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2-12-12 00:51:46
유리창의 서리로 표현된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
영화 <캐롤> 리뷰
유리창의 서리로 표현된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
영화 <캐롤> 리뷰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시놉시스] 당신의 마지막, 나의 처음..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랑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볼까해서 제목만 보고 시작한 영화 <캐롤>. 겨울옷을 입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과 캐롤이라는 영화 제목이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넘겨 짚고 보기 시작했지만 캐롤은,,, 내가 생각한 캐롤 음악이 아닌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그래도 계절적 배경은 눈내리는 겨울, 크리스마스이긴 했다. 영화 <캐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두 여자, 캐롤와 테레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강한 끌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영화 캐롤은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에서 굳이 이렇게 오랫동안 대사도 없이 서로의 모습을 찍어야 했을까 할 정도로 굉장히 긴 시간을 테레즈의 시각에서 캐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왜 저렇게 빤히 고객을 쳐다보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게 만들고, 캐롤과 테레즈의 평범한 대화 속에 오묘한 감정들이 전달되면서 이 둘이 서로에게 강한 끌림이 있음을 설명해준다.
더불어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하면서 상대에게 빠진 사람이 상대의 이목구비를 하나씩 뜯어보듯이 특정 부위만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등 한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카메라 워킹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어서 테레즈와 캐롤의 관계가 점차 깊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리창에 낀 서리로 관계의 거리감을 표현하다
영화 캐롤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유리창에 낀 서리 연출이었다. 캐롤과 테레즈가 아직 친해지기 전, 호감만 있었을 때 함께 탄 차에서는 서리가 껴서 창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시작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진심임이 드러나고나서는 불투명한 장막을 사이로 그들을 비추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혼과정에서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가 닥치자 캐롤은 테레즈를 떠나고 마는데, 테레즈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의 창문에서 다시 서리가 낀 모습을 볼 수 있고, 시간이 흘러 테레즈를 길가에서 본 캐롤 역시 서리가 낀 창문을 통해서 바라본다. 그리고 캐롤이 자신의 감정을 다시 깨닫고 테레즈에게 고백을 하지만 그 현장에서는 거절은 한 테레즈가 친구들과 함께 파티장에 가는 장면에서도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을 서리 낀 창문을 통해 비춰준다.
이렇게 서로가 소원해졌을 때에는 불투명하고 잘 보이지 않는 매체를 통해 이들을 보여주고 있고, 서로를 향해 진심을 표현하고 사랑을 할 때는 서로를 가리는 매체가 없게끔 표현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
영화 캐롤은 두 여자의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캐롤은 남편과 딸이 있는 여성이었고, 테레즈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서로를 만난 이후 본능적으로 끌리는 마음때문에 테레즈는 혼란스러워하고, 캐롤은 이를 남편에게 숨기고자 한다.
캐롤은 아마 자신이 여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 싶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양육권을 지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숨기려고 했고, 테레즈는 이렇게 강한 끌림은 처음이어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에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테레즈는 캐롤과 함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버리고 양육권을 찾기 위해 떠난 캐롤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사랑을 복합적으로 느낀다.
캐롤은 딸 린디와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테레즈와의 관계를 정리했지만, 결국 이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결정임을 깨닫고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이러한 정체성으로 양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양육권을 포기하겠지만 린디를 한달에 한 두번 볼 수 있는 권리는 나아게 달라고 요청한다. 린디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영화 <캐롤>은 서로를 향해 빠져들어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결국에는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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