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바다2025-03-08 14:02:40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참극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 한줄평 : 난간에 매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운, 가짜 '보통'의 가족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참극
▷ 영화 :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당신의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포스터의 강렬한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무엇을 선택할지 영화를 보는 동안 고민하라는 숙제 같은 메시지이지만 거기에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영화 제목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에서 읽히듯이 보통의 사람들은 영화가 그려낸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범주화해 놓았다는 점이다.
즉, 영화에서 벗어난 선택을 할 경우 우리는 ‘보통’(Normal)의 사람들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아니 강요한다.
어쩌면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제작자들이 만들어낸 틀 안에 우리를 가둬두는 꼴이다.
난 ‘보통’의 가족이 될 것인가? 아니면 보통이 아닌, ‘특별한(Special)’ 또는 ‘비정상적인(Abnormal)’ 가족이 될 것인가?
이제 ‘어떤 범주의 가족에 속할 것인지 선택하라?’ 문제로 질문지를 바꿔 보자.
그래야 영화가 제대로 읽힌다.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보통의 가족>은 범죄 스릴러를 표방한다.
이런 영화는 대개 설득하려는 제작자와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관객들 간에 치열한 수싸움이 관전 포인트다.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영화는 치밀하고도 빠르게 스토리를 전개한다.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을 깔아 놓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런 전략에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몰입감 높은 대사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이내 영화는 끝나버린다.
관객은 이런 전략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이미 알만큼 알아버린 영리해진 관객들과의 수싸움에서 과연 <보통의 가족>은 성공했을까?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부모와 자식은 끊을래야 끊어낼 수 없는 천륜으로 이어진 관계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끊임없이 사랑과 헌신을 쏟아 붓는다.
자식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나의 고통처럼 안타까울 뿐이다.
사고를 친 자식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상처를 부여안고 치유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런 부모들의 성정을 아는 영악한 자식은 부모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 자식을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 부모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식의 허물을 어디까지 용납하고 덮어줄 수 있을까?
어느 날, 두 자녀가 노숙자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자식들이 살인자로 낙인 찍히고 처벌받는 것이 두려운 부모는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이런 부모와 달리 아이들은 죄책감 하나 없이 태연할 뿐이다.
‘상황윤리’에 놓인 부모는 어떻게 할지 쉽게 답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보편적 윤리와 가족애가 상충하는 가치판단의 우선순위를 두고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너 아니야, 다 덮고 가면 아무일 없게 되는 거야!"연경(김희애) / 보통의가족
결국 부모는 현실을 부정하고 살인자 자식들의 허물을 덮어주기로 결심한다.
아직 자식들이 범죄자로 특정되지 않았기에 그냥 모른 척하면 되는 일이다.
죄를 덮고자하는 적극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기에 죄의식은 덜하다.
그동안 지향해왔던 이타적 삶의 가치들이 자식의 문제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위선자 또는 속물 근성을 걸러내는 자아성찰적 메타인지 기능은 자신도 모르게 멈춘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형제는 서로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내 자식만은 그런 아이 일리가 없다고 강변할 뿐이다.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영화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두 부부의 갈등과 대립을 밀도 있게 그려내지만, 복잡한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질문지를 단순화해 버린다.
만약 폭행당한 사람이 가까스로 살아나 매스컴에 등장하거나 자식들을 협박한다든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며 살인자 자식들이 체포되는 상황이 된다든지 하면 부모의 선택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제한된 러닝타임 속에서 선택지 두어개만 나열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하나의 답을 선택하기를 다그친다.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제작진의 의도에 말려 들어갈 뻔 했다.
이럴 땐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보면 알겠죠.’라고 재빨리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상책이다.
현실속에서는 그런 사건 사고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양태를 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더 이상 바꿀 수 없이 이미 결정되어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당신의 선택은?’라는 질문에 즉답을 할 관객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통의 가족>은 애써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싶었던 걸까?
다소 무리수로 여겨지는 충격적인 결말로 영화를 마무리 한다. 이런 답안은 어때요?, ‘보통’의 부모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요? 라고 설득하는 것 같다.
영화 제목을 ‘보통의 가족’으로 정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던진 질문은 여전히 곱씹어 볼 만큼 유효하다.
그러나, '보통이 아닌 가족'을 '보통의 가족'으로 포장해 놓은 영화 스토리에 설득 당할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거미줄과 같이 촘촘하게 쳐 놓은 그물망은 손으로 휘이 저어 거둬내면 될 일이다.
순리대로 하면 된다. 그러기에, 이 게임은 영리한 관객들의 판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보통의 가족>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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