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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까기의 종이씹기2021-03-16 00:00:00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 디즈니의 또 다른 실패작, 사실상 '겨울왕국 2'의 재림

         

 

서론     

 

과거에는 인간들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땅이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드래곤이 죽고, 다툼이 벌어지며 다섯 개의 부족으로 갈라진 쿠만드라 왕국. 그러나 드래곤들을 부활시킬 수 있는 '드래곤 젬'을 찾으면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라야는 '꼬리 부족'으로 가서 소원을 빌게 되고, 이 소원에 닿았던 것인지 드래곤 '시수'가 튀어나오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젬을 찾으면 찾을수록 시수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드래곤과 함께 젬들을 전부 모아 뿔뿔이 흩어졌던 쿠만드라 왕국을 다시 되돌려놓으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디즈니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일단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단점이 많아서 기대치에 비해서는 많이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기술력의 발전

 

우선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비주얼이다. 전작 [겨울왕국 2]에서도 그랬지만, 디즈니의 기술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특히 작중에서 등장하는 다섯 개의 땅들 모두 제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심어놓은 덕분에 시종일관 눈이 즐겁다. 거기다 해당 비주얼에 걸맞은 액션신까지 펼쳐지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만족스 러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액션신 자체는 살짝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그래도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동반하니 '역시 디즈니!'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실제로 꽤 감탄하면서 봤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은 이 기술력을 몽땅 때려 부운 수준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기 때문에 시각적인 면에서는 혹평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스토리도 나름 무난했다고 생각하고, 주제 자체도 꽤 인상적이어서 최소 기본은 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사건 진행을 위한 무리수

 

그러나 비주얼과 액션을 걷어내면 큰 장점이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각본이 부실한 편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데에는 의문이 들고, 주제 또한 설렁 설정 다룬 데다, 파워 밸런스마저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의문이 든다는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바로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 무리수인 설정을 너무 고집한다. 대표적으로 초반부에 나마리가 라야를 배신하는 대목이 그렇다. 물론 배신을 할 것이라는 복선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각 부족들 간에 사이가 안 좋다는 언급이 나오긴 했으니 아예 개연성이 없는 대목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배신을 왜 어린아이가 치냐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나마리가 라야를 배신하고 신호탄을 쏘는데, 족장은 이를 보고 씨익 웃는다. 그렇다는 건 '송곳니 부족' 족장은 '계획적으로' 어린아이를 스파이로 써먹었다는 것이 되는데, 세상에 어떤 족장이 어린아이를 스파이로 써먹을까? 심지어 족장이 이 정도로 극악무도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릴 만한 장치가 영화에 전혀 깔려있지 않다 보니 갑자기 쟤가 왜 배신하고, 족장은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극단적으로 어린아이까지 써먹게 된 것인지, 이유마저도 불명확해지는 문제를 낳았다. 여기서 더 웃긴 건 나마리는 이에 대해 아무런 회의감도 안 느낀다는 것이다.

 

 

 

이상한 파워 밸런스

         

이뿐만 아니라 파워 밸런스도 이상하다. 단적인 예로 '꼬리의 땅'에서 튀어나온 드룬을 라야가 드래곤 젬으로 막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유심히 보면 드래곤 젬을 갖다 대기만 해도 드룬이 알아서 도망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데 막상 초반부에 라야의 아버지는 드래곤 젬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같아서 라야와 함께 바닷속으로 내던지고, 혼자 돌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좀 의문인 게, 그저 젬을 갖다 대기만 해도 알라서 물러날 정도로 취약한 존재였으면, 차리리 드래곤 젬을 드룬을 향해 끝까지 들이밀고 라야와 함께 도망갔으면 둘 다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애초에 그냥 들기만 해도 알아서 도망가니까. 아무리 개체 수가 많았다고 해도 영화 후반부에 드룬에게 포위되었던 주인공 일행이 잼으로 버티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빼도 박도 못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좋은 주제를 최악의 방식으로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본인들이 가져온 좋은 주제를, 최악의 방식으로 소모했다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주제는 '믿음과 화해'다. 친구 사이와 부족 사이가 다시 화합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이 믿음이 친구 사이와 부족 사이의 화해로까지 향하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한다면, 이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겨울왕국 2] 때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는데, 그것은 바로 화해로 가기까지에 과정을 누락한 채 결과만 보여주고 끝내버린다. 그러니까 이제 다섯 부족으로 흩어졌던 이들의 족장이 서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하며, 서로의 오해를 풀고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너희들 어차피 얘네들 다 모일 거 알지?' 식으로 과정을 싹 다 빼먹은 채, 사건이 끝나니까 바로 화해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영화 자체의 주제마저도 모호해진다. 이 영화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과연 믿음과 화해인지, 아니면 인생은 한방인지 헷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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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재미있게 봤나

 

이 외에도 단점은 있다. 영화의 후반부, 드룬과 싸우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이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의 최종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비슷했다는 것이다. 후반부를 잘 보면 주위 배경부터가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있고 (드룬, 오브), 모두의 손이 주인공의 손이나 어깨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악역에서 선역으로 변모하는 캐릭터 (나마리, 욘두)까지 복사 붙여넣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유사성이 짙었다. 거기다 이 부분도 조금 불편했던 게, 부족의 화합을 위해서라는 목적 하에 왜 피해자(라야)가 가해자(나마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주제의 측면에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차라리 나마리가 자신이 했던 짓에 대한 죄책감으로 라야에게 사과하러 가고, 그렇게 함께 드룬과 맞서 부족을 화합시키려는 스토리로 갔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좀 불편했고, 마치 가해자를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 식으로 그리려는 것처럼 보여서 영 불만이었다.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재밌는 영화이긴 하지만, 단점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있는 장점들을 다 깎아먹었다. 비주얼과 액션은 황홀하나, 이제 디즈니는 각본가부터 실력 있는 사람으로 뽑아야 되지 않나 싶다.

 


평점: 5/10

작성자 . 콩까기의 종이씹기

출처 . https://blog.naver.com/seo910713/22227398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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