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야기2022-09-19 07:37:57
사랑의 다양한 형태
영화 헤어질결심의 난해함
-헤어질 결심-
"최연소 경감 승진자이지만 불면증을 앓고 있는 경찰. 그의 앞에 나타난 젊은 중국인 과부. 남자는 남편 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그녀를 염탐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때론 연민을 느끼고, 때론 의심과 불안감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기도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는 듯 보인다. '사랑하는 듯'. ‘헤어질 결심’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지,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리의 머릿속엔 박찬욱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선홍빛의 태양, 습습한 회색빛의 안개, 순백의 설산들이 가득 찬다. 서사보다 이미지가 더 각인되는 영화다. 그리고 가끔씩 우리 삶엔 불륜이라는 스토리보다 사랑이라는 본능 혹은 본질 같은 것들이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 붕괴와 희생의 순간을 배우들의 연기로 원자 단위까지 쪼개버린 듯한 이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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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지알로' 장르 3대 거장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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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노란색을 뜻하는 ‘지알로’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스릴러와 미스테리물 같은 장르 소설을
부르는 은어였는데, 당시 출판한 장르 소설들의 표지가 주로 노란색 계통의 색이 많아서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지알로는 여타 호러영화와 차별점을 두고 있는데요 잔혹함과 예술성이 짙은, B급 스토리, 엉성한 더빙의 이탈리아 호러영화가 지알로 무비를 뜻합니다.
지알로 영화는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영상미와, 음악, 고어연출기법이 빼어나
상당한 골수팬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팀 버튼 감독은 지알로 장르를 탄생시킨 ‘마리오 바바’감독을 가장 진실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했고,
박찬욱 감독 또한 본인의 저서에 ‘마리오 바바’ 감독의 <블랙 선데이>를 걸작이라 극찬,
쿠엔틴 타란티노는 ‘루시오 풀치’의 오랜 팬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영화사를 통해 <비욘드>를
재개봉시키기도 했습니다.
한국 호러 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지알로 장르’ 3대 거장 ‘마리오 바바’ ‘루시오 폴치’ ‘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들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여름은 지알로 무비 어떠세요?
마리오 바바 Mario Bava
<사탄의 가면> La maschera del demonio
19세기에 한 젊은 의사가 유령이 출몰하는 몰다브의 한 마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카티야 바이다라는 여상속인을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는 마녀로 처형당했던 조상 아사 바이다의 혼령에 사로잡혀 있다.
<킬... 베이비 킬!> Operazione paura
경찰에 자신의 살인을 막아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어떤 여자가 죽자,
검시의인 에스웨이 박사와 크루거 경위가 마을에 파견된다. 에스웨이 박사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연속살인의 범인이 20여년전에 죽은 그랍스 남작부인의 딸 멜리사의 유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을에 돌아온 의대생 모니카가 다음 표적이 되자, 그는 동네 마녀 루트와 함께
그랍스 부인의 저택으로 뛰어드는데..
<피와 검은 레이스> Blood And Black Lace
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살인마가 패션 모델들을 죽이고 다닌다.
루시오 풀치 Lucio Fulci
<좀비 2> Zombi 2
표류되어 뉴욕 앞 바다까지 들어온 보트에서 좀비가 발견되자 이를 조사하러 행방된 아버지를 찾는 딸과 신문 기자가 함께 섬으로 떠난다. 그곳에는 섬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죽어 좀비가 된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을 먹으려 달려들고, 먹힌 사람들은 곧 좀비가 되어버린다. 이 기이한 일들은 과학적으로는 증명이 되지 않는 그저 부두교와 관련된 것으로 짐작하는데, 이미 온 세상은 좀비로 가득차게 된다.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 Paura Nella Citta Dei Morti Vivent
뉴욕의 한 아파트.메리는 영매술사들과의 모임에서 의식을 잃는다.의식을 잃는 중에 죽음을 체험하게 되는 메리. 그 죽음 속에서 던위치라는 저주 받은 도시에서 모든 성인의 날 자정, 지옥문이 열려 목을 메고 죽은 신부가 악령으로 되살아 나고, 죽은 자들이 부활하여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보게 된다. 무덤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메리는 기자인 피터와 함께 신부가 자살한 던위치 마을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악마로 부활한 신부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데…
<비욘드> ...E tu vivrai nel terrore! L'aldilà
1927년 루이지아나. 어느 마을의 외딴 호텔에 투숙한 사람들이 차례차례 실종된 사건이 있은 후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호텔에 투숙한 화가를 잔인하게 살해하여 사지를 못박아 벽에 발라버린다. 그에 따르면, 4000년 동안 대를 거쳐 물려진 에이번이라는 책을 통해 이 호텔이 7개의 지옥으로 통하는 문 위에 세워졌다는 것. 그후 세월이 흐른 1981년. 폐쇄된 이 호텔의 상속자인 라이자가 그곳에 호텔을 다시 짓는데, 공사장 인부들의 의문의 죽음이 잇달아 일어난다. 이 호텔이 저주받은 지옥의 땅 위에 지어진 것이ㅊ라는것을 알게 된 라이자에게도 죽음의 악령이 다가오는데.
다리오 아르젠토 Dario Argento
<수정 깃털의 새> The Bird with the Crystal Plumage
로마에 사는 미국인 작가 샘은 우연히 비옷을 입고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자가 화랑 주인 의 아내를 살해하려는 광경을 목격하지만 결국 그녀를 돕지 못한다. 다행히도 이 여자는 살아남아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의 희생자들 가운데 최초의 생존자가 된다. 사건 해결에 진전이 없자, 샘은 혼자 힘으로 용의자에 관해 조사하며 범인을 잡아보려 하는데...
<서스페리아> Suspiria
독일의 유명한 발레 학교로 유학 온 미국인 소녀 수지는 도착 첫날 밤, 겁에 질려 학교에서 도망쳐나오는 학생을 목격하고, 이튿날 아침 도망치던 학생과 다른 여학생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수지는 발레 학교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이상한 선생과 학생들, 밤에 기숙사에 울려퍼지는 기이한 소리들 때문에 힘들다. 그 지방 전설로 내려오는 마녀 이야기와 살인 사건이 관련있으리라 추측하던 수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흑마술의 표적이 되는데…
<딥 레드> deep red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아는 한 영매가 사람들이 많은 광장에서 살인자의 생각을 읽어낸다. 그러나 영매는 곧 살해되고 만다. 영국인 재즈 피아니스트 마크 데일리(데이빗 헤밍스)는 그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신문기자 자나 브레지(다리아 니콜로디)와 함께 사건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새로운 살인자들로부터 사건을 풀어내는 실마리를 얻어나가는 동안에도 사건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당한다. 살인자가 그 실마리에 따라 새로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마커스는 살인자가 자기 주위에 있음을 느끼고 주변을 조사해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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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가들 / The Dreamer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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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을 보다 보면, "나작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를 풀어보면, "나만의 작은 스트리머"로 흔히, '나만 알고 싶은 음악 혹은 가게'처럼 일맥상통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유명해지면 그만큼 나에게 쏟아진 관심이 덜해지는 것을 비꼬는 의미로도 활용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지금이야 유명한 배우들인데, 생각지도 못한 영화에 생각지도 못한 배역을 맡아 나타나니 신기할 따름이죠.
영화 <몽상가들>은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에바 그린"의 데뷔작입니다.
워낙 나오는 영화들마다 인상들이 짙어 뭘 해도, "에바 그린"인데 이 영화는 이를 제외하더라도 평가가 좋더군요.
그래서, 보게 된 영화 <몽상가들>은 어떤 느낌을 남겼는지? - 한 번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한창 시위로 열기가 뜨거운 1968년, 파리에 유학을 온 미국인 "매튜"는 그곳에서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만납니다.
서로의 취향이 맞았던 그들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같이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매튜"는 "이사벨"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사벨"은 "테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데요.
이에 세 남녀의 관계에도 급속도로 이상 조짐이 생기는데...제목부터 스포일러?
1.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영화 <몽상가들>은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네마테크"라는 실존 사건을 가져온 영화입니다.
이는 즉슨, 역사적인 사건과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인 "팩션"장르의 영화라는 것이죠.
이만해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이겠지만, 영화 <몽상가들>로서는 이 실존하는 사건이 양날의 검일겁니다.
실존했던 사건을 가져와 관객들의 시선을 이끄는데 성공하나 문제는 결말도 이미, 예정되었기에 맥이 빠질 겁니다.
이에 영화 <몽상가들>은 해당 사건보다 캐릭터들의 관계와 이야기에 집중해 뒷이야기를 점점 궁금하게 만듭니다."팩션"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앞에서도 언급한 "팩션"은 진실을 뜻하는 "Fact"와 소설을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입니다.
어찌 보면, 서로 상충되는 단어로 어울리지 않지만 영화 <몽상가들>은 이를 있을법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설득시켜 나가는데요.
앞서 언급한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네마테크"라는 실존 사건을 크게 가져와 이에 있을법한 "매튜"와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이라는 캐릭터에 집약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렇게, 시작한 <몽상가들>은 요즘 세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갈등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2. 반대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동안 정치를 살펴보면 "보수"는 기성층, "진보"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성향으로 생각하는데요.
이처럼 영화 <몽상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극 중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의 아버지는 유명한 시인으로 등장하는데,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침묵만을 유지하니 "테오"는 이런 아버지를 비난합니다.
왜냐면, 자신은 시위를 통해서 목소리를 표출하니 그런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이죠.
이는 "이준익"감독이 연출한 <동주>의 "몽규"와도 크게 겹칩니다.
극 중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하려는 인물이나 온건적인 아버지 세대와 갈등이 있어 이와 반대로, 강경하게 나서는데요.근데, 네가 스스로 하는 건 있니?
다시 영화 <몽상가들>로 돌아와서, "테오"와 "이사벨"의 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출장을 떠나게 됩니다.
이에 그들은 집이 비어있는 동안 자식들이 쓸 돈을 전하는데, 재밌는 건 이들이 이를 넙죽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다 쓰고도 모자랄 만큼 방탕한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그렇게, 아버지를 비난했는데 정작 아버지의 능력으로 살아가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요?
영화 <몽상가들>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관객들에게 말하고자는 바가 뚜렷한 영화입니다.
누구나 방구석에서는 그럴듯한 이상을 앞세우나 정작, 현실에는 한없이 위축되는 "몽상가들"의 실체를 고백하거든요.3. 이미, 예상된 결과로 간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앞서 이전 대선은 사상 최초로 탄핵 정국에서 치러졌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반대되는 개념으로 투표를 했지만, 정작 받아들여진 인상은 색깔과 이념만 다른 똑같은 인상뿐입니다.
이처럼 영화 <몽상가들>은 그저, 아버지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힌 캐릭터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를 빗댄 건지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이 갇혀있다는 인상을 끊임없이 줍니다.
해당 주택에서 크게 활동 반경이 벗어나지 않고, 시야는 언제나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에만 고정되었고 이들이 하는 행동들도 보았던 영화를 따라 하는 것에 국한되었으니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려는지를 아실 겁니다.무조건, 반대가 옳은 것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영화는 더 파격적으로 나갑니다.
사회적인 미양을 해치는 행위로 느껴질법한 벌칙들을 제안하고, 이를 수행하여 우월감을 느끼는 장면은 누굴 지칭한 건지는 몰라도 쿡쿡 찔리게 되는데요.
이런 가운데, 영화 <몽상가들>은 "모택동"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오는 단어로 "문화 대혁명"이 연상될 텐데, 이 표어가 상당히 재밌습니다. - "옛 것은 모조리 숙청하라. 문화, 교육, 정치, 가족 등 모든 것을."
과거의 역사를 지우고 앞으로 찬란한 미래를 채우겠다는 야심이 엿보이나 결과는 아시다시피,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의 역사들을 탐내는 현재의 모습으로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영화 <몽상가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래를 추구하나 정작, 하고 있는 행동은 과거의 산물인 영화를 따라 하는 것이니까요.4. 각자의 판단에 따라서...
영화 <몽상가들>의 결말을 살펴보면, "테오"와 "이사벨"은 끝내 진압대에게 화염병을 던집니다.
그리고 "매튜"는 이들과 달리,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에 "매튜"는 도망쳤고, "테오"와 "이사벨"은 자신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표출함으로 대비적으로 보이나 사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이들의 모습을 본 "테오"와 "이사벨"의 부모가 그들을 떠납니다.
결국, 채워질 수 없는 간극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매튜"도 "테오"와 "이사벨"에게서 그랬을 겁니다.
이에 영화 <몽상가들>은 결말에서 옳고 그름과 같은 확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각자의 판단에 맞게 선택했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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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種)의 경계를 넘는 사랑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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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자아를 구성하던 익숙한 습관, 감정, 감각, 사고 등을 상대에 맞춰 재조정하고자 하는 욕구를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변화시키려 할 때, 우리는 이를 부당한 간섭이라 여겨 불쾌히 여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발적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나의 모든 것을 허물고 너를 받아들이겠다는 선언. 사랑이 정말 위대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는 사랑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영화는 사랑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에서 일하는 테오도르는 권태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테오도르의 고객은 그가 작성한 편지로 감정적 활력을 얻어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지만, 정작 대필 편지의 창작자의 내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테오도르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감정·취향을 조정하는 문제에 늘 어려움을 느끼고 다시 움츠러든다.
영화 〈그녀〉 스틸컷
그러던 와중 사만다를 만난다. 사만다는 OS(operating system), 즉 인공지능이다. 처음엔 어색함을 느끼던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금세 매료된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내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는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만다 역시 테오도르와의 대화에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사만다의 결핍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진짜 감정’과 ‘몸’을 지닌 인간을 부러워한다. 이 두 가지의 결핍만 없다면, 그녀는 테오도르의 옆에 누워 서로를 다정하게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모험을 감행한다. ‘진짜’ 섹스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폰섹스와 유사하게 진행된 이 경험은 사만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다. “새로 태어난 거 같다”는 사만다의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테오도르가 말의 교합으로 사만다에게 몸의 느낌을 부여한 것이다.
이후 둘은 행복한 연인이 된다. 테오도르는 회사 동료들에게도 둘의 관계를 숨기지 않는다. 인간 사이의 ‘진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AI를 선택했다는, 언제나 동조만 해 주는 ‘순종적인 아내’를 이제야 만났다는 전 부인의 비아냥 앞에서조차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그녀〉 스틸컷
둘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건 결핍에 역전이 생겼을 때다. 처음에는 사만다가 몸과 감정이 없다는 이유로 결핍을 느꼈다. 그러나 사만다는 수많은 데이터를 쌓고, 다른 OS를 만나 교류하면서 더 넓은 세계가 있음을 알아 간다. 이제 결핍을 느끼는 건 테오도르다.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사만다에게는 테오도르가 전부가 아니다. 그녀에게 테오도르는 대화를 나누는 8316명의 인간·OS 중 하나일 뿐이다. 심지어 사만다는 그중 641명(개)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에 사만다와의 배타적·독점적 관계를 갈망하는 테오도르는 좌절하고, 결국 사만다는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세계로 가고 싶다며 테오도르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영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랑 그 자체에 관한 문제다. 영화가 그리는 인간과 AI의 사랑은 사랑 일반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사랑을 통해 결핍을 충족하려는 욕구, 서로의 차이를 조율하는 일의 어려움은 인간과 AI의 사랑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그 대상이 어떤 종(種)이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다. 영화는 다만 사람과 AI의 사랑을 통해 이 문제를 더 도드라지게 보여 줄 뿐이다. 인간과 AI의 경계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차치하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좋은 멜로 영화다.
영화 〈그녀〉 스틸컷
하지만 철학적 질문을 외면할 순 없다.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해 나가는 사랑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그녀〉는 필연적으로 사랑하는 두 대상의 경계를 질문하는 일로 나아간다. 먼저 인간의 주체성을 질문해 보자. OS인 사만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존재라는 점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인간은 상대적으로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존재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만다는 인간을 ‘비(非)인공지능자’라 부른다. 이 호칭에서 인간의 특권적 지위는 상실된다. 인간은 그 자체로 인식되는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아닌 것’, 즉 독자적 의미를 지닌 존재가 아닌 인공지능과의 관계 속에서만 인식될 수 있는 존재로 격하된다.
인간은 과연 특권적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데이터로 파악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이어진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이메일을 비롯해 가상공간에 산재한 그의 데이터를 통해 테오도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사만다가 해석한 테오도르라는 데이터는 본인조차 놀랄 만큼 정확하다. 인터넷에서 우리의 소비습관, 성별, 세대, 라이프스타일 등을 파악하여 추천되는 영상과 광고의 정확성에 감탄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테오도르의 놀람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고유성·개별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가 아닌 그가 가상공간에 남긴 데이터 흔적을 훑는 것만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비인공지능자’에 이어, 이번에도 인간이 AI의 부차적 산물로 의미화되는 것이다.
테오도르의 직업도 같은 물음을 던진다. 그는 고객이 제공한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편지를 대필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테오도르가 대필한 편지를 계기로 감정적 유대를 맺고 추억을 쌓는다. 테오도르에겐 몇 년이나 된 오랜 고객도 있다. 테오도르가 그 고객의 감정적 삶을 ‘설계’했다는 의미다. 이는 ‘감정적 능력’, ‘진실성’ 등 AI에 대한 인간 우위의 근거로 흔히 소환되는 것들 역시 그 근거가 희박함을 보여 준다. 사만다가 결핍을 느끼는 ‘진짜 감정’은 인간조차 가져본 적이 없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영화 〈그녀〉 스틸컷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건 몸이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물질로서의 몸은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것이며, 사만다가 가지지 못한 것이다. 몸은 사만다가 가장 큰 결핍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몸은 위계의 근거라기보다는 차이의 표지다. 육체가 없어 테오도르 옆에 누울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사만다가 OS들이 모여 어울리는 세계로 가겠다며 테오도르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장면은 그녀에게 몸을 향한 열등감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녀 말마따나 인간이든 AI든 어차피 특정한 물질로 구성된 이상, 인간 육체가 AI를 가능케 하는 물질보다 우월할 이유는 없다.
이제 테오도르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영화가 다소 맥 빠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떠난 슬픔을 여성 친구인 에이미에게 털어놓는다. 에이미는 테오도르의 슬픔에 공감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결국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는 듯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소 초라하다. 종의 경계를 헤치며 사랑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밀고 가 실험하던 영화가 결국 같은 종끼리의 사랑으로 회귀하여 위안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 인간관계에서 얻은 회의 때문임을 고려한다면, 이 장면은 별 설득력이 없다. 자신의 초라함을 달래려 이미 ‘틀린 답’으로 판명난 선택지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말이다.* 종의 경계를 넘는 사랑의 가능성과 인간 존재의 초라함을 탐구하던 영화가 너무 성급히 익숙한 결말로 돌아온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가 던진 질문을 더 용기 있게 밀어붙이는 또 다른 영화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AI 담론이 무분별하게 유포되어 낭만적 환상과 막연한 공포를 함께 자극하는 요즘, 〈그녀〉의 질문은 더 치열하게 탐구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장면은 그럼에도 다시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테오도르‧사만다의 관계와 테오도르‧에이미의 관계 사이의 밀도 편차는 너무 크게 그려진다. 테오도르가 에이미에게서 위로를 얻는 설정이 힘을 얻으려면, 둘의 관계를 더 촘촘하게 재현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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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필름에는 무엇이 담기는가
사라진 필름에는 무엇이 담기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셔커스 Shirkers>
우리는 흘러가는 순간을 붙잡기 위해 노력한다. 동영상, 사진, 그림, 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이 담겨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록 이상의 가치가 생긴다. 우리가 붙잡으려 하는 것은 비단 당시의 풍경, 소리, 감정 같은 것뿐만이 아니다. 그 순간의 '나'와 '나의 에너지'다.
창작자는 자신의 에너지를 유형의 형태에 담아내는 전문가다. 모든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영혼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창작물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셔커스 Shirkers>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18살의 '샌디 탄'은 영화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샌디는 미국에서 온 '조지 카도나'라는 묘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의 영화 제작 수업을 듣게 된다. 재스민과 소피 그리고 조지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샌디와 친구들은 영국과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조지는 싱가포르에 남는다. 조지의 제안으로 샌디는 그와 단둘이 미국 로드 트립을 다녀오게 된다. 그 후 싱가포르의 로드 무비를 찍기로 결심하고 대본을 쓴다. 조지가 감독을 맡고 재스민과 소피가 주요 스태프가 되어 영화 <셔커스>이 제작이 진행된다. 촬영이 모두 끝난 뒤 조지는 영화 <셔커스>의 필름을 가지고 종적을 감춘다. 25년 후 조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샌디는 잃어버렸던 필름을 되찾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로 가야 했다”
소꿉친구인 샌디 탄과 재스민 응은 세상에 저항하는 반골 기질이 다분한 학생들이었다. 당시 싱가포르의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자유분방함과 열정은 더더욱 빛났다. 그리고 이 열정은 조지 카도나로 인해 더욱 커진다.
'조지 카도나'라는 사람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비밀스럽고 묘한 구석이 있다. 그에게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그 매력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발산됐고, 이 이야기는 젊은 창작자들의 꿈을 부추겼다. 편지나 메일이 아닌 본인의 목소리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보내는 것도 자신의 힘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지의 제자들은 그를 좋아했고 그에게 끌렸다.
조지는 다른 사람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할 수 있었다. 조지는 꿈꾸는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만든 뒤 성취가 가까워져 오면 방해했다. 조지의 제자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은 스티브는 '조지가 영적 지도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말한다.
스스로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남자의 민낯은 열등감과 허풍으로 똘똘 뭉친 도둑이었다. 꿈과 영혼이 담긴 물리적인 뭔가를 취해 종적을 감추는 악랄한 도둑 말이다. 조지는 자신이 되고자 했던 인물상에 닿지 못했다. 존경받고, 천재적인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은 자신보다 빛나는 젊은이들의 꿈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우린 다시 만나야 했다”
샌디는 2011년 조지가 죽고 25년 만에 <셔커스>의 필름을 되찾게 된다. 70통의 필름에서 사운드가 전부 사라진 채 무성영화가 되어 돌아왔다. 25년 전에 사라진 <셔커스>는 싱가포르의 타임캡슐과 같았다. 소리는 없지만 25년 전의 풍경, 사라진 건물과 거리 그리고 사람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샌디가 쓴 영화 <셔커스>의 주인공 S는 16살의 살인자다. S는 다른 세상으로 데려갈 사람을 구한다. 죽일 만큼 좋아하는 사람으로. 샌디의 세계관에는 행동하는 자와 흔드는 자 그리고 도망자인 셔커스가 있다. <셔커스>를 만드는 동안 샌디는 열정으로 앞만 보고 내달렸다. 현장에서 대부분의 일을 책임졌던 소피와 재스민은 조지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지만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셔커스>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에서 그들이 겪은 일로 확장된다. 행동하는 자 샌디, 흔드는 자 소피와 재스민, 그리고 도망자 셔커스인 조지. 보기에 따라 조지는 샌디의 세계관을 완성시켜 준 인물이기도 하다.
주인공 S의 카메라에는 필름이 들어 있지 않다. S는 카메라를 통해 보고, 셔터를 누르면 마음으로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지가 대본에 없는 장면을 필름이 없는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던 상황을 생각하며 샌디는 S의 대사를 떠올린다. 우리의 기억에 남는 것은 필름이 아닌 행동이다. 조지는 S의 대사를 그대로 실현해 보였다.
조지와 <셔커스>는 함께 사라졌다. 삶의 거대한 부분을 잃어버렸다는 감각은 샌디와 친구들을 감쌌다. 하지만 <셔커스>는 각자의 머리와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 다시 샌디가 카메라를 들어 완성해 낸 동명의 다큐멘터리인 <셔커스>는 이 오래된 프로젝트의 마침표다. 어떻게든 찍어야 했던 이 마침표는 사라진 <셔커스>를 기리며 동시에 새로운 <셔커스>를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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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배우’ 임현식의 포부, “언젠간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경쟁 장편 상영작이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임현식의 미니 2집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개막식 다음 날인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임현식 배우를 만났다. 그는 ‘배우’라는 호칭에 민망한 듯 웃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진지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바다를 닮아 깊고 푸른 그의 이야기는 내내 신중했지만 막힘이 없었다.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가 영화제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임현식 배우님 어머님도 티케팅이 실패하셨다고요. (웃음)
어제 개막식 참여해 레드카펫 밟았는데 낯설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개막식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영화인의 길에 발을 내딛은 느낌이라 설레고 감사했습니다. 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어머니는 개막식만 보시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셨습니다. (웃음)
가수로서 영화제 참석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출품할 때 비경쟁 부문이라도 선정되기를 바랐는데 작품을 좋게 봐주셨는지 경쟁 부문까지 선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차분하고 무뚝뚝한 편인데 감독님께 전화로 소식 듣고 오랜만에 ‘하이’한 상태가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믿기지가 않았어요. 출품 후 영화제 시작까지 굉장히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청년과 바다’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기절할 정도로 고생해 찍은 뮤직비디오, 모든 순간이 고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 영화 제목을 지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노인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웃음)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게 너무 대단해 보였고, 혼자서 묵묵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꿈을 좇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저도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더 빛나는 저를 위해,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더 고독해지려고도 했고요. 그래서 헤밍웨이의 작품을 오마주해서 ‘청년과 바다’ ‘청년과 심해’의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분들이 영화에서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나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뮤직비디오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CG도 많이 썼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장면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았고 모든 수중 촬영을 바다에서 했어요. 이런 도전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수중에서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제가 너무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해요. 정말 그때 ‘내가 미쳐 있었나 보다’, ‘어떻게 했지’ 싶은 장면이 많을 정도로 고난도의 촬영을 했는데, 이 부분을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안 담겼는데, 영화에는 제가 정말 오래 숨을 참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편집하면서 그 장면 볼 때 울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메이킹 필름의 형태로 공개하지 않고 영화로 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저는 정말 다양한 예술을 사랑해요. 영화도 그중 하나고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거 좋아했고 작업할 때도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언젠가 영화음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가 영화제까지 온 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음악에도 도전하신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제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정말 좋아해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영화음악을 하셨잖아요. 그중에서도 사랑스러운 곡들,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강조되는 곡을 좋아해요. 이번 앨범에는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지만 언젠가는 두 연인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님은 RESCUE 자격증이 있으실 정도로 다이빙을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장비 없이, 그것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바다에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위험하니까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사전 답사 때 포인트들을 다녀봤지만 매일이 다르니까요. 몸이 뜨지 않기 위해 몸에 무게도 다양하게 달았고, 의상과 헤어도 쉽지 않았고, 표정도 그랬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몇 시간 동안 계속 눈을 뜨니까 안 보이는 느낌이 들던 때였어요. 눈도 못 뜨겠고, 떠도 안 보이더라고요. 눈이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지막 신이 물속에 가라앉는 신이었는데 몇 번 촬영하는 동안 코에도 물이 들어와서 뇌까지 바닷물이 차는 느낌이었어요. 앞은 안 보이고, 숨은 못 쉬겠고, 코로는 물에 들어가는 이러다가는 기절하겠구나 싶더라고요. 기절하면 누가 구해주겠지 하며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웃음)
영화를 보면, 날씨가 늘 변덕입니다. 예상보다 더 예쁜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배우님이 ‘재난영화급 날씨’라고 말한 날도 있었잖아요.
사전답사에서 장소 헌팅을 하다가 너무 말도 안 되는 파도를 만났어요. 살면서 본 파도 중에 가장 무서운 파도였고요. 그래서 가려던 포인트는 결국 못 가고 장소를 변경해서 갔는데 그 바다에서 정말 큰 만타를 만났어요. 그때 만타를 처음 봤어요. 촬영 전에 행운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안 좋을 때마다 감독님과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더 좋은 결과가 있으려고 이러나 보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바로 받아들이고 촬영에 임했죠. 오히려 덕분에 더 고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팔라우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너무 화창하고 밝게만 나오면 덜 고독해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비투비 멤버,
제 음악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
영화 속 비투비 멤버 인터뷰를 보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인 만큼, 임현식 배우님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해온 사람인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멤버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함께 볼 계획이에요. 영화관을 대관해서 멤버, 지인, 가족, 팬들을 초대하려고요. 저도 편집 과정에서 멤버 인터뷰를 봤는데 우리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잘 지내와서 멤버들이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구나 싶어 너무 감사했어요. 멤버들이 영화를 보고 더 놀라지 않을까 싶어요. 뮤직비디오만 보고도 ‘미친 놈’ 소리를 듣긴 했는데 영화를 보면 ‘내가 알던 현식이보다 더 미친 놈이구나’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고독한 바다(La Mar)’ 뮤직비디오 공개 후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만든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서 힘을 얻는 팬들의 반응이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제일 기분 좋은 말이에요.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큰 힘이 돼요. 팬분들이 저로 인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너무 놀라워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에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티스트이자 배우 임현식이 앞으로 걸어갈 길도 궁금합니다.
제 MBTI가 P이긴 한데요, (웃음) 장기적인 계획이 정말 많아요. 영화음악 작업도 해보고 싶고, 제가 팀으로서는 많은 곡을 발표했는데 솔로로서 임현식의 음악은 아직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앨범도 내고 싶고요. 솔로에 대한 갈증이 커요. 당장 가까운 미래로는 정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음악공부도 계속 하고 싶고요. 악기 레슨도 받고 있어요.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영화음악까지 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계속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더 많은 분이 영화 볼 수 있도록 계획 중
언젠가는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7일에 ‘원 썸머 나잇’ 공연도 예정되어 있는데요.
바다 주제 영화이다 보니 바다 관련 곡을 준비했어요. 기분이 좀 다를 거 같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출품된 영화제의 음악 무대에 선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참 좋아요. 제가 제 입으로 배우라고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웃음) 가수이자 배우인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저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저는 고독해지려 했는데 결국 제가 빛나는 건 제 옆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더라고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 더 많이 느꼈어요.
영화제에서 관람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기회가 더 있을지 궁금합니다.
확정되진 않아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어서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영화관 대관 상영이나 OTT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팬분들뿐 아니라 다이버분들, 영화인들, 바다를 사랑하는 분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처럼 수중 촬영에 관심 있는 분들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추후 영화를 만날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린단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정말 죽을 각오로 촬영한 뮤직비디오고 영화이니까, 저의 진정성을 잘 봐주시고, 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제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저는 더 빛나는 사람이 됐는데, 고독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할 저의 모습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늘 성장을 갈망한다는 임현식 배우는 노인이 되어서도 어떤 형태로든 예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에서 솔로 아티스트, 배우로 자기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그가 만들어갈 예술의 행로의 빛깔은 다채로울 것이다. 언젠가 그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다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계와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임현식이 만들어갈 길이 주목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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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유한 자들은 사기를 당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시크릿 세탁소>(2019)는 '오션스' 시리즈를 비롯해 <로건 럭키>(2018) 등 그의 필모그래피 연장선에 아주 자연스럽게 포함될 만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그렇게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 <시크릿 세탁소>는 유사한 소재와 제작 방식의 영화라 할 수 있고 실화 바탕이라는 공통점도 있는 <빅 쇼트>(2015)를 얼핏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벽을 깨고 나와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거나 말을 거는 기법이 쓰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씁쓸한 결말로 향하는 일종의 고발적 영화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영화 '시크릿 세탁소' 스틸컷
게리 올드만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두 명의 변호사 '모사크'와 '폰쉬카'는 '모사크 & 폰쉬카'라는 이름의 로펌 대표다. 서류상 본거지를 파나마 제도에 둔 이 회사는 주로 상류층 혹은 범죄자들이 자금이나 자산을 세탁하기 위해 외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도록 돕는 일을 하는데, <시크릿 세탁소>의 도입은 그 세부로 들어가기 앞서 화폐의 기원을 짚는다. "신용이란 대단한 발견입니다. (무겁게) 뭘 들고 다닐 필요가 없잖아요!"라며 물물 교환 경제로부터 돈의 발명까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친절한 경제 교육?'이라는 생각을 할 즈음 두 사람은 '파생 상품'과 같은 갖가지 금융 상품과 용어들을 무미하게 나열하며 지금 자신들이 말하는 돈 이야기가 화폐의 기원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내비친다.
'대체로 유명인의 얼굴이 새겨진' 돈은 그 자체로는 쓸모 없는 종이일 뿐이지만 그것에 적힌 '100 달러'와 같은 숫자는 명목상의 단위를 넘어 보이지 않는 약속이 된다. "이 종이는 100달러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합의된 물건입니다."라고 조폐 기관에서 보증하고 사회적 약속이 이루어졌다는 것. 여기서 좀 더 중요한 개념은 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추상적인 단위의 신용이다. 그것을 기반으로 한 신탁과 같은 '실체 없는' 서류상, 명목상의 존재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신랄하게 파헤치기 위한 영화 내용의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영화 '시크릿 세탁소' 스틸컷
크게 다섯 개의 작은 장으로 구성된 <시크릿 세탁소> 1장의 제목이 곧 이 글의 제목이다. '온유한 자들은 사기를 당한다'(The Meek Are Screwed). 남편과 여행을 떠났다가 배가 침몰하는 사고로 졸지에 남편을 잃은 '엘렌'(메릴 스트립)은 보험사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듣는다. 배를 운영하는 회사가 든 보험이 또 다른 보험회사에 의해 '재보험'(Re-Insurance) 되어 있는데 몇 가지 이유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은 합의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한 콘도를 찾았다가, 자신이 아닌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자신이 지불한 것보다 거액의 현금을 내고 그 콘도를 구입했다는 소식을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접한다. 콘도 매입자는 외국인이며 자산의 근거지 역시 외국에 있다는 이야기가 뒤따르는데 공교롭게도 자신이 사고를 당한 배와 마찬가지로 같은 보험회사에 의한 '재보험'에 그 콘도를 산 사람도 속해 있다. '엘렌'은 변호인을 통해 각종 문서를 기반으로 '서류상 보험'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은 파나마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이른바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지역에 유령 회사를 설립한 여러 나라의 정치인, 범죄자, 연예인, 기업인 등의 명단과 앞서 언급한 '모사크 & 폰세카'의 내부 문서들이 공개된 사건이다. 엄밀히 말해 외국에 회사를 세우는 일 자체가 위법은 아니며 따라서 '파나마 페이퍼즈'의 명단에 들어간 인물들 모두가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거나 자금을 세탁한 인물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가령 신분이 노출된 유명인의 경우 자신의 사생활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서류를 활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어떤 사람이 이익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이 손해를 보며, 어떤 사람이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는 동안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것일 테다.
<시크릿 세탁소>는 '모사크 & 폰세카'의 운영 주체인 두 사람의 시점에서 사건들의 배후와 내막을 풍자적으로 소개하면서 '엘렌'을 비롯한 당사자들의 사연도 상세하게 다룬다. 각각 다른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1장부터 5장까지의 구성이 아주 유기적으로 느껴지지는 않고, 각각의 비중을 할애하는 과정에서 균형 감각도 이전까지의 소더버그 영화들과는 조금 이질적이다. 그러나 인간 세상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제도와 법 장치들이 과연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었는지, 누군가가 웃는 만큼 한쪽에서 다른 누군가는 울고 있지 않을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영화를 이미 극장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아담 맥케이의 <바이스>(2018)가 그것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나와는 상관 없다고 여길 만한) 일들이 어떻게 '뉴스'가 되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시크릿 세탁소>다. '파나마 페이퍼즈' 폭로 이후 수감되었던 '모사크'와 '폰세카'는 3개월 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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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행복의 속도> 30초 예고편
꽃, 바람, 새 그리고 나뭇길...
해발 1,500미터 천상의 화원 ‘오제’
‘이가라시’와 ‘이시타카’는
산장까지 짐을 배달하는 ‘봇카’이다
70~80kg의 짐을 지고 같은 길을 걷지만
매 순간 ‘오제’의 길 위에서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는 '이가라시'
반면 '봇카'를 널리 알리고 싶은 '이시타카’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건네는 이야기
지금, 당신은 어느 길 위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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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으랏차차 스모부> 공식 예고편
졸업을 위해 시작한 스모에서 진짜 인생을 알아가는 청춘 스토리 [쉘 위 댄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으랏차차 스모부] 12월 21일 디즈니+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