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7-19 10:42:40
느낌표와 물음표의 반복 <외계+인>
<외계+인> 1부 리뷰
느낌표와 물음표의 반복 <외계+인> 1부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액션, 판타지, SF | 한국 | 142분
감독 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등
줄거리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누가 출연하나요?
무륵 | 류준열
@ 네이버 영화
어설픈 재주와 도술을 부리며 능청스러운 입담을 가진 무륵 역을 맡았다.
가드 | 김우빈
@ 네이버 영화
김우빈 배우는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 역을 맡았다.
이안 | 김태리
@ 네이버 영화
김태리 배우는 고려 시대에 권총을 쏘며 일명 '천둥 쏘는 처자'라고 불리며
당찬 성격과 거침없는 행동력을 지닌 '이안' 역을 맡았다.
문도석 | 소지섭
@ 네이버 영화
소지섭 배우는 기묘한 우주선을 목격하게 된 강력계 형사인 '문도석' 역을 맡았다.
흑설 & 청운 | 염정아 & 조우진
@ 네이버 영화
염정아 배우와 조우진 배우는 자체 제작한 도술 무기를 파는 유쾌한 입담을 가진
삼각산의 두 신선인 흑설과 청운 역을 맡았다.
자장 | 김의성
@ 네이버 영화
김의성 배우가 가면으로 얼굴을 숨긴 의문의 인물인 자장 역을 맡았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 네이버 영화
<외계+인>은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한 영화 안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담았다는 것은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뜻이다. 아직 CG에 대해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발전된 CG 기술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 전환될 때마다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시·공간의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내용이기에 관객들이 이를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2시간이 훌쩍 넘는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불친절하다고 느껴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류준열 배우, 김태리 배우, 염정아 배우, 조우진 배우가 주로 등장하는 과거의 내용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웃음 포인트 또한 과거에 많이 집중되어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 네이버 영화
<외계+인>에는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모두 개성이 강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한편,
수많은 인물을 다루기 때문에 몇몇 인물들의 서사가 부족했다는 점이 매력을 반감시켰다.
영화 대부분의 요소가 매력적이고 재밌게 느껴져 느낌표가 떠오르다가도
부족한 개연성과 설명 등의 이유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외계+인> 1부는 2부까지 봐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액션과 볼거리가 많은 영화인만큼 극장에서,
그리고 큰 스크린이 있는 상영관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외계+인>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외계+인>은 바로 내일 개봉할 예정이니 다들 관람하시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남겨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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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던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전작들에 대한 다양한 오마주와 클래식한 분위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실관람객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습니다.
광복절 연휴를 겨냥해 4편의 신작이 같은 날 개봉했지만, 한국 신작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른 작품은
<에이리언: 로물루스>였습니다.
작품은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후 7년 만의 신작으로, ‘에이리언’ 1편과 2편 사이의 시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같은 날 개봉한 <행복의 나라>는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으며, <파일럿>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리들리 스콧 제작 · <맨 인 더 다크>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숨 막히는 서바이벌 스릴러로 돌아오다
줄거리
2142년, 부모 세대가 맞닥뜨렸던 암울한 미래를 피하려는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식민지를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버려진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도착한 이들은 악몽과도 같은 에이리언의 무자비한 공격에 쫓기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그들의 절규를 들을 수 없는 우주 한가운데,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압도적인 공포를 느껴라!
로맨스 영화로 돌아오는 김고은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과 노상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최근 공식 1차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재희와 세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데 익숙한 흥수가 함께 살아가며 펼치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오는 10월 2일 극장에서 개봉을 확정 지으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 수가 없다> 8월 17일 크랭크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오는 17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다고 12일 발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성공적인 삶을 살던 회사원 유만수가 갑작스러운 해고 이후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병헌과 손예진에 이어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유언석 등이 캐스팅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8월 23일 공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여름, 수상한 손님의 등장으로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김윤석, 윤계상, 고민시, 이정은이 주연을 맡았으며,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PD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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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삶’을 위해, <결혼 이야기>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 2019
감독: 노아 바움백
‘다시 삶’을 위해, <결혼 이야기>
남편 찰리와 아내 니콜은 이혼을 앞두고 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최선의 방식으로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마치 신사와 숙녀처럼 교양 있고, 기품 있게 각자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아름다운 이혼은 거의 없다. 그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 이야기>는 '어떻게 악착같이 이혼하는지'를 담은 작품일까. 아니다. 이 영화는 좀 특별하다. 부부의 파탄 난 사랑을 확인하고, 둘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목적 보다, 그들이 앞으로 있을 새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내하며, 다시 힘 있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일에 집중한다. 즉, ‘다시 삶’을 위해 이혼을 진행하는 ‘결혼 이야기’다.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컷
시작은 독특하면서 애틋하다. 니콜과 찰리는 결혼생활을 하며 느꼈던 상대의 장점을 얘기한다. 니콜의 목소리에 찰리의 생활이 그려지고, 찰리의 목소리에 니콜의 일과가 보이는 식이다. 이들의 고백은 이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담백한 어조 안에 서로를 향한 끝없는 애정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사가 두 사람 사이로 등장하는 순간 관객을 홀렸던 ‘콩깍지’가 확 벗겨지면서, 서로를 더는 이해할 수 없는 니콜과 찰리의 본심이 드러난다. 그렇다, 그들의 관계는 진작 끝났다. 서로의 장점은 관객만 들었을 뿐 사실 둘은 듣지도 못했다. 곧 남이 될 부부가 이상적인 끝맺음을 위해 나름의 타협점을 찾고자 하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건은 없었다. 니콜은 찰리와 이혼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나’ 답게 살기로 마음먹었고, 찰리는 그런 아내의 마음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다. 아, 정확히는 아내가 선택한 삶을 고려는커녕 거부하는 중이다. 영화는 두 인물을 뜯어보는 것으로 ‘다시 삶’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부부가 끝까지 서로에게 감추고자 했던 마음을 들춰내고 고백하게 한다. 초반에 관객의 콩깍지를 벗겼듯이 말이다.
남편, 찰리는 평생 실험적인 연극을 연출해 온 베테랑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극단 감독이다. 아내, 니콜은 찰리가 기획한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다. 사실 그녀는 과거 유명 영화에 출연한 뒤로 스타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찰리와 사랑에 빠져 고향을 떠나 오롯이 그를 위해 살아왔다. 단호하고 창의적인 찰리와 배려심 넘치고 용감한 니콜의 만남으로 극단은 빠르게 예술계에 자리 잡았으며 나아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그러나 그들이 세운 ‘직업적 공든 탑’이 더 높아질수록 찰리와 니콜은 멀어졌다.
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컷
니콜은 찰리가 연출가로 엄청난 명성과 명예를 쌓아갈수록, 한없이 작아졌다. 그의 그림자에 갇힌 채 ‘나’는 물론 ‘아내’란 정체성도 잃어갔다. 니콜은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고용해 그동안 해왔던 부부 상담을 가장한 ‘이상적인 이혼’을 때려치우기로 결심한다. 노라의 말처럼 니콜은 이혼이란 '희망찬 행동'을 통해 ‘다시 삶’을 얻어야 했다. 반면 찰리는 니콜이 좋은 기회(캐스팅)를 빌미로 아들과 고향에서 계속 살겠다고 말하자, 당황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니콜이 본인의 극단과 예술적 사상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극단 여직원과의 불륜이 부부간의 신뢰는 물론 간신히 잡고 있던 니콜의 이성마저 놓게 했다는 것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찰리는 니콜 말대로, 너무 이기적이라서 본인이 이기적인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양육권 사수를 위해 기존의 변호사를 노라만큼 유명한 변호사로 교체한다. 이후 벌어지는 두 사람의 이혼 과정은 짐작한 대로 비참하고 격렬하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이혼’을 빌미로 모욕과 치욕을 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변호사들이 부부의 사생활을 까발리듯 공개하고 재판에 교묘하게 이용할 줄도, 아니 그렇게까지 힐난하고 불쾌하게 할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토록 불편하고, 마음먹은 것보다 훨씬 더 가슴 아플지 몰랐다.
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포스터
그 누구도 쉽게 결혼하고 간편하게 이혼할 수 없다. 어떻게 단칼에 무 자르듯 결혼을 가르고, 이혼이란 화살을 과녁 한가운데에 명중시킬 수 있을까. 결혼과 이혼 사이에 부부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존재하는 한, 참 어려운 일이다. 니콜과 찰리는 싸우면서도, 이따금 그들 자신도 모르게 ‘부부’만이 가능한 행동들로 서로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오랫동안 함께 해, 몸과 마음에 벤 그들만의 습관과 규칙은 이혼이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모래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일례로 니콜은 항상 찰리의 머리를 직접 잘라줬는데, 이는 이혼 조정 중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결혼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상이 이혼 과정으로만 채워지길 거부한다. 왜 제목이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이겠는가. 특히 극 후반부에 펼쳐지는 찰리와 니콜의 극단적인 논쟁은 제목에 힘을 더 실어준다. 그들은 비난과 울분, 선택과 후회, 만남과 헤어짐, 결심과 허망 등, 지금까지 혼자 감췄던 마음들을 토해내며 마침내 함께 무너트린 우리의 현실을 직면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과거의 잔해인 동시에 미래의 연료이자 현재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처참히 무너진 벽돌집 앞에 서서 다시 벽돌을 쌓기 시작한다.
<결혼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축은, 부부의 격렬한 충돌이 아닌 이혼 과정을 겪는 니콜과 찰리의 ‘일상’이다. 두 사람에게 이혼은 일상을 흔드는 강력한 바람일 뿐, 삶을 뒤집는 태풍은 아니란 점이다. 이혼을 마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더 돋보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격돌은 모두의 기대(?) 와 달리 성난 파도처럼 널뛰다가도, 평화로운 파도에 몸을 맡긴 듯 잔잔하게 흘러간다.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온갖 묵은 감정을 해소하고, ‘다시 삶’의 윤활유로 삼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종착점은 출발점과 연결된다. 서로를 설명하던 첫 장면이 결말에서 이어지는데, 그때 찰리는 니콜이 쓴 글을 읽으며 울컥하고, 니콜도 그를 보며 같은 의미의 눈물을 흘린다. 그들에게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흘러나오고 이윽고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보일 때, 아주 긴 여운이 우릴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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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탐정으로 돌아온 배트맨, 브루스 웨인
나의 최애 슈퍼히어로는 퍼니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마블 히어로들에 비해선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웅이라 많이들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퍼니셔는 중간이란 없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그에 대한 분노를 범죄자들에게 푸는 인물이다. 여러모로 슈퍼히어로라고 보긴 어렵다. 원래 같으면 스파이더맨과 같이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개화시키는 게 다방면으로 선한 방식인데 퍼니셔에게 그런 건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내면의 폭력성을 후회와 트라우마로 분출시키는 내면의 에너지가 난 너무 멋있다. 데어데블과 킹핀이 MCU로 리턴함에 따라 퍼니셔 역시 합류가 유력하다는 링크가 뜨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그의 복귀를 아~주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존 번탈의 퍼니셔로.
최애도 마블. 제일 인상 깊었던 영화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으로 마블이었다. 난 DC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슈퍼맨이나 아쿠아맨 같은 히어로들은 신이라서 감정이입이 안 된다. 퍼니셔같이 사람이어야지 공감이 돼서 보는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이 근거로 남들 재밌다고 했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그냥 그랬다. 그냥 취향에 안 맞았던 듯싶다. 그래서 그나마 좋아했던 작품이 <다크 나이트>와 <조커> 정도였다. 전자는 워낙 슈퍼히어로물의 교과서로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작품 아닌가. 후자는 스릴러 향을 첨가한 사회비판 영화로 극에서 표현하는 음울함에 사실 좀 공감하기도 했다. 두 작품 다 인물의 현실감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브루스 웨인이 그냥 돈 많은 잘생긴 부자 1로만 묘사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전부 다 떠나가 마음에 구멍이 난 인물이었고(<다크 나이트>) 온 사회가 만든 상처에 빠져 괴물이 된(<조커>) 내면묘사는 우리 생활에서 볼 수 있어서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마블의 히어로들처럼 때려 부수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무의식 중에 바랬던 것이다. 이런 나는 2022년 3월 1일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관심조차 가지 않는 밴 애플렉의 배트맨과는 다른 히어로가 탄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두근두근 설렜다. 브루스 웨인이 10년 만의 솔로 무비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무력이 강해 기대고 싶은 배트맨은 아닌 것 같다. 이 <더 배트맨>은 우리 곁에 있을법한, 뇌가 섹시한 슈퍼히어로다.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배트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박쥐 가면 쓴 싸움 잘하는 남자. 뭐 그렇게들 많이 알 것 같다. 맞다. 이 영화는 박쥐 가면 쓴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이 박쥐 가면 쓴 유사 자경단은 고담시의 부조리가 벌어지면 쨘하고 나타나서 불한당을 두드려 패 버린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불살 주의답게 총기나 칼 같은 둔기류를 쓰지는 않는다. 적당히 두드려 패버리는 선에서 약자를 도와주는 배트맨. 이 영화의 인트로는 배트맨의 히어로 활동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이 배트맨 액션 신과 함께 내레이션을 보여준다. 난 과연 잘하고 있는가, 식의 회의감으로 가득한 배트맨. 배트맨이 된 지 2년밖에 안된 초보 슈퍼히어로라 그런지 그는 마음속의 숭고한 대의만으로도 내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연하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나쁜 놈들에게 잃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에 복수로 가득 찼다. 이 때문에, 그는 잃었다는 화와 분노 때문에 악인을 보면 죄다 두드려 패버리는, 뒤틀린 슈퍼히어로가 돼버렸다. 당연히 그가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다. 원래 무언가를 잃고 나서 하는 모든 행동은 공허하다. 당연하지. 그 잃은 대상이 돌아오지 않는데. 근데 그는 그렇게라도 해야 내면의 분노가 해소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이런 그에게,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고담 시장이 암살당한 것이다. 의문의 수수께끼와 함께 살해당했다. 시체 근처에는 'To batman'이라는 편지가 있다. 살인범은 자기를 리들러 라 칭하며 배트맨에게 메시지를 건넨다. 이 메시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수수께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람이 죽은 이면에는 어떤 사건이 관련되어 있고, 이 <더 배트맨>은 배트맨이 경찰 고든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배트맨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내적 성장을 이루는 것 역시 핵심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보통 배트맨 시리즈 영화를 장르적으로 표현하자면 '슈퍼히어로 영화'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배트맨은 슈퍼히어로니까. 근데 이 영화는 사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강한 쪽이라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팀 버튼의 배트맨은 감독의 주 장기인 '시각화'가 십분 발휘된 시리즈였다고 생각한다. 펭귄에 대한 비주얼만 생각해도 감독의 인장이 쾅쾅 박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명품 트릴로지로 자주 회자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히어로의 탄생과 천재성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라스 알 굴에게 싸움 배우며 내면의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에 대해 다뤘다. 이 뿐만 아니라 브루스 웨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명한 것도 다른 배트맨과는 다른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약간 강박증(?)이 있는 놀란 답게 폭발이나 고딕 양식을 따온 듯한 건축물 디테일도 구현이 잘 됐다.
그런데 이 맷 리브스 표 <더 배트맨>은 다르다. 일단 배트맨의 기원 그런 것 없다. 레이철? 그런 거 없다. 캣우먼도 '캣우먼'이라는 이름으로는 언급되지 않는다. 유년시절에 대한 언급이 단 1도 없고 신참 배트맨의 모습 그대로를 먼저 제시한다. 실제로 영화는 처음부터 악인들 때려잡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초반부터 기존의 배트맨들과는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이런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느껴진다. 이렇게 다르게 시작했던 <더 배트맨>은 주인공 내지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만든다. '악인이 나온다 - 무력으로 두들겨 팬다 - 나쁜 놈이 착해진다'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꼼꼼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이에 따라 '이 사람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라는 식의 추리물로 변한 것이다. 이는 원작 묘사에 철저했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원래 DC의 뜻이 'Detective Comics'라고 한다. 이에 걸맞은 히어로 묘사가 된 것이다. 또 누아르 영화 느낌도 난다. 주요 정치인들이 살해되며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이게 우리가 <세븐>이나 <조디악>에서 보던 느낌이다. 약간 슈퍼히어로 30% 첨가에 범죄 수사물 50%에 성장기 20%가 첨가된 느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3. 또 어떤 부분에서 기존의 시리즈들과 다른 영화인가요?
내가 이 영화가 진정한 배트맨스러웠다고 생각한 지점은 이 부분이다. 이 근거로 영화의 색감이 어둡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얼마 전 <나이트메어 앨리>를 봤었는데 그 작품보다 더 어두웠던 것 같다. 배트맨의 내면이 깊고 어둡지 않나. 고담시의 묘사 역시 개판 오 분 전이다. 온갖 범죄가 판치고 마피아가 쌈 싸 먹은 게 고담시다. 이에 맞게 색감을 전체적으로 어둡게 뺐다. 난 이게 배트맨 시리즈다운 묘사라고 생각한다. 기존 시리즈들과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낮에 벌이는 일이 거의 없는 느낌? 사건이 대부분 밤에서만 일어난다. 일부러 사건의 시각 설정도 그런 부분을 염두해서 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낮이라는 소재가 들어가면 확실한 특징으로 꼽을 수 없어 팀 버튼과 놀란에게 비교당하기 쉬울 테니까.
또 슈퍼 히어로서의 비범함이 물리력이 센 쪽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싸움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다는 뜻이다. 실상 액션신을 까 보면 많이 맞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은 고담시의 악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 연출이 사운드에서 나타나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는데 배트맨이 차를 쓸 때 부르릉하는 배기음이 난다. 내가 악당 입장이라면 배기음 이거 좀 무서울 것 같다. 소리가 무서운 사운드다. 또 배트맨이 악인들에게 나타날 때 빠르게 다다다 뛰지 않는다. 천천히 걷는다. 이게 무슨 의미겠어? 빠르게 고통스러운 거면 '순식간에 끝나니까' 그렇게 안 무서울 수도 있다. 그런데 배트맨이 천천히 걸어온다고 해보자. 악당들은 그가 걸어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배트맨은 공포를 도구로서 활용한다. 이렇게 섬세한 연출 지점이 타 배트맨 시리즈와는 차이점을 갖게 한다.
4. 그래도 슈퍼히어로물에 액션이 빠지면 시체죠! 액션 연출에 대해 써보자면?
영화 자체가 강인함이나 무력을 소재로 삼지 않았다고 해서 액션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이것도 나름 탁월하다. 배트맨은 불살 주의 히어로다.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묘사는 안 나온다. 그런데 이게 실제 싸움으로 적용한다면 무슨 사고가 날 것 같다. 예를 들어, 격투 신에서도 퍽 퍽 하는 소리가 타격감이 있다. 때리는 것도 한번 퍽 치고 나는 게 아니라 행동불능이 돼도 몇 대 더 때리는 묘사가 나온다. 물론 3번에서 쓴 내용도 맞다. 자주 맞기도 하고 사실적으로 때리는 사람이다. 근데 이렇게 공-방이 자주 반복된다는 것이 액션신의 합을 잘 짰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5. <조디악>과 <세븐>, 둘 다 범인을 찾아가는 영화였습니다. 또 빌런 리들러는 수수께끼를 내는 빌런이지요. 이거, 우리가 꼭 수수께끼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오. 영화가 수수께끼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쓰지도 않고, 일단 내가 그것들을 죄다 틀리기도 했다.(ㅋㅋ) 그래서 뭐 문제 못 맞혀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6. 러닝타임 176분, 거의 세 시간입니다! 지루하진 않나요?
난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러닝타임 세시 간인 거 1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액션으로서의 슈퍼히어로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에겐 좀 루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븐> 같은 영화 좋아하셨던 분들에겐 취향저격일 듯.
7.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펭귄을 맡은 콜린 파렐, 셀레나 카일을 맡은 조이 크래비츠 둘의 퍼포먼스도 좋았다. 또 제일 중요한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은 사람의 내면과 어울리는 비주얼을 갖고 있지 않나. 완전 잘 맞는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하고 싶다. 리들러 역의 폴 다노다. 초반부-중반부-중후반부 직전까지 극을 이어가는 카리스마에서는 이 인물에게 나왔다. 다른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히스 레저)는 개연성이 없는 사이코패스였다. 근데 그게 말이 돼야 한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광기가 보여야 이 사람의 개연성이 드러난다. 밑도 끝도 없이 은행 털고 강도들 죄다 총으로 쏴 죽여야 조커스러운 광기가 드러난다. 단순히 행동으로만 하면 그 사람의 광기가 느껴지나? 아니다. 히스 레저는 디테일한 감정 묘사로 진정한 광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광기는 배트맨이 해결해야 할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조커는 이 영화의 베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히스 레저는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 설정을 소화해내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난 영화를 보고 나서 리들러가 이 조커와 비슷한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의 리들러는 비대면으로 악행을 중계하는 빌런이다. 무슨 말이냐? 우리가 볼 때 리들러 슈트와 가면만 볼 수 있어서 직접적으로 감정 전달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폴 다노는 목소리 톤과 눈빛만으로도 악성을 드러내야 한다. 역시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리들러는 살짝 보이는 광기만으로도 내면의 분노를 폭발시켜 관객을 내내 압도한다. 소리 지르는 연기. 셀프 카메라로 자기 자신을 찍는 연기. 후반부의 특정 신에서의 대사 하는 방식. 이게 세상 착하게 생긴 폴 다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게 말이 되게 하는 배우의 퍼포먼스였다. 더 이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쓸 수 없지만, 나는 폴 다노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값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악역이었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8. 왜 추천하고 싶나요?
단순하다. 재밌으니까! 배트맨 멋있으니까! 리들러 멋있으니까! 좋은 영화 보면서 행복하고 싶으니까!
나는 이 영화가 되게 영화의 속성 한 가지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안 본 분들 부럽다. 얼른 달려가서 보시길 바란다.
아. 꼭 영화 끝까지 집중해서 보셔라. 굉장히 중요한 장면 하나 있다. 쿠키는 안 봐도 된다. 번역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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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 리뷰
<라우더 댄 밤즈(2015)>, <델마(2017)> 등으로 이미 몇 차례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노르웨이의 감독 요아킴 트리에가 신작으로 찾아온다. 나는 감상한 적 없으나 이번 영화는 그가 감독한 오슬로 3부작을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한다.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여성 주인공이 빛나는 작품이다. 요아킴 트리에는 미래와 사랑과 그 밖의 많은 외부적 요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여성의 성장 서사를 스크린을 통해 근사하게 보여준다. 어떤 면에선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2012)>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두 작품의 주인공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 혹은 자아를 모색하는 방식이 완전히 닮아 있지는 않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더라도 삶에 있어 ‘무용’이라는 최소한의 방향성을 쥐고 있던 27살 프란시스와 달리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속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조차 힘들다고 토로하는 스물아홉 살 청춘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일러 주의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고전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글쎄, 이젠 고전이 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로는 무엇을 떠올려 볼 수 있을까?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로마의 휴일(1953)>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정도라면 충분한 걸까? 궁금하긴 하지만, 이 질문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을 필요는 없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엔 우리가 모두 아는 클리셰, 그러니까 보장된 플롯이 존재하니까. 영화 초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녀는 서로가 남극과 북극에서 온 사람처럼 설정되어 있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온갖 사건을 통해 놀라우리만큼 가까워지고, 말미엔 완벽한 한 쌍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정석’이지 않나.
그런데 트리에 감독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다르다. 영화엔 분명 로맨스가 등장하고, 상당 부분의 서사가 주인공의 연애에 치중한 듯 보이나 그저 그뿐이다. 그 어느 누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율리에가 사랑을 쟁취하는 순간을 꼽겠는가. 감독은 망망대해 같은 인생의 한 지점, 로맨스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난 율리에가 부단히 헤엄치는 모습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낭만적인 마술을 부리긴커녕, 시니컬한 태도로 로맨틱 코미디가 선사하는 장르적 환상을 걷어내는 데에 여념이 없다. 율리에가 동거하던 남자 친구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꺼내는 순간 악셀은 율리에의 거주 문제를 꺼내고, 율리에와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가 아이를 갖지 말자고 합의한 기저에는 전 지구적 환경 문제가 얽혀 있다. 그래, 오로지 사랑에 기대어 모든 현실을 헤쳐 나가기엔 참으로 세상이 버겁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자. 20세기를 살던 청춘에게도 미래가 그저 황금빛이었을 리는 없지 않은가?
사랑이 무용하다 말하기보단, 차라리 율리에의 세계가 너무나 연약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보다 옳으리라. 그는 진로를 결정할 때조차 자신을 탐구하다기보단 성적에 기대어 의학도가 되었다가,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또다시 자신의 심연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표면을 부유하다 사진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는 이러한 선택을 용감하다 하였으나 서점에서 일하며 때때로 글을 쓰는 율리에는 여전히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맨날 이거 했다가, 싫으면 저거 했다가, 끝까지 해내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율리에가 찾은 해결책은 자기의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언뜻 그의 시도는 성공적인 듯 보인다. 악셀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에이빈드와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던 그가 이렇게 고백한다. “너와 있을 때 완전한 내가 되는 것 같아”. 그러나 이 말은 더없이 공허하다. 스스로를 외부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헛된 것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므로.
물론 이것이 개인의 성장에 있어 로맨스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율리에는 연인과 함께하던 순간에도 변화했고, 이별 후 자신에게 남겨진 옛사랑의 흔적을 통해서도 성장한다. 기실 영화는 악셀과 율리에가 사랑을 하던 순간보다, 사랑이 끝난 이후의 지점에 많은 공을 들였다. 율리에의 남자 친구 혹은 만화가로서의 악셀을 반기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네가 얼마큼 대단한 사람인지 믿게 해주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하는 그에게 애틋함을 느끼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악셀은 시한부 선고까지 받는다. 소울메이트라 불러도 괜찮을 만큼 끈끈한 관계가 된 악셀과 율리에 사이에 남은 시간은 너무도 적다. 이별하던 날, 나중에 재결합을 할지도 모르지 않겠냐고 했던 율리에의 말은 그리하여 가정법으로만 머문다. 감독은 특별히 두 사람의 끝을 쓰라리게 그려내진 않지만, 그렇다고 미화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초가을의 밤공기처럼 건조하다. 악셀과의 만남 이후, 에이빈드의 아이를 잃게 되는 율리에의 감정선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 삶이 끝난다는 것을, 다가온 삶의 한 국면을 예비하고자 애쓴다 해도 자신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채 가능성이 소멸할 수 있음을 배우는 것으로 그친다.
그러하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로맨틱한 정서는 굉장히 다면적이다. 마냥 행복하다고 말하는 대신 율리에에게 로맨스는 생명수였던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었다고 의심할 법한 무엇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자면, 자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의 사랑이란 우리 문화의 기대처럼 삶 전체를 짊어질 수 있을 만큼 대단할 수 없음을 꼬집는 듯도 하다. 더불어 결말부에서 감독은 율리에를 어떤 남성과도 맺어지지 않도록 설정하여 할리우드 특유의 로맨틱한 마법 장막이 오슬로에 드리워지지 못하도록 막았다.
단 한 번뿐인 미지의 삶
이렇듯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기꺼이 탈피한다. 영원한 사랑의 지속을 속삭이는 대신 오히려 매 선택이 불가역적이라는 지점을 강조한다. 율리에는 악셀과 헤어지기 전으로도 에이빈드를 만나기 전으로도 되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로맨스가 아닌 한 인물의 성장 서사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노르웨이라는 지구 반대편 국가, '2022 세계 행복 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에서 8위를 차지한 나라에선 인생을 배회하는 청춘을 어떻게 그려내는가.
열두 개 챕터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갖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 친절하게 영화의 구성을 예고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는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표지와 목차를 읽은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니, 영화관에 앉아있더라도 관객은 이 영화가 지금 이야기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아무리 각 챕터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들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혹은 소설- 속 주인공인 율리에는 자신이 현재 인생의 어떠한 지점에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 그는 그저 언젠가 무엇이 이루어지리라는 막연한 예감과, 지금 이 상황보다는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초조함만을 품은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선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넘어야 한다. 유명하디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인용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 과정은 당연히 평탄할 수 없다. 개인의 자아는 치열하게 고민한 후 비로소 이룩할 수 있는 것이지 손쉽게 구매하거나 덧씌울 수 있는 페르소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학생으로서의 율리에만 연기해도 문제가 없었던 학업과 달리, 연애를 통해 율리에는 부딪히고 때로는 도망가며 많은 것을 경험한다. 자신이 남자 친구 악셀에 비해 어리고, 이룬 것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기도 하고 위트있는 대화를 이어나가거나 춤을 추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예상치 못했던 갈등을 목격하기도 한다. 에이빈드를 만나 바람을 피우고 환각제를 흡입하며 회피하기도 하지만, 끝내 발붙인 현실을 떠날 수 없는 율리에는 자신의 가장 빈곤한 부분을 몇 번이고 마주한다. 이윽고 선택의 무게를 깨닫게 된 그는 느리게 자기 파괴적 상태에서 벗어난다. 거대한 산처럼 보였던 사람을 비로소 친밀했던 한 명의 인간으로 동등하게 여길 수 있게 됨으로써 미지의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선택의 폭이 지극히 좁아 고민의 여지없이 아이를 낳고, 낳고, 낳았던 조상들로부터 21세기 서른 살 여성에게까지 이어진 어떤 굴레는 더 이상 율리에를 옥죌 수 없다. 분명히.
영화 속에 몇 번쯤 등장하였던 타이밍이 잘못되었을 뿐이라는 말은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한 변명처럼, 혹은 상대방을 위한 위로처럼 몇 번쯤 사용되었다. 이 말이 어떤 의미로든 옳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아닐 것이다. 인생에 있어 올바른 타이밍과 잘못된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무심하리만큼 중립적인 순간들의 총합일 뿐이니. 그러니 그렇게 미사여구를 붙이며 상실한 기회를 정당화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회성 삶 속 실패는 한낱 흔한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저무는 여름에 새로이 섞여있을 웃음과 눈물과 설렘의 찰나만을 기억하자. 이것은 온전히 율리에와 당신, 그리고 내가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순간이다.
한국에서는 <사랑할 때는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번역되었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세계 최악의 인간(Verdens verste menneske)>이다. 흥미롭기도 하고, 당연하기도 한 제목이다.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최악의 인간일 수밖에 없으므로. 어쩌겠는가.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인 것을. 타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무대 뒤편의 모습까지 오롯하게 바라볼 수 있는, 드러내지 않는 속내까지 모조리 꿰뚫어 볼 수 있는 지상 위의 유일한 인간이 나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러나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경험한다는 것, 그것은 부득이하게 잘못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그러하니 스스로를 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너무 스스로에게 무자비해지지는 말자. 우리는 우리를 가장, 최선을 다해 경험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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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틱 코미디, 그런데 기후위기를 곁들인
두 사람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모든 영화에는 인물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있다. 〈타이타닉〉에서는 귀족과 하층민이라는 신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앙숙 가문,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성격,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는 선량한 시민과 범죄자라는 시민적 지위 등등이 그렇다. 이들 영화는 서로의 세계를 살아보지 못한, 그래서 상대방과 그가 속한 세계가 너무나 낯선 주인공이 상대를 알아가며 조금씩 자신이 기존에 속한 세계를 허물고 나와 상대의 세계에 진입하고, 종국에는 두 사람의 세계를 결합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로 나아간다. 물론 꼭 사랑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맥락에 따른,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하지만 사랑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이 차이를 더 극단적으로 확장한다. 〈디피컬트〉가 그러하듯이.
코미디, 로맨스를 아우르는 영화 〈디피컬트〉의 배경은 파리다. 주인공은 알베르와 발렌틴. 알베르는 채무에 시달리며 주거도 일정하지 않은 가난한 하층민 남성이고, 발렌틴은 급진적인 기후 활동가다. 둘이 처음 만난 곳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둔 어느 쇼핑몰. 알베르는 TV를 싸게 구입해 비싸게 팔 목적으로, 발렌틴은 지구를 망치는 무의미한 소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첫 만남이다.
다시는 만날 일 없을 듯한 두 사람은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한다. 알베르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브루노의 손에 이끌려 무료로 맥주와 음식을 나눠주는 곳에 간다. 발렌틴과 활동가 동료들이 친목과 결의를 다지고 다음 활동을 계획하는 모임의 장소였다. 알베르는 자기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일을 진지한 표정으로 도모하는 사람들을 보며 피식거리기를 멈출 수 없지만, 어쨌거나 함께하면 먹을 것이 나오고 그들이 재활용을 위해 수집한 물품을 몰래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재미도 쏠쏠하기에 브루노와 함께 슬쩍 발렌틴의 활동에 동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느덧 솟구친 발렌틴을 향한 알베르의 호감이 가장 큰 동기다. 알베르는 발렌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활동의 다음 단계가 곧 로맨스의 다음 단계와 맞물리며, 영화는 전개된다. 쇼핑몰, 패션쇼, 농장, 박물관, 심지어 은행까지.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이들의 시위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는 이들의 시위 장면을 온라인 생중계를 위해 참가자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불안정하고 흔들리지만 바로 그 이유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장면과 화면 밖 카메라가 주인공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와이드숏을 교차하며 보여주어, 시위 현장의 박진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는 자연히 시위와 연계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무르익는 과정과도 맞물리며 극의 감정선과 재미를 더욱 고조한다.
위기도 있다. 알베르와 발렌틴의 관계를 질투한 또 다른 활동가가 알베르가 실은 단체 물품을 장물로 팔아넘기는 등 운동에서 개인 잇속을 챙겨왔다는 점을 폭로한 것이다. 기후 우울증으로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대한 동력을 잃었으나 조금씩 알베르에게 마음을 열던 발렌틴은 이후 알베르에게서 완전히 멀어진다.
당연하게도 둘은 결국 위기를 극복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위기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뻔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영화가 두 사람의 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캐릭터, 서사 설정이다. 〈디피컬트〉에서 누군가 기후위기를 얼마만큼 심각하게 인식하는지는 〈타이타닉〉의 신분,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 〈엽기적인 그녀〉의 성격, 〈베이비 드라이버〉의 시민적 지위만큼이나 커다란 차이다. 즉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의 차이가 귀족과 하층민이 살아가는 세계의 차이만큼이나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코미디와 로맨스를 버무린 영화라기보다는 동시대에 기후위기에 대한 감각‧인식의 지형이 어떻게 구획되어 있는지를 질문하는 영화로 볼 때 더 재미있다. 만약 당신이 기후 음모론자라면, 푼돈을 벌어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남자와 기후 우울증 때문에 감정적으로 파산한 여자가 사랑과 연대로 그들 개인뿐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세상까지 더 좋게 만든다는 이 영화의 서사가 한없이 지루하고 허황되게 느껴질 것이다. 〈디피컬트〉의 서사 구조는 2022년에 열린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2021년작 프랑스 영화 〈지평선〉과 유사한데, 두 영화를 유럽에서(혹은 적어도 프랑스에서) 기후 시민이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될 만큼 분명하게 가시화되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같은 징후를 포착한 한국의 상업영화를 나는 알지 못한다. 즉, 한국에서 기후 시민은 아직 하나의 분명한 시민적 정체성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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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벨 퍼만의 최고를 향한 강박와 광기, 그리고 집착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 제임스 완의 ‘컨저링 2’,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와 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믹싱상을 포함해 3관왕을 기록한 ‘위플래쉬’까지 40여 편의 사운드 에디터로 참여하며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로런 해더웨이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더 노비스 리뷰입니다. 대학 시절 조정 선수로 활동한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출, 각본, 편집까지 도맡아 스포츠의 매력을 기본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극한의 상황들을 감각적인 촬영과 스타일리시한 음악 등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표현합니다. 의도였겠지만, 성공과 우승의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기존의 스포츠 장르와는 달리, 완벽이라는 자학적 세상에 빠져버린 한 인간의 집착과 광기에 집중해 섬찟한 스릴러 느낌을 충실히 전달합니다. 살짝 어긋나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신선함과 패기에 다음이 너무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블랙스완’을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보시리라 생각되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더 노비스 정보
난 수재가 아니라 노력파야
가장 못하는 과목인 물리학을 전공으로 택할 만큼 늘 최고를 갈망하는 웰링턴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이자, 체육 특기생으로 들어온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낍니다.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농구, 배구 등 학교 대표팀을 해왔던 제이미에 비하면 체력이나 자질 면에서 부족한 것이 확실한 상황, 그럼에도 알렉스는 조정부 1군에 들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죠. 그리고 강박에 가까운 심리적 압박과 한계에 다다른 육체를 넘어서려는 그의 행동들은 주변 부원들로부터 서서히 자신을 소외시키는 발단이 되어가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THE NOVICE│감독·각본 : 로런 해더웨이│출연진 : 이사벨 퍼만, 에이미 포사이스, 딜론 외 多│장르 : 드라마, 스포츠, 스릴러│상영 시간 : 97분│개봉일 : 2022년 5월 25일│국가 : 미국│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5.67, 로튼 토마토 신선도 93% 팝콘 74%, IMDB 6.5, 메타 스코어 85점│수상 내역 : 20회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촬영상, 최우수여우주연상, 최우수장편영화상)│수입·배급 : 영화사 진진│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영상, 음향, 오리지널 스코어까지.. 현란합니다
# 더 노비스, 무엇 좋을까요?
주목받는 신예 제작진들의 조합
애플, 구글, 페이스북, 나이키, 보그 등 세계 최고 브랜드의 광고와 제이 지, 이기 팝, 라디오헤드, 제이 콜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해온 촬영 감독 토드 마틴은 알렉스에게 초점을 맞춘 클로즈업과 접사, 강 위의 풍경과 함께 이어지는 롱샷 등 다양한 방법과 각도로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보여주고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처한 극한의 상황과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더불어 조정이라는 스포츠의 호흡을 전달하는 빠른 시퀀스 편집은 극의 몰입과 긴장감을 배가시키죠. 여기에 입봉작이긴 하나 이미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로런 해더웨이의 능력이 빛을 발하며 보편적인 틀을 깨부순 획기적인 음악으로 역동성과 독창성을 부여합니다. 60년대 빈티지 팝을 사용해 조정에 빠져버린 알렉스를 표현하고 이후 광기와 집착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스스로 파묻혀가는 숨 막히는 완벽주의를 ‘페어웰’ OST의 알렉스 웨스턴이 맡아 고전 클래식의 섬세한 현악으로 이어가죠. 떠오르는 신예들이 뭉친 현란한 영상미와 독창적인 사운드가 부여하는 몰입감은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강렬하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의 연기 고작 97년생...
이사벨 퍼만, 무섭도록 몰입한 연기
그리고 무섭도록 완벽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알렉스를 연기한 이사벨 퍼만의 소름 돋는 연기는 인간적인 야망으로 가득 찬 캐릭터에 빛을 불어넣습니다. 졸업까지 전액 장학생이라는 사실에도 가장 자신 없기에 물리학을 전공하고, 모든 시험을 세 번이나 풀며, 빈약한 체력 조건에도 조정부 경쟁자들의 기록을 하나 둘 깨부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죠.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부터 남다른 떡잎을 보여줘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인물로 그려져 그런 행동에 대한 연민이나 동요보다는 1등에 사로잡혀있는 정체성 따윈 없는 좀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자기만족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과 강박은 음성이 파열되고 찢어지는 듯한 청각적 효과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예사롭지 않은 영상들이 가세해 더욱 인물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의 상처와 웃음을 보이며 퇴장하는 뒷모습이 묘한 여운을 남겨주니 주인공의 완벽함만큼이나 연기 또한 물샐틈없었다는 게 확실하죠.
넌 네가 잘하는 것만 계속하는 게 문제야
초보자라는 뜻의 원제처럼 그것이 단순히 대학 조정부의 이름이나 운동 경기에 한정되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드라마가 끝을 향할수록 오늘날 우리들이 겪는 성취와 만족감, 이를 이루지 못했을 때 연결되는 삶과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성공적인 미래와 행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미쳐가는 상태를 빗대어 점점 심해져 가는 이기주의와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 구조를 느슨하게 연결한 것처럼 말입니다. 주인공처럼 정상이 아니면 아무 의미도,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한다는 완벽주의적 삶의 가치관, 무조건 1등을 해야 되는 세상이 낳은 폐해의 흔적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래서 기록을 깨고 자기 자신을 이겼음에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더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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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브투헤븐 #넷플릭스드라마 #무브투헤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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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가 어릴 적 만났던 괴물 [몬스터 콜과 BENEE의 Monsta] (가사/해석/lyrics)
매일 밤 우릴 찾아오던 괴물,
어쩌면 우리가 부른 게 아닐까?
A Monster Call X Monsta FMV
*source
Benee - Monsta
몬스터 콜 (2016)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채널입니다.
*추후 수익 발생 시 원저작자에게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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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챔피언> 예고편
<오베라는 남자><12번째 솔저>제작진의 감동전쟁실화
노르웨이 복싱 챔피언 브라우데.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베르그수용소에 끌려간 그의 앞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48시간 내로 오슬로의 모든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브라우데의 가족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챔피언의 감동 생존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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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진삼국무쌍> 티저 예고편
한나라 말기, 황건적의 난을 틈타 황궁을 장악한 동탁.
그의 폭정으로 인해 백성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최강의 장수 여포까지 양아들로 들이며 그 세는 더욱 커진다.
한편 천하를 구하기 위해 영웅들은 뜻을 모으고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원소, 손견 등은
사상 최대 규모의 동맹군을 결성하는데…
영웅들이여, 최악의 적을 무너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