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7-20 17:11:54
7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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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아인, 고경표 주연 <서울대작전>, 8월 26일 공개 확정
ⓒ 넷플릭스
1988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 <서울대작전>이 8월 26일 공개를 확정했다.
영화에는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오정세, 김성균, 정웅인, 문소리 배우 등이 출연한다.
이정재, 마블 출연 논의중?
ⓒ 아티스트컴퍼니
수현, 마동석, 박서준 배우에 이어 이정재 배우도 마블 출연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영화 전문 매체 에디터 다니엘 리치먼이 밝혔다.
<크로스>, 염정아, 황정민 부부로 호흡
ⓒ 아티스트컴퍼니, 샘컴퍼니
한 부부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코믹 액션 첩보 영화 <크로스>에
배우 염정아와 황정민이 부부로 호흡할 예정이다. 영화는 그동안 연출부에서 활동했던
이명훈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청룡시리즈어워즈, <D.P.> 최우수작품상 수상
ⓒ 넷플릭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에 이야기를 담은 웹툰 'D.P. 개의 날'을 드라마화한 넷플릭스 [D.P.]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국내 개봉일 확정
ⓒ 네이버 영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공식 채널에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확장판 개봉 일정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9월 개봉 예정이지만, 한국은 가장 늦은 10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해외
제니, 미국 HBO 드라마 출연
ⓒ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미국 HBO 드라마 '디 아이돌'의 예고편에 등장하며
배우로써 데뷔를 알렸다. '디 아이돌'은 세계적인 가수 위켄드가 제작했으며,
팝 아이돌의 꿈과 사랑 그리고 열정을 다룬다.
<릴로와 스티치>, 실사 영화 제작
ⓒ 네이버 영화
<릴로와 스티치>가 실사와 CG를 혼합된 하이브리드 영화로 제작된다고 밝혔다.
극장에서 상영할지, 디즈니+에서 공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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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 기억의 소재만 부유한다
장기 기증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된다는 이른바 ‘셀룰러 메모리’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든 한국 액션 스릴러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를 미리 감상하고 왔습니다. ‘불량남녀’, ‘브라더’ 등을 내놨던 신근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의 전작에도 출연했던 정진운이 최근 ‘리바운드’에 이어 배우 커리어를 이어 갑니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줄 흔치 않은 소재에서 비롯된 살인사건 속 범죄자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럼 시사회를 통해 미리 만난 작품은 어땠는지, 짧게나마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심장 이식 수술 이력이 있다는데?”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영제: I AM HERE│감독·각본: 신근호
출연진: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정인기 외 多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상영 시간: 82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5세 관람가│평점: 평론가 2.0
제작: (주)미학인우주선│배급: 와이드 릴리즈
개봉일: 2023년 4월 12일
“번뜩이는 소재만이 존재한다”
‘셀룰러메모리’, 일명 세포 기억설로 불리는 장기 이식 수혜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공여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된다고 주장하는 유사과학을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중반부가 되어서야 형사 선두와 살인범 규종이 같은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받았고 과거 선두 자신이 붙잡았던 살인자였다는 사실까지 이어지며 혼란을 야기합니다. 공여자가 같다는 동질감 속에 극명하게 갈리는 두 인물의 이질감으로 긴장 요소를 유발하고자 합니다. 배우로서 자리 잡아가는 정지운이나 ‘스토브리그’로 되살아난 조한선, 아역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한 정태우, 최근 ‘신성한, 이혼’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노수산나는 그 사이에서 나름의 역할들을 이행합니다.
맹점은 같은 공여자의 장기 기증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이야기의 깊이가 너무 얕게 깔려 있습니다. 저예산 제작의 문제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짧은 러닝 타임에 결말로 달려가는 모양새가 조각난 퍼즐처럼 흩어집니다. 세포 기억설을 가정한 유사 연대감의 드라마틱 함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범죄나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가 많이 무너져 몰입감이 좋지 않습니다. 현재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을 찾기 힘든 충무로에서 시나리오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 특히 장기 기증 전문 코디네이터가 의학 서적이라도 뒤져서 실제 사례를 언급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분명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넣어줄 다채로운 매력의 배우들을 자주 만나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분명한 장르 색채를 가지고 있다면, 관객들이 더 실망하고 외면할지도 모릅니다. 시사회로 먼저 감상하며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보임에도 아쉬움보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던 것도 그런 부분이겠죠. 아무리 따져봐도 액션 대작 블록버스터 시리즈와 맞붙기에는 힘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ps. 시사회에서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 전해드리고 싶은데, ;ㅅ;
한 줄 평 : 무색무취하게 이식된 장르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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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없는 명예 속에 남은 상처
덧없는 명예 속에 남은 상처
영화리뷰 <파더 앤 솔져>감독] 마티유 바데피드
출연] 오마르 사이, 조나스 블로켓, 알라산 디옹, 바마르 칸
시놉시스] 1차 대전 당시 프랑스령 세네갈. 프랑스인들은 세네갈인들을 징집하여 유럽의 끔찍한 전쟁터로 보낸다. 척박한 땅에서 아들 티에르노와 가축을 치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 바카리는 프랑스 군인이 나타난다는 소문만 들리면 징집 대상인 아들을 은신처로 보내 숨어 있도록 하지만 아들은 결국 세네갈에 있는 신병교육대로 끌려간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탈출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하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여 부자는 유럽 전선으로 끌려간다. 한 전투에서 100만 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곳, 같은 아프리카인들끼리도 서로를 속이고, 강도 행각을 벌이는 전선에서 어떻게든 아들을 찾아 탈출하려는 아버지와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휘관의 눈에 들어 영웅이 되려는 아들은 서로 다른 전쟁을 겪게 된다. 2022년 칸영화제 Un Certain Regard 섹션의 개막작이었던 이 작품은 아버지의 애틋한 정과 덧없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다.(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스포일러 유의
허황된 권력과 지위
아들 티에르노는 세네갈인이지만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끌려온 전쟁터에서 장교의 눈에 빠르게 들 수 있었다. 말단 이병이었던 그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상급자가 죽을 때마다 일병으로, 상병으로 부사관으로 점차 승진하면서 권력의 맛을 깨닫는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군대에 자원입대한 아버지 바카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전쟁터에서 탈출을 하고자 뒤에서 수많은 애를 쓰고 있지만, 권력과 지위에 맛을 알아버린 아들 티에르노는 아버지의 탈출 작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는다. 이젠 아버지보다 더 높은 계급으로써 군대라는 사회 속에서는 아버지에게 지시를 내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지시에 복종을 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이에 아버지는 어떻게든 비참한 마음 속에서도 단지 아들을 살려서 지옥같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아들을 계속해서 설득해서 탈출을 진행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보다 간부의 인정에 더 고팠던 티에르노는 상관이 지시한 침투조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간에서 탈출하여 다시 전쟁터로 돌아간다. 그렇게 선발대로서 적진으로 침투한 티에르노는 결국 적의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이고, 아들을 버리고 혼자 탈출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아들을 위기 상황 속에서 구해내지만 정작 자신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아들 티에르노는 적진에서 도망쳐나오며 명예롭게 싸웠다는 훈장을 받는다. 당장의 안위와 가족의 염려보다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꿈. 하지만 이것은 모두 허황된 것에 불과했다. 군대라는 사회 속에서의 인정에 매몰되면서 결국 아들 티에르노는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영화 파더 앤 솔저는 전쟁이 결국 인간에게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통제된 사회라는 군대 속에서 통제를 잘 받아들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거나 라인을 잘 타면 빠르게 진급해서 사람들을 거느리고,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군대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를 알림으로써 보다 더 충성적인 복종을 자연스럽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신기루는 군대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존엄에 대해 망각하게끔 만든다. 지위체계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면서 이와 동시에 다음날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의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굉장히 본능적으로 행동을 하게 된다. 각자의 삶에서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생존과 권력이라는 2가지 본능적인 욕구에만 집중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 본능 속에서 살다가 전쟁이 끝난 뒤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해체되어 버린 군대에서의 명예가 과연 남을까.빠르게 진급하면서 당시에는 느꼈을지 모를 성취감은 이제 자신을 찾지 않는 떠나간 군대를 보며 과연 그 감정이 오롯이 남겨져 있을까. 모두 허탈함으로 바뀌어져 있을 것이다. 매순간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애썼지만 시간이 흘러 전쟁이 끝나고 개별 군인에게 남는 것은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 이제는 사라진 조직 등 과거의 감정들이 신기루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영화 파더 앤 솔저는 훈장을 받고 터덜터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 돌아왔다는 자책감과 그토록 진급에 기뻐했던 과거가 덧없음을 티에르노의 눈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파더 앤 솔저는 전쟁이 얼마나 인간 개개인을 활폐하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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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스케이트> 러시아의 낭만과 현실이 담긴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세기를 바라보는 1899년 겨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꽁꽁 얼어붙은 운하 위로 '마트베이(표도르 페도토프)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스케이트를 신고 빵 배달을 하며 살아가던 중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분노에 가득 찬 그는 공산주의에 심취한 '알렉스(유리 보리소프)'가 이끄는 소매치기 무리에 합류한다. 한편 상류층 귀족 영애 '알리사(소냐 프리스)'는 매우 보수적인 가풍으로 인해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마치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베이와 알리사는 우연한 만남을 갖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6월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러시아 영화 <실버 스케이트>의 내용은 언뜻 보기에 평이하다. 근대 유럽에서 펼쳐지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와 그 멜로드라마 저변에 은은히 깔려 있는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나 화제의 드라마였던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더 나아가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 주인공인 <에놀라 홈즈>와 같은 영화를 자연히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실버 스케이트> 속 사랑은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통속적이고 감정적인 로맨스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그 중심에는 젠더 권력관계의 전환과 공간적 배경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가 있다.
앞서 예시로 언급한 작품 속 로맨스는 대체로 상류층 남성과 평민 여성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설령 남녀가 모두 귀족 집안의 자제라 하더라도 남성 측 가문이 혈통이나 전통, 권력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상류층인 경우가 대다수다. <오만과 편견> 속 피츠윌리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베넷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브리저튼>에서도 나름 명문가라는 다프네의 가문이 자작 작위를 가진 것에 비해, 사이먼은 그보다 높은 공작과 백작 작위를 지니고 있다. 이때 여성이 남성의 신분이나 재력보다 그의 인품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는 전개는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여겨지던 당시 시대상과 뚜렷한 대립각을 이루며,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실버 스케이트>는 이러한 관습적인 전개를 따르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 간의 권력관계가 뒤집혀 있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인 마트베이는 제정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배달일을 하며 입에 간신히 풀칠을 하는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역시 거리 가로등 관리자에 불과하다. 반면에 알리사는 그녀의 아버지가 경찰청장 혹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가까운 고위직을 맡을 만큼 최고위층 귀족 가문 영애다. 이처럼 남녀 간의 권력관계가 명백히 뒤 바뀌어 있다 보니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알리사가 내리는 결단은 단순히 여성 권익 향상의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젠더 권력 너머의 기득권과 비기득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회적 강자와 약자에 대한 담론으로 나아간다.
실제로 마트베이와 알리사는 서로에게 그간 알 수 없었던 각자의 세상을 보여주며 호감과 사랑이 될 동질감을 싹 틔운다. 대학에서 화학 공부를 하는 게 꿈이지만 보수적인 집안의 격렬한 반대에 시달리는 알리사. 그녀는 귀족 연회에서 도둑질 중이던 마트베이를 신고하지 않는 대신, 그를 남편으로 위장시켜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야심 찬 계획은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마트베이는 마냥 강자로 보이던 귀족 중에서도 탄압받고 제약당하며 자유가 없는 약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마트베이는 운하 위에 열린 야시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거리를 알리사에게 보여준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들, 그러나 자신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고통받아 온 상인과 노동자, 농노의 삶과 그들의 민낯을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다. 그들의 데이트는 단순한 불장난이 아니라 자신 외의 약자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트베이와 알리사의 사랑, 그것의 씨앗이 되는 동질감이 다른 인물과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이 묘한 연대감과 동질감은 소매치기단의 리더인 알렉스와 그의 동료들에게까지 확장된다. 마트베이가 알리사를 데리고 시내 구경을 시켜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마트베이의 소매치기 동료들을 만나 술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알리사는 알렉스와 공산주의에 대한 짧은 토론을 벌인후 그로부터 <자본론>을 선물로 받는다. 그 이후 마트베이의 동료들이 술집에서 자신에게 큰 무례를 범하고 마트베이와 주먹다짐까지 펼쳤는데도, 또 알렉스가 경찰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인질로 붙잡았는데도 그녀는 <자본론>을 탐독함과 동시에 <자본론>을 자신의 과학책들과 함께 소중히 보관한다.
이는 당시 러시아에서 약자였던 이들이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서로 확인하고, 이러한 동질감을 토대로 연대할 기초가 만들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악역인 듯 보이던 알렉스가 예상과 달리 끝내 마트베이를 동료로 인정하고 알리사를 살려준 것과 달리, 정작 알리사의 약혼자이자 러시아의 평범한 귀족 군인으로 기득권층의 핵심에 위치한 '아르카디(키릴 자이체프)'가 최종적인 악역으로 설정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마트베이와 알리사의 사랑 중 계급을 뛰어넘은 빙상장 위에서의 만남이 러시아의 낭만이라면 마트베이의 말에 담긴, 농노의 삶은 비참하고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는 기계처럼 다루어지는 사회상은 러시아 혁명이 발생한 이유이자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실버 스케이트>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 간의 동료애와 연대감에 공간적 배경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를 더해 더욱 강조한다.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고 지금도 러시아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바로 그 약자들의 피와 뼈로 만들어진 도시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토르 대제의 명령으로 1703년부터 만들어진 신도시로, 강 하구 쪽 둑 위의 습지를 매립해 만든 도시였다. 매립 작업을 위해서 표토르 대제는 9년 간 연 4만 명가량 농노를 비롯해 전쟁 포로들을 강제 노동에 투입했고, 그 결과 1712년에 러시아 제국의 새로운 수도이자 일명 '뼈 위에 세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새하얀 눈이 덮인 러시아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과 마찬가지로 하얀 뼈들이 토대를 이룬 현실이 영화의 공간에 이미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운하의 도시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을 모델로 삼아 건설된 역사는 스케이트가 영화의 주 소재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암스테르담 못지않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운하 덕분에 작중 대부분의 사건이 마트베이를 비롯해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인물들로부터 발생하고, 피겨 스케이팅 기술을 적용시킨 듯 화려하고 독창적인 스케이트 액션신이 대거 등장하는 것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도시의 상징성은 운하 위 스케이트 액션신에 새로운 의미도 불어넣기도 한다. 운하가 있어야 할 정도로 습한 땅에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제국의 수도를 건설했다는 역사는 그 자체로 사회적 불만이 가득한 스케이터 소매치기들의 활동이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제국에 불만을 품은 정치적 테러로 인식될 개연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운하 위를 수놓는 소매치기와 경찰 기동대 간의 치열하고 필사적인 추격전이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는 단지 배경으로 남을 뻔했던 공간적 배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면서 도시를 마치 한 명의 캐릭터처럼 활용한다.
이에 더해 <실버 스케이트>는 스토리 전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공간들의 전경, 부감을 군데군데 삽입하면서 분명 해피엔딩인 두 남녀의 로맨스를 일견 아련하고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예카테리나 2세 시절 건설되어 현재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겨울 궁전이라든가, 겨울 궁전 바로 앞에 위치한 궁전 광장과 알렉산더 원기둥이 유독 눈에 띈다. 왜냐하면 겨울 궁전은 문화적으로도 유럽 열강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유럽의 예술품 수집하던 러시아 제국의 노력이 깃든 장소이자, 러시아 혁명의 서막을 장식한 '피의 일요일' 사건이 발생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소 불필요한 듯 보이는 이 장면들을 역사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1899년 겨울을 나는 인물들과 러시아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씁쓸한 미래, 그 비극의 씨앗을 미리 맛볼 수 있다. 그렇기에 <실버 스케이트>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를 넘어서서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결코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는 러시아의 낭만과 현실을 모두 잡은, 러시아만의 아련함이 잔뜩 묻은 사랑 이야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차갑게 뜨거운 낭만과 아파서 아름다운 현실을 모두 잡은 러시안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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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SF영화
많은 기억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기억들은 저장해 두고 시간이 될 때마다 그 기억을 꺼내 떠올린다. 마치 영상이 재생되듯이 그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에는 그때 느꼈던 감정, 촉감에 집중한다. 어떤 기억은 아주 행복하고 어떤 기억은 아주 고통스럽다. 이렇게 기억들은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저장된다. 의식적으로 이 기억을 저장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들은 어느 순간 지나고 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한다. 모든 경험 중 아주 특별한 기억들만 남아 오랜 시간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기억들은 모여서 기억 속 과거가 된다. 종종 과거를 떠올리고 그 순간을 다시 돌아본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누구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과거의 특정한 기억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때론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지만 현재의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나 과거의 행복한 순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순간부터 현재는 불행해지고 살아가야 할 동력이 줄어든다.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현재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며 현재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현재는 불행해지고, 과거에의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과거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 <레미니센스>
영화 <레미니센스>는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레미니센스는 과거의 특정 기억을 떠올려 그때의 감정이나 촉감을 좀 더 디테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기계다. 일종의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도와주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거로의 여행을 돕는 인물은 닉(휴 잭맨)이다. 닉은 이 기계에 들어간 의뢰자들을 음성으로 안내하여 안전하게 과거를 느낄 수 있게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닉은 동료인 와츠(탠디 뉴튼)와 함께 그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그가 가게를 운영하며 만나는 고객들은 대부분 과거의 행복한 기억에 반복해서 머무르려 한다. 꽤 다양한 사람들이 그 과거에 접속하는 모습은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초반에 보이는 닉은 꽤 이성적이지만 공감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고객들이 과거에 너무 빠지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주거나 우려점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객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금전적인 할인도 해준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하는 메이(레베카 퍼거슨)를 만난 이후 그는 새롭게 만난 메이와 많은 공감과 감정을 공유한다. 과거 행복한 기억이 별로 없는 듯 보였던 닉은 메이를 만난 이후 그만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간다. 그가 그렇게 현재의 좋은 기억들을 과거로 쌓아둘 수 있었던 것은 과거보다는 현재에 좀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현재 눈앞에 있는 메이라는 여인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는 과거에 함몰된 영화 초반의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메이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중반 이후 닉도 점점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메이와의 순간들을 다시 느끼기 위해 기계에 스스로 접속하고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자신의 연인이 떠나간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그래서 아주 이성적으로 보였던 닉은 점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현재보다는 과거에 머무르며 그 행복한 순간들을 다시 경험한다. 다만 사라진 연인이 왜 말도 없이 떠났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찾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긴 하다.
이성적인 닉이 과거에 집착하게 되기까지
옆에서 그를 돕는 와츠 역시 과거에 접속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아예 자신의 과거를 차단하고 있는 인물이다.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와츠는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단절시킴으로써 현재를 억지로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살아가는 현재는 꽤 공허해 보이고, 그가 들이키는 술은 그 공허함을 달래는 도구로 보인다. 그는 과거의 미스터리를 푸는 닉을 돕지만 그가 다시 현재를 살아가길 설득한다. 하지만 과거를 단절한 본인의 현재가 공허함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설득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 영화가 풀어가는 메이의 미스터리는 꽤 흥미롭다. 닉과 같은 시선으로 메이를 바라봤던 관객들은 그가 왜 사라졌는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를 동일한 감정으로 따라가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발생하는 미스터리는 영화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영화는 메이에 대한 약간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어서 다소 맥이 풀리게 한다. 또한 영화의 말미에 닉이 선택하는 어떤 모습은 그가 현재를 살아가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는 것인데, 이런 닉의 선택 또한 초반에 그가 보여준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이어서 영화가 가진 전체적인 주제와도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걸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지막 닉의 모습은 과거에만 함몰된 것처럼 보여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온전히 현재를 살아갈 기회를 얻은 인물은 와츠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패한 경찰이나 재벌, 심지어 주인공 닉까지 모두 현재를 살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거나 스스로 포기한다. 하지만 와츠는 단절했던 과거를 다시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고, 그가 스스로 만든 현재에도 동료인 닉을 끝까지 보살핀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은 닉 보다는 와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설정에 몇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영화의 배경은 미래의 플로리다다. 도시의 일부가 바닷속에 잠기면서 도심지의 건물들의 저층은 대부분 물속에 잠겨있고, 일부 잠기지 않은 길은 차가 다니지만 대부분은 작은 보트로 이동을 한다. 또한 해가 진 이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낮과 밤이 바뀐 도시처럼 보인다. 도시 건물의 저층 대부분이 물에 잠겨있는 모습은 이전에 보아왔던 완전히 물에 잠긴 도시의 모습과는 차별화되고 그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시선을 끈다. 과거를 시각적으로 영상화하여 제삼자가 볼 수 있다는 점도 새로운 설정이다. 과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기억을 화면으로 터치하여 보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레미니센스>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진다. 과거의 모습이 3차원으로 구현되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억을 하고 있는 본인이다. 즉,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레미니센스라는 기계 안에 연결되어 있어야만 영상으로 구현과 저장이 가능하다.
신선한 세계관 속에 영화의 주제의식과 모순되는 캐릭터의 선택
영화 <레미니센스>는 꽤 신선한 설정과 세계 관위에 구축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미 많이 보아온 SF의 세계관을 살짝 비틀어 조금 색다른 배경을 보여주고 있고,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과거 구현 기술도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그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담고 있다. 그러니까 SF 영화답게 미스터리와 액션, 시각적 화면 그리고 철학적인 주제가 복합적으로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담고 있는 마이애미의 모습은 꽤 아름답고 닉과 메이, 와츠 같은 주요 등장인물들도 꽤 매력적이다. 또한 영화의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적절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보인다.
이렇게 잘 구현된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시종일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가 소비되면서 그 주제의식이 희미해지고 말았다. 이 영화의 세계관을 구상한 리사 조이 감독은 유명한 SF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구성한 경험이 있다. 그는 <웨스트 월드>의 감독, 각본까지 담당하면서 꽤 훌륭한 주제의식과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 이번 첫 장편 연출작인 <레미니센스>에서도 그가 가진 뛰어난 구상 능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영화 주제를 이야기하는 측면에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리사 조이 감독은 앞으로 다양한 스튜디오들과 함께 더 많은 SF영화나 드라마를 연출할 예정이어서 그가 만들어갈 세계관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 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닉은 메이에게 행복한 이야기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더 슬프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 이야기에 메이는 그럼 중간까지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어쩌면 닉은 메이의 부탁과 마찬가지로 그 중간까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끊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가 어떤 식으로 망가지는지를 계속 이야기했다. 그 주제 의식 아래서는 닉의 마지막 모습은 배드 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닉과 메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그들에게는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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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적 토대 위에 구축한 새로운 세계, <언컷 젬스>
1. 들어가며
조쉬 사프디와 베니 사프디는 근래 들어 가장 주목받는 뉴욕 출신의 영화 연출가들이다. 사프디 형제의 주요 작품들에선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프디 형제는 사실적 질료를 가공하여 영화를 만든다. 각본에 자전적인 경험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장감을 위해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이들의 영화에선 존 카사베츠나 다르덴 형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와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프디 형제는 이처럼 사실주의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기초를 교란하는 형식주의적인 스타일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바로 이 점이 이들의 영화를 전형적이지 않게 만들어준다.
형제의 공동 연출작 중에서는 2014년 개봉한 <헤븐 노우즈 왓(Heaven Knows What)>부터 본격적으로 전자 음악의 과도한 배치, 다채로운 질감의 조명을 활용하는 미장센 등 특유의 접근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굿타임(Good Time)>(2017)의 놀이 공원 시퀀스, 극 전개를 보조하는 전자 음악의 활용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가 배급을 맡은 <언컷 젬스(Uncut Gems)>(2019)는 숱한 단편과 굵직한 장편 등을 통해 쌓아 온 사프디 형제의 연출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이 글은 <언컷 젬스>에서 독특하게 드러나는 사프디 형제의 접근법을 관찰하려는 시도이다. <언컷 젬스>는 사실주의적인 토대에 기초한 영화다. 각본, 촬영 장소 등을 살피면 현실적 질료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사프디 형제는 이러한 영화 요소들을 전형적인 방법으로 활용하지 않고, 어딘가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에 활용한다. 이들은 단순한 현실의 재현을 넘어 현실과 허구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적 현실을 창조해냈다. 이 글은 그러한 작업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피는 시도이다.
2. <언컷 젬스>의 사실적 영화 요소
우선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형제의 자전적 요소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사프디 형제는 유대계 혈통이고, 뉴욕에서 나고 자랐으며 그들의 아버지는 보석상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경력이 있다. 사프디 형제는 영화의 주인공인 뉴욕에 몸담은 유대인 보석상 하워드 래트너 역에 아담 샌들러를 내세운다. 자전적 경험을 각본에 녹여냈다는 점은 이 영화를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거나 이 영화처럼 자전적 요소를 살려 영화적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은 사실성을 강화하는 접근법이다.
<언컷 젬스>에서 하워드 역을 맡은 아담 샌들러. 그는 실제로도 유대인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미국의 유명 배우인 아담 샌들러는 여러 비전문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하워드의 내연녀 역의 줄리아 폭스(Julia Fox)는 <언컷 젬스>가 첫 연기 데뷔작이며, 극 중 이름 줄리아는 실제 배우의 본명이기도 하다. 하워드가 운영하는 보석상 직원 중에 여시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배역은 실제 주얼리 관련업에 종사했던 막수드 아가자니(Maksud Agadjani)가 연기한다. 실제 삶의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비전문 배우의 기용은 사프디 형제의 영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이 영화에서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가 주고받는 호흡으로 빚어내는 전개 양상은 극을 효과적으로 지탱하기도 한다.
한편 사프디 형제는 현장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형제가 각각 대학 시절부터 연출한 단편부터, 공동 장편 데뷔작인 <아빠의 천국(Daddy Longlegs)>(2009) 등을 거쳐 <언컷 젬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현실 속 뉴욕을 무대로 삼아 영화를 만들어냈다. 현장 촬영이 불러오는 효과는 익히 알려져 있다. 생생한 현장감을 스크린으로 구현할 수 있고, 실제 삶의 단면과 맞닿은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도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도 하다. <언컷 젬스>는 정밀하게 세트로 구현된 하워드의 보석 가게를 제외하면, 전부 현장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그마저도 형제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실제 점포를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세트를 활용하게 되었다.
3. <언컷 젬스>의 세계: 사실적 토대 위에 구축한 새로운 세계
<언컷 젬스>에서 사프디 형제가 구축한 세계는 현실을 재료로 하지만, 온전한 현실 세계가 재현되는 곳이 아닌, 새로운 개념이 정립되는 공간이다. 영화에서 중계되는 전 NBA 선수 케빈 가넷(Kevin Garnett)의 농구 경기는 사프디 형제가 지은 각본이나 촬영한 필름들과는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그 경기가 영화에 사용되면서 서사가 굴러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스크린 외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과거의 일(실제 농구 경기)이 스크린 내부에서 현존하는 영화적 세계와 호응하게 된다. 즉, 이런 연출은 사프디 형제가 실험적인 시도에 목말라 있다는 걸 드러내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가넷은 이 영화에서 본인 역을 맡아 연기한다. 즉, 영화의 배역을 맡아 본인을 연기하는 가넷과 실제 선수로서의 가넷, 중계 속의 가넷이 공존하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기용된 배우는 가넷 외에도 몇 명 더 있다. 영화에는 미국의 알앤비(R&B) 가수 위켄드(The Weeknd)도 본인 역으로 출연한다. 위켄드 역시 극 중 DSLR 카메라에 찍힌 사진 속의 위켄드, 자신을 연기하는 위켄드와 실제 가수 위켄드 사이를 기묘하게 유영하는 존재다. 래퍼 캐시 아웃(Ca$h Out)도 본인을 연기하며 하워드의 가게에서 보석류를 구매하고자 한다. 한편 하워드가 줄리아와 살던 아파트에 아들과 함께 찾아가는 신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아들을 데리고 하워드는 옆집을 찾아가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이때 하워드가 아들에게 옆집 이웃을 왕년에 유명한 작품에 출연했던 코미디 배우라고 소개한다. 출연진 정보에는 33F의 이웃으로만 나오는, 존 아모스(John Amos)라는 배우는 실제로 하워드가 영화에서 언급한 작품에 출연했다.[1] 존 아모스도 본인을 연기한 셈이고, 하워드의 대사는 허구적인 각본이 실제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현실과 영화 사이의 경계가 이렇게 독특한 형태로 허물어진다.
<언컷 젬스>에서 본인 역을 맡은 농구 선수 케빈 가넷
이제 사프디 형제가 뉴욕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는 사실이 영화 내적으로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록 도입부에 ‘2012년의 뉴욕’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명시하는 문구가 삽입되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는 뉴욕을 배경으로 삼는 수많은 영화들(<스파이더맨> 시리즈, 우디 앨런의 작품이나 각종 로맨스 영화 등)과 비교했을 때 공간 특성을 전혀 살리지 않는다. <언컷 젬스>에선 맨해튼(Manhattan)의 다이아몬드 지구(Diamond District)가 뉴욕이라는 장소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는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접하는 관객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고서는 파악하기 힘든 요소들이다. 뉴욕 맨해튼에 자주 갔거나 그곳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관객은 논외로 하자.
결국, 피상적으로는 사프디 형제의 뉴욕이 현실을 옮겨놓은 듯한 현장감 있는 장소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들 영화의 뉴욕은 극도의 사실성 재현을 위한 공간보다는 극적 효과를 불러오는 서사적 도구로서 작용한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 있다. 게다가 잦은 비전문 배우의 기용 역시 얼핏 보기엔 영화를 통한 사실주의적 재현을 위한 노력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영화 속 비전문 배우는 앞서 언급했듯 대개 자신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연기에 활용할 뿐이지 궁극적으로는 각본에 구현된 캐릭터를 표현하는 작업을 수행 중인 셈이다. 이는 사프디 형제가 이전에 연출했던 <헤븐 노우즈 왓>의 홈즈(아리엘 홈즈)도, <굿타임>의 닉(베니 사프디)의 치료 의사도, <언컷 젬스>의 아가자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컷 젬스> 속 비전문 배우의 기용(특히 본인을 연기하게 하는 방식) 및 현실을 스크린에 재소환하는 방식을 다른 영화와 유사한 전형적인 접근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언컷 젬스>의 가넷과 위켄드를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사람―예를 들어,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나 알앤비 가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등―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극의 흐름이 달라지거나 영화를 지탱하는 요소가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결국, 저들은 본인을 연기할지라도, 영화적 허구에 구속된 캐릭터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2] 그런데 허구의 인물을 연기한다고 해도 자기 자신이 본인을 연기한다는―일종의 정체성에 관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넷의 실제 경기나 카메라에 찍힌 위켄드의 모습은 허구적 특성을 살려 연기하는 인물과 같은 영화에서 공존한다. 즉, 영화에 현존하는 인물들은 영화를 통한 현실의 사실적 재현의 주체도 아니고 허구적으로 표현된 내러티브에 종속된 도구도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발현된다.
4. 나가며
현실과 허구라는 이분법으로는 <언컷 젬스> 속 등장인물이 자리 잡은 뉴욕의 특성을 규정할 수 없다. 즉, 이런 모호한 인물들이 유영하는 사프디 형제의 뒤틀린 뉴욕은 전통적인 유형으로 범주화하기엔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사프디 형제의 뉴욕은 뉴욕이지만 뉴욕의 특성이라고는 딱히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영화 서사를 위한 공간으로 작용한다. 가넷이나 위켄드는 본인을 연기하는데, 이는 실제 현실에서의 본인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지만, 이들이 각각 중계화면에서 경기를 뛰는 모습과 셀러브리티(Celebrity)로서 카메라에 찍힌 모습은 그 자체로 이들의 현실성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사프디 형제는 영화 속 현실에 종종 허구적 요소를 첨가하여 스크린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보여준다. 단편 <검은 풍선(The Black Balloon)>(2012)에서 자의로 움직이는 풍선이 그러하고, <헤븐 노우즈 왓>에서 일리야(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던진 휴대폰이 폭죽이 되어 터지는 쇼트 편집을 예로 들 수 있다. <언컷 젬스>는 단순히 현실에 허구를 더하는 시도를 넘어선다. 사실적 요소들에 충실하고, 현실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화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은 현실과 허구를 모두 점유하는 기이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프디 형제는 활발히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 재능 넘치는 젊은(두 사람 모두 아직 삼십 대 중반이다) 영화 연출자들이기 때문에, 추후 제작될 영화들에서 <언컷 젬스>의 독특한 접근을 어떤 방식으로 변주해나갈지 기대가 많이 된다. 이들의 영화 세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언컷 젬스>에 출연한 배우들의 모습. 좌측부터 줄리아 폭스, 케빈 가넷, 아담 샌들러, 위켄드
[1] 극 중 하워드는 코미디 영화 <구혼 작전(Coming To America)>(1988)과 텔레비전 시트콤 <굿 타임스(Good Times)>(1974-1979)를 언급한다.
[2]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문헌을 참고하라. 오몽(J), 베르갈라(A), 마리(M), 베르네(M), 『영화미학』, 이용주 옮김, 동문선, 2003, pp.89-90.
사진 출처: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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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나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게
친애하는 나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게.
영화 해피엔드(HAPPYEND) 리뷰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해피엔드》를 극장에서 본 지 몇 주가 지났건만, 그 여운은 여전히 잔잔하게 마음에 머물러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 영화를 자꾸만 떠올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사운드트랙의 매혹적인 힘 덕분이다. 평소 1960~80년대 영국 밴드 음악이나 재즈를 즐겨 듣는 편이라 테크노 장르엔 익숙하지 않은 편이지만, 《해피엔드》는 그런 개인적인 음악 취향을 순식간에 무장해제시켰다. 사실 음악이 좋다면, 장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신의 흐름과 감정선에 따라 클래식과 테크노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운드트랙은 각 장면을 더욱 풍부하게 채워주며, 영화의 정서와 이야기를 고조 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래서 아직 이 영화를 만나보지 못한 이가 있다면, 꼭 극장에서 경험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단순히 보는 것 이상으로 사운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누적 관객 수 10만 명 돌파를 축하하며, 미뤄두었던 리뷰를 남겨본다.
하나, 꽃 화(花): 음악으로 피어난 열정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미성년자인 유타와 코우는 출입이 제한된 클럽 앞을 서성인다. 그러다 작은 잔꾀를 부려 클럽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사실 이들에게 다른 유흥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클럽에 몰래 들어온 이유는 오직 하나 음악 뿐이다. 점멸하는 스트로브 조명 속, 무대를 장악한 DJ를 천진하면서도 동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시선은 DJ가 아닌 그가 빚어내는 사운드, 그 마법 같은 리듬에 닿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음악은 이들의 전부다. 그리고 그 열정은 클럽 안을 넘어 현실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둘, 모양 양(樣): 음악연구동아리라는 울타리
음악이 아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지폈다면, 음악연구동아리는 그 열정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이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고, 때로는 갈등을 겪기도 하며 그럭저럭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낸다. 영화 초반, 유타와 코우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음악은 곧 서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의 전부다. 하지만 그 아늑하고 안정적이던 울타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그 너머의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서부터다.
영화는 가까운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사회는 기존보다 훨씬 노골적인 방식으로 소수자와 약자를 분리하고 배제한다. 재일 교포 4세인 코우, 미국인 아버지와 떨어져 일본에 사는 톰,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대만계 혼혈 밍,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의 아타, 그리고 무관심한 부모 아래 자란 유타까지. 이전까지는 음악이라는 공통의 열정이 아이들을 하나로 묶었지만, 각자의 배경을 기준 삼아 서열을 매기는 사회에서 동아리는 온전한 울타리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몸담고 있던 작은 세계는 사회의 기준 앞에서 점점 위태로워진다.
재난을 빌미로 한 감시와 억압
일본 사회는 오랜 시간 지진이라는 재난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그 경험은 내진 설계나 대피 요령 같은 현실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했지만, 사람들 마음에는 언제 또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깊이 뿌리내렸다. 이 불안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혼란이 커질수록 권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그러나 권력은 그 불안을 해소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감시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는 물리적 폭력을 앞세운 전통적 공포 정치와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는 재난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지배를 유지한다. 공포는 정권을 향하기보다는, 약자를 향하도록 유도된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공포를 통한 지배는 여전히 유효한 정치 수단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코우는 어느 순간, 차별을 너무도 당연하게 수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차별이라는 감각에 대해서 곱씹게 된다.
셋, 해 년(年):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
둘의 시간을 잇던 빨간 대교
다섯 명의 멤버 중에서도 유타와 코우의 관계는 유독 애틋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주관적인 인상일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이런 친밀함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역시 청소년기,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가장 즐겁고 유쾌했던 시절을 보냈으니까. 그리고 그 무리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더 각별하게 마음이 통했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까무룩 밤이 새도록 일탈을 벌인 뒤, 동이 트는 새벽 대교 위에서 유타는 장난스레 “사랑해”라고 외친다. 그 말에 진저리를 치며 웃던 코우. 결국 유타는 끝내 코우의 입에서도 “사랑해”라는 답을 받아낸다. 짧은 시퀀스지만, 두 사람의 다정하고 친밀한 관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장 가까웠던 관계에도 서서히 틈이 생긴다. 청소년기에는 흔히 겪는 변화다. 특히 코우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가해졌던 차별과 배제에 점차 의문을 품기 시작한 듯하다. 다만 그동안은 너무 어렸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기에 그런 문제를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사회적 자각과 일련의 성장통을 겪으며, 우정보다 더 큰 질문들이 고개를 든다.
나는 왜 학교에서 소외되어야 하는가?
학생들은 왜 학교라는 모든 공간 안에서 감시받아야 하는가?
나의 어머니는 왜 차별을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가?
학교는 왜, 사회는 왜?
이런 부조리함에 온점이 아닌 물음표를 찍기 시작하면,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된다. 코우가 자신의 급우이던 운동권 소녀 후미와 교류를 시작한 것도, 학교의 불순한 감시 체제와 시스템에 대하여 묵과하지 않고 교장과의 대립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넷, 빛날 화(華) : 화려함, 빛남, 번성함
아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각자의 갈림길에 선다.
톰은 미국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을 떠나고, 코우는 자신이 겪어온 차별에 맞서 함께 저항할 새로운 이들과 만나며 삶의 동력과 시위의 효능감을 발견한다. 대학 장학금을 받는 경사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유타와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한편 유타는 교장의 차 사건을 계기로 퇴학당하고,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어진 환경과 삶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영화 해피엔드(HAPPYEND)의 의미
네오소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큰 세계와 작은 세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로 보면 끝(END)이지만, 주인공들의 우정은 행복(HAPPY)이지 않나. 서로 다른 두 개가 맞물리는 감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출처: 맥스무비 인터뷰어른이 된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자연스레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학교 안의 디스토피아보다 더 숨 막히는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 밖의 세상은 결코 보드랍지 않다. 특히 소수자와 약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부끄럽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코우는 안다.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깊은 잔상을 남기는지를.
이미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배워온 진실이다. 그래서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끝(END)이 진짜 끝이 되지 않도록, 그는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섯, 화양연화(花樣年華) 그 찬란한 기억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면, 행복(HAPPY)을 떠올리자.
우리는 언제 가장 뜨겁고 빛났을까?
어떤 순간은 찰나였지만, 영원처럼 기억된다.
삶을 살다 보면 곤혹스럽고 고단한 시간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에겐 돌아볼 수 있는 찬란한 기억이 있다.
오로지 좋아하는 것만을 쫓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했던 시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은, 그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그 추억만큼은 분명, 해피엔드(HAPPY END)라는 말로 남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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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느리게 봐야만 보이는 것들
#산돌구름 #엔드게임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50 누구보다 빠른 앤트맨
01:20 마지막으로 머리를!!
01:40 묠니르 잡는 캡틴, 방패 잡는 캡틴
02:40 전투 속 디테일들
03:23 똑똑하지 못했던 헐크, 똑똑해진 헐크
04:16 토르 눈은 인공 눈, 감마선이 70년대?
04:55 아웃트로2020. 11. 1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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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메인 예고편
“늦었지만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해,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은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광주 출신의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 그는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박근형)에게 접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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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메인 예고편
전설적인 가수의 실종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20년 간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해온 순이(오민애)는
‘윤시내’와 함께할 뻔한 꿈의 무대도, 일자리도 잃어 좌절에 빠진다.
한편, 사람들의 관심이 고픈 유튜버 ‘짱하’(이주영)는
라이브 방송 중 우연히 찍힌 엄마 ‘연시내’ 영상의 조회수가 떡상하자
대박 콘텐츠를 꿈꾸며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 따라 나서는데…
동료 가수 ‘운시내’(노재원)와 함께 가시내, 윤신애, 윤사내까지 모두 만나며
사라진 ‘윤시내’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한 동상이몽 두 모녀는 과연 ‘진짜’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