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8-25 09:59:04
우연함에 상상을 더해 웃음을 만드는 영화.
영화 <육사오> 리뷰
어디에선가 날아온 로또는 바람을 타고 말년 병장 천우의 앞에 떨어진다. 반신반의하며 맞춰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1등 당첨 로또 종이였다. 인생 펼 일만 남은 천우는 온 세상의 기쁨을 맞으며 방실방실 웃는다. 하지만 찰나의 실수로 로또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천우는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다.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간 로또는 북한군 용호 앞에 떨어진다. 천우는 무사히 1등 로또를 되찾을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면 좋을 듯하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의 구조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 영화는 남과 북의 병사들이 경계선에 서서 1등 로또를 두고 대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북을 주제로 하는 만큼 정치적인 선입견이 들어가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보았는데, 거리를 두며 적정선을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인해 어떠한 거리낌 없이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토록 가벼운 재미와 우연함에 상상을 더한 황당한 전개가 또 있을까. 시사회를 통해 보고 온 ‘육사오’는 시종일관 웃기려고 작정한 영화 같았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코믹을 노린 듯했지만 영화의 등장인물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이 마치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시간도 티켓값도 아까워져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웃음을 작정한 이 영화에서는 통 크게 웃겨주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너무 가벼운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TV에서 틀어주면 몇 번을 봐도 재미있었던 코믹영화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악당과 티키타카가 오가며 상당히 웃기고 계속해서 기억나는 영화였는데, 작품성이 떨어지더라도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영화가 어느새 신파와 진지함에 묻혀 사라진 것 같다. 언제쯤이면 다시 ‘강철중 : 공공의 적 1-1’ 같은 영화가 나와 브라운관을 가득 채워줬으면 좋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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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날도 아닌 날
요즘 혼자만의 챌린지를 가끔 한다. 정말 소박해서 챌린지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백발백중 실패했다. 그건 바로...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 하지 않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어렵다. 의식하지 않아도 숨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보다도 더 가끔 다짐한다. 그날이 그날 같아도 오늘은 오늘 하루뿐이지. 그러니 기분 좋게 재미있게,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보내야지. 나는 내 일을 사랑하는 어른이니까! 그리고 어른의 다짐은 깃털보다 가볍게 후 흩날리고 만다.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몇 시간, 아니 불과 몇 분 사이 사라지는 다짐이다.
이 지극한 현실이 당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면, 올여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을 권하고 싶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포스터에서부터 여름이 줄줄 흘러내려, 현실에서 백만 광년쯤 떨어진 어딘가에서 유쾌한 사랑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겠거니 싶다. 심지어 타임 루프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들어갔다니 더더욱.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는 동안 떠오른 것은, 매일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내뱉는 내 모습이었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공식을 따른다. 어떤 사건에 말려들어 서로를 싫어하던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속사포 같은 대사로 이어가는 재미. 이 영화의 두 사람은 세라와 나일스다. 동생의 결혼식장에서 누구보다 뚱한 표정으로 술만 들이켜고 있는 세라, 그리고 결혼식장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난입한 나일스. 모두가 격식을 갖추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유일한 두 사람.
알고 보니 나일스는 타임루프, 즉 무한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같은 날이 반복된다. 어제가 오늘, 내일이 오늘, 매일 같은 매일. 그런데 세라도 그 하루에 같이 휘말리면서 두 사람은 매일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나일스에게 화도 내고, 벗어날 방법도 열심히 찾아보지만 세라 또한 나일스가 이미 겪었던 절망을 고스란히 겪으며 그 하루에 갇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침이 오면 다시 사람들은 결혼식 준비로 분주하고, 두 사람만이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시간이 사랑의 시간과 매우 닮아 있다. 모두 쳇바퀴 같은 하루를 살 때 두 사람만이 하루하루를 함께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게 연애 아닌가?
두 사람이 사랑의 시간과 닮은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아무 날도 아닌 날 반짝이 옷을 입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Happy unbirthday!"를 축하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생각도 난다. 조금씩 연습해 완벽하게 합을 맞춘 안무를 펼치는 모습, 꿈같은 현실에서 함께 본 비현실적인 풍경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날들을 조금씩 바꾸어간다.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하루의 굴레를 마주 대한다. 똑같은 날들을 조금씩 바꾸어가는 힘. 함께 있는 데서 오는 힘. 마침내 옮기는 씩씩한 발걸음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쳇바퀴 같이 하루를 사는 것. 그건 타임 루프라는 설정이 없는 내 삶에도 낯설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길에 오르고, 같은 시간에 같은 커피를 마시고, 다짐을 깨뜨리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흘러나오고, 그날이 그날 같이 고만고만한 것. 일상을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랬다.
여행 가는 날만 내 삶이 아닌데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호젓하게 생의 감각을 누리곤 한다. 여행도 갈 수 없는 지금, 극장에 앉아 있는 한 시간 반 만에 긴 여행의 귀가 길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여기가 내 삶이니까. 컨베이어 벨트처럼 착착 굴러가기만 하는 삶에서 나는 피자 튜브 위에 동실동실 떠있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 날도 아닌 날을 기꺼이 맞아들이며 누군가와 눈 맞추고 웃어 보일 것인지.
두 주인공이 맥주를 얼마나 마셔대는지 보고 나면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진다. 타임루프보다 누군가와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것이 더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아무 날도 아닌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 결국 함께 걷는 누군가의 씩씩한 발걸음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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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청춘시련
영화 <청춘시련> 포스터
청춘시련 (Terrorizers, 2022)
장르 : 대만, 멜로·로맨스 │ 감독 : 호위딩
출연 : 이목(유팡), 임백굉(밍량), 진정니(모니카), 임철희(장둥링)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 127분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청.춘.시.련
청춘이라는 단어는 왜 그리 힘든 단어랑 잘 어울릴까. 아프니까 청춘이었는데, 이번엔 ‘청춘시련’이다. 청춘들의 편린을 그려낸 대만의 한 영화 제목이다. 사실 포스터나 제목만 보고는 그저 그런 로맨스일 거라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영화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지만,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구성이다. 맨 처음 그려지는 이야기는 귀여운 외모의 여성 ‘유팡’과, 누가 봐도 착하고 건실하게 생긴 남성 ‘장둥링’의 로맨스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여성은 이에 넘어가고, 비 내리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로맨틱하게 키스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여기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기차역에서 칼을 든 채 유팡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로 인해 영화의 장르는 바뀌어버린다.
그 남자는 왜 칼을 들었을까
유팡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든 남자는 ‘밍량’. 유팡과 함께 살던 동거인 남성이다. (동거‘남’이 아닌 정말 공간만 셰어 하는 동거‘인’이다) 영화 초반, 소극적이고 과묵하게 그려지는 밍량을 보고 “아, 유팡을 사랑했던 거구나. 그런데 장둥링한테 뺏겨서 화가 났구나. 그래서 칼을 들었구나”하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칼을 들어도 분명 미친놈이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하지만 영화는 시점을 꼬아, 이번엔 ‘모니카’라는 여성을 비춘다. 모니카는 진정한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무명배우다. 하지만 배우로 먹고사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현실과 타협해 한 포르노 사이트에 배우로 출연을 하게 되었다. 운명은 장난과도 같았고, 그렇게나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사람들은 포르노에 나왔던 그녀를 무척이나 특별하게 기억한다. 야릇한 표정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모니카의 연기에 압도당한 팬들 중에는, 유팡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들던 ‘밍량’도 있었다.
밍량은 포르노 사이트에서 보게 된 모니카에게 정말이지 홀딱 반했다. 그 이후 그녀를 마치 자신의 실제 여자 친구처럼 여기며 몰래 집에도 드나들고 온갖 비밀스러운 스토커 행세를 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 밍량은 왜 모니카가 아닌 유팡에게 칼을 휘두른 걸까.
진짜 로맨스는 여기에 있었다
다시 영화의 시점은 바뀌고, 이번엔 모니카와 유팡이 함께 등장한다. 모니카와 유팡은 극단에서 만난 사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응원하는 동성친구라고 생각했으나, 둘은 연인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모니카는 배우로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고, 여차저차 상황에 쫓겨 호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비극적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여성 커플의 로맨스 뒤로, 건실한 청년 장둥링이 등장한 거였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그제야 퍼즐이 후드득 맞춰진다. 영화 초반에는 조명되지 않아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고 나자, 같은 사건인데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유팡을 향해 칼을 휘두른 밍량은, 유팡을 사랑한 게 아니라 질투한 것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 가상 여자 친구 ‘모니카’와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는 유팡이 증오스러웠던 것.
그래서 이 영화 뭔 내용인데? 누가 악역인데?
하나의 완벽한 서서를 알고 나자 영화는 괴기스럽기도 하고,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이야기’라는 것의 본질적인 특성이 아닐까 싶었다. 이야기란 화자에 의해 조각나고 편집되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는 살면서, 한 사건이 당사자들에 의해 다르게 엇갈리는 것을 마주하곤 한다. 같은 사건인데도 A가 기억하는 것과 B가 기억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자신의 주관에 의해 어떤 부분은 거세되고, 어떤 부분은 과장된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결국 누구의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색깔은 달라질 수밖에. 갱생이 불가한 미친 스토커로만 생각했던 ‘밍량’도 순수한 여고생 ‘키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구원해준 고마운 사람이 되고 만다. 이렇게 주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버리는 서사를 보며 관객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지, 누가 나쁘고 누가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그 시절은 그 자체로 혼란이고 시련이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조금 불투명했으나,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대만의 청춘들이 한국의 청춘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시절은 누구나 뜨겁고 혼란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소란스러운 세계라는 것만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청춘은 시련 그 자체다. 연인은 떠나가거나 배신하고, 정립되지 않은 자아는 불안으로 요동친다. 그 시기를 지나,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언제 처리할 것이냐가 제일 큰 소란이 된, 30대의 내 고요한 삶이 조금은 고맙게 느껴졌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가끔 뜨거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프냐고 묻는다면 아니. 이렇게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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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티넬> 아픔이 단지 수단으로 소비된 결과물
<상티넬> 아픔이 단지 수단으로 소비된 결과물
넷플릭스 <상티넬> 리뷰
1. 중동에서 특수 부대 '상티넬'의 일원으로 군사 작전에 나선 '클라라(올가 쿠릴렌코)'. 현지인들과 직접 대화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판단한 찰나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다.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동료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집과 가족의 품도 그녀를 예전처럼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어느 날 불안 속에서 상티넬의 임무를 지속하던 클라라는 동생 '타니아(마릴린 리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은 그녀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동에서처럼 평화에 균열이 생겼음을 깨달은 그녀. 그렇게 그녀는 다시금 총을 든다.
영화 속 액션씬은 두 개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하나는 액션씬 그 자체의 완성도다. 맨손 격투, 카 레이싱, 추격전과 같은 액션이 얼마나 정교하고 연출되었는지, 촬영 방식은 액션의 질감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 액션의 구성은 얼마나 독창적인지 등을 따질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액션 연출이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그것보다 발전했다는 평가나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 속 슈퍼맨과 조드의 싸움이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극찬은 이 관점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액션씬의 전후 맥락에서 느껴지는 상황과 감정적 측면이다. 아무리 액션씬이 화려해도 등장인물들이 왜 싸우는지, 그들에게 이 장면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그 장면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외계인이 지구로 침공한 상황도 같고, 전투 시퀀스의 스케일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어벤져스> 시리즈와 달리 전투에 임하는 비장함과 승리의 기쁨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상티넬>은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액션 영화다.
2. <상티넬>은 분명 짧은 러닝타임과 액션 영화의 조화에서 기대할 법한, 끊임없고 박진감 넘치는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합이 잘 짜인 현란함보다는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 싸우는 처절함에 중점을 둔 맨손 격투는 복수심에 불타는 클라라의 심경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중동에서의 작전 수행 시퀀스처럼 총의 조준경이나 망원경의 화면을 그대로 활용해 전투나 액션이 시작되기 직전의 사실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몰입도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액션 영화로서 좋은 장면을 보여주는 것과 별개로 <상티넬>의 뒷맛은 결코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찜찜하다. 영화의 주제와 소재가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도구로서 소비될 뿐, 그 도구가 갖는 무게감에 대한 고찰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클라라와 타니아 자매의 트라우마 극복으로, 크게 두 가지 플롯으로 펼쳐진다. 우선 영화는 언니인 클라라의 트라우마를 조명한다. 중동에서 대테러 작전팀인 상티넬 소속으로 일하던 그녀는 현지인의 자살 폭탄 테러 징후를 미리 눈치채지 못해 동료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로 인해 귀국한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녀는 여전히 근무 중 평범한 가방을 폭탄물로, 후드를 쓴 행인을 테러리스트로, 부모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자살 테러를 시도하는 아이로 오해하며 힘겨워한다.
다른 한편에는 동생의 트라우마가 있다. 클럽에서 만난 한 남성으로 말미암아 성폭력을 당한 타니아는 가해자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소송이나 수사로 인해 자신의 개인사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적극적인 저항을 거부한다. 이러한 동생의 트라우마는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통제력을 잃어가던 클라라가 개인적인 복수에 나서게 되는 촉매제로 작용하며 서로 다른 두 플롯을 하나로 묶는다.
3. 문제는 자매의 트라우마를 연관시켜 복수극을 풀어나가는 시도가 클라라의 행적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선 둘 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보이지 않아서 직관적인 이해를 돕지 못한다. 타니아가 성폭행을 당한 것에 클라라는 책임이 없으며, 자신이 마주했던 테러 집단이 동생을 공격한 것도 아니고, 순찰 근무 중 불안 증세가 범죄의 원인이 된 것도 아니다. 그나마 PTSD로 인한 불안정성이 무모한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하지만, 짧은 러닝 타임에 슬로 모션이 빈번하게 등장하다 보니 이러한 심경의 흐름을 전달할 기회도 잡지 못한다. 그 결과 영화의 서사는 클라라의 내적 고통과 동생의 복수, 둘로 나뉜 듯 느껴지며 어느 것도 제대로 완결 내지 못한 찜찜함을 떨치지 못한다.
또한 하나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써만 다른 쪽의 트라우마가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다. 클라라는 가해자를 쫓아 사적 복수를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난다. 이때 그녀는 피해자의 심경과는 관계없이 그저 자신의 책임이라는 스스로의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범인을 쫓고, 직접 사살을 시도한다. 타이나를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동생을 대신해 일방적으로 실천에 옮긴다. 그렇게 피해자는 자신의 능동성과 의지가 모두 제거된 채 주인공의 행적에 어떻게든 정당성을 보여하려는 도구에 불과해진다. 그 결과 피해자의 아픔과 선택에 대한 고찰이 결여된 상태에서 맞이한 주인공의 해피 엔딩은 마치 향이 나지 않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같다.
4.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발단이자 주된 플롯을 책임져야 할 클라라의 트라우마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 전쟁 트라우마를 지닌 군인, PTSD로 괴로워하는 군인은 더 이상 새로운 영화적 장치가 아니다. 전쟁 영화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1917>은 물론, 액션 블록버스터인 <6 언더그라운드>를 포함한 수많은 창작물에서 전쟁의 고통, 살인에 대한 죄책감, 전우를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 등에 휩싸여 있는 군인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상티넬>처럼 중동 현지에서 대테러 작전 시행 도중 혹은 전투 중에 상해를 입은 군인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을 필두로 문화적 이해 없이 중동 문제에 개입했던 서양 국가들의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을 보여주는 영화적 장치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참전한 군인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개봉한 <고스트 오브 워>는 SF적인 상상력과 호러 영화의 문법을 동원해 미군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려낸 바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버지 아들 군인>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부자의 모습을 다루며 그 트라우마가 대를 이어 유지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한다.
5. 하지만 <상티넬>은 전쟁 당시의 상황을 거듭 떠올리며 약물 중독에 가깝게 고통받는다는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는 묘사 외에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묘사함에 있어 그 어떤 도전적인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영화가 제각기의 방식으로 참전 군인과 그 비판 의식을 다양한 캐리터와 장르 안에 풀어냈는데도 그저 관성적인 묘사를 보여주는 데 머무른다. 얼마나 개성 있게,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빚어내느냐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가 좌우되는 와중에도 악수를 둔다. 그렇게 넷플릭스 <상티넬>은 보기에는 좋지만 알맹이가 없는 평범한 액션 영화로 남는다.
D(Dreadful, 끔찍한)
총격전과 맨몸 격투 사이로 휘발되어 사라진 두 피해자의 고통
* 본 콘텐츠는 브런치 DAY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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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높은 영상 속 질낮은 이야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건 어떤 것일까. 살기 위한 의지가 사그라든 상황에서도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아마도 가족은 다시 살아야 할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다시 직접 만나서 서로를 안고 보듬으면서 일상을 살아간다는 생각은 의지를 주기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맡은 일이 국가적으로 기대가 있었던 일이라면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더 힘을 쓰게 된다. 여러 동료를 잃은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목표점에 근접한 남은 인물은 끝까지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 <더 문>은 한국 최초로 달 탐사를 하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우리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호에는 3명의 대원이 타고 있었지만 태양풍으로 인한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황선우 대원(도경수)만 살아남는다. 그를 구하기 위해 5년 전 첫 번째로 탐사선을 만들었던 김재국 센터장(설경구)이 다시 우주센터로 돌아와 도움을 주게 된다. 김재국 센터장은 5년 전 달탐사를 위해 나래호를 발사시켰다가 폭발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호는 나래호와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이기 때문에 탐사선을 잘 알고 있는 김재국 센터장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 최초 달 탐사선인 우리호에 닥친 재난
다른 대원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기체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달탐사를 강행하겠다고 결정한 황선우 대원은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 결국 달에 도착한다. 사실 황선우 대원은 우리호에 탄 3명의 대원 중 가장 우주 비행에 대한 지식과 능력이 떨어진다. 3명 중 가장 초보자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탐사선에 남아 관제센터와 협력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달에 결국 도달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꽤나 긴장감 있게 담겨있다. <더 문>에서 보여지는 모든 과정은 그 황선우 대원의 의지 때문에 만들어진다.
영화는 황대원이 반복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보여주는 가운데 우주적인 재난인 유성우를 등장시켜 큰 위기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황대원의 의지와 김재국 센터장의 원격 지원으로 많은 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더 문>의 내용을 이 정도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주 재난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이 영화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는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모두가 예상 가능한 따뜻한 결말로 달려간다.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건, 할리우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CG다. 달의 상공과 달 지면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어색하지 않고 영화에 몰입감을 더해준다. 유성우가 떨어져 지면이 폭발하는 장면들과 그것을 피해 움직이는 탐사선의 모습들이 꽤 실감 나게 담겨있다. 그 장면에 과학적인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어색함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능하면 극장에서 직접 질 높은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훌륭한 우주 장면과 CG
이런 영상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 장면들의 신선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달탐사선의 고장으로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탐사선 외부로 나가있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그래비티>를 떠올리게 하고, 달에 혼자 살아남은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이야기에서는 <마션>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달에서 유성우를 피해 차량으로 질주하는 모습은 <애드 아스트라>의 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이미 선보였던 여러 설정과 장면들을 참고하여 장면을 구성했다는 기시감이 많이 든다. 그러니까 화면의 질은 우수하지만 신선함은 떨어진다.
이야기의 전개도 아쉽다. 황대원이 달에 도착해서 유성우를 만나게 되어 큰 위기가 발생하는데 중반부터 시작된 유성우가 끝까지 쏟아진다. 또한 그렇게 많은 유성우가 쏟아지는데 탐사선과 황대원에게는 쏟아지지 않는 시간이 꽤 길어 의아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리고 미국 나사에서 한국을 공식적으로 돕지 못한다는 설정인데, 영화의 말미 나사 디렉터인 윤문영(김희애)의 신파적인 연설로 윗선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구조작전도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진다. 영화 곳곳에 포함된 신파 코드 역시 SF 영화로서의 매력을 많이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아쉬운 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이다. 혼자 남은 대원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김재국 센터장은 과거에 일했던 사람이고 탐사선의 구조나 기능을 잘 안다. 하지만 그가 현재 우주센터에서 어떤 지위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종종 현재의 센터장을 무시하고 헤드셋을 빼앗아 황대원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직원들에게 일을 지시한다. 그의 지시에 따라 센터의 인물들이 업무를 진행하는 것 또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달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황선우 대원의 아버지는 과거 김재국 센터장과 같이 나래호 발사 준비와 진행을 했던 인물이다. 그 당시 나래호의 실패로 3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것으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그 당시 책임자였던 김재국 센터장 역시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 김센터장은 황선우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황대원은 김센터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에 황대원의 아버지의 편지와 김센터장의 고백을 보여주며 황대원이 마음의 변화를 하게 만들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까 초반에 가졌던 김센터장에 대한 증오가 아버지의 편지 이후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고, 김센터장의 고백 이후 김센터장을 용서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기도 어렵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이 둘 간의 감정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이야기와 캐릭터
이 주 인물의 주변에 있는 인물도 아쉽다. 이야기 내내 센터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한철) 캐릭터는 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는 리액션을 많이 보여준다. 장관으로서 책임을 보여주거나 나쁜 역할을 맡아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그저 놀라고 무서워하는 과한 리액션을 계속 보여준다. 또한 김센터장과 같이 일하고 있는 한별(홍승희)의 존재도 물음표를 만든다. 한별은 위기의 상황에 꽤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하지만 그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를 거의 설명하지 않으면서 기능적으로만 활용시키도 만다.
영화 <더 문>이 한국에서 제작한 SF영화로서는 적지 않은 예산으로 좋은 화면의 영화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상만큼 성공적이지 못하다. 인물들의 감정은 과잉이 된 듯 신파를 유발하고 각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관계를 설정해 가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영상이 주는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달에서 벌어지는 탈출 장면은 긴장감 있게 보게 되지만 지구에서의 모습에서는 흥미가 떨어진다. 이야기와 캐릭터만 놓고 보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본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더 문>에서 그의 장기가 유기적으로 잘 발휘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관객이 캐릭터에 대해서 공감하기 어렵다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신파 부분에서도 하품이 날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는 좋은 영상을 보여주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아쉽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같은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게 구성된 이야기가 배우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더 문>은 극장에서 보기 최적화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달에 남은 대원의 의지가 발휘되면서 벌어지는 탈출 장면은 훌륭하고 깔끔한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있고 스케일도 크기 때문에 작은 화면보다는 큰 화면에서 보는 것이 좋다. 이야기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만든 SF영화가 만들어낸 우주 장면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극장 관람을 추천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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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1월 둘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지만, 주중 기온이 다소 떨어지며 쌀쌀하다고 하니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외투를 챙기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개봉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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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NEW)
▶ 2018년 539만 관객을 동원하며 마블의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의 탄생을 알린
<블랙 팬서>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1편의 연출을 맡았던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연이어 연출을 맡았으며,
더욱 거대해진 스토리와 다채로운 볼거리가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주말 동안 (11월 11일 ~ 11월 13일) 관객 수 79만 3,4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8만 6,88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블록버스터.
2. <자백> (▼1)
▶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한 웰메이드 서스펜스 스릴러 <자백>이 개봉주에 1위를 차지
했다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개봉으로 순위가 내려가 2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11월 11일 ~ 11월 13일) 관객 수 8만 1,38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8만 80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
▶ 11월 8일 25만 돌파를 시작으로 꾸준히 관객 수가 증가하며 30만을 향해 가고 있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한 번 본 사람은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과 더불어 N차 관람까지 하게
만들며 흥행의 열기를 오래 유지해 나가고 있다.
주말 동안 (11월 11일 ~ 11월 13일) 관객 수 3만 32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8만
9,93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6회 예측 이벤트는 11월 둘째 주 주말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2%, 여성 48%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20대 후반 남성과(780,272명)과
30대 초반 여성(795,381명)이었습니다. 또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2.1%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 (-)
▶ 강력한 팬층이 있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는 누적
관객 수 75만을 넘어서며 짱구 극장판 시리즈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11월 11일 ~ 11월 13일) 관객 수 2만 9,5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8만 9,96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리멤버> (▼3)
▶ 박스오피스 TOP 5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리멤버>가 개봉 2주차에 5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탄탄한 팬층을 가진 영화의 개봉과 입소문으로 퍼진 영화로 관객이 몰리며,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11월 11일 ~ 11월 13일) 관객 수 1만 1,66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0만 2,01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가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순위 변화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One Piece Film: Red>와 <Prey fot the Devil>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으며, <Lyle, Lyle, Crocodile>이 TOP5에 다시 진입했습니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1월 11일 ~ 11월 13일) 매출액은
180,000,000 (한화 약 2364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1억 8,000만 달러 (누적 1억 8,000만 달러)
2. <블랙 아담> 860만 달러 (누적 1억 5,112만 달러)
3. <티켓 투 파라다이스> 610만 달러 (누적 5,651만 달러)
4.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320만 달러 (누적 4,084만 달러)
5. <스마일> 233만 달러 (누적 1억 27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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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1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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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를 향유한다는 것은
※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제작사 더액티비스트
배급사 (주)시네마달
감독 유수연
출연 조영숙, 박수빈, 황지영
개봉 2025년 03월 19일
"낯설고도 새로운 역사를 만나다"
산마이, 니마이, 가다끼… 한국의 역사 속에 존재했지만 어쩐지 낯설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처음 듣는 단어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다. 사실 필자는 공연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다. 1년에 한두 번쯤 좋아하는 밴드의 콘서트를 보러 가는 정도랄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공연 예술을 꾸준히 찾아다니는 마니아들도 있다. 특히 K-POP 산업이 성장하면서 아이돌 콘서트는 대중문화의 중심축이 되었다. 무대 위 반짝이는 스타, 객석을 가득 채운 함성. 서로가 주고받는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그 생생한 현장감은 사람들을 다시 공연장으로 이끈다. 그리고 과거에도 마찬가지로 지금의 아이돌처럼 강렬한 팬덤과 무대 위 마력으로 공연 예술계를 호령했던 이들이 있었다.
<왕자가 된 소녀들> 자료화면, <별하나>(1958) 김경수와 김진진,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54326, 2025-03-20.
“1948년, 국악원에서 여성들만이 떨어져 나와 여성국악동호회를 조직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해방 이후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연 예술이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여성국극이다. 여성국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녀 모든 배역을 여성 배우들이 도맡았으며, 남자 주인공을 니마이(二枚), 희극적인 감초 조연을 산마이(三枚, さんまい), 악역을 가다끼(敵, がたき)라 불렀다고 한다. 해방 직후에도 국극 용어는 한글로 정제되지 못한 채 일본어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다.
준수한 외모에 노래와 춤은 물론이요 뛰어난 연기력까지. 여성국극단은 당대 최고의 올라운더들이 모인 집합소였다. 그중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단연 니마이(二枚)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연 예술이 대중성을 확보하려면 여성 팬층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여성국극은 니마이(二枚) 배우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당대 공연 예술로서의 대중성과 입지를 굳혀 나갔다.
그러나 니마이 배우들의 인기는 단순한 외적 매력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 가부장적 남성상과는 결이 다른, 다정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하며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성인 남성의 강직하고 무거운 이미지 대신, 섬세하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무대 위에 존재했다. 특히, 검무와 격투 장면에서 보여 주는 신체적 퍼포먼스는 강인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부각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요소가 결합되면서 니마이 배우들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여성국극이 만들어 낸 독자적인 젠더적 판타지와 서사의 중심이 되었다.
여성국극과 티켓 파워: 과거와 현재
여성국극의 1세대 레전드로 불리는 조영숙 배우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빠지면 공연장 바닥에는 팬들이 두고 간 선물들로 가득했다. 특히 스타킹 같은 생필품을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는 오늘날의 조공 문화와 유사하다. 무대 위 빛나는 스타를 위해 아낌없이 마음을 표현하는 팬들,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여성국극이 한때 현재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문화 예술계에서 여성 관객의 강력한 티켓 파워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21년 인터파크 데이터에 따르면, 공연 예매자의 75%가 여성이었으며, 20~30대 여성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무대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여성 관객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공연 예술을 지탱하고 있었다.
여성 관객들이 공연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은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서, 작품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들은 감동적인 서사와 캐릭터에 몰입하며, 예술을 통해 감정을 확장하는 경험을 중시한다. 또한 작품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 단순한 오락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에 강한 지지를 보낸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더 폴(The Fall): 디렉터스컷>의 흥행과도 맞닿아 있다. 여성 관객의 감수성은 문화적 유산처럼 계승된다고 볼 수도 있다. 여성국극이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전통과 예술을 지키는 사람들
여성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먹고 자란 여성국극의 전성기는 불꽃같았다. 1~2세대를 거치며 배우들의 헌신으로 찬란하게 타올랐지만, 그 불길은 너무나도 빠르게 꺼져버렸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여성국극이 급격히 쇠락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급변하는 사회 풍속과 보수적인 정책 기조 속에서 국가 지원에서 배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로 인해 명맥은 단절의 위기를 맞았고, 한때 문전성시를 이뤘던 여성국극은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국극을 되살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계보를 잇는 이들이 있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그들의 노력 속에서, 여성국극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여성국극을 해야 하지 않겠어?"
여성국극의 찬란했던 전성기를 회고하는 것만큼, 그 현재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다. 다큐는 과거와 대조되는 여성국극이 직면한 현실을 조명한다. 소규모 지역 축제에서 공연을 올리는 배우들. 그러나 관객들은 흥미를 보이다가도 금세 등을 돌린다. 한때 여심을 뒤흔들었던 1~2세대 여성국극의 전성기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여성국극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누군가는 여성국극을 해야 하지 않겠어. 3년만 해보자.”
끊임없이 되묻는 질문들. 예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라서, 작금의 배우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하여 고군분투한다. 생계와 예술 사이의 고민, 변하는 시대 속에서 여성국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 그러나 이들이 그 시련을 견뎌내는 원동력 역시 ‘여성국극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신념과 사랑이다. 그 절박함은 1세대, 2세대, 그리고 3세대를 잇는 ‘레전드 춘향전’을 탄생시켰고, “현재 여성국극제작소가 안산에 뿌리를 내리며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을 기반을 마련했다.” 다큐 제작 기간 동안 3세대 배우 박수빈과 황지영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여성국극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새로운 2막을 위한 그 시작점에 다시 섰다. 일본의 다카라즈카 가극단처럼, 한국의 여성국극도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아 새로운 전성기를 써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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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티저 예고편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 모든 팀원들은 함께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로 자축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들은 이 최악의 위기를 뚫고 타다를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이야기로 세상에 공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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