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다2025-09-20 17:25:52
[30th BIFF 데일리] 미야케 쇼 감독, "국적, 성별과 상관없이 심은경 배우가 맡아주길 바라"
영화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
20일 오전 영화의 전당 비프힐 기자회견장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초청작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기자회견에는 미야케 쇼 감독과 심은경 배우, 타카다 만사쿠 배우가 참석했다.
<여행과 나날>은 제7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에서 황금표범상을 받은 작품으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과 같은 작품을 만든 신진 일본 뉴웨이브를 이끌어가는 미야케 쇼 감독의 최신작이다.
만화가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海辺の叙景)' '혼야라동의 벤상(ほんやら洞のべんさん)'을 원작으로 한 <여행과 나날>은 시나리오 작가 ‘이’(심은경 배우)의 이야기와 영화 속 영화의 ‘나츠오’(타카다 만사쿠 배우)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엮어 여름, 겨울의 풍경을 함께 담아낸다.
미야케 쇼 감독은 심은경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 “<여행과 나날>은 원작처럼 일본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려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는 와중에 국적, 성별과 상관없이 심은경 배우가 맡아주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시나리오를 바꾸고 출연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심은경 배우는 “ 작업 후 감독님의 인상은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스태프를 하나로 아우르는 힘을 느꼈다”라며 감독님께서 전체 스태프에게 편지를 돌린 일화를 언급하면서 “영화는 우리 다 같이 만드는 것인 만큼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한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다”라고 했다.
만 18세의 나이로 애플 티비 <파칭코> 등 훌륭한 필모를 가진 타카다 만사쿠 배우는 긴장한 듯 보였으나 감독님께서 요청한 연출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나츠오 캐릭터가 원작에서도 표정과 억양 변화가 별로 없는 역할이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비슷한 역할을 많이 해서 어렵지 않았다”라는 말과 함께 “감독님이 잘 이끌어줄 것이라 믿어서 디렉팅에 몸을 맡기고 현장에서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진출에 관한 질문을 받은 심은경 배우는 “감사한 기회들이 찾아오는 것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한다,” 말했다. 또한 “요즘 한국과 일본의 합작 작품도 많이 나오고,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 일본 작품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굿뉴스>처럼 일본 배우들이 출현하기도 하는 작품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 시대에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도래했다”라며 양국 간의 영화계 현황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원작의 쓰게요시 하루 작가가 만화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과 내가 영화의 본질을 추구하는 방법이 비슷해서 만화를 영화화하려 했다”며 “구체적으로 말을 못 하겠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영화에도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이것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다음 작품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Relative contents
-
- 방 안의 아이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스포 포함
평범한 가정집 안으로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소년에게 총이 겨눠지고 소년의 가족 모두가 경찰서로 향한다. 곧이어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장면들은 보는 청자에게조차 당혹감을 준다. 그리고 아주 평범하고 어린 소년의 죄목이 나오면서 모두가 경악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고작 13살의 어린아이가 저지른 살인, 폭력 그리고 그 내막이 4화에 거쳐 한 시선을 따라 천천히 전개된다.
# 제이미와 인셀
제이미(극 중 가해자)는 극 중 "인셀"이라는 단어로 대표된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Incel, 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서 비자발적 순결주의자, 즉 인기 없는 사람쯤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은 여성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독신의 늙은 남성을 의미한다. 한창 미국과 유럽 쪽에서도 이 비자발적 독신 남성의 범죄가 보도되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셀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자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서", "나는 슬픈데 저 여자는 행복해 보여서" 혹은 "내 고백을 감히 받아주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여성 혐오 범죄들이 여러 매체에서 끊임없이 보도된다. 특이하게 시리즈에서의 제이미는 13살로 어른의 시선에서는 고작이지만, 제이미의 세계에서 제이미는 이미 도태자 혹은 실패자이다.
그런 인식에 동조하듯이, 제이미는 자신이 못생겨서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것에 심한 열등감을 느끼고 '20:80 법칙' 즉 80프로의 여성이 20프로의 남성에게 끌린다는 그 이론을 맹신한다. 진실을 보라는 "빨간약" 이모지도 그를 화나게 만든다. 특히 제이미는 3화에서 심리상담사를 상대로 "내가 무서워요? 고작 난 13살인데?" 하며, 자신이 성인 여성을 겁먹게 했다는 사실에 우쭐거리는 표정을 짓는다. 제이미는 자신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사랑받지 못한다 생각하며, 그 비틀린 남성성을 폭력으로 내비친다. 그러면서도 여성이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아버지 즉 강한 남성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고작 어린애인데도 징그러울 정도의 연기였다.
# 어른의 시선
극 중에서도, 실제로도 어른에게 인셀이란 용어와 그들의 심리는 그들을 비추는 프레임처럼 낯설다. 현 사회 오물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그리고 sns에서 발발한 용어들. 극 중 나온 "20:80 법칙"이나 이모티콘을 이용한 대화 그 사이 미묘한 혐오와 비틀린 남성성 또한 아날로그 세대인 어른들은 알기 어렵게 교묘하게 아이들 사이에서 퍼져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인 형사들은 한 소년이 한 소녀를 살해한 사건을 흔한 치정 싸움, 혹은 학교 폭력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대 개인의 감정싸움이 아니다.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서열이다. 그래서 케이티(극 중 피해자)의 나체 사진이 아이들 사이에서 뿌려질 때, 제이미는 '케이티의 평판이 엉망이 되었으니, 이제는 나 같은 못생긴 80프로의 남자에게도 자격이 있겠지. 걔가 감히 날 거절하겠어?'는 생각으로 케이티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리고 케이티가 거절하자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더럽혀진 걔가 날 감히? 하는 울분이 차오른다.
형사에게 이 실마리를 전해준 것은 형사의 아들인 애덤으로, 애덤은 이것을 알지만 동조하지 않는 아이들 중 하나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이 사건의 진실(20:80 법칙, 빨간약 등)을 알려줄 때, 형사는 "그래서 괴롭히는 거야? 근데 너무 약하지 않아?" 하며 묻는다. 아마 이 OTT를 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감상일 것이다. 고작 그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어? 고작?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 고작인 것이 한 소년을 어떻게까지 몰고 갔는지 말한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그리고 우리는 그 일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진행되었는지 끝끝내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비틀린 남성성과 열등감이 암세포처럼 그리도 조용히, 하지만 요란하게 자라날 수 있었는지.
# 방 안 아이들과 방 밖의 부모
제이미의 아버지인 에디는 4화에서 말한다. "우리 아빠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면, 난 어떻게 (제이미를) 그렇게 만든 거지." 제이미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제이미가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제이미는 겉돌고 어울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다정했고 똑똑한 아들이었기 때문에. 부모는 회상한다. 내가 문제인 것일까. 우리는 좋은 부모였는데, 제이미가 어울리지 못해 축구장도 보냈고, 복싱장도 보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된 걸까. 제이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괴로워하면서도 끝끝내 "하지만 우리가 그 애를 만들었어." 하고 인정한다. 무엇을 인정하는지도 희미하게.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기억나는 것만 해도 자신의 부모를 죽인 청소년이나 조부모가 잔소리를 했다고 죽인 백수 등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빠뜨린 사건이 여럿 기억난다. N번방의 조주빈 같은 경우도, 바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키보드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이른바 "인셀"이었다. 이 인셀은 부모의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활발한 사교활동으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인셀은 방 안에서 부모를 등지고 조금씩 자란다.
제이미의 부모도, 그리고 우리 세대의 부모들도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이 그 방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저 밖에서 공을 차고 돌아다니거나 불량배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니 안전하려니 여긴다. 그래도 방 안에서는 겉도는 아이들이 화색을 찾고 그들의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미처 모른 채.
# 소년들의 시간
이 드라마의 원제는 "Adolescence"로 번역하면 청소년기다. 이 드라마가 처음 나올 때 제목 번안을 참 잘했다는 호평이 많았다. 나도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한국판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 드라마는 이 소년을 어떻게 다시 되돌려놓을 수 있을지, 혹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말해주진 않는다. 대신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방 안 아이들의 시간을 조명하며 우리에게 진짜 문제를 보게 한다. 너무 빠르게 변해버린 시대와 용어들 속에서 방 안의 아이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자리한 위기감이 계속해서 빨간 불을 울린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이 드라마는 영국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모든 중고등학교 내에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10대들의 범죄, 인셀 문화, 비틀린 남성성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디어 시청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 안에 켜진 비상등이 제2의 제이미를 더 빠르게 방 안에서 꺼내주기를 바란다.
-
- 첫사랑 이야기는 거들 뿐
경고: 스포일러 주의!
폴 토머스 앤더슨이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했을 때 들었던 걱정. 유열의 음악앨범 같은 로맨스 영화처럼 추억팔이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리코리쉬 피자는 표면적으로는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을 담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그 껍질을 벗겨보면 1970년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과 남녀끼리 벌이는 처절한 투쟁들로 가득하다.
두 주인공 알라나(알라나 하임)와 개리(쿠퍼 호프먼)의 사이는 키싱구라미 같다. 영화 쉬리에서 암수가 서로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에 사랑의 상징이 된 물고기다. 그러나 이 두 마리는 키스가 아니라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쪽 물고기가 죽으면 잡아먹는다고 한다. 사랑이라곤 1도 없는 모습이다.
리코피쉬 피자는 표면적으로는 개리와 알라나의 서툴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내세운다. 그러나 추억팔이를 핑계 삼아 문제 있는 남자들을 닮을 수밖에 없었던 소년 개리, 그리고 당시 사회의 한계 때문에 선택지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던 능력 있는 여자 알라나를 통해 그 속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영화는 그녀가 만나는 문제적인 3명의 남자를 통해 그 한계를 보여준다. 술을 먹고 다른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영화 제작자, 알라나가 다침에도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늙은이 등. 문제적인 남자들 뿐이다. 그 탓에 개리가 정말 착한 남자로 보일 지경이다. 개리도 알라나와 의견이 안 맞았던 탓에 계속 다퉜음에도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결국 개리가 지닌 야망은 성취된다. 알라나는 개리의 부인이 되고, 그들은 함께 거리를 달려나가며 그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개리의 뒤에는 여전히 3명의 문제적인 남자들이 남아 있다. 개리가 변하지 않는 한 알라나는 이후 개리의 꼭두각시로 남게 될 것이다. 다른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씁쓸함을 일으키는 장면이다.
그 씁쓸함은 사랑이 언제나 우리의 뜻대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결론을 전달한다. 그러나 폴 토머스 앤더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시대적 한계와 씁쓸한 현실도 같이 드러낸다. 마치 감초(licorice)와도 같은 달콤씁쓸함이다. 그 감초 껍질 뒤의 달콤씁쓸함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
- 영화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2014)> 리뷰
다비드 뤔 감독의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2014)>는 할리우드에서 그려내는 신세대 뱀파이어 -인간 흡혈을 거부하거나, 인간 사회를 동경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는-와 달리 고딕풍 유럽 전설의 냄새를 잊지 않은 작품이다. '노스페라투(Nosferatu)'라는 별칭까지 활용하며 지극히 전통적인지라 현대에 이르러선 오히려 잊히고 만 뱀파이어의 전승을 구현한다. 마늘을 기피하거나, 강박적으로 숫자를 세고 관 속에서 잠들며, 햇볕을 피해야 한다던가, 누군가의 장소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감독은 뱀파이어에게 숙명적으로 따라오는 '떠도는 자'의 운명을 삭제하고 범접 불가능한 초월자의 모습 대신 병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영화의 무게를 반감시켰다. 이에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가벼운 코미디로 즐기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 소재를 다룬 여타 다른 작품처럼 인간 존재/주체에 대한 인식론적 담론 위에서 이해해도 괜찮을 듯하다.
이미지 출처: IMDb이야기의 골자는 이렇다. 수백 년을 살아온 뱀파이어 폰 쾨즈뇜 백작(토비아스 모레티)은 자신의 부인인 엘사(자넷 하인)와의 삶에 염증을 느낀 지 오래다. 백작부인은 스스로의 모습을 잊은 지 오래인지라 끊임없이 쾨즈뇜 백작에게 자신의 외모를 묘사해달라고 요구하는데, 그 한 두 마디조차 이젠 지겹기 그지없다. 그런 그가 햇볕에 스스로를 내맡겨 자살하지 않은 까닭은 그저 오래전 환생을 약속한 연인 나딜라 때문인데,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지친 그는 프로이트 교수(칼 피셔)에게 심리 상담을 요청한다.
프로이트 교수에게 찾아오는 환자는 여럿이지만, 그의 집에 드나드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화가 빅토르(도미닉 올라이)다. 그는 프로이트가 상담하는 환자의 꿈을 들으며 화폭에 옮긴다. 그런데 늑대인간과 관계를 맺고 어두운 숲 속을 헤매는 인물의 모델은 동일한 인물이다. 바로 자신의 여자 친구 루시(코넬리아 이반칸). 빅토르는 눈을 감고도 루시를 완벽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지만, 정작 루시는 빅토르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못마땅해한다. 빅토르는 갈색 머리칼을 묶고 바지를 즐겨 입는 루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자신이 소망하는 구불거리는 금발과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IMDb전통적으로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문학은 이분법적 구도 위에서 성립한다. 선과 악, 질서와 혼란 등이 그 간결한 예시다. 뱀파이어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성을 상정하며 인간 존재가 꿈꿀 수 없는 극단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니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묘사하는 뱀파이어는 죽은 자의 귀환을 이끌며 혼란을 발생시키는 두려운 자로 인간과 대비되었고,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원작은 앤 라이스의 소설이지만, 이 글에선 영화에 한정하여 이야기하도록 한다- 에서 뱀파이어 루이와 레스타는 뱀파이어로의 삶을 선택하였음에도 끝없는 허무와 혼란에 방황하고, 클라우디아는 성장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고착화된 시간 속에서 참혹함을 느낀다. 이렇듯 뱀파이어 세계와 인간 세계의 뚜렷한 대비는 독자/시청자인 우리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돌이키게 되는 계기가 되곤 하는데,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그 궤가 다소 다르다. 뱀파이어가 사는 세계와 인간이 사는 세계의 레이어는 분명히 겹쳐있고, 그들이 영위하는 사회의 경계선은 불분명하다. 이러한 배경이 성립될 수 있었던 까닭은 영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은 뱀파이어/인간 세계의 대비가 아니라, 등장하는 주요 인물 각자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욕망이란 사회를 꾸리는 종족이라면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무엇이지 않던가.
이러한 전략을 위해 뱀파이어는 인간을 압도하는 존재로 설정되지 않았다. 물론 이슬람 광신도에게 사망했다는 연인 나딜라의 이야기나 성에 사는 귀족으로 이미지화된 쾨즈뇜 백작의 모습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며, 한 마리의 야생늑대처럼 빠르고 강하며 흡혈을 망설이지 않는 백작부인의 모습은 뱀파이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전설을 떠올리게끔 한다. 그러나 뱀파이어의 능력은 위계질서를 만들 만큼 강력하지 않다. 물리법칙을 어기는 종족임에도 백작은 심리적으로 지쳐 상담을 필요로 하거나, 과거에 잃은 사랑을 기다렸으며, 백작부인은 자신의 모습을 잊어 인간 화가 빅토르를 찾아간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뱀파이어는 결코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는 뱀파이어의 흡혈 장면에서 선악을 논하지 않고, 범법을 무신경하게 저지르는 뱀파이어의 고뇌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영화 제목에 '뱀파이어'가 삽입되어 있고, 사건의 시작이 첫사랑을 잊지 못한 폰 쾨즈뇜 백작에게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대상화된 타자이다. 달리 말하자면, 감독이 주목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루시-혹은 루시의 욕망-다.
이미지 출처: IMDb위에서 말했듯 루시는 갈색 머리칼을 묶고, 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레스토랑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 긍정하는 여성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겠다고 말했으면서도 은연중에 변화를 갈망하는 빅토르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한다. 이런 상황에서 루시와 폰 쾨즈뇜 백작이 만난다. 프로이트 교수의 집에 놓은 루시의 초상화를 발견한 백작은 그가 자신의 옛사랑 나딜라와 놀라우리만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챈다. 빅토르가 캔버스 위에 상상 속 루시를 구현했다면, 폰 쾨즈뇜 백작은 기억 속 나딜라를 루시를 통해 복원하고자 한다. 두 남자는 모두 루시 앞에서 사랑을 논하지만, 루시라는 인물이 지닌 본연의 욕망(존재하는 그대로 사랑받고자 하는 소망)은 거듭 소외된다.
백작부인의 욕망 역시 영화 내에서 소외당하는 듯 보이나, 이는 백작부인 개인으로서의 소외라기보단 뱀파이어 종족 자체의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라 보아야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백작부인은 '여성 뱀파이어'로서 영화 내에서 전통적인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그는 폰 쾨즈뇜 백작보다 더 야성적으로 묘사됨으로써 사회가 관습적으로 요구하는 남녀의 역할을 전복하는, 완전한 괴물로서 기능한다. 둘째, 그럼에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라고 백작에게 요구하고, 루시와는 달리 치장에 매달림으로써 언뜻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다움을 잃지 않은 존재로 나타난다. 즉 백작부인은 한 명의 독자적인 개인이라기보다는, 문화 속 '여성 뱀파이어' 그 자체의 현현이기에 어떤 수를 써도 자신을 볼 수 없는 종족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자아의 욕구(박일아)'를 끊임없이 소망한다. 백작부인은 그러하므로, 최은주(2010)의 표현과 같이 "결코 존재가 가능하지 않은 존재"임을 증명하는 개인이었고, 욕망을 이뤄내지 못한 육체는 끝내 소멸한다.
이미지 출처: IMDb반면 루시는 기나긴 여정 끝에 자신의 욕망을 성취한다. 굳이 '기나긴 여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루시가 뱀파이어가 되는 일이 적지 않게 고달팠기 때문이다. 그는 백작부인에게 물린 이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프로이트 교수의 침대에 놓인다. 그곳에서 흡혈 충동을 느끼고, 인간과는 다른 힘을 얻었다는 우연한 깨달음을 통해 자신이 뱀파이어로 변했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루시는 자기 존재에 대해 조금도 섬뜩함을 느끼지 않는다. 낯섦에 방황하지 않고 루시는 오히려 자신의 힘을 긍정한다.
루시가 느낀, 기존의 정체된 자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루이가 한 선택과는 결이 다르다. 루이가 허무를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성 선택을 하였다면, 루시는 뱀파이어로서 더욱 삶을 풍성하게 살 수 있음을 깨닫고 '뱀파이어 되기'와 '뱀파이어로 살기'를 선택한 셈이므로. 특히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피를 수혈하면 돌이킬 수 있다는 옵션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루시의 '뱀파이어 되기'는 일종의 선택지에 불과할 뿐 운명론적 관점에서 벌어지는 유일하고도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루시가 뱀파이어로 변했던 첫 번째 순간은 어떠한 정보도 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으나 두 번째 순간, 루시는 쾨즈뇜 백작에게 선언한다. 뱀파이어로 살고 싶으며, 나딜라도 루실라도 아닌 루시로 살 것이라고.
이미지 출처: IMDb
많은 영화에서 뱀파이어로 변한 인간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윤리를 손쉽게 저버리고, 욕망을 발현하곤 한다. 그런데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다르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를 사회의 거부, 개인의 불순응, 종족의 본능 등의 사유로 '떠도는 존재'라기보다는 일부분 '정착이 가능한 존재'로 묘사했다는 점에서도 한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루시의 욕망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진 않았을까?
강정구, 김종회 (2011)는 뱀파이어라고 하는, 현실에 부재하는 종족을 상상하고 창작물을 자아내는 일은 곧 "타자를 경유하여 인간 그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빌어 전달하고 싶었던 인간/인간사회의 단면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관람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루시가 힘을 얻었을 때, 공포로 가득한 세상을 열어젖히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나’의 이야기와 분리될 수 없는 너(이혜정, 2020.)"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
참고문헌
강정구, 김종회 (2011). 뱀파이어라는 타자에 대한 상상. 비평문학(40), 7-30
박일아. (2013)."내면화를 통해 장르개념을 탈피한 새로운 유형의 뱀파이어 영화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 변화를 중심으로-" 현대영화연구 9.1 pp.32-56
윤은애 (2010). 라캉(Jacques Lacan)과 여성의 히스테리적 글쓰기. 우리문학연구, 29, 327-363.
이혜정 (2020). 내러티브 윤리학과 여성주의 주체 – 내러티브 윤리학은 여성주의 주체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 철학연구, 127-148.
최은주 (2010). 「성별화된 몸, 그 의미와 잉여의 두께-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영미문화 제10권 3호 한국영미문화학회 275-296.
-
- [BIFF 데일리] 켄 로치는 끝끝내 희망을 길어냈지만…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
United Kingdom, France, Belgium/2023/113
켄 로치 감독/‘아이콘’ 섹션
나눌 게 고통과 슬픔뿐인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켄 로치는 〈나의 올드 오크〉가 이러한 질문을 고민하는 영화라 말한다. 영국의 한 폐광촌.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집값은 나날이 떨어진다. 어떤 회사는 방문 한 번 하지 않고 수 채의 빈집을 사들인다.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져가고, 자신들이 정부와 자본에게서 버려지고 발로 차이는 삶을 산다고 여긴다. 그런 마을에 모처럼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 그러나 그들은 환대받지 못한다. 그들이 시리아 난민이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은 마을이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분노하고 영국 정부의 허가로 마을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위축된다. 긴장이 감돈다.
밸런타인은 광부의 아들로 오랫동안 마을에서 펍을 운영해왔고, 야라는 따뜻한 마음씨에 똑똑한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다. 약자들을 돕는 자선 봉사활동을 해왔던 밸런타인은 친구들이 야라에게 저지른 무례에 유감을 표하며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적대 관계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건 기존 친구를 잃는다 의미다. 밸런타인은 옛 친구와 새 친구 사이에서 점점 난처해진다.
영화는 시리아 난민에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을 무턱대고 비난하지 않는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 무엇도 제공받지 못하는 마을 주민의 분노·박탈감은 시리아 난민들이 모든 인간이 누려 마땅할 권리를 최소한으로나마 누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당하다. 다만 분노의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켄 로치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능숙하고 촘촘한 솜씨로 서로 다른 두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저항, 연대의 계기를 모색한다. 밸런타인과 야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난당하고 파괴되는 모두를 위한 식사 모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공론장은 이미 무너졌다. 그럼 희망은 어디서 길어올 수 있는가? 켄 로치는 두 공동체가 가진 공동의 경험에 카메라를 갖다 댄다. 대처 시대의 광부와 망명을 선택한 난민에게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연대를 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의 청소년이나 난민의 자식들이나 사회적 관계망을 상실한 채 집에만 머물며 우울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제는 서로의 공통된 경험에 접속하게 해줄 계기다. 영화는 말한다. 거창하거나 혁신적인 답은 없다고. 몸을 부대끼며 타자를 향한 적대적 감정을 성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고. 켄 로치는 이번에도 ‘연대’의 내용을 단단하게 채워 넣으며 희망을 말한다.
절망의 시대에 이토록 품위 있는 인간애를 여전히 고수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 말은 그가 그려내는 희망이 절망보다 더 작아 보이기도 한다는 의미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절망의 순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결말부의 희망은 다소 극적이다. 영화가 그려내는 희망이 작위적이거나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처럼 쉬이 도래할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수치심을 잃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가 그 정도로 성찰할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연 이런 모습일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켄 로치는 그가 잘하는 것을 이번에도 잘해냈다. 다만 그의 영화를 보는 나의 감각이 지난 몇 년간 바뀐 듯하다. 나는 더 이상 그가 말하는 희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는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절망 속에서도 켄 로치가 끝끝내 길어낸 희망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1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OTT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CJ ENM과 SK스퀘어의 투자와 협력으로 1년 만에 구체화되었습니다.
합병 비율 등의 거래 조건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나, 내년 가을에 통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감독, 샘 록웰과 재회한다
<쓰리 빌보드>, <세븐 싸이코패스>에서 협업했던 마틴 맥도나 감독과 배우 샘 록웰이 또 한 번 뭉쳐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Wild Horse>는 서치라이트 픽처스를 통해 제작되며, 샘 록웰을 비롯해 오스카 아이작, 크리스토퍼 월켄이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아직 신작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콘텐츠, 2025년부터 쿠팡플레이에서 본다
2022년 TVING과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되었던 파라마운트+가 새로운 둥지를 찾았습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소년시대>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을 제작해 가고 있는 쿠팡플레이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콘텐츠를 포함해 NCIS 및 CSI 시리즈, <헤일로> 등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들은 2025년 초부터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개봉 목표 한국 상업영화 약 10여편
2025년 한국 영화업계에 대한 어두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CJ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5대 투자배급사의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2025년 개봉 예정 상업 영화들은 최대치로 잡아도 10편을 조금 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투자를 결정하고 내년 촬영에 들어가는 작품은 10편도 안 된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
- 직업으로 가져야만 꿈을 이룬 것일까?
교수님께서 좋은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추천해준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와 결이 맞지 않아서 보는 내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언젠가 다시 보면 그 의미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의문덩어리인 작품인 듯 싶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시놉시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수안보로 가던 중 섹스폰 주자 현구는 밤무대 밴드 생활에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순수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든 생활인으로 변해있다.
약국을 하고 있는 민수는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있고, 시청 건축과에 근무하는 수철은 환경운동가가 되어있는 인기와 시위가 있을 때마다 마찰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성우에게 음악의 지표였던 음악학원 원장은 알콜 중독에 빠져 출장밴드를 하는 폐인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는 남편과 사별하고 트럭 야채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성우는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되새기며 이들의 변화에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여자를 좋아하는 올갠주자 정석은 여전히 여자들을 꼬시며 문제를 일으킨다. 강직한 드러머 강수는 목욕탕의 때밀이 아가씨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정석만큼의 재주가 없어 데이트 한번 변변히 못하는데. 정석이 때밀이 아가씨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게 된 강수는 정석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껴 큰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대마초에 손을 대게 된다. 결국 강수는 밴드를 떠나고 밴드가 해체 위기에 놓이자 성우는 급하게 음악학원 원장을 팀에 합류시킨다. 그러나 여자 문제로 계속 골치를 앓는 정석과 알콜 중독이 심각한 원장과 팀을 이끌어가는 것은 성우에게 버겁기만 하다.
부산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현구나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게 된 강수 역시 밴드 생활을 접고 살아가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다. 고단한 현실에서 어린 시절의 꿈 맞닥뜨린 성우에게 이제 선택이 남아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빛바랜 이야기에서 찾을 수 없었던 긴장감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크게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 작품을 영화관이 아닌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집이라는 환경 속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간 봐왔던 작품들은 조금 집중이 흐트러지다가도 긴장 포인트를 잡아서 순간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어떠한 긴장감도 불어넣지 못하는 단조로운 카메라 무빙과 정말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들. 뭔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그 무언가가 전혀 내재되어 있지 않아서 보는 내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밴드영화에서 왜 사로잡는 음악이 없을까?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큰 주제로, 그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 밴드를 이용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재로 밴드를 선택했다면 적어도 밴드 씬만큼은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적어도 한 컷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치기엔 내 귀를 사로잡는 연주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밴드 씬들은 그저 직장인 아침이 돼서 출근하고 저녁이 되면 퇴근하듯이 노래와 의상만 바뀌고, 시작하는 장면도 끝나는 장면도 똑같다. 카메라 구도도 달라지는 것이 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사람들이 나이트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밴드가 굳이 소재로 쓰였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속세에 적응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왜 밴드가 사용되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해결되지 않았다.
과연 꿈을 버린 것일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엔딩이었다. 영화의 엔딩은 여수로 내려간 성우와 성우의 첫사랑 인희가 보컬로 들어오면서 카바레에서 노래를 부르며 끝이 난다. 너무나도 힘든 현실이지만 어떤 환경 속에서도 어렸을 적 꿈꿔왔던 ‘밴드’라는 굼을 꾸고 이를 지키려고 애쓰는 자를 두둔한다.
그런데 과연 어렸을 적 꿈궈왔던 것을 꼭 직업으로 선택해야만 그 꿈을 이룬다고 볼 수 있을까?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그 꿈을 버린 것으로 그 사고를 제한하는 프레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 환경이 있고 어렸을 적 꿈을 모두가 이루며 살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꿈을 버.렸.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안타까웠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제와 나의 가치관이 꽤 맞지 않아서, 그리고 영화의 진행방식이 나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
- 9월 4주 최신 개봉영화(캔디맨, 나의흑역사 로맨티카, 로빈의 소원, 아하 테이크 온미, 종착역)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캔디맨 #나의흑역사로맨티카 #로빈의소원 #아하테이크온미 #종착역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
- 태평양에서 227일 동안 호랑이와 동거한 남자 #6
환몽(幻夢) CINE 리뷰 6화_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 해석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So which story do you prefer?”)3.14159265358979...
원주율(Pi, π)만큼이나 무한한 이 영화의 해석!
이 영화가 질문하는 숨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안 감독 외계인설?!
-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이야기
- 예민한 당신을 위해 준비한 교묘한 복선
-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라이프오브파이 #영화추천 #환몽씨네
-
- 영화 <두 낫 리플라이> 메인 예고편
-
- 영화 <글래디에이터 2> 2차 예고편
권력, 음모 그리고 복수 위태로운 로마의 운명이 걸린 결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