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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2022-10-09 17:40:56

[BIFF 데일리] 마법 같은 기적을 불러 일으키는 색

영화 <스칼렛> 리뷰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 부산국제 영화제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

 

<출연진>

 

Juliette JOUAN, Raphaël THIÉRY, Louis GARREL, Noémie LVOVSKY

 

<시놉시스>

 

<마틴 에덴>(2019)의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본인만의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적인 필모그래피를 이어간다. 알렉산드르 그린의 러시아 콩트 <스칼렛 세일즈>(1923)를 각색한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에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마을에서 배척받는 라파엘과(라파엘 띠에리) 그의 딸 줄리엣은(줄리엣 주앙) 외롭지만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어느 날 한 마법사가 훗날 줄리엣이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납치될 거라는 예언을 하고, 줄리엣은 이 예언을 굳게 믿으면서 왕자를 기다린다.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자크 드미의 <당나귀 가죽>(1970)에 대한 오마주다. 하지만 <스칼렛>에서 불굴의 용기와 상상력의 힘을 소유한 자는 왕자가 아닌 공주이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왕자를 구하는 사람 역시 줄리엣이다.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황금빛 석양과 두꺼비가 사는 연못으로 시골의 마법을 포착하면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서승희)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우리는 때론 고되고 잔인한 현실 속에서 마법과도 같은 일을 꿈꾸곤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터무니 없는 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론, 당신이 간절히 염원한다면 삶은 당신에게 기꺼이 마법을 선물해줄 것이다. 이 마법의 다른 이름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영화 <스칼렛>은 이러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 ‘주홍색’의 마녀들

 

목공인 라파엘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죽은 아내의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머문 곳은 어느 부랑자촌. 그곳에는 아들렌 부인이라는 '마녀'와 대장장이 가족, 그리고 홀로 남겨진 라파엘과 마리의 딸, '쥘리에트'가 있었다. 그들은 그 마을의 이방인이었고, 전후의 인심은 팍팍하기 그지 없어서, 언제나 핍박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팍팍한 인생 속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어느 일상의 틈에 마법이 깃들기를 염원하면서 말이다.

 

 

 

<스칼렛>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연상된 것은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자>(Scarlet letter)였다. 이방인으로써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 라파엘 가족들의 모습은 어쩐지 '주홍글자'가 쓰인 표식을 가슴에 달고 다니며 박해받던 헤스터 프린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유난히 붉은 옷을 자주 입는 다는 점도 이러한 가설을 세우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주홍색'은 '낙인'의 이미지를 가지는 호손의 소설에서와는 다소 의미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딸인 쥘리에트와 아들렌 부인은 탁월한 언변과 재치로 라파엘의 일자리를 구해주는 등 어떤 고난의 상황을 타파해나갈 때마다 붉은 색을 입고 있는데,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여기서의 주홍색은 시련 그 자체를 의미하기보다는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어떤 마법과도 같은 힘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마법!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잔잔한 마음에 격정을 불러 일으키며, 마침내는 간절히 염원하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을 달리 말하면, 어쩌면, 이 마법의 다른 이름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라파엘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던 마리의 초상을 붉은 배경의 액자에 넣어두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달려가는 쥘리에트가 새빨간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숲속의 마녀가 예언한대로 '붉은 돛을 단 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토록 기다리던 연인과 재회하던 날,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 곳곳에서는 마녀에 대한 비유를 발견할 수 있는데, 점을 보고 마녀의 노래를 부르는 아들렌 부인이 그렇고, 동물들과 벗하며 맨발로 숲을 드나드는 자유로운 여인인 쥘리에트와 그런 그에게 신비로운 조언을 해주는 숲속의 여인에게서 그러한 '마녀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주 노골적인 '마법'이 나타나지 않는데, 영화는 오히려 아주 절묘하게 색상과 상황의 변화를 활용하여 '마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낸다.  

 

 

 

 

 

2. 고된 삶 속에서 푸른 희망을 찾는다는 것

 

또 인상 깊었던 것은 푸른 색의 절묘한 활용이다.-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절대적으로 옳은 해석은 아님을 밝힌다!- 푸른 색은 붉은 색과 더불어 많은 장면에서 돋보였는데, 가령 귀로에 오른 라파엘의 군복, 성장하는 쥘리에트의 옷과 장성한 그의 머리에 달린 푸른 리본, 작업에 착수한 라파엘과 쥘리에트 부녀의 푸른 앞치마 등이 그렇다. 아, 라파엘과 아들렌의 푸른 눈이라든가,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에서 아들렌과 쥘리에트가 입은 짙푸른 의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푸른색은 양가적인 의미를 가진 색이다. 그것은 때론 우울의 색이기도 하고, 희망의 색이기도 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라든가,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푸른 요정'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전후 죽은 아내가 머물던 곳으로 향하는 라파엘의 푸른색은 지치고 쓸쓸한 기운을 풍기는가 하면, 그의 장례식에서 보이는 푸른색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상실감을 적절히 나타내준다. 그러나 우울과 환희는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양면적인 법. 이 푸른색은 라파엘 가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간직하고 그들의 삶을 꿋꿋이 이어나갈 때 빛을 발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노라 말하는 아들렌과,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딴 선수상 제작에 매진하는 라파엘, 그리고 그런 라파엘의 유지를 이어 받아 푸른 앞치마를 입는 쥘리에트의 모습은, 사람을 비로소 살게하는 희망과 그것의 계승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 <스칼렛>은 생생한 색의 대비를 통해 잔잔한 시골 마을에서 이방인으로써 살아가는 이 독특한 가족-소위 정상 가족의 범주를 벗어난-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안에는 사랑과 낭만이 있다.

 

 

 

3. 그 밖의 관람포인트!

 

그밖에 관심을 가지면 재밌을 듯한 관람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첫째, 화면 연출. 이 영화는 특히 붉은 색감이 두드러진다. 비단 의상 뿐만 아니라, 붉은 노을과 붉은 얼굴 등 전반적인 화면의 색감이 붉게 연출되어 있는데, 이러한 붉은색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상상해보며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관람법이 되리라. 또 이 영화는 최근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약 4:3의 화면비를 채택했는데-필자는 숫자에 약하므로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ㅎㅎ- 이 때문에 좀 더 고전적인 인상을 준다.

 

둘째, 다양한 아카이브 영상의 차용이다. 피에트로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아카이비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세계1차대전 당시의 여러 영상들을 활용하여 좀더 생생한 장면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또다른 점은 다름아닌 음악이다. 탄탄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렉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함으로서 뮤지컬 영화는 아니면서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배우인 라파엘과 쥘리에트-실제 배우와 배역의 이름이 동일하다-는 악기 연주에도 상당한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자, 우리 인생이 너무나 팍팍하다면, 우리도 어떤 마법과도 힘을 가져다줄 주홍색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영화관에서 영화 <스칼렛>을 관람하는 것도 이런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2.10.08. 15:30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작성자 . 토리

출처 . https://brunch.co.kr/@heatherjorules/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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