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2-09-26 07:58:26
[DMZ DOCS] 박물관에서 벌어진 러-우크라 전쟁
〈크리미아의 유물〉 리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크리미아의 유물(The Treasures of Crimea)
Netherlands/2021/84min/우카 후겐데이크 감독 작품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데 영향을 끼친다. 영화 〈크리미아의 유물〉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초래한 한 사건의 혼란스러운 궤적을 담았다. 사건의 장소는 박물관이다. 크림 반도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는 소장품의 일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보냈다. 박물관끼리 소장품을 교환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일상적이기에 전혀 문제될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시와 전쟁이 겹치며 소장품을 어디에 보낼 것인지를 두고 대립이 생긴다.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가 원래 자신의 영토였음을 강조하며 소장품이 크림 반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가 국가의 소유물이고, 해당 소장품이 ‘국보급 유물’이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물관은 소장품이 원래 있던 곳, 즉 크림 반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차지한 것도 수십 년에 불과했다는 점도 상기한다. 무엇보다 문화재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지역의 역사를 표상하는 유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양측의 주장은 합리성과 맹점을 동시에 가진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문화 자산을 수호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문화의 주체를 국가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박물관의 주장은 문화의 경계를 국가 너머로 확장하지만,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태도가 크림 반도를 점유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는다.
한 출연자의 말마따나 문화재는 문화, 정치, 역사가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장소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모두 승소했다. 최근 재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러시아를 대하는 국제 여론이 악화돼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승소하든 ‘크리미아의 유물’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 지형에서 ‘완전한’ 정답은 성취되지 못한 채 남을 것이다.* 〈크리미아의 유물〉이 던지는 문화재의 의미와 전쟁의 파급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는 동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복잡한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크리미아의 유물〉의 시도가 다소 공허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는 학문적 열정으로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자기 땅에서 유물을 발견한 농부의 순수한 기쁨도 담아낸다. 그러나 ‘순수히 아름다운’ 문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인 학예사가 우크라이나 동료들에게는 러시아 편에 선 제국주의자로, 러시아 치하로 들어간 상황에 만족하는 주민들에게는 크림 반도의 유물을 반출한 사람으로 비난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의 암시적 대답은 문제의식에 비해 다소 나이브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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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클라베 | 의심으로써 바로 세운 신비함과 믿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교황 사망 이후 추기경단 단장 '토마스 로렌스'(랄프 파인즈) 추기경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 '콘클라베'를 총괄한다. 로렌스는 무사히 선거를 관리한 뒤 다음 교황이 뽑히는 대로 교황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교황청에서 일하는 동안 오히려 신앙심이 약해진 것 같았기 때문.
하지만 콘클라베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혼란스러워진다. 후보 간의 정치 공세가 시작되면서 유력 후보인 '알도 벨리니'(스탠리 투치), '트랑블레'(존 리스고),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 추기경과 관련된 추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에 로렌스는 추문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 그러는 사이 갑작스레 유력 교황 후보로 떠오른 그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의심 위에 지어진 교회
예수의 열두 사도 중 토마스는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사도는 아니다. 초대 교황 베드로, 배신자 유다, 복음서 저자인 요한 등에 비하면 성경 속 활약이 부족하기 때문. 12 사도에 포함되지 않는 사도 바오로보다도 알려진 행적이 부족할 정도다. 그나마 부각되는 이미지도 부정적이다. 예수의 손과 허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는 한 그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 제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학적 관점에서 사도 토마스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의심은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신앙고백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의 신성을 의심한 것에 대한 회개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환희를 담아 예수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Dominus meus et Deus meus)”이라고 고백했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 그 자체임을 밝힌 토마스의 고백은 기독교의 근간인 삼위일체론의 근거가 된다.
즉, 토마스는 흔히 간과하는 신앙의 핵심 중 하나, 의심을 상징하는 사도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자신의 확신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앎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신까지도 의심하는 사람의 믿음이 더 건강하다는 것. 실제로 토마스를 혼내는 대신 제자의 의혹을 풀어주고 확신으로 가득 채워준 예수의 모습에서도 맹신보다 의심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다.
사도 토마스의 가르침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콘클라베>를 통해 스크린 위로도 펼쳐진다. 또 한 명의 토마스,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관장하면서 깨달은 의심의 중요성이 정치 스릴러의 형식으로 드러나기 때문. 특히 그의 깨달음이 개인적, 종교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함의로도 확장되기에 <콘클라베>는 더욱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의심하는 '토마스'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의 의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전임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의심한다.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교황의 최측근인 그조차도 교황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 그는 교황의 사인이 무엇인지, 선종 전에 이상한 낌새는 없었는지를 캐묻는다. 더 나아가 교황이 마지막으로 접견한 사람과 처리한 업무는 무엇인지도 조사한다.
콘클라베 중에는 교황 후보로 거론된 추기경들을 의심한다. 특히 그들의 추문을 조사한다. 수녀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 자신의 추기경직 파면 소실을 감추고 추기경들을 매수했다는 소문. 교황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거나, 라틴어 미사 부활 및 성소수자 차별과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로렌스는 새 교황이 결정되는 순간까지도 모든 추문의 진상을 확인하려 애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유력 후보들의 추문이 하나 둘 사실로 밝혀지자 콘클라베 결과는 예측불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로렌스는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진심을 담은 그의 강론이 결정적이었다. 콘클라베 전 미사에서 그는 십자가에 매달릴 때까지 신을 의심한 예수처럼 의심하는 교황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의심 없는 확신이 통합의 적이고, 다양성이 곧 교회의 힘이라 믿었으니까.
그의 강론은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진보 성향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를 차기 교황 후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로렌스는 기뻐하거나 욕심내지 않는다. 과거보다 신앙이 약해졌다고 느끼는 그는 자신이 과연 교황직에 적합한지 의심한다. 더 나아가 다른 추치경들의 추문을 조사한 것이 교황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자의 업무에 충실한 것인지도 자문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의심하는 그는 실로 '토마스'답다.
의심으로써 쌓아 올린 스릴러
삼중의 의심 덕분에 <콘클라베>는 정치 스릴러로서의 쾌감과 종교 영화로서의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다. 우선 로렌스가 모든 소문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탁월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로렌스도, 관객도 진실을 모르는 입장이다 보니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한 몫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007> 시리즈, <타이탄>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트모트, M, 하데스 등의 역할을 맡은 배우이지만, <콘클라베>는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모든 이야기와 의도, 장르적 쾌감까지도 토마스 로렌스의 의심에서 비롯되는데, 랄프 파인즈는 냉정한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추기경이라는 지위 뒤에 숨은 인간적인 연약함을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한 소문에 관한 상반된 정보가 투표 전후로 제공되거나, 얼마 간의 텀을 두고서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는 식의 완급조절도 인상적이다. 특정 캐릭터를 악역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정치극으로서의 스릴을 끌어올리기 때문. 관객이 캐릭터가 전혀 다른 추기경 중 호감 가는 인물을 응원하도록 유도한 뒤,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진실과 그의 최후를 지켜보고 확인하는 과정의 긴장감과 묘미가 상당하다.
이에 더해 일반적이지 않은 배경도 정치극의 스릴을 강화한다. 카메라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콘클라베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교황 사망 시 반지에 표식을 남기는 것,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를 만드는 방법, 투표 순서 및 방법 등. 이러한 디테일은 콘클라베의 신비함을 벗기고 속살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 쾌감을 충족시키며, 정쟁의 서스펜스도 증폭시킨다. 관음증적 욕망과 권력욕이라는 인간적 욕망이 만나 서로 공명하기 때문이다.
스릴러로 벗겨 낸 신성함
이 대목에서 삼중의 의심은 종교적 메시지도 전해준다. 교황 선거를 정치 스릴러로서 풀어낸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성함도 한 꺼풀 벗겨낸다. 실제로 카메라는 전통에 스며든 현대적 흔적을 포착한다. 최신식 호텔을 연상시키는 교황청 숙소, 어벤져스 기지처럼 자동적으로 닫혀서 외부와의 소통을 막는 창문, 투표지뿐만 아니라 염소산칼륨을 함께 태워서 만드는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가 대표적이다.
현대적 이미지는 교회와 현실의 갈등, 전통과 미래의 모순을 시각화한다. 콘클라베의 속살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톨릭 교회의 속살도 함께 드러내는 셈이다. 실제로 극 중 추기경들을 둘러싼 추문은 사실 낯설지 않다. 이미 수차레 지적받고 공론화된 가톨릭 교회의 오래된 문제들이기 때문. 일례로 신부들의 성 추문과 교회의 조직적 은폐 시도는 <스포트라이트>나 <신의 은총으로> 같은 영화가 여러 차례 다룬 바 있다.
추치경들의 부패도 심심찮게 비판받고 있다. 당장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0년에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시성성 장관에서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베드로 성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교회 기금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문제제기가 경질 이유였다. 이에 더해 교회의 방향성 역시 뜨거운 감자다. 성소수자 및 이혼자, 타 종교인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는 교회 내에서도 좀처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 <콘클라베>는 전통과 관습을 고수하는 교회가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한 세태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이 무너지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로마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성당의 창문 한쪽이 파손되고, 추기경들은 부상당한다. 이 이미지는 교회와 세속을 가르는 강고한 경계의 붕괴와 현대 사회의 변화에 적응 못한 교회의 퇴락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문을 열어야 보이는 진리
흥미롭게도 <콘클라베>는 폭탄 테러가 발생한 순간의 연출을 통해 교회와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로렌스는 삼중의 의심 끝에 자기 이름을 투표지에 적는다. 그가 투표함의 문을 열고, 표를 넣으며 함의 문을 닫으려는 바로 그 순간, 시스티나 성당은 폭탄 테러로 인해 먼지로 뒤덮이고 콘클라베는 중단된다. 사건이 수습된 뒤 콘클라베는 파손된 시스티나 성당의 창문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로 재개된다.
이때 핵심은 '문'이다. 문은 로렌스의 의심을 상징하는 오브제이기 때문. 로렌스에게 문은 '판도라의 피토스'나 다름없다. 피토스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한 판도라처럼 로렌스는 문 뒤에 숨은 진상을 찾을지, 아니면 문을 외면할지 고민을 거듭한다. 일례로 그는 행방불명된 보고서를 찾기 위해 봉인된 전임 교황의 방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한다. 추문에 휩싸인 추기경들을 조사하기 위해 그들의 숙소 문을 열어야 할 지도 고뇌한다.
하지만 의심 끝에 문을 열면 그는 고통스러울지언정 진실에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 즉, 문은 의심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진실과 진리가 보인다는 메시지의 상징이다. 테러 이후 성당 창문이 열린 채로 콘클라베가 재개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그가 의심을 멈추고 투표함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 콘클라베는 엉망이 된다. 마찬가지로 의심 없이 자신이 믿는 신과 교리에 대한 확신으로 무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해서.
의심으로 빚은 <콘클라베>의 진의
테러 이후 다른 종교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하는 보수파 추기경들의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 누구든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보수파 추기경들처럼 특정 이념에 경도되거나, 특정 사상을 확신하는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갈등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커지는 중이기 때문. 이는 <콘클라베>의 메시지에 종교적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새로 뽑힌 교황도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교회 내에서 비주류 지역으로 여겨지는 분쟁 지역에서만 활동했고, 인터섹스이지만 스스로를 남성으로 규정하는 인물이다. 그의 활동과 정체성은 가톨릭 교회가 현대 사회과 교회 사이의 문제와 모순에 대해 관습과 전통에 의존하는 대신 새롭게 대응해야 함을 상징한다. 이는 그가 순결을 뜻하는 '인노첸시오'를 새 교황의 이름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콘클라베>의 모든 플롯을 뒷받침하는 로렌스의 서사도 새 교황의 선출로 완결된다. 이는 콘클라베 시작 미사에서 의심하는 교황이 필요하다던 로렌스의 강론에 맞는 응답이 신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자신에게 아직 신앙이 있는지, 다시 기도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그는 콘클라베로써 답을 찾은 셈이다. 그렇기에 콘클라베 기간 동안 닫혀 있던 창문이 열림과 동시에 영화가 끝나는 결말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끝없는 의심의 다른 이름, 진리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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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가장 소박하지만 용기 있는 선(善)이 일군 기적
Program Note
춘희는 세상을 떠난 남편 현철과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 자그마한 아파트로 이사한다. 남편이 아끼던 그랜드 피아노와 자동차와 함께. 하지만, 새집에 피아노를 들이는 게 여의치가 않자, 이웃 주민 민준의 제안으로 그의 아파트에 두기로 한다. 알고 보니 민준은 지휘자인 데다 엄마를 찾고자 무작정 한국으로 온 사연이 있다. 두 사람의 뜻밖의 만남에 이어 민준이 기특해하는 피아노 꿈나무 성찬까지 가세하면서, 나이도, 경험도, 삶의 경로도 전혀 다른 세 사람의 무해하고 선한 우정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들이 함께하는 얼마간의 시간은 부재하는 이가 남기고 간 과거의 흔적을 가치 있는 미래의 일로 돌리고, 새로이 태어나게 만드는 환원과 재생과 부활의 과정이기도 하다. 시종 품위를 잃지 않고 너른 품으로 생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껴안는 영화는 의연하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참으로 귀한 우아한 세계이다. (정지혜) (©부산국제영화제)
감독: 김진유
출연: 김혜옥, 저스틴 H. 민, 박대호, 공민정, 김종구
소박한 선의 관성
한날 한시에 함께 가자던 남편은 야속하게도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함께 떠나자며 산 스위스행 비행기표도 무색해졌다. 춘희는 이제 세상에 홀로 남았다. 건축가였던 남편이 세심하게 지은 집 곳곳에는 차마 지우지 못할 남편의 흔적들로 가득하고, 춘희는 그것을 견딜 수 없다. 그는 처음으로 아파트로 향한다. 오직 남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와, 타지도 못할 그랜저, 그밖에 남편이 사랑한 몇몇을 데리고서. 누군가는 쉽게 버리고 망가트릴 그 골동품들을 그는 쉬이 놓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의 상실도, 망가져 가는 몸도, 낯선 아파트에서의 지켜야만 하는 까다로운 규칙들도 춘희의 선의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남편이 춘희를 위해 기꺼이 된장찌개를 끓였던 것처럼, 그 역시 이웃에게 살뜰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은 때때로 의도적이고, 때때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의 경위가 어찌되었든 간에, 누군가는 오지랖이고 유난이라 여길지도 모를 그 소박한 베풂은 민준과 성찬, 그리고 그밖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다름 아닌 춘희의 삶을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그저 말 한 마디, 그저 작은 도움을 보탰을 뿐인데, 어느새 춘희의 곁에는 몇 달 전에는 알지도 못한 아들과 손주가 생겼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오직 인간다운 선의와 우정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어느 생의 끝자락에서.
춘희가 내민 선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전염력이 강하다. 그는 그저 평소 해 오던 대로, 그가 으레 남편의 그랜저와 피아노를 닦아온 것처럼 의연하게, 순리대로 살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저 얼굴도 모르는 남이 되고 말 수도 있었던 이웃들은 그로 말미암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차마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누군가의 고충을 배운다. 잊었던 그들 안의 선을 일깨우고, 그로 말미암아 다시금 누군가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선의 확장과 계승이 사람을 살게 한다. 요즘 같이 팍팍한 현대 사회에서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가장 소박한 기적의 연속이다.
참, 봄처럼 따뜻한 영화다. 이 영화에는 완전히 나쁜 사람이 없다. 영화 곳곳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인간애에 대한 견고한 신뢰가 엿보인다. 영화가 꿈꾸는 것은 어떤 낭만화된 이상이 아니다. 삶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으니까. 영화는 그보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의 순환과, 차마 거스를 수 없는 만남과 이별을 전제한다. 그러나, 극중 춘희가 강조한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처럼, 그것은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따뜻한 세계에서, 만남과 이별은 아스라히 맞닿아 있고, 어떤 관계의 단절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은 어떤 유대와 애정, 선의로 말미암아 회복될 수 있으며, 때때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이별한 이와 재회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그래서일까? 이를 지켜보는 나도 춘희와 그의 이웃들이 나눈 그 살뜰한 마음을 가지고 싶어진다. 그것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피어오른다.
차가운 현실에 지쳤다면, 그래서 완전한 타인이면서 또 완전히 남은 아닌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이 영화와 함께 <흐르는 여정>에 올라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스케줄]
09-20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09-22 19:30 CGV 센텀시티 6관
09-23 16:00 CGV 센텀시티 5관
09-24 14: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09월 17일 ~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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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숲 속에 고립된 G7, 현대 정치의 초현실적 우화
감독 에번 존슨( Evan JOHNSON ) /게일런 존슨 (Galen JOHNSON)/ 가이 매딘(Guy MADDIN)
Canada, Germany, Hungary,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2024/104min /DCP /Color/B&W /Fiction/15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뜬소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 일곱 명이 G7 연례 정상회의에서 겪는 일을 그린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임시 성명서를 작성하려던 국가 정상들은 숲에서 길을 잃고 점점 커지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리뷰
캐나다 영화계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가이 매딘과 존슨 형제(에반 존슨, 게일런 존슨)가 공동 연출한 영화 <뜬소문>(원제: Rumours)은 G7 정상회담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비틀어낸 블랙 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다.
영화는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정체불명의 세계적 위기에 대한 공동 성명을 작성하기 위해 한적한 곳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내 정상들은 짙은 안개와 함께 숲 속에 고립되고, 설상가상으로 정체불명의 위협(죽지 않는 늪지의 시체들, 거대한 뇌 등)과 마주하며 혼돈에 빠진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지도자들의 허영심,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이들은 길을 잃은 채 서로를 의심하고 기이한 상황에 휘말린다.
<뜬소문>은 가이 매딘의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미장센과 고전 영화의 양식을 차용한 듯한 독특한 촬영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들은 정치인들의 공허한 수사와 위선적인 몸짓을 과장되고 희화화된 방식으로 포착하며, 현대 국제 정치의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숲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현실 정치의 밀실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지도자들의 내면 풍경을 시각화하는 무대로 기능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독일 총리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함께 극의 중심을 잡으며, 캐나다 배우 로이 뒤피는 자국의 총리 역으로 등장해 미묘한 캐나다적 유머와 풍자를 더한다. 찰스 댄스는 미국 대통령으로 분해 강대국 지도자의 오만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섬뜩한 상황 속에서 각 캐릭터의 불안과 욕망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정치 지도자들의 무력함과 소통 불능을 코미디와 호러를 넘나드는 장르적 실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폭로한다. <뜬소문>이 보여주는 대담한 상상력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뜬소문>은 현시대 정치의 단면을 기괴하고도 유쾌하게 해부하는 문제작이다.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현실에 대한 서늘한 성찰을 유도한다.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이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뜬소문'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상영 스케줄
2025. 05. 02 CGV 전주고사 3관 14:00 (상영코드 225)
2025. 05. 04 CGV 전주고사 3관 17:00 (상영코드 440)
2025. 05. 06 CGV 전주고사 3관 21:00 (상영코드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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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튼 아카데미 | 뻔한 이야기 속에 숨은 진주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 뉴잉글랜주의 고등학교 '바튼 아카데미'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 중인 '폴'(폴 지아마티). 이렇다 할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는 책과 자기 세상에 갇힌 채 살아간다. 그래서 그는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숙직을 맡아 기숙사에 남은 학생들을 지도해 달라는 교장의 제안도 큰 불평 없이 받아들인다. 어차피 그의 크리스마스는 달라질 게 없으니까.
하지만 크리스마스 방학 첫날부터 그의 예상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앵거스'(도미닉 세사)가 갑작스레 학교에 남았기 때문. 입이 튀어나온 앵거스는 교칙대로 공부를 강요하는 폴의 지도에 틈만 나면 반기를 든다. 거기에 아들과 사별한 기숙사 주방장 '메리'(데이바인 조이 랜돌프)까지 학교에 남으면서 무미건조할 예정이었던 폴의 크리스마스는 자꾸만 궤도를 벗어난다.
알렉산더 페인이 크리스마스 영화를 변주하는 법
'크리스마스 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가족과 떨어져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주인공. 그는 가족이 아닌 이들과 여러 모험을 겪는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기며 그렇게 한 층 성장한다. <나 홀로 집에>나 <해리 포터> 시리즈 초반부가 대표주자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 폴 지아마티 주연의 코미디 드라마 <바튼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비둘기 아줌마나 늑대인간은 없지만 큰 틀은 같다. 엄마와 새아빠의 신혼여행 때문에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야 하는 앵거스. 불만 가득한 앵거스는 당직 교사 폴, 학생 식당 조리사 메리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결 성숙해진다.
이렇게 보면 특별할 게 없다. 잘 만들고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영화. 그뿐이다. 그러나 정말 이뿐이라면 <바튼 아카데미>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남우주연, 여우연, 각본, 편집상까지 다섯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칫 익숙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가족, 교육, 그리고 1970년대다.
학교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다
폴과 앵거스는 단순한 학생과 교사 관계가 아니다. 앙숙이다. 규칙을 준수하는 교사와 자유분방한 청소년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친구가 아니기에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은 더 감동적이다. 특히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눈에 띈다. 그들은 가족과 관련해서 남몰래 간직한 아픔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를 건넨다. 그 순간 그들의 크리스마스는 비로소 따뜻해진다. 옆에 있는 새 가족을 찾았기 때문이다.
앵거스는 가족을 잃었다. 친아빠는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라 만날 수 없다. 친엄마는 계부와 신혼여행을 즐기느라 자기를 학교 기숙사에 처박아뒀다. 그래서 그는 유일한 가족사진에 유독 집착한다. 바튼 아카데미에 집착하는 폴은 괴짜로 유명하다. 교칙을 어기거나 공부를 안 하는 학생에게 유달리 엄격하다. 그런 그에게도 속사정이 있다. 어릴 적 엄마와 사별한 후, 그에게 집은 바튼 아카데미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앵거스와 폴은 그토록 바라던 가족과 집을 서로에게서 발견한다.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서로 마음에 안 들던 둘은 같이 병원을 가고, 저녁을 먹고, 서점을 가고, 볼링을 치면서 상대방의 고독함을 발견한다. 앵거스가 숨기고 있던 우울증 약도, 하버드에서 쫓겨나 바튼 아카데미로 돌아와야 했던 폴의 사연도 공유한다. 가장 비참한 순간을 보여주면서 그들은 누구보다도 끈끈한 사제 관계로 거듭난다.
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아들을 최근에 잃은 그녀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두 남자는 그녀 옆에서 같이 TV를 보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동행하며 외로운 시간을 채워준다. 메리도 앵거스와 폴이 싸울 때 은근슬쩍 앵거스의 손을 들어주고, 폴이 앵거스를 학생이 아니라 제자로 대하도록 충고를 건넨다. 그렇게 가족을 잃은 이들이 마침내 새 가족을 찾는다. 셋이 함께 칠면조를 먹는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인 이유다.
학교에 저항하는 사제지간
그러면서도 <바튼 아카데미>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실제로 영화 곳곳의 힌트를 따라가면 앵거스와 폴을 매개로 삼아 암시하는 이야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다운 블랙 코미디와 찰진 대사를 쫓으면 <바튼 아카데미>의 진짜 풍미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교육이다. 흥미롭게도 배경은 학교지만, 두 주인공은 학교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명령과 교칙을 준수하는 교사나 학생은 아니기 때문. 일례로 폴은 교장에게 뻗댄다. 부유한 집 아이에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점수를 부여하라는 교장 지시를 단칼에 거절한다. 그 아이들이 바튼 아카데미라는 명문 학교에 입학한 것만으로 그들은 이미 특혜를 받았으니, 좋은 성적을 따는 것을 그들 몫이라면서.
그뿐만이 아니다. 관례를 따르는 다른 교사들과 달리 폴은 방학 직전까지도 수업을 강행한다. 자연히 학생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을 리 없다. 이 점은 앵거스와 폴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유달리 입이 거친 앵거스는 다른 학생의 인신을 공격하는 데 도가 텄기 때문. 방학 첫날부터 주먹질을 유발할 정도다.
진정한 학교와 교사를 만나다
그런데 <바튼 아카데미>는 오히려 그들의 비뚤어짐을 비난하지 않는다. 학교라는 시스템이 강제하는 일방향 규칙을 마음껏, 제대로 어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폴이 앵거스에게 교칙을 지키라고 요구할 때 그들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오히려 그들이 규칙을 깰 때 변곡점이 생겼다. 앵거스가 체육관에서 난동을 부릴 때. 그들이 교칙을 깨고 보스턴 여행을 떠났을 때. 비로소 그들은 서로를 이해했다.
이처럼 <바튼 아카데미>는 단순히 몇몇 개인 방학과 연휴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튼이라는 학교가 대표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저항, 규율에 대한 도전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 그보다는 삶의 축소판에 가깝다. 정해진 길을 알려주는 교육을 따르는 대신,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필요하면 반항할 줄 아는 삶의 과정을 그려냈다.
시작과 끝 역시 주인공, 더 나아가 관객의 반항을 응원한다. 교장과 대면하는 첫 장면에서 폴은 키케로의 어록을 인용한다. ‘우리 중 누구도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Non nobis solum nati sumus).’ 마지막 순간, 그는 그 말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직접 증명해 보인다. 본인에게는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는 바튼 아카데미를 포기하려 한다. 이제는 아들과도 같아진 앵거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래서 폴이 앵거스에게 슬며시 건네는 악수는 그 어떤 대사와 제스처보다도 감동적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찾아온 추운 겨울날 같은 현실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따뜻하기도 하다. 마음의 흉터를 못 지웠거나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한 이들 간의 연대를 단 한 순간에 꾹꾹 눌러 담았으므로.
70년대 터치 덕분에 더 감성적인
극 중 시대상이 1970년대임을 고려하면 <바튼 아카데미>는 더 의미심장해진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인한 히피 문화가 퍼지며 사회에 대한 저항이 꽃피우는 시대였으니까. 페인 감독은 시대적 환경을 절묘하게 활용하며 강압적인 제도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군사 학교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앵거스를 비추면서 베트남 전쟁을 암시하는 식이다.
여러 기술적 접근에도 페인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줌 렌즈, 1.66:1의 화면비, 필름 스크래치, 디졸브 효과가 배경에 깔린 올드팝과 어우러지는 순간 스크린 위에는 1970년대가 되살아난다. 오래전에 사용된 영화사 로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다소 평범한 듯한 각본도 의도된 것처럼 느껴진다. <바튼 아카데미>는 관객을 70년대로 초대함으로써 가족, 학교나 학생, 더 나아가 사회 분위기에 관해서 까지도 한 번 더 사색할 수 있는 시공간을 선사하는 영화이기 때문. 이 대목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떠오르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투박한 <바튼 아카데미>가 '따뜻한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무미건조한 평가에 갇히면 안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배우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폴 지아마티와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성과로 보여줬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눈에 띄는 배우는 따로 있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경력의 전부라는 도미닉 세사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퍽 탁월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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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2월의 마지막날인 월요일이네요.
곧 맞이하는 3월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2월의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이며,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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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NEW)
▶<언차티드>가 2월 3주차에 이어 이번 주 역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월 25일~27일) 관객 수 12만 58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8만 7769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3월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더 배트맨>으로 박스오피스 순위가 변동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보는데요.
과연 이번 주 박스오피스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극장판 주술회전0>(-)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역시 지난 주에 이어 <극장판 주술회전0>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5일~27일) 주말 관객 수 6만 27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29만 1476명입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0>의 개봉 이후 초반 흥행이 돋보였던만큼 <언차티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박스오피스 순위를 1위 자리를 놓고 승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위. <안테벨룸>(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겟아웃>, <어스>제작진의 미스터리/호러물 <안테벨룸>이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25일~27일)동안 주말 관객 수 3만 2102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5만 5999명입니다.
영화 <안테벨룸>은 성공한 작가가 무언가에 의해 선택받은 뒤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끔찍한 세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충격 스릴러입니다. 믿고 보는 제작사인 A24와 <겟아웃>과 <어스>제작진의 조합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요.
<안테벨룸>은 제작진의 전작인 <어스>보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은 물론 <겟 아웃>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어, 전작의 흥행 계보를 이을 영화의 탄생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9회 예측 이벤트는 2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한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제89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한 주동안 씨네픽 참가자분들은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예측은 박스오피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높은 확률로 맟혀주신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에 참가하여 모든 순위(1위, 2위, 3위)를 맞힌 분들은 모두 35명으로 상금을 맞히신 모든 분들에게 3,928P의 상금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9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NEW)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입니다.
주말동안 주말 관객 수 2만 6100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4만 8457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개봉 전 부터 29금의 파격적인 연기, 배우 연우진의 강렬한 연기 변신과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였던만큼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습니다.
5위. <해적:도깨비 깃발>(▼2)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주말동안 1만 948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131만 4785명을 기록했습니다.
설 연휴 대작이었던 강하늘, 한효주 주연의 <해적: 도깨비 깃발>은 누적 관객 수 130만명을 돌파하면서 서서히 박스오피스 순위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배트맨>을 비롯한 영화들이 개봉 예정에 있는만큼 총 누적 관객 수는 130만명대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또한 지난 주에 이어 <언차티드>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25일~27일) 북미기준 주말 매출액 $23,250,000 (한화 약 28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이로써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83,385,478 (한화 약 1,006억)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지난 주의 북미박스오피스 순위와 동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한 지 2달이 훌쩍 지난 지금도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25일 ~ 2022년 2월 27일)
1. <언차티드> 2325만 달러 (누적 8338만 달러)
2. <도그> 1012만 달러 (누적 3089만 달러)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75만 달러 (누적 7억 7988만 달러)
4. <나일 강의 죽음> 450만 달러 (누적 3275만 달러)
5. <잭에스 포에버> 317만 달러 (누적 5206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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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넷째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마지막 2월 마지막 하루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고,
씨네픽은
3월의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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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업데이트가 덜 끝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한글 패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종전이 선언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었던 공동경비구역 JSA는 공동경제구역 JEA로 전환되고, 남북의 공동 화폐 생산을 위한 조폐국이 설립된다. 그러나 남북의 경제협력이 예상과 달리 더욱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자, 평양에서 서울로 왔지만 꿈과 달랐던 현실에 분노한 '도쿄(전종서)'는 무장 강도가 되어 경찰의 추적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불공정한 사회에 반격을 가하자고 제안한 '교수(유지태)'. 그의 설득에 넘어간 도쿄는 북한 출신 수배범 '베를린(박해수)',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와 '싸움꾼 덴버(김지훈)', 해커 '리우(이현우)' 등과 한 팀이 되어 조폐국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며 4조 원 규모의 지폐를 찍어낸다. 한편, 조폐국 밖에서는 남한 협상 전문가 '선우진(김윤진)' 경감과 북한 특수작전부대 '차무혁(김성오)'대위로 구성된 공동 대응팀이 갖가지 방안을 동원하며 강도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하이스트 장르의 핵심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이스트 장르의 핵심은 '강도'라는 행위에 달려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도라는 행위를 어떻게 부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강도짓을 하는 사람에게 주목할 수 있다. 은행을 턴다면, 그들이 은행을 터는 동기와 목적, 그 강도 행위에 담긴 상징성이 다른 결의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강도 행위 자체를 강조할 수도 있다. 은행을 털고 도주하는 일련의 과정이 낳는 긴박함과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하이스트 장르물은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공개 당시 좀비 영화로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지만, 하이스트 영화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영화는 좀비가 점령한 라스베이거스에 침투해 은행 금고를 강탈한다는 이야기를 잘 살려내지 못했다. 감독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아픔과 깨달음이 투영된 드라마는 인상적이었지만, 하이스트 영화로서 갖추어야 할 액션과 장르적 쾌감은 부재했었기 때문이다. 역대 넷플릭스 전체 2위를 차지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노출한다.
<종이의 집> 한국어판 각색의 핵심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통일 직전 한반도라는 배경 설정이다. 사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통일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한반도라는 설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이 설정을 굳이 활용한 것은 해당 내용이 리메이크로서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단지 하회탈이나 한국 전통 악기인 꽹과리, 징 등의 전통적인 사운드가 더해진 배경음악 같은 외적인 요소 외에도 한국적 특성을 녹여내려 한 시도인 것이다.
실제로 이는 강도 행위의 이유, 목적, 상징성과 캐릭터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꾼다. 즉, 드라마는 강도 행위 자체가 아닌 행위자에게 주목한다. 교수가 조폐국 강도를 계획한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작에서 교수는 자신의 병원비를 위해 은행 강도를 시도하다가 죽은 아버지의 계획을 물려받는다. 반면에 한국판에서 교수는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 통일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폐국에 침입한다. 이는 교수의 과거사가 드러나는 6화부터 올해 하반기에 나올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계획에 참여했던 교수는 자신의 비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과거는 현재 그의 범죄 행각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자신이 주장한 욕망에 의거한 경제 부흥이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대화하자 본인이 직접 이 문제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공론화하는 모습에는 명암이 한 데 존재한다. 덕분에 인질극의 기획자이자 자신의 여자에게 따뜻한 카페 주인이라는 그의 이중성도 더욱 돋보인다.
또한 강도짓이 이처럼 단순히 돈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에서 이루어진다는 서사는 도쿄의 캐릭터성도 바꿔 놓는다. 원작 속 도쿄는 어디로 튈지 모를 감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캐릭터였지만, 한국판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교수의 계획과 신념에 진심이다. 작중 과거사가 드러난 이들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 크게 다치고 또 실망했기 때문에, 교수의 계획대로 한국 사회에 멋지게 복수하고 싶은 욕망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다. 이에 더해 생존과 욕구에 충실한 베를린의 역할도 빛난다. 교수와 도쿄가 개인적 욕망을 거시적 안목에서의 욕망과 일치시키는 반면, 북한 수용소에서 폭동 후 탈출한 수배자인 베를린은 개인적 이익에만 충실하다. 그는 사익과 일치될 때에만 교수의 계획을 따르며, 박해수의 연기력이 더해져 그의 악랄함은 더욱 배가된다. 인질들을 남북으로 갈라 치거나 공포심으로 인질을 통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교수와 도쿄의 대척점으로서 모든 에피소드에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변화가 와닿지 않는 이유
이처럼 <종이의 집> 리메이크는 새로운 배경 설정을 통해 첫 화부터 하이스트 장르와 거시적 서사를 결합하는 각색을 시도한다. 문제는 강도 사건의 행위자에 주목한 변화, 그 중심에 위치한 통일 직전의 한반도라는 배경 설정을 세련되게 묘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반적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1화에 어설픈 연출이 집중되다 보니 남은 다섯 에피소드 역시 덩달아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먼저 한국 영화의 여러 클리셰가 눈에 띈다. '선수 입장'이라는 워딩만 없을 뿐, 그에 버금가는 "대기들 타시고" 혹은 "오빠, 쓸데없는 짓 하다가 대가리에 빵꾸 나"와 같은 대사는 긴박해야 할 강도 작전의 김을 빼버리는데 일조한다. BTS를 굳이 강조하는 연출은 그들의 인기에 탑승하려는 얕은 술책처럼 보인다. 빈곤을 겪는 여성을 다시 한번 성매매 현장에 빠뜨리는 전개 또한 넷플릭스 작품에게서 기대할 법한 신선한 매력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중 북한에 대한 묘사가 낡은 화법에 의존한다는 점이 아쉽다. 1화는 북한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남한을 선망하고 남한의 발전된 사회상에 무지할 것처럼 묘사한다. 북한 사람들이 모두 문명과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담아내며 한국 영화나 드라마 속 북한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작품의 화자이면서 동시에 교수의 계획과 신념을 보충해주는 인물인 도쿄라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저해한다. 단지 서울말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평생을 지방에서 살았어도 서울에 올라온 후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도쿄의 서울말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녀가 북한 사람으로서 무시당하지 않고 남한에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북한 자체를 평면적으로 묘사한 결과 도쿄라는 캐릭터가 교수에게 설득되고, 그를 신뢰하며, 그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녀는 단순히 한국 문화가 좋아서 남한으로 향했다가 배신당한 후 적개심을 갖게 되었다는 작위적인 서사 안에 갇혀 버린다. 특히 그녀가 교수와 함께 작품의 주제 의식을 책임지는 캐릭터이다 보니 결국 이 문제는 드라마 전반의 완성도까지 하락시킨다. 드라마의 메시지 자체도 덩달아 얕아지기 때문이다.
강도 행위도, 행위자도 잡지 못한 하이스트 장르물
이처럼 강도 사건의 행위자에 주목한 각색이 불완전한 가운데, 심지어 강도 행위 그 자체를 묘사한 장면들도 그리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조폐국 내외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의 전개가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스트 장르물은 인물들의 드라마만큼이나 그들이 벌이는 강도 행각 자체를 예상치 못한 장면들로 채워 넣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위기 상황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 있으니 8명의 강도가 벌이는 인질극도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은 하이스트 장르물이 충족시켜야 할 두 요소를 모두 놓친 것이다.
물론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이라면 충분히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대목이 존재한다. 특히 여론전을 펼치는 부분은 교수의 계획에 내포된 정치적 함의와 맞물려 꽤나 흥미롭다. 파트 1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리메이크작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듯 보이는 거시적 서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립된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여주는 베를린과 조폐국장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폐국장 조영민 역을 맡은 박명훈의 생생한 발암 연기 덕분에 악역인 베를린에게 공감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은 각자의 욕망에 충실해야 하는 작중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대목들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구해내지는 못한다.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응급처치는 될지언정, 이미 장르물로서 차포를 다 뗀 하이스트 드라마를 소생시킬 힘까지는 없다.
물론 이 작품이 엄연히 '파트 1'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6화는 파트 1과 2를 나눌 분기점에 불과하며, 작중 조폐국 강도 사건과 인질극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을 한 작품으로 본다면 파트 1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발단과 전개 혹은 발단과 전개 및 위기의 일부까지만 보여준 채로 끝난 것이다. 따라서 파트 1의 정확한 평가는 파트 2가 공개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장윤주의 '나이로비'가 대표적이다. 예고편에서부터 부자연스러운 스타일링과 대사를 지적받은 나이로비 캐릭터는 사실 캐릭터에 대한 설명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과거사가 부각되는 만큼, 이 문제는 충분히 파트 2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가기 위한 중간다리에 불과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영화 자체의 완성도 덕분에 호평을 받은 것을 보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향한 비판은 충분히 일리 있다. 조폐국과 주변 경관의 CG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거나, 조폐국 내부도 세트장 티가 많이 나는 것,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일관성 있게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만으로도 드라마의 부족한 완성도는 감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파트 2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지적할 수 있는 확실한 문제다. 그렇기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보고 나서 실망감은 쉬이 감춰지지 않는다. 단지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시도된 각색의 방향성으로부터 파트 2가 보완하고 또 온전히 완성할 한 편의 드라마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P(Poor, 형편없음)
야심한 목표와 허술한 계획의 만남. 파트 2에서의 업데이트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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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가 이발하라고 만원을 쥐어주던데 [단편영화] Official short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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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씨네마사지
원작 김봉철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출연
황보 김동영 오유나
여자친구가 이발하라고 돈 만원을 쥐어주던데
그다음엔 목욕탕 가라고 또 만원 주고
목욕 다 하고 탕 앞에서 바나나 우유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굴 뽀얘져 가지고 막 빨간 볼 하고 나오면서 바나나 우유 두개 들고오다
나 먼저 먹고있는거 보고 뒤로 감추고
상설매장가서 옷 깔끔한거 사주고 막 맞춰보면서 잘어울린다고 좋아해주고
나 수줍어하니까 귀엽다면서 막 웃고
집에 데려다 주는 길 집 앞에서
이제 깔끔해지고 말쑥해지고 멋있어졌으니까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이게 마지막 사겼던 애랑 마지막 날 했던 일인데
내가 다시 연애같은걸 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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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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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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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보> 티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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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첫눈이 사라졌다> 30초 예고편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슬픔과 갈망을 들여다보는 최면술사 ‘제니아’.
그의 능력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마을이 떠들썩해진다.
모두가 그를 만나고 싶어 혈안이 된 가운데, 미스터리에 감추어진 ‘제니아’의 최면술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당신의 불행과 고통을 몰아내는 중입니다. 제가 셋을 세면 눈을 뜹니다. 하나, 둘, 셋,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