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your bunny2022-09-30 14:15:01
[DMZ docs] 남들보다 더 빨리 비상해야 하는 작은 새들의 이야기
<작은 새들> 리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작은 새들(Fledglings)
Poland/2022/84min/리디아 두다 감독 작품
상상력이 풍부한 조시아, 예민한 오스카, 독립적인 킹가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인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아이들의 동정심, 예술적 표현, 유머 센스 및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 타인과의 관계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역경을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넓다. 넓고, 또 위험하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큰 세상이지만 동시에 무수히 많은 위험과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곳이다. 이렇게 넓고 큰 세상에서 유난히 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작은 새들'이 바로 여기 있다.
영화 <작은 새들>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 3명이 시각장애 기숙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모님을 잡지 않고서는 단 몇 초밖에 서 있을 수 없던 이 어린 작은 새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이 세상에 적응해야 했기에 부모와의 힘든 이별을 겪게 되었다. 어미 새들로부터 놓여진 이 작은 새들은 기숙학교에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해주며 우정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어린 아이들에게 주어진 낯선 환경으로 인해 처음에 이들의 움직임은 미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숙학교를 떠날 때에는 마치 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 있는 작은 새의 활발한 날갯짓처럼 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흑백으로 표현되었으며, 그리고 관객들은 아이들과 똑같은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나는 최근 들어 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에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메라의 시선이 다정하면 관객도 저절로 다정한 시선으로 해당 인물을 바라보게 되고,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움직임과 행동, 표정 등에 더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저절로 우리가 이 작은 새들의 활발한 비상을 희망하고 응원하게끔 만든다.
작은 새들이 모여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또 동시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초반에 아이들은 서투르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앞에 주어진 피아노 건반을 천천히 만져보고, 또 복도를 걷기 위해 손을 마구 흔들며 손잡이를 찾아보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때부터 그저 쓱- 보고 지나쳤을 공간이나 물건을 이들은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또 집중해서 탐구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간의 사랑, 우정, 공감, 교감, 그리고 서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과 행동들이었다. 서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선뜻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같은 상황에 주어진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힘이 되는 응원을 보내고, 기숙학교를 먼저 떠나는 이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렴'과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네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자연스레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해 보이던 초반의 작은 새들이 어느덧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강인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2.09.26(월) 20:3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2022.09.29(목) 11:0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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