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1-27 11:11:28
쿠데타와 재즈의 역학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하비에르 마리스칼과 페르난도 트루에바의 첫 번째 협업 영화인 〈치코와 리타〉(2010)에서도, 정치는 넘실대는 낭만의 뒤편에 분명하게 도사라고 있었다. 이 영화는 1950년대의 쿠바 아바나와 뉴욕이라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연인이자 음악가인 치코와 리타의 상승과 하강을 그려낸다. 혁명을 앞둔 쿠바와 인종차별이 횡행하지만 아메리칸드림 역시 가능하던 시절의 뉴욕, 두 공간 사이에서 샘솟는 긴장은 진득한 재즈 선율과 함께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두 사람을 향한 애잔한 마음을 샘솟게 해주는 하나의 그럴듯한 무대가 되어주었다. 모든 것이 좌절된 후 쿠바로 돌아왔으나 혁명 이후 재즈가 ‘제국주의 음악’이라는 이유로 억압받는 장면 역시 별 관계가 없어 보이던 정치와 음악의 연결점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협업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에서, 정치와 음악이라는 문제의식은 더한층 분명하게 도드라진다. 영화는 한 기자가 브라질의 보사노바를 취재하러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재즈와 삼바를 혼합해 1960년대에 태동한 보사노바는 음악사에 있어 영화의 누벨바그라 불릴 정도로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선 흐름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를 경험한 한 뮤지션이 자랑스레 회고하듯, 그 시대 사람들은 극장에서는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을 봤지만 바와 클럽에서는 보사노바를 즐겼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취재원은 만약 보사노바가 맥없이 단절되지 않았더라면 브라질 음악이 세계 음악의 중심이 되었으리라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왜? 왜 보사노바는 어느 날 갑자기 위기를 맞은 걸까?
남미를 휩쓴 쿠데타 때문이다. 1963년 브라질, 1973년 칠레(그 유명한 피노체트의 쿠데타), 1976년 아르헨티나……. 1960~70년대의 남미는 쿠데타의 시기였다. 민주적으로 집권한 좌파 세력이 남미를 장악할 것을 우려한 미국의 묵인하에 군부 세력이 불안에 떠는 우파의 구원자로 등장했고, 남미는 쑥대밭이 되어 오늘날까지도 그 후과에 시달리고 있다. 쿠데타 이후 남미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로 불쑥 체포되었고, 체포당한 자는 고문에 시달리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실종 상태로 처리되었다. 국가가 주도한 테러였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핵심으로 하는 재즈가 인간의 정신과 사상을 검열하는 체제와 화목하게 공존하기는 어려웠다. 개인의 정체 성향 문제가 아니다. 그저 재즈와 독재의 본질적인 성향이 극단적으로 달라서다. 보사노바는 이렇게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있다.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적 재즈 피아니스트였으나 단 한 장의 정식 앨범만 남기고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사람. 샌드위치, 혹은 담배를 사 오겠다는 메모를 남기고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곧 다섯 번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었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영영 사라져버렸다.
보사노바 취재기를 엮어 책으로 낼 계획이던 기자는 점점 테노리우의 이야기에 마음이 쏠리고, 어느새 그와 관련된 모든 기억과 흔적을 찾는 데 몰두한다. 동료 음악가, 가족, 연인을 만나며 그는 점차 재즈 피아니스트 테노리우에 관한 음악적, 인간적 퍼즐을 맞춰나간다. 기자는 결국 테노리우의 최후를 확인한다. 아르헨티나 투어 중 납치되어 고문당하다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사살된 후 버려졌다는 것. 이 사건에는 단지 촉망받던 장르의 천재 한 명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죽었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후 브라질 음악이 독재 세력과 대기업에 의해 주도된 것은 재즈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3분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틀에 박힌 형식은 재즈 뮤지션들의 역량과 지향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테노리우의 죽음은 브라질 음악의 죽음에 대한 메타포였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치코와 리타〉는 다채로운 색감과 귀를 간질이는 재즈 선율로 인한 감각의 즐거운 자극, 그리고 그로부터 인상적인 이야기를 빚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음악과 정치를 버무려 낭만과 폭력의 시대를 통과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말이다. 다만 전작이 멜로드라마풍의 끈적거리는 판타지 로맨스라면, 이번 작품은 씁쓸함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다르다. 〈치코와 리타〉가 좋았다면, 혹은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가 괜찮다면 같은 듯 다른 전작 혹은 최신작을 함께 감상하며 재즈와 함께 부풀어 오르다 의기소침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일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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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3월 3주차 개봉예정작 시작합니다.
탐정 말로
Marlowe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액션, 스릴러 |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 | 109분
감독: 닐 조단
출연: 리암 니슨, 다이앤 크루거, 제시카 랭 등
개봉: 2024.03.21.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시놉시스
할리우드 곳곳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말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애인 '니코'를 찾아 달라는 매력적인 여인 '캐빈디시'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시작한다. 머지않아 말로는 니코의 실종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CINE PICK!
영국에 셜록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필립 말로가 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만들어낸 추리소설의 탐정 ‘필립 말로’의 이야기를 다루며 ‘검은 눈의 금발’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가너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거쳐간 ‘필립 말로’역에 리암 니슨이 배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멜로/로맨스 | 스페인, 프랑스 | 100분
감독: 장윤현
출연: 추자현, 이무생
재개봉: 2024.03.20.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시놉시스
행복했던 부부, 일도 가정도 평탄했지만 ‘덕희’가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증을 앓게 된다. 지난 결혼 생활이 머리 속에서 사라져 ‘덕희’는 초조해 하지만 늘 다정한 ‘준석’의 위로로 천천히 기억을 찾아가려고 한다. 어느 날, 속도 위반 통지서, 카드대금 연체, 호텔 결제 내역까지… ‘준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밝혀지는데. 내가 알던 남편은 도대체 누구일까.
CINE PICK!
<접속> <텔 미 썸띵>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 <당신이 잠든 사이>는 연기력이 입증된 추자현과 이무생이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남편 준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를 그립니다.
나이트 스윔
NIGHT SWIM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 98분
감독: 브라이스 맥과이어
출연: 와이어트 러셀, 케리 콘돈, 아멜리 호펄레, 개빈 워렌
개봉: 2024.03.20.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물속에 혼자 남겨진 순간, 공포에 잠긴다 넓은 수영장이 있는 새집으로 이사 온 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는 ‘레이’ 가족. 하지만 완벽한 순간도 잠시, 물속에서 혼자 수영하게 되면 숨막히게 조여오는 공포에 잠기게 되는데… ※절대 혼자 수영하지 말 것 ※ 진짜 무서운 건 이 아래에 있어
CINE PICK!
<나이트 스윔>은 5분도 안되는 단편 공포영화로 호러의 거장 제임스완과 블룸하우스의 창립자 제임슨 블룸의 선택을 받으며 탄생시킨 작품으로 북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 첫 주 제작비를 벌어들인 화제작입니다.
리볼버 릴리
Revolver Lily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스릴러 | 일본 | 139분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아야세 하루카, 하세가와 히로키
개봉: 2024.03.21.
배급: 와이드 릴리즈㈜
시놉시스
3년 동안 57명을 살해할 정도로 엄청난 킬러 스킬을 가진 세계 최고의 스파이 ‘오조네 유리’. 첩보 활동을 그만두고 조용히 살던 그녀에게 일가족이 살해된 소년 ‘신타’가 찾아온다. 일본 육군에게 쫓기던 ‘신타’는 아버지의 조언대로 ‘유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렇게 그녀는 다시 총을 들게 되는데…
CINE PICK!
아야세 하루카의 열연과 액션 시퀀스가 돋보이는 작품 <리볼버 릴리>는 <고>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감독상을 받고 최근 한국 드라마 <완벽한 가족>의 연출을 맡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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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가짜 페르시아인이 뇌리에 새긴 불편한 진실
이 글은 씨네랩에서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초청 받은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우리 주변의 '가짜'들
살다보면 우리는 숱한 가짜들을 마주한다.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을 말하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짜란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다른 탈을 뒤집어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어떠한 목적에 의해 그러한 개인의 고유한 특질을 감추거나 가리고 또다른 가면을 쓴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로 자신이 가장한 삶처럼 살고 싶어서일수도 있고, 피치 못하게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해서일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본질과 가면(페르소나)를 양립시켜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러한 가짜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아주 견고하고 확고한 의지, 혹은 신념이다. 꼭 어떤 것을 해내야만 한다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질' 역시 그러한 가짜의 탈을 쓴 사람 중 하나이다.
2. 살기 위해 가짜가 되다.
때는 세계 제2차 대전. 나치 독일의 야욕은 온 유럽을 집어 삼키고, 그들의 광기는 인종학살적인 경지에 이른다. 뛰어난 종만을 살려서 더 나은 인간종을 만들겠다는 우생학의 골조 아래에 숱한 비-아리아인(흔히 전통적인 독일 민족이라고 일컫어지는)들이 '청소'당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유대인은 이들의 대표적인 학살 대상 중 하나였다. 유대인인 '질'은 이들의 인종 청소로부터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수용소로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그가 다다른 곳은 소위 '쓸모 없는 인간'은 지워지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곳.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바로 그곳에서 질은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을 사칭한다. 정작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하늘이 도운 걸까? 이 가짜 페르시아인이 끌려간 곳에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독일군 대령 '코흐'가 있었다. 질이 알고 있는 단어는 '아버지'를 뜻하는 '바바' 뿐이지만, 살려면 그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쳐야 했고, 그리하여 이 가짜 페르시아인은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위해 필사적으로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단어는 대충 지어낸다 쳐도, 가르칠 단어는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날텐데 그 많은걸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인가? 한참을 고전하던 질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이름과 인상에서부터 단어를 착안해내고, 그 기발한 발상으로 말미암아 2000개가 넘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단어에서 시작되었던 언어는 이윽고 문장이 되고, 문장은 일련의 이야기가 된다. 살기 위해서 만들어낸 가짜가 이름과 이름들이 견고하게 엮임으로써 하나의 실제하는 언어가 된 것이다.
3. 가장 평범한 악인들
질과 코흐는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거듭하면서 묘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코흐는 질을 철저하게 착취하는 입장이면서도 그에게 나름대로의 '관용을' '베풀'고, 질은 그 얄팍한 관용 속에서 코흐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아 나간다.
코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이기적이고, 쪼잔하며 얼마쯤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도 있다. 요리사였던 그는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그들을 학살하는 독일군 장교들을 배불리 먹인다. 그는 직접 누군가를 죽인 적은 없지만 학대한 적은 있고, 적어도 간접적으로 독일군의 광기어린 살인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냉혈한일 것만 같은 그 코흐도 퇴역 후 낯선 땅에서의 안락한 여생을 꿈꾸고,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가정하며 친애를 표했다. 그는 그 자신이 평범한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 대단한 만행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평범한 악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작중에 나오는 독일군 모두가 그러하다. 그들은 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악행을 합리화한다. 코흐는 스스로의 손을 직접 더럽히지는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또 어떤 병사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잣대로 평가된 '유대인들의 저급함'을 학대의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믿음은 거의 종교와도 같다. 때때로 종교가 우리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듯이, '그러니까 저들은 그르고 나는 옳다'는 이기적인 신념은 그들을 광기로 몰아넣는다. 그 대단한 파시즘적인 발상에의 추종과 '나 자신의 안락함'을 위한 외면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고, '치우고', '묻었다'.
4. 살아남은 가짜 페르시아인과 가짜 페르시아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 질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그가 만들었던 언어, 즉, 수용소에서 죽어간 약 2000여 명의 사람들의 이름 역시 살아 남았다. 처절한 생존의 의지가 만들어 낸 어떤 기적이다.
페르시아어를 배운 코흐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건 영화를 직접 보는 편이 좋겠다. 이 영화가 악인을 그리는 방식은 대단히 흥미로워서, 이를 관찰하는 것 역시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신념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신념은 사람을 죽이고, 어떤 신념은 사람을 살린다. 신념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각이어서 얼마든지 그릇될 수도 있는 것인데, 때때로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나 신봉한 나머지 그것에 매몰되곤 한다. 우리는 언제든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할지라도 그러한 가짜들이 진짜인 우리를 집어 삼키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 영화의 독일군들처럼!
내가 쓰는 가면은 어떨까. 나는 내 가면을 올바르게 닦고 있을까? 나의 본질과 본질이 아닌 것은 어떻게 분리해야 할까? 내가 그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계를 배우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수밖에는 없을 거 같다. 나만 생각해서는 내 가면에 내가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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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개인에겐 마땅한 이유가 있고, 우리에겐 남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개인에겐 마땅한 이유가 있고, 우리에겐 남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개막작 <더 제인스> 리뷰감독] 티아 레슨, 에마 필더스
시놉시스] 경찰은 비밀 조직의 여성 일곱 명을 체포했다. 그들은 암호명과 눈가리개, 아지트를 활용하며, 안전하고 저렴한 불법 임신중단을 찾는 여성들을 위해 비밀리에 시술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들의 이름은 ‘제인’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 그들은 ‘제인 로’의 이름으로 약 11,000건의 임신중단을 도왔다.
한국에서도 2021년 이후 낙태죄가 없어지면서 임신중절수술은 합법화가 되었다. 어찌보면 생명을 죽이는 일이기에 이를 합법화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와 여성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2019년 낙태법이 위헌 결정이 나면서 유예기간을 두다가 2021년부터 임신중절수술을 합법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러한 법리적 판단의 첫 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는 ‘로 대 웨이드’ 판결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을 도왔던 제인의 이야기가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이 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여성을 무시하는 법은 똑같이 무시하라
법이라는 것은 사실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 앞에서 이 법이 나를 무시했으니 나도 그 법을 무시하겠다는 이 용기있는 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사회의 진보는 어찌보면 그 시대 속에서는 조금 괴팍하고 급진적인 인물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공론화가 되면서 발전해나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임신중절수술은 불법이었으며 결혼한 여성이 아닌 이상 피임약과 피임기구를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이거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는 마피아나 갱단을 찾아가 위험천만한 불법시술을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여성들의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임신중절수술의 필요성과 이 문제가 굉장히 정치적임을 깨달은 여성들은 ‘제인’이라는 이름 아래 임신중절수술을 원하는 여성들과 이러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들을 보호하면서 시카고에서 유명해지게 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그 유명한 경구를 따르는 것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악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악볍이 폐지되기 전까지 불법이라도 최선을 다해 여성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이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지금 당연하게 생각되어지는 여성 인권이 있기 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싸움을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평범하다1970년대 미국에서의 여성은 그 권리가 거의 없었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타자를 치는 일에 불과 했고, 아주 극소수의 여성만이 전문직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진보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그 진보 속에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당은 없었다. 여성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믿음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제인’은 이를 이용해서 경찰의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이 얼마나 통쾌한 작전인가.
기존 ‘제인’은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찾거나 그 기술이 있는 남성들에게 그 수술을 부탁했다. 그래서 프론트와 수술실을 따로 두면서 프론트에서는 ‘제인’ 멤버들이 여성들에게 수술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걱정하는 여성들을 진정시키는 일을 담당했다면 수술실에서는 남성이 그 수술을 집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장 믿었던 수술 집도의 ‘마이클’이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 그들은 마이클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마이클이 의사가 아닌데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는거 아니야?’라는 어찌보면 무모한 생각과 함께 마이클에게 수술 방법을 교육받고 직접 그 수술에 나선다.
그렇게 재편된 제인은 프론트와 수술실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었고, 한 장소에서 대기와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각은 곧 시카고 경찰에 의해 발각되고, 들이닥친 경찰들은 코 앞에 있는 제인들이 수술했다는 사실을 모른채 있지도 않은 의사를 찾아다녔다. 여자는 수술을 집도할 수 없다는 편견 속에 갇힌 것이다. 시대가 자신들을 무지몽매하다고 본다면 애써 이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이를 이용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하면서 사회의 통념을 깨부시면 된다는 그들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쳤던 순간이었다.여성의 권리를 위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던 임신중절수술을 결과적으로 합법화로 이끌었던 ‘제인’의 활동들. 그들이 ‘제인’으로서 활동을 하며 임신중절수술을 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느낌은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기에, 그리고 그 당시에는 불법이었기에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그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던 그들. 하지만 ‘제인’ 멤버들은 ‘개인에게 있어서 이유는 충분하고 그 이유의 경중은 없다. 또한 우리가 뭐라고 그들을 판단하는가?’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남의 선택에 대해 판단할 권리가 없다. 여성의 인권을 넘어 우리 역시 우리만의 잣대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그 섣부른 판단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26 13:0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MX
1022022-08-27 13:3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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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린 건 많지만 먹을 건 별로 없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다.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성인 방송 BJ로 활동한다는 것. 그녀가 마스크를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함이다. 외모 때문에 연예인이라는 어린 시절 꿈도 포기해야 했던 그녀. 짝사랑하는 직장 상사 '박기훈'(최다니엘)에게도 무시당하는 모미는 인터넷 방송에서 자기 몸매와 끼를 뽐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어느 날, 모미는 회사에서 박기훈과 막내 여직원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이를 이용해 짝사랑을 이루고 질투심을 해소하려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정체를 아는 동료 '주오남'(안재홍)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그녀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이에 그녀는 주오남과의 문제를 해결하고, 얼굴을 바꿔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엄혜란)가 그녀를 추적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마스크걸>, 주객이 전도되다
한국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취업, 연애, 결혼 등 인생의 고비마다 외모가 발목을 잡는다는 경험담은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미디어 역시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를 고발하는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꾸준히 제작됐다. 멀게는 <미녀는 괴로워>부터 가깝게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여신강림>, 그리고 <기기괴괴 성형수>에 이르기까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한 여성의 비극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폐해를 고발하려 한다. 하지만 <마스크걸>은 절반의 성공이다. 총 3부, 130회에 이르는 웹툰을 410분, 7화 분량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됐기 때문이다.
피카레스크 구성으로 일군 절반의 성공
시작은 인상적이다. 전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처럼 각 중심인물 별로 에피소드를 분배한 선택이 적중했다. 옴니버스 구성, 특히 피카레스크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 결과 캐릭터의 동기와 선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특히 김모미와 주오남, 김경자 중심으로 펼쳐지는 1~3화의 몰입력은 강력하다. 사실 김모미나 주오남은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다. 외모로 인한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마스크걸을 향한 집착은 극단적인 설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두 인물의 시점에서 같은 사건을 보여준 덕분에 자칫 지나치게 만화적일 뻔한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이에 더해 사건의 발단을 맡은 주오남은 물론,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김모미와 김경자의 서사는 유기적으로 얽혀 진행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빠져나갈 수 없는 악연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장점은 1~3화의 특징 덕분에 더 눈에 띈다. 뒷 에피소드와 달리 도입부는 세 인물의 갈등과 조합이 두드러진다. 같은 사건을 상이한 시점에서 보거나, 시간대가 곧장 이어지는 에피소드이므로.
무너지는 성공 방정식
하지만 중반부부터 <마스크걸>의 성공 방정식은 독이다. 옴니버스, 피카레스크 구성은 필연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형식은 한 가지 공통 주제나 소재를 중심으로 연관이 없을지도 모르는 여러 이야기를 엮는다. 각 에피소드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묘사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서사의 연결성이 약해져서 전반적인 디테일이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마스크걸>의 각색은 옴니버스 구성의 약점을 극대화해 버렸다. 드라마를 7부작으로 구성하면서 원작 내용은 다수 생략됐다. 특히 원작의 1부와 3부 내용에 비해 2부 분량이 대폭 줄었다. 여기에 옴니버스 구조의 특징이 더해졌다. 도입에서 결말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의 디테일이 부재하고, 모미의 행적이 매끄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네 번째 에피소드가 문제다. 김춘애에게 초점을 맞춘 부작용이 크다. 초반부 김모미와 후반부 김모미는 별개의 캐릭터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4화에서 처음 등장한 나나의 김모미는 둘의 가교여야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드라마는 오히려 춘애의 과거사에 주목한다. 모미는 그녀의 인생에 잠시 끼어든 조연일 뿐이다. 춘애가 중요한 캐릭터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녀는 4화 이후 등장이 없다. 그러니 모미의 변화도, 후반부 그녀의 감정선도 부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그녀가 주오남의 아기를 낳겠다고 말하거나 경찰에 자수한 동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유추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성형 수술 전과 비교했을 때 감옥 안에서 보이는 모미의 성격이나 행동이 크게 달라진 점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극 중에서는 잠적 후 술집에서 일하기 전까지 그녀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 또 작중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모미는 외견상 전혀 임산부로 보이지 않는다.
장르적 쾌감을 잃다
덩달아 다른 문제가 파생된다. 우선 원작의 장르적 쾌감이 약하다. 따져 보면 작중 등장인물은 누구 하나 정상이 없다. 주인공부터가 악인이다. 김모미는 외모지상주의와 파렴치한 인간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하지만 동시에 명백한 살인범이고 살인미수범이다. 주오남도, 김경자도, 김미모도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다. 이처럼 입체적인 인간이 서로를 비난하며 물고 뜯을 때 군상극, 곧 피카레스크의 재미는 극대화된다.
그런데 <마스크걸>은 장르적 재미를 스스로 포기한다. 일례로 원작에 없는 면죄부가 모미에게 매번 주어진다. 성폭행을 시도하던 핸섬스님은 주오남이 대신 죽인다. 강간범 살해는 자기 방어다. 탈옥은 딸을 구하기 위함이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그녀에게는 늘 정당한 이유가 생긴다. 그 결과 <마스크걸>은 피해자인 주인공이 인생 역경을 극복하는 흔한 감동 스토리로 귀결된다.
감독 전작을 고려하면 군상극을 포기한 결정은 의아하다. 마찬가지로 원작(소설)이 있는 군상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악인들과 그들 사이에 낀 소시민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살렸기 때문. 영화는 등장인물을 '짐승'으로 비유했다. 악인들의 욕망과 비윤리적인 행동을 짐승에 빗대고, 동시에 오직 생존이 목적인 소시민들의 짐승적인 본능도 놓치지 않았다. 이를 보면 감독이 각색 능력이 없거나 극단적인 인물을 묘사하는 데 거부감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마스크걸>의 결과물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차린 건 많은데 먹을 게 없는
군상극을 포기하자 <마스크걸>이 제시한 여러 사회적 주제도 평면적으로 소비되고 만다. 일단 작품의 핵심 주제여야 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에는 힘이 안 실린다. 모미의 서사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성형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실패한 대가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주제의식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미의 성형 이유를 그녀가 겪은 차별에서 찾아야 했다. 그녀는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숱한 모욕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녀가 BJ 활동을 하다가 인생이 꼬인 근본적인 원인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는 그녀가 살인범으로 잡히지 않으려고 성형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마스크걸'이라는 소재의 파급력도, 성형의 중요성도 약해진다. 고현정의 모미를 굳이 마스크걸이라고 지칭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서 문제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다른 소재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아니다. <마스크걸>에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 외에도 많은 사회적 이슈가 담겨 있다. 인터넷 방송, 스토커, 몰카, 가정환경의 중요성, 교도소 내 권력 문제... 선악이 공존하는 등장인물의 행동은 도덕적, 종교적 문제로 확장될 여지도 남긴다.
하지만 이 주제들은 극 전반적으로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한 에피소드 내에서의 양념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걸>은 오히려 방향성을 잃는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애매하다. 차린 건 많지만 먹을 게 없는 셈이다.
용두사미로 끝나다
옴니버스 형식의 필연적인 약점. 무리한 축약으로 인한 장르적 재미 감소. 약해진 주제의식. 세 가지 문제가 결합된 결과 <마스크걸>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다.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도입부와 달리 후반부는 평범하다. 도입부에서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차별점 있는 캐릭터가 없다는 단점으로 돌변한다.
실제로 후반부는 아들의 원한을 갚겠다는 엄마와 딸을 구하려는 엄마의 싸움이 펼쳐진다. 다른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히 본 신파로 가득하다. 초반부의 기괴한 분위기와 후반부의 전개를 대조하면 이 결말은 더욱 전형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를 바 없는 행보다. 원작과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지탱 못하고 무너진다. <택배기사>나 <종이의 집>,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그래도 위안이라면 배우 한 명 한 명의 존재감을 뽐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점이다. 배우의 연기력만 감상해도 결말까지 정주행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마스크걸>이 데뷔작인 이한별은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초반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재홍의 주오남은 괴기한 초반부 분위기를 단숨에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중후반부부터는 엄혜란이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아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은 <더 글로리>에 이어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주도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나나와 고현정 역시 각본상 어느 정도 결함이 있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한계선 내에서는 각자 역할을 충실히 다해냈다.
Poor 형편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를 보는 맛에 정주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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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20년 전 영화를 보러 영화제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20년 전 영화를 보러 영화제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네.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2022년 제23회 전주 국제영화제는 개/폐막, 국제/한국/한국 단편 경쟁/시네마 프로젝트 외에도 여러 특별한 섹션을 선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제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섹션은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였는데요.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섹션은 현실적인 잔인함과 영화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진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이었고,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돼지의 왕>, 첫 실사영화 데뷔작인 <부산행>을 포함해 감독님의 세계에 영향을 준, 그가 아끼는 영화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획전이었습니다.
현재 전주에서 상영 중인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돼지의 왕>은 2011년, 이창동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초록물고기>는 무려 1997년작이죠. 공개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마음만 먹으면 OTT를 통한 스트리밍이나 간편한 다운로드가 가능한 이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관람하기로 선택한 관객들에게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보러 굳이 영화관에 가야 해?’, ‘멀리 영화제까지 가서 그걸 본다고?’
네. 봐야죠! 저는 빡빡한 시간표 속에 ‘굳이’가 아닌 무조건! 두 감독님의 작품을 먼저 배치했고, 많은 관객분들과 함께 오래된 그 영화들을 관람했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신기루 같은 감독님들을 바로 눈앞에서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GV/클래스 시간이 있다는 것이 예매를 결정한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해당 영화가 개봉한 지 오래 지난 시점에서 같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전주에는 개봉한 지 오래된 작품들을 ‘굳이’ 찾아온 관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설렘과 약간의 어수선함이 공존하던 상영관의 분위기, 그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조용한 상영시간,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쏟아지던 박수 소리. 그리고 모두가 눈을 빛내며 함께한 감독님과의 대화시간까지. 매 순간 상영관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뿜어내는 영화를 향한 조건 없는 애정과 열정을 느끼면서 신기하기도, 그들 사이에 함께 앉아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GV가 끝난 후, 그 자리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에 느릿느릿 일어서며 다른 관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습니다. “지금 봐도 명작이다.”, “이게 벌써 20년 전 영화라고?”, “와 이거 처음 본 게 20년.. 그때는..” 등등 많은 분들이 영화에 얽힌 자신의 시간들을 풀어놓으며 다양한 감상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와의 첫 기억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 영화를 처음 만나던 순간과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새로운 감상에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운 관객이었는데 뭐랄까... 영화의 메시지가 주는 직접적인 감동의 영역을 넘어 영화와 얽힌 나의 시간들이 만들어내는 이 오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어렵네요.
2022년 전주 국제영화제 일정의 끝을 앞두고, 저는 세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번째는 현재라는 나의 시간은 유한하지만, 언제든 ‘이 영화를 보던 그때의 나’를 다시 불러주는 영화의 신비하고 무한한 능력. 두 번째는 역시 덕질은 함께해야 제 맛이라는 것. 세 번째는 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덕후라는 것. (최애를 향한 사심도 있었지만..) 2년 만에 찾아온 영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영화제 방문이었는데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파묻혀 며칠을 지내며 영태기 제대로 극복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주 진중하고 진심이 담긴 영화 리뷰글을 공유해야 할 타이밍이지만 오늘은! 영화제 일정의 끝자락에서 느꼈던, 작은 영린이의 진실된 감정을 공유드리며 조심스레 영업을 해봅니다.
“여러분, 내가 영화를 사랑한다면, 또는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신다면 영화제에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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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넷째 주 개봉작 소개 <킹메이커> <해적:도깨비 깃발> <원 세컨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씨네랩에서는 영화/OTT의 모~~든 콘텐츠 정보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제공받으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럼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넷째 주의 개봉 신작을 소개하겠습니다!
1. 킹메이커
드라마 | 한국 | 123분
감독 : 변성현 | 출연 :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등
개봉 : 2022년 1월 26일 개봉
배급사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극 중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하는 배우 설경구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려는 야심찬 선거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하는 배우 이선균. 국내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는 두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니 이 부분도 염두해두시면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변성현 감독의 특기인 감각적인 미쟝센입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보여준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은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해적: 도깨비 깃발
모험 | 한국 | 125분
감독 : 김정훈 | 출연 :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채수빈, 세훈, 김성오 등
개봉 : 2022년 1월 26일 개봉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 ‘해랑’(한효주).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이들이지만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데...!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 사라진 보물! 찾는 자가 주인이다!"
*관전포인트* :
먼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이들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해적선 주인인 해랑(한효주)부터 해적왕을 꿈꾸는 막이(이광수) 등와 각각의 매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케미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사라진 왕실의 보물을 찾아 육지,바다 가릴 것 없이 활약하는 해적들의 모습,특히 그들이 선사하는 액션과 화려한 CG의 스케일은 눈과 귀를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웃음/코믹 포인트입니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해적과 의적의 케미스트리는남녀노소 할 것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올 설 연휴 최대의 오락물입니다.
3. 원 세컨드
드라마 | 중국 | 103분
감독 : 장이머우 | 출연 : 장역, 범위, 류 하오춘
개봉 : 2022년 1월 27일 개봉
배급사 : 찬란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뉴스 필름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장주성은 텅 빈 사막을 헤치고
외딴 마을의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눈 앞에서 정체불명의 필름 도둑이 필름을 훔쳐 달아나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아 나서는데…
딸의 모습이 담긴 시간은 단 1초, 딸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의 여정이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리고 칵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중국의 거장감독인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입니다. 오랫동안 그를 흠모해온 영화팬들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일텐데요.
이번 신작은 장이머우 감독 영화 인생을 총 망라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항상 인간 본연의, 생동하는 인간의 의지를 포착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만큼<원 세컨드> 또한 너무나 기다려지는 작품입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넷째 주 개봉 신작은 여기까지입니다. :)
이번 주에도 영화로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랩 콘텐츠는 다음 주 설 연휴에도 계속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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