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0-10 07:56:45
10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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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슈퍼 마리오, 영화 2023년 개봉
ⓒ 유니버셜 픽쳐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023년 5월
국내 개봉을 확정하였습니다. 크리스 프랫이 슈퍼 마리오, 찰리 데이가 루이지, 안야 테일러 조이가 피치 공주,
잭 블랙이 쿠파의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한다고 한다.
<죽어도 자이언츠>, 10월 27일 대개봉
ⓒ 국제신문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그 궤를 함께한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가 10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전·현직 선수들의 인터뷰부터 팬들과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훑어내려갈 예정이다.
김래원 X 이종석 <데시벨>, 11월 16일 개봉
ⓒ 네이버 영화
김래원과 이종석 배우 주연의 사운드 테러 액션 <데시벨>이 11월 16일 개봉을 확정했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 프론트맨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
ⓒ BH엔터테인먼트
지난 9일 밤,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병헌 배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내년에 촬영하기로 확정했다는 점을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해외
마이클 월드론, <어벤져스: 시크릿 워> 집필
ⓒ 마블 인스타그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각본가였던 마이클 월드론이 이번 <어벤져스: 시크릿 워>를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벤져스: 시크릿 워>는 2025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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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2011)> 리뷰
바쁜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머리를 비우고 일상을 까맣게 잊을 팝콘 무비가 간절했다. 아마 적당한 블록버스터를 보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나는 어쩐 일인지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라이크 크레이지>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해보자. 이 영화는 내 한 시간 반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감각적이면서도 일상적이고, 스크린 속에 존재하는 세상임에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다른 영화처럼 정확한 대본을 두 주연 배우에게 주는 대신, 50페이지 분량의 간략한 스토리 라인만을 제공한 게 전부였다는 제작 비하인드가 어쩌면 이 영화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출처: 다음 영화 포토영화의 뼈대가 되는 시놉시스는 이렇다. LA에서 영국 여자 애나(펠리시티 존스)와 미국 남자 제이콥(안톤 옐친)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순간의 사랑을 연장시키고픈 욕심에 애나의 학생 비자의 최대 체류일을 무시한 두 사람의 연애는 난항을 겪게 된다. 단순히 여행 목적으로도 미국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 애나와 제이콥은 의도치 않게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이콥은 자신이 없는 기간이 길어짐에도 여전히 충만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애나의 런던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멀어지지만, 애나는 제이콥의 공간에 발 딛지도 못한 채 잠시간의 만남과 더 긴 이별을 극복해야만 한다. LA에서 격정적으로 타올랐던 사랑은 점차 추동력을 잃어간다. 자신의 언어로 상대를 기록하고, 힘껏 가구를 만들어 주었던 원동력은 시간과 함께 흩어진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 해 보았을 질문을 여기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대체 뭘까? 사랑을 이루는 구성 요소는 무엇이며, 그 구성 요소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각기 다를 것이고, 작품마다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서사를 부여한다. 다만, 대개 로맨스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이 피어나는 과정을 집요하게 잡아내 아름답게 그려낸다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삼는다. 아마도 영화는 현실이 아니라 우리의 소망이 투영된 콘텐츠이며,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피어난 사랑을 완벽하게 쟁취해내는 모습을 조명하는 편이 관객들의 감정을 고양시키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라이크 크레이지>는 다르다. 감독이 영상에 담아내는 것은 사랑이 죽어가는 과정이다.
출처: 다음 영화 포토영화 초반부의 꿈결 같은 한때는 지독하리만큼 짧았다. 모든 순간에 진심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겠으나, 자꾸만 흔들리는 카메라의 시선은 둘의 관계가 어쩐지 불안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특별한 서사 없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나열되었던 일상적인 숏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격렬하고 짧은 지를 대변한다. 하지만 동시에, 둘이 빠르게 스며들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이유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한다. LA에서 보낸 시간은 애나와 제이콥이 서로를 완벽하게 점유했던 시절이다. 시공간과 연인이 하나가 되어 자신의 삶 곧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애나와 제이콥이 욕심껏 시간을 연장하자 두 사람이 넘어야 하는 것은 비단 시간뿐이 아니라 공간으로 확장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애나와 제이콥의 사랑은 남은 러닝타임 동안 느리게 질식한다. 서로의 삶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존재하자 공유할 수 있는 세계가 점차 좁아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비행기로 오가는 시간과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결국, 인내가 각인된 팔찌는 희망이 부식되었을 때 끝내 달아나고, 끊어진다.
그렇다, 애나와 제이콥의 관계에서 태어난 사랑이란 감정은 영화 내에서 거듭 자신의 이름을 바꾼다. 한때는 미칠 듯 격렬한 열정이었고, 결혼을 통해 되찾고자 했던 미련이기도 했다. 애나와 제이콥이 안쓰럽기도 하고, 공감이 가는 까닭은 두 사람이 꺼져가는 사랑을 살리기 위해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애나가 미국에 갈 수 없는 시간이 기약 없이 늘어지고, 그나마 붙잡았던 희망조차 절망으로 돌아올 뿐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다 보면, 상대방에게 이제 그만하고 서로를 놓아주자는 말을 쉽사리 할 수 없는 머뭇거림을 이해하게 된다. 연인을 포기한다는 건, 단순히 그가 내 미래에서 퇴장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으므로. 온 삶을 공유했던 이와의 이별은 그와 사랑을 나눴던 자신의 청춘과 미래를 약속하며 아등바등 노력했던 시간이 함께 침몰한다는 걸 뜻하지 않던가.
출처: 다음 영화 포토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일까. 어쩌면 사랑이란 두 연인의 세계가 합일되는 과정 그 자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달콤한 시간을 경험했기에 애나와 제이콥은 서로를 차마 놓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언뜻 성가시게 느껴지는 짐이 되어 있다고 느끼면서도 상대방은 곧 자신이었으므로. 그러나 사랑은 인내심이 없어 둘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더 이상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사랑은 죽어갔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건 그저 사망 선고의 지연에 불과하다. 더욱 비극적인 건, 실체가 사라진 감정은 둘을 붙잡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두 사람이 유령이 된 사랑에 매여 있던 시간이 길었을 뿐.
끊어진 사랑의 고리를 잇고자 했던 애나는 다시금 미국으로 향하고, 제이콥은 샘(제니퍼 로렌스)과 헤어지지만, 애나와 제이콥이 마주하게 되는 건 너무도 깊고도 푸른 허무, 오로지 그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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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주말은 많이 춥지 않아서 외출하기에 좋은 날씨였는데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지난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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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이번 주는 주말 91만 1천 명을 포함해 누적 관객 총 158만 2천 명이 극장가를 찾았습니다. 지난주 관객 수 189만 5천 명의 83%대로 하락한 수준으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박스오피스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으며, 신작인 <카운트>, <서치 2>, <마루이 비디오>가 차례로 3, 4, 5위에 오르며 극장가 데뷔를 마쳤습니다.
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누적 관객 수 131만 명을 돌파하며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말 동안의 관객 수는 24만 4250명으로 집계되었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는 있으나 다른 마블 영화들에 비해 미미한 존재감이 아쉽습니다. 지난 주말(59만 238명)에 비해 관객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지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봉 20일 만에 간신히 2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상대적으로 적은 관객을 유치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마블의 전작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5일째 100만 관객을 모은 것보다 못한 성적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의 페이즈 5기를 여는 작품으로 향후 마블 시리즈의 방향성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빌런 '캉'이 페이즈 5,6기에도 활약을 하게 될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성적 부진으로 앞으로 나올 마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도 크게 꺾였을 것으로 보이며, 2주 차 주말이 지나도록 150만 관객도 넘기지 못한 상태라 이대로라면 200만 돌파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개봉으로 아쉽게 정상 자리에서 내려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여러 신작들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2주 연속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17만 583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누적 관객 수 357만 9749명을 기록했으며,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인 <너의 이름은>의 '379만 명'을 약 21만 명을 남겨둔 채로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에 개봉한 이후 거의 두 달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은 꾸준히 관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와 같은 추세라면 국내 일본 영화의 흥행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한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배급사 NEW는 오는 3월 1일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돌비시네마 재상영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주제곡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이며, 주제곡을 부른 일본 밴드 10-FEET는 배급사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 인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3. <카운트> (⬆︎13)
진선규 주연의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카운트>가 동 시기 개봉작 <서치 2>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주말 관객 수 14만 6331명, 누적 22만 4277명으로 한국영화 순위는 1위를 차지했으며, 실관람객 평점 또한 평이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성민, 조진웅, 김무열 주연의 <대외비>가 13.6%,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앵콜 공연 실황 영황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무려 예매율 30%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다음 주말에도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카운트>는 개봉 2주 차를 맞아 오는 3월 1일, 4일 경기 지역 무대인사를 확정했으며, 롯데시네마 수원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관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41회 예측 이벤트는 2월 4주 차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실제 1위를 차지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1위를 예측한 유저는 73%로 높은 확률을 기록했습니다. 그간 MCU 영화들의 성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번 영화 또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것임을 예상하셨던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2위에, <카운트>가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한 유저는 각각 39%, 28%에 그쳤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이번 주 토요일에 더 재미있고 유익한 예측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서치 2> (⬆︎26)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했던 <서치>의 속편인 <서치 2>가 드디어 개봉을 했는데요, 주말 관객 수 12만 9581명, 누적 관객 19만 6998명으로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올랐습니다. 빠른 전개방식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실관람객 평 역시 좋은 편입니다. 다가오는 주말 성적도 기대해 볼 만하겠죠?
5. <마루이 비디오> (NEW)
간만에 개봉한 국내 공포 영화 <마루이 비디오>는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관객 수 6만 233명, 누적 관객 9만 8712명을 기록했는데요, CGV 단독 개봉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7일 월요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수 10만을 돌파하며 최근 선보였던 국내 공포 영화 <귀못>, <뒤틀린 집>, <귀문>,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등을 모두 제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주말 매출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물의 길>은 신작들에 밀려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그쳤지만, 글로벌 매출액 3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역대 전 세계 흥행순위 3위의 성적이며, 유럽에서의 경유 오리지널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 1위에 올라섰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2위에 올라선 <코카인 베어>는 미국의 블랙 코미디, 생존, 스릴러 영화로,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 승객들이 코카인이 가득한 더플 백을 삼켜 마약에 중독된 흑곰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국내 개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알려져 미국에서 큰 화제를 끌었습니다.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한 영화 <지저스 레볼루션>은 실화 바탕의 기독교 드라마 영화인데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서부에서 시작한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 운동과, 운동에 참여한 당시 젊은이들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찬양에 락과 팝을 접목한-으로 찬양을 하기 시작해 CCM이 탄생한 배경을 다룬 영화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1,570만 달러 (누적 6억 2,058만 달러)
2. <코카인 베어> 1,062만 달러 (누적 4,605만 달러)
3. <지저스 레볼루션> 637만 달러 (누적 8,227만 달러)
4. <아바타: 물의 길> 470만 달러 (누적 6억 6538만 달러)
5. <장화 신은 고양이> 412만 달러 (누적 1억 7343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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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더 다양한 컨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릴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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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갱> -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켈리 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2019)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저스틴 커젤
출연 :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 션 키넌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혹시 Ned Kelly(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편의상 호주로 표기)에서 활동했던 은행강도인 네드 켈리. 네드 켈리가 왜 유명한가 하면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핍박하는 자들의 물건을 훔치던 의적이자 공권력에 저항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의 막강한 힘에 눌려 폭력과 불평등함으로 점칠 된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항했던 영웅이자 공권력이 가장 제거하고 싶어 했던 범죄자 네드 켈리. 그는 호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임꺽정과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조지 맥케이 배우 덕분이었다. 그가 영화 <1917>의 히로인으로 주목받던 해, 자연스레 조지의 진중한 연기에 빠져들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던 중, 내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은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거친 표정과 단단하게 다져진 몸, 날카로운 눈빛. 지금껏 봐왔던 조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강렬하게 다가온 네드 켈리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온갖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일까.”, “네드 켈리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알았을 땐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때였고, 솔직히 무자막으로 볼 용기는 또 없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사진들을 찾아보며 속칭 존버-를 했다. 그리고 존버는 승리한다더니, 2021년 여름의 끝자락. 네드 켈리를 만났다.
<켈리 갱>엔 위에서 소개한 인물, 네드 켈리의 불안정했던 유년시절과 저항 정신을 가득 담은 켈리 갱을 창설하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던 26살까지. 그의 생애가 담겨있다. 투박한 글체로 적어내려간 네드 켈리의 편지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딘가 아쉬웠다. 아무래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과 2시간으로 일부 압축된 영화는 근본적인 정보량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영화 <켈리 갱>은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조지 맥케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천천히, 아주 깊게 훑고 지나간 유년시절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다. 어린 네드 켈리를 연기한 배우 올란도 슈워드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그 위에 얹어지는 조지 맥케이의 정갈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에 빠진 채 “이제 그토록 궁금해했던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가.”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초반부를 감상했다. 하지만 네드 켈리가 성장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그의 전투엔 비장함과 결의보단 흥분이 조금 앞서는 느낌이었다.
지배받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 지배자들에게 억압을 받으며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자란 아이가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했다기보단 갑자기 어느 날 폭발해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였다,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공들인 티가 역력했고, 배우들 또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롭고 놀라운 액션들을 보여줬으며 카메라 안에 담아낸 광활한 배경 또한 정말 멋졌다. 결말까지도 참 좋았는데,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기승‘전’.. 전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만일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네드 켈리라는 인물 또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정보를 조금 훑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포인트를 미리 알고 간다면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억압의 시대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평범한 시민이 되기 위해 거칠게 저항한 네드 켈리.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전설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켈리 갱>은 용감한 시민 네드 켈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박수갈채를 담은 작품이다.
아쉬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약간의 벅찬 감정이 밀려오는데, 그 순간 정말 희한하게도 아쉬웠던 감정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와 같은 굵직한 배우진들의 연기 조합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누군가에겐 범법자로 낙인 되었던 그의 거칠지만 용감하고 진실된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조지 맥케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켈리 갱>을 추천한다.
켈리 갱 시놉시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는 1867년 호주. 네드 켈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진실과 거짓으로 뒤섞여 범법자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일대기에서 진실과 거짓이란 이분법을 거둬낸 후 깨끗하게 다듬어 내놓은 인생의 시작점은 다소 휑하고 뻐근하게 다가온다.
나의 비를 막는 지붕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 엘렌은 아무리 파내려 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해리 파워에게 네드를 제자로 팔아넘겼고 해리 파워와 함께 다니며 이 넓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자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네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리 짐승 같은 남자로 자라게 된다.
무능하게 살다 감옥에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아버지,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서서히 네드를 지키길 포기한 어머니. 아직 어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생들. 먼지만 날리는 땅에 살고 있는 네드 가족을 억압하는 영국 경찰들까지. 어린 네드가 감당하기엔 세상은 너무 거칠고 불공평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빠르게 막을 내렸고 희망 또한 보이지 않았다.
신이 버린 땅에서 아버지를 잃고, 남은 가족들의 일부는 볼모로 잡힌 채 공권력 밑에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불합리한 삶. 네드는 이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 억압된 사회의 진실을 감추면 숨이 막힐 것이고 편안한 길을 찾아 거짓을 숨기면 삶이 서서히 부패할 것이니 그는 진실된 사회를 되찾기 위해 거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네드는 원망스럽지만 잊지 못했던 가족들과 사랑에 빠진 여인 매리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찰들에게 대항한다. 그는 어릴 적에 발견한 아버지의 드레스에 담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 대니와 친구 스티브, 오래된 절친 조니와 함께 흐드러지는 드레스를 입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네 명의 청춘들은 이 조직의 이름을 ‘켈리 갱’이라고 명했다.
네드는 부패한 공권력 대신 진실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끝없는 도망 대신 맞서 싸우기를, 조용히 입을 닫기보단 우리의 역동적인 삶을 글로 남기기를 선택한다. 그는 평범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자신들의 피로 쓴 역사를, 신이 버린 땅이라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땅을 되찾기 위해 겪어야 했던 거친 여정을 틈틈이 적어나간다. 네드는 두서없고, 문법과 문장 규칙 따위는 하나도 배우지 못한 티가 역력하지만 후세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이 글을 자신의 미래인 아이에게 바친다.
광기와 날것의 분노가 가득했던 마지막 전투를 마친 네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후 사람들은 네드가 남긴 기록을 보며 손뼉을 치고, 형장에 매달려 있는 네드의 모습에 박수 소리가 얹어진다. 이 박수는 네드의 후손들이 네드와 그의 삶에 보내는 박수갈채를 의미하려는 연출이 아니었을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었던 남자 네드 켈리. 거짓에 물들지 않은 진실된 그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거칠었고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그는 자신이 남긴 기록이 후손들에겐 낯선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핍박받던 나의 삶이 나의 후손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라면, 이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어져선 안될 역사지만 여전히 잊히기만 하고 사라지진 않고 있는 강자의 압제와 폭력들. 안타깝지만 그가 원하던 세상은 아직 완전하게 도래하지 못한 것 같다. 남은 건 그가 미래라고 칭했던 우리의 몫이니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로 물든 저항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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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울> 가장 픽사다운 위로를 어른들에게 건네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제이미 폭스)’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할 기회를 잡는다.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어 잔뜩 흥분한 바로 그 순간,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인간으로 태어날 자격을 획득한 영혼들에게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그는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티나 페이)’의 멘토가 된다. 수많은 위인들도 가르침을 주는 데 실패한 영혼 22와 함께 조는 지구로 돌아가 프로 뮤지션이 되고 꿈의 무대에 서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여러 공통점을 갖는다. 픽사는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야만 하는 시기나 사건을 특정 소재 안에 담아 풀어낸다. 예를 들어 <온워드>는 마법, <코코>는 망자의 날, <토이스토리>는 장난감,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을 통해 제각기 성인식, 사별, 유년기,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픽사는 늘 선택된 소재와 관련된 환상의 공간을 선보이며, 그곳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토이스토리 3>에서 청년이 된 앤디가 장난감들과 아름답게 이별한 것처럼 현실에서의 위로, 성장, 그리고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픽사 애니메이션은 유달리 어른들에게 감동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각각의 작품이 다루는 시기나 사건을 경험한 이들에게 픽사 애니메이션이 선사하는 환상 속 현실의 울림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소울>은 픽사의 DNA가 가장 뚜렷하게 발현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소울>이 직접적으로 다루는 시기는 삶의 이전과 이후다. 영화의 주된 배경 역시 태어나기 전과 죽음 후에 영혼이 마주해야 하는 환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소울>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의 탄생과 죽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탄생과 죽음은 수단일 뿐, 무엇보다도 현재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본질에 가깝다. 이는 셸리 케이건 예일대학교 교수가 본인의 저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영혼이 실재하든 안 하든)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라고 내린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갑작스럽게 죽기 직전에 처한 조와 지구로 내려가기를 거부하는 영혼 22가 함께 뉴욕에서 모험을 펼치며 지난 삶의 과오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을 발견하며, 당장 그들이 마주한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지만 언제나 재즈 밴드로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을 꿈꾸던 조는 동경하는 아티스트와 클럽에서 멋진 즉흥 연주를 펼치며 실력을 인정받지만, 매일 공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공허함을 떨쳐내지 못한다. 지구로 내려가는 것을 거부하던 영혼 22 역시 조의 몸을 통해 처음으로 삶이 무엇인지를 체감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부정당한 뒤 삶의 의욕을 잃고 괴물로 변해버린다. 그러던 와중에 둘은 단풍나무 씨앗으로 대표되는 순간의 아름다움,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마주한 후에야 진정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인생은 무언가 거창한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즐길 때 의미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영화의 구성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영화 음악의 활용 방식이 대표적인 예시다. 사실 <소울>에서 재즈 음악의 비중은 개봉 전에 이루어진 프로모션과 그로 인한 기대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초반부 재즈 클럽에서의 연주 장면, 뉴욕에서 펼쳐지는 조와 22의 여정, 일상의 소중함을 조가 깨닫는 장면을 제외하면 재즈 음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소셜 네트워크>의 ost로도 유명한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스페이스 음악을 주로 들려주며, 이는 제2의 <라라 랜드>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약간의 실망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한 바를 생각하면 기대와 다른, 재즈 음악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분량 면에서 재즈를 많이 들려주지 않는 <소울>의 행보는 필연적이다. 햇살을 맛보고, 단풍나무 씨앗을 손에 쥐고, 재즈가 아닌 일상의 이야기를 미용사와 나누고, 또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상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조에게 재즈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소중하며, 그렇기에 그는 클럽에서의 연주 후에도 남은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 이러한 조의 서사처럼 영화 역시 전체적으로 재즈를 배치하지 않으면서 역으로 재즈 음악의 의미도, 예상과는 달랐던 ost도, 영화 1분 1초까지도 모두 즐기고 기억에 남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재즈 음악을 들려줄 때에는 즉흥 연주와 다른 연주자와의 하모니에 중점을 두며 지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자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이외의 장르를 통해서는 영혼들의 세계와 조의 절실함, 22의 좌절감까지도 생생하게 제시한다. 이렇게 <소울>은 스브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트 닥터 감독이 말한 대로 영화 음악의 장르 선택과 배치를 통해 가장 직관적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한 <소울>은 두 주인공 안에 현대인들의 처지를 녹여내며 관객들이 영화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조와 22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물처럼 보인다. 한 명은 확실한 인생의 목표를 지닌 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반면에 다른 한 명은 지구에서 태어나지 못할 정도로, 또 본인도 지구에 갈 생각이 없을 정도로 열정이 부족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결국 둘은 확신을 갖지 못해 우울하다는 같은 문제 상황에 처한 이들이다. <피로사회>의 표현을 빌리면 조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지구에서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해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간"이라서 우울하며, 22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강제된 자유로부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낙오한 인물이다. 열정이 있는 이와 아닌 이,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인물과 시작조차 두려워하는 인물이라는 차이 이면에는 "(삶을) 보는 법에 대한 특별한 교육"을 받지 못해 사색적 삶을 누리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야 하고, 그 성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긍정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비록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의 목적에 치여 함몰되어 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고,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조와 22라는 캐릭터가 현실을 반영하듯이, 주 배경으로 묘사되는 공간도 현실의 비유로서 감정이입과 공감에 큰 도움을 준다. 지나치게 열정에 집착하여 괴물이 된 영혼들이 떠돌아다니는 공간인 어둠의 구역을 보자. 지나친 열정 때문에 주식 거래에 미쳐버린 한 남자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 결과 두 주인공과 같은 문제를 겪는 인물이다. 이때 이 남자와 22처럼 자신의 삶을 잃고 괴물이 되어 버린 이들이 '문윈드'와 같은 개인의 도움에 의해서만 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둠의 구역은 개인이 스스로를 하나의 부품이자 도구로 여기게 하며 실패할 경우 재도전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 사회상의 반영이다.
또 다른 배경인 '태어나기 전 세상'도 현실의 그림자를 반영한다. 이 곳은 언뜻 영혼들의 성장과 배움의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갖추어야 한다는 조건들을 정해놓고 그 조건을 맞춘 영혼만 지구에 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은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엇비슷한 인간상을 만드는 공장이나 다름없고, 그 공장에서 낙오한 22와 같은 영혼이 괴물이 되는 것을 방치하는 대목에서는 특정 스펙과 조건으로 삶의 성공과 실패가 재단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러한 공간들의 특성과 인물들이 처한 어려움을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현재의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공헌한 과거의 위인들로부터 22가 아무런 가르침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소울>이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영화는 <업>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지 못하며, <토이 스토리>처럼 십수 년 후에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뭉클함을 선사하지도 못한다. 또한 육신과 영혼의 관계, 죽음과 삶의 관계, 죽음이 갖는 의미 등 다소 현학적인 소재로부터 매 순간 마주하는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도출하는 데 있어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영리하고 효과적이지만 주제나 소재가 갖는 깊이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은 픽사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작품이다. 사실 영화의 다양한 목적과 기능 중 하나가 현실에서의 도피인 만큼, 현실의 아픔과 불편함까지도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온 <소울>의 선택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고 부를 만큼 영화는 현실과 다른 세상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제공하는 위안과 위로가 단지 현실 회피와 환상의 충족을 담당할 뿐이라면 영화는 마약과 다를 것이 없으며,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힘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언제나 끝이 나기 때문에 영화는 관객들을 그들의 현실로 되돌려 보내야만 하고, 그렇기에 결코 현실에서 완전히 도망치라고 말할 수 없다.
결국 영화는 도피처가 아닌 피난처이자 안식처이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충전소 혹은 주유소다. 그렇기에 앞서 살펴봤듯이 환상 속의 세계를 펼쳐 보이지만 언제나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잊지 않는 픽사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큰 기대와 뜨거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삶에 지쳐 자기 자신을 원망하고 비난하며 황량한 사막을 떠도는 이들을 향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냉철한 성찰과 비판의 메시지도 남기는 <소울>이 유독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가장 픽사다운 영화일 수 있는 이유다.
<소울>은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후 테리가 "영화는 끝났어. 이제 집에 가"라고 말하는 쿠키 영상으로 끝난다. 이는 마치 <데드풀>에서 데드풀이 왜 아직도 앉아 있냐면서 혹시 다음 편 떡밥을 기대한 건 아니냐며 약 올리는 것만큼이나 유머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한 장면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매 순간을 귀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의 마무리이기 때문일까? 실컷 환상의 세계를 맛보고 그 감흥에 취해 있을 관객에게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이 대사마저도 다시금 현실을 살아갈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이렇게 <소울>은 현학적이고 깊이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직접 가슴에 와 닿는, 가장 픽사스러운 격려와 위로를 전해주는 영화로 남는다.
O(Outstanding, 특출함)
마블이 <아이언 맨>을 넘어서야 한다면, 이제 픽사는 <소울>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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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의 모녀에게 멀티버스가 필요했던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중 국세청 조사에 시달리기 시작한 '이블린(양자경)'. 국세청에 제출할 수많은 관련 서류를 검토하던 그녀는 남편 '웨이먼드(케 후이 콴)'의 이혼 요구와 연애 중인 여자 친구를 인정해달라는 딸 '조이(스테파니 수)' 때문에 대혼란에 빠진다. 그때 이블린의 눈앞에서 멀티버스가 열리고, 알파 지구에서 온 알파 웨이먼드를 만난 그녀는 수많은 자신이 다른 우주를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알파 웨이먼드는 이블린에게 그녀가 무한한 다중 우주의 절대 악 조부 투파키에 대항할 유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녀는 수많은 이블린 중 가장 최악의 선택만 한 이블린이기에 모든 멀티버스의 이블린으로부터 능력을 빌려 온다면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것. 또 알파 지구의 이블린이 딸 조이에게 권위적으로 윽박지른 결과 조이가 흑화 해 조부 투파키가 되었으니, 이블린만이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알려준다. 이에 이블린은 멀티버스의 운명과 딸과의 관계를 모두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참신한 소재라면 가만두지 않는 창작자들 덕분에 '멀티버스', 다중 우주 개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익숙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과 그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멀티버스도 마찬가지다. 필연적으로 다양한 설정을 필요로 하는 다중 우주 개념은 마치 복어와도 같다. 당장 지난 10년 간 할리우드의 정점에 있던 MCU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면 이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두 명의 다니엘이 만든 액션 코미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원>)는 다르다. 시작부터 멀티버스 세계관을 숨기지 않으며 러닝타임 내에서 완벽하게 소화한다. 영화는 이블린이 책상에 가득 쌓인 서류를 뒤적이는 가운데, 거울에 비친 그녀를 담아내면서 시작된다. 두 명의 이블린을 함께 잡아주던 카메라는 이내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지금 보이는 이블린 말고도 다른 이블린이 있다는 걸 암시하듯이. 거울을 활용한 도입부는 흥미롭게도 <에에원> 속 멀티버스만의 한 가지 특징을 암시한다. 영화에는 다중 우주의 다양한 이블린이 등장하지만, 마치 거울 안에 갇혀 있듯 그들이 직접 만나는 장면은 없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모든 것(Everything)"이 있는 멀티버스, 인터넷
<에에원>의 멀티버스는 MCU를 비롯한 다른 영화의 멀티버스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멀티버스 영화는 우주 간의 경계가 없어져 '내'가 다른 '나'를 만나는 사건을 다룬다. 반면에 <에에원>의 멀티버스에서는 다른 우주의 '나'에게 있는 능력과 특징의 일부를 '내' 우주로 끌어올 수 있다. 실제로 이블린은 필요한 순간마다 적재적소의 능력을 다른 우주의 이블린으로부터 빌려온다. 괴력의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쫓기자 쿵후 마스터 이블린의 격투 실력을 끌어온다. 다수의 적과 싸워야 할 때는 피자집 아르바이트생 이블린의 광고판 돌리는 능력을 가져온다. 조부 투파키도 마찬가지다. 불의의 사고로 모든 우주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그녀는 각종 기상천외한 능력을 끌어다 활용한다. 이 아이디어는 <에에원>의 연출과 프로덕션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다. 사실상 세탁소와 국세청 건물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도 <닥터 스트레인지 2> 못지않은 스케일을 뽐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에에원>의 멀티버스는 낯설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필요한 순간 모든 것을 가져다 쓸 수 있는 멀티버스는 어딘가 친숙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멀티버스는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요리 레시피부터 지하철 배차 시각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암기하거나 알지 못한다. 대신 필요한 순간마다 인터넷에 접속해 가장 적절한 정보를 찾아내 활용할 줄 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이블린과 조부 투파키의 갈등은 단지 멀티버스의 운명을 건 대결이 아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서로 다른 세대의 갈등이다. 멀티버스를 처음 접한 이블린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에서는 인터넷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세계를 처음 접한 기성세대를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멀티버스를 다루는 조부 투파키에게서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서핑하던 새로운 세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다니엘은 <에에원>이 "세대 차이와 인터넷,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잠재된 공포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말한다. 당장 전화번호를 모두 외우고 다니던 사람들의 눈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치 다른 우주에서 온 사람을 보는 것처럼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숨 쉬듯 당연한 삶의 방식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들처럼 숨 쉬고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가 넘쳐 나고, 같은 시공간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시대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일상이 아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골라하는 철천지원수 간의 싸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이블린이 동성애자인 조이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이자, 이블린이 막아야 하는 빌런 조부 투파키가 알파 지구의 조이인 이유다.
멀티버스 속 "모든 곳(에브리웨어)"의 의미
그렇다고 해서 <에에원>이 어머니, 부모님, 기성세대가 마주한 놀라움과 혼란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멀티버스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울 조이의 내면을 장악한 공허함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녀는 멀티버스 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역으로 무의미하다. 이는 SNS와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곳에서 접하는 정보에 압도되거나 좌절하거나 공허함을 느끼는 일이 많아진 현대인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그 결과 조부 투파키가 된 조이는 모든 것을 파괴할 블랙홀, 검은 베이글을 만든다. 세상을 휩쓸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 위해서. 이렇게 조부 투파키는 이름만 다른 같은 공간에 사로잡혀 삶의 의미와 이유를 잃어버린 인물을 대변한다.
조부 투파키의 캐릭터성은 <에에원>을 단순히 코미디와 액션으로 점철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진중함까지 맛볼 수 있는 깊이감 있는 영화로 만든다. 삶의 의미를 잃은 조부 투파키는 바위만 존재하는 우주에서 비로소 평온해진다. 모든 것들에게 개입하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우주의 고요함만이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이블린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모든 일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생생히 흘러가는 지금 이 순간의 경험과 선택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뜻깊은 것이고, 당장 옆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부 투파키처럼 모든 멀티버스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얻은 이블린은 무위의 우주에서 딸을 끄집어 내려한다. 자신에게 권한 검은 베이글을 거절하고, 돌이 된 우주에서도 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블린과 조부 투파키의 논쟁은 두 다니엘이 <에에원>에 "가족 드라마용, 공상과학용, 철학용 답이 각각 따로 있다"는 말로 이어진다. 철학적, 종교학적 사유가 함축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모녀는 마치 해탈의 경지에 올라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모녀의 갈등은 깨달은 자가 현실 세계를 무의미하다고 여겨 도덕적 규범을 무시하거나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며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주며 살 것인지에 대한 논쟁인 것이다. 그래서 이블린이 끝까지 조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모성애이자 멀티버스의 붕괴를 막는 히어로의 자세이지만, 동시에 종교 철학적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이블린이 제3의 눈을 개안하는 것, 불교 미술 양식인 탱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메인 포스터, 부처의 깨달은 마음을 상징하는 원불교의 일원상처럼 생긴 베이글의 존재는 오랜 시간 종교를 막론하고 이어진 논쟁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단 번에(All at once)" 모든 것의 의미를 알게 된 사람의 마무리
이렇게 조부 투파키와 조이의 마음을 읽은 뒤 영화는 이블린의 시점으로 되돌아온다. 그녀가 온갖 우주를 경험하며 단 번에 깨달은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에블린은 마침내 딸을 이해한다. 그녀는 조이가 레즈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딸과 매번 싸웠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문제일 뿐 핵심은 자신과 딸의 세상이 같지 않으며 모녀가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설령 딸의 세상이 두렵고 혼란스럽더라도, 발을 내디뎌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고, 딸의 관점에서 딸의 고충에 공감하되 먼저 살아 본 이만이 알 수 있는 변치 않을 삶의 지혜를 일러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터득한다. 이렇게 먼저 다가가서 위해서 그저 평범할 수 있었던 가족 드라마에는 멀티버스가 필요하다.
이처럼 <에에원>은 두 다니엘의 말마따나 수많은 혼란 속에서 "가족에게 관심 갖는 법을 배우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딜도와 애널 플러그, 장난감 눈깔 등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B급 코미디 요소는 익숙함에 신선함을 더하는 양념일 뿐이다. 영화는 줄곧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엄마가 딸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를 마침내 깨달은 후 화해하는 익숙한 흐름을 따라간다. 그래서 온갖 장르적 특징을 다 섞어 놓아 왁자지껄하고 정신없던 멀티버스는 결국 눈물 한 방울과 함께 가족 드라마로 귀결된다.
이는 마지막 장면이 영화의 시작만큼이나 인상적인 이유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와 사정을 알게 된 이블린이지만, 그녀는 멀티버스 속으로 빠지지 않고 눈앞에 있는 세무국 직원 디어드리에게 주목한다.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으니 한 번만 다시 말해달라면서 디어드리에게 관심을 쏟는다. 서류에 눈이 고정되어 있을 뿐 정작 가족이나 손님에게 제대로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오프닝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 나는 변화다. 멀티버스가 이름만 다른 인터넷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작은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다만 <에에원>에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우선 뒷심이 부족하다. 사실 영화는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 세탁소에서의 오프닝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쇼트 하나하나가 굉장히 짧고, 화면 전환도 빠르다. 그런데 러닝타임도 짧지 않다. 2시간 19분에 달한다. 그 결과 영화는 상대적으로 길게 체감되고, 피로감이 쌓인다.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이블린과 조이의 화해 장면이 생각보다 늘어진다는 인상이 남는 이유다. 확실한 임팩트를 주려는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의도적으로 끈다. 말 한 마디면 종결될 상황에 굳이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누적된 피로감에 약간의 지루함이 더해지면서 감흥이 덜해진다.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도 크다. 장르를 하나로 단정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에에원>은 기본적으로 가족 드라마와 코미디 영화의 혼합이다. 그런데 이 코미디가 미국식 B급 감성을 적잖이 풍기는 관계로 취향에 어긋나는 순간 영화는 전반적으로 혼잡하다. 조부 투파키가 남성 성기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장면이나 성인 기구를 활용한 코미디가 대표적이다. 관객을 웃기겠다는 목표 충족에는 적합한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그 자체로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취향 차이를 제외한다면 <에에원>이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120% 살려낸, <탑건: 매버릭>과는 또 다른 의미로 올해의 '시네마'라는 점에 동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붙잡고 고생 중인 MCU 입장에서는 다소 쓰라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에에원>의 제작자이니, 그들과 재계약하지 못한 걸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마블이 보고 배워야 할 멀티버스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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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체적 가스라이팅 사회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아내 하퍼를 ‘사랑’한다. 그래서 하퍼가 이혼을 언급하자 물건을 때려 부수고, 핸드폰을 빼앗아 하퍼가 친구와 나눈 문자를 검열하고, 저항하는 하퍼의 얼굴에 주먹질을 한다. 그럼에도 이 ‘사랑’이 끝내 종결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실천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창 형태의 펜스 위로 뛰어내려 처참한 몰골로 죽은 남자는 그의 소원대로 아내에게 트라우마‧죄책감의 형태로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영화 〈멘〉은 끔찍한 일을 겪은 하퍼가 시골의 저택으로 휴양을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 한적한 데 위치해 근사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저택은 몸과 마음이 지친 하퍼에게 최적의 장소인 듯 보인다. 집을 빌려준 남자도 다소 괴짜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친절하게 집 구석구석과 마을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첫 산책에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발가벗은 남자가 먼 곳에서 가만히 하퍼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하퍼는 께름칙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친구와 통화하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 깜짝 놀라고 만다. 발가벗은 남자가 집까지 찾아와 하퍼를 쳐다보고 심지어 집 안에까지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퍼가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경찰이 빠르게 출동하고 남자는 스토킹 혐의로 연행된다.
이상한 일은 반복된다. 이번에는 마을의 교회가 무대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는 소년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가 다짜고짜 하퍼에게 욕설을 날린다. 뒤이어 등장한 목사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달래주는 듯 접근해 하퍼가 마음을 열고 자기 사연을 들려주지만, 목사는 이내 남편이 하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사과할 기회를 주었느냐고 하퍼를 추궁한다. 남편의 행동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사형’을 당할 만한 일도 아니지 않냐며 남편의 죽음이 그를 너무 거세게 몰아붙인 하퍼 탓이라는 투로 말하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난 하퍼는 마을의 술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 자신을 스토킹했던 발가벗은 남자가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사건을 담당한 경찰도 뭐 그리 심각하게 구냐는 듯 하퍼를 대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 때부터 성희롱성 농담을 지속하는 집주인도 점점 하퍼의 신경을 긁는다.
인터넷,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시골이라는 조건은 하퍼를 추궁하며 몰아붙이는 남자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들은 자신의 환경적, 육체적 우위를 바탕으로 계속 하퍼를 옥죄여 온다. 밤이 깊어가고, 불안과 분노에 휩싸인 하퍼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없는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하퍼를 직접적‧폭력적으로 단죄하려 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가 죽은 하퍼 남편의 분신인 양 하퍼를 해치려 하는 것이다. 하퍼는 겁에 질려 도망 다니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고 칼을 들고 자신을 해하려는 하나인 동시에 여럿인 남자들에 저항한다. 삽입 ‘당하는’ 대신 칼로 그들의 몸에 ‘삽입’하여 부상을 입히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서로를 ‘출산’하는(즉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남자들에게서 하퍼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지만 결코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중간에 환각에 빠져 남자들의 목소리‧욕망에 무릎 꿇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는데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싸움을 이어간다.
하퍼가 겪은 모든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실존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집착과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여성에게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남자(남편),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성희롱 ‘농담’을 일삼는 남자(집주인), 남자의 폭력이 ‘여자 탓’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남자(목사), 자기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자에게 다짜고짜 욕하는 남자(교회 소년), 발가벗은 몸으로 여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남자(스토킹 범), 그리고 이 모든 걸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하는 남자(경찰) 등등. 하퍼를 몰아붙이는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이들은 개별 남성으로 존재하지만 여럿이 모였을 경우 문화규범, 사회제도가 되기도 한다. 전방위로 하퍼를 둘러싼 이(것)들은 하퍼에게 총체적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 하퍼가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 칼을 들고 절대 자기 상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성경‧신화적 모티프를 과잉 차용하여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여성 주인공의 감정을 리얼하기보다는 상황적으로 연출해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선 하퍼의 용기와 그가 맞서는 세계의 모습을 SF, 공포 장르로 절묘하게 그려낸 영화의 긴장감은 전반적으로 빼어나다. 〈멘〉은 남자들(Men)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개별 여성의 공포란 무엇인가를 고민케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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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편견, 선입견 타파
13:39 별점 및 한 줄 평
13:5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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