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your bunny2022-09-29 22:17:14
[DMZ DOCS] 치열하고, 또 애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엄마, 영순> 리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엄마, 영순(A Mother Youngsoon)
South Korea/2022/85min/이창준 감독 작품
영순은 2007년 탈북했다. 남편은 자살했고 두 아들 중 큰아들은 북한에 있다. 그녀는 같이 온 작은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작은아들은 엄마가 북한에서는 형에게만 사랑을 주고 자신을 내팽개쳤으며 이제는 남한에 데려와서 탈북자로 낙인찍히게 했다고 미워한다. 영순은 북한에 억류된 국군 포로의 딸로 태어나 늘 가난했고 유일한 희망은 재능이 특출났던 큰아들이었다. 영순에게 작은아들은 희망 대신 숙제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상상하기 어려운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삶에 대해 가진 마음가짐은 워낙 견고하고 단단하며, 또 씩씩하고 용감해서 내가 감히 그 마음가짐의 무게를 예측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엄마, 영순>의 주인공 '영순'이 내겐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2007년 작은아들 '소사'와 함께 깊고 넓은 바다를 헤엄쳐서 탈북한 엄마 '영순'은 함께 경마장 근처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같은 집에 살고 있다. 영순은 평일에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영순이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들 '소사'였다. 영순은 노가다에서 일한다고 뭐라 하는 다른 이들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아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씩씩하게 자기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한편, 두 모자는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를 의지하거나 서로에게 진솔한 대화를 털어놓지는 않는다. 영순과 소사에게는 폭력적이었던 남편이자 아버지의 자살, 북한에서 행방불명된 큰아들이자 형, 다른 이들의 편견 어린 시선 등에서 비롯된 상처가 마음 깊이 존재한다. 이들은 남한 땅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어,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그뿐이다.
이전에 내가 시청했던 다른 탈북민의 다큐멘터리와의 차이점은 '탈북 자체에 대한 스토리보다는 그저 다른 이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인 이들이 살아가는 그 삶 자체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영순과 소사의 모습을 보다보면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자신의 삶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절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 자신의 아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해서 다른 이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끊임없이 새로운 난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아들. 치열하고, 또 애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가족의 삶을 생각하는 그들을 미워하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미워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저 다른 이들과 똑같은 '평범한' 모습을 원하는 이들의 삶에 대해서. 평범해지기 위해 치열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땅에 도착했고, 또 평범한 삶을 위해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그저 당장 내가 바라는 것은 이들을 향한 조금의 편견 어린 시선도 거두는 것. 그저 있는 그대로,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본다면 어느 순간 그 시선이 다정한 시선으로 변해있을 것이라 믿는다.
*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2.09.24(토) 13:30 메가박스 백석점 8관
2022.09.26(월) 10:30 메가박스 일산 벨라시타 101호
2022.09.28(수) 10:30 메가박스 백석점 컴포트 6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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