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2-09-26 07:58:26
[DMZ DOCS] 박물관에서 벌어진 러-우크라 전쟁
〈크리미아의 유물〉 리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크리미아의 유물(The Treasures of Crimea)
Netherlands/2021/84min/우카 후겐데이크 감독 작품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데 영향을 끼친다. 영화 〈크리미아의 유물〉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초래한 한 사건의 혼란스러운 궤적을 담았다. 사건의 장소는 박물관이다. 크림 반도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는 소장품의 일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보냈다. 박물관끼리 소장품을 교환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일상적이기에 전혀 문제될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시와 전쟁이 겹치며 소장품을 어디에 보낼 것인지를 두고 대립이 생긴다.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가 원래 자신의 영토였음을 강조하며 소장품이 크림 반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가 국가의 소유물이고, 해당 소장품이 ‘국보급 유물’이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물관은 소장품이 원래 있던 곳, 즉 크림 반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차지한 것도 수십 년에 불과했다는 점도 상기한다. 무엇보다 문화재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지역의 역사를 표상하는 유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양측의 주장은 합리성과 맹점을 동시에 가진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문화 자산을 수호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문화의 주체를 국가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박물관의 주장은 문화의 경계를 국가 너머로 확장하지만,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태도가 크림 반도를 점유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는다.
한 출연자의 말마따나 문화재는 문화, 정치, 역사가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장소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모두 승소했다. 최근 재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러시아를 대하는 국제 여론이 악화돼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승소하든 ‘크리미아의 유물’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 지형에서 ‘완전한’ 정답은 성취되지 못한 채 남을 것이다.* 〈크리미아의 유물〉이 던지는 문화재의 의미와 전쟁의 파급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는 동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복잡한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크리미아의 유물〉의 시도가 다소 공허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는 학문적 열정으로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자기 땅에서 유물을 발견한 농부의 순수한 기쁨도 담아낸다. 그러나 ‘순수히 아름다운’ 문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인 학예사가 우크라이나 동료들에게는 러시아 편에 선 제국주의자로, 러시아 치하로 들어간 상황에 만족하는 주민들에게는 크림 반도의 유물을 반출한 사람으로 비난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의 암시적 대답은 문제의식에 비해 다소 나이브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더 캡틴
더 캡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지만, 비이성, 광기의 시대에서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블랙 코미디. 영화는 매우 역설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입장에서 독일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있다. 마치 '세르비안 필름'처럼 세르비아인 감독이 자기 나라에서 저지른 폭력을 포르노에 빗대어 고발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헤롤트가 우연히 발견한 장교복을 입으면서, 제복의 힘에 경도되는 과정과 인간성이 파괴되는 과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4월, 헤롤트 일병은 탈영한다.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듯, 이 시기에 독일군 탈영병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전쟁 끝무렵이니 완전히 수세에 몰린 독일군이 계속 후퇴하고 있었고, 여기서 죽는 건 그야말로 개죽음이라고 생각한 병사들이 하나둘 탈영을 시도했다.
독일 헌병대에서는 이렇게 탈영한 군인을 잡아들이거나 즉결 처형하기도 했는데, 이 와중에 헤롤트 일병의 실화가 발생한다. 헤롤트는 탈영을 하지만 당장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막막하다. 그러다 우연히 길가에 세워진 군용 짚차에서 트렁크를 발견하고, 그 안에 공군 대위의 제복과 군화를 비롯한 훈장 등 완벽한 세트를 발견한다.
고작 스무 살의 어린 헤롤트였지만, 이미 1년 정도 전방에서 전투에 참전했었고, 초반에는 매우 영웅적인 군인이어서 '철십자훈장'을 받을 정도로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런 헤롤트가 어떤 이유에서 탈영을 한 것인지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어리지만 이미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철십자 훈장까지 받은 경력을 보면, 나름 배짱도 있고, 머리도 있는 인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헤롤트는 장교 군복을 차려 입고, 스스로 장교가 된 것으로 자기 최면 및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는 탈영병을 모아 '헤롤트 부대'를 만든다. 그는 후방을 다니며 마주치는 탈영병을 규합하고, 농가에서 밥과 술을 얻어 먹으며 다니는데,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대를 만나 위기에 놓이지만, 헤롤트는 자기가 '최고지도자'의 직접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큰소리 치며 위기를 넘긴다.
헌병대 대위와 함께 탈영병들이 잡혀 있는 임시수용소에 도착해 수용소장 쉬테의 환대를 받는다. 쉬테는 탈영병들을 죽이고 싶지만, 그럴 경우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불만만 터뜨리고 있는데, 헤롤트가 쉬테에게 '총통의 특명'을 받고 있으니 자신이 직접 탈영병들을 처리하겠다고 큰소리 친다.
헤롤트는 단지 자신이 살기 위해 공군 장교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장교가 되었다는 확신에 차서 말하고 행동한다. 그가 일병이었을 때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가 탈영병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쥐게 되면서,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여기서 벌어지는 상황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는 헤롤트와 그의 부대가 탈영병 약 90여 명을 대공포로 살해한다. 탈영병이라 해도 같은 독일인이고, 전선에서 함께 싸운 전우들임에 틀림없으며, 헤롤트 자신도 탈영병이었던 걸 생각하면, 헤롤트는 자신이 탈영병이라는 죄의식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헤롤트가 갑자기 장교복을 입고, 장교의 권력을 갖게 되면서,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이때 헤롤트의 본성이 잔혹하고 폭력적이었는지, 아니면 그동안 전투를 통해 선량한 청년이었던 헤롤트가 점점 괴물로 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헤롤트의 행위가 자신이 의식하지 않고 있어도, 독일군이 같은 독일군을 살해한다는 점에서 나치의 폭력성, 전쟁광 히틀러와 독일군의 야만성을 풍자하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헤롤트의 광기는 순박한 청년이 전쟁에서 미쳐가는 과정과 함께, 당시 1차,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광기와 폭력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건은 뒤에서 발생한다. 탈영병들을 살해한 헤롤트와 그의 부대는 신고를 받고 들이닥치 육군헌병대에 체포된다. 헤롤트도 이 과정에서 체포되며 그가 장교가 아닌, 일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헤롤트는 군사법정에 서게 되는데, 재판장은 장교사칭, 탈영병 학살의 죄를 물어 사형을 집행하려 하지만, 다른 장교가 헤롤트의 행동은 독일군인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행동이며, 독일이 전쟁에서 져도 나중에 독일군의 일부는 비밀 저항조직을 만들어 적들과 싸울 것이며, 이때 헤롤트 같은 군인이 필요한 인재라고 옹호한다.
독일의 군부는 연합군에 패배한 다음에도 어떻게든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헤롤트 같은 인물을 독일군의 훌륭한 인재라고 생각할 정도라면, 독일군부는 히틀러처럼 이미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작동하지 않는,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는 헤롤트가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무사히 탈출해 숲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제 헤롤트는 그로부터 얼마 살지 못하고 참수형을 당한다. 전쟁에서는 살아남았지만, 독일이 패하고, 헤롤트는 항구도시이자 해군주둔지인 빌헬름스 하펜으로 가서 굴뚝청소부로 일하며 살았다. 그가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다면 아마 늙어죽을 때까지 살았겠지만, 1945년 5월에 빵을 훔치다 영국 해군에게 체포된다. 당시 영국 해군은 이 지역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하고 있었다.
단지 빵을 훔쳤다는 가벼운 죄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헤롤트는 자기가 군인이었을 때 저질렀던 장교사칭과 탈영병 학살까지 모두 밝혀졌고, 영국 해군은 헤롤트를 끌고 수용소가 있던 아셴도르퍼모어의 수용소 부지로 이송되어 학살당한 장소에서 195구의 유해를 발굴한다. 영국 해군은 헤롤트와 그의 부대원들을 검거했고, 모두 여섯 명이 체포되어 다시 재판을 받았다. 이 가운데 다섯 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헤롤트도 포함되었다. 이들은 1946년 11월 29일, 볼펜뷔텔 교도소에서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참수형을 선고받고, 모두 참수되었다.
이때 헤롤트의 나이는 불과 스물 한 살. 전쟁이 헤롤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헤롤트의 내면에 있던 괴물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권력을 가진 자가 광기에 휩싸이기 쉽고, 이성을 잃으면 얼마나 위험해지는가를 헤롤트의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어리기만한 헤롤트는 그래서 더욱 쉽게 권력의 노예, 권력의 광기에 영혼을 빼앗겼을 수 있다. 당시 독일 전체가 이미 미쳐버렸고, 나치의 광기에 휩싸인 뒤여서 청년들의 생각도 그렇게 세뇌되었을 것이고.
-
- 4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수요일 Hump Day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셋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정세랑 작가,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 집필
ⓒ 디즈니+<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시선으로부터,> 등을 쓴 정세랑 작가가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의 작가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스타워즈: 비전스>는 옴니버스 단편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정세랑 작가는 스튜디오 미르와 루카스 필름과 함께 <어둠의 머리를 벨 수 있다면> 에피소드에 참여하였습니다. 시즌 2는 한국,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참여한 작품입니다.
정유미X이선균 <잠>, 칸영화제 초청
ⓒ 네이버 영화17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비평가주간 집행위원회에서 영화 <잠>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잠>은 유재선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이며, 이야기는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시작됩니다. 비평가주간 집행위원장은 <잠>을 "센세이셔널한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이로써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는 <잠>,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 홍사빈과 송중기 주연의 <화란>까지 총 3편입니다.
공포 영화 <컨저링>, 드라마로 제작
ⓒ 네이버 영화한국에서 226만 관객을 기록하고 그 해 최고의 공포 영화로 선정되었던 <컨저링> 시리즈가 드라마로 제작됩니다. 드라마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확립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영화 <컨저링> 시리즈의 경우, 지난해 10월 시즌 4 제작을 발표했으며, 지난 1월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생 로랑, 영화 제작사 설립 발표
ⓒ Saint Laurent
패션 브랜드 생 로랑이 영화 제작을 위한 자회사 '생 로랑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짐 자무시, 데이빗 크로넨버그, 페드로 알모도바르, 왕가위, 아벨 페라라, 가스파 노에,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포함해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생 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안토니오 바칼렐로는 "옷보다 더 영구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생 로랑의 비전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어떤 면에서는 시즌 컬렉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허광한 주연 <메리 마이 데드 바디>, 대만 박스오피스 1위
ⓒ ㈜리안컨텐츠
배우 허광한이 신작 <메리 마이 데드 바디>로 기존의 이미지를 180도 뒤엎는 연기 변신을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혈기 넘치는 형사 우밍한(허광한)과 억울하게 죽은 영혼 마오마오(임백굉)의 본 적 없는 인간과 귀신의 독특한 공조 수사를 다룬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영화는 대만 현지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오늘 5월 17일 CGV에서 단독 개봉됩니다.
<퀸메이커>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
ⓒ 넷플릭스
<퀸메이커>가 공개 후 3일간 1,587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12개국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배우 김희애, 문소리 주연의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서울-부산-제주까지 재내한
ⓒ 네이버 영화
2023년 개봉작 흥행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얻고 있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00만 관객이 넘으면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는 4월 27일(목)부터 30일(일)까지 한국을 찾을 예정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국내 관객들의 열띤 성원에 보답하고자 서울, 부산, 제주까지 방문할 예정입니다. 또한, 서울 GV 행사에는 5월 개봉 예정인 한국어 더빙판 성우가 깜짝 등장을 예고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일주일에 반절이 지나갔네요.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
- 콘스탄틴이 되고 싶었던 동은이
이 글은 영화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 갈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경고했다.
예전에 영화 파묘에 대해 리뷰를 썼다가 악플(?)에 시달린 적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개소리 중 하나는 살다 살다 오컬트 장르를 분석하는 인간을 다 본다.라는 뉘앙스를 담은 욕이었다.(보통 그런 사람은 브런치 계정만 있지 글이 없는 경우가 99.9%라서 그런 악플은 남겨둘 가치도 없어서 그냥 지움) 물론 그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도 욕이 하찮아서 웃기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오컬트 영화를 리뷰하는 날엔 그 사람이 반드시 내 리뷰를 보고 아 오컬트에 이런 매력이 있구나. 혹은 아 모든 장르마다 공식이 있다더니 오컬트도 예외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반드시 좋은 영화여야만 했다. 덜컥 상이라도 하나 받게 되는 영화라면 어쨌거나 작품성 면에서는 무시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알량한 생각도 있었다. 대중적이라면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몰랐다. 천만명이 봤다고 반드시 괜찮은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면 그래도 그 악플러에겐 대중적이라는 말로 밀어붙이기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 리뷰“가 하필 이 영화일 거라고는 나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투덜거림만 늘어놓을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이쯤 되면 누가 악플러인지 나조차도 구분을 못 할 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가 글러먹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애초에 잘못된 것은 의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감독은 10년 전 영화인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따르는 스핀오프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구마자가 되고 그런 사람을 퇴마 하는 신도들이라는 이야기의 구조는 [엑소시스트] 때부터 고유하게 내려온 오컬트 장르의 특성일 뿐. 세계관을 따른다는 말은 과하다 못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마도 영화의 말미에 최부제(강동원)가 등장하기 때문에 검은 사제들과 연결되어 있다, 혹은 앞으로 그가 미카엘라(전여빈)와 함께 다음 편에서 고스트 버스터(?)를 할 거라는 예상을 하게 해서 스핀오프라는 말을 붙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시도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또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반대인 등장인물들의 성별도 나를 화나게 한다. PC적인 의도는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 서사 어쩌고를 언급하려는 의도도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 반드시 “표절”을 피하려는 의도였어야만 그래도 화가 덜 날 것이기 때문이다.
첫 등장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유니아(송혜교)를 본 순간 깨달았다. 감독은 이 캐릭터의 설정을 앞 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영화 [콘스탄틴]에서 따왔다는 것을. 이 한 장면으로 감독은 매우 많은 면을 설명하려 했을 것이고. 또한 매우 많은 시간을 절약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얄팍한 의도를 숨기려면 표절을 피하기 위해 성별을 남자가 아닌 여자 캐릭터로 반드시 바꾸어야 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매우 대차게 실패해 버렸다.
송혜교라는 배우가 전작인 글로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연기력을 인정받았음에는 이견이 없지만. 감독이 원했던 비딱하면서 종교와 교리, 그리고 이단의 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역할에는 완벽하게 스며들 만큼의 내공은 아직 없었다. 특히 욕설을 내뱉는 연기는 마치 영화 [아수라]에서 세상 어색하게 욕을 하던 정우성이 생각날 만큼 너무도 경건하고 타격이 하나도 없어서. 저걸 진짜 오케이를 준 컷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캐릭터 기용에 있어서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영화 자체를 통틀어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허준호 배우이다. 성직자의 몸에 깃든 악령이라니!! 그러나 영화는 구마자가 된 이후의 허준호를 그 어떤 설명이나 쓰임 없이 아주 간단하게 서사에서 아웃시켜버린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진욱의 출연이다. 그다지 역할이 크지도 않고. 이성적인 역할, 혹은 여주인공들에게 반대하는 역할로서의 설득도 크게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장면까지도 야무지게 출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구마(퇴마)라는 것을 진행하고 실행하기 위해 일어나는 수많은 반대들과 위험성에 대해 말하려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문제는 이 모든 캐릭터들을 데리고 그 어떤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와리가리만 하다 시간만 채우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초반부뿐만 아니라 후반부로 치닫는 이 모든 시간들에서 위험성은커녕 지금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구마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오컬트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도 있는 구마 의식 자체에 대한 문제가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영화가 나를 가장 화나게 한 부분도 그 부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두 주인공이 가진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진짜)인 의심을 할 수 밖엔 없지만. 타로카드 세 장 믿고 진행하는 템빨 크로스오버 굿판이라니. 그것도 수녀가.
진정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하지만 이런 방법은 피했어야만 한다. 차라리 구마 의식 자체에 대해 반감이 있었던 미카엘라에 대해 좀 더 많이 설명했더라면 이런 이질감은 많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시도와 의도들이 어긋나서 보는 내내 불쾌함을 감출 수 없는 영화였다.
[마치면서]
보통 좋은 영화든 안 좋은 영화든.
영화라는 것을 보고 나면 나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줄이고 또 줄여서 리뷰를 쓰는 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영화는 쓸 말조차 없어서 한참이고 빈 페이지를 띄운 채 다리를 달달 떨며 문장을 잡아내야 했다. 한동안은 오컬트 영화에 첫 출연하는 주연배우들의 덕을 보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다지 유쾌한 결과로 기억되지는 않을 영화라는 예상을 해본다.
[이 글의 TMI]
1.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표를 못 구해 강제로 연휴를 서울에서 보내게 된 1인
2. 그릭요거트 이제 지겹다. 아침으로 뭐 먹지.
3. 백오십 년 만에 우동 먹었는데 정제 탄수 최고!!!
4. 장갑 잃어버림
#영화리뷰 #검은수녀들 #오컬트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송혜교 #전여빈
-
- 오늘 생일인 배우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저번에는 생일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했다면,
오늘은 8월 10일! 오늘 생일인 배우의 영화를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오늘 생일인 배우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 네이버 영화
synopsis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는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끈끈한 의리를 다져간다.
출소 후, 함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던 중,
두 사람의 숨겨왔던 야망이 조금씩 드러나고,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하는데…cine pick!
'불한당원'이라는 이름의 팬덤까지 만들어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전혜진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유수의 영화제에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제 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는 경찰청 '천인숙'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수많은 팬을 만들어냈다.
썬키스 패밀리
ⓒ 네이버 영화
synopsis
결혼 20년 차 부부 준호와 유미의 옆집에 준호의 친구인 미희가 이사온다.
이로 인해 유미의 불같은 오해가 시작되고, 막내딸 진해는 사라진 가족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cine pick!
사랑스러운 코믹 연기와 찰떡인 배우 '황우슬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B급 코미디 영화이다.
하트어택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사랑하는 사람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100번의 시간을 돌리는 여자의 이야기
cine pick!
이성경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영상의 색감과 영상미가 무척 뛰어나며, 신선한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연출은 <몸 값>, <콜> 등으로 유명한 이충현 감독이 맡았다.
한나 몬타나: 더 무비
ⓒ IMDB
synopsis
마일리 스튜어트라는 이름의 10대 소녀가 록 스타 '한나 몬타나'라는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되는 시트콤 <한나 몬타나>의 영화 버전
cine pick!
'루카스 틸 배우와 하이틴의 조합은 최고다'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수많은 명곡으로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듣는 재미도 주며,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이다.
괴물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강 둔치에 오징어 배달을 나갔다가 괴물을 보게 된 강두.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괴물은 딸 현서를 낚아채 사라지고,
강두와 가족들은 한강 어딘가에 있을 현서를 찾아 나선다.
cine pick!
배우 고아성의 데뷔작이었던 <괴물>. 관객 수가 천 만을 넘어설 정도로 흥행을 했으며,
지금도 계속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영화로 고아성 배우는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
제9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여자배우상, 제 1회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에서 영스타상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인생에도 반반이 필요하다
이 글은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찌나 외워도 외워도 안 외워지던지. 울면서 밤새우기를 매일 했었죠
저는 서른 살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늦은 대학 생활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으로 마음이 가득했지만. 머리는 늘 냉정했습니다. 장학금이 없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환경이었거든요. 그래서 장학금도 받고 과외 아르바이트와 커피숍 알바를 병행해 가며. 이미 다른 학생들보다 10년은 오래된 뇌에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느라 늘 힘든 하루를 겨우겨우 넘겨야 했습니다.
현실은 시궁창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생각했습니다. 힘들게 여기까지 온 만큼 제대로 가자. 현실 앞에 주눅 들지 말자. 등등의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제 마음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나이 때문에 모든 취업 서류에서 광탈하는 것은 물론. 더 높은 기준이나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받아주겠다는 곳들도 많았습니다. 내가 나쁜 선례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에 저는 모든 것을 거절했고. 그렇게 세상에 두 번 없을 것 같던 3개월의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죠.(참고 1) 정말 정신이 나갈 것처럼 힘든 3개월의 기다림 끝에 저는 겨우 직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그 업계의 임금 수준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만하고 충분한 삶을 살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늘 이야기했지만. (참고 2) 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저를 늘 생기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하면 매일매일이 행복할 것이라고 늘 출근을 준비하는 거울 앞에서 말해보았지만. 소위 말하는 "부모님 빽" 때문에 제가 뒤로 밀릴 때마다 현타가 오기도 했죠. 그럼에도 꿈을 버릴 수만은 없었기에 소중히 마음을 감싸고 다시 한번 아침을 맞이하지만. 어쩐지 거울 속의 제 얼굴은 현실에 걸맞게 비뚤어지고, 낯설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프랭크와 에이프릴 역시. 자신들이 지금 이 상황까지 올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서로가 가지지 않은 모습에 끌려 만남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말이죠.
이상과 현실이 뒤엉켜 무엇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엉망인 상태로 살고 있는 바로 오늘의 모습을. 그들은 기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살고 있는 이 부부는 마치 형벌처럼 무미건조하고 괴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죠. 어쩔 도리 없이 말입니다.
사진출처:아쉬타카 블로그/ 이 장면은 진짜 역대급이라고 생각함. 무미건조한 프랭크의 삶을 그대로 보여줌
세상을 발밑에 두고 싶었던 프랭크는. 이제 매일매일 똑같은 모자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섞인 무기명의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노라 그렇게 다짐했지만. 태어난 지 서른 해 가 지난 생일날의 자신의 모습은 죽기보다 싫었던 그 모습과 닮은. 혹은 그보다 좀 더 못한 모습의 비즈니스맨일뿐이었죠.
첫 만남에서 프랭크에게 직업 대신 무엇에 관심이 있냐 묻던 에이프릴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노력도 재능도 그저 그랬습니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그것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그것들은 멀리. 그리고 옅게 퍼져가기만 합니다.
두 사람의 꿈과 이상은 냉정하고 칼같기만 한 현실에 너무도 많이 얻어맞았습니다. 덕분에 둘의 보석 같은 추억과 기억들은 작은 상자 안에 들어갈 만큼 쭈글쭈글하고 주눅 들어 버렸죠. 그 꿈의 주인공이자 당사자였던 에이프릴 역시 조심스럽게 들춰볼 정도로 말입니다.
에이프릴은 그런 추억에 가만히 숨결을 불어넣어 봅니다. 생동감 넘치는 파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프랭크의 눈과 얼굴을 기억하며. 에이프릴은 남편의 본질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습니다. 형벌처럼 쓰고 다니던 남편의 모자를 벗겨주기로요.
사진 출처:다음 영화/가장 아름답지만 슬펐던 장면.
사람에게 꿈이란 건 일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연료를 얻는 것과 같나 봅니다. 꺼져가던, 아니 잊고 있던 불씨를 에이프릴 덕에 살린 프랭크는 드디어 똑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 꿈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프랭크는 깨닫게 되죠.
꿈과 작별했던 거리와 시간만큼. 부부가 파리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들의 꿈을 변명하듯 옹호해야 하죠. 얼마나 자신들의 생각이 환상적인지. 그리고 그곳에서의 계획이 얼마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철저한지.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들의 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할수록. 현실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반증하게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현실은 참혹했고, 그들의 꿈은 아직 수줍었습니다. 프랭크의 승진과 에이프릴의 임신이 맞물리면서. 그들의 파리행은 영원히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리게 되죠. 에이프릴은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는 프랭크의 그림자 같기만 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진출처:경기북부 데일리/울컥했던 또 하나의 장면
행복은 파리에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은 순간부터 행복은 파리에만 있었죠.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지만. 파리행이 취소된 지금의 에이프릴은 두 번 다시는 그 행복에 손조차 뻗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에 비참함을 느낍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이 냉정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포근한 인정과 관심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서로를 갉아먹을 수 있는 말을 내뱉는지 만을 알려주었죠. 그리고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그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에이프릴은 두 번의 유산을 하게 됩니다.
한 번은 명백하게 12주를 넘긴 아이입니다.
또 한 번은 현실입니다. 자신이 잉태한 것이 꿈인 줄 알았지만. 결국 그녀의 속에 있었던 것은 지금보다 훨씬 더 냉정한 현실이었죠. 그녀는 그것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원치 않았고. 부부의 비극은 현실과 꿈의 거리만큼이나 극으로 치닫습니다.
윌러 부부의 이야기는 이웃들에게 가십거리로 남게 됩니다. 누군가는 피하고 싶고 누군가는 곱씹고 싶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이 안에 숨어있는 그들의 고군분투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합니다. 현실은 결국 그들의 본질마저 저 깊은 곳에 파묻어버리고 맙니다.
마치면서
이 영화는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타이타닉의 커플이 이루어졌다면. 행복했을까.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죠. 잭과 로즈 역시 자신들이 가지지 못했던 것에 끌렸고 사랑은 했지만. 그들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체험이 가능했습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경사로에 우뚝 서 있는 집처럼 두 사람이 버텨주길 바랐지만. 결국 그들도 다른 사람들이 사는 것과 같았죠. 결국은 넘을 수 없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에 결말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두 사람이 조금만 더 마음을 넓혔더라면 어땠을까요. 꿈과 현실은 어찌 보면 같은 모습이었고. 그들을 함께 살게 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했더라면.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매일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향해. 혹은 상대방을 향해 조금이라도 미소를 보이는 것부터 시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은 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죠.
참고 1
여태 일만 하며 살다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백수 생활을 딱 3개월 했었는데 그때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것이 없는지 알게 되었음. 이때 심적으로 정말 많이 성장했음. 그리고 누군가는 3개월 백수 생활이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구직은 사람 손이 늘 모자라는 직종이라 3개월 이상 놀았다는 건 자기가 구직활동을 안 했거나 다른 것 준비하느라 안 갔거나 둘 중 하나임.
참고 2
석사 후 연구원 초봉 2400~3200 수준. 다행히 유행에 민감하거나 한 성격이 아니고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워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지만. 가끔 서울에서 이 월급으로 산다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음.
-
-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은 '조커'와 '아서'의 내면세계
<조커 : 폴리 아 되>와 <조커>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설왕설래가 굉장하다. CGV의 에그지수는 진작 박살 난 지 오래고, 로튼토마토 지수도 예상외로 낮게 나오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 안에서 아서가 취한 태도가 빌런 '조커'와 상충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조커;를 인질 잡아 토드 필립스가 객기 부린 것에 불과하다는 유튜브 속 평론가도 있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조커' 보러 왔으면 악랄하고 강력한 빌런을 보고 싶어 하지 이런 내용을 원하는 게 아니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기대한 건 자신의 악함을 깨달은 조커가 사회를 뒤집어 1편과 유사하게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조커 : 폴리 아 되>는 충격적인 플롯을 띄고 있다. 그 충격의 방향이 <조커> 1편의 형태가 아니다. 그 <조커> 1편의 위에서 아서의 뇌를 들여다보는 듯한 플롯으로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줄거리를 띄는 것이 이 <조커 : 폴리 아 되>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글쓴이는 위에서 언급한 이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에 대해 '1편의 후속작이 아니다'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완벽하게 조커가 된 아서 플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근거. 두 영화의 플롯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우선 <조커>의 플롯부터. 아서 플랙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남자다. 인생에 재미라곤 없다. 우울한 아서 플랙. 번듯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돈 같은 거 없다. 대신 있는 건 정신질환이다. 느닷없이 하하하하 웃는 아서 플랙. 뜬금없이, 그것도 기괴하게 웃는 터라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이런 아서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TV에 나오는 인기 스타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을 동경하는 아서. 사실 아서는 머레이가 자기의 두 번째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번째 아버지는 누구냐고? 바로 고담 시의 실력자 토머스 웨인이다. 어머니가 말해준 바에 의하면 아서는 웨인 가의 숨겨진 아들이었다. 꿈속에 사는 아서. 아니 꿈속에서 나오기 싫은 아서. 비참한 현실에 혹시?라는 희망이 점점 아서의 망상장애로 발전한다. 내가 대단한 코미디언이라는 망상. 도시의 실력자가 내 아버지라는 망상. 그리고 사랑도 마음대로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망상이 아서를 지배한다. 영화 <조커>는 아서의 망상에 대해 다룬 영화다. 망상이 끌고 가는 대로 도착하다 보면 지옥 같은 세상이 펼쳐져 있고 우리는 그 엔딩에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전면에 배치한 것은 아서의 자의식이다. 존재감이 없던 아서. 유리 자동문을 지나갈 때도 문에 부딪힐 정도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영화는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아서가 세상에게 자기 자신을 알리는 과정을 핵심으로 삼았다. 소위 말하는 '자의식 과잉'과 '인정욕구'의 표출이 이야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초반부. 아서의 굽은 등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위축된 내면을 보여준다. 주인공 뒤의 라디오 방송에선 '청소 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전염병이 창궐한다'라는 뉴스가 나온다. 시각적으로 아서의 정신상태를 보여주면서 청각적으로는 이 사회가 노동권에 있어 약자를 존중하지 않다는 걸 암시한다. 연이어 조커가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상담치료 과정에서 상담사에게 "내 얘기를 듣지 않는군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담사가 입 밖으로 꺼낸 말. "사회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요"라는 대사다. 앞 장면과 연이어 아서 플랙은 개인적으로도 사회구조적으로도 구제받지 못한다. 그럼 희망을 품어야 한다. 뭐 같은 현실에 희망이 없으면 안 된다. 아서가 생각한 해결책은 코미디다.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 출연하는 걸 목표로 삼은 아서. 혼자 일기장에 끄적이며 농담거리를 만든다. 공연에 대한 경험을 하나 둘 쌓다 보면 언젠가 성공해서 멘토인 머레이의 쇼에 나올 거라고 희망을 품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서가 웨인의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세 사람을 총으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사건이 내면에 있던 분노를 세상 밖에 드러냈다는 사실도 굉장히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코미디언 같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체화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직업이다. 따지고 보면 아서 플랙이 코미디언 '조커'로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이 살인사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에서 안 웃기다고 온갖 조롱을 다 듣고 총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해고당한 공연에 비하면 홀가분한 마음에 춤까지 춘다. 조커의 자의식이 처음으로 상승한 사건이다. 심지어 고담 시의 언론사에 보도도 되고 사회가 이 살인마를 칭송하기까지 한다. 조커의 퍼포먼스가 처음으로 먹힌 것이다. 이 춤은 후반부 계단에서 춤을 추면서 내려가는 장면에서 반복된다. 아무 관객이 없는 야외무대다. 아니 모든 관객이 지켜보고 있는 야외무대에서 계단을 내려가며 춤을 춘다. 이 춤의 리액션 중 하나는 경찰이다. (이후의 사건이지만) 어머니 페니 플랙을 살해해도 쫓아오지 않았던 경찰이 양아치 세 명 죽였다고 아서를 따라온다. 일부 시민들은 조커 가면을 쓰고 아서를 지지하기까지 한다. 이제 사회를 움직이는 인간이 됐다. 그리고 여기에 힘입어 들리는 소식. 머레이는 아서의 과거 스탠딩 코미디 이력을 보고 조롱한 바 있는데, 이 아-무도 웃지 않았던 영상을 보고 토크쇼에 초대한 것이다. 서서히 팽창하는 자의식. 바람만 맞췄던 첫 번째 아버지 토마스 웨인과는 다르게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초대한 것이다. 토크쇼에 초대된다. 이후 토크쇼에서 광대 분장으로 나타나 "나를 조커로 불러줄래요?"라고 부탁한다. 이 질문에 읽히는 가장 강력한 의도는 '조커'라고 부르는 것이 굉장한 의미가 있고, 나는 그런 굉장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다. 이후 토크쇼가 진행된다. 아서는 머레이에게 "당신은 무례하군요"라며 머리에 총알을 겨눈다. 세상이 뒤흔들린다. 슈퍼스타 머레이의 바닥을 방송에 노출시키고 살인까지 했으니 당연하다. 조커의 자의식이 폭발한다. 조커가 벌인 퍼포먼스에 세상이 열광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돌아보면 <조커>는 재능 없는 예술가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보여줘 병든 사회를 담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조커 : 폴리 아 되>는 이 1편의 플롯을 그대로 가져왔다. 2편의 초반부. 여전히 자존감이 낮은 아서. 낮은 자존감이 사람 살인한다고 채워질 리가 없다. 본질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실 환경 문제도 크다. 아캄 수용소의 모든 교도관들이 아서를 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도 그냥 주면 되는데 "오늘은 농담 없냐?"면서 강아지 손 내밀라고 하듯 사람을 아래로 깔본다. 감옥에는 화장실도 없다. 양동이 같은 곳에 볼일 보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비워야 한다. 사람 사는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연히 위축된다. 글쓴이는 이 설정, 초반부가 보여주는 영화의 배경이 1편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예 겹쳐지는 장면(마르고 굽은 등을 보여주는)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인물의 내면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렇게 무기력한 아서는 어떤 계기를 만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희망에 부푼다. 그 계기는 할리 퀸젤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으로 가득 찬 아서. 여기서부터 자존감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농담을 하고 싶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던 아서에게 살아갈 의미가 생긴다. 글쓴이는 이 할리퀸(레이디 가가)이 안겨주는 희망이 1편의 코미디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본다. 아서에게 코미디는 미래다. 코미디를 사랑한다. 그래서 미래에 코미디로 먹고사는 걸 꿈꾸고 있다. 이 코미디에 대한 사랑이 할리퀸에게 옮겨온 것이 2편이다. 이 공통점은 아서가 코미디와 사랑에 서투르다는 점에서도 유사성을 띤다. 또 결정적으로 아서가 품고 있는 사랑이 어떻게 커지는가가 두 영화가 공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공통점이다. 그건 바로 망상이다. <조커> 초반 머레이가 관객석에 앉아있는 아서를 불러 '자네 같은 친구가 있어 다행이야'식의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또 다른 장면에선 아서가 혼자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 있는데 소피만 혼자 흐뭇하게 웃는 장면이나 갑자기 하하 호호하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조커> 1편이 아서가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망상은 중요하다. 아서가 후반부까지 코미디를 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이유(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이기 때문이다. 이 코미디에 관한 망상은 후반부에 해체되면서 아서의 무리수로 이어진다. 코미디를 보며 혼자 흐뭇하게 웃던 소피라는 애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아서는 코미디에 재능이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인 아서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머레이를 살해한다. 이 부정적인 현실 - 망상과 사랑 - 부푼 자아를 충족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구조는 2편에서도 이어진다. <조커 : 폴리 아 되>에서도 아서의 희망인 리와의 관계가 망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폴리 아 되'라 아서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다. 하지만 망상은 망상이다. 그 망상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느냐. 이번엔 뮤지컬이다. 현실에서 뮤지컬 같은 상황이 벌어질 리는 없다. 뮤지컬 신은 전체적으로 영화 같은 상황이다. 감옥에 갇혀 한정적인 동선 때문에 나눌 수 없는 사랑을 음악과 춤으로 망상을 공유한다. 이미 전에 꿈꿔왔던 망상이 시간이 지나 더 영화적이고 깊어진다. 후반부 아서가 조커를 포기하자 그의 망상이 해체된다. 망상 속 공연에서 리는 아서를 쐈고 현실 속 할리퀸은 조커를 차버렸다. 조커로서의 이름도 잃고 자아까지 포기한 아서. 하지만 이 1편에서 이 과정을 겪고 아서 플랙의 조커가 탄생했던 것처럼 새로운 빌런이 등장한다. '넌 죽어도 싼 놈이야'라는 말과 함께 악의 축을 살해하는 남자가 영화 후반부를 마무리짓는다. <조커 : 폴리 아 되>의 후반부를 적어도 <조커>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커 : 폴리 아 되>가 진짜 <조커>의 후속작이 맞냐는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 플롯이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아니 이 <조커 : 폴리 아 되>는 뮤지컬이라는 비현실적인 시퀀스를 넣어서 망상의 깊이를 더 진득하게 뽑아냈다. 1편에서 작동했던 핵심 모티브 사랑과 망상 그리고 빌런의 탄생을 2편에서 그대로 이어 더 발전시켰다.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플롯의 내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세 가지 특성 역시 전작 1편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세 가지 특성 중 첫째.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다. 이 <조커 : 폴리 아 되>에서는 할리퀸이 등장한다. 첫 번째 할리퀸은 할리 퀸젤이다. 할리퀸은 조커에게 '당신은 조커예요'라며 조커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처음부터 리는 아서로 접근하지 않고 조커로 접근한다. "나 당신이 주제인 영화 20번은 봤어요"라는 말,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서 머레이의 머리를 날렸으면 했다"는 말이 그렇다. 결정적으로 리는 아서를 처음 만날 때 머리에 총을 겨누는 제스처를 보여준다. 리는 아서를 만날 때 아서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안 한다. 하더라도 "나 당신 만나서 기뻐"라는 식의 감상만 드러내는 말만 한다. 심지어 몇 마디는 거짓말이다. 조커를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사랑에 서툰 아서. 리의 존재 때문에 조커와 아서 사이에서 조커를 고른다. 후술 할 리와 메리언 사이의 대립으로 보여주는 정체성의 충돌이 서툰 사랑 때문에 이도저도 아니게 됐는데, 이 요인에 리가 있는 것이다. 이 정체성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반대편의 할리 퀸이 등장한다. 바로 변호사 메리앤(캐서린 키너)다. 메리앤이 직업인으로서 펼친 주장은 간단했다. 아서는 인격이 분리됐고, 조커로서의 자아가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는 점을 강조하는 일종의 심신 미약 논리다. 메리앤은 변호사로서만 아서를 돌본 것이 아니라 진짜 진심으로 그를 위하기도 했다. 교도관들이 아서에게 우산을 씌워주지 않는 것을 보고 "우산 안 씌워주면 누가 죽냐"라고 핀잔 섞인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그렇다. 또 아서와 조커가 분리됐다는 논리에 근거를 덧붙이는 작업도 했었다. 인터뷰를 잡는다거나 의사와의 상담이 그랬다. 법정에서도 하비 덴트의 논리를 공박할 때 '당신이 아서에 대해 뭘 아느냐'라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리가 아서를 버린 것과 반대로 매리앤은 진정성 있게 아서를 대한 것이다. 단지 아서는 리가 부풀린 조커로서의 자아 때문에 무리수를 뒀을 뿐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서가 현실적인 걸 고르지 않았나? 아니다. 매리언은 할리퀸이 극에 끼친 영향처럼 아서가 후반부에 선택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할리퀸이 조커에게 '당신은 조커예요'라고 말하듯 아서에게 '당신은 아서예요'라고 말했던 것이 효과가 있던 셈이다. 이 두 할리퀸이 가로지르는 정체성의 딜레마는 <조커> 전작이 가졌던 딜레마기도 하다. 아서 플렉, 그러니까 조커는 어떤 존재일까? "당신은 죽어도 싸!"라는 논리 하에 유명하면서도 무례한 사람만 골라 처단하는 인물일까? 아니다. 조커는 그냥 자의적으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여야 세상에게 내가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하지만 조커는 살인마와 소시민 사이에서 널뛰기한다. 단지 후반부에 아서가 조커를 골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아버지를 경유한다. 이 <조커 : 폴리 아 되> 역시 <조커>와의 유사성을 띤다. 두 명의 아버지가 조커와 아서 사이의 정체성을 널뛰기하다 1편의 아서로 귀결 짓듯 두 명의 할리퀸이 2편의 아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세 가지중 둘째. 망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은 뮤지컬 파트다.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아서 플랙의 망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렇다. 전작 조커에서 아서는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점차 자신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낸다. 그가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점이 있다. 후반부에 이르러 어머니 페니를 살해하며 아서 본인이 망상이 심하다는 것을 자각한다. 이 과정에서 아서는 자신이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사실(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망상을 현실같이 표현할 필요 있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망상을 망상답고 더 내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의 '폴리 아 되'를 표현하는 핵심 키워드다. 아서가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영화 내에서는 아서가 여전히 망상 속에 빠져 있다는 점을 뮤지컬 형식으로 명확히 시각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감독은 아서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망상의 정도를 표현하면서 얼마나 아서가 허황된 꿈에 취해있는지를 암시하는 것이다. 관객도 처음부터 그가 망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뮤지컬 장면이 아서의 캐릭터성을 설명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군가는 이런 장치가 지나치게 직관적이라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조커>에서 망상과 현실사이를 널뛰기하는 플롯으로 '뭐가 진짜지?' 토론하는 재미도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 속 망상 장면을 뮤지컬로 표현한 것은 단순히 아서의 망상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가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이미 깔고, 그 구분이 없는 아서의 내면을 관객이 더 직관적으로 체험하게끔 뮤지컬을 사용했다. 그 결과, 이런 방식의 연출은 아서의 심리를 보다 생동감 있게 전달하며, 오히려 아서가 망상 속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지를 더 확실히 보여준다. 이 선택은 1편의 플롯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아서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세 가지중 둘째. 이 영화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우선 영화 <조커>가 다룬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 있다. 전작 <조커>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이 한 사회의 단면을 가감 없이 다뤘기 때문이다. 아서 플랙이 조커로 흑화 하게 된 이유는 (행위의 악함과는 별개로) 인간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머니 페니의 학대로 인한 망상장애, 노동환경의 열악함, 사회구조적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의 처지, 그리고 조커를 조커로 만든 사람들이 그 예다. 이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미디어'다. 미디어는 아서가 '웨인 엔터프라이즈' 직원 세 명을 살해한 사건만 보도하고, 페니의 죽음 같은 일은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또한 아서가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아를 포기하는 사건인 '머레이 쇼'의 방송분 역시 미디어를 이용한 폭력이다. 셋째로 영화의 첫 장면에서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안 치워서 쥐가 들끓는다"는 대사는 미디어가 노동 현장에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보여주는 대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미디어는 성실하지 못한 존재다. 페니의 죽음에 대해 취재하지도 못했고 아서를 조커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미디어의 악영향이 아서의 개인적인 불행들과 시너지를 이루어, 조커라는 캐릭터가 관객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조커: 폴리 아 되에서도 미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아서, 조커 둘 다 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장면이 있다는 점이다. 매리언이 아서에게 '당신은 조커가 아니라 아서예요. 아서를 보여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이 과정을 카메라로 녹화한다. 아서를 진짜 위했던 매리언조차도 보이는 이미지를 신경 쓰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녀는 미디어를 통해 재판 승소를 노린 것이다. 법정 장면에서도 아서는 판사가 아닌 카메라를 의식한다. 굳이 따지자면 판사에게 '나는 조커가 아니다'라고 말해야 설득력이 있다. 판결 내리는 건 판사니까. 그런데 아서는 카메라에 대고 굳이 말한다. 조커라는 존재가 인정받았던 계기가 미디어였다는 걸 아서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린 행동이다. 아서가 "난 할리를 사랑해"라고 말할 때, 할리 퀸이 TV를 보며 유리창을 깨고 TV를 가져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아서에게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 TV를 가져가는 것이 할리퀸이 조커를 사랑하지 아서를 아끼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 미디어의 존재에 따라 갈리는 인물들의 리액션은 극후반부의 폭탄 테러와 아서가 군중들에 의해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명확해진다. 아수라장이 됐다. 조커는 정신을 잃은 채로 길을 배회한다. 지나가던 조커 추종자가 차에 탑승해서 아서를 탈출시키려고 한다. 여기서 아서는 조커로서 선택받게 된다. 하지만 아서가 내린 판단은 전적으로 아서의 것이다. 군중들이 원하는 조커라면 법정을 탈출해서 사람들을 조종해야 하는데 냅다 도망가버린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것과 관객이 알고 있는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를 명확하게 그린다. 가짜 조커들이 아서에게 기대한 모습이 '폴리 아 되(망상)'이었더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 괴리가 발생한 이유? 아서는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세계관의 군중들은 아서를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면 접할 수 없다. 카메라를 통해,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인물들의 행보를 가른 걸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셋째. 전작을 승계하면서 전적으로 부정하는 이미지들이 <조커>와의 연속성과 차이점을 불어넣는다. 전작 조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계단을 내려오며 춤추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조커의 추락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면서, 그의 홀가분함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조커: 폴리 아되>에서의 계단(장소도 같은) 신은 다르다. 이번엔 계단 장면에서 더 이상 무겁거나 상징적인 춤도 없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고된 과정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할리 퀸이 계단에 서 있고 아서는 할리퀸을 좋아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다. 이 영화처럼 조커 내면의 아서 플랙을 그리고 싶었다 하더라도 계단 신에 의미를 부여해도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적으로 그걸 거부한다. 전작에서 그렇게 상징적인 장면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이번에는 그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것이다. 전작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조커의 추락과 흑화의 이유를 면밀하게 보여주는 하강의 이미지를 상징했는데, 이번에는 상승에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아서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는 많은 이유가 필요할지 몰라도, 우리가 행복한 이유에는 그리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영화는 이런 식으로 전작의 이미지를 비튼다. 예를 들어, 전작에서 아서가 두들겨 맞았던 길거리를 전속력으로 질주해서 조커로서의 자아를 할리 퀸 앞에서 표출하는 장면도 있었다. 아서의 이야기가 처음 시작됐던 곳에서 조커의 자아가 붕괴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또 생방송 중에 조커 분장을 하고 "아캄의 돼지 같은 교도관들"이라고 외친 후 굳이 두들겨 맞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전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부정하는 요소다. 전작 <조커> 1편에서도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머레이를 공격했다 아무 지장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서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묘사했다. 이렇게 영화는 전작의 연속성과 차이점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굉장한 창의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해 쓰고 싶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조커의 캐릭터성을 영화 안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조커가 미디어에 나온 경우를 생각해 본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였지. 조커가 전하는 가족 이야기는 매번 달랐고, 목표가 돈인 것도 아니라 악행을 펼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것이 캐릭터의 욕망이었다. 캐릭터를 규명하지 않는, 즉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느낌이 조커의 본질이었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잭 니콜슨)는 유희적인 면모가 강조된 인간이었다. 그저 자기가 재밌으니까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이다. 죽을 때도 까르르 웃고 죽을 정도로 이상한 면모가 가득한 캐릭터였다. 맷 리브스의 조커 역시 그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 없다. 배트맨과의 대화 장면만 짧게 보여줄 뿐이었다. 나는 조커라는 캐릭터의 핵심이 바로 규명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조커를 실사화한 영화들이 그랬듯 말이다.
하지만 이 '조커' 시리즈는 전적으로 다르다. 아서 플랙에게 명백한 이유가 주어지고, 그가 악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이미 이 영화의 조커는 처음부터 기존과는 다르다. 완벽하게 대치된다. 그 대신 우리가 아는 조커의 이미지를 구현해야 제목과 캐릭터에서 배트맨 세계관을 빌려온 근거가 성립된다. 이걸 어디서 찾았을까? 글쓴이는 1편과 2편 사이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기존 '조커'와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그러니까 전통적인 조커의 특징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1편의 조커가 그려왔던 2편의 망상이 원인을 뭉개버린다는 점에서 전형성을 거부하는 '조커'의 전통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야기 내적으로 망상에 빠져있는 아서 플랙의 캐릭터성을 살리는 데에도 생동감을 부여한 선택이었다. 영화가 1편이 있어 2편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1편의 상황이 망상이 되어 2편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두 영화의 연속성을 처음부터 망상으로 이은 것이다. 이것이 기획의도라면 사실 굳이 조커의 캐릭터를 강조할 이유가 없다. 기획의도에 충실할 것이라면 아서에 집중하는 쪽이 합리적이다. 이것은 할리퀸이 언급하는 '조커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도 심화되는 지점이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이 대사 굳이 필요 없다. 조커가 나온 뉴스 40번 읽었다고 해도 이야기상의 결함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굳이 영화였어야 했던 이유. 영화가 상상에서 그린 예술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1편에서 조커 추종자들이 그린 악의 이미지가 허상이었던 것처럼 <조커>라는 영화에서 그린 조커의 이미지를 극 중 극의 형식으로 통렬하게 조롱한다는 단면이 여기서 읽힌다. 이 망상으로 1편과 2편을 이으면서 충돌시킨 선택은 영화가 악을 보여주는 데 있어 아주 좋은 선택이기도 했다. 1편에서 꿈꿔온 2편, 1편에서 기억하는 대중들의 조커에 관한 이미지, 할리퀸에 대한 아서의 생각, '이렇게 하면 먹힐 거야'라는 법정에서의 안일함 등 1편에 근거한 2편의 판단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보여주는 장치였다.
이런 점에서 엔딩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규명할 수 없는 악이 조커라면서, 영화의 마지막에 조커가 죽는 건 명확한 결말 아닌가?"라고. 하지만 난 이 영화에서 조커가 의인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규명할 수 없음 / 조커의 정체성 둘 다 동시에 살렸다고 본다. 마지막 아서를 살해하는 남자는 초반부부터 소름 끼치게 웃는다. 여기서부터 아서와 공통점을 가진다.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넌 죽어도 싸!”라고 말하면서 아서를 살해한다. 영화가 고의적으로 아서와 남자를 겹치게 보여준 것이다. 글쓴이는 이 남자가 아서 플랙의 후임, 즉 또 다른 조커라고 생각한다. 그는 조커 추종자가 아닌 아서 플랙의 계승자가 된 것이다. 이 장면은 아서가 머레이와의 토크쇼에서 자살을 시사하다가 결국 머레이를 살해했던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영화가 두 사람을 통해 "공유된 광기"를 조커라는 캐릭터로 보여줬다고도 읽을 수 있다. 결국, 영화는 악을 의인화하기보다는, 조커라는 이름 아래 공유되는 광기와 혼란 그 자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 영화는 조커가 아닌 아서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 방식은 전례를 따르지 않았고, 조커처럼 규명할 수 없는 캐릭터를 새롭게 정의했다는 점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되는 것이다.
불호평이 압도적으로 많은 영화다. 누군가는 진짜 조커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전작의 장력을 스스로 거부했다면서 영화에게 야유를 보낸다. 글쓴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충분히 현대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감정적인 폭이 넓고 조커의 캐릭터성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뮤지컬 시퀀스들이 그렇게까지 완성도가 높지는 않아보인다는 점과 난해한 플롯, 느린 템포가 대중영화로서 합격점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가 충분히 좋은 후속작이라고 생각한다.
-
- [스포일러]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 누구나와요? 그 사람들 나오나요?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상이나 글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의 팬이시거나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모든 시리즈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동안의 추억과 영화의 장면, 대사들이 많이 떠오르실 거에요.
마블이 작정하고 팬서비스를 해주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현재 지구는 3단계 인류 재앙을 이겨내는 영화 [결말포함]
-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
-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3> 공식 예고편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7월 1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영화 <마더스> 티저 예고편
이웃집 아들이 죽고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4월 개봉 확정 [마더스]? 긴장 MAX 티저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