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1-23 16:38:08
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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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더 글로리> 파트2, 3월 10일 공개 확정
ⓒ 넷플릭스
3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TOP 10 TV(비영어) 순위권에 등극하고, 공개 후 누적 시청시간
1억 4800만 시간으로 K-콘텐츠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더 글로리>의 파트 2가 3월 10일
공개를 확정했다.
진선규 <카운트>, 2월 개봉 확정
<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흥행을 이끈 배우
진선규는 <카운트>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카운트>는 오는 2월 개봉을 확정했다.
<헤어질 결심>, 아카데미 감독상·외국어영화상 최종후보
ⓒ 네이버 영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 2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19일에 개최된다.
<j-hope IN THE BOX>, 2월 17일 디즈니+ 전 세계 동시 공개
ⓒ 디즈니+
지난해 7월 발매된 제이홉의 첫 번째 공식 솔로 앨범 'Jack In The Box'의 앨범 제작 과정 및
다양한 활동을 담아낸 음악 다큐멘터리 <j-hope IN THE BOX>가 오는 2월 17일 오후 5시에
디즈니+와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해외
<M3GAN 2.0>, 제작 확정
ⓒ 네이버 영화
북미 개봉 첫날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팬데믹 이후 시리즈
제외 호러 영화로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메간>은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속편 <M3GAN 2.0> 제작을 확정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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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이야기 또는 이혼 이야기
백마 탄 왕자가 나오는 그런 사랑 이야기는 감흥이 없는 편이다. 이전 영화 리뷰 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처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주인공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바닥을 치는지까지 디테일하게 나오는 이야기에 끌리는 편인데, 그 속에서 내가 마주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볼 수도 있고 해결 방법을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설명하기 전에 이 영화를 보게된 계기를 먼저 말하자면 올해 중순쯤 아담 드라이버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모델이자 배우인 이솜의 인생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이었고, 이솜이 좋아하는 배우라 그래서 눈여겨보다가 같이 빠져든 케이스. <패터슨>에서는 패터슨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결혼 이야기>에서는 굉장한 스펙트럼의 연기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애덤 드라이버의 완전한 팬이 되어 버렸다.
<결혼 이야기>를 마침 2023년이 가기 전에 보게 된 영화라 너무 좋았어서 2023년 베스트 영화 중 하나로 기록할 겸 얼른 후기를 남겨본다. 영화는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이 서로에게 반했던 이유 = 각자의 장점을 내레이션 하고, 그에 적합한 화면들이 나온다. 가령 극 중 배우로 나오는 니콜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장면에서는 극장에서 집중하여 연기를 하고 있는 니콜의 모습이 나오고, 극단의 인턴도 동등하게 존중해 주는 찰리의 모습들이 나오며 둘 사이 있었던 좋은 추억들을 쫙 보여 준다.
그 장면들만 보면 정말 행복하고,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 가족의 생활이 나와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순간들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 그런 행복한 가정을 상상할듯하다. 그렇게 행복한 가정의 모습도 잠시 둘의 내레이션이 끝나면서 보이는 공간은 이혼 상담소, 상담사가 둘에게 작성한 장점을 서로에게 읽어달라고 하지만, 니콜은 그럴 생각이 없다. 둘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북극의 얼음이 언 것 마냥 냉담하다.
찰리는 사실 니콜이 이혼을 결심했는지 모르는 듯했다. 니콜의 희생이 당연했고, 잘 나가는 예술가가 되고 있는 자신이 제일 잘났다 생각해서 일까 잠깐 LA로 떠난 니콜이 금방 들어올거라 생각한다. 초반에 나오는 애덤 드라이버는 굉장히 유쾌하고, 리더십 있는 능력과 책임감이 모두 있는 훌륭한 감독으로 비쳤지만 갈수록 그의 이기심이 드러난다. 연애 때 이걸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아이를 일찍 가져버린 니콜은 참고 참다가 그와의 이별을 결심한 것. 니콜은 찰리를 아래 대사처럼 표현했다. '섹스보다 대화가 좋았던 사람이고, 섹스도 대화처럼 느껴지던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었는데, 둘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니콜은 그래도 아직 그를 사랑했기에 원만하게 헤어지려고 했지만,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선임하게 된다. 노라 또한 이혼 경험이 있어 그녀의 고통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준다. 그렇게 법정까지 가서 부부가 각자 선임한 변호사는 각자의 치명적인 단점을 들추며 그들의 삶을 변호한다. 둘은 그 상황이 도저히 아니라고 느꼈는지 둘이서 협의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지만, 결국 끝은 서로에게 바닥을 보이는 싸움이었다.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바라! 헨리(아들)가 괜찮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이 병에 걸려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이전 장면에서는 화를 내지 않을 것만 같던 그가 이렇게 절절한 증오의 말을 내뱉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는 영영 볼 수 없을 수도 있고, LA와 뉴욕을 왔다 갔다 하느라 그토록 기대했던 브로드웨이 공연도 못하게 되고, 극단을 운영할 수 있는 상금마저 이혼 소송을 진행하느라 파산 직정인 상황이니 현실적인 부분에서 공감되긴 했다. 찰리는 바로 사과를 하고, 싸움을 마무리하지만 둘의 사이는 더 이상 합의도 힘들고 회복도 힘든 것처럼 보였다.
감독 노아 바움백을 포함하여 스칼렛 요한슨과 그녀의 변호사 역할 로라 던은 이혼 경험이 있고, 애덤 드라이버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경험까지 더해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이혼의 과정을 풀어낼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조금은 행복한 결혼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매우 불편하고, 현실적인 이혼 이야기였고, 결혼을 한다면 이런 과정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 나처럼 결혼 고민이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걸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니 꼭 보시길!
*영화 리뷰는 브런치 채널에 더욱 빠르게 등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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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랑 동갑인데 왠지 형이라고 불러야 할 듯
난 예전 것들이 좋다. 나이를 먹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좋은 건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기로 한다. 열려있지 않으면 뒤처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근데 뭐 매 순간 힘 빡주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블랙핑크와 에스파의 음악을 듣다가도 소녀시대의 <힘 내>에 손이 가니 역시 좋은 게 최고다. 나에게 갑자기 '카페에서 초코 라테를 포기하라'라고 하면 그냥 흘려들을 것이다. 올리브영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바디 미스트를 고르는 것도 게임을 같은 일만 하는 것도 다 예전에 좋은 나의 습성(?)에 근거한다. 근데 나만 그래? 다들 그렇지 않아?
20대 중반을 통과하고 있는 나에게 톰 크루즈는 적당히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신기할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다. 일단 잘생겼다. 그리고 섹시하다. <매그놀리아>에서 상의 탈의한 그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었다. 또 팬서비스에 철저했던 몇몇 행보나 스턴트 없이 소화하는 맨몸액션까지 상남자 중의 상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60대에 들어섰다는 것은 전부터 알았지만 그걸 인지하고 나니 나도 나이가 들고 있다는 아찔함이 느껴졌다. 톰 크루즈는 나이 듦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일도 없어 모를 테지만 왠지 그는 나이가 단지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간이 몇 년 지나도 극장에서 보면 재미있을, 잘 만든 액션 영화가 극장에 걸려있다. 정식 개봉일은 6월 22일이다. 나는 영화 3사에서 열린 프리미어 상영회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이제 <헤어질 결심>을 앞두고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본 다음 친구와 놀고 연인끼리 극장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드린다. 비행기 타고 2022년의 미국으로 날아가자.
소년이 어른이 되어
‘그냥 좀 하는 애’에서 이젠 전문가가 되어버린 메버릭. (공군이 아니라) 해군으로서 많은 업적들을 세운 듯하다. 그중 최고는 역시 미그기 3대를 격추시켰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는 게 즐거웠던 피트 미첼 대령. 36년이 지난 현재, 그는 이 덕질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현역 파일럿으로 비행을 지속하기 위해 대령 이상의 계급을 진급하지도 않고 전역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둥 그에게 있어 비행기는 과연 삶의 재미 전부다. 대한민국에 사는 수많은 군필자들과 장병들은 ‘..?’ 싶은 행보일 것이다.
근데 세상은 그를 그렇게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세상이 변해 이제 무인기가 미 해군의 주류가 된 듯싶다. 비행기 다크스타의 시험 비행이 예정됐던 날, 미첼은 소속되어 있는 부서의 프로젝트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원래 이 프로젝트 팀의 마하 목표는 10이었다. 그런데 미첼이 속해있는 부서의 다크스타는 ‘마하 9’까지 날 수 있었다. 메버릭은 청개구리 같은 존재다. 소속 팀을 없애버리려고 했던 케인 소장이 보는 앞에서 극초음속인 마하 10 비행에 성공하는 미첼. 그런데 미첼은 욕심을 내 마하 10을 초과하는 속도로 비행했고, 다크스타는 파괴되고 만다. 다행히 미첼이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분노한 케인 소장. 메버릭(미첼)을 해고하고 싶었지만 그가 존경하는 ‘아이스맨’에 의해 제지되고 만다. 해고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그 대신, 미첼은 다른 곳으로 전출가게 된다. 목적지는 ‘탑건 스쿨’이었다.
문 바로 앞에서
교관으로 전출된 메버릭. 단순히 학도들을 가르치는 게 업무의 끝이 아니었다. 메버릭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는 분명했다. 공군이 진행시켜야 할, 극비 군사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참가해야 했다. 숨겨져 있는 우라늄 원자로를 파괴하는 것이 이 팀의 목표였다. 여기서 뒤로 물러설 곳은 없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비행. 그나마 아이스맨 덕에 이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파일럿으로서의 삶을 은퇴하기 직전 바로 앞까지 왔다. 메버릭은 파일럿으로서의 화양연화를 불태우고 앞으로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인생을 지속하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작전에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긴 세월 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영화의 시놉시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편을 봐야 해요
이 영화에 앞서 준비물이 있다. 바로 지금 왓챠로 달려가서 <탑건> 1편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뭐 대충 눈치로(?) 줄거리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몇 군데 있을 수는 있다. 이왕이면 영화를 봐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해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영화인 만큼 지금 보기는 고루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텍스트로 요약을 해 보았다. 피트 ‘메버릭’ 미첼은 실력 있는 파일럿이다. 탑건 1은 이 미첼의 성장 서사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 역시 파일럿이었지만 비행기 사고로 잃었다(이 부분은 극 전반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또 영화 안에서 메버릭은 친구 구슬릴 잃게 된다. 메버릭의 실수가 아닌 사고였지만 그는 이 일로 구스의 가족들에게 마음의 빚이 생겼다. 이 <탑 건 : 메버릭>에서 마일즈 텔러가 연기했던 배역이 이 구스의 아들이다. 또 메버릭에겐 강력한 라이벌 '아이스맨'이 있다. 아이스맨은 개와 고양이처럼 메버릭과 투닥투닥 다툰다. 그러나 아이스맨에게 어떤 사고가 생기고, 이를 메버릭이 구해주며 둘은 친구가 된다. 이 아이스맨은 메버릭과 달리 승승장구하며 제독으로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1편)의 초반부에 메버릭은 만나는 여자가 많은 인물로 묘사된다. 이때 해군 장교의 딸을 꼬시려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때 나왔던 ‘페니’라는 인물이 탑건 근처의 음식점 주인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인물 간의 관계 묘사가 1편을 승계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외의 부분에서도 전작의 오마주가 나온다. 일단 내가 1편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톰 크루즈(메버릭)가 노래를 부르는 신이었다. 이때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불렀던 노래가 본 작에서 다시 재현된다. 다른 부분은 영화의 중반부까지의 연출이다. 1편은 1986년 영화다. 36년이 된 전작. 지금 보면 영화가 올드하다. 작품을 보다 보면 체감상 거의 모든 신에 BGM이 깔리는 듯하다. 본 작은 이를 승계하며 중반부까지는 음악이 도드라지는 연출법을 사용한다. 또한 이야기 구성을 간단히 하고 액션에 당위성과 임팩트를 준 방식은 영화의 형식적 측면에서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갈나게 뽑았다
이 영화의 강점은 액션 연출이다. 사실 당연한 말이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 영화는 그 당연한 것도 기가 막히게 뽑았다. 일단 초반부, 메버릭이 군 인사를 능욕하기 위해 마하 10으로 시험 비행을 하는 신이 있다. 마하 10으로 타면 물리적으로 파일럿들에게 힘들다고 한다. 이때 톰 크루즈의 검증된 퍼포먼스와 촬영 구도, 클로즈업 방식, 또 비행기가 날아가는 궤적까지 섬세한 연출에 압도된다. 이 인상적인 도입부 이후 중반부까지는 '살짝 루즈하다'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고 영화의 엔딩까지 이 작품은 그야말로 폭주하듯이 달린다. 일단 꼼꼼한 동선 체크가 눈에 뜨인다. 설마 비행기를 운전하다 만들어지는 돌발변수에 따라 영화를 만들었을까? 아닐 것이다. 각본을 쓴 사람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닌 한 우연히 얻어걸린 것에 따라 액션 연출을 짤 수는 없다. 아마 '이 비행기는 이때 이런 행동 때문에 저렇게 움직여야 해!' 식으로 구체적으로 짜 맞추었을 것이다. 실제로 비행기 운행을 파일럿들이 맡았다고 하는 것도 동선이 정교해야 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암튼 이때 비행기 액션 연출을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비행기들의 움직임이 탁월했다. 촬영과 기획력에서 강점을 가진 부분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액션에도 인물들의 성격이 드러나 있어서 설득력이 있다. 초중반부쯤에 메버릭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영화는 '1대 다수'가 아니라 '1대 1대 1'식으로 액션을 보여준다. 이건 그 액션이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고, 또 반대로 성격에 의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지를 골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서히 쌓아 올린 액션이 엔딩까지 예상을 빗나가며 하이텐션으로 달린다. 이 덕에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강점을 가지게 됐다. 이야기가 평범하고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도 극의 장점을 잘 활용한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액션에 힘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드러머가 파일럿이 되어 돌아오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았던 분들도 <위플래쉬>를 본 적 있었을 것 같다. 어디서 본 듯한 J.K 시몬스도 기억에 남지만 난 주인공 역할이 더 인상 깊었다. 뭔가 억울하게 생긴 주인공. J.K 시몬스의 빌런 연기에 뭔가 기가 죽지 않는 퍼포먼스는 많은 이들에 머릿속에 남기 충분하다. 처음엔 배리 키오건과 헷갈렸지만 이제는 구분할 수 있다. 마일즈 텔러는 나름 많은 영화에 나왔다. 그 대신 잘 된 영화는 얼마 없는 듯하다. 그나마 인상 깊던 작품이 폭망 했던 <판타스틱 포>가 아닐까? 암튼 이 마일즈 텔러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듯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1편의 ‘구스’ 역과 어울리는 비주얼, 내면에 화를 품고 있는 듯한 눈빛, 입체적인 인물상까지 이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톰 크루즈만큼이나 탁월했다. 오로지 이 역할이 다른 배우에게 어울렸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배우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효과적으로 잘 해냈다. 또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당당한 모습이었던 제니퍼 코넬리도 기억에 남는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알뜰살뜰하게 가져온 덕에 캐릭터에 생기가 있다.
새삼스레 위대하다고 생각했어
이제 60대인 아저씨가 섹시한 몸에 알통이 있고 액션 연기를 무리 없이 하는 경우가 몇 개나 있을까?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는 '이거 실화인가' 싶을 스타성으로 할리우드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20대인 나보다 더 건강해 보여서 신기했다. 또 옷 핏이 너무 멋있다. 초반부에 마원에 청바지 입고 오토바이 타는 신이 있는데 어째 2022년에 더 멋있다. 그리고 또 이 배우가 연기를 보통 잘하나? <매그놀리아>에서 봤던 오열 연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나에게 있어 톰 크루즈는 '연기 정말 잘하는 배우'다. 이 역시도 영화에서 잘 나타난다. 구스의 아들을 보며 하는 표정연기. 비행기 타고난 다음 마스크를 끼고 나서의 표정연기 등등 이 대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의 주요 메시지처럼 단순히 나이가 들었고 오래됐다고 해서 빛이 바래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건 계속 아름다웠다. 톰 크루즈는 이를 잘 보여줬다.
파워풀한 바통 터치
극장가는 이제 레이스의 1/5쯤 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5월 22일 <범죄도시 2>, 6월 8일 <브로커>, 6월 15일 <마녀 2>와 <버즈 : 라이트이어>, 6월 22일 <탑건 2 : 메버릭>, 6월 29일 <헤어질 결심>, 7월 8일 <토르 4 : 러브 앤 썬더>, 7월 중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레이 맨>,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8월의 <비상선언>까지 극장 기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애프터 양>이나 <실종>, <컴온 컴온>, <매스>, <소설가의 영화> 등 상영관이 많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좋은 영화들이 관객을 영화관으로 부르고 있다. 이와 시너지가 나듯 엔데믹 효과에 힘입어 <범죄도시 2>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탑건 : 메버릭>은 <범죄도시 2>만큼이나 좋은 바통터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천만 관객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톰 크루즈의 내한이 성공적이었고 영화도 잘 만들었으니 한번 더 극장에 인원이 붐빌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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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 섹션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2021' 리뷰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출연] Ansel Elgort, Rachel Zegler
시놉시스] 1957년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산후안 힐 지역의 허물어져 가는 공동주택과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철거 장비의 위협을 배경으로 두 라이벌 갱단, 터프한 리프의 제트들과 베르나도의 푸에르토리코계 사크들이 우위를 놓고 겨룬다. 승자독식의 패권 다툼을 두고 열린 학교 댄스 행사에서 제트의 싸움꾼 토니와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자 살벌한 영역 전쟁의 기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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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다며 본 광고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굉장한 에너지와 힘찬 넘버, 그리고 다양한 색감들을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에 뮤지컬 영화에서 자신의 끼를 펼쳤구나 하며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보지 못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던 영화였다.
화려한 색감 속 가치를 부여하다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함’ 때문이다. 이러한 화려함을 영화로 그대로 옮겨와 무대의 한계상 보여줄 수 없었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고 의상들에 변화를 주면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의 색감을 굉장히 다채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 다채로움 속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엿보였는데, 기존 맨해튼에서 살던 백인 그룹에서는 무채색과 주로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면, 푸에르토리코계 사람들은 정렬적인 빨간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그들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외형적인 생김새도 물론 차이가 바로 드러났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색감을 통해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움 속에 내재된 차가움을 표현하는 파란색은 결국 미국이 자유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 속에는 냉정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색 그 자체로 열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빨간색은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새로운 이 맨해튼에서의 핍박을 이겨내는 수단으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주인공 마리아가 토니와 함께 도망치려는 그날 밤 마리아는 파란색 옷을 입고 토니 앞에 등장하는데, 결국 이 미국이라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스스로의 색을 버리고 미국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의 실정을 넌지시 비춰주고 있었다.
맨해튼에 드리운 구분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명목상 국가원수는 미국 대통령이지만 직접 뽑은 지사가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섬이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그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 있었고, 맨해튼에 정착하면서 백인과의 갈등이 생긴다.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며 영역을 넓혀나가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보면서 점차 밀려나는 백인들은 반감을 품고,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려는 백인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공존은 이뤄지지 못하고, 푸에르토리코인은 푸에르토리코인끼리! 라는 신념으로 이어진다. 이 신념 때문에 토니와 마리아는 쉽게 사랑을 할 수 없게 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제트파와 샤크파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구분을 하고 있을까? 나와 너, 우리와 그들과 같이 끊임없이 우리라는 집단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와 다른 이들을 좋게는 신기한 눈으로, 나쁘게는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결국 우리들 스스로 화를 입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분노는 분노만 낳을 뿐
자신의 눈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토니를 본 마리아의 내면에는 분노만이 남게 된다. 치노가 쏜 총을 빼앗아들며 치노를 향해서 그리고 제트파와 샤크파를 향해 모두 총을 겨눈다. 결국 서로를 구분하고 영역을 차지하려는 것이 모두에게 화를 입힌 것이다. 결국 피를 보고 나서야 두 갱단은 반성과 화해의 모습을 보인다. 토니를 함께 들고 카페로 옮기면서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제트파와 샤크파에 상관없이 말이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속담이 있긴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복수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끝이 날 수 있는 것일까. 분명 누군가가 먼저 시작을 한 싸움이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복수를 주고받다 보면 이 악순환 속에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해지지 않고, 되갚음만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분노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다시금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방지책을 세우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비극적인 결말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제천국제영화제에서의 시작 영화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 티저 영상으로 접했을 때는 그저 신나는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속에는 구분과 분노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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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13 13:00
메가박스 제천 2관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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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루프를 벗어나는 기발한 방법
씨네랩의 초청 시사로 개봉 전 영화를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하루하루를 지나다 보면 문득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같은 사람을 만나서 비슷한 업무를 하고 늘 먹는 음식을 먹다보면 어느 덧 하루가 금새 지나가 있다. 그래서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일상 속에서 권태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특히나 자신이 하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고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 실망하고 지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런 권태감에 빠지기 쉽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을 거란 생각은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그저 한 자리에 계속 머물게 만들어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한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같은 하루에 갇혀 반복되는 하루를 살고 있는 나일스(앤디 샘버그)의 이야기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과거 빌 머레이가 주연을 맡았던 <사랑의 블랙홀>과 유사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팜 스프링스>는 한 남자가 하루를 반복하며 산다는 설정에 그 하루를 똑같이 반복하는 다른 사람들을 넣어 변주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나일스가 하루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 과정을 먼저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나르시스트처럼 조금은 무력해 보이고 괴상하게 보인다. 나일스는 이미 무수한 오늘을 몇 번이고 반복했고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해오다 이제는 그 반복되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변화가 생긴다. 나일스가 참석하게 되는 결혼식 신부의 여동생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가 하루가 반복되는 무한루프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애초에 이 무한루프가 왜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 나일스는 혼자 하루를 반복하다가 중간에 남자 하객인 로이(J.K.시몬스)를 끌어들였고 이후에 세라까지 무한루프에 참여시키면서 이 세 명에게는 무수한 하루가 반복되게 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 하루를 기억못하지만 이 세 사람에게 반복되는 모든 기억은 그들의 기억속에는 남는다.
이 영화에서 최초에 하루를 반복하던 나일스는 유일한 변수였다. 나머지는 자고일어나면 리셋되어 버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상황을 변주할 수 있는 건 나일스 자신 뿐이었다. 그런데 로이가 그 루프에 들어오게 되면서 작은 변수가 생긴다. 하지만 로이와는 거리 상으로도 멀리 떨어져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고, 나일스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된 인물로 각자의 삶에서 변수가 되지만 서로의 루프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큰 변수가 되는 건 세라의 등장이다. 새라가 무한루프의 하루를 같이 하게 되면서 나일스는 자신의 삶에 조금은 가까운 동반자가 생긴다.
그 무한루프를 벗어나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쓰는 세라를 바라보는 나일스는 자신이 시도했던 여러 노력들이 쓸데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매번 한다. 나일스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리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포기한 인물이다. 여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더이상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은 그를 더욱 그 하루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무한루프에 들어오게 된 세라도 마찬가지로 그 결혼식에서 우울한 인물 중 하나였다. 동생의 남편이 될 사람과 바람을 피고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가 반복되는 하루로 들어오면서 그 우울감을 잠시 잊어버린다.
영화의 두 인물은 삶에서 가장 우울하고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없는 시점에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 하루는 그들에게 최악의 하루였고 외롭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런 두 인물이 같이 하루를 반복하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주해나가는 모습은 꽤 유쾌하다. 어쩌면 그들이 자신들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하루 안에서 그들은 여러가지 모험도 해보고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
기존에 하루를 반복하던 나일스가 그 하루를 벗어나는 것을 이미 포기했는데, 그 이유는 그 하루가 최악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세라 또한 계속 그 하루를 벗어나려 애쓰는데 그 이유 또한 그 하루가 최악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나일스는 그 최악의 하루 속에서 그저 자잘한 변주로 재미를 느끼고 그 삶에 안주하려는 인물인 반면 세라는 어찌되었든 조금은 다른 내일을 꿈꾸는 인물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 두 인물의 관계는 흥미로운데 두 인물 모두 연인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물이 아니다. 즉 그 관계는 비정상적인 관계이거나 함께 미래를 볼 수 없는 관계다. 그렇게 우울함 속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둘이 만나 같이 생활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세라가 그 하루를 벗어나려 무던히 노력하고 나일스를 설득하는 여러 장면들은 미래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주변의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일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은 불확실하느 것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그저 오늘 편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비롯해 주변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고 여러가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인 로이는 얼핏 나일스에 대한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는 현실에서 그의 아내와 자녀들을 보면서 나름 행복한 순간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오늘만 볼 뿐 미래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무척 안타까워한다.
비슷한 일상의 챗바퀴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은 한 편으론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상을 만들면 그 챗바퀴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기존의 타임루프 영화들과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일스와 세라는 이야기 안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을 만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오늘' 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내일'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 한 발 더 내딛는다.
나일스 역을 맡은 배우 앤디 샘버그는 드라마 시리즈 <브룩클린 나인 나인>으로 이름을 알린 코미디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꽤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제작까지 맡아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팜 스프링스>는 지난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부분 최우수 작품상을 타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맥스 바바코우 감독은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꽤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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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를 꿈꿨던 또 다른 아노라에게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웃음과 슬픔이 뒤섞인 신데렐라 스토리
- 아노라와 이반 사이의 간격을 보여주는 장면들
- 계단과 엘리베이터의 의미
-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대 환장 공방전
- 엔딩 결말 해석
아노라 (Anora, 2024)
신데렐라를 꿈꿨던 또 다른 아노라에게
개봉일 : 2024.11.06.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 139분
감독 : 션 베이커
출연 : 미키 매드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카렌 카라굴리안, 바체 토브마시얀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아노라>는 진정한 사랑과 부를 꿈꿨던 여성 아노라의 이야기다. 아노라는 돈을 받고 잠깐의 사랑과 육체를 파는 성 노동자(스트리퍼)다. 그는 진심은 없지만 친절함은 가득한 말투와 아름다운 미모로 가게에 찾아온 남자 손님들을 홀려 돈을 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저분하고 천한 일이라 생각하는 직업이지만 아노라는 아무 불평 없이 그저 묵묵히 일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에 러시아어가 가능한 스트리퍼를 찾는 부자 손님이 나타나고 아노라는 사장의 손에 이끌려 테이블로 향한다. 이번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기대보다 그냥 또 일이 생겼구나-싶은 딱딱한 마음으로 향한 한 테이블. 아노라는 그 테이블에서 지금껏 만난 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남자 이반을 만난다.
아노라에게 이반은 특별한 남자였다. 보통의 부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의 재력은 기본이고 아노라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첫 시작은 손님과 구매자였지만 이반은 아노라에게 쉴 틈 없이 사랑을 속삭이고 돈 한 푼 없어도 너랑 함께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프러포즈와 함께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선물한다.
이반의 프러포즈 이후 마음을 활짝 열게 된 아노라는 한순간에 밀려온 거대한 행복을 만끽한다. 그리고 이반을 진정한 사랑이자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신분 상승 엘리베이터라 믿으며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붙잡는다.
하지만 아들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된 이반의 부모님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하수인 3인방을 급파하고 이들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얼마 못가 위기를 맞이한다. 아노라는 그런 와중에도 우리의 사랑을 믿고 기대하지만 이반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 혼자 남겨진 아노라는 하수인 3인방과 시끄러운 공방전을 벌인다.
웃음과 슬픔이 뒤섞인 신데렐라 스토리
열심히 살아도 신데렐라는 될 수 없다고, 사랑을 믿어도 그것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주진 않는다고. 그저 나를 알고 나답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아노라>는 말한다. 이제 ‘누구나 행복한 신데렐라가 될 순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나이인데, 그럼에도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는 매번 내 가슴을 신랄하게 들쑤신다.
그래도 <아노라>가 좋았던 건 ‘나를 알고 나답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을 마냥 나쁘게 하고 있진 않다는 점이다. 아노라는 언제나 최대한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고 적어도 한 명쯤은 그런 아노라를 존중한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그 한 명의 호의적인 시선으로 아노라를 바라보고 영화는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내 스크린 밖에 있는 또 다른 아노라에게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아노라>를 보다 보면 자연히 아노라의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아노라가 꼭 대단한 신데렐라가 되진 못해도 그가 진짜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면서.
션 베이커 감독의 성 노동자 지지 발언,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성매매 행위, 여성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압박 등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줄만한 표현과 장면들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불편함보다 더 큰 웃음과 슬픔이 있다는 점에서, 나는 <아노라>가 좋았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노라와 이반 사이의 간격
두 사람의 계층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들
아노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하는 성 노동자(심지어 이반의 어머니 갈리나는 창녀라며 대놓고 욕한다), 이반은 웬만한 부자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재벌 집 아들이다. 아노라와 이반은 거의 하늘과 땅만큼이나 먼 계층에 위치해있다. 아노라가 처음 이반의 집에 방문했던 날, 그는 두꺼운 철문 두 개와 그곳을 지키는 경비원, 커다란 현관문을 통과해 겨우 이반을 만난다. 아노라가 이반 같은 사람에게 닿으려면 이토록 두껍고 높은 관문들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심지어 그 관문들은 아노라가 자력으로 통과하는 건 불가능하고 건너편에서 누군가 열어줘야만 통과할 수 있다.
여차저차 이반의 호의를 받으며 들어온 집안. 다음 관문은 침실로 가는 긴 계단이다. 이반은 익숙한 듯 재빠르게 계단을 올라 2층 침실로 올라가고 불편한 신발을 신은 아노라는 이반보다 느린 속도로 어렵게 계단을 오른다. 이때 이반은 "아, 기다려줄게.”라고 말하며 잠시 아노라를 배려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2층에 도착한 이반과 아노라는 함께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눈다. 아노라는 이반이 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이런 부를 누리는지 궁금하다. 아노라가 직업을 묻자 장난을 치던 이반은 “니콜라이 자카로프 아들이야.”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아노라는 몸을 갈아서 돈을 버는 게 당연한 삶을 살아왔기에 이반에게 직업을 물어봤는데, 이반은 ‘누구의 아들’인 것만으로도 이런 걸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왔기에 그저 ‘니콜라이 자카로프 아들’이라는 것만으로 소개를 끝내는 이 상황이 참 우습고 슬프다.
아무튼 니콜라이 자카로프? 아노라는 그를 모른다. 사는 세계가 다르고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재벌 이름을 외우고 앉아있겠나. 이반은 구글에 검색하면 나온다며 철자도 알려주겠다고 한다. 이반의 이런 모습(+계단에서 기다려주기)은 얼핏 사랑과 친절함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 우위를 점한 자의 여유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올라갈 땐 긴 계단, 내려올 땐 엘리베이터
익숙해질 때쯤 끝나버린 행복
이반은 아노라에게 프러포즈할 때 “너와 결혼하면 돈 한 푼 없어도 행복할 것 같아.” 라고 말한다. 돈 한 푼 없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아노라에게 이런 말을 하니 감미롭다기보단 우습다. 그런데 아노라는 여기에 그대로 넘어가버린다. 무시하기엔 이반이 주는 행복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아노라가 사는 집은 지하철의 소음과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늘진 공동주택이고 현관엔 오르기 귀찮은 계단이 있다. 그가 일하는 곳은 창문 하나 없고 소음과 어두운 조명으로 가득하다. 이에 반해 사람보다 큰 통창으로 이루어진 이반의 집은 햇빛이 잔뜩 들어오고 그 넓은 공간엔 좋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운전기사가 대신 짐을 들어 운반해 주고, 또 고용인들이 청소도 대신해 준다. 이 외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삶이라니.
아노라는 처음엔 이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반의 품에 안겨서도 청소해 주는 고용인들을 곁눈질로 쳐다보고 카지노에서도 이반 일행에게 잘 어울리지 못하는 어색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반의 사랑을 믿고 혼인신고를 한 후엔 일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이반의 집에 들어와 모든 걸 누리며 살기 시작한다. 아노라는 점점 자신이 신데렐라가 된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는 “신혼여행은 디즈니랜드, 공주방 리조트가 좋을까?” 고민하며 달달한 신혼생활을 기대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갑자기 현실이 들이닥치고 이반의 도주와 결혼 무효화까지 순식간에 착착 진행된다. 베가스에서 시작된 아노라의 꿈은 베가스에서 끝을 맺는다. 호화로운 전용기를 타고 베가스로 향한 이반의 아내 애니는 아노라가 되어 아이 울음소리로 가득 찬 좁은 이코노미 석에 다시 몸을 싣는다.
모든 일이 끝나고 이고르와 하루를 보낸 후 아노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실에서 내려온다. 계단으로 침실에 올라가는 건, 이반과 부부가 되는 건 (이별보다 비교적) 오래 걸렸는데. 침실에서 내려오는 건, 이반과 남이 되어 현실로 돌아오는 건 순식간이다. 이제 잠에서 깰 시간이다. 반야의 아내 애니가 아닌 아노라는 신데렐라가 되지도, 디즈니랜드에도 가지 못한다.
할 말이 많은 사람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공방전
이 결혼에 대해 이반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그에게 아노라와의 결혼은 잠깐의 일탈, 그가 즐겨 하던 콘솔 게임 한 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반은 즐거운 미국 여행을 위해 돈을 주고 스트리퍼 아노라를 구매해 잠깐 ‘반야’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됐고, 이제 그것을 버려야 될 때가 왔음을 알고 순순히 결혼 무효화에 동참한다. 그래서 아노라와 어머니가 뭐라고 말하든 이반은 할 말이, 꼭 해야 할 말이 없다. 아노라와의 결혼은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고 바꾸려고 노력할 만큼의 가치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노라는 할 말이 참 많다. 그는 이 결혼에 모든 걸 걸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곁가지로 매달린 하수인 토로스, 가닉, 이고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생계, 인생을 위해 꼭 결혼 무효화에 성공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할 말이 많다.
우리는 진짜 사랑한다고, 우리는 꼭 이걸 무효화 시켜야 한다고, 나 이 일하다가 뇌진탕 온 것 같다고. 한바탕 몸싸움이 일어난 이반의 집 거실에서 아노라, 토로스, 가닉의 온갖 말들이 뒤섞이며 대 환장 그 자체인 상황이 벌어진다. 다들 가진 건 없는데 할 말은 참 많다. 이 영화는 그 모든 말들을 하나도 거르지 않고 다 들려준다.
이런 면에서 <아노라>는 성 노동자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모든 노동자를 위한 영화이기도 한 것 같다. 생계를 위해 군말 없이 일을 하는 아노라처럼, 이반을 찾기 위해 캔디 샵을 부수고 견인차에 걸린 차에서 엑셀을 밟는 토로스 일행처럼 그저 생계와 고용인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그런 이들. 영화는 이들의 마음속에 들어있을만한 온갖 불평과 짜증들을 아노라와 하수인들의 입을 통해 한 공간에 풀어놓는다. 이게 정말 우습고 골 때리기도 하고.. 한편으론 공감되고 슬프기도 하다.
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결말 엔딩 해석
결혼 무효화가 끝난 후 아노라와 이고르는 이반의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이고르는 아노라에게 이고르라는 이름은 ‘워리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 알려주며 ‘아노라’라는 이름엔 무슨 뜻이 있냐고 묻는다. 아노라는 “미국에선 이름 뜻 생각 안 해.”라고 말한다. 아노라의 답을 들은 이고르는 휴대폰을 들어 아노라의 이름 뜻을 찾아 알려준다. 석류, 빛, 밝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난 애니보다 아노라가 좋아.”
극 중에서 아노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끔 ‘아노라’라는 이름을 부르긴 하지만 그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존중해 주진 않는다. 아노라 또한 자신의 이름에 관심이 없고 아예 진짜 이름보다 애니라고 불리고 싶어 한다. 아노라는 스트리퍼 아노라, 진짜 아노라의 인생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반을 만난 후엔 신데렐라 애니의 삶을 꿈꾼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이고르가 나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내 이름과 내 인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감기 걸린다고 스카프를 주고, 본인도 좁은 비행기 좌석에 불편히 앉아있으면서 내 편의를 챙겨주고, 내 짐을 들어 계단 위로 올려다 주고, 내가 빼앗긴 다이아몬드 반지를 슬쩍해 가져와주고.. 아노라는 이런 이고르의 성의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다. 돈을 주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해주던 것처럼.
하지만 이고르는 애초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아노라와 한 공간에 있다는 이유로 그를 강간할 생각도 없었고 다이아몬드로 그의 몸을 살 생각도 없었다. 이고르는 ‘무언가를 받으면 내 몸을 줘야 한다’는 아노라가 믿어온 이치를 부순다.
이고르의 이런 행동이 아노라를 향한 성애에서 시작된 것인지, 연민, 동질감에서 시작된 것인진 알 수 없지만, 이고르는 아노라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대가 없는 호의를 전한다. 아노라가 이반에게 기대했지만 결국 받지 못한 따뜻한 마음. 결국 아노라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건 저 위에 있는 왕자님이 아닌 무시하고 오해했던, 아노라와 같은 계급의 노동자 이고르다.
인생역전을 시켜줄 왕자와 그의 수혜를 입을 신데렐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노라에겐 그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이고르가 있다는 것이다. 둘이 꼭 아름다운 결말을 맺지 않아도, 계속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그저 이 쪽팔리고 서러운 순간에 아노라의 옆에 이고르가 있어준 것, 조용히 아노라의 눈물을 받아줄 이고르의 가슴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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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음악의 거장에게 바치는 찬사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포스터 [출처: 씨네랩]
영화 음악의 거장을 기리는 영화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전기 영화이다. 그의 영화 같은 삶과 함께한 영화 음악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가장 마지막까지 영화 작업을 함께하고 대표작인 <시네마천국>을 함께 만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제작했다. 그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마지막 유언에 언급했을 만큼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이자 형제 같은 사이였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엔니오 모리꼬네 본인을 비롯하여 다수의 음악계 영화계 유명인사들이 출연하여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일대기를 보다 보면 엔니오 모리꼬네를 모르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들을 만드셨는지는 잘 몰랐는데, 노래로 들어보면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많이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넬라 판타지아'로 잘 알려진 영화 <미션>의 OST나,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 소리를 들을 때 모두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외에도 일평생 40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의 음악들을 작업하셨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압도적인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능력에 기반한다. 앉은자리에서 악보를 작성하고, 피아노 앞에서 건반만 바라보고 작곡을 했다는 주변 지인들의 증언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심지어 엔니오 모리꼬네는 다소 실험적인 방법이나, 감독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분위기의 곡들을 기가 막히게 영화에 연결시켰는데, 처음에는 그의 말에 반대했던 감독들도 결과물을 보고 나면 엔니오의 음악이 가장 완벽한 곡이었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 점에서 감독조차 생각 못한 것들을 음악으로 그려낸다는 것이 가장 경이롭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스틸 컷 [출처: 씨네랩]
기록의 가치에 집중한 영화
영화는 감독이 5년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엔니오 모리꼬네의 어린 시절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순간부터 가장 마지막 대규모 투어까지 그의 음악 인생 모두를 2시간 30분 동안 그려냈다. 아쉬웠던 점은 내가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 음악 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나오는 전문적인 이야기들이나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업한 음악들의 가치를 정확하게 느끼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그가 영화 작업을 시작한 게 1960년대라서 대부분 처음 보는 영화들이라는 게 영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해당 영화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을 생각한다면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해서 알아감에 있어서 가장 최적화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 음악을 좋아하거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그가 만든 작품들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롭고 경이롭게 감상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스틸 컷 [출처: 씨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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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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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강의 팀업이 시작된다! 거대한 적에 함께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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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공식 예고편
[2021년 6월 30일, 왓챠 공개]
어른들은 모두 죽었다.
죽지 않는 아이들은 천진하지만 잔혹한 사회를 만들었다.
동생과 생존해 온 안나, 악명높은 "푸른 아이들"이 동생을 데려가자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