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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2023-01-02 19:37:42

<3000년의 기다림> "이야기, 그 사람의 기나긴 우주의 일부를 함께 한다는 것."

영화 <3000년의 기다림> 시사회 초청 리뷰

*해당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해 작성했습니다.

 

 

 

지난 1227, 조지 밀러 감독이 7년 만에 낸 신작 <3000년의 기다림>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유사한 장르의 영화들이 지니고 있었던 틀을 깨어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을 했다. 스포일러 없는 후기,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3000년의 기다림>은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관객들의 기대를 샀다. 총 러닝타임은 108분이며 국내 정식 개봉은 14일이다. 75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 유력 매체의 언론과 세계 평단의 찬사가 쏟아진 작품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다한 서사학자 알리테아(배우 틸다 스윈튼)가 골동품 가게에서 산 공병으로부터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3, 마음 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소원을 말하면서 알리테아와 지니의 사이는 깊어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어떤 장르인가 생각해봤다. 역사물도 아니고, 철학물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그 셋을 아우르는 영화다. <3000년의 기다림> 역시 그러길 바란다.” - 조지 밀러 감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영화의 폭주하는 쾌감과 스릴로 러닝타임을 채웠을 것이다. 그러나 제2의 매드맥스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사뭇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3000년의 기다림>에서 오스만 제국 시대를 걸쳐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긴, 3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어났던 환상적인 이야기를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구현해내고 있다. 시각적으로 강렬하지만 부드러웠으며 청각적으로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최고의 오감만족을 선사해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스크린이 선사하는 경험에 자신을 맡기면 영화로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므로 <3000년의 기다림>은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1.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과 소원을 비는 사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며 묘하게 <미녀와 야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알라딘>, <팬텀스레드> 영화가 생각났다.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소위 말해, ‘지니겠다)과 소원을 비는 사람 간의 아련하고도 슬픈 관계는 사실 어느 영화에서나 성립했다. 그러나 <3000년의 기다림>은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도 강렬한 서사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호평을 하고 싶다. 지니가 왜 그 병에 3천 년 동안 갇혀 있었는지, 왜 알리테아가 그에게 평생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인물인지 풍부한 서사로 관객들을 설득시켰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지니의 3천 년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 부족할 정도로 화려했다. 그 화려함 안에는 정령의 아픔, 사랑 그리고 고통이 모두 섞여 있었다.

 

한편, 알리테아는 이성적인 캐릭터로 본인 인생에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므로 처음 지니를 마주하며 소원을 빌어야 할 때, 그 절실함을 느끼지 못 한다. 하지만 지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층 그의 삶에 더욱 가까워질수록 정확히 형언하지 못할 사랑을 느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소원을 빌게 된다. 그렇다, 이 과정에서 기존 영화에서 비쳐졌던 소원을 비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의 관계가 타도된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아름답고 서글프게.

 

 

 

2. “우린 고독을 함께 해요

알리테아가 지니에게 던진 한 마디, 어쩌면 그들의 3000년의 기다림을 요약해주는 한 마디였다. 이 영화를 보면, 단순히 판타지멜로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로맨스가 아니라 외로운 두 인물이 함께, 새로운 고독함을 맞닥트린 영화라고 생각했다. 알리테아에게 닿기 위해 지니가 버텼던 3천 년은 분명 행복한 꿈이었을 것이다. 한편, 지니에겐 3천 년의 기다림이었겠지만 알리테아 또한 얼마나 그 무던한 시간을 홀로 버텨왔을까? 평소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그런 그녀에게 감정의 요동을 선물해준 지니였다. ‘내가 미친 건가? 무엇이 진짜일까?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라며 끝없는 고뇌 안에 갇혀있었던 알리테아. 정령 지니는 알리테아에게 존재의 이유를 선물해줬다고 느꼈다.

지니가 살아온 삼천 년도 도착지 없는 여행이었겠지만, 알리테아가 겪은 무수한 고독함 또한 그랬을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함 2명이 만나면 묘한 사랑으로 번져지는, 정말 물감이 묻은 하나의 붓이 천천히 물병 안에서 퍼졌던 영화였다.

지니, 알리테아; 각 캐릭터가 지닌 공허함을 잘 표현한 배우 틸다 스윈튼과 이드리스 엘바다. 특히나 오랜만에 틸다 스윈튼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 어딘가 모르게 갈 곳 잃어버린 그녀의 눈동자는 더더욱 아름다웠다.

 

 

 

3. 이야기 속에서 피어오르는 갈망

가수 아이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잘 잤으면 하는 건 사랑이라고. 이 말을 본 영화에 비유해보자면,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사랑해라는 피상적인 말이 없어도, 그 사람이 건너온 무수한 우주를 온전히 이해하는 방법은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본인 내면 속, 무의식 안에서 피어올랐던 진정한 갈망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을 첨예하고도 부드럽게 그려낸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이다.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연출이 관객에게 선물해주는 타임캡슐’. 실제 지니 역을 맡은 배우 이드리스 엘바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타임캡슐에 담긴 영화같다. 배우와 감독이 함께 이야기를 꺼내서 들려준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뭘 얻을 수 있을까? 갈망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관객은 지니의 3천년의 기다림, 그리고 알리테아와 지니가 앞으로 함께 걸어나갈 무수한 시간의 외로움이 담긴 타임캡슐을 고스란히 극장에서 열어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이야기 속에서 아름답고도 고통스럽게 피어오르는 3천년의 기다림과 그들의 미래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 사람의 기나긴 우주의 일부를 함께 한다는 것."라고 나의 한 줄을 정리하고 싶다.

 

 

작성자 . 이서

출처 . https://blog.naver.com/jk08154/222972980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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