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과는 달랐던 제 78회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
지난 2월 28일 (북미 기준), 제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오스카'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정이삭 감독은 영상을 통해 모든 미나리 패밀리와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어를 '진심이 담긴 언어(Language of Heart)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미나리'의 의의이자 골든글로브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후보 선정 당시, 미국 영화인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것에 '골든글로브' 측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인 영화만 작품상에 오를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한국어가 그 이상 나오는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으로 출품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는 '인종차별'이라며 분노하였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가장 이름 있는 시상식 중 하나이기에 이 '논란'은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출처 : NBC
매년 뼈 때리는 말들로 그 해 시상식의 '쟁점'들이 무엇인지 확인 사살 시켜주곤 했던 만담 콤비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가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입담으로 시상식의 포문을 열었다. 올해의 가장 큰 '논란'은 역시 인종 차별이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기관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일명 HFPA 인데, 올해 기자단의 구성원들이 모두(ALL) 백인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특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샤 바론 코헨'은 수상 소금을 통해 "다 백인으로 구성된 HFPA에 감사 드린다"며 이 논란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 결과, 많은 대중들과 영화인들의 '예측'과는 다른 수상 결과를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과연 어떤 작품들이 깜짝 수상을 하였고, 어떤 작품들이 상을 빼앗겼는지 할리우드 대중 매체 'The Wrap'과 'Variety'지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깜짝 여우주연상 : 로자먼드 파이크(뮤지컬/코미디), <퍼펙트 케어>
출처 : 네이버 영화
2월 19일 국내 개봉하여, 네이버 관람객 평점 9.14를 기록 중인 넷플릭스 영화 <퍼펙트 케어>에서 '말라'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자먼드 파이크'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를 통해 이미 한 번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에게 수상의 영광을 빼앗긴 그녀는 올해도 그 영광을 차지하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빼앗긴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 마리아 바카로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출처 : 아마존 프라임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리아 바카로바'는 전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첫 번째 '불가리아인'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첫 번째 수상의 영광까지 차지하지는 못하며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샀다.
깜짝 여우조연상 : 조디 포스터, <모리타니안>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3월 17일 개봉 예정인 <모리타니안>은 9.11 테러 당시 재판에 대한 실화 기반 영화로, '조디 포스터'는 변호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수상을 예상하진 못하였는지, 조디 포스터는 2013년 세실 B. 데밀 상을 수상한 이후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될 줄 몰랐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본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깜짝 놀랄 만한 결과였음을 드러내었다.
빼앗긴 여우조연상 : 글렌 클로즈, <힐빌리의 노래>
출처 : 네이버 영화
2017년,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가 <녹터널 애니멀스>의 애런 존슨에게 상을 빼앗긴 것처럼, 매년 '조연상'은 가장 예견하기 힘든 부문이기도 하다. 올해도,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와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이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 예상되며, 과연 누구에게 상이 갈 것인지 관심이 쏠리던 부문이었지만, 그 상이 전혀 다른 이에게 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깜짝 여우주연상(드라마) : 안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빌리 홀리데이>
출처 : Hulu
빌리 홀리데이 자전 영화에서 그녀로 분한 '안드라 데이'는 '비올라 데이비스'를 포함하여, 작품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4개 부문 노미네이트작 <프라미싱 영 우먼>의 캐리 멀리건,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의 바네사 커비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정말 그 누구도, 물론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빼앗긴 여우주연상(드라마) :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출처 : Netflix
미국의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를 주제로 쓴 동명의 희곡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주요 인물들의 '방백'과 같은 발화가 극을 끌어가는 영화이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그만큼 주연 배우들의 힘이 중요했고, 성공적인 연출과 훌륭한 연기로 영화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이를 증명해내듯 故'채드윅 보즈먼'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지만, 진정한 주인공 '마 레이니'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는 빈 손으로 돌아갔다.
빼앗긴 작품상 : 모든 '흑인' 영화
영화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사진 출처 : Variety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화(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는 <더 파더>, <맹크>,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올라 <노매드랜드>가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해밀턴>, <뮤직>, <팜 스프링스>, <더 프롬>이 올라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이 중 흑인 감독이 연출하고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는 것이었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올해 최고 기대작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를 포함하여,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말콤 X'를 필두로 1960-70년대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영화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블랙 팬서 파티의 의장이었던 '프래드 햄턴'과 FBI 사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 <유다와 블랙 메시아>, 대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 감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참전 용사와 베트남 전쟁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다 5 블러드>와 같이 이미 각종 비평가 시상식을 휩쓴 '올해의 작품'들이 후보에조차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굉장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국가인 '미국', 그리고 영화 산업을 이끌어가는 할리우드에서의 시상식이기에 단순히 한 나라에서의 조촐한 축제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고, 상당한 공신력을 띄는 시상식이기도 하기에 약 80년의 역사가 있는 '유서 깊은' 시상식으로써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수상의 영광을 누린 뛰어난 배우들은 당연히 그 영예를 안을 자격이 있고, 절대 화살이 그들에게 향해서는 안 된다.) 매년 이런 논란이 있어 왔고,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콕 집어 불공정함을 드러냄에도 바뀌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에 언젠가 파울이 아닌 홈런으로 받아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수상의 영광을 누린 모든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들에게, 훌륭한 영화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