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0-14 16:54:33
진정한 멀티버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절찬 상영 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이틀 전, 바로 화제의 작품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개봉을 했는데요!
지난 9월 20일, 영화 관련 미국 소셜플랫폼인 레터박스에서 2022년 기준 가장 많은 팬을 가진 100편의 영화 순위를 공개했는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6위에 올랐습니다. 놀라운 점은 영화가 해외에서 올해 3월 개봉작이었기에 가장 단기간에
팬을 확보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관람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볼까요?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다정함이 온 우주를 구하진 못하더라도
나와 내 세계는 붙들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네이버 /kkdd****)
이게 진짜 멀티버스.
그동안의 멀티버스는 다 "가짜"다...
(CGV / sk**d7091)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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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미완성인 퍼즐
이 글은 디즈니 플러스 [나인 퍼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번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오는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는 바람에 이젠 선입견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은 바로 "애매하다'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긴 했다.
하지만 85퍼센트는 족히 넘는 확률로 이런 감정을 느끼다 보니 해당 OTT에 대한 기대감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고 작품을 본다면 오히려 더 많은 작품과 접할 가능성도 크고, 그중에서 나의 이런 오만함을 비웃어줄 작품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있긴 하기에. 그런 미련에 가까운 마음이 내가 계속 디즈니가 제공하는 시리즈에서 관심을 거둘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입장에 서 있는 나에게 [나인 퍼즐]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내 마음속 이 짙은 구름을 선입견이라는 견고한 비석으로 바꿔버리는 작업에.
사진 출처:한겨레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윤이나(김다미)라는 인물의 설정이었다. 두드러지는 "영 앤 리치"콘셉트는 아마도 최종회까지 보고 나서야 왜 그녀의 재산에 대해 과장되었다라고 느낄 정도로 말해야 했는지에 대해 "느끼게"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좋게 봐준다면 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견은 없다.(아님)
그러나 그녀가 인물로서 가지는 매력에 대해 말하자면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에 가까울 지경이다.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다. 프로파일러로서의 실력을 믿고 건방진 것인지 생각이 없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이 한 톤으로 다 해결되는 대사. 다 큰 성인이 자신의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것처럼 팔랑거리는 듯한 이나의 몸짓. 감을, 혹은 감길 생각이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깜빡이는 눈. 거기다 끼얹은 죽은 삼촌의 막대한 유산을 받아 번쩍번쩍하기만 한 그녀의 모든 물건들.
불완전한 그녀의 상태를 그렸다고 하기엔 그녀의 자아는 너무도 견고하고. 그러면서도 그녀의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정돈되어 있다. 그러니 이나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기이함일 수밖에.
사진 출처:KBS연예
사실 더 큰 문제는 실패한 외적인 설명을 제외하고서라도 반드시 이끌고 가야만 했던 소프트웨어적인 설정들에서도 대패(=선거비 한 푼도 못 건진 이준석처럼)했다는 것이다.
소시오패스나 ADHD를 기반으로 한, 트라우마를 가진 천재 캐릭터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출중하다기보다 직감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사건의 배경에 대한 조사가 이미 다 되어 있는데 카레남(A.K.A김한샘, 손석구)은 이미 되어 있는 일을 다시 파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고. 이나의 추리 속도가 한샘과 비교했을 때 정말 "찰나의 순간"만큼만 빠르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화만 서로 잘 받았다면 아마도 이미 잡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다면 재기 발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캐릭터로서는 성공했느냐. 한다면 이마저도 실패에 가깝다. 이나는 10년 전의 그 사고 때도 이런 모습을 버리지 않았다. 이 태도가 내겐 비호감일지언정 그녀가 극을 관통하며 반드시 지켜야 할 아이덴티티 같다고 느꼈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마저도 마지막화에선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세상엔 둘도 없이 대를 이은 죄인이 되어버린다.
진실은 뼈아플 수 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잔인할 수는 있지만. 그녀가 말하고 보여주는 모습은 설득당하기엔 조금은 성급했고, 밀고 나가기엔 거부감이 컸다.
사진 출처:뉴스 원
그리고 이 드라마의 형식에 대해 말한다면. 이마저도 아쉽지만 내 취향에는 조금 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분명 눈치챌 수 있는 떡밥은 많았고, 연결했을 경우 꽤 맞아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범인은 그 필드 밖에 있었기에 트릭이나 알리바이를 설명할 의무 따위는 홀라당 없어진다. 시리즈의 말미에 가서야 마치 고자질처럼. 얘가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방식의 추리물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견고하게 만들어진 트릭들에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반전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알겠으나. 이 "사실"이 오히려 범인이 저지른 그 어마어마한 연쇄살인에 있어서의 의문을 갖게 한다. 이는 아마도 "누가"에 집중하기보다 "왜"와 퍼즐조각에만 집중하게 했던 것이 마지막에 가서야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나마 머리에 남는 것이라곤 고해성사에 가깝다 할 수도 있을 살인자의 마지막 비명소리뿐. 분명 퍼즐은 다 완성되었건만 내가 들고 있는 퍼즐은 어딘가 마치 불에 타 버린 듯 뻥 뚫려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말에 나는 들기름 막국수를 먹을 것이야.
2. [브링 허 백] 조조로 예매했는데 극장에 나 혼자인 거 같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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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발 떨어지니 더 격렬히 끓어오른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592년 4월, 왜군은 단 15일 만에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점령하며 파죽지세로 북진한다. 그러나 '이순신(박해일)'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거북선을 앞세워 남해안을 장악하자 이내 왜군은 보급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용인 전투에서 10만 명의 조선군을 격퇴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는 해전을 통해 이순신을 꺾고 보급품을 전달함과 동시에 명나라로 진격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부산포에 수군을 집결시키고, '나대용(박지환)'이 설계한 거북선의 도면을 훔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이순신(박해일)'은 '원균(손현주)'의 방해에 맞서가면서 선조가 의주로 파천하는 등 수세에 몰린 조선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작전을 고민하며 한산도로 출전한다.
전쟁 이론을 다룬 유명한 경구들을 이야기할 때 프로이센의 군인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속 다음 말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의 연장(延長)"이라며 전쟁이 대립하는 의지들의 충돌이라고 보았다. 모든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른 국가에 자기 의지를 강요하려 하는 한 국가가 많은 수단 중 선택한 한 가지 옵션에 불과하다. 즉, 전쟁의 명분과 목적, 승패의 기준점은 그 전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전쟁 영화들도 단지 전쟁과 전투의 양상을 그려내는 것만큼이나 그 전쟁의 명분과 정치적 의미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300> 시리즈는 (비록 역사 왜곡 논란이 있지만) 러닝타임 동안 자유 대 압제라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에서 전자가 승리하는 쾌감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준 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도 비록 패배한 전투이지만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분기점이 되었던 덩케르크 퇴각의 의미를 스크린 위에 온전히 재현해냈다. <고지전>은 아예 전쟁을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아이러니함을 꼬집은 바 있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의 반열에 오른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최종병기 활>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한산: 용의 출현>도 다르지 않다. 1592년 음력 7월 8일에 펼쳐진 한산도 대첩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한산>은 전쟁의 두 주체, 조선과 일본의 의지를 각각 의(義)와 불의(不義)로 설명한다. 이는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과도 정합한다. 일본군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길을 빌려달라는 이유로 아무런 명분 없이 조선을 침략했기에, 조선과 일본은 순도 100%의 가해자와 피해자다. 그러니 임진왜란이 의와 불의가 싸우는 전쟁인 것은 명확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의와 불의의 전쟁을 풀어내는 드라마적 측면이다. 특히 <명량>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은 <한산>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명량>은 전쟁을 왕과 종묘사직이 아닌 백성을 위한 싸움이라 규정하며,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왕에게 버림받았다가 다시금 전쟁에 나설 것을 명 받은 백전노장은 국가와 군주를 위한 충성심에 앞서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울돌목으로 향했고, 역으로 백성의 도움을 받아 기적처럼 승리한다. 이러한 정치적 함의는 2014년 개봉 당시 <명량>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이 민심의 중요성을 전하는 방식이 다소 올드하고 일차원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말을 할 수 없어 치마를 흔들며 위기를 알리는 '정 씨(이정현)'의 모습이나 백성의 희생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던 '임준영(진구)'처럼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극의 흐름을 툭툭 끊었다. 이 고생을 몰라주면 후손들이 전부 후레자식이라던 대사 역시 영화를 평면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산>은 다르다. 오히려 형보다 더 낫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일본군의 시점을 강조하며 이순신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 영화는 가장 먼저 부산의 일본군 진영을 비춘다. 또 일본군이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비하는 모습을 착실하게 그려낸다. 걸핏하면 조선인들을 죽이는 평면적인 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는 두려움이 곧 전염병이라면서 아군의 패잔병을 죽여 혹시 모를 불씨를 제거하는 주도면밀함, 간첩의 침투와 그로 인한 정보의 유출을 경계하는 치열한 첩보전, 군사적 약점을 지우기 위해 전력을 증강하고 작전을 가다듬는 철저함이 대신한다.
반면에 스크린 속 조선군은 취약하다. 거북선을 잃고, 거북선의 설계도를 탈취당하며, 학익진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즉, 영화는 의롭지 못하다는 단편적인 인상 대신 신중하고 영리하며 강대한 불의 앞에 흔들리는 의로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순신의 학익진은,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거북선의 등장은 역으로 더 큰 감동을 준다. 철저하고 신중했던 불의가 의로움으로 쌓은 바다의 성 앞에서 필연적으로 궤멸되는 모습은 이른바 품격 있는 '국뽕'으로 이어진다. 한산 바다에 수군 군영을 구축하며 단단한 방패를 만드는 모습으로 영화가 결말을 맺는 이유이자, 작중 최고의 씬스틸러인 거북선이라는 소재가 단지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거북선을 장님 배라는 의미의 '메구라부네'라고 줄곧 부르던 왜군 장수들은 거북선을 마주친 순간 영화 초반 패잔병들이 그러했듯이 해저 괴물이라는 의미의 '복카이센'이라고 말한다. 이는 일본군의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곧 의로움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칫 억지스럽거나 정서적으로 과장될 수 있었던 항왜 '준사'의 서사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산도 대첩과 맞물린다. 아군을 보호하지 않는 왜군의 악의를 경험한 왜장 준사는 이순신을 만나 마음을 고쳐 먹고 의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의병과 함께 전투에 임한다. 이 모습의 함의는 굳이 과장된 감정선이나 대사를 통하지 않아도 국가와 백성을 보호하는 강력한 성인 학익진과 자연히 오버랩된다. 그렇기에 전쟁과 전투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한산>의 방식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진다. '정보름(김향기)'와 '안준영(옥택연)' 캐릭터의 분량이 전편에 비해 적어서 인위적이고 신파적인 연출이 줄어든 것도 영화의 담백함에 기여한다.
또 영화가 이순신의 활을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칼을 대조해 의로움의 필연적 승리와 그 쾌감을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다. 와키자카의 칼은 명나라로 진격하려는 야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두려움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패잔병을 죽이는 그의 칼은 왜군끼리도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분열의 칼이며, 명나라까지 향하는 지도가 그려진 황금 부채로 변하기도 한다. 반면에 이순신은 죽을 위기에 처한 부하 나대용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을 쏴 나대용을 보호하고, 약점이 드러난 거북선을 구해낸다. 그리고 나대용과 거북선은 찰나의 순간 이순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으로 보답한다. 그래서 와키자카의 칼도 조총도 이순신을 위협할 수는 없다. 의로움이 담긴 이순신의 활 앞에서 악의로 가득한 그의 무기는 무용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한산 대첩에서 갑옷에 화살에 맞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장수가 자신의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비되는 점도 드라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칼을 뽑는 와키자카와 달리, 작중 이순신이 활을 쏘는 장면은 딱 세 번 등장한다. 이는 신중함을 기하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경험을 답습하는 와키자카와 달리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신중한 이순신의 차이를 드러낸다. 와키자카는 한산도 바다가 용인 전투와 같은 지형이라는 이유로, 또 이순신의 학익진이 과거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드러난 학익진의 약점을 공유할 것이라고 판단해 과거의 전술을 반복한다. 반면에 꿈속에서 녹둔도에서의 전투를 다시 한번 마주한 이순신은 와키자카의 선택을 예측한 후 마지막까지 확실한 한 수를 기다리다 왜군의 공격을 되받아 역공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두 배우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기가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본래 신중하고 치밀하지만 전투에 돌입하면서 야망에 부풀었다가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와키자카의 입체적인 변화를 잘 짚어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사와 비중에도 불구하고 박해일의 절제된 표정 연기가 지장(智將)으로서의 이순신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이유다.
물론 모든 드라마적 측면은 결국 전투와 전쟁의 양상을 알기 쉽게, 또 박진감 있게 펼쳐 보인 연출과 구성 덕분에 빛난다. 우선 당포에서 견내량과 한산으로 이어지는 전투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변화하는 조선 수군의 학익진과 일본 수군의 어린진이라는 진형을 넓고 수직적인 구도로 잡아내 그 형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밑바닥이 둥근 일본군 함선과 밑바닥이 평평한 판옥선의 차이점을 활용해 전투의 변수를 만들기도 하며, 거북선들의 충파로 인한 박진감이나 전방위 포격으로 적을 섬멸하는 모습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또 전반적인 임진왜란의 흐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영리함이 돋보인다. 지형적으로 유사한 용인 전투의 전황을 상세히 설명해 한산도 대첩의 전술적 가치까지도 부각하는가 하면, 선조의 몽진을 강조하며 한산도 대첩이 지니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의의도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한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지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영화는 역사 속 이치 전투와 웅치 전투의 특징을 합쳐 가상의 전투를 만들어 낸다. 본래 전주성이었던 일본군의 목적지를 전라좌수영으로 변경해 한산도 대첩 전후의 위기감을 더 고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사적 서술을 충실히 따르며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원균의 활용법이 대표적이다. 다른 미디어들과는 달리 무능하고 비겁한 원균의 캐릭터성을 온전히 묘사하면서 일본군과의 전투라는 외적 위기는 물론 진이 뚫릴 수 있다는 식으로 조선군 내부의 위기도 조성한다. 그 결과 거북선의 기습과 돌격 , 학익진의 위력, 평소와 달리 화약을 잔뜩 준비한 이순신의 지략 등의 임팩트는 모두 극대화된다.
특히 이는 영화를 제작할 때 한산도 대첩이 명량 해전에 비해 여러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명량 해전은 이순신 개인에게도, 조선 수군의 입장에서도 절대적인 어려움이 있는 전투였다. 총지휘관은 억울하게 파직당하고 어머니를 잃은 상태였고, 조선 수군도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후 12척의 판옥선만 남아 있었다. 그 와중에 130여 척이나 되는 일본군을 패퇴시켰으니 명량 해전은 별다른 각색 없이도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반면에 한산도 대첩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연전연승 중이었고, 전력도 온전했다. 이순신 개인 입장에서도 사천 해전에서 총탄을 맞아 부상당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일신상에 크게 특이한 부분이 없다. 즉, 한산 대첩은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중대한 승전이지만 오히려 처절함과 승리의 쾌감이 덜 직관적인 전투다. 이러한 핸디캡을 강렬한 스펙터클이 돋보이는 긴 분량의 해전 씬과 영리한 각색을 통해 극복했기에 <한산>의 임팩트는 결코 <명량>에 뒤처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리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안준영과 정보름 캐릭터는 왜군과의 첩보전을 담당하면서 이번에도 일정 부분의 분량과 비중을 분배받는다. 그런데 그들은 전반적으로 담백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신파의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각한다고 보기에는 역할이 작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삽입된 그들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의 최대 장점인 영리한 각색과 전투씬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영화는 한산도 대첩 이후 조선 수군이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부산까지 진격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그런데 정작 부산진 전투가 한산도 대첩이 포함된 3차 출정이 아닌 이순신의 4차 출정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굳이 한 데 합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편 거북선이 나타나는 전투씬은 배와 배가 충돌하며 원초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데, 다만 거북선에 사용된 CG의 수준이 부자연스러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인 작전 도중 암초 바다를 해쳐 나오는 조선군과 그대로 좌초되는 일본군을 묘사할 때처럼 순간순간의 장면에서도 부자연스러운 그래픽이 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이 와키자카 야스하루에 비해 적게 등장하고, 인간적인 고민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물론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명량 해전에서는 용장(勇將)을, 한산해전에서는 지장(智將)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기는 하다. <명량>이 영웅 이면의 고뇌에 주목했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젊은 장군이자 리더인 이순신의 자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인간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한층 원숙해진 현장(賢將)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면, 이 단점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한산: 용의 출현>은 전편의 단점은 수정하고, 객관적인 접근법을 통해 같은 주인공의 또 다른 면모를 부각하면서, 품격 있는 사극이자 영웅전, 그리고 전쟁 영화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낸다.
A(Acceptable, 무난함)
온 국민이 아는 해전에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데 성공한 의와 불의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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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최고의 영화 TOP10 2탄
미국 영화 연구소 (American Film Institute, AFI)는 매년 그해 최고의 영화, 드라마 10편을 선정하여 발표해왔는데요. 그리고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특별상 부문에 언급되어 그 인기를 증명해냈습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드라마가 [AFI Television Programs Of The Year] 부문이 아닌 [AFI Special Award] 부문에 오른 이유는, AFI가 말 그대로 American, 미국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견 없이 뛰어난 작품들을 "특별상"이라는 명목 하에 인정해왔는데요. [오징어 게임] 이전에 특별상을 받은 외국(북미 기준) 작품으로는 <기생충>, <로마>, <아티스트>, <킹스 스피치> 정도 뿐이었기에, 그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AFI가 뽑은 2021년 최고의 영화 10편 (Top 10 Films of 2021)을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순위는 없습니다. abc 기준)
잇츠 CINE PICK!!
<코다> (CODA)
드라마 | 미국, 프랑스 | 111분
감독 : 션 헤이더 | 출연 :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말리 매트린
? IMDb 8.1/10 ? Tomatometer 96%
? 2021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 심사위원특별대상 수상
개봉 : 2021.08.31 (한국)
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의 노래!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
<돈 룩 업> (Don't Look Up)
코미디 | 미국 | 139분
감독 : 아담 맥케이 |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 IMDb 7.5/10 ? Tomatometer 59%
? 12월 24일 넷플릭스 공개
개봉 : 2021.12.08 (한국)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온다는 불편한 소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선 두 사람, 혜성 충돌에 무관심한 대통령 올리언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의 집무실을 시작으로 브리와 잭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 출연까지 이어가지만 성과가 없다.
혜성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24시간 내내 뉴스와 정보는 쏟아지고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푹 빠져있는 시대이지만 정작 이 중요한 뉴스는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세상 사람들이 하늘을 좀 올려다볼 수 있을까?!
<듄> (Dune)
모험, 드라마, SF | 미국, 헝가리, 캐나다| 155분
감독 : 드니 빌뇌브 | 출연 :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 IMDb 8.2/10 ? Tomatometer 83%
? 한국 개봉 27일 차 121만 명 돌파
개봉 : 2021.10.20 (한국)
“듄을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한 여인을 만난다.
모래언덕을 뜻하는 '듄'이라 불리는 아라키스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황제의 명령으로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향하는데…
위대한 자는 부름에 응답한다, 두려움에 맞서라, 이것은 위대한 시작이다!
<킹 리차드> (King Richard)
드라마 | 미국| 138분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 출연 : 윌 스미스, 존 번탈, 리브 슈라이버
? IMDb 7.6/10 ? Tomatometer 91%
? 선댄스 영화제 신인 감독상 수상한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연출
미국 테니스 스타 비너스, 세네스 윌리엄스 자매가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코칭 이후 어떻게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다룬 전기 영화
<리커리쉬 피자> (Licorice Pizza)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캐나다 | 133분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 출연 :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먼, 브래들리 쿠퍼,숀 펜
? IMDb 8.6/10 ? Tomatometer 91%
? <팬텀 스레드> 이후 폴 토마스 앤더슨의 4년 만의 신작
1973년 샌 페르난도 계곡, 알라나 케인과 개리 발렌타인이 첫사랑이라는 위험한 항해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나이트메어 앨리> (Nightmare Alley)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40분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 출연 : 브래드릴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루니 마라
? IMDb 7.8/10 ? Tomatometer 82%
? 윌리엄 린지 그레샴의 동명의 소설 원작
타고난 말솜씨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재능을 가진 야망가 '카니'가 자신보다 훨씬 더 위험한 정신과 의사와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 126분
감독 : 제인 캠피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 IMDb 7/10 � Tomatometer 96%
� 아카데미 수상 제인 캠피언 신작, 넷플릭스 작품
개봉 : 2021.11.17 (한국)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가 로즈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틱, 틱... 붐!> (tick, tick… BOOM!)
드라마, 뮤지컬 | 미국 | 120분
감독 : 린-마누엘 미란다 | 출연 : 앤드류 가필드, 알렉산드라 쉽, 로빈 드 지저스
? IMDb 7.7/10 ? Tomatometer 88%
? 뮤지컬 <렌트>를 연출한 조너선 라슨의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함
개봉 : 2021.11.12 (한국)
1990년 뉴욕,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존(앤드루 가필드)은
뮤지컬의 전설로 남을 작품을 쓰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작곡에 매진한다.
그런데 인생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공연을 며칠 앞두고 많은 일들이 갑작스레 몰려온다.
뉴욕이 아닌 곳에서 아티스트의 삶을 꿈꾸는 여자 친구 수전(알렉산드라 십),
꿈을 접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선택한 친구 마이클(로빈 데 헤수스),
예술계를 뒤흔든 사회적 이슈 등이 그를 전방위로 압박한다.
서른 살 생일은 다가오고, 존은 예술가로서의 삶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더 트래저디 오브 맥베스> (The Tragedy of Macbeth)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5분
감독 : 조엘 코엔 | 출연 : 덴젤 워싱턴, 프랜시스 맥도먼드
? IMDb 7.8/10 ? Tomatometer 98%
? 코엔 형제 중 형인 조엘 코엔의 첫 단독 작품
스코틀랜드의 한 영주는 마녀 3명에게 그가 다음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라는 확답을 받고, 야망 넘치는 그의 아내는 권력을 장악하려는 그의 계획을 지지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드라마, 뮤지컬 | 미국 | 156분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 안셀 엘고트, 레이첼 지글러, 아리아나 데보스
? IMDb 8.1/10 ? Tomatometer 96%
? 동명의 뮤지컬 원작
개봉 : 2021.01.12 (한국)
1957년 뉴욕, 라이벌 갱단인 제트와 샤크 사이의 갈등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2022 오스카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품들이 더러 보이는데요!
과연, AFI 선정 최고의 작품들이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주시길 바라면서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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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준비가 되었는가?’ 질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로 답하다
▷한줄평 :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풍경, 다시 충실하게 채워 가야할 일상의 기록들
▷영화 : 숨(Breath), 2025.3월
※ 본 글은 씨네랩(http://cinelab.co.kr) 초청 시사회 참석 후기입니다.
오래전 티베트의 장례문화인 '천장(天葬)'과 ‘천장사(天葬師)’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주1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자신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어 맡기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구 유럽과 미주 등에서 합법화되고 있는 안락사와 존엄사주2도 죽음을 대하는 또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 <숨>은 문인산 할머니, 유재철 장례지도사, 김새별 유품정리사 등 죽음을 가까이하는 세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시체를 염하는 모습, 화장을 하고 유골을 분쇄하는 모습, 관속에 시신을 내려놓는 모습, 고독사 현장의 부패물과 유품을 정리하는 모습 등 여럿 터부시되는 죽음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런 생경한 풍경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나 자신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영화의 첫 장면과 같이 출렁이는 파도와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사라질 것이다. 죽음 이후 남는 것은 한 줌의 재와 한평 남짓 누울 관 그것뿐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시계와도 같다. 시간이 끝나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다. 들 숨과 날 숨이 번갈아 교차하듯 삶과 죽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따라서 죽는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영화 <숨> 스틸컷
1. 문인산 할머니 : 죽음의 너머를 헤아리는 자의 이야기
나이가 들면 육신의 쇠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왜소해진 작은 체구, 검게 그을린 얼굴, 굵게 팬 잔주름들은 할머니의 인생의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하루 종일 리어카와 유모차를 끌며 폐지를 주워봐야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200원 남짓, 근근이 버텨내야 하는 삶이 참으로 고달프고 슬프다.
'사는게 슬퍼! 너무 허무하고' 영화 <숨>/문인산 할머니
영화 <숨> 스틸컷 / 문인산 할머니
젊은 시절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사업 실패로 작은 지하 독방에서 홀로 쓸쓸하게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어디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며 회환이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쌀 씻고 밥 짓는 수고로움이 생존의 본능을 넘어서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더 이상 내재하지 못한다. 이 삶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쩌면 문인산 할머니에게는 죽음은 그토록 기다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애써 말을 아끼지만 표정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슬프고 허망할 뿐이다.
2. 유재철 장례지도사 : 죽음의 육신을 닦는 자의 이야기
지난 30년간, 6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의 장례를 치르며 ‘대통령의 염장이’로 불려온 유재철 장례지도사도 어느덧 60대 중반을 맞이했다. 이제는 몸 여기저기 성치 않은 곳이 많다. 오래전 죽을 고비를 넘긴 교통사고의 후유증도 있지만, 오랜 세월 염습 과정에서 손목과 어깨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순간이기에 그의 익숙하면서도 정성 어린 손길을 멈출 수 없다.
영화 <숨> 스틸컷 / 유재철 장례지도사
그렇게 수많은 장례를 치르면서 마지막까지도 부를 움켜쥐려고 안간힘을 쓰던 부자의 죽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극락 간다고 한다.
'어떤 부자가 팔을 구부리고 온 몸이 경직된 상태로 죽은 거에요. 관속에 시신을 넣기 위해서는 팔을 곧게 펴야 하는데 펴지지 않아서 얼마나 힘들던지……
마지막까지도 못 놓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 <숨>/유재철 장례지도사
죽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평등해 진다. 부자 이든 아니든, 권력이 있든 없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해 진다.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일진대 삶의 외형보다는 삶의 본질에 충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권세가 있는 사람이나 돈이 많은 부자나 결국 한 평도 안되는 관으로 들어가면 그만이거든요.' 영화 <숨>/유재철 장례지도사
3. 김새별 유품정리사 : 죽음의 흔적을 보듬는 자의 이야기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정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 특히 가족들조차 가까이하기 꺼려 하는 고독사의 현장에서 눌어붙은 부패된 시신의 진액을 제거하고, 오래된 냉장고의 음식을 폐기하고, 버려야 할 집기와 물품들을 정리한다. 유품을 정리하는 중에 발견한 '장영실 상장'은 이 고인이 한때는 촉망받는 기술자나 사업가였음을 짐작게 한다. 고인은 한때 사랑받는 아들이자, 존경받는 아버지이자, 행복했던 남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유품정리사는 단순히 유품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버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고인의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그가 남긴 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일은 죽은 자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남길 ‘유품’ 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독사의 흔적은 늘 쓸쓸함만 남길 뿐이다.
'이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은요 관공서 컴퓨터 안에 이름 세 글자 밖에 없죠' 영화 <숨>/김새별 유품정리사
이렇게 폐기 처분해야 할 짐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밖에 내다 놓으면 이웃사람들이 왜 거기에 그걸 두느냐고 나무란다고 한다. 죽음의 소산은 그렇게 모두가 꺼려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 집에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살아야 할 곳이다. 죽음이 있었던 곳에 새로운 삶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같은 장소에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영화 <숨>/김새별 유품정리사
이제 다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지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며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유재철 장례지도사 부부는 함께 기관을 방문하여 이를 작성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류의 답안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충분치 않다. 그래서 영화 <숨>은 ‘죽음의 일상’에 더하여 유재철 장례지도사와 그의 아내의 ‘삶의 일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사찰에 함께 들러 삼배를 하고, 숲을 거닐며 누가 먼저 죽을 것인지? 짓궂은 대화를 나눈다. 장례지도사의 손을 잡고 잘 수 있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그의 아내는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숨>은 이렇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과업을 충실히 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죽음이 죽음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어떤 흔적을 남길지 생각하며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다. 영화 <숨>은 그렇게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영화 <숨> 스틸컷 / 사찰에서 윤재철 장례지도사 부부
※ 참조자료(YouTube)
1. [EBS컬렉션]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주는 티베트의 독특한 장례 문화 '천장'
https://youtu.be/UktSdfk0u_w?si=UFX9EzQ1vYzmTxPB
2. [MBC PD수첩] 죽음을 찾아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
https://youtu.be/FcgD79tYHFA?si=g8jooBXMH3Itxs3z
영화 <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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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가감정이 들긴 하지만 다시 보고픈 아름다운 영화 <신데렐라>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지만 동화 속 이야기를 어떻게 실사화 했을지 궁금해서, 그리고 디즈니는 워낙 좋아하다보니 얼마나 화려할까 라는 기대감에 보기 시작한 영화 <신데렐라>. 그런데 정말 예뻤다. 현대 여성상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을 만큼 영상미가 굉장히 아름다웠던 작품이었다.
영화 <신데렐라> 시놉시스
“착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렴. 꿈꾸던 일이 이루어질 거야.”
어렸을 적 어머니를 여읜 엘라는 아버지가 재혼한 미모의 새엄마와 그녀의 두 딸과 함께 살게 된다. 무역상인 엘라의 아버지마저 타지에서 돌아가시자 새엄마와 의붓언니들은 엘라에게 재투성이라는 뜻의 신데렐라라고 부르며 온갖 구박을 일삼는다.
착한 마음씨와 용기를 가지라는 엄마의 유언을 지켜나가던 엘라는 숲 속에서 왕궁의 견습생이라는 키트(왕자)를 만나 마침내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았다고 느끼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신데렐라>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다
영화 <신데렐라>를 지금에야 봤을까? 후회가 됐던 순간이었다. 영화가 원작을 너무나도 잘 따라서 이렇게 불편해도 되나 싶으면서도 너무 예쁜 영상미에 넋을 놓고 보게 되는 이 모순된 양가감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어서 굉장히 오묘했다.
차라리 이걸 개봉했던 2015년에 봤더라면, 아니 기술이 발전을 해서 초등학생 때 이 영화가 개봉했더라면 이 작품을 볼 때 불편한 감정이 없지 않았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신데렐라 이야기가 먹었던 장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2021년이고 신데렐라의 컨셉은 잘못 다뤘다가가는 욕먹기 쉬상인 장르이기 때문에 이게 너무 예쁜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 안타까웠다.
다른 작품들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 해서 욕을 먹는데 신데렐라는 왜 하필 이런 때 실사화를 해서 원작을 충실히 따라도 답답한 감정을 들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잘 만들었다. 이 양가감정 속에서도 신데렐라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영화 자체는 정말 잘 만든 것이 틀림없다.
화려함으로 모든 것을 무마시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 <신데렐라>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구현을 너무나도 잘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작정이라도 한 듯이 2015년에 개봉을 하면서 원작을 충실히 따랐기에 현대 여성상과 너무나도 불합치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 그 지점들이 최대한 부각이 되지 않도록 화려함으로 관객들을 홀려놓았다.
사람이라면 저 신데렐라 드레스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다. 입혀주고 싶다 이 감정이 들게끔 표현을 해서 디즈니가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에 방점을 찍다
답답한 부분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 신데렐라의 감성이 있었다. 바로 내면을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계모와 새언니, 신데렐라의 이항대립 구조 중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 외면과 내면 중 어디에 공을 들이느냐다. 아버지가 일을 하러 떠날 때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계모와 새언니들은 자신의 외모를 치장할 소품들을 사와달라 부탁하지만 신데렐라는 첫 여행지에서 스치는 나뭇가지를 가져와달라 부탁한다. 그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며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자신을 생각해달라 말한다.
이러한 신데렐라의 내면 가꾸기에 방점을 찍다보니 원작 신데렐라의 한계점이었던 백마 탄 왕자만을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캐릭터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원작에서 도대체 왜 백마 탄 왕자는 많고 많은 여성 중에서 신데렐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개연성이 부재했다면 영화 <신데렐라>에서는 내면 가꾸기에 포기를 하지 않았던 신데렐라의 심성을 보고 왕자가 그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다는 것,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영화 <신데렐라>가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원작을 유지하면서도 현재에 시의성이 있는 주제로 방점을 찍으려 한 디즈니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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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드라마, 선의의 경쟁 리뷰
※줄거리 스포주의
요즘 SNS와 틱톡 등 숏폼으로 자주 보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U+TV에서 나온 ott인 <선의의 경쟁>이다.
특히나 선의의 경쟁의 주연인 혜리(제이 역)와 정수빈(슬기 역)의 키스신이 연일 화제다.
GL의 불모지라고 불릴 수 있는 한국에서 꽤 유명한 배우의 동성 키스신은 SNS를 뜨겁게 불태웠다.
# 자극적인 내용과 코드
이 드라마는 19금 드라마로 학교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자극적인 요소가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이 주선하는 마약 거래부터 시작해서 자살, 성관계, 납치, 감금, 학교폭력, 불법 수술, 살인 및 은폐 등 심지어 성인과 미성년자 간 교제나 장면 묘사는 없었으나 성매매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도 나온다. 학교 배경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보면 꽤나 충격적일 내용이다.
한국은 그간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 등 우리나라의 학업 열풍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을 많이 내왔고, 대다수 흥행하며 하나의 계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와중 이 선의의 경쟁은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불법적인 행동을 성인이 아닌 학생들이 주로 한다는 점, 학업보다는 개인적 성장에 초점을 둔 점이 조금 다르지만 그럼에도 위에 적힌 드라마들에서 꼭 나오는 '극성 학부모', '경쟁 상대', '마약', '시험지 훔치기', '학원 특별 과외'는 빼놓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전개는 다른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게 흐른다.
# 슬기의 성장 일기
드라마를 한 줄 요약한다면 "슬기의 성장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슬기(정수빈)는 어렸을 때부터 존재감이 없던 학생으로 그 탓에 유치원에서 간 소풍에서 미아가 되고, 보육원에서 자랐다.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왕따를 당했고 어쩌다 시작한 공부로 왕따를 면하게 되어 공부에 집착하게 되는 캐릭터다. 그런 슬기가 고등학교 때 명문고를 가면서 제이(혜리)를 만나며 자신을 찾고, 어떻게 보면 우정과 사랑도 찾게 된다.
드라마의 시작 부분도 그렇다. 모든 화의 시작은 각 캐릭터들의 과거나 비밀을 슬기의 내레이션으로 보여준다. 슬기는 관찰자이자 주인공으로 다른 캐릭터와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점점 동화되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였다가 나중에는 이 드라마의 진짜 빌런인 제이네 아빠와 대격할 정도로 성장한다. 그 성장의 비밀에는 당연히 슬기의 짝인 제이가 있다.
제이는 그 학교의 짱,, 말하자면 인싸이자 실세로 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장이자 돈줄이다. 선생님도 제이 말에는 껌뻑 죽고 학생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비밀리에 학생들에게 마약을 유통하는 어두운 면도 있다. 제이는 처음에는 호기심 혹은 약간의 끌림으로 슬기와 친해진다. 슬기는 항상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던 탓에 그 관심이 낯설기도 고깝기도 하다. 처음 슬기가 제이의 집에서 잔 날 슬기는 제이와 키스하는 꿈까지 꿀 정도로 제이에게 휘둘린다. 다만 그날 제이가 슬기에게 순진한 의도로 접근한 것이 아님을 알고 둘은 친해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사실 드라마 전반이 슬기와 제이가 싸우고 친해지고 싸우고 친해지고의 반복이다.
# 제이와 슬기의 관계 (경이와 예리의 관계)
이 드라마는 사실 경쟁 드라마를 빙자한 성장, 그리고 우정 사랑 드라마다.
넷은 겉으로는 문제없이 화목하고 좋아 보인다. 다만, 경이는 부모님의 관심과 자위 문제를, 예리는 돈 문제와 외모 문제를, 슬기는 애정과 마약 문제를, 제이는 아버지 문제를 겪고 있다. 그 관계들도 그렇다. 슬기가 바라보는 제이는 어딘가 수상하지만 완벽하고 꿍꿍이가 많은 여자애다. 슬기는 제이를 좋아하면서도 경계하고 그러면서도 믿고 싶어 하는 사랑과 우정 어딘가의 감정을 품는다. 제이가 슬기에게 갖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장면은 없지만, 제이가 "나는 소중한 존재가 생기면 그 존재가 죽는 상상을 해. 나는 그래서 너를 만난 후에 네가 죽는 상상도 해."라고 말한 부분에서 제이도 슬기를 소중하게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제이는 끝내 슬기를 위해서 원래 죽으려고 했던 목표도 버린다.사실상 제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문제아다. 거진 사이코패스인 아버지는 제이를 제2의 자신으로 만들고 싶어 애가 탔고, 제이의 목적은 자신이 가장 위로 올라간 그 순간 모든 걸 망치고 추락, 즉 자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이가 극 중에서 계속 다이빙을 하며, 자신은 물속에서 춥고 숨을 쉬지 못하는 공간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고 언급한다. 그런 부담을 없애주고 제이에게 살고 싶다는 감각을 깨워준 것은 슬기다. 슬기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학업만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마약을 끊고 슬기가 마음을 다잡게 해준 것은 제이이다. 경이와 예리에게 세상에 자리를 만들어 준 것도 어른들이 아닌 서로의 존재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기승전결을 따라 계속 숨 가쁨과 자극적임의 가도를 달리는데도 중간중간 나쁘게 말하면 김이 세는 어린아이가 노는 것 같이 해맑은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집중력을 흐리는 그 장면들이, 오히려 제이와 슬기, 그리고 경이와 예리가 진짜 나이대로 돌아가서 성장하는 유일한 장면들처럼 보였다.
# 마무리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이 세련되거나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OTT 드라마의 한계인지 사용하는 배경이 조금 한정되어 있고, 가끔 이게 뭘까 하는 대사들도 종종 들린다.
그리고 어두운 장면과 밝은 장면이 너무 갑작스럽게 교차되어 몰입이 중간중간 끊기는 단점도 있다.
스토리도 모든 부분 매끄럽게 이어지진 않고,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듯한 부분도 보인다.
다만, 나는 워맨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 나온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나 처음에는 여자들의 케미를 보여준다고 홍보해놓고, 나중에 뜬금없는 남자와 엮어 우리의 뒤통수를 세게 친 작품들이 많기에 마무리까지 억지 헤테로 로맨스 없이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으로 끝난 스토리가 너무 만족스럽다.
현재 태국이나 대만에서는 퀴어 드라마가 넷플릭스 TOP 10에 올라갈 정도로 인기다.
우리나라처럼 워맨스, 브로맨스로 어영부영 퀴어 코드를 넣을 듯 말 듯 하는 수준이 아니라 작 중에서 키스신은 물론 결혼식까지 보여준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퀴어 콘텐츠는 아직 글로벌 작품 수준으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느리고 약하다. 다만, 선의의 경쟁처럼 꽤 좋은 퀄리티와 퀴어 코드를 가진 작품이 종종 등장하는 추세이고 우리나라 작품 특유의 좋은 퀄리티와 귀에 꽂히는 대사, K - 막장 코드들이 중국이나 태국에서도 인기가 된다고 하니 이런 작품들이 점차 늘어났으면 하는 바이다.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작품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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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팬들이 뽑아본 판타스틱4 캐스팅
#판타스틱4 #마블캐스팅 #페이즈4
2021. 05. 2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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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판타스틱4 가상 캐스팅
00:36 미스터 판타스틱 (리드 리처즈)
02:51 인비저블 우먼 (수 스톰)
05:07 휴먼 토치 (조니 스톰)
06:09 씽 (벤 그림)
07:12 여러분의 캐스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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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마주한 괴물 같은 아이들, 충격적인 현실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차가운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