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10-05 00:27:35
수 많은 평행우주에서의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시사회 영화 후기
감독: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진:양자경,스테파니 수,케 후이 콴,제임스 홍,제이미 리 커터스
시놉시스
에블린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웨이먼드와 결혼을 했다. 홍콩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세탁소를 차렸고 그녀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딸인 조이가 대학을 자퇴하고 자신의 애인인 여자친구를 소개하며 나타난다. 그런 조이가 실망스럽기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조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한편 에블린과 웨이먼드는 에블린의 아버지와 함께 세무서를 가게 되지만 웨이먼드의 갑작스러운 돌방 행동에 놀라고 만다. 사실은 이 우주뿐만이 아니라 다중우주가 존재하는 것이었고 수천 명의 똑같은 자신들이 각각 다르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과연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각각 다르게 살고 있는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의 정신들을 이 우주에 불러오며 악당들과 싸운다.
에블린이 지금의 삶에 후회하는 이유
에블린의 아버지는 에블린이 웨이먼드와 결혼하기를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고 미국으로 가서 세탁소를 운영했지만 자신이 나이가 들자 결혼한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하지만 자신의 딸과 닮은 조부 투파키라는 이름의 빌런(악당)이 전 우주적 재앙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고 평행우주에서 자신과 똑같은 에블린들의 정신을 이용하여 우주를 위협하는 자들과 맞서 싸운다. 사실은 웨이먼드가 말하길 다중우주를 넘은 알파버스가 존재하며 그간 에블린이 살아온 삶이 코믹하기도 하고 힘든 일들이 많아서 자신에게 더는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점점 괴이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극복해 나간다. 만약 자신이 선택한 삶이 수많은 선택 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여러 갈림길이 생길 것이고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게 평행우주 속 법칙이라고 하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삶이라고 해서 그 삶이 무조건 안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그 선택을 한 것도 자신이기 때문에 후회할 수도 있으나 앞으로 또 다른 수많은 선택들을 골라야 하는 게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이기도 하다. 나도 지나고 보면 후회하는 것이 많지만 아쉽게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에블린의 입장에 공감이 되는 건 당연한 걸까?
수많은 선택과 갈림길 중에 나는 이 인생을 선택해 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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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등 (2015)
영화 <4등>의 중심 인물은 모두가 피해자다. 이미 첫 아시안 게임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다가오는 아시안 게임의 유망주로 떠오르는 젊은 수영 천재 ‘광수’,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으나 매번 4등만 하는 ‘준호’, 기자이자 준호의 아버지인 ‘영훈’, 악착같은 준호의 어머니인 ‘정애’. 간략한 소개로만 보아선 이들이 무슨 피해자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영화속 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면 그들이 어딘지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의 원인을 좀처럼 찾을수 없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속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중력을 행세하는 힘의 주체는 대체 무엇인가? 쉽게 보이지 않는 이 희미한 중력장의 실체는 영화속 인물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
1-1. 광수
가장 먼저, 광수의 경우는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태릉으로 출발하는 날 그의 오래된 고향의 폐건물에 들러서 광수는 불법 도박을 하고 있는 고향 선배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폐건물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광수의 뒤에 떨어진 말. “내일 가도 되잖아, 너 천재잖아”라는 그 말이 광수를 다시 도박판으로 불러들인다. 서울로 떠나려던 광수는 뒤를 돌아보며 입맛을 다시고 뒤돌아서더니, 다음 컷에는 어느덧 광수가 도박판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컷으로 이어진다. 광수는 이 지점에서 어촌 마을의 도박에 빠진 ‘형님’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빠진 셈이다.
광수는 몇날며칠을 도박에 빠져 태릉선수촌에 늦게 들어가게 되고, 뒤늦게 들어간 광수를 본 선수촌 코치는 대걸레 자루로 광수에게 체벌을 가한다. 대걸레 자루로 백 대. 그 체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광수의 몸은 분명 곤죽이 되고 말 것이다. 광수는 저항하고, 저항은 코치의 심기를 건드린다. 곧 체벌은 감정적인 폭력으로 변질되고, 광수는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선수촌을 떠난다.
1-2. 어머니 정애
정애는 아들 준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아들 준호는 매번 4등만 하고, 정애는 준호의 성적이 아쉽기만 하다. 정애는 준호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기꺼이 악역이 되고자 한다. 준호에게 일부러 밉살스럽게 ‘4등’이라고 부르는 모습, 준호에게 대놓고 “엄마가 싫지? 그러면 수영할 때 엄마가 뒤에서 쫓아온다고 생각하고 해 봐”라는 식의 말들을 하며 준호의 성공을 위해서 기꺼이 악역을 자처한다. 정애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첫째로 아들이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애가 열정을 부을만한 것이란 이제 아들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극심한 교육열로 유명한 한국사회 수많은 어머니의 초상을 담은 것이 영화 <4등> 속에서 그려진 정애의 모습이다. 특히나, 그 자식에게 거는 간절함의 깊이는 사회적인 계급과 지위가 낮을수록 짙어진다. 출산과 육아후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의 삶만을 좇는 정애에게는 사회적 지위가 없다. 그녀가 사회속에서 온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밖에 없다.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 ‘여성’에게 부과되는 독박육아와 강력한 사회적 단절의 탓이다. 이런 구조 탓에 어머니 정애는 자기 자신에게서 더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닫고 두 아들을 다그친다. (자신처럼)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으면, 노력해서 성공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1-3. 아버지 영훈
아버지는 수영 천재이자 유망주인 광수를 만나고 이 유망주를 일찍이 알아보고 친해진다. 영훈은 광수의 성적을 묻고 광수가 높은 기록을 세웠다는 대답을 듣고는 광수에게 기대를 걸며 명함을 건네준다. 그때까지만해도 그는 광수에게 호의적이다. 기자인 그가 수영 유망주와 친해지고자하는 목적은 어느정도 알 법하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인간관계는 작은 균열에도 쉽게 무너져내린다는 사실 또한 충분히 알 법하다.
광수가 태릉을 박차고 전화를 건 것은 ‘영훈’의 번호였다. 광수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대걸레 자루로 100대를 맞으라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자신이 있어서 늦게 간 겁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1 주일 늦었습니다. 그리고 광수의 절박한 전화를 받은 영훈의 대답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겠지”였다. 그리고 이런 영훈은 후에 자신의 아들 준호가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에게 체벌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광수를 찾아가 그에게 아이에게 체벌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를 통해서 영훈은 분명하게 체벌에는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체벌에 반감을 갖고 있는 영훈은 광수의 전화를 외면하는데, 이 행동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란 영화를 통해서 다 알 수 없기에 추론만 가능할 뿐이지만,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진 이유를 제시해보자면, 영훈이 광수를 두둔한다고 하여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자신의 업으로 한 집안을 이끌어가야 할 영훈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비주류의 물결에 몸을 떠맡기라는 선택은 어렵다. 영훈에게는 일단 제 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는 전적으로 영훈에게만 짊어져 있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영훈은 다소간에 뻔뻔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역시 그 기형적인 한국 사회의 구조탓이라고 하겠다. 여성에게는 독박육아가, 남성에게는 생계유지의 의무가. 한쪽 성별에게 주어지는 전적인 의무들이 그 의무를 짊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제멋대로 헤집고, 망쳐놓는다.
1-4. 준호
“형. 1 등하면 무슨 기분이에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4등 준호는 1등을 해낸 초등 수영부 선수에게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묻는다. 이런 준호는 광수의 과거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준호는 그저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고, 엄마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 준호탓에 애가 타서 새로운 코치 광수에게 준호의 지도를 맡긴다. 그리고 광수는 준호에게서 재능을 발견한다. 광수는 재능있는 준호를 키우고자 체벌로 엄하게 가르치며, 어린 준호는 당연히 맞는 게 싫다. 하지만, 준호는 가정으로 돌아와 어느순간 자신의 동생에게 자신이 받은 체벌을 그대로 재현하며 동생의 울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치 광수처럼.
역설적으로도 준호는 새로운 코치인 광수에게 ‘엄하게’ 교육을 받으면서, 성적은 점차 좋아진다. 하지만 성적과는 반대로 준호는 점차 코치의 체벌이 두려워 수영에서 느꼈던 순수한 흥미와 즐거움을 점차 잃게되고, 급기야 광수의 체벌 탓에 더 이상 수영을 하지 못하겠다며 아버지에게 고백하고, 수영장을 떠난다.
2. 기성 사회의 구조와 구조속의 피해자들.
이 네 명의 중심인물을 정리하다보면, 영화가 그려낸 그들의 삶은 도덕적 딜레마에 의한 긴장의 장력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광수는 태릉으로 떠아냐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장에 남고, 모욕적이고 감정적인 체벌이 싫어 태릉을 떠났으면서 체벌을 대물림하며, 정애는 자신이 악역을 맡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악행을 중단하지 않고, 영훈은 타인의 고통은 외면하더라도 자기 자식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준호는 마찬가지로 체벌이 싫었으면서 체벌을 대물림하고 권위적으로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이 도덕적 딜레마들은 모두 어떤 원인에서 부터 발생하고 있는데, 이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귀납적으로 접근하면 그 원인을 밝혀볼 수 있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영화속의 모든 문제는 불합리한 기성 사회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어촌마을의 기성세대인 ‘형님’들이 만들어 놓은 도박판에 어쩔수 없이 빠져드는 광수, 그리고 잘못은 체벌을 통해 몸속에 교훈을 새겨야 한다는 기성의 교육 방식, 양심적인 비주류에 휘말리면 생계를 보장할 수 없는 사회속에서 생계를 위해 뻔뻔해져야 했던 영훈, 이 사회속에서 이젠 자신이 무엇도 될 수 없음을 깨닫고 그 자식들은 무엇이라도 근사한 삶을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정애.
영화 <4 등>속 인물들을 통해서 “어떤 사물의 의미는 개별로서가 아니라 전체 체계 안에서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에 따라 규정된다”는 구조주의 이론에 따라 잘못된 기성의 구조속에서 상처받는 이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잘못된 구조를 따르기 위해 자신들의 개별적인 의미와 신념을 잃고, 사회 주류의 신념과 구조를 따르는 이들의 삶이 멀리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사회적 지위와 계급이 낮을 수록 구조의 요구와 강요에 더욱 순종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이 기성 사회를 만든 기성 세대들을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아픔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대적 상처이며, 일반적인 역사적 기류에 의한 것이지 특정한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기성의 세대를 비판하는 것이아닌 기성의 사회 구조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보며 무엇을 고쳐나가야 할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3. 구조속에서 잃어가는 것들
영화 <4 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현재까지 앓고 있는 상처를 재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몇몇 사람들에게는 지난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처지와 영화속 불합리한 상황들을 동일시 여겨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 <4 등>속 인물들은 구조에 의해서 요구된 악역을 어느정도 떠맡는다. 이를 통해 관객은 상처를 지닌 자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역설적인 비인간성을 영화속에서 목격하며, 이 영화가 마냥 통렬한 사회비판의 영화로만 다가오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아마도 비판만을 담은 영화였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테지만, 영화 <4등은> 사회구조의 문제성에 대한 비판만을 하지 않고, 더 나아가 한 줄기의 희망을 예술적으로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그 때문에 <4 등>은 조금 높게 평가하고 싶은 영화다.
구조속에서 잃어가는 것은 개별체의 순수한 특성이다. 우리 인간은 모두의 지문과 홍채가 다르듯이 인간이 가진 개별성은 인간 종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개별적인 인간이 모인 사회의 다양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때때로 ‘구조’는 구성원들에게 특별한 지위와 책무를 떠맡기거나 강요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순수한 특성, 개별성과 주체성을 잃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강요와 구조가 정의한 개체성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순수한 개체성을 추구할 때 아름답게 빛난다. 영화 <4등>에선 그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데, 사회적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는 체벌이 두려워 수영장을 떠난 준호가 다시금 수영을 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로 늦은 새벽에 수영장을 찾아와 홀로 어둡과 차가운 물속에서 빛을 따라 헤엄치는 장면에서 그렇다.
이 씬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어둑한 새벽, 어둑한 물속에서 감감히 출렁이는 빛의 주변을 헤엄치는, 절대적인 어둠속 희미한 빛의 주위로 떠도는 여리고 어린 피사체의 모습이 씬에 아름답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본래 밝기만 해서는 그 밝음의 정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인지라, 어둠속에서의 그 희미한 빛을 향해 헤엄치는 준호의 모습은 그 어떤 희망적인 언어보다도 강렬한 희망의 언어로 읽힌다. 비록 그 빛이 준호를 수영장에서 꺼내올리는 빛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그 결과로만 축약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4 등>은 이렇게 구조속에서 피해받는 이들의 고통과 초상들을 보여주는 한편으로는,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사회구조 내의 개별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에서 탈피하여 개별적인 존재를 추구하는 과정이 지닌 순수함의 미학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희미하지만, 희미하기 때문에 강렬한 희망의 메세지를 유려하게 그려내어, 작금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비판의 메세지와 함께 영화의 미학적인 추구 또한 충실히 따르고 있는 꽤나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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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성범죄를 다루는 윤리적인 방식
6월 15일,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12층 씨네큐는 제법 소란했다. 어린이영화제인만큼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영화관에서 오랜만에 어린이들을 많이 봤다.
앞서 <키즈 크리에이티브2>를 관람하고 나와 라운지에 앉아 있었는데, 대략 스무 명쯤 되어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내렸다. 어린이영화제에 어린이가 참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임에도, 어른 사회에 절여진 탓인지 '이 어린이들이 무슨 영화를 보는 거지, 나랑 같은 영화는 아니겠지' 등의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그러고서 아, 이건 어린이영화제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어린이혐오를 했구나 싶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노 키즈 존'이 만연한 이 땅에서, '예스 어린이 존'을 표방한다. 우리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하다고 해서 얼마나 이들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는 내가 가는 카페, 영화관, 식당에 와서는 안 되지만, 뭔가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스스로 '0린이'라고 부르는, 모순적이고 자기애적인 어른들도 이제는 좀 성장해야 할 때이다.
<오팔>은 카리브해 출신의 알랭 디바르 감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러닝타임이 85분으로, 길지도 짧지도 않다. 영화의 배경은 카리브해처럼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왕국이다. 왕국은 마법으로 유지되는데, 마법의 근원은 공주 '오팔'에게 있다. 오팔이 행복하면 마법의 기운도 세지고, 불행하면 마법의 기운이 약해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꽃들이 시들시들 죽어간다. 세계를 관장하는 신, 이로코는 마법의 힘이 약해진 것은 공주에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주는 성에 갇혀 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나가는 것은 열쇠를 가진 자만 가능하다. 공주에게는 열쇠가 없다. 매일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공주가 탈출하고자 하는 까닭은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밤중에 공주의 방에 찾아와 마법을 훔쳐간다. 공주는 고통스러워하며, 빌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그래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괴물과 싸우려면 너의 마법이 필요하다, 네가 마법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을 것이다, 등의 이유로 공주의 마법을 훔친다.
영화 시작 전 감독 인터뷰가 짤막하게 나왔는데, 감독은 이 영화가 친족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과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영화에서의 마법, 그것을 빼앗아가는 아버지는 친족성범죄의 알레고리(우화)이다.
친부, 계부, 친오빠, 사촌오빠 등의 성폭행 사례는 당장 포탈사이트에 검색해보아도 오늘, 어제, 이틀 전, 일주일 전, 끊임없이 쏟아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를 버릴까 두려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가 가정이 깨질까봐, 자기 때문에 모든 걸 망칠까봐 어디다 털어놓지도 못한다. 범죄자 아버지여도 아이들은 부모를 쉽게 사랑한다.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 사랑이라고 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은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온전히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음을 상처로 품고 사는 어른들이 많다.
오팔은 엄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지만, 엄마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오팔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며, 오로코신 앞에 오팔이 불려갈 때도 입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 말을 들은 오팔은 아무일 없다고 하지만, 신이 오팔에게 선물한 인형에는 눈과 입이 있어 모든 것을 목격한다. 이 역시 낯선 현상이 아니다. 친부, 계부, 또는 오빠의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딸의 입을 틀어먹는 엄마들이 숱하게 많았다. 자아를 남편, 아들에 의탁한 여자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 그 전에,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오팔이 무의식으로 들어갔을 때이다. '지하감옥'인 줄 알았던 그곳은 사실 오팔의 무의식이다. 그곳에서 그동안 억압해왔던 슬픔, 분노, 죄책감, 수치심, 좌절감 등을 만난다. 그들은 마치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들처럼 살아있다. 아버지로 대변되는 '괴물'은 그들을 잡아먹는다. 그들이 잡아먹힐 때마다 오팔은 억압해왔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끝내 오팔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력해지도록, 더 이상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때, 오팔은 잠에서 깨어난다.
*아직 <오팔>을 볼 수 있는 OTT는 없는 것 같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6/22(수)에 재상영하니, 관심이 있다면 꼭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법'은 다양한 사건으로 치환될 수 있다. 감독이 의도한 친족성폭행 문제일 수도 있고, 친족이 아닌 성범죄일 수도 있고, 각 개인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상처나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우리는 너무 아픈 기억은 무의식 속에 숨겨놓고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 사건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며,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프로이트식 방어기제이다.
영화는 지극히 프로이트적으로 접근하는데, 영화 도중 자아(EGO), 초자아(SUPEREGO)라는 글자가 수수께끼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모든 수수께끼는 마지막에 가서야 풀린다. 의식과 무의식을 통하여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에 가까운 과정을 볼 수 있고, 우리는 직접 정신분석을 받지 않았지만 영화를 통해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
'날것'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자극적인 영화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 성폭력을 다룬 영화도 부지기수이다. 지금까지 성폭력을 다룬 영화들은 대개가 성폭행 장면을 아예 대놓고 보여준다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강간 장면을 목도하였나. 그것은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고민 없는 연출인가.
<오팔>의 미덕은 성폭행의 장면을 묘사하지 않고도 충분히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봤으면 좋겠다. 특히 그루밍범죄에 노출된 아이들, 어른들로부터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보아야 할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어린시절에 받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은 어른들 또한 <오팔>을 보고 치유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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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전 떠들석했던 어린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86분의 러닝타임 내내 아이들은 무척 정숙했고, 진지하게 영화를 보았다. 내 앞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앉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그들끼리 제법 진중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은 어쩌고 저쩌고 해도 대개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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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할 텐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다 너머, 인간이 사는 육지 세상이 궁금한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난파된 배에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의 목숨을 구한다. 에리얼은 첫눈에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이자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은 절대로 바다 위 인간 세상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엄명을 내린다. 이에 에리얼은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와 거래해 목소리를 잃는 대가로 다리를 얻어 육지로 향하고, 새로운 운명을 찾아 나선다.
모두를 실망시킨 <인어공주> 재해석
2010년대 초중반부터 디즈니는 자사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글북>, <알라딘>,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는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논란이 가장 많은 영화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인어공주>다.
<인어공주>는 제작 단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작 파괴가 문제였다. 주연을 맡은 할리 베일리는 애니메이션 원작 속 에리얼과 달리 흑인이었다. 에리얼의 빨간 머리도 흑인 특유의 드레드 머리로 바뀌었다. 한쪽에서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재해석이라고 옹호했다. 반대쪽에서는 원작 파괴라고 비판했다. 에리얼을 닮지 않은 배우가 출연해 리메이크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화를 보니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일단 흑인 인어공주는 나름 자연스럽다. 덴마크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식민지로 삼은 역사를 반영해 배경을 카리브 해로 바꿨기 때문이다. 에리얼을 닮은 외모는 아니지만, 할리 베일리의 연기와 노래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원작 설정을 재해석하고 변경한 이유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당위와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을 외면한다. 그렇게 월트 디즈니 컴퍼니 100주년 기념작 <인어공주>는 새로운 해석을 기대한 관객도, 원작의 실사화를 바란 관객도 모두 실망시킨다.
공허한 재해석
새로운 <인어공주>가 힘을 준 대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양성이다. 에리얼과 에릭의 로맨스는 소통과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다. 영화는 에리얼과 트라이튼의 갈등을 통해 다른 문화를 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에릭 왕자의 서사를 더해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그와 '셀리나 여왕'(노마 두메즈웨니)의 대립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에리얼과 에릭의 로맨스는 동병상련에서 시작된다. 편견과 선입견으로 무장한 부모는 자녀를 억압한다. 트라이튼은 인간이, 셀리나는 바다의 신과 인어가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두 주인공은 그들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동경한다. 다른 문화를 궁금해하고 기꺼이 수용하려 한다. 두려움 없는 그들은 서로의 세상을 배우면서 사랑을 싹 틔운다. 더 나아가 완고한 부모까지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재해석은 공허하다. 원작과 다른 이야기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메시지가 밋밋하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트라이튼 왕은 인간이 에리얼의 엄마를 죽였다고 암시한다. 인간 왕국의 왕도 바다 때문에 죽었고, 에릭 왕자도 표류하다가 구조됐다고 언급된다. 영화는 육지와 바다 사람이 서로 배타적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갈등을 극복하는 로맨스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이 너무 평이하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대사 몇 마디로 그친다. 그러다 보니 추가된 서사는 뇌리를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전반적인 흐름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국 영화는 인어와 인간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큰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과 인어가 화해하는 결말도 그저 동화다운 교훈을 주는 결말에 그치고 만다.
흑인과 카리브해의 역사
더구나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소재를 손에 들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흑인 인어공주를 비롯해 카리브 해라는 공간적 배경과 드레드 머리는 손쉽게 소비된다. 이들을 이용해 다양성과 관련된 사회적, 역사적 문제를 깊숙이 살펴보려는 시도는 없다. 그저 관객의 상상력과 지식에 맡길 따름이다.
카리브해는 역사적 맥락이 깃든 장소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인어공주>의 원작 동화를 썼고, 덴마크는 제국주의 시대에 카리브해 일대를 식민지로 삼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중심지인 '샬럿아말리에이'만 해도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5세의 왕비인 헤센카셀의 '샤를로트 아말리에'로부터 이름이 유래했다. 작중 에릭 왕자가 유럽과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총리를 비롯한 지배층 대다수가 백인으로 묘사되는 이유다.
이때 덴마크와 카리브해, 그리고 흑인 주인공이라는 조합은 곧장 한 가지 역사적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노예무역이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 열강,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지는 삼각 노예무역이다. 덴마크는 영국, 포르투갈 등과 함께 노예무역 당사자 중 하나였다. 카리브해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의 종착지 중 하나였다. 19세기에 법적으로 금지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인어공주>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제거한다. 흑인 노예가 수입되는 시대에 흑인 여왕은 백인 왕국을 통치하고, 백인 왕자는 흑인 인어공주와 결혼한다. 시대상을 고려하면 어색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흑인 인어공주를 등장시키고 배경을 카리브 해로 변경해 놓고도 마치 제작진이 그 함의나 맥락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도 보인다. 영화가 흑인이라는 키워드를 고민 없이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이 남는다.
드레드 머리는 단순한 헤어스타일이 아니다
이에 더해 <인어공주>는 에리얼의 머리도 표피적으로 활용한다. 사실 드레드 머리는 단순한 헤어 스타일이 아니다. 아메리카에 정착한 흑인 노예들에게 아프리카 특유의 헤어 스타일은 부끄러운 대상이었다. 드레드(Dread)라는 용어 자체가 '끔찍하다(Dreadful)'는 단어에서 비롯될 정도였다. 그래서 그들은 백인 헤어 스타일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약품을 동원해 머리를 피다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흑인 인권 운동이 힘을 가지면서 흑인들은 자기 본연의 헤어 스타일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드레드 스타일도 이맘때 퍼져 나갔다. 즉, 드레드 머리는 백인 중심 사회에 동화, 통합되지 않겠다는 흑인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상징이다. 동시에 아메리카 흑인들의 아픈 역사를 함축한 상징이다. 따라서 카리브해, 흑인 인어공주, 드레드 머리라는 헤어 스타일이라는 소재를 종합하면 새로운 인어공주는 흑인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강력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이러한 복합적인 의미에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의미심장한 소재를 그저 표피적인 의도로 활용할 뿐이다.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목적으로. 포크 사용법을 모르는 에리얼이 포크로 드레드 머리를 다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신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안전한 스토리에 의존한다. 캐스팅 논란이 무색할 정도다. 흑인 인권 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을 영화에 녹여낸 <블랙팬서>와 비교해 보면 새로운 <인어공주>는 더 안일해 보인다. 칼을 뽑았는데, 무도 자르지 못한 셈이다.
큰 도움은 되지 않는 완성도
심지어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우선 <라이온 킹>과 비슷한 문제점이 있다. 동물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하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심지어 이번에는 포유류가 아닌 해양 생물이라서 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화면도 어둡다. 실사 영화로 구현된 어두운 바닷속은 광원이 부족해서 어둡다. 장면을 부각할 조명도 마땅치 않다. 결국 흑인인 에리얼은 어두운 배경 속에 갇혀 버린다. 그녀를 지켜보기가 어렵다. 할리 베일리에 맞추어 연출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그래도 디즈니 영화로서 최소한의 재미는 갖췄다. 에리얼과 에릭이 거대해진 울슐라와 맞서 싸우는 후반부 해상 전투신은 인상적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경력자답게 롭 마샬 감독이 클라이맥스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그려냈다.
울슐라와 트라이톤 왕의 역할도 지대하다. 코미디 배우로 알려진 멜리사 맥카시는 선입견을 제대로 깼다. 오빠 트라이톤의 권력을 갈망하고 복수를 꿈꾸는 마녀 울슐라라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준다. 하비에르 바르뎀도 무게를 잡아준다. 그의 연기 덕분에 가족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의 슬픔과 외로움은 극대화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디즈니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영화는 디즈니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20세기 중후반 침체기를 겪은 디즈니가 새로운 전성기인 '디즈니 르네상스'를 알린 시작점이 <인어공주>였기 때문이다. 이는 디즈니가 창사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에 <인어공주>를 공개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어공주>는 그 상징성과 중요도에 미치지 못했다. 과감하지 않은 사회적 메시지는 원작의 도전 정신에 미치지 못한다. 1989년에 애니메이션이 보여준 능동적인 여성상에 비하면 이번 영화가 무슨 메시지를 담았는지 의문스럽다. 만듦새와 볼거리 역시 현재 디즈니의 위상과 자본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그 결과 100주년을 맞이해 더 화려하고 세밀해진 디즈니 성의 미래는 마냥 밝지 않아 보인다.
Dreadful 끔찍한
충분한 고민 없는 재해석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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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극장판으로 개봉예정인 <유미의 세포들>
4월 1주차 개봉예정작 시작합니다!
댓글부대
Troll Factory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93분
감독: 김다희
출연: -
개봉: 2024.04.03.
배급: CJ CGV,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시놉시스
“사랑이의 마음이 나를 웃음 짓게 했고 불안이의 걱정이 나를 나아가게 했어” 오랜 꿈이던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 후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유미. 완벽한 글쓰기 일정을 만드는 ‘스케줄 세포’부터 글감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는 ‘작가 세포’와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린고비 세포’까지 모두가 유미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유미의 ‘불안 세포’를 점점 자라나게 하고 바비와의 흔들리는 관계로 흑화한 ‘사랑 세포’까지 세포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며 세포 마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는데…
CINE PICK!
네이버 웹툰과 드라마로 인기를 끈 ‘유미의 세포들’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합니다. 원작의 드라마판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로커스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고, 당시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김다희 감독이 본작을 연출했습니다.
비키퍼
The Beekeeper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SF | 스페인, 프랑스 | 115분
감독: 애덤 윈가드
출연: 댄 스티브슨스, 레베카 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개봉: 2024.03.27.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 '비키퍼' 그곳의 전설로 남은 탑티어 에이전트 '애덤 클레이'는 기관의 눈을 피해 자취를 감추고 양봉가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 보이스 피싱 조직으로부터 유일한 친구 '엘로이즈'를 잃게 된 그는 피의 복수를 위해 잠재웠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전 세계가 열광할 NEW 킬링 액션 유니버스가 시작된다!
CINE PICK!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각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퓨리>를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2024년 작품으로 전세계 박스오피스 7주 연속 1위를 석권하며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비밀기관 비키퍼 요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설정으로 ‘인간병기’의 모습을 선사하며 짜릿한 액션을 보여준다 합니다.
오멘: 저주의 시작
The First Omen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이탈리아 | 119분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
출연: 넬 타이거프리, 타우픽 바롬, 소냐 브라가, 랄프 이네슨, 빌 나이 등
개봉: 2024.04.03.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수녀가 되기 위해 로마에 가게 된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그때, 믿음을 뒤흔드는 어둠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서서히 조여오는 끔찍한 공포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 6월 6일 6시 사탄의 아이가 태어나고, 믿음이 향하는 곳이 뒤바뀐다!
CINE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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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LA CHIMERA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이탈리아 | 132분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
출연: 조쉬 오코너, 알바 로르와처, 이사벨라 로셀리니, 캐롤 두아르테
개봉: 2024.04.03.
배급: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도굴꾼 이야기 도굴꾼 아르투에겐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부의 꿈에 도취된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맨다.
CINE PICK!
제 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으로 <행복한 라짜로> 영화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감독은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여성 감독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본인만의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입니다. .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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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죽음을 잊고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죽음을 피하려 무척 조심하게 된다.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렇게 아주 가끔만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나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까.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두려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용감하게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위험한 일들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하나의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숨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의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목소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가 모험을 하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의 태도를 볼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은 그런 두려움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는 배부른 왕이나 영주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축적된 곡물과 돈을 훔쳐 하층민들에게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친다. 그런 그는 모험 중에 여덟 번째 죽음을 맞는다. 잠시 후에 다시 깨어난 그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완전히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달라진다.
그때부터 늑대 모습을 한 죽음은 장화신은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처음 늑대를 본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응은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도 사라져 버린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그에게 죽는다는 공포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종종 겪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모두의 목숨은 하나지만 매번 죽음의 공포 속에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잠자는 것처럼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는 과정이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기에 8개의 목숨까지 그는 죽는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극복기
영화가 보여주는 겁에 질린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모습을 포기해 버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과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가 다른 고양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삶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공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는 강아지 페로가 장화신은 고양이가 같이 모험을 하게 된다. 페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의 삶의 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자신은 늘 버림받았고 운이 안 좋았으며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장점을 말하는,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인지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적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지만 다시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페로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삶에 처음 찾아온 죽음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라면 페로는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관한 듯한 페로의 모습은 오랜 삶을 살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이다.
드림웍스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슈렉>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장화신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슈렉>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여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강아지 페로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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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버스라는 늪에서 악전고투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바네사를 되살리고 일상을 되찾은 '데드풀/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데드풀은 이제 어벤져스에 가입해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어벤져스로부터 거절당하고, 그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도 이별한 후 '피터'(롭 딜레이니)의 도움을 받아 중고차 딜러 일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온다. '울버린'(휴 잭맨)의 죽음과 함께 엑스맨 유니버스가 소멸될 상황이 되자, TVA에서 데드풀을 MCU의 일원으로 캐스팅한 것. 데드풀은 '마블의 예수'가 될 것이라 들뜨지만, 흥분도 잠시. 그는 엑스맨 유니버스를 곧장 파괴하려는 '패러독스'(매튜 맥퍼딘)의 음모를 눈치채고, 자기 우주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모든 면에서 상극이고, 자기 우주를 구하는 데 실패한 또 다른 '울버린'과 함께.
MCU의 예수는 되지 못하다
2024 슈퍼볼에서 처음 공개된 <데드풀과 울버린>의 티저 예고편. 2분 남짓한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개 24시간 만에 3억 6,5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기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의 3억 5,550만 조회수를 뛰어넘었다. 특히 한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바로 마블의 예수님이야"라는 데드풀의 대사는 MCU와 멀티버스 사가에 신선한 피가 수혈될 거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데드풀과 울버린>은 안타깝게도 기대에 미치 못했다. 데드풀과 멀티버스 사가의 만남 자체는 인상적이다. 데드풀만의 특색과 입담을 살려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 사가를 작품 내에서 풀어냈다. 엑스맨 버전 <노 웨이 홈>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엑스맨>,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블레이드> 등 2000년대 초중반을 수놓은 과거 마블 캐릭터들에게 명예로운 엔딩을 안겨 주었다.
다만 MCU 멀티버스 사가의 문제점은 여전하다. 멀티버스 캐릭터에게 내준 공간만큼 데드풀과 울버린의 자리가 줄었다. 그 결과 데드풀도, 울버린도 각자의 서사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냉정히 말해 휴 잭맨이 복귀했다는 것 외에 의의가 없을 정도다. 프로모션 과정 내내 강조한 데드풀과 울버린의 버디 무비라는 개성도 덩달아 옅어진다.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이 MCU의 구세주냐는 질문에도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20세기 폭스의 <노 웨이 홈>
데드풀의 가장 큰 개성은 자유로움이었다. 그는 작품 내외를 오가며 히어로 영화의 금기를 전부 다 깨버렸다. 그래서인지 그는 엑스맨 유니버스에 속하면서도 따로 노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MCU는 이를 엑스맨 유니버스와 MCU의 가교로 삼았다. 데드풀의 입담과 액션을 활용해 작품 외적인 이유로 퇴장했던 캐릭터에게는 마지막 인사의 기회를 주고, 세계관 자체는 멀티버스 속에 남겨두며 미래를 기약한다.
당장 기본적인 스토리부터가 현실의 은유다. 데드풀이 자기 우주를 파괴하려는 TVA에 맞서는 것은 디즈니의 폭스 인수로 인해 종료된 엑스맨 유니버스의 상황을 보여준다. 자기 우주에서 엑스맨을 구하지 못한 울버린의 모습도 마치 엑스맨 유나버스의 종료를 막지 못한 현실의 울버린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과거 마블 영화 캐릭터를 지배하려는 카산드라 노바와 싸우는 것 또한 MCU에 병합돼야 할 엑스맨 유니버스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 덕분에 영화는 다시 못 볼 캐릭터로 가득하다. 촬영은 완료했으나 공개되지 못한 채닝 테이텀의 갬빗과 <로건> 속 로라를 비롯해 파이로, 토드, 아자젤, 저거너트 같은 조연이 재등장한다. 이에 더해 크리스 에반스의 휴먼 토치, 제니퍼 가너의 엘렉트라,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 등 과거의 영웅도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즉, <데드풀과 울버린>은 20세기 폭스 버전의 <노 웨이 홈>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비롯한 예전 마블 영화의 추억을 지키려는 메타적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다만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MCU 멀티버스 사가 중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 일단 엑스맨 유니버스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고, <판타스틱 포>, <블레이드>, <데어데블>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등장인물조차 알 수 없다. 또 <로키> 시즌 1을 보지 않으면 TVA, 보이드, 알리오스와 신성한 시간대 같은 설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갬빗의 경우에는 디즈니-폭스 인수 사가와 관련된 뒷이야기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스파이더맨이 되지 못한 울버린
그러나 <데드풀과 울버린>의 완성도는 <노 웨이 홈>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핵심적인 전제 하나를 놓친 까닭이다. <노 웨이 홈>의 힘은 과거의 두 스파이더맨에서 비롯했다. 그들이 과거의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모습이 시간을 뛰어넘는 감동의 원천이었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가 그린 고블린을 치료하고,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가 추락하는 MJ를 구해내는 모습은 팬들의 상상과 염원을 스크린에 펼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데드풀과 울버린>도 비슷한 방식으로 울버린을 활용하려 한다. 엑스맨을 구하지 못한 멀티버스의 로건을 기존의 엑스맨 유니버스로 불러와서 그가 다시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문제는 이 울버린이 지난 20여 년간 엑스맨 시리즈에서 활약한 울버린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예전 스파이더맨과는 달리 이번 울버린은 관객과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교류할 길이 없다.
불친절한 전개는 문제를 더 키운다. 멀티버스의 울버린이 좌절한 이유나 정황은 실감하기 어렵다. 흔한 플래시백 하나 없이 대사로만 제시되기 때문. 그가 엑스맨으로 나서기를 주저하는 이유도 알기 어렵고, 로라가 멀티버스의 로건에게 그의 본성과 영웅성을 일깨우는 대화도 임팩트가 부족하다. <노 웨이 홈>에서 과거의 스파이더맨이 MCU의 스파이더맨에게 조언을 건네는 장면과 비교하면 차이가 명백하다.
이 괴리감은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암시된다. 데드풀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로건>에서 묻힌 울버린의 무덤을 파헤친다. 그러고는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뼈를 이용해서 자신을 뒤쫓아온 TVA 요원들을 때려잡는다. 물론 분위기나 연출 자체는 데드풀답게 유쾌하고, 데드풀도 관객에게 사과를 건넨다. 하지만 <로건>의 결말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마냥 즐기기 어렵고, 이번 울버린과의 거리감이 더 멀어지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울버린과 함께 무너지는 데드풀
이에 더해 <데드풀> 영화인데도 데드풀의 서사를 살려내지 못했다. <데드풀> 시리즈의 매력은 평범한 주제나 메시지를 데드풀스럽게 풀어낸다는 점에 있다. 1편은 로맨스 영화를, 2편은 가족 영화를 B급 유머로 범벅해 흥미롭게 풀어낸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친구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2편 이후로 무언가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데드풀. 그는 MCU의 어벤져스에 합류하려고 했지만, 어벤져스로부터 거절당한 후 크게 좌절했고,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헤맸다. TVA에서는 마침내 MCU의 예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종국에는 그 꿈도 포기한다. 친구들과 그들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 그리고 새롭게 만난 친구인 울버린을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분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화는 울버린과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 결과 데드풀의 서사는 직접적인 묘사 대신 상황 설명 대사로 자주 대체된다. 일례로 데드풀의 우주가 위험하다는 상황 설명도 패러독스의 대사로만 언급되니 실감하기 어렵다.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의 끝에는 데드풀다운 유머만 남는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 내레이션 없이는 데드풀만의 서사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데드풀도, 울버린도 없는 버디 무비
전반적인 만듦새도 덩달아 미흡해진다. 두 주연 개개인의 서사가 부족하니 버디 무비인데도 둘의 호흡은 매끄럽지 않다. 예를 들어 울버린은 갈수록 데드풀에게 끌려다니는 듯하다. 새로운 울버린에게 마음을 주기 어려운 가운데 시리즈 내내 데드풀을 봐온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시퀀스와 시퀀스의 연결도 부자연스럽다. 꼭 보여줘야 할 멀티버스 이벤트를 먼저 설계한 뒤, 데드풀과 울버린의 행적을 짜 맞춘 듯 보인다.
그래서 클라이맥스가 뒤바뀐 듯 보이기도 한다. 중반부 보이드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작중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여러 돌연변이와 히어로들이 뒤엉켜서 각자의 능력을 뽐내는 이 장면은 마치 <엑스맨: 최후의 전쟁> 속 알카트라즈 시퀀스를 보는 듯하다. 과거 시리즈와 캐릭터들에 대한 헌사가 가득하기에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에 반해 데드풀과 울버린이 데드풀 군단을 마주하는 시퀀스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물론 <올드보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를 연상시키는 액션 자체의 쾌감은 나름 인상적이고, MCU의 멀티버스 설정을 비꼬는 대사는 유쾌하다. 하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의 서사가 부족하다 보니 단순한 팬서비스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시퀀스를 들어내더라도 스토리 전개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악역의 존재감이 확실했다면 상술한 문제는 다소 가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는 능력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그녀는 '보이드'로 떨어진 모든 캐릭터를 지배하고, 그러기 위해 모든 시간선을 붕괴시키려 한다. 이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역의 클리셰를 비튼 것에 불과하다. 그녀의 개인사마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그녀가 울버린의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마음을 바꾸는 전개 또한 다소 급작스럽다.
MCU의 고질병이 또 도지다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의 고질병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등이 줄곧 노출한 문제점의 연장선이다. 이번에도 세계관 정리에는 성공했다. 꼬여버린 엑스맨 유니버스에게 깔끔한 엔딩을 선사하고, 이전 마블 영화와 MCU의 관계를 정리했다. 추후 MCU가 선보일 <엑스맨>과 <판타스틱 4>, <블레이드>, <데어데블> 등을 위한 길은 닦은 셈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매력은 잃어버렸다. 더 나아가서는 데드풀이나 울버린이 MCU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그 가능성도 제시하지 못했다. 즉, 지반을 정리하고 기초 공사까지는 완료했지만, 정작 그 부지 위에 무슨 건물을 올릴지 조감도조차 못 보여줬다. 그러니 MCU의 구세주라고 부르기에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남긴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Acceptable 무난함
데드풀과 울버린도 빠져나오지 못한 멀티버스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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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 아웃 영화 후기 / 고3 야구선수 / 불공정한 세상의 서바이벌 / 돈으로 대학가나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낫 아웃”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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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최신 개봉영화(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 피부를 판 남자, 하우스 오브 스네일스, 엔드리스)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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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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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이스> 티저 예고편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작업반장인 전직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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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부쟁이> 메인 예고편
어제의 일진, 차원이 다른 학생(?)들을 만나다! 역대급 코믹 학원 액션 [아부쟁이] 메인 예고편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