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2-12-07 11:18:55
어이없어서 재미있었던 '지옥의 화원' 리뷰
(쿠키 없음)
*본 본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옥의 화원
(2022.12.15 개봉)
감독: 세키 카즈아키
출연: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등
안녕하세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에깸입니다 ♥
이번에 지옥의 화원 시사회에 초청받아서 개봉 일주일 전 미리 보고 왔는데요
사실 기대 안 했던 작품인데 ㅋㅋㅋㅋ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지옥의 화원은 오피스 코믹 무비인데요
힘이 세다면 '최강 여직원'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대양아치 세계관(??)을 배경으로 했고요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사내 파벌을 형성하여 싸우는 와중
신입으로 들어온 란으로 인해 계급도가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한 여직원인 나오코...
아주 강력한 스포일러죠? ㅋㅋ
하지만 이 말만 듣고 멋대로 추측하며 영화를 보셨다가는 큰코 다칠 수도 있는 게 지옥의 화원인 거 같아요
네??! 쟤가 저런 애였다고요!!?? 의 연속인 영화랄까...
ㅋㅋㅋㅋ 그게 지옥의 화원 매력 아닐까 싶어요
지옥의 화원이 좋았던 이유는 또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젠더의 이미지를 뒤바꿨다는 거예요
사실 이런 양아치,, 폭주족,, 의 싸움은 흔히 남성들 사이에서 일어나잖아요?
우리나라만 해도 여자끼리 이렇게 피 흘리며 싸우는 영화 많지 않고요.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체인지 해 놨더라고요
보통의 영화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시비 거는 남자 폭주족, 그런 폭주족을 한 방에 무찌르는 남자 주인공 이었다면!
지옥의 화원의 경우 지나가는 남자에게 시비 거는 여자 폭주족, 그런 폭주족을 한 방에 무찌르는 여자 주인공 이 되었습니다 ㅋㅋ
끝까지 로맨스가 나오지 않는 것도 한몫 한 거 같아요. 사알짝의 로맨스가 첨가되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코믹 요소로 사용되니까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엔딩이 완전 대반전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의 화원은 100 퍼센트 코믹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조금의 신파, 조금의 스릴 전! 혀! 없고요
싸우면서 피가 철철 흐를 텐데 무섭지 않냐고요? 피도... 웃기게 나더라고요(??) 중간중간 일본 만화틱한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그게 젤 웃겼어요. 주인공끼리 싸우는데 염력 뿜으며 여기저기 날아댕기고, 나레이션으로 '만화에선 이럴 때 혼자 등장하지, 그렇지!' 하기도 하고요 ㅋㅋㅋ 걍 진짜 무협만화 세계관,,,
포스터를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보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거든요
사실 포스터 보고 이건 재미없을 거야 했던 편견도 있는 거 같구요. 미리 말하자면 대단한 스토리 라인은... 없습니다
줄거리가 이렇고 연출이 이렇고 말하기에도 어이없달까요. 그래도 기승전결 하나 만큼은 완벽한 거 같기도요 ㅎㅎ
지옥의 화원!
2022 보내야 하는 이 연말에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찾고 계시다면
12월 15일 개봉 예정인
지옥의 화원 추천합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 의사: O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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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근래 나왔던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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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981년, 코네티컷 주 브룩필드에서 살고 있는 어니 존슨은 악마에게 빙의되어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만다. 미국 법정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사실 이 일은 악마의 짓이라는 판단을 내린 워렌 부부는 살인사건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악마의 짓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이 악마를 끌어들인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워렌 부부는 이 사건을 저지른 자가 누군인지를 알아내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이다. 일단 꽤 재미있게 봤다. 근래 나왔던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이제서야 괜찮은 공포 영화를 꺼내놓은 것 같아서 참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역대급 오프닝
우선 오프닝은 끝내준다. 역대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고 놀라운 장면이었는데, 왜냐하면 [엑소시스트]의 오마주부터 시작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의외의 과격함까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컨저링' 영화들을 너무 순한 시리즈라고만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린아이인 데이비드 글라쳇 얼굴에 피가 뿌려지는 장면에서는 꽤 흠칫했고 신부가 집을 올려다보는 장면의 구도나 데이비드가 몸을 기괴하게 비트는 신은 빼도 박도 못한 [엑소시스트]의 오마주라서 정말 반갑고 소름 돋는 시퀀스였다. 물론 이 오프닝이 끝나자마자 영화의 질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긴 하지만 이 도입부만큼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다 감독인 마이클 차베즈의 연출 또한 꽤 괜찮아서 의외였는데,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마이클 차베즈는 [요로나의 저주]라는 안일한 졸작을 만든 적이 있는 감독이다 보니 그의 이러한 발전이 의외이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보기 좋았다.
영리한 점프 스케어
그런데 사실 이 영화에서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은 [요로나의 저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분위기를 조성해놓다가 빵하고 터트리는 방식, 그러니까 점프 스케어로 가득한데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점프 스케어를 굉장히 영리하게 잘 사용했다. 비록 패턴 자체는 똑같지만 분위기를 조성해놓는 타이밍에서 긴장되는 음악을 까는 것이 아니라, 뮤트 효과를 넣어서 침묵시킨 뒤 터트릴 때 효과음을 몰빵해 놔서 타이밍을 눈치챈 사람도 놀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거기다 물에 불려진 시체가 로레인을 공격하려는 장면은 점프 스케어가 아닌 분위기로 조이기 때문에 기존 '컨저링'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포를 느낄 수 있고, 분위기 자체가 워낙 어두워졌다 보니 워렌 부부가 악마와 관련된 사건의 실마리를 밝혀내는 과정이 판타지스럽다기 보단 굉장히 진지해서 몰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줄거리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워렌 부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 덕분에 이 두 캐릭터의 서사의 폭이 더 넓어졌고, 피해자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1,2편과는 다르게 역대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워렌 부부의 분량이 가장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컨저링의 그 느낌 그대로!
그리고 '컨저링' 시리즈 특유의 정서들도 잘 옮겨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컨저링' 시리즈라 하면 공포도 공포지만 기본적으로 가족애나 사랑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보기 매우 좋은 공포 영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시리즈의 정서인 사랑과 가족애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이 영화가 '컨저링' 영화임을 제대로 증명한다. 특히 후반부에 에드가 악마 숭배자에게 정신이 세뇌되어 로레인을 공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에드가 자신의 정신을 되찾게 되는 원인이 사랑이고, 신규 캐릭터인 어니와 데비의 사랑까지 넣어서 이러한 정서를 극대화시킨 덕분에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이 시리즈를 잘 이해한 것 같아서 참 다행일 따름이다. 물론 전작인 [요로나의 저주]에서도 가족애가 중심으로 나오긴 하지만 캐릭터 묘사의 실패로 와닿기는 커녕 오히려 오글거렸는데, 이번에는 나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이러한 요소를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컨저링' 시리즈를 안 본 건가?... 아니면 그냥 질린 건가.. 참 의문이다.
개연성은 절망적
그러나 단점 역시 많은 작품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개연성 측면에서는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머리에 ?를 띄우면서 봐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작중 어니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데비가 왜 사람을 죽인 어니를 계속해서 믿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불충분하다. 분명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려 사람을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살해한 남자친구를 왜 계속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건 캐릭터 묘사의 실패라고 볼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메인 악역이라고 볼 수 있는 악마 숭배자는 아버지가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왜 악마를 섬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물론 작중에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대사가 나오긴 해서 모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건 단순 추측에 불구하고, 워렌 부부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이 악역도 훨씬 더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외에 아쉬운 점
그리고 데이비드의 몸에 붙어있던 악마를 자신에게 빙의시킨 어니가 어찌 된 일인지 본인이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은 까먹는다는 것도 의문이 간다. 물론 악마가 어니의 기억을 컨트롤하고 있다면 개연성에서 크게 어긋나는 대목은 아니지만, 악마가 기억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묘사도 없고 분명 초반부에는 자신이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워렌 부부나 타 신부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거기다 초반부에 너무 많이 들어간 페이드아웃도 문제다. 분위기 좀 내려는 건 알겠는데, 페이드아웃이 하도 많이 들어갔다 보니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도리어 영화 자체에 몰입을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악마 디자인이 진부해터진 것도 아쉬웠고, 영화 끝날 때까지 전신을 다 보여주지 않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악마의 디자인이 머릿속에 별로 안 남는다. 한 번쯤은 제대로 보여줄만 한데..
결론
비록 아쉬운 점이 넘쳐나긴 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던 공포 영화. 근래 나왔던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았고,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엑소시스트] 뿐만 아니라 [샤이닝] 오마주도 들어가 있다. [샤이닝]을 단 한 번만 봤어도 알아차리기 쉬울 정도로 대놓고 나오니 해당 영화의 팬이라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평점: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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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갱> -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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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2019)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저스틴 커젤
출연 :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 션 키넌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혹시 Ned Kelly(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편의상 호주로 표기)에서 활동했던 은행강도인 네드 켈리. 네드 켈리가 왜 유명한가 하면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핍박하는 자들의 물건을 훔치던 의적이자 공권력에 저항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의 막강한 힘에 눌려 폭력과 불평등함으로 점칠 된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항했던 영웅이자 공권력이 가장 제거하고 싶어 했던 범죄자 네드 켈리. 그는 호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임꺽정과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조지 맥케이 배우 덕분이었다. 그가 영화 <1917>의 히로인으로 주목받던 해, 자연스레 조지의 진중한 연기에 빠져들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던 중, 내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은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거친 표정과 단단하게 다져진 몸, 날카로운 눈빛. 지금껏 봐왔던 조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강렬하게 다가온 네드 켈리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온갖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일까.”, “네드 켈리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알았을 땐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때였고, 솔직히 무자막으로 볼 용기는 또 없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사진들을 찾아보며 속칭 존버-를 했다. 그리고 존버는 승리한다더니, 2021년 여름의 끝자락. 네드 켈리를 만났다.
<켈리 갱>엔 위에서 소개한 인물, 네드 켈리의 불안정했던 유년시절과 저항 정신을 가득 담은 켈리 갱을 창설하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던 26살까지. 그의 생애가 담겨있다. 투박한 글체로 적어내려간 네드 켈리의 편지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딘가 아쉬웠다. 아무래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과 2시간으로 일부 압축된 영화는 근본적인 정보량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영화 <켈리 갱>은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조지 맥케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천천히, 아주 깊게 훑고 지나간 유년시절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다. 어린 네드 켈리를 연기한 배우 올란도 슈워드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그 위에 얹어지는 조지 맥케이의 정갈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에 빠진 채 “이제 그토록 궁금해했던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가.”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초반부를 감상했다. 하지만 네드 켈리가 성장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그의 전투엔 비장함과 결의보단 흥분이 조금 앞서는 느낌이었다.
지배받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 지배자들에게 억압을 받으며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자란 아이가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했다기보단 갑자기 어느 날 폭발해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였다,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공들인 티가 역력했고, 배우들 또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롭고 놀라운 액션들을 보여줬으며 카메라 안에 담아낸 광활한 배경 또한 정말 멋졌다. 결말까지도 참 좋았는데,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기승‘전’.. 전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만일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네드 켈리라는 인물 또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정보를 조금 훑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포인트를 미리 알고 간다면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억압의 시대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평범한 시민이 되기 위해 거칠게 저항한 네드 켈리.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전설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켈리 갱>은 용감한 시민 네드 켈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박수갈채를 담은 작품이다.
아쉬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약간의 벅찬 감정이 밀려오는데, 그 순간 정말 희한하게도 아쉬웠던 감정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와 같은 굵직한 배우진들의 연기 조합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누군가에겐 범법자로 낙인 되었던 그의 거칠지만 용감하고 진실된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조지 맥케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켈리 갱>을 추천한다.
켈리 갱 시놉시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는 1867년 호주. 네드 켈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진실과 거짓으로 뒤섞여 범법자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일대기에서 진실과 거짓이란 이분법을 거둬낸 후 깨끗하게 다듬어 내놓은 인생의 시작점은 다소 휑하고 뻐근하게 다가온다.
나의 비를 막는 지붕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 엘렌은 아무리 파내려 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해리 파워에게 네드를 제자로 팔아넘겼고 해리 파워와 함께 다니며 이 넓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자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네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리 짐승 같은 남자로 자라게 된다.
무능하게 살다 감옥에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아버지,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서서히 네드를 지키길 포기한 어머니. 아직 어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생들. 먼지만 날리는 땅에 살고 있는 네드 가족을 억압하는 영국 경찰들까지. 어린 네드가 감당하기엔 세상은 너무 거칠고 불공평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빠르게 막을 내렸고 희망 또한 보이지 않았다.
신이 버린 땅에서 아버지를 잃고, 남은 가족들의 일부는 볼모로 잡힌 채 공권력 밑에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불합리한 삶. 네드는 이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 억압된 사회의 진실을 감추면 숨이 막힐 것이고 편안한 길을 찾아 거짓을 숨기면 삶이 서서히 부패할 것이니 그는 진실된 사회를 되찾기 위해 거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네드는 원망스럽지만 잊지 못했던 가족들과 사랑에 빠진 여인 매리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찰들에게 대항한다. 그는 어릴 적에 발견한 아버지의 드레스에 담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 대니와 친구 스티브, 오래된 절친 조니와 함께 흐드러지는 드레스를 입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네 명의 청춘들은 이 조직의 이름을 ‘켈리 갱’이라고 명했다.
네드는 부패한 공권력 대신 진실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끝없는 도망 대신 맞서 싸우기를, 조용히 입을 닫기보단 우리의 역동적인 삶을 글로 남기기를 선택한다. 그는 평범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자신들의 피로 쓴 역사를, 신이 버린 땅이라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땅을 되찾기 위해 겪어야 했던 거친 여정을 틈틈이 적어나간다. 네드는 두서없고, 문법과 문장 규칙 따위는 하나도 배우지 못한 티가 역력하지만 후세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이 글을 자신의 미래인 아이에게 바친다.
광기와 날것의 분노가 가득했던 마지막 전투를 마친 네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후 사람들은 네드가 남긴 기록을 보며 손뼉을 치고, 형장에 매달려 있는 네드의 모습에 박수 소리가 얹어진다. 이 박수는 네드의 후손들이 네드와 그의 삶에 보내는 박수갈채를 의미하려는 연출이 아니었을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었던 남자 네드 켈리. 거짓에 물들지 않은 진실된 그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거칠었고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그는 자신이 남긴 기록이 후손들에겐 낯선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핍박받던 나의 삶이 나의 후손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라면, 이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어져선 안될 역사지만 여전히 잊히기만 하고 사라지진 않고 있는 강자의 압제와 폭력들. 안타깝지만 그가 원하던 세상은 아직 완전하게 도래하지 못한 것 같다. 남은 건 그가 미래라고 칭했던 우리의 몫이니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로 물든 저항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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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미 지구는 종말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 너희들을 위해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라두 주데
출연진 : 일린카 마놀라케. 니나 호스 외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영화의 주인공 안젤라는 루마니아의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오늘도 취재에 여념이 없는 안젤라.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에 정신이 없다. 시내 밤낮을 누비는 안젤라. 직장 상사가 전화로 쪼아대고 있다. 누구는 열심히 일 안 하나? 일상의 대부분을 운전하는데 쓰고 있다. 안젤라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직장에서 산업 안전 영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손가락이 없고 또 어디를 다쳤고 하는 사연이 안젤라의 귀에 들어온다.
사실 안젤라는 이런저런 일들에 관심이 없다. 모름지기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다. 손가락 다친 남자에게 ‘안전모는 똑바로 썼냐’라는 질문만 할 뿐이다. 쌓이는 스트레스들. 안젤라가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부캐’를 만드는 것이다. 안젤라는 며칠 전부터 틱톡에서 조회수를 꽤나 끄는 소셜 미디어 스타였다. 닉네임은 보비타. 안젤라는 머리가 대머리가 되고 눈썹이 진해지는 필터를 사용해서 우악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영화는 안젤라/보비타를 설명한다. 그리고 안젤라가 직접 에세이를 쓴 것처럼 그녀의 일상을 조명한다.
유려하지 않은 수필을 쓰듯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라두 주데는 전작 <배드 럭 뱅잉>부터 에세이 같은 시네마를 고수했다. 수필 같은 시네마라는 뜻은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을 거부한다는 의미이다. 이 일반적인 이라고 함은 1,2,3막으로 구성되거나 기-승-전-결로 짜인 이야기를 뜻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그럼 인물에게 투영된 욕망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영화들은 이 문제에 부지런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와 해준의 욕망은 분명하다. 서래는 살인 용의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해준은 권태로운 일상이 지겨웠다. 하다못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욕망은 분명하다. <물안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우리의 하루>에서 시인 의주는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욕심이 많은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쓰는 이야기 구조를 쓰지 않는 홍상수 감독마저도 이 ‘욕망’이라고 한 것에 집중한 것이다.
<배드 럭 뱅잉>과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주인공의 욕망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주인공의 욕망은 인물들이 자기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 <배드 럭 뱅잉>에는 부부끼리 찍은 포르노가 인터넷에 유출되고 난 다음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후자는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 심한 직장인 안젤라가 중심이다. 이런 기본적인 설정을 생각해 보면 감독이 주인공의 욕망을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에서 포르노사이트를 고발하거나 직장상사에게 응징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당연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감독의 분신으로서 제작자의 욕망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라두 주데의 영화와 에세이가 공통점을 가진다. 에세이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담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주인공이 ‘나’가 아닌 작가의 지인일 수도 있다. 라두 주데는 이 접근법을 사용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위해 이야기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쓰는 것이다. 이 감독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된다. <배드 럭 뱅잉>의 형식이 그랬고, 이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상황을 보여주고 이 세계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하는 것이다.
실제로 두 영화의 형식이 흥미롭다. <배드 럭 뱅잉>에서 1부는 주인공의 일상만 보여주고 대단한 문제해결 과정을 묘사하지 않는다. 2부는 이야기의 흐름만 본다면 1,3부와 관련이 없다(하지만 영화 내적으로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3부는 영화의 엔딩을 연이어 보여준다. 직선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을까? 아니다.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주인공 안젤라가 처한 상황을 미디어의 병폐를 묘사하기 위한 준비물로 사용한다. 가령 안젤라 서사에서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인물이 있다. 1부에서 주인공 안젤라는 흑백처리되어 있다. 반대로 1970년대로 돌아가 안젤라와 입장이 비슷했던 택시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서 이 택시기사가 굳이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이 택시기사가 등장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지 감독이 루마니아의 노동 실태를 꼬집으며 ‘과연 5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떤 것이 변했는가?’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렇게 라두 주데는 영화 안에 넣고 싶은 것들을 최대치로 욱여넣었다. 현상을 꼬집기 위해 인과관계가 확실한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곁가지를 중심에다 붙였다. 이 곁가지가 문제 원인을 얼마나 통렬하게 조롱하고 있느냐가 영화 형식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예를 들어 니나 호스가 맡은 마케팅 디렉터 역할이 후반부에 등장한다. 줌(zoom) 비대면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이 화상회의는 매끄럽지 못했다. 화면이 일그러진다. 이 인물은 심지어 중요하지도 않다. 단순히 웃기려고 이 인물을 넣은 것일까? 아닐 것이다. 또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보비라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안젤라는 필터를 통해서 보비라로 변신한다. 이 변신한다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오 발언을 굳이 반복해서 넣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보비라가 혐오 발언을 분출하는 플랫폼은 또 어디인가? 틱톡이다. 이런 요소들이 이야기의 문제해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설정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또 차 운전하는 모습은 수도 없이 나온다. 하이라이트로 기능하는 엔딩신도 이와 비슷하다. 심지어 중반부에 들어가는 십자가라는 소재도 글쓴이는 개연성을 뭉개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와 이게 여기서 들어가네' 싶어서 감탄했다. 온갖 요소들이 들어가되 그것들이 이야기에서 소모적이지 않은 것이다.
안전모는 끼셨나요
영화가 담고 있는 두 가지 현실이 흥미롭다. 첫 번째로 틱톡이다. 보비라가 왜 틱톡커인가라는 점에서 더 자세한 걸 살펴보면 깊게 알 수 있다. 이 카메라는 안젤라가 여성인 걸 숨기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숨기는 과정이 절대 정교하지 않다. 필터가 풀렸다가 적용됐다가 번갈아가며 묘사한다. 사회문제에 대해 저열한 메시지를 뿜어대는 인물이더라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비라가 하는 여성 혐오적 메시지도 틱톡에 최적화되어 있다. 만약 보비라의 멘트가 120분짜리 장편영화로 만들어진다고 가정하면, 100명쯤 봐도 많은 축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자세한 것을 따지기 이전에 기본적인 인과관계만 봐도 영화의 핵심을 알 수 있다. 보비라가 왜 틱톡커일까? 안젤라가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분출하고 싶어서다. 이 인과관계만 봐도 틱톡커라고 설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불에 기름 뿌리듯 커지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자극적인 메신저와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사회 구조가 서로 이어져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 '틱톡커'라는 비유는 안젤라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식에서도 적용된다. 하이라이트 신에서 안젤라는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고 조종한다. 우리가 아는 정보마저도 어떤 이의 이해관계를 위해 곡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안젤라가 '나 보비라야!' 하면서 지나간다. 영화에서 보비라가 저열한 메시지를 드러낸다는 점을 본다면 전문가의 손을 거친 뉴스마저도 맹신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영화에서 십자가가 등장하는 이유나 뤼미에르의 영화가 삽입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여과 없는 순수한 자료처럼 보이지만 현대사회의 많은 것들은 이해관계에 의해 편집됐다는 관점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다음 현실은 '안전모는 끼셨나요?'다. 영화가 기묘하게 품고 있는 남 탓이 있다. 이 영화가 지적하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노동자들의 착취 문제다. 실제로 안젤라가 취재하는 첫 번째 가족은 추가근무 동안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답으로 '안전모는 끼셨나요?'라고 답한다. 손가락을 다쳤는데 안전모를 꼈나 묻는 것도 웃기지만, 아무도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이다. 문제의 원인과 잘못된 해결이 영화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16시간 동안 일만 하는 안젤라에게 '커피나 마셔라'라고 답하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을 빠짐없이 묘사한다. 이 모티브를 염두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모티브는 이야기의 동력으로서 난잡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난잡할 수밖에 없는 극의 분위기가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세부적인 걸 찾아본다면 집착에 가깝게 감독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4k/휴대폰 액정/카메라/방송국/소셜 미디어 가릴 것 없이 '문제의식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거나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망가지고 있다'는 조롱이 영화를 만든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지만 영화의 색다른 측면에서의 연출력이 뛰어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이 영화의 형식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웃긴 건 덤이었다.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10월 11일 오후 4시 30분에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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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뚜기 월드'가 된 <쥬라기 월드 3>의 의미와 한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되고, 섬을 벗어나 세상 밖에 자리 잡은 공룡들.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들을 보살피고,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를 지키기 위해 작은 오두막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복제 인간 연구를 진행하려는 기업 '바이오신'에 의해 메이지가 납치당하고, 오웬과 클레어는 메이지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한편, 미국 서부에 나타나 농가들을 휩쓸고 다니는 거대한 메뚜기 떼를 조사하던 '엘리 새틀러(로라 던)'는 오래된 친구 '앨런 그랜트(샘 닐)'과 함께 메뚜기들이 바이오신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닫는다. 이에 엘리와 앨런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인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도움을 받아 공룡들이 모여 있는 바이오신 소유의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1993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29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삼부작의 주인공인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부터 <쥬라기 공원> 삼부작의 주인공인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 샘 닐까지 한 자리에 모여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날레를 가장 화려하게 꾸며주는 이들은 역시나 공룡이다. 전편에서 이슬라 누블라를 탈출해 북미 대륙에 상륙한 공룡들은 이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항상 공원이라는 장소에 갇혀 있었던 공룡들은 이제 바다에서도, 눈 내리는 산맥에서도, 소들이 뛰어놀던 평원에서도, 심지어 암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한 가지 독특한 지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공룡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영화는 정작 공룡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세상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온갖 곳으로 퍼져 나간 공룡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 메뚜기 떼이고, 영화의 메인 플롯도 유전자 조작 메뚜기를 개발한 기업인 바이오신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룡이라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 대목은 긴 시리즈에서 반복되던 메시지를 탈피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일견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만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역인 공룡의 임팩트가 약해지고, 시리즈의 마무리로서도, 또 단독 작품으로서도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제와 메시지
그간 <쥬라기 공원> 삼부작과 <쥬라기 월드> 1편의 주제는 분명했다. 인간의 기술적 진보에 대한 경고였다. 공룡이라는 환상 속에는 윤리 없이 유전공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한 비판, 돈과 명예를 좇아 경쟁적으로 발전할 뿐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과학에 대한 경고, 인간이 자연을 제어한다는 것은 혼돈 효과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 이는 오리지널 삼부작에서 쥬라기 공원이 끝내 실패로 귀결되고, 성공적인 듯 보였던 쥬라기 월드마저 폐장해야 했던 공통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전편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부터 시리즈는 기본적인 뼈대는 간직한 채 주제를 조금씩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화산이 폭발하며 파괴되는 이슬라 누불라 섬에서 공룡들을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오웬과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은 전편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한 축이고, 다른 생명의 흥망성쇠에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른 한 축이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마찬가지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인터뷰에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데리고 나온 공룡들을 더 큰 세상 속에 풀어놓게 된 거예요. 그것의 결과를 탐험해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기회였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우리가 자연계의 힘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입니다"라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한다. 특히 '자연계의 힘'이라는 말은 영화가 공룡들이 일으키는 문제보다 거대한 메뚜기들이 일으키는 문제에 더 집중한 이유를 암시한다. 이제 <쥬라기 월드>는 단순히 공룡, 그리고 공룡과 인간의 공존을 넘어서서 인간과 공룡까지도 포함하는 쥬라기 '월드', 곧 공룡이 사는 '세계' 그 자체로 시선을 돌린다.
정치생태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변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변화에서는 미국의 정치 철학자인 제인 베넷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진다. 정치생태학자인 그녀는 자연과 물질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라는 주장한다. 그간 인간은 오직 인간만이 의지와 목적을 갖고 주변에 존재하는 환경, 사물, 비인간 생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넷에 따르면 비인간 행위자에게도 인간처럼 의지와 목적을 가진 채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비인간 행위자는 인간 행위의 방향성도 바꿀 수 있다. 인간은 식물, 동물, 무생물, 자연의 집합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 속해 있고, 인간의 모든 행위는 매 순간 사물과 결합해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가 자연과 뒤얽혀 활기차게 반응한 결과이듯이, 인간의 의도 역시 거대한 비인간 행위자인 자연과 환경을 만나 실현된다.
거대 메뚜기의 등장도 정치생태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신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곡물 종자들을 배포하고, 비대한 메뚜기 떼를 개발해 식량 공급망을 혼란시킨 후 식량 산업을 지배하려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신의 계획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메뚜기들 역시 그 계획에 반응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바이오신의 CEO '도지슨(캠벨 스콧)'은 증거 인멸을 위해 키우고 있던 메뚜기 떼를 모두 소각 처분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질긴 생명력을 지닌 메뚜기들은 연구실을 탈출해 공룡이 거주하는 숲 전체에 불을 퍼뜨리며 도지슨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비인간 행위자의 의도와 반응과 만난 후에야 비로소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전편이 다른 생명체의 세계에 인간이 주체로서 어떻게 개입할 지에 주목했다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가 움직이는 방식을 비춘다.
영화는 이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정동(affect)하는 모습을 감정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오웬과 벨로시랩터 '블루'가 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오웬과 블루의 관계는 항상 특별했다. 비록 누구도 쉽사리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웬은 언제나 블루를 조련할 방법은 없으며 그저 그의 선택과 행위를 존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즉, 오웬과 블루는 동등한 주체로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과 공룡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 기제가 된다. 바이오신이 새끼인 베타를 납치하자 극도로 난폭해진 블루. 그런 블루에게 오웬은 메이지와 함께 베타도 구해오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그의 약속에 예상치 못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 사태가 더해진 결과 바이오신의 악행은 온 세상에 공개되고, 공룡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생기며, 블루와 오웬은 각각 가족을 되찾는다. 메이지와 베타의 관계가 오웬과 블루처럼 진전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공룡에 국한되지 않는 상상력을 통해 자연계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력도, 비중도 없는 공룡들
문제는 공룡으로 인해 변화한 세계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정작 시리즈의 주역인 공룡의 매력과 비중이 모두 급감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중 공룡들은 전개에 따른 부속품 정도로 묘사된다. 이는 지난 시리즈에서 다양한 공룡들을 지속적인 등장시키고, 그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부각하며 개성을 어필해왔던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쥬라기 월드>에서 비정상적인 흉포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인도미누스 렉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생물병기로 길러졌던 인도랩터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는 공룡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공룡들은 공룡 암시장이 있는 몰타에서, 하늘에서, 얼어붙은 댐 위에서, 그리고 지하 터널 등에서 주인공들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토리 진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블루만 하더라도 그 중요성이나 비중과는 별개로 시작과 끝에 겨우 모습을 비추는 데 그친다. 시리즈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시'의 대우도 다르지 않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 액션씬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의 힘에 밀려 시종일관 제대로 싸우지 못하던 렉시의 모습은 시리즈의 상징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렉시가 다른 공룡과 협력하면서까지 기가노토사우루스를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다 보니 렉시의 등장에는 반가움과 의문이 공존하기도 한다. 빌런 포지션에 가까운 기가노토사우루스 역시 평범한 육식 공룡에 불과할 뿐, 뇌리에 각인될만한 캐릭터성을 어필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후반부 공룡들의 액션씬에서 카메라가 공룡보다 싸우는 현장을 탈출하려는 인간에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이들의 존재감은 안타깝게도 더욱 줄어든다.
피날레로서도, 독립 작품으로서도 아쉬운 완성도
이에 더해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쥬라기 월드> 3부작과 <쥬라기 공원> 3부작을 모두 아우르려는 시도가 크게 성공적이지 못한 나머지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는 듯한 인상도 남는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크게 세 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오웬과 클레어, 그리고 케일라가 바이오신에게 납치된 메이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엘리 새틀러 박사와 앨런 그랜트 박사의 이야기로, 그들은 거대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와 관련된 진실을 찾아 바이오신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마지막은 도지슨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이안 말콤 박사와 램지 콜의 서사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스토리는 제각기 진행되다가 3막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지고, 다양한 오마주를 통해 시리즈를 하나로 종합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역으로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세 개의 이야기를 묶기 위한 작위적인 전개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바이오신 건물에서 탈출한 엘리, 앨런, 이안 일행의 차는 숲 한가운데서 전복되는데, 이 사고는 때마침 오웬과 클레어가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일어난다. 또 복제 인간인 메이지를 세 스토리의 교집합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영화의 잠재력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 선택처럼 보인다. 전편에서 미처 다 공개되지 않았던 메이지의 과거사는 원본과 복제본의 가치에 관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하는 극적 장치다. 그러나 메이지의 개인사를 철저히 가족애와 모성애를 강조하는 감정적 측면에만 제한한 결과,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평범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만다. 두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시리즈의 전통도 살리고 향수도 고취하려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마지막으로 다루고자 하는 바가 많다 보니 147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조연급 캐릭터들의 동기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법 비중이 있는 조연인 '케일라 와츠(드완다 와이즈)'나 '램지 콜(마무드 아티)'만 해도 배경 설명이 없다. 케일라는 지나가다가 흘끗 본 아이(메이지)를 구하기 위해 직업과 목숨을 걸고 오웬과 클레어를 도울 정도로 정의감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는 케일라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램지 콜 또한 바이오신 회사에 협력하는 중관 관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부의 부패를 고발한 반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시리즈의 메인 악역이었던 '헨리 우(B.D. 웡)'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내에서 그 과정은 제시되지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들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도구적으로 활용된 결과 영화 전반의 개연성도 부족해진다.
물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오락영화로서, 또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낸다. 특히 중반부 몰타에서 펼쳐진 공룡과의 속도감 있고 강렬한 추격씬은 마치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 한다. 수많은 오마주를 통해 <쥬라기 공원> 시리즈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점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일까?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시리즈의 끝으로서도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메시지마저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채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사이의 불협화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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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원자의 길을 택하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하다. 그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에서 얻어볼 수 있는 일종의 보너스 점수 같은 것이다. 그렇게 운이 조금 따라줘야 자신이 원하는 운명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운이 들어오는 때를 알기 위해 사주나 점을 보고 기도를 한다.
그런 식으로 미래를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우리는 그렇게 좋은 시기나 불운의 시기를 듣고 해당 시기가 되면 그것에 맞추어 행동한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것처럼 준비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진짜 사주나 점에서 들었던 것과 같이 비슷한 결과가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자꾸만 신경 쓰고 또 신경 쓰면서 좀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영화 <듄> 시리즈의 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은 미래에 대한 환영을 본다. 꿈속에서 혹은 스파이스가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마다 특정한 장면들을 보고 그것이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좋은 모습, 나쁜 모습이 모두 있는 그 환영은 폴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미래의 비전이나 신호에 예민하다. 마치 자신들이 느끼는 혹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미래의 예언이 모두 실현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의해 각기 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폴 무앗딥 우슬 아트레이데스의 두려움
폴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폴, 무앗딥, 우슬, 아트레이데스 같이 그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많다. 그만큼 그에게 많은 짐이 주어졌다고 볼 수 도 있다. 몰락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복수를 하고 그 이후 다시 가문을 일으킬 때까지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게다가 그는 사막에 사는 일부 프레멘들에게 예지 된 구원자일 거라는 기대도 받는다. 그가 어렵게 살아남은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가문에게도, 프레멘들에게도 구원자가 되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꿈에서 미래를 본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결말이 찾아오는지. 미래의 모습에서 전쟁을 보고 민중들의 고통을 본다. 그건 결국 자신이 전면에 나서 복수를 하고 우주 전쟁들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이 예지자로서, 조직의 영웅이 되어 전쟁에 참여하는 것에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건 자신이 가져올 질병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그 미래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일종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폴은 분명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영민하고 용기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 침착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이야기 속에 폴이 등장할 때마다 그가 좋은 리더라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 마음과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가 좋은 영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야기의 후반부에 어떤 계시를 받고 전면에 나선다. 그리고 그가 예지에서 본 여러 상황들을 미리 예측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사람들을 전쟁 속으로 이끈다.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며 그의 뒤를 따르지만, 그건 결국 파멸의 한가운데로 모두를 던져놓는 건 아니었을까? 폴이 느끼고 있던 그 두려운 상황처럼 말이다.
두 번째 감정 - 레이디 제시카의 두려움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아들 폴을 지키려 애쓴다. 그녀는 암막에서 모든 가문을 조종하고 있는 베네 게세리트다. 베네 게세리트는 아주 오래전부터 프레멘들에게 언젠가 구원자 리싼 알가입이 나타나 모두를 구원할 거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마치 종교적 믿음처럼 그것은 남부 지역의 프레멘들에게 신앙이 되었다. 그 상황 속에서 등장한 폴은 그들에게 거의 완벽한 구원자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코넨 가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외지인, 그리고 사막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정신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폴은 그런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증명하고 있었다.
레이디 제시카는 자신의 아들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두려움은 <듄> 1편에서 폴이 헬렌 모히암(샬롯 램플링)에게 능력을 시험받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제시카는 아들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까 봐 손을 벌벌 떨며 기도한다. 이 두려움은 파트 2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녀는 프레멘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프레멘들의 대모가 되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녀는 신비한 물을 마시고 어떤 비전을 본다. 죽음에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는 단호함이 있다. 그 단호함을 만드는 건, 자신의 아들인 폴을 살려야겠다는 위기의식이다. 아들을 진짜 예언된 영웅으로 만들지 않으면 폴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제시카는 아주 단호하게 아들에게 영웅이 되는 길을 가라고 이야기한다. 미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깨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 두려움의 큰 축을 지탱하고 있다. 폴과 제시카 모두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런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세 번째 감정 - 챠니의 두려움
챠니(젠데이야 콜먼)는 사실 구원자 혹은 영웅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는 폴이 처음 프레멘 집단에 들어올 때부터 그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적응 능력과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챠니는 폴에게 사랑을 느끼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지만 챠니에게 폴은 구원자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그가 프레멘 집단에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폴이지만 챠니에겐 그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다.
폴이 가진 두려움에 대해서 챠니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하코넨을 이겨내려면 결국 폴이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챠니도 승리를 위해 같이 공격을 하길 원하지만 폴이 본격적으로 신적인 구원자의 행동을 보이자 챠니는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하는 폴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하고 그건 반항으로 이어진다. 모든 프레멘이 폴을 구원자로 인정했지만 챠니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영화 후반부 챠니의 눈빛은 실망감으로 가득하다. 결국 폴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구원자의 신화에게 연인을 빼앗겼다는 분노. 챠니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에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폴의 복수가 완성되어 가는 모든 과정에서 챠니는 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동정심과 분노가 섞여있다. 어쩌면 챠니의 이 복잡한 감정이 앞으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에서 폴의 운명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폴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는 챠니는 폴의 미래를 그렇게 받아들인다.
영화 <듄 파트 2>는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이번 파트 2에서 주인공 폴과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구원자의 자리에 올라서는 폴은 자신이 그 두려움을 직접 감당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든다. 영웅이 짊어져야 할 짐이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의 두려움은 뛰어난 미장센과 좋은 상상력으로 구성된 세계에 그대로 담겼다. 여기에 영화음악을 담당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그 장엄한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폴 아트레이데스는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그가 꿈속에서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다른 결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암울한 미래를 보고서도 결국 그 길을 선택한 폴의 결정을 보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가 이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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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개봉영화
10월의 마지막!
10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4주 개봉영화 5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 After We Fell , 2021
애프터 그 세번째 이야기!
소설 발간보다 영화화가 먼저 성사된 원작 '애프터'는 40개국에서 3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1,100만 부가 판매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작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탄생한 '애프터' 프랜차이즈는 1편으로 제작비 대비 400%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창출하고
4편까지 영화화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편 '애프터'는 2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었으며, 2편인 '애프터: 그 후' 그리고 3편인 "애프터: 관계의 함정"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애프터: 너에게 가는 길'을 관람하기 위해
꼭 정주행을 해야 할 '애프터'의 클라이맥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테사'의 가족 이야기와
'하딘’ 본인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과거가 모두 밝혀지며 전작에서의 모든 떡밥을 회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감독, 작가, 프로듀서, 배우가 완성한 여심저격 찐공감 100% 로맨스 탄생!
첫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관계의 함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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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틸 Naked Singularity , 2021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선택!
영화 "퍼펙트 스틸"은 인생을 바꿀 한방을 노리는 국선 변호사 ‘캐시’의 완벽한 절도를 그린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넘버 13’을 연출한 ‘그것’ 리부트판의 각본을 쓴 체이즈 팰머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보예가, '그것' 시리즈의 빌 스카스가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올리비아 쿡, '미드웨이'의 에드 스크레인까지
쟁쟁한 할리우드 기대주를 모두 모은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21년 제6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SFIFF 관객상 최고의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재미를 증명 받았죠
'글래디 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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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ANNETTE , 2021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2012년 '홀리 모터스'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훔쳤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로 귀환했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만든 최초의 음악영화입니다.
영화 "아네트"는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빛과 어둠을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마리옹 꼬띠아르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전설적인 뮤지션 ‘스팍스’와 함께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음악 영화,
지금껏 본 적 없는 시네마틱 뮤지컬의 탄생!
세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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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アジアの天使 , The Asian Angel , 2021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드라마입니다.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이시이 유야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한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와 상냥한 유머로 상처 입은 모두에게 마법같은 위안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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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 2021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2' 제작진이 선사하는 새로운 모험
영화 "고장난 론"은 최첨단 소셜 AI 로봇 비봇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 속 스릴 넘치는 모험과 특별한 우정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사라 스미스가 공동연출, 공동각본, 총괄제작을 책임졌고, 아카데미 수상작 '인사이드 아웃'과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굿 다이노'로 따듯하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 필립 바인과
'코코', '인크레더블 2', '몬스터 대학'의 베테랑 스토리텔러 옥타비오 로드리게즈가 함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고장난 론"은 걷기, 말하기, 게임, 셀피, SNS 등 무한능력과 함께 모든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최첨단 소셜 AI 로봇인 비봇을 탄생시켰고, 그 완벽한 기술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비봇 사이에 고장난 ‘론’이라는 변수를 첨가시키며
황당하고 위험한 사건을 겪지만 그로 인해 신나고 짜릿한 모험까지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흥행 계보를 이을 로봇 캐릭터 ‘론’의 탄생!
다섯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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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당신이 놓쳐선 안 될 독립영화 5편!!! - 극영화 부문 ( #세자매 #아이들은즐겁다 #낫아웃#나는나를해고하지않는다 #인천스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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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대 채널을 사랑해주시는 구독자분들 다들 행복한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지난번 [리뷰하지는 못했지만 추천하는 영화 7작품] 영상에 이어, 영화등대 채널 자체선정 리뷰영상을 남겼던 올해를 빛낸 독립영화 5작품 극영화 부문 영상 시작해볼건데요. 해당 작품들은 모두 VOD서비스를 통해서 관람하실수 있는 작품들만 선정하였으니 영상을 보시고 해당 작품이 궁금하신분들은 한번쯤 관람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작품성이나 관객수로 작품들을 선정하거나 순서를 매기지 않았다는 점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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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년들> 1차 예고편
조작된 사건, 사라진 진실 ? 누가 이들을 살인자로 만들었나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삼례나라슈퍼 사건 실화극 [소년들] 1차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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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봉명주공> 메인 예고편
"우리가 한때 뿌리내렸던 마을"
남겨지고 옮겨지는 삶의 흔적을 담은 [#봉명주공] 메인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