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1-27 11:11:28
쿠데타와 재즈의 역학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하비에르 마리스칼과 페르난도 트루에바의 첫 번째 협업 영화인 〈치코와 리타〉(2010)에서도, 정치는 넘실대는 낭만의 뒤편에 분명하게 도사라고 있었다. 이 영화는 1950년대의 쿠바 아바나와 뉴욕이라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연인이자 음악가인 치코와 리타의 상승과 하강을 그려낸다. 혁명을 앞둔 쿠바와 인종차별이 횡행하지만 아메리칸드림 역시 가능하던 시절의 뉴욕, 두 공간 사이에서 샘솟는 긴장은 진득한 재즈 선율과 함께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두 사람을 향한 애잔한 마음을 샘솟게 해주는 하나의 그럴듯한 무대가 되어주었다. 모든 것이 좌절된 후 쿠바로 돌아왔으나 혁명 이후 재즈가 ‘제국주의 음악’이라는 이유로 억압받는 장면 역시 별 관계가 없어 보이던 정치와 음악의 연결점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협업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에서, 정치와 음악이라는 문제의식은 더한층 분명하게 도드라진다. 영화는 한 기자가 브라질의 보사노바를 취재하러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재즈와 삼바를 혼합해 1960년대에 태동한 보사노바는 음악사에 있어 영화의 누벨바그라 불릴 정도로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선 흐름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를 경험한 한 뮤지션이 자랑스레 회고하듯, 그 시대 사람들은 극장에서는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을 봤지만 바와 클럽에서는 보사노바를 즐겼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취재원은 만약 보사노바가 맥없이 단절되지 않았더라면 브라질 음악이 세계 음악의 중심이 되었으리라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왜? 왜 보사노바는 어느 날 갑자기 위기를 맞은 걸까?
남미를 휩쓴 쿠데타 때문이다. 1963년 브라질, 1973년 칠레(그 유명한 피노체트의 쿠데타), 1976년 아르헨티나……. 1960~70년대의 남미는 쿠데타의 시기였다. 민주적으로 집권한 좌파 세력이 남미를 장악할 것을 우려한 미국의 묵인하에 군부 세력이 불안에 떠는 우파의 구원자로 등장했고, 남미는 쑥대밭이 되어 오늘날까지도 그 후과에 시달리고 있다. 쿠데타 이후 남미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로 불쑥 체포되었고, 체포당한 자는 고문에 시달리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실종 상태로 처리되었다. 국가가 주도한 테러였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핵심으로 하는 재즈가 인간의 정신과 사상을 검열하는 체제와 화목하게 공존하기는 어려웠다. 개인의 정체 성향 문제가 아니다. 그저 재즈와 독재의 본질적인 성향이 극단적으로 달라서다. 보사노바는 이렇게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있다.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적 재즈 피아니스트였으나 단 한 장의 정식 앨범만 남기고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사람. 샌드위치, 혹은 담배를 사 오겠다는 메모를 남기고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곧 다섯 번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었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영영 사라져버렸다.
보사노바 취재기를 엮어 책으로 낼 계획이던 기자는 점점 테노리우의 이야기에 마음이 쏠리고, 어느새 그와 관련된 모든 기억과 흔적을 찾는 데 몰두한다. 동료 음악가, 가족, 연인을 만나며 그는 점차 재즈 피아니스트 테노리우에 관한 음악적, 인간적 퍼즐을 맞춰나간다. 기자는 결국 테노리우의 최후를 확인한다. 아르헨티나 투어 중 납치되어 고문당하다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사살된 후 버려졌다는 것. 이 사건에는 단지 촉망받던 장르의 천재 한 명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죽었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후 브라질 음악이 독재 세력과 대기업에 의해 주도된 것은 재즈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3분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틀에 박힌 형식은 재즈 뮤지션들의 역량과 지향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테노리우의 죽음은 브라질 음악의 죽음에 대한 메타포였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치코와 리타〉는 다채로운 색감과 귀를 간질이는 재즈 선율로 인한 감각의 즐거운 자극, 그리고 그로부터 인상적인 이야기를 빚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음악과 정치를 버무려 낭만과 폭력의 시대를 통과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말이다. 다만 전작이 멜로드라마풍의 끈적거리는 판타지 로맨스라면, 이번 작품은 씁쓸함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다르다. 〈치코와 리타〉가 좋았다면, 혹은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가 괜찮다면 같은 듯 다른 전작 혹은 최신작을 함께 감상하며 재즈와 함께 부풀어 오르다 의기소침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일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3월 2주 차 씨네랩 개봉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벌써 3월의 첫째 주가 지나갔네요.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합니다.
그럼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분께 개봉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3월 둘째 주에는 어떠한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요: 드라마 | 한국 | 117분
감독: 박동훈
출연: 최민식, 김동휘 등
개봉: 2022월 3월 9일
배급사: 쇼박스줄거리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관전 포인트
3년 만에 돌아온 배우 최민식, 250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의 만남.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등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주로 출연했던 배우 최민식이
감성적인 영화에 나온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쉬리> 이후 22년 만에 이북 사투리를 연기하는 최민식 배우의 모습 또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영화의 메인 음악인 '파이(π) 송' 커버 영상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파이(π) 송'이란 원주율인 파이의 숫자를 음표로 삼아 만들어진 곡입니다. 커버 릴레이는 벌써 무려 1000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들까지 각자 자신을 '수포자'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학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수학을 모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위로와 격려가 되는 따뜻한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랙라이트
개요: 액션 | 미국 | 104분
감독: 마크 윌리엄스
출연: 리암 니슨 등
개봉: 2022월 3월 9일
배급사: (주)퍼스트런줄거리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요원 ‘트래비스’(리암 니슨)는 한 요원의 사망으로 조직의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한다!
추악한 악행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모든 걸 끝내기 위한 그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리암 니슨 x <분노의 질주: 홉스&쇼> 제작진
<테이큰>을 시작으로 액션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 리암 니슨의 출연,
거기에 더불어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제작진이 영화에 참여해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또한 전문가에게 FBI에 관한 조언을 받아 무기를 활용한 액션 장면을 촬영하였기 때문에 캐릭터의 사실성이 높을 거라 예상합니다.
카체이싱과 리암 니슨의 액션에 주목하여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월드 히어로즈 미션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4분
감독: 나가사키 켄지
출연: 오카모토 노부히코, 야마시타 다이키 등
개봉: 2022월 3월 9일
배급사: (주)스마일이엔티줄거리
전 세계 개성 보유자 섬멸을 목표로 하는 수수께끼 조직 휴머라이즈. 그들이 각국에 설치한 '이디오 트리거 밤'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 선발 히어로 팀이 결성된다! 세계 각국의 프로 히어로와 유에이 고교 히어로과 학생들이 소집되어 각 지역에서 폭탄 회수 임무를 맡게 되는데…
엔데버 사무소에서 인턴 중인 미도리야, 바쿠고, 토도로키는 오세온에서 작전 수행 중,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미도리야는 이를 계기로 만난 운반책 소년 로디와 함께 경찰, 빌런의 공격을 받으며 전국에 지명수배된다.
한편, 휴머라이즈의 지도자 플렉트 턴이 범행을 예고하며 세계는 패닉에 빠지고, 히어로 팀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위험을 무릅쓰고 폭탄 회수에 나서는데…
제한 시간은 단 2시간! 전 세계와 히어로들의 미래가 '그들' 손에 달렸다!
관전 포인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86%, 관객 점수 95%
누적 발행부수 6,500만 부를 돌파하고, 전 세계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나의 히어로 아케데미>!
티저와 스페셜 포스터 공개만으로도 사람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스텔스 슈트', 프로 히어로들까지 총출동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첫날 흥행 수익은 3억 엔으로 전작보다 2배가 넘는 수익을 달성했고, 총수입은 $46,567,849 달러(한화로 약 574억)를 돌파했습니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개요: 드라마 | 핀란드 | 82분
감독: 티무 니키
출연: 마리아나 마야라 등
개봉: 2022월 3월 10일
배급사: (주)슈아픽처스줄거리
난치병인 다발 경화증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은 야코는 연인 시르파와 전화로 원거리 연애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혈액염을 앓고 있는 시르파로부터 치료를 위한 약을 쓰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야코는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 안전한 집을 벗어나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나는데...
관전 포인트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된 작품입니다.
이름부터 굉장히 독특한 이 영화, 감독의 연출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굉장히 몰입도가 높은 영화이자,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영화입니다.
레벤느망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00분
감독: 오드리 디완
출연: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등
개봉: 2022월 3월 10일
배급사: (주)영화특별시SMC줄거리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관전 포인트
심사위원 만장일치, 황금사자상 수상작
<레벤느망>은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클로이 자오 감독, 버지니아 에피라 배우, 사라 가돈 배우,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 등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여러 언론으로부터 극잔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선정한 2021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씨네랩의 개봉작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영화와 함께 즐거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또 새로운 개봉작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한국 박스오피스를 한국 박스오피스를 견인한 영화
디즈니-마블의 액션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가 개봉주 주말, 매출액 점유율 80.2%를 기록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극장 최고 매출을 경신하였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블랙 위도우>는 개봉일 당일에만 2,465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어 1,975,849,660원의 매출을 기록하였는데요. 덕분에, 주말 3일 동안 국내 박스오피스는 전주 대비 60%가량 상승한 126억 원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디즈니’와 ‘여성 주연’ 영화라는 특성을 공유하는 <크루엘라> 역시 역주행 중에 있는데요. 개봉 2달 차에 접어든 ‘엠마 스톤’ 주연의 실사 영화 <크루엘라>는 꾸준한 관객몰이를 통해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로 인하여 뜨거운 건 국내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7월 9일, 디즈니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와 북미 극장에서 동시 공개된 <블랙 위도우>는 개봉 이후 3일 동안 북미 극장에서만 8,000만 달러(약 917억 원)을 쓸어 담으며 역시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였는데요. 디즈니 플러스 측에서 처음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30의 추가금을 지불하고 대여 가능한 <블랙 위도우>는 같은 기간 동안 6,000만 달러(약 688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지금까지 디즈니 플러스가 진출한 모든 나라에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나타샤 로마노프의 10년 만의 솔로무비 <블랙 위도우>는, 7월 11일 기준 총 46개국에서 7,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자국 박스오피스와 동등한 수치를 보였는데요. 북미와 세계 박스오피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의 매출까지 합산하면 <블랙 위도우>는 개봉 첫 주에만 2억 1,500만 달러, 즉 2,466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한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 ‘중국’ 시장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블랙 위도우>의 기록이 어디까지 상승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요. 중국 시장은 ‘마블’ 영화가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시장이기에 더 기대되는 바입니다.
이러한 성공과 함께, ‘디즈니’는 분노의 질주와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주연이 만난 <정글 크루즈>의 7월 30일 OTT&북미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고, 이후 개봉 예정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경우는 디즈니플러스 공개에 앞서 45일간 극장 선공개를 택했는데요. 이 두 편의 성패가 11월 5일 개봉을 앞둔 마동석 출연의 <이터널스>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밝혔습니다.
최근, 대작들의 개봉과 함께 매주 박스오피스 기록이 경신되고 있는 가운데
<블랙 위도우>가 어느 정도의 기록까지 낼 수 있을지 같이 지켜봐주시길 바라며,
<블랙 위도우>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마음까지 적시는 우중 영화 8선
비가 오면 고민이 더 깊어지기도, 오히려 마음이 환기되기도 하는데요.
영화에서도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극적인 장치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마음까지 적시는 우중 로맨스 영화 8선을 소개합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상상해 봐요 막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 센트럴 파크 델라코트 시계 아래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재즈를 사랑하는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영화에 푹 빠진 ‘애슐리’(엘르 패닝) 뉴욕이 좋은 ‘챈’(셀레나 고메즈) 매력적인 세 남녀가 선사하는 로맨틱 해프닝!
폭풍의 언덕
영국 요크셔 지방, 황량한 들판의 언덕 위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가 있다. 그곳의 주인 언쇼는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고아소년 히스클리프를 데려온다. 언쇼의 아들 힌들리는 일방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하지만, 딸 캐시는 마치 운명처럼 히스클리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언쇼가 죽은 후 힌들리의 학대가 시작되고 캐시가 근처 대저택의 아들인 에드가와 결혼하게 되자, 히스클리프는 말없이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몇 년 후 부자가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를 결심하는데…
언어의 정원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를 스케치하러 간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키노’라는 여인과 정원에서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비록 이름조차 모르지만 걷는 법을 잊어버린 그녀를 위해 ‘다카오’는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갈 무렵, 그들 사이에는 뭔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는 듯한데…
제인에어
그녀, 제인에어!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19세기 귀족사회에서 가난한 고아로 태어난 제인 에어! 여인의 교양이 아닌 지성을 택한 그녀는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가 된다. 그 곳에서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에게 영혼이 통하는 운명 같은 사랑을 느끼는 제인! 그, 로체스터! 정해진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제인에게 매혹되는 로체스터! 그는 끊임없이 제인의 사랑을 시험하고 갈구한다. 신분과 계급차이에도 불구하고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 그리고 시작된 운명적인 사랑!! 하지만 시대는 그들의 사랑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저택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면서 결국 로체스터를 버리고 손필드를 떠나는 제인! 하지만 로체스터와 제인의 운명적인 사랑은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데!
미드나잇 인 파리
약혼자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를 두고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오웬 윌슨)은 종소리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타게 되고 그곳에서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조우하게 된다. 그 날 이후 매일 밤 1920년대로 떠난 '길'은 평소에 동경하던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꿈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매혹적인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세기를 초월한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쉘부르의 우산
프랑스 노르망디 해협의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어머니의 우산가게 일을 돕는 ‘쥬느비에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는 사랑에 빠진다. 팍팍한 현실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린 연인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의 군 입대로 둘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
4월 이야기
도쿄 근교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을 결심한 우즈키는 홋카이도에 있는 가족과 작별인사를 마친 뒤 도쿄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무사시노라는 한적한 동네에 거처를 정한 후 그녀는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생활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고 작은 모험과 경험들을 하게 하고 동시에 시련을 겪게 한다. 비현실적인 낚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웃집 여자와 이상한 만남을 갖는 등 생소한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우즈키는 동네에 있는 서점에 자주 들리게 되는데.. 마침내 동네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 그녀가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 점차 밝혀진다. 과연 우즈키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헤어질 결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
- [JIMFF 데일리] 자기만의 길을 가요, 짐짓 꾸며내지 말고
- 포저PoserCast감독: 오리 세게프, 노아 딕슨출연: 실비 믹스, 바비 키튼 외Synopsis존재감 없는 ‘레넌 게이츠’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인디 음악계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자신이 동경하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야망을 발견하는데, 자신감과 재능이 넘치는 ‘바비 키튼’과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바비’는 ‘레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것을 권유하고 ‘레넌’은 곧 집착의 길로 들어선다.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Review혹시 좋아하는 인디 뮤직이 있으신가요? 인디 뮤직은 음반 제작을 비롯해 유통, 홍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해내는 뮤지션의 음악을 말합니다. 인디 뮤지션들은 음반 제작사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개척자입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인디 뮤직은 음악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죠.인디 뮤직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자신 있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레넌'의 이야기를 담은 픽션 영화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직에 집중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스릴러적 감각에 젖어 들고 마는 매력적인 작품이죠.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경쟁 섹션에 이름을 올린 영화 <포저>입니다.⊙ ⊙ ⊙짐짓 꾸며내는 사람, 포저(Poser)의 이야기<포저>는 인디 뮤지션이 되고픈 ‘레넌'의 그릇된 욕망을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내는 영화입니다. ‘레넌'은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 녹음기로 세상의 소리를 수집하는 인물입니다. 지역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음악계에 속하기를 간절히 소망하죠. 하지만 공연장 안 ‘레넌'의 모습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마냥 불편해 보입니다. 그녀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신나게 즐길 만큼 배짱이 좋지도 않고, 존재감마저도 미약한 사람이거든요. 팟캐스트에 인디 뮤지션의 시크릿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놓고도, 정작 그녀는 공연장에 들어가는 방법조차 알지 못합니다. 인디 뮤직계에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발을 들이지 못한 ‘레넌’이 할 수 있는 일은 동경하는 뮤지션과 비슷하게 화장하고, 그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 해보는 것뿐이죠.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여러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던 ‘레넌'은 우연히 동경하던 뮤지션 ‘바비'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를 포함한 뮤지션들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죠. 그 자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바비'와 친분을 쌓고, 음반 제작까지 권유받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상과 음악계로부터 인정 받은 ‘레넌’의 노래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레넌'은 짐짓 꾸며내는 사람, 포저(Poser)였거든요.인터뷰에서 들은 뮤지션의 음악을 그대로 베껴 부르고, 물고기를 싫어한다는 ‘바비'의 말에 이름까지 붙여 키우던 물고기를 변기에 흘려보내며, ‘바비'와 한 팀인 ‘Z 울프'가 가면을 벗지 않고 활동하자 자신과 밤을 보내는 남성에게도 가면을 씌우는 ‘레넌'. 음악계에 속하기를 갈망했던 그녀는 다른 음악인의 정체성을 자신의 것인 양 꾸며냄으로써 그 안에 들어갑니다. 빼앗은 노래, 빼앗은 정체성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적 인정을 받기 시작한 ‘레넌’은 결국 모방에 대한 집착을 억제하지 못하죠.⊙ ⊙ ⊙창작의 필요 조건, 모방 아닌 오리지널리티모방은 창작의 모체이고, 영감은 창작의 자극제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예술가들도 모방과 영감의 가치를 힘주어 이야기하곤 하죠. 그러나 모방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모방은 손쉽게 절도가 됩니다.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이러한 이유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죠. 오늘날은 ‘레넌'처럼 소리를 수집하거나 인터뷰에 나서지 않아도 뛰어난 예술가의 훌륭한 창작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달리 말하면 포저가 되기 쉬운 세상이기도 하죠. 꾸준히 자기 창작물을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동경심에 시작한 모방일지라도 쉬이 표절로 변하고 맙니다.<포저>의 주제 의식은 ‘레넌'에게 가장 맛있는 감자 칩은 반으로 접힌 감차 칩이라는 예찬을 펼치는 한 남성의 입을 통해 전해집니다. 반으로 접힌 감자 칩 맛을 흉내 내려고 감자 칩 두 개를 겹쳐 먹어도, 반으로 접힌 감자 칩의 맛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예찬론인데요.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창작은 절대 모방에서 비롯될 수 없습니다. 창작의 핵심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니까요.영화를 끝까지 보면, 소리를 수집하고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는 ‘레넌’의 행동이 실은 ‘예술성 절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그녀는 몰랐겠지만, 사실 ‘레넌’에게도 오리지널리티는 있었습니다. 디지털로 녹음한 소리를 굳이 테이프로 재녹음하는 아날로그 마니아라는 정체성 말입니다. 만약 소리를 정직하게 담으려는 열정을 오리지널리티로 살려 음악을 했더라면, 그녀는 언젠가 음악계에 당당히 발을 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종국엔 정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음악계에 진출해 버렸지만요.그런데도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녀를 향한 연민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소속과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소속감은 그 집단이 보내는 인정에서 옵니다. 뮤지션들이 인정해주는 음악을 만들면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작가들이 인정하는 글을 쓰면 작가로 인정받죠. 소속감과 인정 모두 창작의 필요 조건은 아니지만,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확실한 힘이 됩니다. 하지만 <포저>는 창작자라면 한 번쯤 겪는 유혹의 순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예술의 가치가 소속과 인정, 모방 따위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확신, 그것이 창작의 진정한 필요 조건입니다.⊙ ⊙ ⊙인디 뮤직의 세계를 흥미롭게 조명한 <포저>는 인디 뮤직에 대한 두 감독의 애정과 열정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인디 뮤지션들을 인터뷰하는 ‘레넌'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영화 속 뮤지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퀴어 데스 팝, 익스페리멘탈 팝, 인디 포크, 얼터니티브, 폐차장 디스코까지, 상영 시간 내내 다양한 인디 뮤직의 향연이 펼쳐집니다.놀라운 사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 대부분이 실제 인디 뮤지션이라는 점입니다. ‘레넌’이 훔친 노래의 주인인 인디밴드 WYD와 동경의 대상 ‘바비’도 극 중 이름과 같은 활동명의 인디 뮤지션이죠.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지켜보면 짧게나마 그들의 실제 공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음악을 짐짓 꾸며내는 포저가 되지 않기 위한 두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Schedule in JIMFF2022.08.12(금) 메가박스 제천 2관 17:002022.08.14(토) CGV 제천 2관 10:00
-
- <레이디버드>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젖은 채 새크라멘토를 운전하는 크리스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본 어떤 인간의 모습도, 그토록 우수에 차 있지 못했다. 지금껏 마주한 그 누구도 그녀만큼 성장을 대변하지는 못했다.
성장을 절감하는 순간은 내 과거가 가여워질 때가 아닐까. 탈주하고 싶었던 곳들이 짠하게 느껴질 때. 구현하고 싶던 미래들에 억지로 나를 껴 맞추던 과거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 이제껏 가져온 것들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음을 깨달을 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어린 크리스틴은 크리스틴을 사랑해주지 못했다. 그 이름에서 도망치고 싶을 만큼 '나'를 증오했다. 대신 내가 원하고 바라는 '나'만을 사랑했다. 내 머릿속에서 수없이 상상하고 그리며 수많은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해낸 완벽한 나 - 레이디버드만을 사랑했다. 그러나 레이디버드라는 이름과 인격을 향한 집착은 그녀의 사랑의 방향이 자아가 아닌 '완벽성'을 향해 있었음을 반증한다. 완벽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미완의 자신도, 타인도 결코 사랑할 수 없다. 영화의 막바지 크리스틴이 참회의 감정을 느끼는 대상은 다수이겠지만 가장 크게 미안함을 느끼는 대상은 자기 자신일 테다. 완성형의 꿈은 미치도록 사랑했으나 완성된 꿈을 꾸는 진행형의 나는 사랑해주지 못했던 그 시절을 반추하며, 그녀는 후회가 곁들여진 사랑을 곱씹는다.
Different things can be sad.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레이디버드의 슬픔 앞에서 이라크 전쟁에서 죽어가는 민간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치 레이디버드의 슬픔은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카일.
레이디버드는 카일과의 섹스가 별로여서 슬픈 게 아니다. 자신이 카일의 첫 상대가 아니어서 슬픈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슬픔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카일 때문에 슬픈 것이다. 이는 즉, 카일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프롬에 가는 날 제니와 제니의 남자친구, 카일은 레이디버드를 두고 "she is so wierd"라는 말을 한다. 나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나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새크라멘토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교회를 찾는 그녀의 모습은 언뜻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더라'와 같은 형식적 교훈을 전하는 여타 성장(을 테마로 하는) 영화를 떠올리게끔 한다. 고통의 해결책을 시간의 흐름에 일임해 현재의 비극성을 지우고 지금의 통증을 간단히 마비시켜버리고자 하는 그런 고리타분한 영화들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중점은 과거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영화는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현재를 위한 거름으로 쓰지 않으며 성장을 지나치게 숭고화하지 않는다. 고통의 존재 이유를 당위적으로 논하지 않고 성장을 결과로 취급하는 성취지향적 태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지나고 보면 다 좋은 추억이니 지금도 견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성이고,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서성이고, 사랑과 증오의 경계에서 서성이다가-
상처받고 상처 준 자신을 끌어안아 보다 더 따뜻한 시선으로 과거를, 현재를 바라보는 성장. 영화는 이런 성장을 이야기한다. 무엇엔가 깊이 아파하던 나를,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던 과거를 연민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하나하나 보듬는 자가 치유에 대해 말한다. 지나온 것들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나온 내가 아름다운 거라고, 스스로를 대견히 여길 수 있는 관용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 크리스틴은 잘 견뎌낸 나를 토닥이고 그때의 나를 위해 눈물짓는 지금의 시간을 격려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가 화해를 말하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를테면 엄마와 크리스틴이 각자의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찬찬히 적셔드는 그런 방식.
엄마는 크리스틴에게 편지를 전하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을 완벽하게, 보기 좋게 전하고자 시도했지만 써도 써도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절망감으로 인해 그녀는 끝내 편지를 밀봉하지 못한다. 그러나 크리스틴을 마음을 녹인 건 완성된 편지도, 완벽한 글솜씨도 아니었다. 끝내 그녀에 손에 들리지 못한 미완의 편지, 서투른 글솜씨, 차마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엄마의 끝없는 진심이었다. 작품은 이곳에서 또 한 번 미완의 것들이 가져다주는 진심과 기적을 조명한다.
미완을 무한으로, andless를 endless로.
어쩌면 유한의 존재인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무한이 아닐까. 마침표 찍지 못한 수많은 마음, 정돈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마음. 이처럼 때때로 우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진실된 화해를 이룩할 수 있다. 그저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에.
사랑이 느껴지는 또 하나의 화해의 씬은 엄마와 크리스틴이 새크라멘토를 운전하는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데에는 언어도, 사과도 필요치 않다. 그저 둘은 같은 공간 속에서 닮은 듯 다른 마음으로 서로를 헤아린다.
미완의 존재들이 미완의 것들로 서로를 치유하고 사랑하는 기적들이 무한 반복되길, 이곳이든 너머이든 어느 곳 누군가는, 완생이 아닌 미생의 존재인 우리에게 끝없는 축복을 보내주길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아니, 날 좋아하냐고.”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를까.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사랑을 택하겠다.
누군가 내게 진심을 고백한다면 그건-
"난 널 좋아하기보다 사랑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널 미워할 수는 있어도 결코 네가 싫어지지는 않을 거야."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고백을 듣는 내가 마음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었으면,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상대의 뜨거운 진심에 손이 다 델지라도 타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기꺼이 체험하는 용감한 사람이었으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추한 것들이 다 부도덕한 것은 아니야."
추한 모습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레타 거윅. 추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녀의 대담함이 삶을 대하는 그녀의 솔직함인 것 같아 새삼 그녀가 참 용기 있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s 어쩌면 모든 꿈은 꿈으로 존재할 때만 아름다운 게 아닐까. 환상처럼 간직하던, 엄청난 상징적 의미를 두던 첫 경험도, 금지되어 온 담배도, 19금 포스터도 결국 경험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처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리월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장하지 못한 장손들의 연대기
둘 이상의 형제자매 관계에서 맏이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동생(들)이 태어난 후에는 관심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 경쟁 상태에 내몰리는 것이 맏이다. 이것이 전 세계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 맏이가 감내해야 하는 보편적 숙명이라고 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맏이의 의미가 사뭇 더 엄중하다. 한국의 가족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맏이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학업을 포기한 맏딸이 남동생의 대학교 학비를 벌기 위해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사태는 이제 거의 없겠지만 오늘날에도 맏딸이나 맏아들은 다른 형제자매들에 비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집안이 기울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는 은근한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맏이와 장손은 또 다르다. 맏이는 딸일 수도 있고 아들일 수도 있지만 장손은 보통 아들만을 지칭한다. 장손은 부계사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 중 하나다. 가족을 가장 중시하는 집안에서 장손은 자신이 누리는 혜택의 크기만큼 거대한 중압감에 시달린다. 게다가 영화 <장손>의 주인공 '성진(강승호 분)'처럼 3대 독자라면? 더군다나 성진의 할아버지 '승필(우상전 분)'이 가족주의의 전통이 강고한 경상도 어느 지역에서 두부 공장을 세워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면? 성진은 부모님을 살뜰히 모시고 조상들의 제사를 챙기는 정도를 넘어서 가업을 승계하고 온 가족을 짊어져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모든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야 이야기가 동력을 얻어 전진할 수 있다. 성진도 현재 아버지 '태근(오만석 분)'이 운영 중인 두부 회사 '대명'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선포한다. 성진은 두부 공장 사장보다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고, 장손 역할이 못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전날에 과음한 후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의 합동 제삿날에 최대한 늦게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온 성진에게 가족은 택시에서의 구토처럼 게워 내고 싶은 부담 덩어리일지 모른다.
영화 <장손>은 성진과 가족들이 증조부와 증조모의 합동 제사와 할머니 '말녀(손숙 분)'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발생하는 사건들을 두부처럼 담백하게 맛보게 해 준다.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비극과 상처가 불거지고 여느 가족들처럼 영화 속 인물들도 다투지만 관객은 차분한 성진의 시점을 따라가며 이 가족의 역사를 관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 승필과 아버지 태근이 겪어야 했던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스친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 <장손>은 장하지 못한 장손들의 연대기다.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 준 배우들 사이에서 아버지 태근 역을 맡은 오만석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정중동의 카메라워크로 한국 농촌의 사계를 아름답게 포착한 장면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끝)
* 9월 4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된 <장손>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독창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 스릴러에서 호러로 / 매혹과 고어의 경계 / 서브스턴스 / 데미 무어의 연기력 / 마가렛 퀄리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서브스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
-
- 영화 <청춘적니> 메인 예고편
17살, 빈 교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링이야오'에게 첫눈에 반한 '뤼친양' 그의 순수한 고백에 '링이야오' 역시 호감을 느끼며 두 사람은 사랑을 쌓아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던 10대와 달리 20대에 들어선 두 사람은 점차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가고, 마침내 두 사람이 사랑한 지 10년이 되는 날, '뤼찬양'은 '링이야오'를 위해 운명적인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되는데.. "내 청춘 속 누구보다 빛났던 너, 세상 끝에서 다시 함께하게 될 거야"
-
- 영화 <슈퍼맨> 티저 예고편
더 높이, 더 멀리! 전 세계가 기다린 영웅이 온다🦸♂️ [슈퍼맨] 티저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