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인 Free city의 유저들에게 새로이 강자로 자리매김한 플레이어가 있다. 그의 ID는 블루 셔츠 가이. 그는 과도한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중2병 게임으로 치부되던 프리시티, 그리고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이 아직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들에게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캐릭터로 각인되어, 게임 규칙과는 달리, 선행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그는 게임 유저들 못지않게, 게임회사 직원들도 그의 정체에 대해 추적하는데, 알 길이 없다. 당연하다. 이 남자는 게임 유저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시티의 배경 캐릭터 NPC이다.
게임 제작자들이 만들어준 세상에서 그들이 설정해놓은 행동 패턴으로 매일 쳇바퀴같은 삶을 살아가는데도 참 해맑게 살고 있는 이 남자, Guy. 이 남자의 정해진 루틴과도 같은 삶이 한 여자를 만나고 나서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하나의 게임 세상임을 자각하고, 그가 프로그래밍된 언어와는 달리, 그의 행동에 자유 의지가 생겨나며, 게임 속 플레이어들과 대등하게 게임을 펼치면서 살아간다. 게임 제작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그에게 닥친 위기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1.사람이 아닌데, 사람 같은, 수많은 군종 속의 한 사람,guy.
자신의 행동과 말이 인간이 설정한 기계어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가이는 자신의 행동의 진정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의 삶은 가끔 누군가의 삶의 들러리가 될 때도 있고, 자신의 의지대로 결과가 녹록치 않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 우리는 자기 자신의 쓸모없음에 필요 이상으로 절망하고,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끊임없이 파고들곤 한다. 그런 게임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이 항상 주인공이 될 수 없음에 너무 절망하는 자존감이 현저히 낮은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일개 npc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을 투영하게 되다니, 정말 기묘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가이가 하는 행동에는 자유의지가 있어서는 안된다. 인간이 창조해낸 캐릭터이고, 게임 세상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상관없이 특정 행동만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은 결국 인간 손아귀에 의해 놀아날 뿐이다. 그에게 자유의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 짜임새있게 설계된 세상 속에서 그냥 생각없이 살아가도 행복했을 삶인데, 자유의지가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 현실 간의 간극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에 항상 직면해야 하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로 행해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방황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 우리 의도대로 흘러가지 못해 좌절하는 무수한 청춘들이 눈에 그려졌다. 그렇다. 가이, 영어로 하면, Guy, 또다른 의로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한 이 게임 캐릭터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현실 속의 우리들을 반영하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한 것이다.
2. 절망 속을 살고 있다면, 현재에 집중할 것.
난 여기 앉아서 내 절친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돕고 있어
그게 진짜가 아니면 뭐가 진짜겠어?
하지만 자신의 현실이 가짜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가이는 친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그 때, 친구가 한 말이그에게 경종을 울렸는데, 설사 자신의 현실이 가짜라는 사실이 맞을지언정, 자신이 지금 맞닥뜨린, 현재 상황까지 부정해버리면, 진짜 현실 세계는 그 어디에도 없음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가이가 상황적인 요소이든, 내면적인 요소이든 절망적인 감정에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가이 친구의 대사는 당신이 만들어낸 성과가 허무하게도 의미없는 일이었음이 확실하게 증명되었을지라도 아직 우리에게는 현재의 삶이 남아있음을 잊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그의 대사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수많은 현실 속 Guy들은 너무 과거에 매여있지도 말고,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환상, 두려움에 대해 신경쓰지 말기를, 더불어, 당신에게 닥친 현실 속 퀘스트를 하나하나 뚫어가야 함을 깨닫게 될 수 있었다.
현실 속 우리들은 생각보다 겁이 많다. 나이가 하나하나 들어갈수록 도전하기를 두려워하고, 과거의 패기넘치던 모습에서 점점 남들의 말에 위축되기도 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게 될 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닥치고, 지금 해야하는 일이 뭐지? 나는 지금 누굴 신경써야 하지?"
그러면, 자신이 처한 현실이 가짜처럼 느껴질만큼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당신 옆에 있을 사람들은 계속 존재해 줄 것이고, 당신이 지금 당장 해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나 하나 챙기면서 살기도 버거운 이 세상에서 우리 그냥 오지랖 넓은 소리들 다 개무시하고, 그냥 우리만의 속도로, 내 사람들이라도 철저히 챙겨가면서 그리고 조금만 덜 절망하면서 살아가자. 당신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한 당신은 이미 주인공이니까.
3.총평
여태까지 나름 심각한 영화리뷰하는 것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이 영화는 오락 영화이다. 굉장히 오락 장르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아주 솔직한 영화이다. 그리고 조금 유치한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살짝 스포를 하자면, 이 영화에는 표면적인 로맨스와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는 로맨스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대놓고 오락 영화라고 해서 작품성이 없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게임 속 캐릭터이긴 하지만 인간이라면 한 번 정도는 느껴봤을 법한 혼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가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만한 영화라고 본다. 또한,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 모두의 입장에서 게임 산업의 이면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을 열어줄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오락성과 작품성 모두 평균 이상인 영화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