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11-10 00:36:21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언제나 피어있을 그를 떠나보내며.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리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11월 9일에 개봉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블랙팬서 실사영화 2번째 영화가 드디어 공개 되었다. 우리의 영원한 블랙팬서, 채드윅 보스만은 여기에 없지만 우리의 기억과 이 마음 속에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영화의 모든 분위기와 기존의 이야기를 계승해 갈 와칸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가 우리의 곁을 떠난 것만으로도 슬퍼서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슬픔에 잠긴 이 세상에서 마블은 새로운 블랙 팬서를 만들어내지 않고 그를 추모하는 방식으로 블랙 팬서 2를 구성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완전했던 그가 떠나며 와칸다에도 슬픔이 찾아온다. 그의 빈자리는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지만 와칸다라는 완전체가 하나가 되어 이겨내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보여줬던 마블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마블에게 헌신했던 히어로를 이러한 방식으로 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0여 년 동안 마블 영화를 빛냈던 기존의 마블 히어로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R.I.P 블랙 팬서.

국왕이자 블랙 팬서인 티찰라의 죽음으로 와칸다는 슬픔에 잠기지만 그것도 잠시 와칸다를 노리는 수많은 세력들로 인해 슬픔도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비브라늄과 그 외의 존재에 대한 언급은 위협으로 다가와 와칸다는 영원히 하나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 와칸다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하여 그들이 살아온 이곳이 얼마나 그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인지 느끼게 만든다. 또 소중한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사명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에 비치며 그의 빈자리가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는 이곳에 없지만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는 언제나 피어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블랙팬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와칸다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네이머의 존재를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또 다른 죽음으로 성장을 꾀하는 그런 아쉬움에도 영원한, 그리고 영원할 와칸다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웅장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없는 와칸다, 블랙 팬서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가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와칸다의 전부를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단순하게, 인상 깊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 아이언 하트를 제외하면 만족스러웠다.

마블 영화를 비롯한 히어로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히어로의 숙명이며 인간의 굴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참 마음이 아프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히어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한 번쯤 상상해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좋은 능력을 가졌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주위로 인해 악당이 되어버린 이들을 보면 히어로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반증한다. 쿠키영상은 하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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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낯선 존재들의 연속, 물음의 연속
미확인 | Unidentified
전주영 | Jude CHUN
Korea |2022|80min|DCP|Color|Fiction|12|Korean Premiere
시놉시스
1993년 전 세계 모든 도시 상공에 UFO들이 나타났다. UFO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이 상태로 29년이 지난 세상. 우리 중 어느 사람들은 사실 외계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프로그램 노트
1993년 정체를 알 수 없는 UFO가 전 세계 주요도시 상공에 등장한다. 당시 인류는 패닉에 빠지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전주영 감독의 <미확인>은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분절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얼핏 갈피를 잡기 어려울 뿐더러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나 군무 장면이 불쑥 튀어나와 맥락은 더욱 잡기 쉽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UFO와 외계인이라는 장치를 통해 현대사회와 사람들을 풍자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영화 속 농담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은 결국 돌아와, 보는 이의 뒤통수를 노린다. <미확인>은 단편영화 <시간 에이전트>(2015)에서 보여줬던 SF적 상상력과 <신의 토로>(2018) 등 밴드 자그마치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역동적인 화면 구성처럼 전주영 감독의 장점이 총망라된 영화다.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언더커런트 부문에서 상영됐다. (문석)
낯설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아, 이거였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
영화는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UFO를 믿지 않아서 팻말을 걸고 시위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자에 대한 인터뷰,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료들과 함께 우르르 회사를 나온 뒤 홀로 무선 이어폰을 꼽고 음악에 취해 길거리를 춤추면서 걸어가는 남자(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남자를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던 여자, 그리고 이런 여자의 시선에 부응하듯 여자가 버스에서 내리자 따라 내린 뒤 꼭 끌어안는 남자, 식당 손님에게 갑작스럽게 뺨을 엄청 맞고 경찰에게 하소연하는 고깃집 직원 등.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서 있는 곳의 하늘 위에 항상 괴상하게 생긴, 웅웅-거리는 UFO가 하늘에 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 중간중간에 외계인들이 자꾸 언급된다. 앞서 경찰에게 하소연하던 고깃집 직원은 갑자기 타로점을 보러가서 자신이 외계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두 인물은 각각 인간과 공존해야겠다는 생각과 본래 목적인 인간들을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앞서 UFO를 믿지 않아서 시위하던 이는 <미드소마>와 같이 흰 옷을 입고 UFO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어떤 의식을 치루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영화의 전개가 이어질 때마다 개인적으로 '어 뭐지?', '이건 뭘까?'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그러다 문득 '내가 보고 있는 인물들이 어쩌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인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또 진상손님 때문에 힘들어하는 알바생,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운명 같은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다른 이들처럼 헤어지고 조금은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이는 커플 등의 모습을 보면 '그냥 우리네 일상 아닌가?', '우리와 같은 사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은 이렇게 낯선 것들을 계속 마주하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어떤 깨달음과 결론에 도달하여 이전까지 낯설게 느껴지던 것들을 모두 '그러려니-'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독창적인 매력을 지녔다. 아이러니한 존재에 대한 물음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던지면서 관객들이 각자 자신 나름대로의 결론에 도달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 <미확인>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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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viction of Everyone, 영화 <브이 포 벤데타>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 주던 친구가 있었다. 영화 초반에 나오던 독백을 적어서 편지에 적어주면서. 추천받으면 제때 보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라도 있었던 건지, 한참이 지나고 이제서야 봤다. 이비의 목소리로 Remember, Remember the 5th of November로 시작되는 대사를 들으면서 그 친구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라고 했을까 궁금해졌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그 친구를 마음 한 켠에 두고 시작되었다.
유쾌한 사이다 영화다. 이상적인 전개지만 배경은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미래의 국가이지만 익숙하다. 역사는 패션보다는 좀 더 큰 주기로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세계대전과 테러, 질병을 겪으면서 등장한 전체주의 국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질병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2차 세계대전은 강렬하며, 생체실험은 저 멀리 일제강점기까지 떠오르게 한다. 히틀러를 떠올리게 만든 것 같은 미래엔 서틀러가 있고 언론을 포함해 수많은 통제가 있다. 늦은 밤엔 통금이 있고, 하나가 되기 위해 다양성은 배척된다. 서틀러와 크리디는 일부러 질병을 퍼뜨려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넣었다. 생화학무기를 만들겠다던 생체실험은 본래 목적 대신 유일무이한 질병을 만들고 치료제를 갖고 있다가 적시에 풀고 이익을 얻는데 쓰였다. 얼마나 짜릿했을까. 온 나라를 내 손에 넣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기분이란. 또 얼마나 불안했을까. 조금씩 틈이 생기는 게 보일 때마다. 그래서 자꾸 통제하게 되었겠지.
사람들은 서틀러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불만은 있지만 그들에게 서틀러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차악이다. 다시 고통받고 두려워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도 그냥 듣고 있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면서 그런대로 산다. 때 되면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TV도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허전하다면 그건 사람들의 어딘가 결핍된 표정 때문일 것이다. 미술과 음악 등 예술은 물론 음식까지 제한했다니 서틀러는 정말 고약하기 짝이 없다. 예술은 자유롭게 자신을 비판하는 게 싫어서 그랬던 모양이고, 본인 입에만 넣으라고 있는 버터가 아닌데.
그때 나타난 게 브이다. 이비를 포함해 사람들이 가면을 쓴 그를 마음에 담게 된 건 그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대놓고 이 나라는 뭔가가 제대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권력자들이 가장 큰 잘못을 했지만, 사실은 거울 속에 비치는 당신들이 가만히 있었던 걸 되돌아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이 놀라워서 귀 기울인 건 아닐까. 당장 나와 함께 하자고 하지 않고 1년 후에 함께 하자는 그 말에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치부하지 않는다.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 궤변론자나 과대 망상가라고 평가받지 않게 되는 건 정말 세상이 문제가 있고, 사람들도 알고 있지만 어찌할 바를 알 수 없을 때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억압적으로 느껴질수록 브이에게 설득력이 생긴다. 누군가에겐 그럴듯하고, 누군가에겐 헛소리가 되어버릴 땐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이상하지, 하나가 되자고 할수록 하나같이 절망감을 느끼게 만드는 게.
브이의 '11.5 선언'은 묘하게 교훈적이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입바른 소리를 하면 밉상일 때도 있는데 이상하게 수긍이 가는 건 그는 사람들과 다르게 도전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그 방송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소를 시원하게 폭파하면서 1812 서곡을 들려주었고, 언론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정규 방송을 차단하고 비상 방송을 장악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였다. 방송국에서는 황급히 그를 검거한 것처럼 내보냈지만 이미 사람들은 믿지 않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을 흔들고 내년 11월 5일을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1년 후 11월 5일이 다 되어선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렸다. 모든 집에 자신과 똑같은 가면과 망토를 선물하면서 사람들은 거리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 그 가면을 쓰고 망토를 걸치고 한마음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정이 지났을 때, 400여 년 전 가이 포크스의 생각처럼 시원하게 국회의사당을 날려버렸다.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해 준 건물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잃었을 때 쓸모를 다 한다. 국가나 정부에도 이는 똑같이 적용된다.
이쯤 되면 다가오는 느낌을 알다마다. 뭔가 술술 풀리는 게 좋으면서도 불편하다. 음악과 함께 펑펑 터지는 건물에 하늘 위를 수놓는 폭죽은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그 광경이 잠잠해지면 이비가 처음 브이를 만났을 때 경계했던 생각이 그대로 소환된다. 이상은 어디에나,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었지만 왜 우리의 현실은 늘 그러지 못했을까? 한바탕씩 뒤집어지면 이제는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다가도 다시 보면 제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다시 사람들은 무기력해질 것이고 누군가는 권력이나 이익을 위해 기상천외한 일을 벌일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신념(이데아, Idea)에 답이 있다고 하는 건 안도해야 할 부분인지 모르겠다. 개인의 마음속 신념은 절대적일지 몰라도, 사람들 사이에 신념은 너무나 다른 의미다. 각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거나 빼앗기까지 하며, 그럼에도 그 신념은 끈질기게 살아있다. 인간이 때론 신념의 숙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내가 잘 사는 것과 우리가 잘 사는 방향은 다를 때가 많다. 국가나 정부가 있는 한 그 부분이 충돌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나 정부 없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혼란과 변화 속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 할 테니까. 둘 다 우리를 공포와 무기력에 잠식하게 만들기는 충분하다.
또 다른 불안감의 원인은 브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후에 브이처럼 이렇게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해 줄 존재가 있을까? 브이는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불렀지만 영화 속의 그는 적잖이 멋진 영웅이었다. 위트가 넘친다. 문학은 셰익스피어, 영화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좋아하며, 총보다 칼을 선호하고, 재즈를 즐겨 듣고, 자신만의 갤러리를 갖췄다. 심지어 앞치마를 곱게 두르곤 아침엔 몰래 구한 버터에 계란 넣은 토스트도 만들어주지 않나. 이비에겐 첫 만남부터 핑거맨에게 붙잡혀 있는 걸 구해줬을뿐더러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만큼의 온갖 V를 가져와 언어유희를 펼쳤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전신이 불타 있는 걸 알고도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왜일까? 흔들리지 않는 신념 혹은 그 신념을 내뱉는 깊은 목소리의 덕일까? 부정하지 말자. 브이는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만큼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팬텀이 크리스틴에게 한 것처럼 이비에게 소유욕을 보이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물론 브이 역시 팬텀 못지않게 몹쓸 구석도 많다. 애초에 이비를 이 모든 사단에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처음 만났는데 재판소를 터뜨리는 그 자리에 데려가서 공범으로 만들지 않았나. 이비가 일하고 있는 BTN 방송국에서 때마침 '11.5 선언'을 하면서 건물을 장악했고, 이비가 그를 구해주자 예상에 없던 전개인지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집에 데려와 안전하게 내년 11월 5일까지 나갈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 이비의 신분증을 제 것처럼 훔쳐서 자신의 복수에 이용했고 두려움을 없애주겠다는 이유로 그녀를 고문하고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기에 고문을 해줬어. 머리를 밀고, 물에 집어넣었지. 왜 그렇게 오래 고문했냐고? 네가 굴복하지 않았잖아. 용서를 바라진 않지만 넌 덕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되었다면서. 가만 보면 상당히 뻔뻔하다.
영화에서 조금 아쉬운 건 고문 장면 이후에 이비가 브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둘 사이에 애틋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 좀 더 시간을 할애하며 전달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제삼자가 보기엔 방금 전까지 자신을 고문했던 브이를 이비가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에라도 걸린 것처럼 사랑에 빠진 느낌이었다. 물론 무슨 의미인지는 안다. 초반부터 이비는 모두가 11월 5일을 기억하지만, 자신은 한 남자, 브이를 기억하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한다. 그날이 다가올수록 사랑도 깊어졌다. 심지어 두려운 게 없다던 브이는 막판에 이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들은 통했다. 죽음은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이 확고한, 단단한 존재가 되었다. 11월 5일 전날 밤 그들은 마지막으로 Cry me a river을 듣고 춤을 추었다. 사랑을 느낄 수 없으리라고 했던 브이에게 이비는 그렇게 불가능할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그렇다고 브이가 이비를 고문했다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둘이 애초에 결사단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넘치던 증오가 갑자기 진정된다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사랑을 전하려 했던 발레리의 편지가 아니었으면 이비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장담할 수도 없다. 둘이 애틋해지는 걸 보고 함께 100퍼센트 애틋해지진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브이가 이비를 무척 아꼈기 때문에 고문까지 했겠다 싶다. 브이는 왜 그녀에게 빠져들었을까. 그가 우연을 믿지 않아서는 아닐까. 브이로 현란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이 이비(Evey)라는 이름에 v가 들어가서? 혹은 E-V라고 생각하니 너무 인연처럼 느껴져서? 마침 재판소를 터뜨리러 가는 저녁에 Eve라는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혹은 그녀에게 고마워서는 아닐까? 마침 방송국에서 위기의 순간 이비가 자신을 구해줘서?
혹은 얄팍하게도 그의 곁을 먼저 떠나서는 아닐까. 브이가 복수를 위해 그녀를 미끼로 썼을 때,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도망쳐 일하던 방송국의 PD 고든에게 찾아갔다. 고든은 묘하게 브이와 닮았다. 재즈를 틀은 채로 계란 넣은 토스트를 해주고, 집에 자신만의 위험한 갤러리가 있다. 그가 자신이 브이라고 장난칠 때, 왠지 그게 장난이 아닌 것도 같았다. 좀 더 평범하고 힘이 세지 않다고 해서 그가 브이와 다른 것은 아니다. 고든은 간판 프로그램의 PD고 무슨 바람인지 갑자기 말도 안 되게 풍자적인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브이에게 고든과 그의 결정적 차이점은 이비가 고든의 집에서는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단 점은 아닌가? 고든이 프로그램 내용으로 붙잡혀 가고 나서 도망치던 이비를 붙잡아 고문을 시작한 걸 보면, 지극히 공적인 이유만으로 고문을 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궁금했겠지. 그에게서 도망치고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지 않을지 확인하고 싶었을 갓이다.
Ideas are bulletproof.(My turn!)
고문 후에 이비가 브이를 떠난 걸 보면 브이가 준 교훈과 별개로 이비가 다행히(?) 완전히 그를 용서한 건 아닌 듯싶다. 이비와 브이는 복수라는 지점에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복수를 하는데 피를 흘려야 하는가. 이비는 자신의 온 가족을 이 나라에 빼앗기고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영화를 보고도 복수에 눈이 멀어 외면당한 메르세데스가 안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만약 브이가 복수할 대상이 마침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그때도 우리는 지금처럼 브이를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가 복수할 대상들이 이제는 힘을 잃은 약자가 되었다면 애초에 그는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도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죽였을 것이다. 그들의 힘을 빼앗고 모든 것을 정상화하는 방법이 브이에겐 죽음뿐이었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건, 이비가 그저 브이를 기억하는 어느 특별한 누군가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만약 그 고문이 이비가 자신을 대신할 또 다른 브이가 될 수 있는 걸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해도 설득력은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이비에게 집과 심지어 10년을 넘게 노선을 깔고 만들어놓은 지하철 폭탄을 넘기는 걸 보면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브이는 복수가 삶의 목표였지만, 이비는 복수가 목표인 사람이 아니다. 그녀에겐 이름처럼 삶이 있고, 그 삶은 국회의사당이 폭파된 이후에도 이어진다. 원작에선 실제로 이비가, 이후에는 도미닉이 브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살아났어도 좋았을 것이다.
20년을 걸었던 도미노
영화는 브이의 원맨쇼이자 이비와 브이의 콤비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팀워크였다. 그래서 더더욱 반드시 브이라는 '한 남자'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브이였고, 브이이며, 브이가 될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이제서야 그 영화를 보게 된 게 현실과 무관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우리의 과거는 지구 상 어딘가에서 되풀이된다. 그 과거는 누군가의 현재이자 미래다. 조금 가깝고 먼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억압에 맞서 저항하려 하지만 영화처럼 속 시원한 모습은 보기 힘들다. 브이는 피의 복수에 성공했지만 현실엔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흐른다. 마음이 아파서 영화를 통해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역시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초인적인 힘을 가졌던 영화 속 브이를 찾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건 브이가 아닌, 이비, 발레리, 핀치 경감, 고든 PD, 그리고 안경잡이 소녀다. 이비가 브이가 방송국에서 도망칠 수 있도록 돕지 않았다면, 발레리가 고문당하면서도 모두를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당에 27년이나 충성해 온 핀치 경감이 이 나라가 권력을 위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다는 걸 알고 이비가 레버를 당길 때 말리지 않았다면, 고든 PD가 사람들에게 코미디를 가장해 서틀러를 풍자하지 않았다면, 안경잡이 소녀가 브이의 상징을 스프레이로 그리지 않았다면, 술집과 식당, 집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망토를 걸치고 한 곳에 모여있지 않았다면,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1812 서곡이 그렇게 통쾌하게 들릴 리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끝까지 브이와 이비를 뒤쫓다가 걸음을 멈췄던, 모든 걸 알고 밤잠을 설쳤던 핀치 경감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그의 촉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고, 언제 총을 내려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V가 들어가는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남는 건 모두(everyone), 그리고 신념 혹은 유죄(conviction)이란 단어다. 신념이자 유죄라는 뜻을 가진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반드시 처벌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더라도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유죄다. 신념 없이 살아서 유죄가 되기도 하고, 신념이 있더라도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특정한 정치체제나 사상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목격한 건 통제와 억압 사이에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었다. 어떤 해결 방법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영화도 무조건적인 답을 주진 않는다. 브이 역시 완전하지 않았고, 앞으로 어느 누구도 완전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가 남긴 말들 중 스스로에 마음에 남았던 말을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뭔가가 제대로 잘못되었을 때, 그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으면 된다. Voil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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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을 바꿔도 결혼은 결혼
박강아름 결혼하다 (Areum Married, 2019)
제작 : 한국, 셀프 다큐멘터리
감독 : 박강아름 │ 출연 : 박강아름, 정성만, 정보리강, 슈슈
등급 : 전체관람가 │ 러닝타임 : 86분여자를 따라 유학길에 오른 남자
우리가 흔히 아는 유학 커플의 사연이란. 남자가 박사과정을 취득하러 해외 유학길에 오를 때, 교제 중이던 여자 친구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함께 가자고 하는 그런 사연일 것이다. 남자는 공부를 하고, 여자는 공부하는 남자를 위해 일명 내조라 불리는 가사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아름'과 '성만'은 이 젠더 역할을 완전히 뒤집었다. 프랑스에 가서 영화 공부를 하고 싶었던 아름은 성만에게 제안했다. "나는 프랑스에 가서 영화 공부하고, 당신은 요리 공부했으면 좋겠다"라고. 36살까지 서울을 떠나본 적 없던 서울 토박이 성만은 그렇게 애인 아름을 따라 프랑스로 갔다.
여기서부터 벌써 슬슬 웃겨서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성만이 주부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프랑스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성만에게 주어진 젠더 역할이 기존의 '아내'역할이었기에, 집에서 외부와의 소통 없이 살림과 요리를 담당하던 그는 점점 시들어간다. 반면 아름은? 그녀는 프랑스어에 능통했기에, 마치 기존 젠더 역할의 '남편'처럼 경제와 행정을 담당했으며, 학교를 다니는 터라 외부인과의 소통도 잦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름이 바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성만에게 재잘재잘 얘기하고 싶어 하면, 주부인 성만은 이미 가사노동에 지쳐 받아줄 여력이 없는 식이다. 아, 이렇게 남자 여자 역할이 바뀔 수도 있는 거구나.
보리가 태어나고, 결혼은 더욱이 현실이 되다
아름은 프랑스 유학 도중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다. 그녀의 몸을 빌어 나온 아기 '보리'를 돌보는 것은 당연히 이 가정에서는 성만의 몫이다. 아름은 출산 후 다시 학구열에 불타기 시작하고, 성만이 차려주는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간다. 젠더 역할이 바뀐 결혼생활이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여전히 살림을 하는 쪽은 우울증을 겪고, 경제를 담당하는 아름의 목소리는 어쩐지 커진다. 이번 달 식비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며 타박하던 남편의 역할을 아름이 하고 있고, 가사노동 파업을 선언하고 가출하는 쪽은 성만이다. 그러니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박강아름 감독은 자신의 결혼생활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셈이었다.
영화 속의 코너, 외길식당
영화 속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외길식당'은, 원래 이 다큐멘터리의 본 소재였다고 한다. 자신을 따라 프랑스에 왔다가 주부우울증에 걸린 성만을 위해, 아름이 기획한 일이었다. 요리 일을 해왔던 성만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가난한 유학생인 아름-성만 부부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길식당 자체보다는 성만과 아름의 결혼에 대한 성찰이 많아지면서, 영화의 주제는 곧 '결혼'이 되었다. 때문에 외길식당은 영화 속의 작은 코너가 되어버렸지만, 외길식당의 지분은 꽤나 존재감 있고 또 의미 있었다. 특히나 2차로 진행된 '외길식당'에서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커플들이 손님으로 오면서, 영화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2차 외길식당을 진행할 당시, 아름과 성만 부부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보리)와 서로 간의 막중한 노동으로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감독인 아름의 머릿속에는 "결혼이란 건 뭘까?"라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다른 이들을 통해 그 답을 얻고 싶었던 박강아름 감독은, 외길식당의 손님으로 현지 커플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비록 감독은 외길식당을 통해 명쾌하게 그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지만, 관객인 나는 여러 모습의 국제커플들을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프랑스에 존재하는 제도인 '팍스'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예식을 올린 뒤 서로의 가족과 끈끈하게 얽혀야 하는 것이 결혼제도라면, '팍스'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지만 배우자 권리는 인정받을 수 있는 대안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비바람이 부는 덩케르크 해변 같은 것
비혼 아니면 결혼. 이렇게 두 가지 밖에는 답안이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온 한국인이었기에, 나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택했다. 어쩌면 박강아름 감독도 성만을 사랑했고, 비혼주의는 아니었기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일반적 사고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그녀도 결혼이 주는 다소 힘든 책임의 무게를 결혼 전에는 가늠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침 흘리는 아가를 돌보고, 공과금을 내고,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일상의 무게에 대해. 결혼에 대한 이런 일반적인 회의는 기혼자라면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오는 지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가 뻔하지 않고 색다른 의미를 갖는 건, 내가 남편 역할을 하든 아내 역할을 하든 결혼은 결혼이고 생활은 생활이라는 감독의 자전적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젠더에 상관없이 결혼생활이 비슷한 결을 띤다는 것은, 나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으니까.이 영화의 엔딩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덩케르크 해변으로 나가는 아름과 성만, 그리고 큰 유모차에 실린 보리, 그리고 강아지 슈슈 모습이다. 박강아름 감독은 나중에 이 영상을 보고 울었다고 했다. 온몸이 비에 젖고, 아이와 강아지를 끌고 바람에 맞서는 것이 결혼생활처럼 느껴져서라고 했다. 기혼자인 나의 마음에도 그 장면은 감독의 의도대로, 지난한 '결혼생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음악도 없이 롱 테이크로 이어지는 그 장면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었다. 원래 결혼이란 그런 거니까, 로맨틱한 음악이 깔리면 그건 연애지. 음악 없고, 날씨도 좀 궂고, 양손 가득 챙겨야 할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그런 게 뭐 결혼생활 아니겠나, 하는 마음에 홀딱 빠져서 봤다. 그러나 그 모습이 억울하기보단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나 좀 해탈한 건가.
결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화나는 이 영화가 결혼을 장려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두 부부의 모습은 때때로 귀엽고 유쾌하지만, 너무나 날 것이어서 갈등과 회의도 적나라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혼을 부정하는 영화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화라고 해야겠다. 비혼주의가 유행하는 시대에 기혼의 삶을 택한 여성 감독의 이 '젠더 체인지'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혹은 결혼에 대해 알고 싶은, 혹은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 모두에게 성찰의 여지를 주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 하루하루 지지고 볶는 기혼자의 삶을 사는 나는 어찌나 울고 웃으며 보았는지. 마, 이게 결혼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우두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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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날도 아닌 날
요즘 혼자만의 챌린지를 가끔 한다. 정말 소박해서 챌린지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백발백중 실패했다. 그건 바로...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 하지 않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어렵다. 의식하지 않아도 숨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보다도 더 가끔 다짐한다. 그날이 그날 같아도 오늘은 오늘 하루뿐이지. 그러니 기분 좋게 재미있게,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보내야지. 나는 내 일을 사랑하는 어른이니까! 그리고 어른의 다짐은 깃털보다 가볍게 후 흩날리고 만다.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몇 시간, 아니 불과 몇 분 사이 사라지는 다짐이다.
이 지극한 현실이 당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면, 올여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을 권하고 싶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포스터에서부터 여름이 줄줄 흘러내려, 현실에서 백만 광년쯤 떨어진 어딘가에서 유쾌한 사랑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겠거니 싶다. 심지어 타임 루프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들어갔다니 더더욱.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는 동안 떠오른 것은, 매일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내뱉는 내 모습이었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공식을 따른다. 어떤 사건에 말려들어 서로를 싫어하던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속사포 같은 대사로 이어가는 재미. 이 영화의 두 사람은 세라와 나일스다. 동생의 결혼식장에서 누구보다 뚱한 표정으로 술만 들이켜고 있는 세라, 그리고 결혼식장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난입한 나일스. 모두가 격식을 갖추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유일한 두 사람.
알고 보니 나일스는 타임루프, 즉 무한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같은 날이 반복된다. 어제가 오늘, 내일이 오늘, 매일 같은 매일. 그런데 세라도 그 하루에 같이 휘말리면서 두 사람은 매일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나일스에게 화도 내고, 벗어날 방법도 열심히 찾아보지만 세라 또한 나일스가 이미 겪었던 절망을 고스란히 겪으며 그 하루에 갇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침이 오면 다시 사람들은 결혼식 준비로 분주하고, 두 사람만이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시간이 사랑의 시간과 매우 닮아 있다. 모두 쳇바퀴 같은 하루를 살 때 두 사람만이 하루하루를 함께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게 연애 아닌가?
두 사람이 사랑의 시간과 닮은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아무 날도 아닌 날 반짝이 옷을 입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Happy unbirthday!"를 축하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생각도 난다. 조금씩 연습해 완벽하게 합을 맞춘 안무를 펼치는 모습, 꿈같은 현실에서 함께 본 비현실적인 풍경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날들을 조금씩 바꾸어간다.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하루의 굴레를 마주 대한다. 똑같은 날들을 조금씩 바꾸어가는 힘. 함께 있는 데서 오는 힘. 마침내 옮기는 씩씩한 발걸음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쳇바퀴 같이 하루를 사는 것. 그건 타임 루프라는 설정이 없는 내 삶에도 낯설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길에 오르고, 같은 시간에 같은 커피를 마시고, 다짐을 깨뜨리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흘러나오고, 그날이 그날 같이 고만고만한 것. 일상을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랬다.
여행 가는 날만 내 삶이 아닌데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호젓하게 생의 감각을 누리곤 한다. 여행도 갈 수 없는 지금, 극장에 앉아 있는 한 시간 반 만에 긴 여행의 귀가 길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여기가 내 삶이니까. 컨베이어 벨트처럼 착착 굴러가기만 하는 삶에서 나는 피자 튜브 위에 동실동실 떠있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 날도 아닌 날을 기꺼이 맞아들이며 누군가와 눈 맞추고 웃어 보일 것인지.
두 주인공이 맥주를 얼마나 마셔대는지 보고 나면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진다. 타임루프보다 누군가와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것이 더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아무 날도 아닌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 결국 함께 걷는 누군가의 씩씩한 발걸음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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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3월의 첫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3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영화 <더 배트맨>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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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더 배트맨> (NEW)
개봉 첫 날부터 실시간 예매율이 74%애 달했던 <더 배트맨>이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더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만에 돌아온 '배트맨'의 솔로 무비이기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주말동안 (3월 4일~6일) 관객 수 23만 271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00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 주에 많은 영화가 개봉을 하긴 하지만, <더 배트맨>이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 줄거리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 <언차티드> (▼1)
박스오피스 2위는 바로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입니다.
주말동안 (3월 4일~6일) 관객 수 3만 627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87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월 4주차에 <더 배트맨>으로 인해 <언차티드>의 순위가 변동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예상대로 <언차티드> 2위로 떨어지게 되었네요.
개봉 4주차에 들어선 <언차티드>가 순위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순위에 변동이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3. <극장판 주술회전0> (▼1)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극장판 주술회전)>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3월 4일~6일) 관객 수 3만 59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67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같은 주에 개봉한 <언차티드>와 비교했을 때 주말 관객수는 약 300명가량 차이가 나는 것에 비해
누적 관객 수는 약 30만명 가량 차이로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극장판 주술회전0>이 <언차티드>를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 씨네픽의 이번 주 90회 예측 이벤트는 3월 최고 기대작 <더 배트맨>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더 배트맨>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더 배트맨>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과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제 90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더 배트맨>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이 결과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더 배트맨>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26~30대 남성(249,191명)과 26~30대 여성이었습니다.
또한 <더 배트맨>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약 3%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더 배트맨>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우승 상금을 수상한 분에게 모두 축하와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9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안테벨룸> (▼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이전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한 <안테벨룸>입니다.
주말동안 (3월 4일~6일) 관객 수 1만 3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겟아웃>과 <어스> 제작진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박스오피스 순위가 낮은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새로운 개봉작이 대거 개봉하면서 순위 변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5.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장철수 감독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입니다.
주말동안 (3월 4일~6일) 관객 수 6천 83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관객 수 약 2만 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주에는 현저히 적은 관객수를 기록했는데요.
<안테벨룸>과 마찬가지로 개봉 영화로 인해 5위권 밖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 1위와 마찬가지로 <더 배트맨>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4일~6일) 북미기준 주말 매출액 $128,500,000 (한화 약 1,564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 또한 동일합니다.
<배트맨>이 개봉하면서 모든 영화의 순위가 한 단계씩 떨어졌는데요.
이 외에 박스오피스의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번주에는 모든 영화들이 현재 순위를 유지할지 아니면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4일 ~ 2022년 3월 6일)
1. <더 배트맨> 1억 2850만 달러 (누적 1억 2850만 달러)
2. <언차티드> 1100만 달러 (누적 1억 27만 달러)
3. <도그> 603만 달러 (누적 4000만 달러)
4.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440만 달러 (누적 7억 8648만 달러)
5. <나일 강의 죽음> 272만 달러 (누적 3709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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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3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3월 둘째 주도 매일 행복하고 안전한 하루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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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영화 기대작 모음 - 전기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신나는 금요일의 기운을 받아 오늘은 개봉 예정인 전기 영화 모음을 가져왔어요 :)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부터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의 <마에스트로>까지.
제작 중에 있는 핫~한 전기영화 여덟 편과 그 주인공들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펜하이머(2023)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등
ⓒ 네이버 영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자신이 개발한 무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미국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며,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단독 배급을 맡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오펜하이머' 역은 킬리언 머피가, 그의 아내 '캐서린' 역은 에밀리 블런트가 맡았으며, 이외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데인 드한, 조쉬 하트넷, 마이클 케인 등이 출연해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게리 올드만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 Magnum Photos, Esquire
IMAX 흑백 아날로그로 찍은 최초의 영화이며,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흑백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컬러 장면들은 오펜하이머의 관점을 뜻한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제작 시 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 역시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 재현을 CG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공개하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 개봉은 미국과 마찬가지인 올해 7월 21일로 확정되었으며, 앞서 공개된 포스터 이미지와 예고편을 통해 영화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제목미정)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루니 마라
ⓒ Park Circus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 등을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가 감독을 맡고 <캐롤>, <그녀>, <나이트메어 앨리>의 루니 마라가 주인공을 맡은 오드리 헵번 전기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각본의 경우 <커런트 워>, <더 기버: 기억 전달자>의 마이클 미트닉이 맡는다고 하네요. 오드리 헵번은 영국에서 활동했던 벨기에 출신의 배우로, '세기의 연인', '세기의 미녀'라고 불리울 정도로 전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까지도 그 미모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60년대의 대중문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배우이기도 하죠.
오드리 헵번, 루니 마라 ⓒ Vogue
오드리 헵번이 오랫동안 칭송받는 이유는 그녀의 작품활동과 세련된 스타일링, 전 세기에 걸쳐 감탄을 자아내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예게 은퇴 후 몸담았던 자선사업 활동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에 활발히 참가했고, 제3세계 오지 마을에 가서 직접 아이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자선 활동 중 아름답게 미소짓는 오드리 헵번의 진정성 있는 따뜻한 모습은 그녀의 젊을적 모습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루니 마라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헵번 페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루니 마라의 캐스팅은 기쁘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판 오드리 헵번'이라고 불리우며 오드리 헵번과 꼭 닮은 외모로 유명한 릴리 콜린스가 배역을 맡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았는데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루니 마라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보여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짐 존스(제목 미정)
감독 | 미정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Bio.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의 지도자이자 미국 역사 최대의 집단 자살 사건의 주동자 '짐 존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난 짐 존스는 대학생 시절 사회주의와 기독교에 심취해 있었는데, 처음 목회 활동에 나섰을 당시에는 인종 통합, 사회정의, 평등, 빈민구제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따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 비뚤어진 사상에 빠지기 시작한 존스는 신도들을 데리고 1974년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로 떠나 '존스 타운'이라는 마을 꾸리고 정착, 신도들의 왕과 다름없는 존재로 군림하게 되었고, 1976년 11월 18일, 짐 존스는 미성년자 276명을 포함한 무려 900명이 넘는 신도들을 데리고 수 없이 연습했던 집단자살을 행하였으며, 이 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제작될 영화는 해당 사건과 짐 존스의 생애를 다룬 '제프 구인'의 책 '더 로드 존스타운'을 바탕으로 할 예정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짐 존스' 역할에 캐스팅을 확정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베놈'의 각본을 쓴 '스콧 로젠버그'가 기획과 각본을 맡아 작업 중에 있으며, 촬영 및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짐 존스, 조셉 고든 레빗 ⓒ Vanity Fair, People.com, Popsugar
한편, 동일한 소재를 바탕으로 또 한 편의 영화가 제작 중에 있는데요, 바로 영화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한국말로 '백야'라고 불리는 현상인 '화이트 나이트 White Night'는 짐 존스가 신도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살을 연습시켰던 행위를 칭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인 '데보라 레이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했으며, 아역배우 출신으로 <500일의 썸머>, <인셉션> 등을 통해 스타가 된 조셉 고든 래빗이 '짐 존스'를, <렛 미 인>, <마담 싸이코> 등으로 유명한 클로이 모레츠가 신도 '레이튼' 역살을 맡았으며, 연출 및 감독은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감독 안네 세비스퀴가 맡았다고 합니다.
고잉 일렉트릭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티모시 샬라메
ⓒ CN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화가이며 아름다운 가사로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밥 딜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됩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사 최정상에 위치한 아티스트로, 포크를 현대 예술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인데요, 가사를 통해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가수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을 대표하는 호칭으로는 '시대의 목소리', '포크의 왕', '포크의 신', '음유시인' 등이 있으며, 대표곡으로는 'Blowin' in the wind', 'Like a rolling stone', '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이 있습니다.
밥 딜런, 티모시 샬라메 ⓒ star tribune, GQ
이런 밥 딜런의 역할을 맡을 배우는 대체 누구일까요? 바로 최근 몇 년 새 할리우스의 대스타로 떠오른 티모시 샬라메에게 그 역할이 떨어졌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고잉 일렉트릭 Going Electric>이며, 영화 <로건>, <포드VS페라리>로 극찬을 받았던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2020년 초 티모시 샬라메의 캐스팅이 밝혀졌을 때에 많은 팬들이 기뻐했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작년 말, 티모시가 인터뷰를 통해 <고잉 일렉트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해당 작품이 자신에게 큰 선물이라고 밝혀 업계 측은 영화의 크랭크인을 올해 초 정도로 예상한 상태라고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전작 <본즈 앤 올>에서의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는 오르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전설적인 가수 밥 딜런으로서의 티모시 샬라메는 어떤 모습일지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제목 미정)
감독 | 폴 킹
출연 | 톰 홀랜드
ⓒ Vladatk.gov.ba
미국의 배우이자 댄서로 유명한 프레드 아스테어의 전기영화가 제작됩니다. 1950년대의 댄디한 미국 패션 아이콘으로 여겨지도 하는 아스테어는 역대 최고의 춤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함께 콤비를 이루었던 진저 로저스와의 작업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크나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아스테는 76년 동안이나 활동했으며, 그만큼 굉장히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그의 누나 '아델' 또한 뮤지컬 계에서 유명인사였습니다. 원래는 아델이 굉장한 인기를 누렸고, 아스테어는 그녀를 상대하는 보조역 정도였는데, 아델이 영국 귀족과 결혼하는 동시에 은퇴하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당당하게 최정상 배우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 톰 홀랜드 ⓒ Posterazzi, USA Today
그러나 1987년 세상을 떠난 아스테어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전기 영화 제작 소식이 고인의 바람을 무시한 처사라는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테어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제작 중인데요, 우선 조금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쪽은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팬층이 두터운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패딩턴' 시리즈의 제작자 폴 킹이 연출을 맡고 소니가 제작에 참여하며, 프레드 아스테어와 누나 아델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인 리 홀이 현재 각색 중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작품은 <프레드 앤 진저>로 알려진 뮤지컬의 영화화 버전으로,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 조나단 엔트위슬이 감독, 제이미 벨과 마가렛 퀄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톰 홀랜드 버전과 달리 프레드 아스테어와 그의 할리우드 콤비 진저 로저스의 관계가 주요 내용인 작품이기 때문에 시기상 좀 더 나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라는 동일한 인물을 공교롭게도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제이미 벨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던 톰 홀랜드가 각각 맡게 되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비 마이 베이비
감독 | 미정
출연 | 젠데이아 콜먼
ⓒ Okayplayer
196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3인조 걸그룹 '로네츠'의 리드 보컬 '로니 스펙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Be My Baby', 'Baby, I Love You', 'Best Part of Breaking Up' 등의 곡들을 히트시켰고, 그중에서도 'Be My Baby'가 대성공을 거두며 그룹을 당시 가요계의 최정상에 올려 놓았습니다. 해당 곡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를 비롯해 <더티 댄싱>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줄곧 쓰이며 사랑받기도 했는데요, 최근 가장 핫한 영화배우로 통하는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 역을 맡아 연기할 예정입니다.
로니 스펙터, 젠데이아 콜먼 ⓒ Posterazzi, USA Today
A24와 New Regency가 제작에 참여하며, 스펙터 본인이 빈스 월드론과 함께 썼던 자서전 <Be My Baby>를 바탕으로 스펙터의 커리어 초반기, 특히 그룹 로네츠의 탄생과 이후 로네츠가 필 스펙터의 음반사와 계약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이후 로니 스펙터가 필 스펙터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 음악 권리권을 찾기 위한 싸움 또한 다뤄진다고 합니다. 로니 스펙터는 한때 그녀의 매니저였으며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된 조나단 그린필드와 함께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고 전해졌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작년 초 암 투병 끝에 78세의 나이로 별세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듄', HBO 드라마 '유포리아'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바입니다.
마에스트로
감독 | 브래들리 쿠퍼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맷 보머 등
말년의 번스타인으로 분장한 브래들리 쿠퍼, ⓒ Yahoo Finance
미국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영화 소식입니다. 번스타인은 2021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해 골든 글로브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작 뮤지컬의 작곡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에스트로>에서는 전설적인 음악가였던 그의 생애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 Getty Images, Wikipedia
영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각본, 연출, 제작에 주인공 레너드 번스타인 역까지 맡았습니다. 특히 촬영현장의 파파라치 컷을 통해 몰라볼 정도로 완벽한 분장을 한 브래들리 쿠퍼의 모습이 공개되어 화제였는데요, 영화가 공개된다면 오스카 연기상 후보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마틴 스콜세이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가 제작자 명단에 끼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었으며, 번스타인의 아내였던 '펠리시아' 역은 캘리 멀리건이, 애인 관계였던 클라리넷 연주자 역은 맷 보머가 맡아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헐크 호건(제목 미정)
감독 | 토드 필립스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 WVNS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레슬링 업계의 최정점으로 군림했던 전설적인 선수 '헐크 호건'의 전기영화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며, 블래들리 쿠퍼 등 여러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토드 필립스가 감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인공 헐크 호건은 '토르'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며 완벽한 근육질 몸매의 크리스 헴스워스가 낙점되었습니다.
헐크 호건, 크리스 햄스워스 ⓒ People.com, Refinery
영화는 헐크 호건이 처음 레슬링 스타로 떠오른 젊은 시절을 그릴 예정이며, 실제로 헐크 호건은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토르의 주인공 배우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 적절한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물론 헴스워스는 해당 영화 출연에 대해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육체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토르' 때보다 더 몸을 키워야 하며, 발음 엑센트와 호건의 기본적인 태도, 언행, 레슬링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개봉 예정에 있는 전기 영화들과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밖에도 원글에 다 담지 못한 반가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무성영화 시절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버스터 키튼'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 주역을 맡은 '라미 말렉',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차기작이며,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실질적 리더였던 '제리 가르시아'의 생애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는 '조나 힐', 레게 전설 '밥 말리'의 전기영화에 출연 예정인 '킹슬리 벤 아디르'의 소식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가운데, 모쪼록 모든 작품들이 큰 이변없이 성공적으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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