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Anonymoushilarious2022-08-28 22:48:54

<오래된 영화도 다시 보자> 1

오만과 편견 리뷰

새로운 영화를 찾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나에게 있어 그런 영화는 '엠마', '작은 아씨들' 등의 서양 시대극들이다. 그 중에 하나가 '오만과 편견'이다. '여자는 결혼으로서 완성되는 존재'라는 구시대적인 관념이 팽배해 있긴 하지만 그 지점을 비판만 하기에는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다. 유치한 사랑의 표현은 없지만 그런 표현이 없어서 오히려 더 설렌다. 오늘은 '오만과 편견'을 한 열 번은 보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1. 책 오만과 편견을 읽은 중학생 나자신

 

 

당시 나는 15세였다. 그저 고전을 읽을 줄 아는 똑똑한 여학생이 되고 싶다는 지적 허영 아래 읽었을 뿐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아, 고전은 어려워서 고전이구나' 했었다. 텍스트만 읽고서는 이들이 어떻게 연인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혐관 서사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하고 끝나는 이게 왜 유명한 고전인 거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 당시 나는 그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어렸고, 그 미묘한 감정을 텍스트로 표현한 책을 이해하기엔 어휘력도 부족했다. 그 이후 나는 한 동안 고전을 읽지 않을 정도로 '오만과 편견'은 나에게 편견을 심어준 책이었다.

 

 

 

2. 영화 '오만과 편견'을 접한 고등학생 나 자신

 

 

당시 나는 18세 언저리였을 것이다. 나이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때, OCN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내 허벅지를 연신 치며 나는 과거 몰매했던 중학생 나자신을 떠올렸다. 그제서야 이게 왜 로맨스인지를  남자 배우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텍스트로 읽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랑에 빠진 눈빛을 다아시 역의 배우가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사랑의 시작점이 어디서부터였는지 이해할 순 없었다.

 

 

 

3. N차 관람을 했던 대학생 시절의 나 자신

 

 

대학생 시절에는 꽤나 여러번 봤었다. 관람 회차를 늘려갈수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오만과 편견'에서 나쁜 역할은 엘리자베스였다는 것. 물론 다아시의 행동에 무심함과 오만이 담겨 있긴 했지만 그걸 천하의 나쁜 놈으로  둔갑시킨 것은 엘리자베스의 확신에 찬 시선이었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다아시의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낯가림과 비슷해 보였다. 신중하게 내 사람만을 바라보는 그런 성격 말이다. 그 시절의 그 정도의 부자였기 때문에 소중한 내 사람만을 둘 수 있는 여건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집 딸인 엘리자베스 시각에서는 사교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결혼 시장에서 먹히려면 어느 정도 진심을 감추고 웃는 낯을 유지해야 했기에 그런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의 사랑에 방해가 되었던 것은 집안의 격차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 영화가 좋다. 결말은 제일 결혼 못할 것 같았던 엘리자베스가 가장 부자에게 시집가는 해피엔딩이라고만 단순히 평가하기엔 서사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여자는 결혼으로 완성된다'는 관념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여성들에게는 당연한 법칙 같은 것이었기에 현 시대의 관점에서 옭고 그름을 평가할 수 만은 없다. 집안의 환경 격차로 인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던 두 남녀가 사랑으로 합치되는 과정을 세밀한 심리 묘사로 표현해내었다. 몰이해가 이해가 되고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는 미묘한 서사가 이 영화를 꾸준히 보게 만드는 요인이고, 그 미묘한 서사를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눈빛, 제스처가 관객을 미치게 한다.

 

 

 

아, 동일한 이유로 좋아하게 된 또다른 시대극은 '엘리자베스 개스갤의 남과 북'이었다. 이런 시대극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쓰다보니 구구절절해졌는데, 안 보신 분들은 보시라는 뜻이다 ㅎㅎ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88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