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모든 것은 정치와 관련이 있다. 정치적인 결정은 무언가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가 되고, 그 사회 구성원이 조금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려고 애쓴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그 많은 정치인들 중 자신과 사회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누구일지 투표를 통해 선택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선출되지 않았더라도 정치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삶에 조금씩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정치는 우리 삶에서 완전히 떼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발전을 막기도 한다. 인류가 그동안 겪었던 전쟁은 바로 정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정치에 관심을 두고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선택을 한다. 정치라는 것이 언제나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흘러가지는 못한다. 수많은 경쟁이 벌어지고, 다양한 분야에 그 정치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 영역에서조차 정치적 영향력은 힘을 뻗고 있다. 과학 연구의 방향성이나 연구 인력의 숫자 등이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주 탐사 같은 영역은 온전히 정치적인 상황과 결정으로 인한 예산 투자가 없다면 진행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지구 충돌 혜성을 발견한 두 과학자 그리고 정치인
영화 <돈 룩 업>은 지구에 곧 충돌할 혜성을 발견하게 된 두 과학자가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과정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영화 초반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박사 과정 제자 케이트(제니퍼 로렌스)가 혜성을 발견하는 과정은 여느 재난 영화의 장면과 다를 바 없다. 기존 재난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건 그들이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백악관에 간 이후 벌어진다. 여기엔 나사의 테디 박사(롭 모건)도 동행하게 되는데, 이들은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만난다.
민디, 케이트, 테디 이렇게 세 과학자가 처음 대면하는 정치인은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하루 이상을 기다리게 되는데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먼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혜성의 지구 충돌을 전달했을 때, 그는 정치적으로 그 사안을 언제 공개하고 이용할지를 계산하기 바쁘다. 인류 멸망이라는 엄청난 재난 상황 앞에서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과학자들의 말을 온전히 과학적 발견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그 안에 정치적인 의도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언론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유명 방송사도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정치인들이 잘 받아주지 않자 다음 해결 방법으로 매스컴을 택한다. 그들은 처음에는 백악관이 그 사실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을 방송에 출연시키지만 그들 역시 과학자들의 말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심지어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들, 즉 천문학자들과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천문학자들의 저의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방송사 간부들 조차 그 과학자들이 아주 순수한 학문적 발견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그것을 이용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소비되어 버리는 과학자들
방송사에서 과학자들을 소비하는 방식도 이 영화에 잘 나와있다. 잭(타일러 페리)과 브리(케이트 블란쳇)는 아주 가벼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인류 종말이라는 상황을 심각하게 이야기하지만 진행자인 잭과 브리는 그것을 별일 아닌 것처럼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그리고 화를 내는 케이트와 침착하게 대응한 민디 박사를 비교하면서 케이트는 SNS에 이상한 마녀 이미지로 떠돌게 만들고, 민디 박사는 전문가로 떠받든다. 그러니까 같이 혜성을 발견한 두 사람조차 그들의 이익을 위해 각각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민디 박사와, 케이트, 테디 박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정치적인 판단을 벗어나려 애쓴다. 자신은 순수하게 과학적 발견을 했고, 그것이 곧 지구 종말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한낱 정치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중들은 현재 정부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한쪽은 과학자의 의견을 믿지 않고, 다른 한쪽은 과학자의 의견을 믿는다. 영화에서는 그 의견 대립을 ‘돈룩업(위를 쳐다보지 마)’과 ‘룩업(위를 쳐다봐)’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종의 정치적인 해쉬태그 대립을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세 과학자는 끊임없이 그들의 방법으로 종말을 막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외친다. 우리 사회에서 지구적 환경 재난을 피하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사회단체나 과학자들의 의견이 떠오르게 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알고 있지만 당연히 그 안에 정치적인 문제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과학적인 사실 만으로는 대중을 움직일 수 없고, 그것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지지나 행동은 요원하다. 반대의 의견은 사회연결망을 통해 확산되고 더 굳게 믿어진다.
영화 속 정치인들은 그들의 프로파간다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영웅을 이용한다. 베네딕트(론 펄만)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핵미사일을 발사할 때 참여시킴으로써 대통령 본인과 집권당의 정치적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면서 이 사안을 더욱더 정치적으로 판단하게 만든다. 이런 정치인의 의도된 행동을 매스컴은 라이브로 중계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확산시킨다. 여기서 영웅은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전혀 엉뚱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든다.
현실 속의 모습이 잘 드러난 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 업>은 관객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비슷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집권하고 있는 여당에 대입해도, 그 대척점에 있는 야당에 대입해서 해석해도 충분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라는 것이 진행되는 프로세스와 그것으로 대중들이 받는 영향이 이 영화에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서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생각해보면, 대중의 입장에서 어떤 정치인들의 말이 맞을지, 과학자의 말에 정치적인 성향은 들어가 있지 않을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만약 정말 종말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 그것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한참 걸리거나, 아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아픈 부분일 수 있다. 결국 모든 활동에 대한 판단은 무언가를 보고 자기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 그건 결국 사회적 정쟁과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세 과학자가 처한 상황은 꽤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엔 안절부절못하다가 이성을 찾는 과학자 민디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주 순수한 모습과 자신만만한 모습을 오가며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그가 지구 종말을 외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혜성을 처음 발견한 박사과정 학생 케이트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전혀 정치적인 색깔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방송에서 짜증을 부렸던 것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역할을 잘 연기했다. 그런 답답함과 분노가 제니퍼 로렌스의 뾰로통한 얼굴에 잘 드러나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은 <빅쇼트>나 <바이스> 같이 사회적인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가 각본까지 도맡아 하면서 꽤 맛깔스럽고 재치 넘치는 대사와 상황을 통해 정치적으로 벌어지는 부조리와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돈 룩 업>에서도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에서 보이는 웃픈 상황들이 허구라는 측면에서는 안도감이 들지만, 그것이 현실과 아주 가깝다는 사실에서는 불안감이 들게 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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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리뷰>
https://youtu.be/e_e_7sHTj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