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10 14:21:09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개들의 섬>, <퍼펙트 블루>, <돼지의 왕> 등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ive contents
-
- 아비정전 / Days Of Being Wild
/ 줄거리 /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며, 여러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다니는 아비.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에게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함께한 나를 당신은 평생 잊지 못할것이라고 말하며 떠난다.
그리고, 그 말대로 수리진은 아비를 잊지 못하게 된다.
이후 아비는 또다른 여인인 '루루'를 만나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 루루 또한 아비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말도 없이 떠나버린 아비.
결국 루루는 아비를 찾으러 간다.
.
.
.
/ 느낀점 /
왓챠에서 봤을때 아비정전 밑에
'재밌게 본 아이다호와 비슷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말에 혹해서 보게 되었다.
근데 영화를 다 본 내가 느끼기엔 아이다호와 딱히 비슷한 점이
없는 것 같았다.
굳이 찾자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점?
그리고 단지 그 시절의 불장난이라는점?
이정도인것 같다.
내가 느끼는 마음의 상처의 크기는 아이다호의 상처가 더 큰것 같다.
거기서는 스콧이 계속 확신에 찬 말들과 사랑을 주었으니까.
이 영화에서의 '아비'는
좋게 말하면, 어릴적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온전히 주는 방법을 모르는
안타까운 인물.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냥 남 마음가지고 장난치는 쓰레기이다.
그 얼굴을 하고 그런 멘트를 치면 안넘어갈 여자가 몇이나 될까?
내가 볼 땐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난 아비 자신이 자신의 장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하는게 아니꼽게 보였고,
이런 생각이 아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수그러뜨린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목적은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주고 관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닌
'사랑'이라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감정과 스토리보다는
사랑이라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신을 잊지 못할거라고 말하며 수리진을 떠난 아비.
그런 아비를 좋아하는 수리진과의 대화를 잊지 못하는 경찰.
다른여자가 아비에게 버림 받은 상황을 보고서도 아비를 사랑하는 루루.
자신의 친구에게 매달리고, 자신을 매몰차게 걷어차는 루루를 좋아하는 아비친구.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내가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사랑이다.
화살이 엇나가는게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는 감정이 잔인하다는 것을 안다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가혹하게 대하지 말아야 한다.
.
.
가장 짧은 순간에 겪은 일을
가장 길게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
그리고 난 경찰관의 사랑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장 젠틀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
마지막에 나오는 양조위씬이 진짜 레전드이다.
(속편의 주인공이 양조위라서 끝나기 2분전에 등장시켰는데
아비정전의 폭망으로 2편이 엎어지면서
그냥 갑자기 등장한 양조위가 되어 버렸다나...)
++ 그래서 그 후편의 느낌으로 찍은게 '화양연화'라고..
-
- [넷플릭스] 네가 남긴 혼돈 [스페인 드라마] [결말을 포함 줄거리]
힘든 일 때문에 잠시 교직을 쉬고 있던 한 여자가 남편과 함께 이사를 가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다시 교편을 잡지만, 자신이 오기 전 같은 과목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유 모를 찜찜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남편의 소개로 오게 되었던 새로운 마을. 알고 보니 남편은 죽은 여자의 후임임을 알면서도 아내에게 그 자리를 추천한 것이었다. 죽은 선생님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학생들은 전 선생님과 주인공을 비교하며 괴롭히고, 단단한 마음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자리를 잡아갈수록 새로운 사건과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지고. 주인공은 어느새 죽음의 음모 한가운데 들어서게 된다.
가끔 스페인 드라마를 볼 때 한국 작품과 비슷한 접점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다. 네가 남긴 혼돈도 그랬다. 막장 코드와 스릴러 코드를 적절히 잘 조합한 후 몰입도 높게 극을 끌어가는 시나리오. 범죄는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주인공을 한 번씩 긁는 시댁 식구(특히 시어머니는 외국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코드인데 여기엔 등장한다). 고립은 아니지만 자발적 고립과 같은 느낌을 주는 작은 마을에서 외지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겪게 되는 문제.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보던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공포 코드와 닮아있다.
죽은 문학 선생님과 후임 문학 선생님의 이야기를 적당히 교차하며 죽은 여자에게 벌어졌던 일을 쫓아 가는 이 드라마는 혼란 스러운 상황에 대한 떡밥을 하나씩 풀어간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면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데, 네가 남긴 혼돈은 경계를 잘 지켜서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결국 진실에 닿게 된다.
살해는 누가 했는지,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의 주범은 누구인지를 알게되지만 그럼에도 살아 남는다.
살인, 마약, 성범죄, 학대까지.
시종일관 우울한 톤이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우울하지 않았던 이유는 주인공이 살아남았기 때문인 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화에 깔리는 노래.
스페인 노래는 많이 낯선 편인데, 네가 남긴 혼돈을 다 보고 난 후에도 이 노래를 듣고 있다.
Turnedo (feat. Xoel Lopez / Confesiones-directo)
-
- 내맘대로 시상식! 나는 여기까지 봤다!
오랜만에 하는 결산,,
2024년도 버전입니다.
올해는 총 63편의 새 영화와 기타등등 봤던 영화 또 보기로..
총 100편 이상은 본 것 같네요.
하지만 영화 결산에는 새 영화들만 포함하도록 하겠습니다.
2024 내맘대로 영화 결산 시상식!
1.올해의 동심파괴 부문
곰돌이 푸: 피와 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우리들의 꿈과 희망, 곰돌이 푸를 이렇게 엉망진창 싸이코 살인마로 만들어버리다니. 이런 동심파괴적 연출에 발바닥 박수를 드립니다.
'피와 꿀'도 검열할까?
2.올해의 '추억보정 실패' 부문
프레디의 피자가게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어린이들의 추억을 되살리려 노력했지만..
실패!
3.올해의 충격 부문
그을린 사랑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본 가장 충격적이고 거북한 반전 영화!
극의 연출과 계연성도 잡고 간 명작.
4.올해의 실망 부문
다빈치 코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여기저기 칭찬을 많이 받은 과대평과 작품.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도 딸린다.
원작의 이야기를 우겨담아 넘친 느낌이다.
점점 장황해지는 분위기와 다르게 관객은 계속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5.올해의 다큐멘터리 부문
거리의 소년 사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소년 사니의 인생을 보여줍니다.
가정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한 청소년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어떻게 자라나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다큐로, 현실의 잔혹함이 여실하게 들어나는 작품입니다.
6. 올해의 애니메이션 부문
가필드 더 무비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가족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명확히 해주는 영화입니다.
피가 섞여야지만 가족일까요?
나를 버리고 간 아빠를 용서해야할까요?
우린 가족이니까요?
가필드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
(참고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울었습니다.)
7.올해의 가장 옛날 영화 부문
안개에 싸인 고슴도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부문에 공동 수상을 넣을까 했지만, 둘이 각각 따로 수상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옛날 영화 부문으로..!
고슴도치씨가 곰친구와 티타임을 가지기위해 떠난 여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 여정에서 과연.. 고슴도치씨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8.올해의 드라마 부문
밀양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방인의 새로운 마을 정착.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
아이의 실종과 죽음.
극복.
한 사람의 인생 희노애락이 다 담겨있는 작품.
가장 인상깊은 씬은 역시..
자식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간 씬..
니가 뭔데 니 자신을 구원해 이 쓰레기 새끼야!!!!
9. 올해의 뇌절 부문
서브스턴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진짜 뇌절의 뇌절의 뇌절을 하는 영화!
감독님이 하버드 뇌절학과 박사학위를 수료하신 것 같달까?
그래도 독특한 카메라와 화려한 색감덕분에 환상적인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몬스트로 엘리자수 나올 때 진짜 어이없어서 웃은 기억이..
마가렛 퀄리의 미모에 홀렸던 기억이..
10.올해의 신선한 영화 부문
불의 딸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 영화를 보는내내 정말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한 것만 같았습니다.
이 9분짜리 짧은 영화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참조해주세요!
11.올해의 '이야기가 산으로 가' 부문
다운사이징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돈에 쪼들려서 몸을 작게 만들었는데, 사실 그게 우리 아픈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살다보니 우리네 이웃들이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내가 이 세상을 구하는 짱짱 슈퍼맨이 되겠어! 하는 그레타 툰베리 빙의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
이렇게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쉽지 않은데! 대단합니다!
수상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
.
.
이제 마지막 최고의 영화 부문만 남았는데요!
여러분의 2024 최고의 영화는 무엇이었나요?
저의 2024 최고의 영화는...
.
.
두구두구..
.
.
12.올해 최고의 영화 부문
카지노 !!!!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화려한 연출과 스토리텔링..
역시 가히 스콜세지 영화다웠던 영화입니다.
사실 아이리시맨과 카지노 중 고민을 했는데,
둘 다 너무 좋은 영화이지만,
카지노의 연출과 카메라가 더 인상깊어서 카지노를 선택했답니다.
(스콜세지팬 림림)
카지노 정말 강력 추천드립니다!
.
.
이렇게 2024 내맘대로 영화 결산 시상식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상식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꾸벅
2025에 또 봬요!
-
- 평등을 외치는 사회의 모순
평등을 외치는 사회의 모순
영화 <슬픔의 삼각형>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디킨슨, 팔비 딘, 우디 해럴슨, 돌리 드 레온,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베를린
시놉시스]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야야와 칼.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줄 아는 것이라곤 구조 대기 뿐인 부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전직 크루즈 화장실 청소부 에비게일.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스포일러 주의#과연 공평한가?
영화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계속해서 공평하지 않음을 비꼬고 있다. 3부 무인도 정착 이전까지는 화려한 부자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현재의 세계가 굉장히 공평하고 평등하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화려한 패션쇼가 시작하기 전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앞 줄에 앉아있던 관객들을 뒤로 이동시키는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한 패션쇼에서 등장한 캐치프라이즈는 "우리는 모두 평등합니다" 라는 문구였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현실에서는 인플루언서와 영향력 있는 관계자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저 관객에 불과한 사람들은 기존에 안내된 자리에서도 비켜줘야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놓인다.
더불어 영화 2부에서 시작되는 호화로운 크루즈 선상에서 역시 부자들만이 공감하는 자유로운 선택과 평등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부자들은 자유롭게 수영을 하면서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이들을 옆에서 보좌하는 크루즈 스탭들은 일로써 크루즈에 탑승했기에 본인의 선택대로 수영을 할 수도 마음껏 술을 마실 수도 없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한 러시아 고객은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왜 수영을 하면 안되냐며 고집을 부리고 결국 모든 크루즈 인원을 강제로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끔 만든다. 그녀는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크루즈 스탭의 입장에서 수영을 한 것은 그들의 자유의지였을까? 그들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 조차 박탈 당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무겁지 않아영화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모순적이고 긴장적인 요소들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어둡고 무겁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풍자적으로 풀어내면서 극 전반의 분위기를 코믹스럽게 가져간다. 그 방법은 바로 '배설'이었다. 목요일에는 풍랑주의보가 예견되어 있었지만 선장의 독단으로 인해 목요일에 선장초대파티가 열리게 된다. 결국 폭풍우를 만난 크루즈는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저녁을 먹는 이들은 멀미를 시작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크루즈 스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들은 멀미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온갖 배설을 하면서 크루즈 이곳저곳을 더럽히며 정신을 못차린다. 정말 더러운 장면들이 10분 내내 지속되면서 결국 우리에게 공통적이고 평등한 것은 이러한 생리적인 작용 뿐인가 하는 생각과 이들의 배설장면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기저에 깔린 주제 의식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결국 바뀌지 않는 생각3부에서는 해적의 등장으로 인해 크루즈가 침몰하고 거기서 살아남은 8명의 생존자가 무인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손님 6명과 총괄 매니저, 그리고 화장실 청소부가있는 곳에서의 실권자는 화장실 청소부 에비게일이었다. 나머지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먹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에비게일은 식량을 만들고 불을 짚히면서 점차 권력을 잡아가고, 자신에게 충성을 맹새하는 이들 위주로 챙기면서 강력한 실권을 잡아간다.
그렇게 에비게일이 캡틴인 상황에 모두가 적응해 나갈 무렵 음식을 찾으러 야야과 에비게일은 산을 오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산 뒷편에 있던 리조트를 발견한다. 야야는 에비게일과 이젠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이곳에서 나가면 에비게일이 자신의 매니저를 하면 되겠다고 말을 건넨다. 결국 야야는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살기 위해 에비게일의 능력이 필요했을 뿐 실제로 그녀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분노한 에비게일은 결국 뒤에서 돌덩이를 들고 그녀를 공격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과연 에비게일은 야야를 공격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에 허탈함을 느낀 에비게일이 야야를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평등하지 않은 현실 사회의 모습을 관계를 계속 역전시키면서 그 모순과 긴장 관계를 코믹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
- 증명만 하다 끝내 펴지 못한 날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근 마블 영화의 현주소를 알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조금이라도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체크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그럼에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멋진 신세계를 열려고 했던 마블의 야망과 자신감은 그 자체가 동력 아닌 족쇄가 되어버린다.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飛上)하려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첫 비행은 아쉽게도 비상(非常)을 알린다.
팔콘 아니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다.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은 샘 윌슨(안소니 마키)은 팔콘 시절 날개를 무기 삼아 자신만의 캡틴 아메리카의 길을 연다. 어느 날, 그는 차기 팔콘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와 함께 ‘아다만티움’을 탈취, 불법 거래를 시도하려던 일당을 소탕한다. 그 노고를 인정받아 대통령이 된 ‘새디우스 로스’(해리슨 포드)의 초청으로 슈퍼 솔져 이사야(칼 럼블리)와 함께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다. 기쁨도 잠시,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총소리가 들린다. 이시야가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것. 체포된 이시야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배후를 찾아 나선 샘은 뜻밖의 사실을 마주한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증명’이다. 샘은 캡틴 아메리카로서 많은 이들 앞에서 증명해야 한다. 더 이상 팔콘이 아닌 어벤져스의 리더이자 미국과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로서 준비, 앞으로 그 역할을 맡겠다는 결심은 약 2시간 내내 이어진다. 이를 위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샘 스스로 단계별 증명을 하는 과정을 오롯이 담는다.
좀 더 고난과 역경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샘은 스티브 로저스와 다르다는 걸 인지시킨다. 특히 슈퍼 혈청을 맞지 않은 인간으로서 방패와 비브라늄 날개 슈트로 세상을 구해야 하기에 더 큰 노력을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자기 검열에 쌓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승이자 우상으로 여긴 이사야가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자신과 손을 잡자던 대통령은 테러 이후 ‘넌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야’라는 말을 하며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등 샘은 자신을 향한 믿음과 신뢰를 깨뜨리려는 챌린지에 시달린다. 유독 이 영화에 빌런 수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증명은 대통령이 된 로스도 해야 한다. 과거 닉네임인 ‘썬더볼트’에 걸맞은 과오, 특히 헐크를 잠재우기 위해 어보미네이션 만들거나 소코비아 협정을 제시하며 어벤져스를 분열시켰다. 그런 그가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었고, 그 자리에 맞게 변모한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한다. 샘처럼 로스 또한 거하게 챌린지를 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증명할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의 모습은 샘과 마찬가지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인크레더블 헐크> 때 와해된 딸 베티(리브 타일러)와의 소원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아비의 마음도 보여주는 등 샘 보다 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과하면 넘친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증명을 계속해야 하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 특히 배후에 위치한 빌런이 공개되고, 로스가 레드 헐크로 변하는 이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샘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내에서 진행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와 비슷한 결의 (정치) 첩보 장르를 택하며 숨겨진 배후를 계속 찾아가는 재미, 새로운 광물 아디만티움을 놓고 겨루는 강국들의 패권 다툼 등 현실 정세를 녹인 부분도 있지만, 짜임새가 너무 헐거워 긴장감이 덜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마블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나 액션. 이번 작품의 뷰 포인트는 역시나 활공 액션이다.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액션 스타일은 시선을 사로잡는데, 후반부 일촉즉발의 순간에서 전투기 공격을 막아내는 액션은 큰 스크린에서 볼거리를 선사한다. 차세대 팔콘과의 협동 공격도 굿! 다만, 지상 공격에서는 심심하다. 활공보다는 스피드와 파괴력이 잘 살리지 않아 둔탁한 느낌도 드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방패, 날개 등 아이템을 활용하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 따라 후반부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레드 헐크와의 대면 액션도 확실한 볼거리를 주긴 하지만, 기대보단 평이한 수준으로 그친다.
이게 다 마블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워낙 높아진 눈높이에 과거 찬사를 받은 전작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것 자체가 신작들의 챌린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증명해 내야 하는 게 제작진들의 숙명. 어쩌면 극 중 증명 챌린지를 찍는 듯한 샘과 로스의 모습에서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마블 영화의 과오를 반성하고 이를 발판으로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겠다는 제작진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캡틴 아메리카가 누구인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아니던가. 쿠키에서도 나오지만 세상은 또 한 번 위기에 처했고, 캡틴 아메리카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더 멋지게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와 마블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동안 쏟아부은 티켓값이 아까워서라도 꼭 멋지게 돌아와야 한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평점: 2.5 /5.0
한줄평: 더 멋진 마블 영화는 ‘다음기회에’
-
-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스포가 있습니다.
*
상상력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컨택트>, 그리고 장강명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제목이 너무 길어, 이하 '그믐'>을 나란히 놓고 보자.
인간이 외계생명체를 만나면 시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얻는다.
<컨택트>에서는 미래를 볼 수 있게 되고, <그믐>에서도 역시 그렇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멸망을 맞게 된 인류.
세계연합군 육군 소령 빌 케이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있다.
재입대의 악몽이 현실이 된 것. 심지어 소령이 아닌 이등병으로.
장교 사칭 혐의와 탈영 혐의를 받는 그는 범죄자들이 득실한 J부대로 편성된다.
안전장치를 푸는 법도 배우지 못한 채 실전에 투입된 그는 어떻게든 해 보려 하지만, 가슴에 부상을 입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계생명체의 체액을 뒤집어 쓴다.
죽은 줄 알았는데 또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끌려 간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또 죽는다. 그리고 또 태어난다.
전투 경험도 없던 그였지만,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니 경험치가 쌓여 이제 언제 어디서 외계인이 나타나서 자신을 쥐어팰지 다 외워버렸다.
전장에서 병력을 해변에서 빼내기 위해 리타에게 접근하다가, 죽을 뻔한 리타를 구한다.
그것도 몇 차례 반복된다.
어느 순간 안 봐도 척척 위험 상황을 빠져 나가는 케이지를 보고, 리타는 자기를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지루한 죽음과 깨어남 끝에 리타를 찾아간 케이지.
리타는 어디 이등병 따위가 날 찾아왔냐는 눈빛으로 그를 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리타는 자신도 그 능력이 있었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수혈을 받았더니 그 능력이 사라졌단다.
수없이 죽고 또 죽어 케이지는 점점 더 외계인의 정체에 가까이 간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오메가'의 존재도 함께.
자신이 타임루프를 할 수 있는 이유은 외계인 중 고위 개체인 알파의 체액이 몸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인 거다.
어차피 외계인들은 인간이 무슨 선택을 할지 다 알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으니까.
인간에게만 시간은 순차적이지 4차원으로 한 차원만 올려도 시간은 왜곡되고 구부러진다.
우리는 4차원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감각적으로만 알 뿐이다.
아마 4차원의 나는 내가 이 글을 어떻게 쓰고 마무리할 것인지 다 알고 있을 터.
수많은 실험이 지루할 정도로 계속 반복된다.
매순간 죽었다 살아나야만 하는 케이지도 지루했을까.
이 영화 역시 무간지옥으로 빠지는 것만 같다. 죽지도 못하고 다시 살아나서 그 고통을 또 감내해야 한다.
무수한 시간을 반복하고 반복하다 방법을 찾은 그는 J분대를 이끌고 루브르박물관(오메가가 있는)으로 향한다.
분대원의 희생으로 리타와 둘만 살아남은 케이지.
수류탄과 함께 오메가 쪽으로 몸을 날린다. 참으로 헐리웃스러운 연출이다.
푸르른 액체가 케이지의 몸을 휘감고, 케이지는 죽는... 줄 알았지만 또 살아나, 다시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깬다.
자, 영화가 끝날 무렵의 톰 크루즈의 눈빛을 봐야만 하니 여기까지 이야기하도록 하자.
<컨택트>에서는 외계인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된다.
있지도 않은 딸의 죽음. 그 고통은 주인공에서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다.
<그믐>에서는 이런 부분이 있다.
너 참 타이밍 기가 막히다. 여자가 겨우 웃으며 말했다. 이게 우연인 것 같지? 남자도 웃었다.
'우주알'이라는 게 소설 속 남자의 몸에 들어가는 바람에 남자는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는 대사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란 한없이 낭만적인 존재여서, 끝없는 타임루프 끝에도 한 사람을 사랑한다(그런 스토리가 사랑받는다).
그러고 보니 <어바웃 타임>과도 비슷하다.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만났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끝없이 죽고 다시 태어났는지도.
고작 사랑 때문에, 라고 말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한심하게도 거의 모든 일이 사랑 때문이었다.
그러나 끝이 없는 천국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
-
- 태평양에서 227일 동안 호랑이와 동거한 남자 #6
환몽(幻夢) CINE 리뷰 6화_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 해석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So which story do you prefer?”)3.14159265358979...
원주율(Pi, π)만큼이나 무한한 이 영화의 해석!
이 영화가 질문하는 숨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안 감독 외계인설?!
-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이야기
- 예민한 당신을 위해 준비한 교묘한 복선
-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마음에 드나요?”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라이프오브파이 #영화추천 #환몽씨네
-
-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에 가려진 서사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그린 나이트” 후기입니다. 난해하지만 쿠키영상이 있습니다. *아래 네이버지식백과에 나온 원작시에 대한 해설을 참고하고 영화를 감상하신다면 판타지와 원작을 비교하면서 충분히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 디즈니+ <삼식이 삼촌> 오프닝 예고편
"삼식이 삼촌이 누구야?" 모두가 찾던 그 이름 [삼식이 삼촌]이 5월 15일, 디즈니+에 찾아옵니다!
-
- 영화 <355> 런칭 예고편
미친 캐스팅 & [블랙 위도우][본 시리즈] 제작진 참여까지! 2022년 첫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355] 런칭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