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2025-06-29 23:10:29
세포는 열심히, 세계는 그럭저럭
<일하는 세포> 실사화 영화 리뷰
세포는 열심히, 세계는 그럭저럭
<일하는 세포> 실사화 영화 리뷰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걱정보다는 낫다
실사화는 늘 걱정이 먼저 생긴다. 실사화를 왜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면 끝도 없으니 넘어가겠다. 일단 실사화가 되었다고 하면 재미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큰 기대도 없다. 실사화로 제작되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 많지 않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가 그렇다. 미묘한 가발과 미묘한 연출들이 웃기지도, 재밌지도 않을 때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린다.
<일하는 세포>는 몸속의 세포를 의인화하여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 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각 에피소드에서 다양한 몸속 현상과 세포를 설명하고, 의인화된 캐릭터를 보는 맛이 중심이었다. 그 사이에 백혈구와 적혈구의 러브라인을 소소히 느낄 수 있어서 힐링하면서 보는 애니였다. 실사화 된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된 건 역시 비주얼이었다. 너무나 판타지다운 이미지였기에 과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사화는 그런 걱정보다는 나았다. 과함을 묘하게 숨길려 하지 않고 작정했다는 듯 과함을 드러냈다. 잘 활용했다. 특히 몇몇 장면은 너무 웃겼다. 도파민이 도는 세포들이 미친 것 같았다. 혈소판들은 실사화도 귀여웠고, 빵빵한 배우진이 맡은 캐릭터들은 매력적이었다.
낫기는 해도 좋지는 않아...
문제는 스토리였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인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영화로 만들다 보니 개연성은 떨어지고, 흐름이 없었다. 애니메이션과의 차이로 세포들의 주인이자 몸인 니코와 사다오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이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엮어서 개연성을 만들어보려 한 것 같지만 도움은 썩 안 됐다. 세포 외에 세계가 너무 그럭저럭 흘러가고 지루하다. 차라리 세포들끼리 이야기를 잘 엮어보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니코와 사다오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가족 이야기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기특한 딸과 어리버리하지만 딸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니코는 건강을 잘 챙기는 사춘기 소녀다. 일어나는 초반 일들은 사랑과 관련된 도파민, 우연한 상처 정도다. 몸속 세포 이야기도 영화의 분위기와 맞게 적절히 코믹하고, 힐링이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극히 어두워진다. 니코가 백혈병에 걸리고 항암을 하며 몸속은 거의 멸망한다. 이런 스토리가 나쁜 건 아니지만 시청자가 원하는 일하는 세포 실사화와 맞는지는 의문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어두워지니 다소 지루했다. 너무 많이 시간을 끌었고, 결말도 시간을 끈 것에 비해 극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메인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암세포(영화에서는 돌연변이 세포)가 원작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실사화에서는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묘사가 잘 나온다.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겠지만, 악역의 이야기가 너무 짧다. 안 그래도 과한 설정에 캐릭터인데 이유도 잘 모르니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다. 한 없이 가볍다가 다들 갑자기 무거워져서 당황스럽다. 코믹하게 가려고 했으면 그 톤을 잘 지켰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장면 돌려쓰기 하는 거 너무 티 나서 머쓱하다.
열일하는 배우들
배우들이 놀랄 정도로 빵빵하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당황스럽다. 그래서 스토리만 더 잘했어도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나름 흥행했다. 흥행과 괜찮은 영화가 되는 건 다르니까... 두 주연의 연기도 대단했고, 조연들의 연기도 대단했다. 나가노 메이가 연기한 후반부는 없던 개연성도 연기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일하는 세포>에서 무엇보다 재밌는 건 세포였던 것처럼 실사화에서도 무엇보다 열일하고 재밌게 해준 건 배우들이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 잡고는 힘들고, 친구랑 같이 킬링타임 정도로 보는 걸 추천한다.
웃기는 세포들
웃기는 장면들은 진짜 말도 안 되게 웃으면서 봤다. 어이없이 웃겨서 약간 화가 난다. 아재개그에 웃어버린 기분이다. 근데 웃긴 건 맞긴 하다. 일본 영화의 개그가 잘 맞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영화이다. (뒷부분은 아쉬워해도, 앞부분은 확실히) 그리고 나름 재밌었던 포인트가 사실 하나 더 있다. 전대물에 나올 것 같은 세균들의 코스튬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극히 개인적인 재미이지만 같은 마음인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영화 코스튬을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 하나씩 나오는 세균들 코스튬 퀄리티가 좋다. 단체로 나오는 세균들은 말하지 않겠다. 이것도 나름 웃기긴 하다. 다들 후드집업을 입고 나와서 웃기다. 세균들이 원작 애니에서 자주 출연하는데 영화에서는 출연 많이 못 해서 아쉽다. 뒷부분에 끄는 부분을 줄이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더 넣었더라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한 줄 코멘트
세포들은 큰 웃음을 주었고, 스토리는 한숨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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