끼어 있는 이끼라도 제거하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마치 자신이 중절 수술을 받을 때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불러주었던 운동가처럼. 애니는 MLAC를 찾아오는 여성들의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투박한 손을 조용히 얹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임신 중절을 원하는 그녀들은 하나같이 임신이란 문제에 있어서 가장 불안한 주체였으며. 죄책감마저도 오롯이 홀로 짊어진 채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수많은 자기 검열을 뚫고 MLAC단체의 문턱을 어렵게 넘어섰다 해도, 그녀들은 최후의 순간에 종교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며 죄악이라 하거나, 그냥 낳겠다며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애니는 그녀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겁쟁이라며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이 모든 모습은 애니가 여성운동에 참여하기 전의 모습과도 정확하게 일치했고. 수없이 많은 여성들의 이런 모습이야 말로 자신이 마주해야 할 벽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이토록 간단하고 별 것 아니었냐는 말과 함께 수술 후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는 여성을 보며. 애니는 깨닫는다.
결국 자신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을 떨게 했던 것은. 이 벽자체가 아니라 벽보다 더 큰 두려움을 자아내는 덕지덕지 붙은 이끼에서부터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끼 따위 제거해서 무엇이나 할 수 있으려나.라는 일말의 의심마저도 말끔히 지운채. 애니는 이끼가 사라져 본모습을 볼 수 있게 된 문과 눈을 맞추며 되뇔 수 있었을 것이다.
바꿀 수 있다.라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해야만 할 때
사진 출처:씨네랩/다음 영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벽을 똑바로 바라본다 하여 무너져 내린다면. 목표를 가로막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일 테니까.
무엇보다 영화 속 여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그녀들의 남편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묻지도, 그렇다고 알아채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지레짐작으로 새 모카포트를 선물하는 무심함. 자신의 아내를 감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눈먼 강경함. 그녀들이 하는 일 따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무시에 더불어 여전히 수술의 주체인 여성들이 조금은 논의에서 빠져있는 듯한 안일함까지.
출산과 더불어 또 한 번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수술 앞에 싸우면서도. 애니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양립할 수 없으면서 자신의 옆에 악착같이 붙어 존재하는 것들이 일으키는 마찰을 감당해야 했다.
비록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영화 속 애니의 선택에 대부분 박수를 보낼 수는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으며, 욕심을 내지 않았다. 흔히 이런 상황에서 비유되곤 하는 "외줄 타기"같은 현실에서. 애니는 이 좁고 험난한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 위해 떨어뜨려야 할 것이 있다면 기꺼이 손에서 놓아버렸다. 자유낙하하며 자신과 멀어져 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만을 마음속에 꼭 안은 채. 그녀는 다시 턱을 들어 길을 걸었다.
또한 이 과정 속에서 그녀는 알게 되었다. 손에 쥐어진 것이 불필요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잘만 이용한다면 자신의 위태로움을 좀 더 잘 들여다보고 자세를 바로 잡을 기회가 된다는 것을.
마치 벽이 와르르 무너지기만 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문이 되어 기꺼이 열고 다음 세계로 입장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식사, 다른 마음.
사진출처:씨네랩/다음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의무감에 불타올라 화염병을 던지지도 않고. 당장 국회로 뛰어들어가 감정으로 호소하며 큰소리치지도 않는다. 비장한 음악을 깔며 어떤 이의 희생 앞에 눈물을 짜내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신격화해서 그 사람의 이름이 지구 밖에서도 들릴 것처럼 칭송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자신의 생각을 용기 내어 남들 앞에서 꺼내 입 밖으로 내뱉는다.
또한 온전히 옳은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극의 중간중간 들어차 있는 토론들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고. 그녀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영화와 거리를 두게 되는 장면들도 있다. 옳음이라는 큰 갈래에서는 동의하지만, 소소한 것들에서 부딪치는 장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소위 "극적인"요소들을 배제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하고. 현실 속에서 극복해야 하는 진짜 문제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물들에 대한 미움이나 반감이 생기기보다, 완벽하지 않고 흔해 빠진 "애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현 문제에 대해 화낼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으며. 연대를 형성해 힘을 보탤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을 꼽으라 한다면. 임신 중절수술을 마친 후 함께 파스타를 나눠먹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영화 [친절한 금자 씨]에서 거사 후(?) 케이크를 나눠먹는 장면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앵그리 애니의 식사 장면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큰 다른 점이라 한다면. 자율성과 음식을 먹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님은 그 장면이 제사 후에 음식을 나눠먹는 의식 같은 장면이라고(+그 케이크 혈액으로 만든 거 아님) 말씀하셨다. 그러나 제사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자율성이 조금은 배제되어 보였다. 약간은 입을 닫게 하기 위한 장치도 있었으며 분노를 쏟아내고 난 뒤에 다가온 식사에서도 살아남은 자 들을 기쁘게 하는 식사는 아니었다.(영화가 나쁘다는 게 아님.)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식사 장면은 누군가를 기리는 것이 아닌 앞으로 자신을 위해 든든한 한 끼를 함께 한다는 점. 그리고 자원한 사람들이 모여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희망적이고 든든한 식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파스타 자체는 맛없어 보였다. 제발 뭘 좀 많이 넣어서 먹으라고.)
아주 작고 힘없어 보이는 연대에서 시작된 그들의 웃음이. 조금 더 확대되어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길이 되기를 기대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마치면서
세이브 박지원 대표님, 씨네 21 김소미 기자님
GV에서도 나온 이야기이지만.
나 역시 애니가 마지막으로 했던 선택을 바라보며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과연 정규 의료인(으로 추정)이 되는 길을 걷는 것이. 근본적으로 애니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나 두려움, 혹은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될 가장 확실한 방법일까. 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물론 잘 해낼 것이다.
애니는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며, 과격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바꿔나가기를 주저하지 않은 인물이니까.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자전거 페달을 밟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이제 주위를 둘러보며 자전거를 타는 그녀를 보며 울컥하고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시작을 앞둔 애니가, 자신을 바꾸고 움직이게 만들었던 계기만큼은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했다. 결국은 조금 더 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을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또 다른 애니들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되기를.
또한 애니에게도 그러했듯이.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의 모든 벽들이 다시 한번 문이 되기를 빌어보았다.
[이 글의 TMI]
1. 토마토카레에 꽂혀서 토마토 멸종시키는 중
2. 군고구마도 덩달아 씨가 마르는 중
3. 파프리카, 당근도 코끼리처럼 먹어치우고 있다.
4.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저처럼.(걸렸잖아)
#앵그리애니 #블란딘르누아르 #로르칼라미 #프랑스영화 #영화리뷰 #최신영화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영화리뷰어 #씨네랩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영화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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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판 붙자, 흥미진진한 빅 매치 영화들
한판 붙자, 흥미진진한 빅 매치 영화들
흥미로운 대결로 나온 영화가 있는데 제목에 "vs"를 붙인 영화들로 모아보았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도 흥미로운 대결이긴 하지만, 싱겁고 어이없는 이유로 중단되어서 해당 영화는 제외하기로 했다.
■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엄청나게 거대하고 포악한 퀸 에이리언과, 최강의 전사로써 에이리언을 하나씩 사냥해가는 프레데터 리더 스칼의 어마어마한 전투가 시작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외계종족의 전투지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렉스. 그녀는 다시 지구가 초토화되는 비극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만 하는데…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만난다면? 70~80년대 인기를 누렸던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만나는 스핀 오프로 탄생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는 프레데터가 남극에 묻힌 피라미드에서 100년 주기로 에이리언 사냥을 계속해왔고 사냥 일이 되자 지구로 돌아와 에이리언을 만들어 낸 숙주로 이용하기 위해 탐험대를 남극까지 유인하게 되는 내용인데 초반은 지루해도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우는 것만으로도 볼만해서 딱 킬링타임 용이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역시 이런 영화는 스토리, 연출 다 떠나서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만나는 맛에 보는 거다.
■ 보리 vs 매켄로
포커페이스로 완벽한 승리를 이끄는 테니스의 제왕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코트 위의 악동이 라이벌로 만났다.
세계 최초 윔블던 5연패 달성에 도전하는 ‘보리’와 새로운 기록을 꿈꾸는 ‘매켄로’의 박빙 승부!
테니스의 제왕 비외른 보리와 새로운 신계 존 매켄로 두 전설이 펼치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세기의 대결인 <보리 vs 매켄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종목과 상관없이 스포츠인이라면 추천하고자 하는 영화이며, 대결 앞둔 두 선수의 상반되는 심리가 누구에게는 공감, 누구에게는 알 수 없지만 이해하게 되는 스포츠심리와 짜릿한 윔블던 경기를 보여준다. 실화 바탕이기에 드라마 장르이지만, 보리 역을 맡은 스베리르 구드나손, 매켄로 역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 이 두 배우 연기가 실제 인물 싱크로율뿐만 아니라 몰입감도 좋아서 좋게 봤던 영화이다.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몰라도 상반되는 이 둘의 심리가 큰 편이라 윔블던 결승 대결이 오기까지 다소 지루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본다면 공감하게 되는 영화이다.
■ 포드 V 페라리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는 대회 6연패를 차지한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제 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레이스를 펼치기를 강요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하는데…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 르망 24 대회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만남인 <포드 V 페라리>는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포드와 페라리 대결을 리얼리티 하게 살린 실화 영화이다.
우선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면 연기, 박진감 그리고 스토리도 좋았던 영화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이며, 레이싱 좋아하거나 자동차 포드, 페라리에 관심 있다면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다. 르망 24 시간 레이스의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차의 엔진 소리, 실제 레이싱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면 구도, 레이싱 장면에서 완벽도를 높이기 위해 크리스찬 베일은 실제 레이싱 훈련을 받아 리얼리티 한 레이싱 대결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차의 엔진 소리 부우우우앙, 시동 거는 소리 등 소리부터 예술적이며, 개봉 당시 4DX 스크린으로 관람했었는데 시각적뿐만 아니라 청각도 아주 좋은 영화였다. 돌코비로 관람하고 싶었으나, 관람 시기를 놓쳐 기회가 된다면 돌코비로 재관람하고 싶을 정도이다. 차에 대해 몰라도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호흡이 좋았던 배우들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경기로 인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다.
■ 고질라 VS 콩
위기 상황 속,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인류가 안전할 수 있다는 판단하고 콩의 보호자들은 콩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아이 지아와 함께 타이탄들의 고향일지 모르는 그곳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그러던 중 분노에 찬 고질라의 공격을 받고, 마침내 맞붙게 된 두 전설의 장대한 대결은 앞으로 닥쳐올 대재앙의 서막에 불가했는데…
<고질라 vs 콩> 보기 전,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관람하는 것으로 권장하며, 콩은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인간들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고,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고질라는 비밀연구회사인 에이펙스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초반부터 쑥대밭으로 만든다.
고질라와 콩은 오래전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이들의 대결은 2차전으로 보여주고. 3차전에서는 미지의 존재와 싸우게 되는 내용인데 스토리는 나름 이유를 보여주고자 했지만, 어차피 큰 스케일과 콩, 고질라 격돌하는 장면을 원했던 것이니 스토리는 가볍게 보면 될 것 같다. 고질라의 브레스, 콩이 도끼를 이용한 2차전 대결은 아주 볼만하니 스트레스에 쌓인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큼직한 화면으로 관람하길 권장한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꼬맹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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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하늘 충무로 대세 배우, 강하늘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1월 26일 수요일 드디어 오늘! 개봉하는 <해적:도깨비 깃발>의 주인공인
충무로의 대세 배우인 강하늘 배우를 톺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
<해적:도깨비 깃발>
'미담 자판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항상 남을 배려하고 편안하게해주는 인간적인 매력과 더불어 그의 연기에도
매번 진심과 정성어린 영혼이 깃들어져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매번 진심을 연기하는 배우 배우 강하늘 #톺아보기 시작하겠습니다!
1. 프로필(Profile)
이름 : 강하늘 (본명: 김하늘)
출생 :1990년 2월 21일
국적 : 대한민국
직업 : 배우
2. 배우 강하늘의 성장과정
강하늘은 데뷔 전 2005년 KBS1 아침마당 토요일 코너에서 아버지와 함께 출연하여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는데요.
당시 진행자였던 이금희 아나운서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을 정도였다라고 하네요!
그 후 공식적인 데뷔작은 2007년 KBS 2TV 드라마 <최강 울엄마>의 최훈 역할입니다.
당시 호감형 외모와 풋풋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
또한 강하늘은 뮤지컬계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고 ,
지금도 무대 공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전해집니다.
<최강 울엄마>
3. '강하늘'의 주요 필모작 (영화 부문)
- 2015년 작 <쎄시봉>, 윤형주 역
출연진 : 정우, 한효주, 강하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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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계의 포크 열풍을 일으킨 전설적인 쎄시봉의 실화를 그린 작품.
강하늘은 극 중 윤형주 가수의 역할을 맡았다!"
- 2015년 작 <순수의 시대>, 진 역
출연진 : 장혁, 신하균, 강하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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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 왕자 이방원의 이야기를 다룬
왕좌와 권력을 향한 야망의 조선을 그린 작품으로
강하늘은 정도전의 사위이자 태조의 사위 '진'역할을 맡았다”
- 2015년 작 <스물>, 경재 역
출연진 : 강하늘, 김우빈, 이준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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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동갑내기의 자체발광 코디미물로
극 중 강하늘은 공부만 잘하는 놈 '경재'역할을 맡았다"
- 2016년 작 <동주>, 윤동주 역
출연진 : 강하늘, 박정민, 최희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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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인 몽규를 그린 작품.
극 중 강하늘은 시인, 청년 '동주'역을 맡았다"
- 2017년 작 <청년경찰>, 희열 역
출연진 : 강하늘, 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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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충만 두 경찰대생이 우연이 외출을 나왔다가
납치사건을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강하늘은 이론백단 경찰대생 '희열'역을 맡았다"
- 2017년 작 <기억의 밤>, 진석 역
출연진 : 김무열,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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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괴한들에게 납치된 형이 19일째 되는 날 돌아오면서
모든 기억을 잃고,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
강하늘은 변해버린 형, 유석을 의심하고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게 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동생 '진석'역을 맡았다"
- 2021년 작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영호 역
출연진 : 강하늘, 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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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주고받은 편지가 무채색 삶을 살던 영호와 소희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는 영화.
극 중 강하늘은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는 '영호' 역을 맡았다"
- 2021년 작 <해피 뉴 이어>, 재용 역
출연진 : 한지민, 강하늘, 이동욱, 윤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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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엠로스에서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강하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호텔 투숙객 '재용'역을 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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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강하늘 배우 #톺아보기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개봉한 <해적:도깨비 깃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씨네랩은
설 연휴가 지난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즐겁고 건겅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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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말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본 글은 헤어질 결심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진정한 사랑은 모두 해피엔딩일까?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에서는 사랑에 빠진 두 인물이 고난 과 역경을 이겨내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맞이한다. 이와 같이 사랑이 진정하다면 결국은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완성되어야 하며, 완성된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일까? 이 물음에 <헤어질 결심>은 아니라한다.
<헤어질 결심>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서래’의 이야기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해준’이 용의자 ‘서래’에게 관심을 느끼며 일어나는 일이다. <헤어질 결심>은 전형적인 로맨스의 틀에서 벗어나 수사극의 틀을 사용한다. 사랑의 동기와 사랑의 행위를 담기보다는 사건의 동기와 사건의 전말을 담는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지 않는다. 행동과 선택, 이별로 사랑을 표현한다. 결국,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며, 완성되지 못하는 미결의 형태로 남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헤어질 결심>을 보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런 <헤어질 결심>은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강렬하면서도 안개처럼 모호하게 표현한다. 사건 같으면서 사랑같은 일들이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멜로 장르와 수사 장르의 시너지
<헤어질 결심>은 수사물과 멜로물이 겹쳐있다. 두 장르의 결합은 둘의 사랑을 모호하게 만들 면서도 입체적으로 만드는 포인트였다. 영화는 초반부터 수사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형사와 살인사건 그리고 용의자로 구성된 전통적인 수사물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조사하고, 취조하는 과정을 따른다. 이와 동시에 멜로물도 진행된다. 멜로물에서는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가 만나 취조와 조사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수사물의 구조와 멜로물의 구조가 겹쳐 진행되며 둘의 관계를 깊어진다.
‘해준’은 올곧은 형사이다. 부하에게 존경을 받으며,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이지구’와의 취조에서 알 수 있듯 신사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이런 형사이기에 용의자인 ‘서래’를 계속 의심한다. 여기서 멜로물의 주인공이기도 한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며 계속 생각한다. ‘서래’를 감시하며 ‘서래’에 대해서 상상한다. 동시에 범인일 가능성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기도수’ 사건이 마무리되고 ‘서래’와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던 때라도 월요일 할머니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올곧은 형사로서의 태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형사의 태도로 결국 ‘서래’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해준’은 ‘서래’를 체포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지켜오던 올곧은 형사의 자부심보다도 ‘서래’에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래’를 지키고, 형사인 자신의 붕괴를 선택한다. 형사로서 자부심 있는 사람이 사랑으로 붕괴되는 모습은 말할 수 없는 큰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 큰 사랑은 단순 멜로물이 아니라 중반부까지 수사물로 쌓아온 형사 ‘해준’의 캐릭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형사 ‘해준’이 보여주던 수사극의 틀은 영화 초반부터 주 장르로 이어지며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해준’의 사랑이 이를 엎고, 수사를 망치게 되며 멜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다.
두 장르를 활용해 사랑을 보여준 것은 ‘해준’만이 아니다. 이포에서 이루어지는 2부에서는 ‘서래’가 수사물에서 용의자의 역할로 사랑을 보여준다. 부산에서의 ‘서래’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서래’는 자유를 위해 살인을 하고, 범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사인 ‘해준’의 마음을 이용했다. 목적한 바를 이룰 만큼 똑똑하고 강한 인물이다. 그런 ‘서래’가 이포에서는 ‘해준’을 위해서 살인을 벌인다. 부산에서의 ‘서래’는 수사물에서 악의 축인 범인의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심지어 수사를 빠져나왔다. 그런 ‘서래’가 사랑을 느끼고는 다시 수사망으로 걸어간다. 사랑으로 수사물의 캐릭터가 멜로물의 캐릭터에게 밀려난 것이다. 이포에서는 ‘해준’이 다시 형사 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서래’와의 취조와 조사를 통해 다시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바뀐다. 의심하고 경계하지만, 호미산에서의 ‘서래’의 고백과 스마트워치 녹음본을 들으며 ‘해준’은 ‘서래’를 놓지 못한다. ‘해준’이 형사로 사건을 알아감에 따라 ‘서래’의 사랑을 찾게 된다. <헤어질 결심>의 요소들은 따로 보았을 때는 멜로 이야기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랑의 동기, 행위가 아닌 사건의 동기와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인물이 서로를 위해 수사물 속 자신의 캐릭터를 붕괴시키고, 희생하는 모습이 결합하여 사랑으로 보기 어렵던 요소들은 사랑으로 이해된다.
진정한 사랑, 거울 구조와 이항대립
<헤어질 결심>은 1부 부산에서의 ‘해준’의 사랑과 2부 이포에서의 ‘서래’의 사랑을 거울 구조로 보여준다. 1부에서는 사건 발생, 관찰, 사랑, 진실 순으로 진행된다. ‘기도수’의 사건으로 ‘서래’를 알게 되고, ‘서래’를 관찰하며 스마트워치에 녹음한다. 그러다 ‘해준’은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그 후 진실을 알게 되고 이별을 맞이한다. 2부에서는 ‘서래’가 ‘해준’의 거울처럼 반대로 이어간다. ‘서래’는 진실을 말하는 ‘해준’의 모습을 보며 사랑에 빠진다. ‘서래’는 ‘해준’처럼 스마트워치를 통해서 ‘해준’에 대해 기록하고, 이포에서 ‘해준’을 관찰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해준’과 ‘서래’는 거울 구조로 서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구조는 ‘해준’이 말한 것처럼 ‘해준’과 ‘서래’가 동족임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해준’이 ‘서래’ 를 사랑했던 것처럼 ‘서래’도 ‘해준’을 사랑하고 있음을 서사 구조의 유사함으로 드러내고 있다. 닮아 있는 둘을 보여주면서 사랑한다는 말 하나 없이도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가장 쉽게 사랑을 드러낼 방법은 베드신, 결혼과 같은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일부러 더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다. 완성된 사랑과 스킨십, 결혼 대신 미결인 사랑과 범인과 용의자의 관계, 불륜이라는 관계를 내세웠다. 어려운 관계의 사랑은 사랑을 표현할 때 조심스럽게 만든다. 잘못 다룰 시에는 얕은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헤어질 결심>은 더욱이 ‘사랑’이라는 단어와 섹슈얼한 연출을 사용하지 않고, 거울 구조를 통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드러냈다. 거기다 둘은 관찰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서로의 스마트워치 녹음본을 듣는다. 서로의 관찰을 다시 바꾸어 듣는 모습은 단순히 닮은 것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며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와 다른 인물과의 대비로 <헤어질 결심>의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안과 ‘해준’의 관계와 ‘서래’와 ‘해준’의 관계는 섹스로 대조된다. ‘정안’과 ‘해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계를 가지기로 약속했다. ‘정안’은 그 약속에 만족감을 느끼고, 관계를 통해 ‘해준’과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안’은 섹스가 서로의 관계가 문제없음을 보여준다고 느낀다. 그런 ‘정안’은 ‘해준’과 대화에서 서로에 차이를 이야기한다. 정안은 이과이고 살인과 피가 없어도 행복하지만, ‘해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 ‘해준’과 ‘서래’는 단 하나의 키스신 외에는 섹슈얼한 연출이 드러나지 않는다. 둘은 대화와 시선을 통해 관계를 드러낸다. ‘해준’은 ‘서래’에게 같은 동족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둘은 유사한 점이 많다. 말씀보다는 사진,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한다. ‘해준’은 ‘서래’와의 대화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는 모습도 보인다. ‘서래’는 ‘해준’의 사건에 관심을 가져준다. 함께 사건 이야기를 하거나 ‘해준’의 일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처럼 두 관계는 대조됨을 알 수 있다.
육체와 정서의 대조뿐 아니라 완성과 미결의 대조이기도 하다. 정안은 ‘해준’과 결혼한 사이이며, 섹스하는 사이이다. 결혼과 섹스는 로맨스 장르에서 사랑의 완성, 이어짐을 상징한다. ‘서래’는 결혼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육체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해준’은 두 관계 모두 파괴되지만, ‘서래’와의 관계를 우선했다. 두 관계의 비교로 <헤어질 결심>이 드러내고자 하는 사랑이 정서적인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정서적인 사랑만 있을 때보다 이항 대립 되는 관계를 통해 말하고자 한 사랑을 돋보이게 했다.
‘서래’의 관계에서도 <헤어질 결심>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서래’의 2명의 남편은 ‘서래’를 존중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위해 ‘서래’를 희생하도록 만든다. ‘기도수’의 경우에는 ‘기도수’의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문신을 하게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위해 ‘서래’를 폭행한다. ‘임호신’의 경우는 ‘서래’의 흡연을 금지시킨다. 호통치며 나가서 피라고 하는 ‘임호신’의 모습은 설득이 아닌 일방적인 금지이다. 이처럼 ‘서래’는 2명의 남편에게 희생되었다. ‘서래’는 그 두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해준’은 ‘서래’를 존중한다. ‘서래’의 흡연을 금지시키지 않으며, ‘서래’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준’은 ‘서래’를 위해 희생했다. 평생 지켜오던 형사의 자부심을 버리고 ‘서래’를 지켜냈다. ‘서래’는 그 순간 사랑을 깨닫는다. ‘해준’과 ‘기도수’, ‘임호신’의 대조를 통해 <헤어질 결심>이 보여주고자 하는 희생적인 사랑이 보인다.
이렇게 <헤어질 결심>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두 가지의 개념을 통해 <헤어질 결심>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은 상반되는 것들의 관계, 즉 이항 대립을 통해 차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이 제시하는 대립을 통해 ‘서래’와 ‘해준’이 선택한 정서적이고, 미결인 사랑에 대해 인식하게 만든다. 최종적으로 마지막엔 ‘서래’의 “당신 목소리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을 통해 이전에 사건들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 후 녹음본을 통해 이전부터 인식되던 사랑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사랑의 징조
<헤어질 결심>은 ‘사랑’을 사용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체계적으로 짜인 영화이다. 또 수사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복선을 통해 촘촘히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복선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월요일 할머니의 “월요일이 되길 바라면 가끔 정말로 월요일이 빨리 와”는 ‘서래’가 사용한 트릭에 대한 복선이었다. 거친 ‘서래’의 손, 함께 맞춘 월요일 할머니와 ‘서래’의 폰도 복선으로 역할 한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복선을 통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보여줬다. 사랑한다는 말대신 인물의 습관과 화면전환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아내와 관계 후 ‘해준’의 모습은 곰팡이, 엑스레이 화면이 전환되면서 다시 보인다. 곰팡이의 위치와 ‘해준’의 엑스레이 화면이 겹치는 부근은 심장 근처이다. 대사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해준’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또, ‘해준’이 가진 ‘서래’에 대한 마음은 ‘해준’이 ‘서래’ 남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복선 중에서도 '해준'이 '서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에 가깝다. ‘해준’이 무의식적으로 ‘서래’의 남편들을 따라 하며 ‘서래’의 남편이 되고 싶은 상태를 보여준다.
질곡동 사건으로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의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다. 질곡동 사건의 범인 '홍산오'는 '오가인'을 너무 사랑했기에 살인을 저지른다. '홍산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감옥에 가는 일을 결심하고 벌인 일이다. '홍산오'는 결국 잡히기 직전 죽음을 택한다. '홍산오'는 죽음으로 ‘해준’을 피했고, 결국 ‘해준’은 사건을 완결시키지 못했다. 또한 '오가인'과 '홍산오'의 사랑도 완성도, 실패도 아닌 모습으로 남겨졌다. 이런 '홍산오'의 모습은 ‘해준’과 ‘서래’ 둘과 닮았다. '홍산오'의 행동으로 이포에서의 ‘서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죽을 만큼 사랑하는 ‘해준’을 위해 ‘서래’는 살인을 벌이고, 사라짐으로 ‘해준’에게 해결되지 못한 사건으로 남겨진다.
촘촘히 짜인 미결
<헤어질 결심>은 거울 구조와 이항 대립 관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미결의 사랑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복선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1부와 2부로 나뉜 사건들을 연결한다. 장르를 결합하여 서사를 강화한다. 심층에 깔려있는 촘촘한 구조들로 관객이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헤어질 결심>의 구조는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계속 대칭되고 대조된다. 관객이 <헤어질 결심>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표현 대신 상황을 통해 ‘해준’처럼 고민하게 만든다. ‘진실된 사랑일까?’, ‘이게 맞는 행동일까?’, ‘서래와 ‘해준’은 같은 마음일까?’. <헤어질 결심>은 이렇게 이어진 생각을 결말에서 ‘서래’의 대사를 통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사랑이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명확한 말을 앞세우지 않고 안개처럼 흐릿하게 사랑을 찾아다니게 한다. 둘의 대화와 마음을 사랑이라고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흐릿함 속에서 무엇이 대조하고, 대칭시켜 사랑이라는 존재를 서서히 드러낸다. 이런 영화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와 비교할 때는 새롭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 사랑과 비교하면 새롭지 않다. 사랑은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현실의 사람들은 영화의 구조처럼 끊임없이 대조하고 내면의 구조를 따라가며 사랑을 찾고자 한다. ‘서래’처럼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해준’처럼 고민하기도 한다. 둘의 사랑처럼 사랑이 ‘헤어질 결심’이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개념에 가장 대표적인 기표 ‘사랑’을 가려서 우리가 계속 찾아다니던 사랑의 의미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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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벽 안에서 길을 잃어도
DIRECTOR. 안소니 첸
CAST. 주동우, 류호연, 굴초소 외
SYNOPSIS. 연길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나나(주동우)는 휴대폰을 잃어 홀로 고립된 여행객 하오펑(류호연)을 샤오(굴초소)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한다. 다음 날 상하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놓친 하오펑은 나나, 샤오와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고 그들이 함께한 7일 동안 단단하게 얼어붙었던 세 사람의 세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POINT.
✔️ 믿고 보는 주동우!
✔️ 겨울 도시, 얼어붙은 정서가 제목 그대로 깨지는 모양이 아름답게 표출되는 영화입니다.
✔️ 위로라는 단어 없이 전해지는 위로. 삶에 지친 어른아이, 긴 밤이 이어지는 고요한 곳에서 홀로 침잠하고 싶을 만큼 지친 사람들에게 아주 조용하고 나직하게 다가갈 영화입니다.
✔️ 배경이 연길이다 보니 한국인인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템이 많이 나와요. 진라면 순한맛부터 시작해서. 근데... 제가 아는 이야기가... 왜 여기서 나와?
길눈이 어두운 나는 용산CGV에서 나와 역으로 내려갈 때마다 발걸음에 약간 자신이 없다. 실제로 생각한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올 때가 많다. 유일하게 길을 정확히 택하는 때는, 늦은 시간에 나와 몰 안의 모든 매장이 다 닫혀 있을 때다. 그럴 때면 나는 조금도 헷갈리지 않고 거침없이 지하철 타는 데까지 내려간다. 모든 게 단절되어 길만 남은 세상에서는 헷갈릴 소지가 적다.
가끔은 단절 속에서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핸드폰이 없고 시계가 멈추고 낯선 길에서 낯선 기후를 마주할 때. 온통 얼어 붙을 겨울의 도시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곳의 밤은 길기에 마음의 바닥면을 들여다볼 시간도 길다. 겨울 밤에 끌어안고 싶은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도 그렇다.
영화는 얼음에 톱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겨울왕국>의 오프닝과도 겹치는 장면이지만, 거기서 느껴지던 흥겨움은 여기 없다. 이들의 등 뒤로는 끈이 매달려 있다. 밟고 선 자리를 깨뜨린다는 건 그런 의미다. 자르고 밀고 찍고 싣는 동안 나 자신을 빠뜨리고 말 수도 있는, 위험한 일.
그래서 사람들은 쉬이 자기 밟고 선 자리를 깨뜨리지 못한다. 설령 그걸 깨야만 그 안에 얼어붙은 상처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그저 조용히 살아갈 뿐이다. 씩씩해 보였던 가이드는 아픈 발을 문지르고, 남들이 다 춤추고 즐거워하는 자리에서 얼음만 씹는 남자는 조용히 죽음을 생각하면서.
가이드와 손님이 된 두 사람이 간 곳, '조선족 전통 마을'에서 상모를 돌리고 떡메를 치고 장구와 북을 치며 일을 하고 있는 건 모두 노인들이다. 마치 일의 무게와 의미를 생각지 않는 사람들처럼 묵묵히 일하는 노인들과 달리, 가이드 옆에 조용히 앉는 이상의 행동을 하지 못하는 하오펑은 마치 동력기가 고장난 동체처럼 힘이 없다. 그는 여럿이 한 식탁을 채우는 한국 식당의 식탁에도 도무지 어울리지 않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듯한 업의 현장을 벗어나기 무섭게 가이드 나나 또한 "다시 태어나도 못 살" 시계를 찬 "고급 인력" 하오펑과 같은 표정이다. 어쩌면 거친 현대사의 굴곡을 헤쳐온, 그래서 묵묵히 일하는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기성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표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고장난 동력기로 날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내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비행기를 놓친다는 우연한 단절로 그들의 고장난 동력이 현실에 선명하게 가시화될 때, 그렇게 트랙을 벗어날 때, 마침내 여행은 시작된다.
나나의 친구 샤오까지 셋이서 방학 같은 날들을 이어간다. 얼음을 씹는 대신 설산을 달리고, 넘어서는 안되는 국경선 코앞을 더듬거려 보고, "그냥 가면 돼!" 하면서 페달을 밟아보고, 깨질 듯 말 듯 미끄러운 얼음판 위를 걸어본다. 추운 도시의 태양은 수직으로 작열하는 법 없이 비스듬한 높이로 떠서 은근한 빛을 더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방학을 즐기는 아이라도 개학의 존재감을 이기지는 못한다.
그 시간 동안 이들의 관계는 무어라 언어로 규정하기 전에 빠른 속도로 얽혀 버린다. 나나는 "넌 친구야 관광객이야?" 묻지만, 그런 경계는 언제 정해지는 걸까.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 인근을 더듬더듬 돌아다니는 세 사람처럼, 우리 또한 한 나라의 국경처럼 더듬거리며 그 선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다만 나라의 국경선과 달리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국경선은 보이지 않아 더 어렵다. 나와 타인의 경계선도, 나와 나를 가르는 선조차도.
어차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겨울의 밤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헤맨다'는 감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세 사람은 미친 듯이 돌아다닌다. 세 사람이 부지런히 다니는 연길의 도시는 우리 관념 속 연길보다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어쩐지 더 스산하다. 어떤 도시들은 긴긴 겨울 밤이 되면 부지런히 빛을 두른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렵다는 듯이. 네온사인은 '사랑해'라고 불이 방방 들어와 있지만, 밤이 새도록 도시에 앉아 있어도 세 사람의 마음에 불빛이 들어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공원의 조각상들도 받는 불빛을 이들은 받지 못한다.
자신을 가다듬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는 것, 발 밑의 얼음을 깨뜨리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힌 상처를 그대로 둔 채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어쩌면 변죽을 울리는 요령만 좋아진다는 뜻이 아닐까. 기타 치며 여유작작 노래 부르는 법도 잊고, "그냥 하면 되지!" 하는 마음도 잊고, 눈물 대신 택하는 방법들만 늘어 간다는 것. 상처를 직면할 여유는 없고, 세상의 벽은 계속 높게만 느껴지고, 이제는 눈물에도 마중물이 필요해져 버려 생의 발걸음을 떼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 내가 밟고 선 얼음을 차마 깨지 못했는데, 얼음판 째로 둥둥 떠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나이는 먹었는데 당황스러울 만큼 모르겠는 것들만 가득한 어른들은 그렇게 멈춰 버린 시계처럼 부유한다. 이 영화는 연길의 추운 겨울 밤을 배경으로 그 차가운 청춘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빙벽 안에서 길을 잃어도 볕 들 날이 있다. 나 자신과도 화해가 잘 안되고 타인과의 경계선은 더욱 어려운 어른아이들에게로. 이들이 헤매는 빙벽의 미로는 차가복 막막하기만 하지만, 그 안에도 빛이 있다. 얼음은 빛을 투과하니까.
작은 것에도 착잡함이 올라오지만, 또 서로의 작은 것에도 위안을 입는다. 작은 빛으로도.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얼음에 금이 가고, 상처를 직면할 힘이 생길 것이다. 원하는 곳에 닿지 못했다 해도, 꽁꽁 얼어붙어 있던 빙벽은 서로의 작은 빛으로 조금씩 녹아내린다. 그 물이 길러낸 나무들은 충분히 아름답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지점에서 등장한, 우리가 아는 어떤 이야기의 등장이다. 연길이라는 도시의 특수성을 생각해서 백번 이해해 보려고 해도, 영화 바깥의 현실과 뒤엉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드는 과정에서 국경선을 조금 더 세밀히 더듬었더라면, 그래서 나와 타인의 경계를 좀더 알아갔더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가 주는 겨울 도시의 고요한 아름다움에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지점은 영화 바깥에서 더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 날의 꿈은 너무 쉽게 떠나버리고, 우리는 여전히 빙벽 안에 있는 것만 같다. 샤오의 이모처럼, '조선족 전통 마을'의 노인들처럼 묵묵히 생을 대하지 못하는 우리는, 그럼에도 생에 다시 힘을 낸다. 어둠 속에 있다 해도 나란히 앉아 온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빙벽 안에서 길을 잃은 채로도, 작은 빛을 머금고 자라난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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