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사월2023-01-27 21:54:20

기억에 남아있는 감정

영화 애프터썬(2023)

<애프터썬>은 어릴적 아버지와 갔던 튀르키예 여행을 했던 기억이 담긴 비디오를 재생하며 시작한다. 엄마가 캠코더를 들고 나의 어린 시절을 담았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그리고 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을 찍으며 다녔던 영상이 남아있기도 하다. <애프터썬>을 보며 그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좀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소피(딸)과 아빠는 사이가 좋다. 이건 튀르키예 여행을 내내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딘가 위태롭다. 소피는 이제 막 성인으로 가고자 하는 단계에 들어서 좀 더 성숙한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이미 성인인 아빠는 어딘가 어두운 모습이다. 이들 부녀의 여행은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한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 나타나는 소피와 아빠의 감정은 너무나도 다르게 튀어나간다.

 

 

 

딸인 소피는 어리지만 이제는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취급되고 싶어 하는 아이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과는 놀고 싶지 않고 좀 더 성숙해 보이는 사람들과 놀기를 바라는 11살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알 수 없는 춤을 추고 있는 아빠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소피 앞에선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의 딸 앞에서는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피도 알고있다. 자신의 아빠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이렇게 교차되는 감정 속에서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끌어안고 춤을 춘다. 어른이 되고 싶은 딸의 마음과 이미 어른이지만 혼란 속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합쳐진 것이다.

 

어릴적 성인이 된다면 성숙해진다면 모든게 해결될 것만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그 어렸을 때보다 더 혼란스러웠다고 한다면 그 어릴적 내가 믿지도 않을 것이다. 소피와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직 어린 소피와 이미 어른이 된 아빠는 절대 서로의 고민과 힘듦을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아끼기에 끌어안고 춤을 춘 것처럼 각자의 고민을 그러안고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런지 이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소피와 아빠의 여행과 그에 따라 흘러가는 감정에 같이 이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지루함이 떠나가질 않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나는 아쉬웠지만 다르게 보면 이 영화만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성인이 된 소피가 튼 캠코더 영상을 보는 것이다. 소피가 기억하는 과거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이것들을 따라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소피는 이제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상황이 됐다. 소피는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캠코더에 남겨진 추억을 되짚어보며 즐거웠던 과거를 기억하고 그때의 아빠를 공감할 것이다. 마지막에 나타난 소피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애프터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 사월

출처 .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