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9:45
[JIMFF 인터뷰] 무채색의 꿈을 채색하는 영화
'오랜만이다' 이가섭 배우 인터뷰
무채색의 꿈을 채색하는 영화 '오랜만이다'의 이가섭 배우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영화로 선정된 '오랜만이다'는 같은 꿈을 꾸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담아낸 영화다. 8월 13일, 엽연초하우스에서 이가섭('오랜만이다' 현수 역) 배우를 만나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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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영화 '오랜만이다'라는 작품에서 현수 역할을 맡은 배우 이가섭입니다.
영화 '오랜만이다'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오랜만이다’라는 영화는 누구나 다 겪었던 꿈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음악의 가사가 굉장히 와닿고,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로 만들어졌습니다. 음악이라는 소재, 꿈이라는 스토리, 색감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주목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연경의 서사를 조금 주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된 연경이가 사회를 생각하면서 버스를 타고 있는 장면에서 연경이의 눈을 보면 뭔가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경이의 감정선을 따라가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 가사와 이런 게 잘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통해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릴 때는 꿈이라는 게 항상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점점 커가면서 꿈이라는 단어 자체가 되게 무채색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꿈이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저는 되게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극 중 현수가 하는 말을 듣고, ‘꿈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에서 꿈에 대한 위로를 주는 장면이 많았는데 배우님께서 위로받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위로보다는 공감을 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내 손 앞에 있는데도 안 잡히는 느낌을 봤을 때, 그것을 보면서 ‘나도 그랬었는데, 나도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극 중에서 피아노를 치셨는데 원래부터 피아노를 치셨나요? 아니요. 이번에 역할을 위해 연습했어요. ‘떴다 떴다 비행기’도 한 손으로만 할 줄 아는 실력이어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노력하니까 되더라고요. 뭔가 취미가 생긴 것 같아 즐겁고 좋았습니다. 극 중에 ‘비창’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냥 헤드폰 쓰고 혼자서 치고 있으면 괜히 ‘나 좀 뭔가 멋있어 보여’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웃음).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OST는 무엇인가요. ‘너의 말들은’이라는 곡이요. 가사에 ‘내가 나의 말은 나를 좀 무너지게 만드는데 너의 말은 나를 안정적으로 만든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과거 연경이가 현수한테, 현수가 연경이한테 해줄 수 있는 말들이었다고 생각해서 더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영화 풋풋한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편한 영화이고, 좋은 음악들이 많이 있는 영화이니 즐겁게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신효림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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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보면 좋은 영화.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모든 어린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내일이 '어린이날'인데요!
그래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아역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어린이날 보면 좋은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4등
4th Place,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재능있는 초등부 수영선수 준호가 대회에선 늘 4등만 하자,
엄마 정애는 새 코치 광수에게 준호를 맡긴다.
광수는 1등을 하게 해주겠다며 정애의 수영장 출입을 금한다.
cine pick!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12번째 인권 영화로
사회의 인권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아역 배우 '유재상'은 혹독한 수영 훈련을 실제로 해내야 했는데
감독과 스탭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악착같이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우리들
THE WORLD OF US,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방학식 날 만난 외톨이 선과 전학생 지아는 비밀을 나누며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되어 반짝이는 여름을 보낸다.
그러나 개학 후, 지아는 어째선지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cine pick!
<우리들>은 베를린 영화제 2개 부문 노미네이트작이자,
8개 국제영화제 초청된 화제의 영화이다.
극을 주로 이끌어 가는 세 아역 배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에 대해
외신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배우들의 열연'이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하였다.
보희와 녹양
A Boy and Sungreen,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모든 것이 두렵고 어려운 소심한 중학생 보희,
두려운 것 하나 없는 씩씩하고 당찬 녹양.
한날한시에 태어나 둘도 없는 친구인 두 사람은 보희의
생물학적 아빠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cine pick!
<보희와 녹양>은 8개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다.
두 아역 배우 '안지호'와 '김주아'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1994년 서울,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궁금한 중학생 은희.
집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던 어느 날,
은희는 새로운 한문 학원 선생님 영지를 만나게 된다.
cine pick!
<벌새>는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5관왕을 달성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주인공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배우는 제18회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넓은 폭과 복잡성을 내포한 미묘한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싫은 유미, 유진 자매.
여름방학,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셋은
무엇보다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cine pick!
<우리들> 윤가은 감독의 새로운 영화 <우리집>
'가족'을 주제 삼아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역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몰입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남매의 여름밤
Moving On, 2020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옥주와 동주 남매는 여름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가 사는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지내게 된다.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까지 집으로 들어오면서
가족은 각자의 사정을 숨긴 채 함께 여름을 보낸다.
cine pick!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는 <남매의 여름밤>을
'관계와 감정의 핵심으로 직진하는 사려 깊은 초상화'라고 평했다.
최정운 배우의 밀도 높고 섬세한 연기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은 즐겁다
Kids Are Fine,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9살 다이.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러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cine pick!
<아이들은 즐겁다>는 동명의 웹툰을 영화한 작품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만큼 특별히 5월 5일 '어린이날' 개봉을 했다.
아역 배우들의 꾸밈 없는 진짜 모습을 담기 위해 별도의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개개인의 연기력이 뛰어난 아역 배우들이 만나 뛰어난 케미를 보여줬다.
언프레임드 - 반장선거
Unframed,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른의 세계만큼 치열한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담은 초등학생 누아르.
cine pick!
<반장선거>의 아역 배우 김담호, 강지석, 박효은, 박승준 배우는
모두 독립 영화, 단편 영화,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을 쌓아온 배우이다.
아이들의 시선, 그리고 분위기에 압도되는 영화였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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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3주 개봉영화!
데시벨 Decibel , 2021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한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입니다.
2022년 가장 독특한 소재와 장르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데시벨" 속 '소음 반응 폭탄'은 주변의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면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주변의 소음이 특정 데시벨을 넘으면 폭탄이 터지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여기에 소음을 통제할 수 없는 도심 한복판이라는 설정으로 재미가 배가됩니다.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그리고 이민기까지!
극장을 압도할 다채로운 매력의 대체 불가 라인업!
이번주 추천영화 "데시벨" 입니다.
동감 Ditto , 2022
2022년 새로운 동감
영화 "동감"은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입니다.
2000년 한국 로맨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동명 작품에 완전히 새로워진 감성을 더해
2022년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인데요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개성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등 20대를 대표하는 청춘 배우들의 찰떡 캐스팅으로 몰입도를 선사하고
1999년과 2022년의 시대적 포인트를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감성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입니다.
한국 청춘 로맨스의 흥행을 주도한 '동감'의 2022년 버전!
이번주 추천영화 "동감" 입니다
폴: 600미터 The Fall , 2022
'47미터' 제작진의 초특급 프로젝트
영화 "폴: 600미터"는 내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미터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 입니다.
지난 8월 12일 미국에서 개봉하며 화제를 모은데 이어 캐나다, 멕시코, 영국, 브라질, 홍콩, 호주, 대만, 싱가포르 등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멕시코와 러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47미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레지던트 이블 2'까지
할리우드 베테랑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스티븐 킹'의 극찬까지 더해지며 관람 욕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최초 고공 서바이벌!
이번주 추천영화 "폴: 600미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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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2 |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위선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우승자가 되어 456억 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넣었지만, 게임에서 죽은 친구와 동료를 잊지 못하는 '성기훈'(이정재). 그는 사람들이 돈을 위해 서로를 죽이는 이 게임을 중단시키기로 결심하고, 게임 진행의 총책임자인 '프론트맨'(이병헌)을 쫓는다. 그 출발점으로 기훈은 2년간 서울 지하철을 뒤진 끝에 게임 참가자 모집책인 '딱지남'(공유)을 찾아낸다.
딱지남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기훈은 마침내 프론트맨을 만나만, 곧바로 그의 계략에 당한 나머지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끌려간다. 경험을 살려 경마장 친구 '박정배'(이서환)를 포함해 모든 참가자를 살리고, 게임을 멈추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기훈. 그러나 '타노스'(최승현) 등 상금에 눈이 먼 참가자들은 그의 말을 부정하며 혼란을 초래하고, 그 사이 가명으로 게임에 참여한 프론트맨은 기훈과 그의 계획을 더 자세히 파헤친다.
1승을 더한 속편의 저주
<오징어 게임>이 쌓아 올린 금자탑은 화려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 중 하나였고, 제74회 에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여섯 부문을 석권했다. 자연히 시즌 2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겉모습은 기대를 충족시키기도 남았다. 주연 이정재는 <스타워즈>에도 출연하면서 더 중요한 배우로 성장했고, 임시완, 강하늘, 이진욱 등 각각 드라마 한 편의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들도 결집했으니까.
하지만 막상 공개된 <오징어 게임 2>는 전 세계적인 흥행력과는 별개로 실망스럽다. 시작은 좋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힘이 부족하다. 여러 이유가 있다. 다음 시즌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점이 명확하다 보니 극의 완성도가 부실하다. 지난 시즌에 비해 캐릭터들의 매력도 명확하지 않다. 새롭게 등장한 게임들도 지난 시즌에 비해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메시지다. <오징어 게임>은 잔혹하고 원초적인 자극을 통해 적자생존, 계급사회, 승자독식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고발했다. 3년 만의 속편은 주제의식을 계승하고, 확장시키려는 듯하다. 그러나 속편의 완성도와 존재 자체가 작품과 브랜드 간의 갈등을 극대화한 결과, <오징어 게임 2>는 위선자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오징어 게임>과 경제적 합리성
자본주의 질서는 한 가지를 전제한다. 모든 사람이 경제적 합리성을 갖췄다는 가정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올 효용이 극대화되는 선택지를 자율적으로 고른다. 이익이 되는 행동을 선택하고, 피해를 주는 선택은 포기한다. 3년 전, <오징어 게임>은 경제적 합리성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상황을 보여줬다.
'상우'(박해수), '일남'(오영수)과 기훈의 대립이 그 예시다. 상우는 456억 원을 얻기 위해서 우정, 연민처럼 인간적인 가치를 기꺼이 포기한다. 일남은 기훈과 마지막까지 내기를 한다. 눈 오는 밤에 얼어 죽기 직전인 노숙자를 아무도 돕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인간의 선악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인간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명제에 대한 판단이다. 일남이 보기에 남을 도와서 얻는 정서적 만족은 경제적으로 무의미하다.
기훈은 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수단화하거나 타인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없다면서 상우를 끝까지 설득한다. 우승 상금도 다른 참가자의 목숨값이라 여기며 쓰지 않는다. 일남과 달리 사람들이 아직 경제적인 효용보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경제적 가치 외에 인간성, 신뢰 같은 의미도 같이 고려한다는 것. 기훈은 극단화된 현실의 구조와 논리에 이상적으로 맞서는 인물인 셈이다.
그렇기에 오징어 게임 속 놀이들은 기훈의 이상과도 같았다. 언제나 아름답고, 소중했다. 하지만 어릴 적 추억은 막대한 상금 앞에서 피로 물들었다. 참가자들은 자기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을 속이고 죽이며 인간성을 내버렸다. 경제적 합리성이 극에 달한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공간에서 기훈의 믿음은 추억의 놀이처럼 변색되고 타락했다. 이 간극은 다른 데스 게임보다 오징어 게임이 특히 잔혹하고, 충격적인 이유였다.
무승부로 끝난 러시안룰렛
<오징어 게임>이 기훈의 신념을 외적으로 무너뜨리는 이야기였다면, <오징어 게임 2>는 그 반대다. 기훈 스스로 자기 믿음의 모순에 빠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두 번째 시즌의 첫 화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와 맞닿아 있다. 딱지남이 노숙자들에게 빵과 복권 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 대목, 그리고 기훈과 딱지남이 러시안룰렛을 하는 장면에 에피소드 7개가 전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빵과 복권 중 합리적인 선택지는 빵이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으니까. 그러나 노숙자 대부분은 복권을 고른다. 딱지남은 그런 그들 앞에서 남은 빵을 짓밟는다. 일종의 세리머니다. 게임 요원이었던 그는 게임에 참가했던 아버지를 직접 죽인 후 조직에서 인정받아 승진을 거듭했다. 즉, 그는 일종의 신자유주의적 삶의 방식을 체화했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낮은 확률에 인생을 거는 게임 참가자들은 도태된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을 내재화한 딱지남과 기훈의 러시안룰렛은 향후 펼쳐질 싸움의 함의를 암시한다. 그가 보기에 기훈의 대의는 모순 범벅이다. 뺨을 맞는 대가로 돈을 받을 때 그는 이미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존엄성을 포기했다. 인간적 가치 대신 물질적 효용을 선택했고, 그 끝에서는 우승 상금도 획득했다. 모든 이득을 챙긴 후에야 게임을 파괴하겠다고 날뛴다. 딱지남의 시점에서는 기훈의 정의가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러시안룰렛으로써 기훈의 모순을 드러내려 한다. 기훈이 먼저 게임의 규칙을 어기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훈은 규칙을 깨지 않았다. 이에 딱지남은 규칙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먼저 규칙을 어기는 것은 기훈의 모순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까지도 부정한다는 말이니까. 다르게 보면 기훈도, 딱지남도 승리하거나 패배하지 못한 셈이다.
모순 끝에 패배한 2라운드
러시안룰렛이 1라운드였다면, 오징어 게임은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프론트맨은 기훈의 바로 옆에서 게임에 참가하며 그의 신념과 믿음을 시험한다. 지난 게임 속 일남과 기훈을 연상시키는 언행을 보여며 기훈을 혼란에 빠트린다. 더 나아가 기훈을 자기모순 속에 가두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규칙인 투표가 있다.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그때마다 기훈은 딜레마를 마주한다.
거액의 상금보다 생명과 도덕성 등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 기훈의 이상은 투표 때마다 부정당한다. 그의 선의와 이상은 게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합리성에 앞에서 무력하다. 지금까지 번 상금으로는 게임장 밖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논리는 기훈의 친구와 동료도 설득될 정도로 강력하다. 기훈이 핏대를 높일수록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은 중단되지 않는다"던 프론트맨의 말만 거듭 증명될 뿐이다.
결국 기훈은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서는 패배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힘없는 이상주의가 얼마나 무용했는지를 증명하고 만다. 딱지남 앞에서와 달리 기훈은 자기 규칙과 소신을 저버린다. 인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던 그가 게임의 중단이라는 '대'를 위해 일부 참가자라는 '소'를 희생한다. 밤 사이 참가자 간에 솎아내기가 자행될 때, 기훈은 싸움에 휘말린 참가자들을 돕는 대신 사망자로 위장해 진행 요원을 공격할 기회만 엿본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 2>의 클리프행어는 시작과 동시에 예정된 결말에 가깝다. 자신의 영웅 행세가 위선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기훈은 모순 없이 딱지남과 프론트맨의 논리를 진정으로 파훼할 방법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신념을 고수한 캡틴 아메리카와 루크 스카이워커도 한 번 패배한 후에야 타노스와 다스 베이더를 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난 데 없는 클리프행어
문제는 만듦새다. 설령 서사적으로 필요했더라도, 허술한 전개와 불완전한 내용 때문에 클리프행어는 작위적이다. 기훈의 위선을 드러내는 쿠데타만 해도 설득력이 없다. 그의 쿠데타 시도 자체는 자연스럽다. 기훈은 애초에 오징어 게임을 파괴할 작정이었으므로. 그러나 게임 중단을 원한 참가자들이 쿠데타에 순순히 가담하는 전개는 부자연스럽다. 지금까지 챙긴 상금만으로도 그들은 빚을 갚고 수술비를 낼 수 있기 때문.
즉, 기훈과 프론트맨이 대면하는 엔딩을 위해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설계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오징어 게임 2>는 전반적으로 산만하다. 시즌 3을 위해 포석을 두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서사를 깔끔하게 갈무리하는 인물도, 눈에 띄는 새 캐릭터도 없다. 극을 주도한 딱지남과 프론트맨은 기존 캐릭터이고, 그 외의 인물들은 조상우나 '장덕수'(허성태)만큼의 생동감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성전환 수술 비용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특전사 군인, '조현주'(박성훈)가 눈에 띈다. 희생정신과 의리, 정의감과 풍부한 전투 경험을 다 갖춘 그녀는 트랜스젠더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파괴하면서 유의미한 서사와 분량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탈북자 문제, 전세 사기 피해, 미혼모와 낙태 이슈, 청년층의 영끌 투자 열풍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투영하려 한 시도 중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시즌 2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분량을 늘린 듯한 구성도 발목을 잡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기훈과 준호가 섬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준호의 섬 탐색은 곁가지로 밀려난다. 시즌 2에서 아무런 활약도 보여주지 못할 캐릭터를 위해 에피소드 하나를 날린 셈이다. 그 결과 클리프행어를 마주했을 때, <오징어 게임 2>가 다음을 위한 7시간짜리 티저처럼 느껴지는 실망감을 지울 길이 없다.
긴장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오징어 게임 2>가 시청자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킨 것도 아니다. 기훈과 프론트맨의 대립각을 강조하기 위해서 장르적 쾌감을 일부 포기한 대가다. 물론 게임 자체가 재미없지는 않다. 새로운 게임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시도는 나름대로 유효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직후에 제기차기, 공기놀이, 비사치기, 팽이 돌리기 등과 같이 지난 시즌에 없었던 게임을 배치해 예상을 빗겨 나간 구성이 대표적이다.
짝짓기 게임을 전환점으로 활용한 선택도 영리했다. 게임과 투표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은 나름대로 서로 의지할 팀을 만든다. 그런데 짝짓기 게임을 기점으로 참여자들의 본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로 인해 불신의 씨앗이 커지고, 참가자들의 관계는 변곡점을 맞이한다. 짝짓기 게임이 일반적으로 단합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정반대 되는 양상은 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이라는 예상된 함정을 피하지는 못했다. 동화 같은 세트와 동요가 배경으로 깔린 살육 장면은 본질적으로 지난 시즌이 보여준 폭력적인 스펙터클과 다르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더 지루하다. 한국 한정으로는 캐스팅이 이 문제를 심화한다. 지난 시즌과 달리 각자 드라마 주연을 맡아도 될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결과 누가 살고 죽을지 모르는 스릴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치러진 투표도 역효과를 낸다. 투표는 일종의 사회적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대화와 협상, 토론과 설득이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양극화된 한국 정치 지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아슬아슬하게 갈린 투표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 등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투표도 세 번째에 이르면 긴장감보다는 지루함의 비율이 높아진다. 투표가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게임이 계속 진행될 거라는 사실이 뻔히 보이기 때문.
위선자의 상술
결과적으로 <오징어 게임 2>는 속편의 존재 자체가 내재한 모순점을 노출하고 만다.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는 상술했듯이 명확했다. 탐욕으로 인해 극한으로 나아간 자본주의의 끝에 위치한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였다. 가난한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서로를 죽일 때, 그 과정마저도 상업화하고 즐기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2>는 본말이 전도됐다. 날카로운 풍자는 잊고, 어린 시절 놀이를 잔인하게 만들면 성공한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즉, 철저히 돈벌이를 위한 작품으로 변했다. 매텔, 크록스, 조니 워커를 비롯해 콜라보 대열에 합류한 수많은 브랜드는 그 방증이다. 황동혁 감독도 시즌 1의 금전적 보상이 충분하지 못한 나머지 계획에도 없던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으니 예견된 상황일지도 모른다.
물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미 <오징어 게임 2>가 갖가지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으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최초로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93개국)에서 동시 1위를 달성했고, 첫 주에만 6,80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드라마 역대 첫 주 최다 시청수도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2>는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해 보인다. 시즌 1에 비해 덜 흥미롭고, 짜임새도 부족한 어린 시절 놀이만으로는 노골적인 상업성과 지독한 돈 냄새가 다 가려지지 않기 때문.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가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지운 셈이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시즌 3의 전개에 따라 시즌 2가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정도가 아닐까.
Poor 형편없음
돈에 미친 개가 돈 냄새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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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갑작스러운 불행을 마주하는 가족의 모습
아버지의 숲
감독 베로 크레츠본
출연 레오니 수쇼, 루디빈 사니에, 알반 레누아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 상영작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영화제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개인 평점 : ⭐️⭐️⭐️⭐️ (4.0 / 5)
아버지의 숲 리뷰 3줄 요약
1. 따뜻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영화
2. 갑작스러운 불행을 마주하는 가족의 모습
3. 100% 공감하기에는 약간의 문화 차이가 있다는 느낌
<아버지의 숲>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따뜻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영화
영화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와 단란하게 숲에서 놀고 있는 세 남매의 모습. 그중에서도 첫째 딸인 지나는 아버지와 더 가까운 사이로 보여진다. 하지만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은 숲 관리인의 등장으로 깨어진다.
아버지는 이전에 숲을 관리하던 관리인 중 한 명이었지만 지금은 해고당해서 쫓겨나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장작을 한 아름 훔쳐서 달아나는 모습은 약간은 철이 없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준다.(물론 남의 장작을 훔치는 건 범죄다)
이후 단란한 가족 식사에서 부당한 해고였음을 어필한다. 그러던 중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 영화의 불안함을 조금씩 피워낸다.
제목처럼 숲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숲이라는 공간을 꽤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이 숲에서의 장면으로 되어 있는데, 숲이라는 공간이 자주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숲은 하나의 메시지로서만 나타난다.
<아버지의 숲> 스틸 컷 [출처: 네이버 영화]
그중에서도 아버지가 한 밤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숲에 별을 보러 나가는 씬이 있는데, 잠깐 나무를 구하러 가겠다고 한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침이 돼서야 토끼 한 마리를 잡아온 아버지를 보면서 아이들을 숲에 내버려 두고 사라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아이들의 어머니는 피어나는 걱정을 애써 누른다.
영화는 그렇게 조금씩 깨어지는 일상을 보여주는데, 끝끝내 아버지는 정신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들어간다.
<아버지의 숲> 스틸 컷 [출처: 네이버 영화]
갑작스러운 불행을 마주하는 가족의 모습
불안정한 상태로 인해 병원에 들어가게 된 아버지지만 그로 인해 크게 흔들리는 것은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갑작스럽게 혼자 아이들을 모두 챙기게 된 어머니는 심리적인 부담과 동시에 남편을 보지 못하게 하는 병원 측의 처사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특히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첫째 딸은 아버지를 병원에서 꺼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철이 없고 자유분방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없지만 혹여나 영화를 볼 사람들을 생각해서 영화 후반부의 줄거리는 생략하지만, 이 영화는 아픈 가족과 함께하는 다른 가족들의 아픔에 대해서 그린다. 불행은 항상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우리는 우리가 의지하던 대상이 아플 때 길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아버지와 똑같이 숲에서 나무를 구하러 사라진 친구는 아버지와 다르게 나무를 구해서 돌아온다. 그렇게 그들은 같이 모닥불을 쬐고 의지하면서 끝이 난다.
그렇게 누군가가 떠나가도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고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불행이 남긴 상처는 나도 모르는 새 아물어가기 마련이다.
<아버지의 숲> 스틸 컷 [출처: 네이버 영화]
<아버지의 숲>은 전체적으로 약간의 어두움이 깔려있는 영화이기에 이 영화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리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영화 속의 주인공인 첫째 딸 지나처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힘들어할 아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영화 속 아버지처럼 꼭 누군가 아픈 것이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언젠가 나아지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어린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만든 영화 등등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그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는 영화제이다.
서울 신도림역 씨네 Q에서 6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이니 평소 어린이들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거나 집에 자녀가 있는 가정은 한번 시간을 내서 방문해볼 가치가 충분한 문화활동이라 생각된다.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상영시간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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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문제가 쏙 빠진 부부 액션 영화!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가 <크로스>를 보면 뭐라고 했을까? 할리우드 액션 클리셰가 가득한 영화는 결국 신뢰에 금이 간 부부의 관계 회복이 큰 주제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트루 라이즈>와 <크로스>가 비교되는 건 언급된 영화 모두 액션 외피를 쓴 부부 관계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뻔하디뻔한 스토리와 액션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부실한 부부 관계와 명쾌한 솔루션 부재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사격 은메달리스트 출신 강력계 형사 미션(염정아)과 전업 주부 겸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 기사 강무(황정민)는 평범한 부부다.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강무는 특수 부대 요원 출신인 인물. 어느 날, 그는 과거 요원 시절 동료 희주(전혜진)를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방산 비리를 둘러싼 음모를 알게 된다. 그리고 희주를 몰래 돕기로 나선다. 남편의 본캐를 알지 못하는 미선은 희주와 강무가 바람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이들의 뒤를 쫓는다.
<크로스>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뻔하지만 대중성이 가미된 이야기로 재미를 전하는 오락 액션 영화다. 모두가 예상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을 1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은 큰 틀 안에서 오락 액션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가 바로 성역할 반전이다. 극 중 미선과 강무는 고착화된 성 역할에 펀치를 날리듯 제목처럼 크로스 된다. 가장의 역할을 다하는 미선과 주부의 역할을 다하는 강무의 역할 배치는 초반 신선함을 전한다. 경찰로서 범인을 잡는 미선의 액션과 주부 9단으로 펼치는 슬랩스틱 실생활 액션의 대비와 재미는 염정아, 황정민의 연기와 맞물리며, 그 매력을 더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전체적으로 밋밋한 액션은 한 방이 부족하고, 코믹 장면은 그 재미가 쉽게 증발한다. 특히 코미디 경우, 염정아의 말이라면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정만식, 차래형, 이호철 등 경찰 동료 3인방이 맡는데, 서사, 액션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분위기 환기용으로 사용하는 데 그쳐, 코믹함이 응집되지 못하고 산만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큰 단점은 미선과 강무의 부부관계 구축 부분이다. 성역할 반전을 꾀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부부관계 과정인데, <크로스>는 이 부분의 빌드업을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서로 소원해진 부부가 일련의 사건을 함께 경험하면서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을 이겨낸다는 이야기가 살려면 초반부터 부부의 문제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성역할 반전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이들의 관계 문제와 회복의 과정을 면밀히 담아내지 못한다. 진부하지만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 사랑했던 추억을 드러내며 현실과의 괴리감을 전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담겼어야 했다. 결국 사건의 본질을 알고, 적진에서 힘겹게 탈출하는 차 안에서 서로를 향한 불신과 오해 등을 말하며 에둘러 관계 개선을 시도할 뿐이다.
오락 액션 영화에 이런 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트루 라이즈>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돌아보자. 두 영화가 관객의 공감을 얻었던 건 극 중 서로에게 소원해진 부부가 잠시 잊고 지냈던 각자의 매력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통한 관계 회복 이야기가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크로스>는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본격적으로 이들이 오해를 풀고, 함께 빌런인 박장군을 처단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후반부에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보는 이들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다. 황정민, 염정아는 각자 맡은 바 연기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낸다. 마치 염정아는 투수, 황정민은 포수처럼 각 위치에 맞게 액션과 리액션을 적절히 배분해 진행하는데, 꽤나 호흡이 좋다. 전혜진 또한 카리스마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다. 물론, 연출적으로 이들의 내재된 연기력을 더 뽑아내지 못했다는 건 못내 아쉬운 지점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반가운 얼굴, 조나단이 특별출연으로 등장한다. 그의 입에서 ‘목사님’이 나올 때 시쳇말로 ‘빵’ 터진다. 황정민의 아이디어로 성사된 조나단의 등장 장면을 통해 조금이나마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길 바란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스미스 부부가 되고 싶었던 어느 부부의 웃픈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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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원스 어폰 어 스튜디오> 공식 예고편
친구들아 여기 다 모여봐! ??✨ 디즈니 100년 그 모든 순간이 여기에! 오리지널 단편 [원스 어폰 어 스튜디오] 10월 16일 디즈니+에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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