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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2023-02-02 13:07:12

태어남, 혈연, 죽음은 선택할 수 없다

[영화] 유전 스포일러 리뷰

유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대낮에 졸린 상태인 다섯이서 좋지 않은 화질과 음질로 보긴 했지만, 두 시간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 

역시 다시 봐도 이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가 아니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불쾌감과 긴장을 후반에 극대화시키는 영화인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직면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었다. 곡성에서는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로 대표되는 무지가 핵심이었다면 유전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오컬트 공포 영화인 랑종과 비교하면 유전은 초자연적인 부분보다는 악마 숭배자 조직과 관련된 반전,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더 강조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넷플릭스

 

정말 복선이 많고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혼자서 처음 봤을 때보다 이번에 봤을 때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대화하면서 새로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다.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보면 정말 묘한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인 애니와 딸인 찰리의 눈 색이 똑같은 것과 목이 잘린 듯한 장난감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이 영화는 첫 장면과 끝 장면이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 장면은 마치 파이몬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주인공 가족의 집이 디오라마로 보이고, 파이몬 강림 의식인 마지막 장면 역시 같은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은 인간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노자의 말처럼 인간들의 증오, 숭배, 사랑 등의 발버둥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그 자체로 보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시선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 유전의 줄거리를 정말 간단하게만 적어 보자면 악마 숭배자인 앨런이 아들에게 파이몬을 넣으려다 남편과 아들이 죽고, 남자로 태어나길 원했던 손녀 찰리에게 빙의시키는 것에 성공한 후 숭배자들의 계략으로 인해 결국 손자인 피터에게 찰리의 영혼이 옮겨감으로써 결국 파이몬이 남자의 몸으로 강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그냥저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오컬트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성인부터 아역까지 모든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흔한 점프 스퀘어 없이 많은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어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것 때문에 줄거리를 아는 상태로 영화를 보더라도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출처: 넷플릭스

 

항상 영화를 보고 함께 영화의 각 장면에 대해 떠들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유전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공포영화인 것 같다. 당장 지금 생각나는 장면들만 적어도 몇 문단은 넘어갈 것 같아서 적지는 않지만,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미드소마까지 이어서 본 뒤 같이 떠들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는 정말 너무 불쾌한 장면이 2~3개 나온다는 것 정도? 그래도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장 혼자서 보길 추천한다.

출처: 넷플릭스

작성자 .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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