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3-29 20:28:39
승부 | 바둑판 위를 수놓은 사제 대결의 낭만
<승부>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바둑 기사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전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은 '조훈현'(이병헌). 그는 한 대회에서 우연히 바둑 신동 '이창호'(유아인)를 발견하고, 직접 대국을 하며 천재성을 확인한 후 이창호를 내제자로 들인다.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제자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조훈현. 특히 그는 이창호에게 바둑의 정석, 강인한 체력, 그리고 정신력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프로 바둑 기사가 이창호. 사뭇 다른 바둑관으로 인해 스승과 갈등을 빚었던 그는 한 대회 결승에서 처음 열린 첫 사제 대결에서 충격적인 승리를 거둔다. 첫 대결 이후로도 스승과 제자는 결승에서 연달아 맞대결을 펼치지만, 스승은 매번 패배의 쓴 맛을 본다. 이에 조훈현은 이창호를 제자가 아닌 동료이자 호적수로 대하며 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스크린 위에서 되살아난 바둑의 미학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다." 8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대국을 펼친 후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에게 패했지만, 인간이 바둑을 통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예술성은 결코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그의 말을 뛰어넘었다. 프로 기사들의 실력과 성적은 누가 가장 AI와 비슷하게 바둑을 두느냐에 따라 갈렸다. 대회에서 AI를 커닝하다가 적발당하는 사례가 나올 만큼, AI는 바둑의 정답이자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이세돌 9단 스스로도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이제는 바둑판 위에서 의미를 잃은 듯한 바둑의 예술성. 이 바둑의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되살아났다. 스크린 위에서, 영화 <승부>를 통해서.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이슈로 인해 공개일자와 플랫폼을 수차례 바꾼 끝에 빛을 본 <승부>는 40여 년 전 조훈현과 이창호, 스승과 제자가 처음 만난 순간으로 되돌아가 바래져 가던 바둑의 아름다움을 꽃피우는 데 성공한다.
성의와 무심의 무협
<승부>의 전반부는 정석적이다. 제자가 청출어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바둑을 무예로 바꾸면 마치 무협물 속 사제 관계를 보는 듯하다. 이창호는 어릴 적 기대에 비해 성장이 늦은 것 같아 고뇌한다. 조훈현의 전투적인 대국 방식이 자신과 안 맞다 보니 스승과도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스승을 이길 궁리를 하라는 '남기철'(조우진)의 충고를 들은 후 그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스승과의 첫 맞대결에서 바로 승리를 거머쥔다.
바로 이 지점부터 <승부>는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협물에서는 흔히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으면 스승이 정신적 지주로 물러선다. <쿵푸팬더>만 보더라도 포가 용의 전사가 되자 시푸는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남는다. <승부>는 다르다. 제자의 승리가 스승과 제자에게 남긴 여파를 각자의 시점에서 쫓는다. 청출어람의 전율과 쾌감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새롭게 정립되는 사제 관계의 역학을 추적하는 셈이다.
이창호는 괴로워한다. 스승을 잡아먹은 제자라는 비아냥과 부정적인 시선에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아버지 같은 스승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우직하게 역경을 타개한다. 바둑은 전투고, 대국을 하는 순간만큼은 상대가 누구든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대로.'성의(誠意)’. "진심을 다한다"라는 의미의 두 글자 속에 제자의 아픔과 성장이 축약된다.
제자에게 패배한 조훈현의 마음은 제자 못지않게, 그보다 더 복잡하다. 스승으로서의 자부심과 열등감이 뒤엉킨다. 계속되는 패배의 고통은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고, 제자에게 계속 질 수 없다는 오기도 피어난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에게 승리하지 못한다.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청출어람한 제자를 보면서 맛본 모든 번뇌와 잡념을 떨쳐 낸 후에야 그는 비로소 제자를, 16번째 대결만에 꺾는다.
다름의 미학
이처럼 스승과 제자가 '무심'과 '성의'의 경지에 다다르며 승자와 패자로, 더 나아가 호적수이자 동료로 변해가는 과정은 바둑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 예술성은 두 측면이 있다. 우선 <승부>는 두 기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의 대국을 완성하는 다름의 미학을 보여준다. "바둑이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 배웠는데"라는 이세돌 9단의 말마따나.
스승은 갓 프로가 된 제자가 못마땅하다. 전투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조훈현의 관점에서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확실한 수를 찾아내는 이창호의 방식은 정석적이지 않고, 오만해 보인다. 하지만 간신히 1집 반 승을 거둔 제자의 기보를 유심히 연구한 뒤 그는 자기 과오를 인정한다. 제자의 바둑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면서. 자기가 꾸겨버린 기보를 다림질로 다시 펴서 선물하는 장면의 함의가 곧 다름의 미학인 셈이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스승은 관객에게도 뜻깊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외면할수록 사회는 다름을 존중하거나, 공통의 토대 위에서 차이점을 토론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흑백의 차이를 인정하고, 오히려 그 차이를 조화시켜 나가는 사제지간의 박진감 넘치는 대국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교훈으로서 다가온다.
경쟁의 미덕
다름의 미학 다음으로 <승부>는 경쟁의 미덕을 선보인다. 다른 스타일과 신념을 인정하더라도, 자기 방식이 더 뛰어나고 아름답다는 확신과 경쟁심 없이는 질 높은 대국,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첫 패배를 당한 뒤 자기 경쟁력을 스스로 의심하고,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기권할 정도로 방황한다. 그동안 사제지간의 경기 내용은 대중들에게도 관심받지 못한다. 어차피 이창호가 압승을 거둘 테니까.
반면에 조훈현이 이창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자 그들의 대국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팽팽하게 펼쳐진다. 각종 예선전 등 여러 경기에 출전하면서 특유의 스타일을 재정립한 조훈현은 과거보다 더 과감하게 공격을 펼친다. 차분하기로 유명한 이창호도 당황한 기색을 못 숨길 정도로. 다름을 인정하되,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처절한 경쟁 덕분에 그들의 대국은 긴 시간 끝에 하나의 작품으로 빚어진다.
경쟁의 미덕은 한국판 <퀸스 갬빗>을 보는 것처럼 전율과 쾌감이 느껴지는 대국 장면 덕분에 더 직관적이다.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바둑을 몰라도 대국의 흐름과 승부처를 바로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한다. 승부처에서 이창호가 바둑판 위로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장면, 조훈현이나 이창호가 승부수를 둘 때 바둑판에서 그들을 올려다보는 구도로 찍은 쇼트가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승부>는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에게도 주목한다. 대국을 포기하려는 찰나에 시계를 보더니 어릴 적 아버지의 시계방으로 돌아가서 평정심을 되찾는 이창호의 모습도, 제자의 기세에 밀린 조훈현이 재떨이를 못 찾거나 담뱃재가 섞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그 덕분에 관객은 스승과 제자의 숨결과 땀, 열기까지 느껴지는 그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 빠져들 수 있다.
바둑의 낭만
이렇게 조화를 이룬 다름의 미학과 경쟁의 미덕은 더 깊은 층위의 주제로 이어진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경쟁하는 스승과 제자는 그 끝에서 결국 각자의 방식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는 어떤 스타일이나 방식이 옳은 지를 따지는 대신, 얼마나 자신의 방식과 답을 뚝심 있게 믿고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복수의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이 메시지는 나날이 더 확실한 정답을 요구하는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은 AI와 가장 비슷하게 두는 방식이 정답처럼 여겨진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축구, 농구, 야구 같은 스포츠에서도 승리를 위한 지름길이자 정답이 통계적으로 굳건해지는 추세다. 스포츠를 벗어나도 다르지 않다. 당장 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성공은 그 의미도, 쟁취할 수 있는 길도 표준화되어 있다.
이런 시대에 각자의 길을 뚝심 있게 걸으며 서로가 생각하는 정답을 인정하면서 치열하고 겨루는 <승부>의 이야기는 그간 간과했던 삶의 미덕과 낭만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눈 내리는 한옥에서 펼쳐지는 사제의 대국을 담아낸 마지막 장면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른 열정적인 낭만이 느껴진다. 이는 30여 년 전에 이미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잘 알려진 실화가 2025년에도 충분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361개의 교차점 위에서 흑백으로 피어나는 사제의 낭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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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새벽은 반드시 찾아온다" 미야케 쇼 감독 <새벽의 모든> 개막작 관람 후기
[JIFF 데일리] "새벽은 반드시 찾아온다" 미야케 쇼 감독 <새벽의 모든>
개막작 관람 후기
<새벽의 모든>,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개막작>
제목 : 새벽의 모든 (All the Long Nights)
감독 : 미야케 쇼
각본 : 미야케 쇼, 와다 키요토
원작 : 세오 마이코 - <새벽의 모든> 소설
주연 : 마츠쿠라 호쿠토 (야모조에 타카토시 역) /카미시라이시 모네(후지사와 미사 역)
시놉시스 :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후지사와는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구리타 과학이라는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 또 다른 신입 사원 야마조에, 알고 보니 그 또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동병상련을 느낀 야마조에와 후지사와는 서로 도우며 마음의 상처들을 점차 치유한다.
OVERVIEW
쉽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왜 이 영화가 그 많은 경쟁을 뚫고 한 도시의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했습니다. 본 상영에 앞서 ‘미야케 쇼’ 감독님이 무대에 올라와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중에 인상적인 질문이 있었습니다.
Q. 관객분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관람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야케 쇼’ 감독님 A. 이미 사회자분께서 영화를 멋지게 설명해 주셔서 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돼 감사하고, 영화를 멋지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공황장애와 PMS(월경전증후군)를 앓고 있다. 둘은 처음에는 남들을 신경 쓰고 자신들만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그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순수해진다. 감독인 나도 함께 점점 자유롭고 순수해졌다. (내용 중 일부 발췌)
감독님은 두 주인공, ‘후지사와’와 ‘야마조에’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한 번 더 설명하셨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어려서부터 남들의 시선과 관심에 유독 집중한다. 내게 부족한 것은 더욱 단점으로 보이며, 내가 가진 장점과 스타일은 일반적인 트렌드에 뭉게지기 일수다. 인기 없던 남학생이 밴드부를 만들더니 공연장에 서서 묵묵히 노래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와는 친하지 않았지만 기존 인기 많은 밴드와 동등한 자리에 서 있었다. 관객석에선 야유나 하품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겐 여전히 그 친구의 무대가 인기 많은 기존 밴드보다 기억에 남았다. 감독님 인터뷰를 들으며,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장애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해졌다.
약은 소용없다
영화는 주인공 ‘후지사와(배우 카미시라이시 모네)’의 자기소개 같은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난 어떤 인간으로 인식될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에게 질린다.’ 등 남들에게 표현하지 않는 자신만의 어둠을 설명한다. 장대비 속에서 옆으로 쓰러지는 주인공을 보며 PMS(월경전증후군)의 고통과 불안함을 보여준다. 제아무리 약을 먹지만 효과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약효가 없다는 점은 두 주인공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다. ‘야마조에(배우 마츠무라 호쿠토)’는 공황장애와 함께 대인기피증 같은 모습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예민함이 아니라 모든 것들에 대한 무미건조한, 시니컬한 태도로 일상을 보낸다. 그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만 일순간 발작이나 흥분을 저하할 뿐 완쾌는 없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약은 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가 이야기하는 진짜 치료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영화를 관람하시는 분들이라면 인류의 ‘만병통치약’이 무엇인지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탄산수를 마시다
PMS를 앓는 ‘후지사와’는 자신이 언제 또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에게 과자나 빵을 선물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으려 노력합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겨주는 상냥한 성격이죠. 반대로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는 남들의 시선은 물론, 자신에 대한 평가나 주변 사람의 행동과 질문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과자를 나눠주는 선량함은 그에겐 쓸데없는 배려로 보일 뿐입니다. 둘의 접점은 ‘탄산수’입니다. ‘야마조에’가 탄산수 병뚜껑을 여는 소리가 ‘후지사와’의 신경을 건든 것이죠. 탄산수는 그의 답답한 삶과 고뇌를 투영한 음료입니다. 누군가에게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그와 달리 탄산수는 청량하고 목을 간질이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니까요. 그런 탄산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괴로운 소음공해가 되기도 합니다. 둘의 만남은 탄산수 하나로 처음부터 어긋나 보입니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야마조에’가 탄산수를 마시는 장면은 확연히 줄어듭니다. 이와 함께 둘의 갈등도 점점 사라지죠. 탄산은 갈증을 해소해 주고, 솔직함과 다정함은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이죠.
어른들은 알고 계신다
남녀 주인공 주변에는 항상 나이 많은 어른들이 함께합니다. 영화가 흥미진진했던 이유는 단순히 장애를 앓고 있는 청춘 세대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둘을 돌보고 지켜주는 이해심 넘치는 어른들도 제각각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누군가는 동생을, 누군가는 누나를, 남편을 일찍 떠나 보낸 상처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점이죠. 그들이 보기에 ‘후지사와’와 ‘야마조에’는 상처를 가진 존재이자 자신들을 투영한 매개체인 것이죠. 시니컬한 ’야마조에‘는 영화 초반, 그런 어른들을 지적하고 삶을 재미없게 산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그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든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야마조에‘의 작은 변화도 빠르게 캐치하고 웃어주며 칭찬하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아픔을 숨기고 사는 그늘 진 꽃들이 밝게 피기 까지를 기다려줍니다. 영화를 보시며 주변인들의 태도와 반응에도 집중해 보시죠!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내리막길은 가속도가 붙으면 더욱 빨리 떨어집니다. 오르막길은 점점 많은 힘을 내야지만 올라갈 수 있죠. 두 주인공에게도 영화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의 모습을 계속해서 번갈아 보여주며 이야기 합니다. 삶은 내리막은 자동, 오르막은 수동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햇볕이 따뜻한 지 알기 위해서는 창문을 열고, 자전거에 올라타 당당히 바람을 맞아야 합니다. 현장 분위기나 촬영 기법이 굉장히 겨울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렇지만 굉장히 따뜻한 응원을 품고 있죠. 누군가에게 공감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어쩌면 오르막을 오르는 상대에게 웃어 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 기쁜 날도, 슬픈 날도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새로운 새벽이 찾아 온다.“
영화 속에는 ’후지사와‘와 ’야마조에‘가 진짜 치료를 받는 장면은 어둠 속에서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야마조에‘가 직장 동료에게 붕어빵을 선물하는 모습을, ’후지사와‘가 다시 일어나 준비할 수 있었던 모습을! 영화를 관람하시고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1) 양선생 개막식 방문기 링크
2) 양선생 인스타그램 링크
2024.05.01.19:30 전주시 한국문화의소리전당 모악당(001)
2024.05.02 13:30 CGV 전주고사 3관(120)
2024.05.05 10:30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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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곁에 있을거야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 후 작성했습니다. :)
노웨어 스페셜
존(제임스 노튼)은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창문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존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에게는 새로운 가정이 필요하다.
마당이 있는 넓고 좋은 집, 많은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 아이를 바라는 다양한 후보들 사이에서 존은 망설인다.
마이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을 자신이 내려도 괜찮을까. 마이클은 아빠의 죽음과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다.
훗날 자신의 부모를 궁금해할 마이클을 위해 ‘기억 상자’에 물건들을 하나하나 담듯이 영화는 존과 마이클의 마지막 여정을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히 눌러 담는다.
죽음을 말하는 방법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전작 <스틸 라이프>(2014)는 누구나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죽음 앞에서 삶과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예견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는다. 존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마이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죽음은 회색 하늘로 날아간 빨간 풍선과도 같다. “슬픈 게 아니라 그냥 없어”져서 보이지 않는 것.
마이클은 동화책과 빨간 풍선, 움직이지 않는 딱정벌레를 통해 죽음을 이해한다. 감독은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삶에 더 집중한다.
<스틸라이프>가 죽음 이후에 삶을 되짚어 보았다면, <노웨어 스페셜>은 죽음의 앞에 선 채로 삶을 응시하고, 죽음 이후에 남는 것을 찾아내려 하는 영화다.
존의 희망
아이를 버리고 떠난 엄마와 너무 일찍 죽어버린 아빠. 존은 마이클이 친부모를 잊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신을 "창문 청소부로" 기억하기를 바란다.
마이클을 위한 기억 상자에도 창문 청소도구는 빠지지 않고 담긴다. 창은 존재하되 보이지 않아야 한다.
존은 자신이 보이지 않더라도 마이클이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존에게 있어 유리창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이다. 창의 존재조차 잊을 정도로 깨끗이 닦아낸 창문 너머의 풍경은 그가 닿을 수 없는 희망을 담고 있다.
창 너머의 단란한 가족, 장난감으로 가득한 아이의 방, 교복을 입은 아이. 창 너머의 삶과 행복은 존이 바라던 삶의 모습이다. 손에 닿을 듯 보이나 창문 너머로 갈 수는 없다.
존의 생일 케이크에 마이클은 서른네 개의 초를 꽂는다. 그리고 붉은색 초 하나를 존에게 건넨다.
존은 그 초를 꽂은 서른다섯 번째 생일 케이크를 볼 수 없지만, 마이클의 곁에 있기를 바란다.
타오르지 못할 붉은 초 하나는 기억 상자에 고이 담긴다.
마이클을 위한 기억 상자는 마이클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존의 희망이 담겨 있다.
For Michael, 마이클에게
존과 마이클은 서로를 깊이 바라본다. 서로의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더 눈에 담겠다는 듯이 말이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사려 깊음이 묻어난다.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면 카메라는 말을 끊지 않고 지그시 바라봐준다. 서로의 얼굴은 가까운 클로즈업으로 자세히 본다.
존의 수척하고 푸석한 얼굴과 마이클의 섬세한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마이클은 존의 병세가 악화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거칠고 고통스러워하는 얼굴과 떨리는 손을 본다. 존은 마이클의 옅은 미소와 뾰로통한 입술로 표현되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응시한다.
두 사람이 함께 할 때는 정다운 투샷을 놓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모습을 소중하게 담아 간직하려는 것처럼.
존은 마이클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을 기억 상자에 담는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그 자체로 두 사람을 위한 하나의 앨범 혹은 '기억 상자'와도 같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서로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시선으로써 서로의 기억을 존재 깊숙이에 각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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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홀로 여행하기> 리뷰
줄거리도쿄에서 10년을 일한 미사키는 고향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동창들이 모이는 행사에 간 그녀는 중학교 때 좋아했던 소년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태풍이 불던 날 도서관에서 처음 대화를 나눴던 그때 기억을 잊지 못하는 미사키는 다시 태풍이 오는 날 도서관을 찾는다.감독 : 이시바시 유호
출연 : 오카모토 레이, 오사무라 코키, 사카노우네 아카네, 이와타 카나데
나 홀로 여행하기>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로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이시바시 유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너무 소중하기에 오히려 자주 열어볼 수 없었던 기억의 서랍을 정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가 그늘에서 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영화였다면 <나 홀로 여행하기>는 그 햇빛 아래서 묵은 이불 먼지를 털어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도쿄에서 10년 동안 바쁘게 일만 해온 주인공 미사키는 일과 사랑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미사키는 동료들이 준 꽃다발 속 카드, 끝이 좋지 않았던 전 애인과의 연결고리들을 모두 도쿄에 버려두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고향에 도착한 미사키는 여전히 그대로인 장소들을 누비며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마침 중학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미사키는 첫사랑 소년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중학생 미사키와 어른 미사키를 설레게 만든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고 그가 사고로 죽었다는 동창들의 대화만 들려온다. 미사키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소년을 잊지 못하고 소년과 함께했던 장소들을 다시 찾는다.
미사키의 이야기엔 빈 부분들이 있다. 대부분의 동창들이 미사키와 소년이 사귀었다고 생각할 만큼 두 사람은 많은 추억을 쌓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의 공유 받지 못하고, 미사키가 소년에게 어떤 노래를 선물하고 싶었는지 소년은 미사키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주었는지도 알 수 없다. 관객은 그저 미사키의 마음만을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그가 상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간혹 지난하고 느리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나 홀로 여행하기>는 이에 개의치않고 정직하게 나아가며 끝내 그 빈 부분을 채워줄 다양한 상상과 감정들을 손에 쥐어준다.
[상영 시간]
10월 3일 (목) 16:3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 5일 (토) 17:00 CGV센텀시티 5관
10월 6일 (일) 12: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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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추석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야 알찬 추석을 보낸 느낌인데요.
거기에 넷플릭스 가족 영화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기분 좋은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와 함께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
1. 원더 - 스티븐 크보스키
드라마 ㅣ11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가진 어기. 헬멧 속에 숨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그런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팠던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도리어 상처가 되는데.
이 작은 소년의 위대한 한 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 관람 point
영화 <원더>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선정된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가 안면기형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설로 썼기에,
가슴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영화로, 가족들과 함께 본다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될 거라고 보장합니다!
2. 아이 - 김현탁
드라마 ㅣ11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맡긴 싱글맘. 그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버는 학생.
상처뿐인 세상에서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가 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 안정에 금이 가기 전까지는.
★ 관람 point
영화 <아이>는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싱글맘
그리고 사회,가족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색감도 따뜻하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3. 마틸다 - 대니 드비토
코미디,가족,판타지 ㅣ9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심한 부모와 사악한 교장에 시달리던 어린 소녀가
새롭게 발견한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시작한다.
★ 관람 point
앞에 두 영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소개해드렸다면,
영화 <마틸다>는 좀 더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정말 이런 캐스팅을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틸다'역의 마라 윌슨은 찰떡 연기를 선보여주었습니다.
4. 펭귄 블룸 - 글렌딘 어빈
드라마 ㅣ 95분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다시는 걸을 수 없다. 가족도 힘이 되지 못한다. 사고로 장애가 생긴 여자.
그 삶에 상처 입은 까치 한 마리가 찾아든다.
작은 날개에 희망을 싣고. 실화에 기반한 영화.
★ 관람 point
제목이 펭귄 블룸이었기에, 저 역시 펭귄이 나오는 영화인줄 알았지만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 <펭귄 블룸>은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5. 닥터 두리틀 - 스티븐 개건
코미디,가족,판타지 ㅣ101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과 단절된 채 동물들과 지내던 닥터 두리틀.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자신뿐.
아직 세상에 나가긴 무섭지만, 바다 건너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든든한 동물 조수들과 함께.
★ 관람 point
디즈니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주인공이 우리의 영원한 아이언맨! 로다주이기에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요.
로다주와 마이클 쉰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가볍게 웃으며 볼 영화를 고르신다면 <닥터 두리틀> 추천드립니다.
6. 블라인드 사이드 - 존 리 행콕
드라마 ㅣ 12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부유한 가정에서 살게 된 집 없는 흑인 소년이
보살핌을 받게 되면서 훌륭한 풋볼선수로 거듭난다.
★ 관람 point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는데요.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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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으로 가득한 비현실적인 세상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감상 및 해석
-영화 <무드 인디고> 스포일러 포함 / 기억에 의지해 쓰느라 실제 영화와 다른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 있음.치즈 (CHEEZE) -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무드 인디고는 색감과 독특한 연출로 감정을 전달한다.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가득하던 나날이 흑백으로 변해버린다거나. 뭐 그런. 내 기준에서 이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무드 인디고의 세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한다. 스케이트를 타다 간단한 이벤트에서 우승하기 위해 몸이 풍선인형처럼 길어져도, 말하는 새가 이벤트를 담당해도, 음악을 틀어놓으니 방이 둥글게 변해도, 어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다리가 고무마냥 길어져 마음대로 움직여도, 다리 달린 자명종이 사방을 기어다녀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보는 이들의 비현실이 곧 그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우리의 자명종이 움직이지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마구잡이로 길어지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서다.
무드 인디고는 낭만을 이야기한다. 인연의 시작과 슬픈 끝까지 그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오히려 끝맛이 씁쓸하다.
폐에 핀 수련. 수련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꽃들. 몸에 대고 있는 것만으로 시들어버리는. 수련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 콜랭이 불량품을 만들어낸 일자리까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온갖 비현실적인 것들이 가득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나는 콜랭의 옆에 서 있었다. 어떤 영화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보는 이를 내쫓는다. 개인적으로 무드 인디고는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콜랭의 곁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영화였다. 콜랭과 클로에, 시크 그리고 나. 나는 인물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의 내면을 살펴본다. 어떤 영화는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클로에와의 첫만남에서 콜랭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공감성 수치를 느끼다 못해 영화를 중간중간 멈추면서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이끌렸고, 다음날 데이트를 했다.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낭만적인 데이트를. 공사 현장에서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둘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현실과 가장 동떨어져있으면서 인물들의 행복을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들이 구름 모양의 무언가를 탄다는 걸 알았기에, 이 장면을 봤을 때는 가장 먼저 반가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두 번째.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고민하는 게 마지막. 나는 영화의 끝까지 무드 인디고의 독특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영상미에 시선이 빼앗겨 홀린 것처럼 영화를 보다가도 의미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했는데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많다.
실제로 초중반부는 꽤 지루하다. 영화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봤고, 또 이야기가 이렇게 됐는데 이 정도가 남았다고? 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그러나 색을 잃은 후반부는 나름 몰입하면서 봤다. 내가 콜랭이 된 것처럼 찌푸려진 미간이 펴질 생각을 않더라.
시크와 알리즈에 대해서도 몇 마디 얹자면 보는 내내 시크는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우상을 좇느라 현실을 뒤로 하고, 그 현실에 속한 알리즈는 상처 받고. 그럼에도 둘은 사랑을 했다. 시크의 우선순위가 우상이었을 뿐. 알리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뭔지 돈이 생기면 있는 족족 그 우상한테 부어버리는데 어떻게 계속 만났지?
시크가 죽는 장면... 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돌려봤다. 총을 맞은 시크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꽃과 비슷한 무언가가 되는 연출이 좋았다. 알리즈는 자신을 위해 파르트르를 죽이고, 시크는 파르트르에 의해 죽는다. 딱 봤을 때는 죽은 줄 알았던 파르트르가 튀어나와 의문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아의 실존성'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알리즈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시크의 죽음 이후 알리즈는 어떻게 살았을까. 감옥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시크의 뒤를 따라갔을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 알리즈는 무엇을 하고 살까.
영화를 다 보고 일상을 살아가던 중 문득 책에서 본 구절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그은 문장이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문장. 무드 인디고와 결이 비슷한, 사랑에 대한 프레드릭 베크만의 정의. 솔직히 이 책과 맞지 않아 읽다 관뒀는데, 다시금 문장을 곱씹으니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나면 처음부터 도전해봐야겠다.
생각이 나는 대로 막 쓰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지고 내용도 별로인 리뷰가 되어버렸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리뷰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다음에 볼 영화를 찾아야겠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싶은데 보다가 울 거 같아서 고민 중.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中-
에디터 : 고삼_한국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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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인 척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수학 천재라서 문제는 다 풀어놓고, OMR카드에 1번으로 찍는 도라이, 정준경. 그는 통학 하는 데 왕복 5시간이 걸리는 시골마을에 산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기찻길이 다니는 통로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 통로를 건너다가 기차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준경은 간이역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보낸다. 하지만 청와대는 답이 없고, 준경의 마음은 애타는데, 과연 준경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혹시 영화를 보러 가실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를 최대한 스포없이 제공해보고자 한다. 과연 그게 될까? 근데?
출처 네이버 영화
1. 트레일러에 속지 말 것
처음에 이 영화의 트레일러만 보면, 준경과 라희의 풋풋함으로 승부하려는 청춘 영화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간이역을 만들고자 하는 준경의 마음은 그저 시골 소년의 이웃을 위하는 훈훈함으로 포장되고, 결국 메인 스토리는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는 러브 스토리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이 영화 예상가능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 같으니, 내가 이 영화를 본다면, 배우진들에 대한 팬심으로 보거나 아니면 자극적이고, 숨쉴 틈 없이 흘러가는 플롯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 시점 영화관 개봉작들 중에서 조금 따뜻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생각보다 강력하다. 뭐랄까, 반전이 있다. 트레일러만 보면, 이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 영화인가 싶지만 이 영화는 신파극이라고 본다. 사실 나조차도 신파라면 애초에 보려고도 하지 않았으니, 어느 순간부터 신파에 대한 이미지가 참 많이 훼손된 것 같은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느꼈던 점은 신파도 결국 빌드업을 잘 해 놓으면, 억지스럽지 않고, 공감으로 승화된다는 점이었고, 내가 신파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잘 만들어진 신파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신파극이란 이래야 한다고 본보기로 제시할 수 있을 만큼 감독이 의도한 감정적 코드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2. 준경을 만든 두 여자, 보경과 라희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임윤아 배우가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임윤아 배우는 비중으로 따지면, 비중있는 조연에 가깝다. 영화 상에서 라희는 자신의 꿈은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딱 뮤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사람. 준경의 첫사랑 상대라고만 하기에는 준경의 부족한 사회성을 채워주는 엄마같기도, 누나같기도 한 다면적인 해석이 가능한 역할이라서 좋았다. 자신만의 섬에 갇혀 살던 준경을 사회로 끌어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경을 이해하려면 보경을 이해해야 한다.
보경은 준경에게 엄마 대신이라면, 라희는 친구 대신이다. 보경은 준경을 아이가 엄마에게서 느낄 정과 사랑을 준 사람이었다면, 라희는 사춘기 준경을 어른으로 한 뼘 더 자라게 한 사람이었다. 보경의 희생적인 사랑은 양날의 검이었던 것이, 그를 착하고, 올바르게 키워내긴 했지만 그를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데에 일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라희는 보경과의 삶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던 그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노크해준 사람이다. 하지만 보경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준경은 계속 간이역에 집착하면서 라희의 노크를 애써 무시한다.
준경에게 보경은 준경의 패쇄적인 마음을 대변한다. 준경에게 보경은 보호해야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준경의 보호 심리는 누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나에 대한 보호 심리를 핑계 삼아 떠나지 못하는 아이같은 마음이 남아있는 준경의 자기보호임을 알 수 있다. 준경은 그저 누나를 방패삼아 자신의 마음 속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3. 모두가 몸만 큰 아이들이었음을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어른들도 어른인 척 하고 살아간다는 것. 사실 마음 속에 어린 아이가 하나씩 자리잡고, 어찌해야할 할 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침착한 척 하고 살아가는 것이구나 했다. 준경의 아버지가 딱 그렇다. 자식들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준경에 대한 무심함으로 표출되었다. 제 3자가 본다면, 미안할수록 더 잘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너무 미안하면,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는 그 당황스러움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자신의 커진 몸과 비례하지 않는, 자라지 못한 마음, 자신의 죄책감이 들키는 순간을 두려워했던 것이 아닐까.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생각보다 빨리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금 깨달았다. 어른들은 그저 자신의 약한 부분들을 적당히 감추면서 사는 법을 터득한 것 뿐이지 어른들이라고 마음의 나이는 자라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결국, 마음의 나이는 성숙한 척하는 겉모습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솔직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라희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모두 어른인 척하는 어른이들이었음을 인지하고 나자, 라희가 그렇게 성숙해 보일 수가 없었다. 겉모습은 왈가닥이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 그녀가 철부지 같아 보여도 오히려 가장 성숙한 인간이 아니었을까 되새겨본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오해가 없게끔 소통에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에서 마음의 나이는 가장 어른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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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틀린 집 - 집 구조를 잘못 지으면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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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이 집 뒤틀린 거.. 아세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집에 이사 오게 된 가족.
엄마 ‘명혜’는 이사 온 첫 날부터 이 집이 뒤틀렸다고 전하는 이웃집 여자의 경고와
창고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로 인해 밤잠을 설친다.
아빠 ‘현민’은 그런 ‘명혜’를 신경쇠약으로만 여기고
둘째 딸 ‘희우’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주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잠겨있던 창고문을 열고 만 명혜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뒤틀린 틈에서 시작된 비극이 가족을 집어삼키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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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못건드리는 양아치가 탄 버스에 하필 동석이형이 ㅋㅋㅋㅋ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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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디 브로커> 메인 예고편
미국 약물 중독 치료시설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난다!
마약에 찌들어 범죄를 일삼던 '유타'는 자신의 삶에 지쳐가던 찰나 마약 중독 치료 센터를 알선해 주는 '우드'를 만난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치료 센터에서 마약을 끊은 '유타'는 '우드'와 함께 일을 하게 되고, 이곳이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주는 척하며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뒤로는 마약을 알선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제 마약 중독자로 재테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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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가일> 1차 예고편
장르: 판타지 스파이 스릴러 출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헨리 카빌, 존 시나, 두아 리파, 브라이언 크랜스톤, 소피아 부텔라, 아리아나 데보스, 캐서린 오하라, 사무엘 L. 잭슨 각본: 제이슨 푸치스 감독: 매튜 본 위대한 스파이일수록 더 큰 거짓말을 한다. [킹스맨], [킥 애스]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은 다시 한 번 스파이 액션 영화를 정립할 것 입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베스트셀러 스파이 소설 작가 ‘엘리 콘웨이’ 역을 맡았습니다. 집에서 컴퓨터, 고양이 '앨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내향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속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소설 속 비밀 요원 ‘아가일’이 세계적인 스파이 조직의 비밀에 근접하게 되고, 그녀의 소설이 현실 세계에서 동일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모든 상황이 뒤바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