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7 16:31:03
2월 3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월 셋째 주 개봉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드리려고 해요.
마블의 새로운 블록버스터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부터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 <피터 본 칸트>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이번 주, 어떤 영화들이 개봉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

개요: 액션, 모험, 코미디, SF | 미국 | 124분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에반젤린 릴리, 미셸 파이퍼 등
개봉: 2023.02.15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슈퍼히어로 파트너인 '스캇 랭'(폴 러드)과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 호프의 부모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과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그리고 스캇의 딸 '캐시 랭'(캐서린 뉴튼)까지 미지의 ‘양자 영역’ 세계 속에 빠져버린 ‘앤트맨 패밀리’. 그곳에서 새로운 존재들과 무한한 우주를 다스리는 정복자 '캉'을 만나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모든 것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2023년 첫 번째 마블 블록버스터 2월, 무한한 우주의 정복자가 깨어난다!
CINE PICK!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미지의 세계 '양자 영역'에 빠져버린 앤트맨 패밀리가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사상 가장 강력한 빌런이자 무한한 우주를 다스리는 정복자 캉을 마주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최악의 위협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앤트맨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 페이튼 리드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으며, 완벽한 파트너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활약을 예고하는 폴 러드와 에반젤린 릴리의 협업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앤트맨' 역의 폴 러드는 이번 영화가 앞선 1,2편과 마찬가지로 가족애를 중시하면서도 이번에는 훨씬 더 커진 스케일과 빌런 캉의 거대한 존재감이 남다를 것임을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피터 본 칸트
Peter von Kant

개요: 멜로/로맨스 | 프랑스 | 85분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드니 메노셰, 이자벨 아자니, 칼릴 벤 가르비아 등
개봉: 2023.02.15
배급: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972년 독일 쾰른, 유명 영화감독 피터 본 칸트는 그의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마다하지 않는 어시스턴트 칼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오랫동안 피터의 뮤즈였던 여배우 시도니가 찾아와 피터에게 아미르라는 청년을 소개하고, 연인과 이별한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워하던 피터는 어린 아미르에게 첫눈에 반한다. 아미르에게 영화계의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사랑을 고백한 피터. 성공한 유명 감독과 무명 배우는 서로에게 이끌려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피터 본 칸트>는 세계적인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으로, 오종의 작품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독일 영화의 전설이기도 한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을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제7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고, 국내의 경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이콘' 섹션에 초청되어 초고속 매진을 기록, 관객들의 추가 상영에 대한 문의가 쇄도해 추가 상영을 결정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미리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니발 라이징>부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로빈 후드>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떨친 배우 드니 메노셰, 소피 마르소와 함께 프랑스 대표 미녀로 언급되며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자벨 아자니가 출연하며, 주인공 칸트가 사랑에 빠진 무명 배우 아미르 역은 최근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레아의 7개 인생>의 주연을 맡고 <스캄 프랑스>에 출연하기도 했던 칼릴 벤 가르비아가 맡아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
Final Cut

개요: 코미디, 공포 | 프랑스 | 112분
감독: 미셀 하자나 비시우스
출연: 로망 뒤리스, 베레니스 베조 등
개봉: 2023.02.15
배급: (주)까멜리아이엔티
시놉시스
프랑스에서 각종 영상을 찍는 레미(로맹 뒤리스)에게 일본에서 이미 성공한 원 테이크, 생방송, 좀비 영화를 프랑스어 버전으로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레미는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을 위해 제안을 받아들인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시작되지만 하나 둘 사고가 터지며 촬영 현장은 아수라장이 돼 간다! 하지만 레미는 절대 카메라를 멈출 수 없는데…
CINE PICK!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는 무성영화 시기를 다룬 흑백영화 <아티스트>로 2012년 아카데미 영화제 감독상,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신작 영화이며, 저예산 제작비와 무명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로 일본 최초 개봉 시 2개 관에서만 개봉했다가 입소문이 퍼지며 제작비의 1000배가 넘는 극장 매출을 기록하는 역주행 신화를 쓴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리메이크작입니다. 2022년 칸영화제에서 비경쟁 개막작으로 공개되어 뛰어난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프랑스에서는 개봉 당시 신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좀비 공포 영화의 촬영 현장에 진짜 좀비가 나타나면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진짜 희생되고, 그런 상황마저 영화로 담으려는 미친 감독 때문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극 속에 '영화 속 진짜 영화 이야기', '가족애'까지 겹쳐지며 감동을 더한 영화입니다. 일본 원작과 달리 많은 제작비와 프랑스 최고의 배우들의 참여로 원작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작품성, 그러면서도 원작의 병맛 코미디의 재미를 잃지 않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메이징 모리스
The Amazing Maurice

개요: 애니메이션, 판타지, 모험 | 영국, 독일, 미국 | 94분
감독: 토비 젠켈
출연: 휴 로리, 에밀리아 클라크, 데이빗 듈리스 등
개봉: 2023.02.08
배급: (주)블루라벨픽쳐스
시놉시스
신기한 능력으로 성공적인 사기 행각을 이어가던 모리스와 친구들! 4차원 소녀 ‘멜리시아’에게 정체가 탄로 나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도와 마을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려는 절대악 ‘쥐마왕’의 음모를 알아채지만 뜻하지 않은 위험에 처한다. 가까스로 잡혀있던 ‘복숭아’를 구해낸 모리스와 친구들은 마을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멜리시아는 허당 피리꾼 ‘키이스’와 함께 쥐마왕에게 맞서기 위해 진짜 마술피리를 찾아 나서는데.. 쥐마왕의 정체는 과연 무엇? 그리고 모리스와 친구들은 무사히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CINE PICK!
<어메이징 모리스>는 올해 올해 선댄스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아동문학계 최고 권위로 불리는 카네기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로 수상한 베스트셀러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전 세계 29개국 박스오피스를 석권한 화제작으로, 사기력 만렙으로 불리는 미워할 수 없는 고양이 '모리스'와 상극 친구들의 완벽 협동작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알라딘>, <슈렉>, <코코>를 만든 흥행 드림팀과 <하우스> 시리즈의 휴 로리, <왕좌의 게임>으로 국내 팬층이 두터운 에밀리아 클라크의 더빙이 만나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스톰 보이
Storm Boy

개요: 가족 | 오스트레일리아 | 99분
감독: 숀 시트
출연: 핀 리틀, 제이 코트니 등
개봉: 2023.02.16
배급: 예지림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외딴 해변가에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마이클’. 무차별적인 사냥으로 어미를 잃은 아기 펠리컨 세 마리를 발견하고, 마을 원주민 ‘핑거본’의 도움으로 아기 펠리컨들의 집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우로 바다에 빠진 아빠를 펠리컨 ‘퍼시벌’이 구하게 되고 이 사건이 매스컴에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펠리컨 사냥꾼들이 다시 해변가로 몰려드는데… 어느 날 찾아온 가장 특별한 ‘새’상! 끝까지 지켜 줄게!
CINE PICK!
호주에서는 국민 소설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콜린 티엘의 1964년 베스트셀러 소설 <Storm Boy>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은 한국에서는 <폭풍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수입, 출간되었으며 1976년에는 이미 영화화가 한차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환경 보호와 동물 보호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며 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돋보이며, 호주 남부 쿠롱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영상미와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 마법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입니다. 또한, <샤인>, <캐리비안의 해적>, <킹스 스피치> 등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배우 제프리 러쉬가 출연해 어른이 된 주인공 '마이클'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
Duda&Dada The Secret of HooHoo Island

개요: 애니메이션 | 대한민국 | 83분
감독: 최병선, 김지윤
출연: 이영아, 장경희, 엄상현 등
개봉: 2023.02.15
배급: (주)NEW
시놉시스
두다를 위해 친구들이 뭉쳤다! 후후섬에 가기 위해서는 신비의 꽃, 빛나는 크리스털을 찾아야 해! 우리 핑카 타고 모험을 떠나볼까? “우와! 전설의 눈토끼 마을에 도착했어!” 뭐? 보름달이 뜰 때마다 용이 내려와 아기 토끼들을 데려간다고? 용으로부터 아기 토끼들을 구하고 후후섬에 가기 위한 보물들을 얻어야 해! 다들 함께 할 준비됐지? 다 함께 두다다다 출발 =3=3
CINE PICK!
영화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은 엄마의 기억을 찾아 후후섬으로 모험을 떠난 두다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롤러코스터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두다다쿵'은 호기심 많은 두더지 두다가 친구들과 함께 세상을 탐험하며 세상을 배워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선사하여 방영 당시 EBS 방 시청률 유아동 부문 1위를 차지한 국내 대표 유아 애니메이션으로,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남미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되며 140개 채널에서 방영,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애니메이션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보다 더욱 넓어진 세계관과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다와 친구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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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주 개봉영화 5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The Suicide Squad , 2021
마블 감독이 DC감독 까지??
최악의 안티히어로들이 거대 빌런에 맞서 싸우는 DC영화의 기대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 두번째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을 합니다!
이번 영화에는 '할리 퀸' 마고 로비가 다시 등장하고,
'블러드스포트' 이드리스 엘바, '피스 메이커' 존 시나, '릭 플래그' 조엘 킨나만 등 새롭고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죠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마블과 DC가 만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는 거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 퀸 빼고는 아무도 기억이 안났던 슬픔을
제임스 건 감독이 만회할수 있을지!
첫번째 추천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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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샤크 Great White , 2021
우리가 알던 상어영화는 잊어라!
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는 비행기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5인의 여행객들이
굶주린 식인 상어 떼의 습격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입니다.
기존 샤크 무비에서는 본 적 없는 식인 상어 대 인간의 피 말리는 맨몸 사투부터
극한 설정과 예측을 뛰어넘는 전개로 관객들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공포감을 선사할 예정인데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47미터 제작팀부터
아쿠아맨, 고질라 vs. 콩 할리우드 최강 스릴러 제작진 총집결했다고 합니다'죠스','47미터' 시리즈를 잇는 상상초월 샤크 무비!
두번째 추천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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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나이트 The Green Knight , 2021
반지의 제왕 작가의 최고 걸작!
영화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의 명예를 건
목 베기 게임과 5개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거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 J. R. R. 톨킨이 세상에 처음 소개한, 중세시대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반지의 제왕', ‘호빗’, ‘어벤져스’, ‘혹성탈출’ 시리즈와 ‘아바타’, ‘킹콩’ 등의 영화로 비주얼 혁명을 일으킨
세계적인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최첨단 기술력이 더해져
아름답고 황홀한 비주얼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스크린속에서 매혹적이며 예술적으로 그려낸
반지의 제왕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대서사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세번째 추천영화 "그린나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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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더 무비 BLACKPINK THE MOVIE , 2021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데뷔 5주년 기념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는 4명의 멤버와 블링크를 비롯한
전 세계 K팝 팬들이 완성한 블랙핑크의 데뷔 후 5년과 무대를 담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각 멤버의 개성에 꼭 맞는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모습과
스페셜 인터뷰, 그리고 10여 곡이 넘는 히트곡 무대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현장감을 극대화해 재편집된 2021년 'THE SHOW' 및 2018년 'IN YOUR AREA' 공연 실황 장면은
전 세계 팬들에게 다시 한번 그날의 열기와 감동을 전할 예정입니다.
블랙핑크 데뷔 5주년 기념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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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映画ドラえもん のび太の新恐竜 ,
Doraemon the Movie: Nobita’s New Dinosaur , 2020
도라에몽 50주년 기념대작!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은 도라에몽의 연재 시작 5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자
1980년부터 제작된 '극장판 도라에몽; 시리즈의 40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더욱 특별한데요
쌍둥이 공룡 ‘큐’와 ‘뮤’의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6,6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로 떠난 도라에몽과 진구의 공룡 대모험을 그린 이번 작품은
50주년 기념대작답게 더욱 화려해진 시간 여행으로 돌아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백악기 다양한 공룡들도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입니다
어린이들을 매료시키는 ‘공룡’과 도라에몽의 만남
다섯번째 추천영화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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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과 회피, 장손의 선택
운전면허를 딴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보통은 수능이 끝난 뒤나 군대에 가기 전에 따는 경우가 많으니 나는 상당히 늦게 딴 편인데, 당장 운전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왠지 자신이 없다는 핑계로 면허 취득을 오랫동안 미뤄왔기 때문이다. 어쨌건 지금은 여러모로 운전의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보람을 느끼는 때는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운전대를 잡을 때다. 그것은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가족들을 태우고 이동시켜야 했던 아버지의 자리에 잠시나마 내가 앉아보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잠깐 동안의 일이지만.
금동현 영화사연구자는 오정민 감독의 <장손>(2023)을 이야기하며 가부장 사회에서 운전이 남성에게 지우는 책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장손>에서 운전은 집안 기성세대 남성의 몫이고, 장손인 성진은 홀로 기차나 택시를 탄다. 이를 성진이 자신에게 부여되는 책임을 (의도했든 아니든) 유예하거나 외면하려는 태도로 본다면 언뜻 이해되지 않던 몇 장면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진은 장손으로서 가족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바로 그 사실을 불편해 한다. 그가 가족 간의 자리에 항상 늦게 등장하고, 일찍이 퇴장하려는 건 가족에 적극적으로 섞이기를 거부하고 외부자의 입장을 택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두부공장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호기로운 선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업이라는 이름의 책임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는 때로 두려움이나 비겁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가령 고모-고모부와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성진은 입원 중인 고모부를 보러 가자는 고모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고모부와의 만남을 기약 없이 지연시킨다. 이것이 성진이 가족애가 없거나 냉혈한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고모부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을 찾아가지만 입원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고모부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 복도 의자에 앉아 꽃바구니만 고모에게 전하고 돌아설 뿐이다. 고모와 고모부를 부모님같이 생각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가족사진을 찍은 김에 조부모의 영정 사진을 따로 찍어 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성진이 거부한 것 역시 두려움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영정 사진은 지금의 얼굴에 죽음을 포개어 보는 일이고, 앞으로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다. 성진은 그 죽음에 맞닿지 않기 위해 영정 사진을 찍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이른 죽음으로 결국 할머니의 영정 사진은 그날 성진의 카메라로 찍은 가족사진이 된다. 성진은 자신이 찍은 그 사진을 직접 액자에 담아 기차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하는데, 고모부의 입원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빈소에 들어가기 직전 망설인다. 그 잠깐의 머뭇거림 역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자신이 직접 놓아 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로부터 나온 유예와 지연의 리액션이 아닐까. 함께 언급해야 할 장면이 있다. 성진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 두 번째 택시 장면. 할아버지가 그의 손에 쥐여 준 통장엔 매달 백만 원 씩, 오천만 원이 입금된 내역이 적혀있다. 성진은 그것이 고모가 매달 백만 원씩 모은 돈, 돌아가신 할머니가 관리했다던 고모의 돈이라는 것을 안다. 그때 성진의 얼굴 위로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은 그 돈의 출처를 알고 있는 세상(영화 밖 관객)의 응시에 다름없다. 그러니까 성진이 눈을 찡그리고 손으로 막아도 막아지지 않을 응시. 어떤 유예와 지연의 리액션으로도 그가 떨쳐내지 못 할 책임. 부채의식. 성진은 그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 그때까지 성진은 그 책임과 응시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을까. 할아버지가 준 비밀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까. 성진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장면, 할아버지 승필이 계속해서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마지막 시퀀스가 더 서늘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쩌면 그렇게 성진의 비밀도 깊은 곳으로 들어가 끝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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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가다
* <에놀라 홈즈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에놀라 홈즈 2 (2022)
감독: 해리 브래드비어
출연: 밀리 바비 브라운, 헬레나 본햄 카터, 헨리 카빌, 루이 파트리지, 데이빗 듈리스 등
장르: 추리, 드라마
상영시간: 129분
공개일: 2022.11.04
연대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가다
‘튜크스베리(루이 파트리지)’를 위기로부터 구하고, 사라진 엄마 ‘유도리아(헬레나 본햄 카터)’를 찾으며 초짜 탐정으로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에놀라 홈즈(밀리 바비 브라운)’는 오빠를 따라 탐정 사무소를 설립한다. 하지만 미성년자에 여성이기까지 한 ‘에놀라’에게 사건을 맡기는 사람은 없었고, 탐정 사무소를 찾아와 오빠인 ‘셜록(헨리 카빌)’을 찾는 사람들만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파리만 날리던 탐정 사무소를 접으려던 찰나, 성냥 공장에 다니는 소녀 ‘베시’가 ‘에놀라’에게 언니의 실종 사건을 의뢰하면서 ‘에놀라’의 첫 탐정 업무가 시작된다. ‘에놀라’는 호기롭게 성냥 공장에 잠입하며 추리를 시작하지만, 생각보다 크고 위험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앞에 놓인 위기와 난제들을 차례차례 헤쳐 나간다.
<에놀라 홈즈> 1편은 ‘에놀라’가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어른들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험 활극이 주된 이야기였다. 페미니즘적 색채도 담겨 있었지만 ‘유도리아’가 주도하는 여성 참정권 운동은 후반부에 살짝 드러나는 정도였고, ‘에놀라’의 서사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평등하게 자신이 선택한 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원론적인 논리가 핵심이었다. 반면 속편은 성냥 공장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근무하던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당시 여성들이 처했던 사회적 문제와 결부 지어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논한다. 전편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 만큼 추리의 비중이 커지긴 했지만 결국 작품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연대를 통해 권리를 쟁취한 여성들의 사회운동에서 비롯되는 주제의식이다.
‘에놀라’와 ‘셜록’이 맡은 사건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1888년 여성 노동자 ‘세라 채프먼(Sarah Chapman)’이 주도했던 ‘매치걸 파업(Matchgirls’ Strike)’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이끌어낸다. 당시 런던에서 최대 규모의 성냥 공장이었던 ‘브라이언트 앤드 메이’에서는 ‘세라 채프먼'의 주도 하에 1,400명의 어린 여공들이 비인간적 노동 실태를 폭로하고 질병을 유발하는 백린 사용을 금지하도록 집단 파업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런던 노동위원회로부터 산업안전을 위한 조치를 약속 받았고, 1908년에 백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노동권 투쟁의 최전선에 있던 것은 권력의 최하위에 놓였던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작은 불씨에 불과했던 이들도 연대를 통해 큰 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리는 노동하지 않을 권리라는 노동기본권에 속한 개념마저 되새긴다. 물론 후반부에 주제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감정적으로 어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전편에 비해서는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풀어냈고, 추리물과 사회운동을 억지스럽지 않게 연결 지었다.
전편에서 신선한 장치들을 모두 끌어 썼기 때문에 속편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4의 벽을 뚫는 ‘에놀라’, 19세기 영국의 전형성을 파괴한 여성 캐릭터들, 성별의 고정관념을 틀어버린 ‘에놀라’와 ‘튜크스베리’의 관계 등은 이미 전편에서도 등장했던 요소들이다. 대신 추리극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며 액션 모험 활극 정도로 비춰졌던 전작의 부족한 장르적 정체성을 보완한다. 단순히 의뢰인 소녀의 언니를 찾고자 했던 사건이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파업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횡령의 범인을 추적하던 ‘셜록’의 사건과도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캐릭터들을 의심하고, 복선을 해결해 나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기지와 명석함을 갖춘 ‘에놀라’가 점점 탐정의 면모를 갖춰 감에 따라 추리극으로서의 정체성도 짙어 지는 듯하다.
작품이 강조한 ‘연대’는 극중 등장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에놀라’와 오빠 ‘셜록’, 그리고 ‘튜크스베리’와 엄마 ‘유도리아’까지 연대를 통해 각자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끔 연출한다. 전편은 주인공인 ‘에놀라’의 능력과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주변 캐릭터들을 소모적으로 활용한 감이 있다. 하지만 본편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에놀라’가 ‘셜록’의 도움을 여러 차례 받고, ‘셜록’ 역시 ‘에놀라’를 통해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얻을 수 있는 안정감과 힘을 깨닫는다. ‘에놀라’에게 보호받는 존재로 그려졌던 ‘튜크스베리’는 비록 피투성이가 되긴 했지만 스스로 적과 맞서며 싸울 줄 아는 남자로 성장하고, ‘에놀라’와 상호보완을 이루는 연인이 된다. 잠깐의 등장만으로 임팩트를 남긴 ‘유도리아’는 여전히 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며 ‘에놀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그녀의 가르침이 언제나 해결책이 되어 준다. 결정적인 위기에서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우두커니 뒤편에 서서 ‘에놀라’의 성장을 바라봄으로써 모녀의 바람직한 연대 과정을 보여준다.
추리 영화의 서늘한 온도, 미스터리를 해결해 가는 촘촘한 연출을 기대했다면 어딘가 엉성하고 어수선해 보이는 <에놀라 홈즈>는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에놀라 홈즈’다운 것이다. 만일 이 시리즈가 관객으로 하여금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 선사하고, 사건에만 집중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면 오히려 작품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로맨스와 어드벤처를 곁들인 하이틴 오락 영화의 색채를 풍기면서도 사건 추리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이끌어내는 것이 곧 <에놀라 홈즈>의 정체성이다. (만일 3편도 제작될 예정이라면, 오빠의 동업 제안을 거절한 ‘에놀라’가 오빠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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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3000년의 기다림(2022)> 리뷰
이야기는 매혹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실체 없는 것이 이토록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변형되고, 반복되며, 이따금 자신의 꼬리를 잃더라도 이야기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과학이 없던 시절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발명되었던 신화이든, 자신의 지혜를 전할 방법이 없어 구전으로 이어져 온 민담이든 간에. 오죽하면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기록이고, 공동의 기억이자 역사라고. 기록할 수 없었던 자들이 해낼 수 있던 최후의 반향이자 상실에의 저항이라고 말이다.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로 유명한 조지 밀러 감독의 2022년 작품이다. <옥자(2017)>, <설국열차(2013)>로도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자,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2005)>, <콘스탄틴(2005)> 등을 통해 20여 년 전부터 판타지에 자주 얼굴을 비친 바 있는 근사한 배우 틸다 스윈튼과 <어벤저스> 시리즈의 헤임달, BBC 드라마 <루터> 등을 통해 우아한 카리스마를 내비친 배우 이드리스 엘바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A.S. 바이엇이 1994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집 <나이팅게일의 눈 속의 정령>을 원작으로 삼는다. 생소한 제목이더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알라딘’에 등장하는 지니를 기억하고 있다면.
‘지니’에 대한 언급을 했으니, 3,000년 동안 자유를 갈망한 정령 진(이드리스 엘바)과 3,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면면히 흩어진 인류의 이야기를 채집하며 살아온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의 첫 만남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다. 알리테아는 유리병을 닦아내며 거대한 정령을 마주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불의 정령 진. 그는 알리테아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알리테아는 열망하던 것을 손쉽게 이루고, 진은 오랜 세월 바라 마지않던 자유를 이룰 수 있으니 너무도 완벽한 윈윈의 거래일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하나 있다. 알리테아가 자신은 현재에 더없이 만족하여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한 까닭이다. 심지어 알리테아는 이렇게 지적하기까지 한다. 소원을 비는 이야기의 교훈은 언제나 경고로 끝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진은 이러한 알리테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살아있음과 욕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진은, 열망하는 것이 없다는 관조적 자세는 개인의 본성 혹은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 행위이며 삶에 대한 배반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알리테아가 특별한 추진력 없이 관성적인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가 학자로 살며 쌓아온 시간이 멈춰있었다고 말하는 건 틀림없이 실례일 터다. 다만 알리테아는 개인의 삶에서 일정 부분을 단념한 인물이라고 묘사된다. 아이를 잃은 이후 슬픔을 비롯한 그의 감정은 전반적으로 정지한 상태이다. 이런 모습에 대해 절제의 미덕(진은 어리석음이라 일갈하는)을 언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의 초조함은 분명하게 표시된다. 그러하므로 진과 영화 내 카메라의 시선에 따르면, 알리테아가 마땅히 지녀야 하는 생(生)에의 원초적 욕구는 체념과 같은 그 어드매의 방향으로 휩쓸려 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리테아는 빠르게 공감하지 못한다. 둘의 몰이해는 불에서 태어난 정령과 흙으로 빚어진 인간 사이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만, 어쨌든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단순한 두 인간 사이의 갈등이었다면 헤어지고 끝났을 텐데 3,000여 년의 구속에서 벗어나고픈 진은 절박하다. 그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알리테아의 허락을 구하고자 애쓴다. 자신이 갇히게 된 사연과 자신에게 소원을 빌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자신을 볼 수 있었으나 보지 못한 자, 단순히 소원을 들어주려는 만남이었으나 사랑에 빠지고 말았던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기꺼이 풀어내는 이유는 그래서다.
이야기 속 이야기가 주요한 축인 영화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진을 거쳐간 이들이 아무도 그에게 물질적 풍요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을 만났던 이들이 모두 특권 계층이어서 여유로운 삶이 가능했던 게 아니었음에도. 이 이야기의 원형일 『천일야화』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조차 우리는 결핍에서 비롯된 인간의 욕망을 찾아낼 수 있다. 끊이지 않는 파티, 무한할 것만 같은 부와 명예, 갖가지 음식과 사치품. 비현실적인 것을 넘어 때로는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장면이, 영화 <3000년의 기다림>에선 모조리 생략된다. 진에게 소원을 빈 여성들은 각기 다른 것을 원하는 듯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자신이 지닌 한계점을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필멸자가 바라는 초월에의 의지는 다양하게 나타나며 인물이 있던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노예로 살던 귈텐은 사랑을 통한 생명의 초월을 소망하여 아이를 임신했고, 여성으로서 사회적 진출에 한계를 절감했던 제페토는 지식을 끝없이 흡수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명예와 공적을 원했다. 개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없던 둘은 신분의 벽과 성별의 벽에 막혀 갇혀 있었으니 병 밖에 있더라도 병 안에 갇힌 진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신세였다. 그렇다면 현대를 사는 알리테아, 진실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그는 무얼 갈망하는가?
인간은 사회적으로 촘촘하게 이어진 존재이니 타자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개인이 바로 서도 사회가 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탈취한다면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테아는 이전의 여성들과 다른 세상에서 삶을 살고 있으니 그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삶이며 들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역사이다. 사회가 관심 없지만 자신만큼은 들었어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 그러하므로 알리테아가 발견한 자신의 소망은 고독에의 초월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3000년은 언뜻 진의 시간처럼 보이지만 내겐 보다 알리테아의 것, 아니 알리테아로 대표되는 인간 여성 전체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진의 시간은 추후의 인간들이 발명한 시간에 따라 계산된 것이지 그가 타인과 교류하며 쌓아온 역사의 시간이 아니다. 그가 소비한 대부분의 시간은 신에게 자신의 자유를 갈구하며 기도했던 것으로, 홀로 있어 셈하기조차 어려웠던 공백 그 자체이다. (환상으로 구성되었고 타자의 계산으로 보충된 그의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과 심리적 시간 간의 간극을 생각한다면, 사실 진이 경험한 시간은 3,000년이 아니라 30,000년, 혹은 3억 년에 조응할지도 모른다.) 반면 그가 병 밖에서 만나던 여성들의 변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사회와 시간은 3천여 년의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인간들의 삶 속에서 구르고 변화해 왔다.
알리테아와 진이라는 두 존재가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예정된 만남 –한 단어로 줄여야 한다면 운명-처럼 보인다. 끝내 죽음을 맞이할 운명인 인간, 종말이 예정된 인간이 욕망 없음의 상태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야기가 끝을 맞이한다는 것이며, 이것은 결국 인간의 존재, 역사, 이야기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정령의 종막을 뜻하기 때문이다. 고립과 고독을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는 인간과 정령을 다시 잇는다. 신비를 지우고 합리에 의지해 지어진 현대사회다. 이곳에서 순식간에 멸종될 뻔한 정령은 이따금 나타나 개인의 감성과 마음을 쓰다듬는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을 살아갈 힘을 다시금 얻는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지혜이며 예술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이지 않을까. 그러한 점에서 <3000년의 기다림>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우화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굳이 ‘초월’이라는 단어와 함께 읽어내고자 한 건, 여성 주안공과 사랑이라는 단어를 함께 붙이고 싶지 않았던 나의 고집 때문이다. 사실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영화를 읽는다면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매끄러울 것이다. 다만 알리테아의 서사가 아이를 잃은 여성에서 출발하여 진과의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영화의 짜임새가 구시대적이라고 느끼게 될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납작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2022년에 나온 영화를 2023년의 시청자가 독해하는 자세로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나는 어떠한 양가감정을 느낀다. 사랑이란 기실, 가장 값지고 쟁취하기 어려운 가치인데 그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영국 락밴드 퀸Queen이 자신들의 노래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에서 “사랑이란 구시대적 단어이기 때문에Because love's such an old-fashioned word”라고 노래했듯 나는 이 단어의 오용, 사랑 앞에서 수동적으로 변해버리는 여성의 태도를 반성 없이 관습적으로 찍어내는 미디어에 반대하기보단 그저 단어 자체를 거부하는, 더없이 손쉬운 방향을 선택해 버린 것은 아닐까 우려한다. 사랑을 대체하거나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단어를 발명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는 선함과 다정함의 가치를 잊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나는 한 명의 작은 개인일 뿐이지만, 이런 고민을 가진 인간의 발버둥이 쌓인다면 3,000년 후의 사람들에겐 내 고민이 모조리 옛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망을 감히 가져 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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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 신화를 만나 자유로워진 비극의 여인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총명하고 본인 주관이 뚜렷한 소녀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는 왕실의 연회 자리에서 기지를 발휘해 왕비 '거트루드(나오미 왓츠)'의 총애를 받고, 왕실의 시녀가 된다. 비록 규율이 엄격한 궁전에서 지내지만 오빠인 '레어티즈(톰 펠튼)' 어깨너머로 공부하는 등 특유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은 오필리아에게 왕자 '햄릿(조지 맥케이)'은 첫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하고, 오필리아도 그 사랑을 이루려고 하나 신분의 격차가 두 연인을 가로막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덴마크 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왕비와 선왕의 동생인 '클로디어스(클라이브 오웬)'간의 비밀은 물론 왕비와 숨겨진 자매인 '마틸드(나오미 왓츠)'의 과거사까지도 모두 아는 오필리아는 햄릿과의 사랑은 물론 자신의 인생까지도 바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오필리아>는 영국의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을 그대로 옮긴듯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원작인 <햄릿>대로라면 이 장면에서 물에 떠내려가는 오필리아는 이내 물 밑으로 가라앉아 사망한다. 하지만 원작에서 그녀의 최후가 사고인지 자살인지 애매하게 묘사되었다는 점에 주목한 영화는 이 장면 전후로 새로운 이야기를 붙여 넣는다. 총 스무 장으로 구성된 <햄릿>에서 다섯 장에만 모습을 드러냈던 오필리아는 물론 원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드러내지 않던 거트루드와 같은 여성 인물을 운명을 극복하고 삶과 사랑을 쟁취하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영화는 그들의 이미지를 새로이 만들기 위해서 오래된 신화 속 두 여성의 삶을 재현하며 설득력을 더한다.
오필리아가 주체적인 여성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햄릿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그녀는 영원히 햄릿이라는 지구 주위를 떠도는 달과 다름없는 여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필리아>는 이 달의 궤도에 자유와 진취성을 불어넣기 위해 제우스의 딸이자 아폴론의 쌍둥이인 아르테미스의 이미지를 빌려온다. 실제로 영화는 오필리아가 햄릿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리스 신화에서 달빛의 신이자, 숲과 샘물, 산짐승과 소녀들, 그리고 처녀들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아르테미스의 성격을 그녀에게 투영시킨다.
미래에 자신이 몸을 던질 개울가에서 목욕을 하던 오필리아는 갑작스럽게 햄릿과 그의 친구 호레이쇼를 조우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추근대며 말을 걸어오는 햄릿을 피해 도망친다. 이후 궁전에서 재회한 햄릿에게 오필리아는 같이 보고 있던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의 그림, 곧 자신이 목욕하는 것을 훔쳐본 사냥꾼을 아르테미스가 사슴으로 변신시키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을 예로 들어 그를 비난한다. 사슴이 된 악타이온이 자신의 사냥개들에게 물어뜯겨 죽었다는 신화 속 결말을 고려하면, 이 장면은 원작에서 드러나지 않는 왕자와 시녀 간의 위계에 굴하지 않는 오필리아라는 인물의 이미지가 뇌리에 강렬히 각인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오필리아에게 아르테미스의 이미지를 거듭 덧입힌다. 예를 들어 오필리아는 숲에 발을 내딛고 밤에 궁전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여성이며, 그녀가 궁성의 망루에 올라갈 때면 항상 화면에 달이 등장한다. 특히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요정과 여성들이 남신들과 영웅들에게 쫓길 때 그들을 지켜주었던 아르테미스처럼 여성들과 연대하고 보호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잃거나 어머니로서 아들을 지키지 못하는 거트루드나 마틸드는 클로디어스로 대변되는 가부장제의 피해자, 침묵하는 여성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왕비의 부탁을 받아 자매의 연락책으로 움직이는 오필리아는 그들의 아픈 과거사를 들어주고, 지켜주고, 그들이 클로디어스에게 맞설 수 있는 길을 귀띔해주며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복수극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
한편 <오필리아>는 메데이아를 두 번째 모델로 삼아 침묵하던 피해자인 거트루드와 마틸드가 자신의 의지와 주체성을 되찾는 서사를 그려낸다.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의 여성 중 가장 주도적인 캐릭터다. 이아손에게 먼저 구애의 손을 내민 것도, 사랑을 쫓아 가족과 나라를 배신한 것도, 보물인 황금 양피를 훔치고 이아손을 구하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도 그녀다.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이아손이 더 강한 권력을 좇아 새로 결혼을 하려 하자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 아이들을 직접 살해하기까지 한다.
영화는 메데이아의 삶을 축약하는 세 키워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를 두 명의 여성, 왕비인 거트루드와 그녀의 언니이자 마녀인 마틸드에게 대입한다. 거트루드는 원작과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욕망한다. 클로디어스의 추파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징표를 그에게 하사하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한다. 마틸드 역시 젊은 날 사랑해서는 안될 한 남자를 뜨겁게 사랑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자매는 배신으로 사랑의 대가를 치른다.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른 후 거트루드는 왕비(queen)가 아닌 왕의 아내(king's wife)로 종속당하고, 자신과 아들인 햄릿의 안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마틸드도 다르지 않다. 그녀는 연인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후 숲에서 은둔한 채 존재를 잃고 그저 거트루드의 자매로 살아간다. 결국 거트루드에게 마틸드가 젊음의 묘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먼저 사랑하고 배신당한 왕비이자 마녀인 메데이아의 이야기가 두 인물로 나뉘어 부여된 것이고, 이는 나오미 왓츠가 두 배역을 맡아 1인 2역의 열연을 펼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자매의 손을 통해 메데이아의 복수를 이룬다. 클로디어스가 가장 사랑하는 왕국과 그의 목숨까지도 파괴한다. 그렇게 이아손으로 하여금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을 맛보게 했다는 결말과 이아손까지도 메데이아가 직접 죽였다는 또 다른 전승을 동시에 재현한다. 다만 결말에서는 약간의 변주를 준다. 의외로 행복한 삶을 누렸던 메데이아와 달리 과거의 복수에 사로잡힌 자매는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햄릿과 레어티즈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대신 자매는 미래를 위한 씨앗을 던져놓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애써 마음속 깊은 곳에 짓누르고 있던 진실, 아픔, 복수심을 끄집어 올리도록 도와준 오필리아의 목숨을 지켜준다. 그렇게 숲 속에서 시작된 비극 속 여성들의 연대는 메데이아와 같은 인간들을 계속해서 도와줄 존재를 남기려는 듯이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마주하는 오필리아의 모습으로 귀결된다.
다만 신화와 비극을 절묘하게 섞어 탄생시킨 오필리아의 새로운 이야기는 그 무게감에 비해 날카롭거나 힘 있게 와닿지는 못한다. 우선 주인공을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 직접적이고, 지루하다. 첫 장면에서 오필리아는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 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의견을 꺾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면서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라고 선언하다시피 한다. 영화의 마지막도 비슷한 내용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앞서 언급한 햄릿과의 언쟁이라든가 왕비의 시녀로 들어가게 되는 경위 등을 통해서도 새로운 오필리아의 모습을 유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내레이션은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고, 굳이 삽입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또한 조급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원작 속 굵직한 사건들에 가급적 모두 손을 대고 변형하려는 욕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결코 짧지 않은 <햄릿>의 앞뒤에 새로운 이야기까지 덧붙이다 보니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의 리듬이 굉장히 빠르다는 사실이다. 마치 RPG 게임에서 주인공을 따라 퀘스트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건과 사건, 장면과 장면 사이의 시간 간격도 매우 넓은 가운데 인물들의 대사가 상당히 빠르게 오가다 보니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유추한다 하더라도 그 변화가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오필리아>가 원작의 중심 메시지까지 삭제하는 급격한 재해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이번 영화에서는 햄릿의 명대사인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만날 수 없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 후 있음과 없음, 선과 악,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고, 초연해지려고 마음 먹지만 끝내 그 이분법 안에서 고통받는 복잡한 인간이자, 그렇기에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었던 햄릿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햄릿, 레어티즈, 클로디어스가 얽히고설킨 결투와 거트루드와 마틸드의 복수극이 합쳐진 클라이맥스는 자연스러운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색하고, 융화되지 않은 듯 느껴진다. 굳이 살려둔 햄릿과 레어티즈의 서사가 원작의 보존도 아니고 재해석도 아닌 애매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일까? 원작의 핵심 메시지를 챙기지 않을 것이라면 <햄릿>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티브로만 삼는 것이 나아 보인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서 착안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새롭게 구성한 매들린 밀러의 소설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처럼, 남성 주인공들과 관련된 원전의 내용을 더 쳐내고 그 빈자리를 더욱 온전히 세 여성들의 이야기로 채워 넣는 게 원작의 재해석이라는 취지에 더 적합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상상력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결과 비극을 신화적으로,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필리아>는 미완의 시도로 남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마지막 순간 몸을 사린 햄릿과 오필리아의 신화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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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보다 어떻게 살지를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2020)의 인물들은 고뇌에 휩싸인다.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비롯한 불멸자들은 영속의 삶 가운데 자신의 존재적 정체성을 찾아내려 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탐구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누구도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2001)의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우리는 인생에서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겪지만, 그저 주어진 그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간달프의 말에 힘을 보태서 생각해 보면, 사실 <올드 가드> 속 불멸자들의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개체의 발생적 원인과 존재적 배경을 추적하고, 삶의 궤적을 지탱하는 명분이나 당위성 따위를 되새기는 작업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주어진 순간에 몰두하여 현존하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과연 <올드 가드>의 인물들, 그중에서도 특히 앤디는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서 어떤 판단을 통해 어떤 선택을 보여주었는가. <올드 가드>는 다양한 인물상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찰하기 좋은 지점들이 여럿 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들의 고뇌를 바탕으로, 앤디를 중심으로 한 인물 관계 속에서 무엇을 살필 수 있는가.
앤디의 고뇌
앤디는 불멸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로, 그의 기나긴 삶의 궤적만큼이나 쌓인 고뇌의 순간들도 분명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앤디는 영화 속 불멸자 중 가장 연장자 대접을 받는 데다가, 연령 또한 추측이 어려울 정도로 신묘한 존재로 묘사된다. 새로운 불멸자인 나일(키키 레인)을 팀에 합류시키려는 앤디는 나일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신으로 여겼던 적도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다. 나일은 불멸의 삶이 좋은 것 하나 없을 거라 여기고 거부하려고 하지만, 앤디는 받아들이기 힘든 걸 알고 있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랜 세월 동안 불멸의 존재로 살아온 앤디
이렇듯 겉으로는 모든 걸 초월한 듯 보이는 앤디는 사실 힘든 여정을 끊임없이 겪어내다 못해 지칠 대로 지쳤으며 풀리지 않는 존재적 고민을 늘 안고 살아간다. 앤디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절망을 겪으면서 번뇌에 사로잡히곤 한다. 불멸의 힘은 앤디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강요했다. 앤디는 팀을 조직하여 일종의 용병 집단처럼 전 세계를 누비면서 불의로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말이 쉽지, 대가 없이 선행만을 반복하는 삶이 과연 앤디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앤디를 필두로 한 불멸자 조직은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몸을 바쳐 헌신해왔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칭송받아 마땅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행위의 주체들에겐 이러한 행위의 연속이 무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명분도 찾을 수 없는데 뭐 하러 세상을 구하고, 누구 좋으라고 정의를 수호하려 하는가. 심지어 앤디의 말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는 듯 보이지 않는가. 여전히 세상은 각종 문제들로 가득한 아수라장이다.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에 관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지점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흔히 영웅물에서도 많이 다뤄지곤 하였다.
영화에서 앤디의 고뇌는 몇몇 지점을 경유하면서 다변화되는데, 특히 가게 점원과 앤디가 대화를 나누는 신이 그렇다. 앤디는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캐묻지도 않고 덜컥 호의를 베푸는 점원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다. 점원은 당신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치료가 끝난 후, 점원은 오늘은 내가 치료해서 널 도와줬으니 내일은 네가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면 일으켜주라고 한다. 아무도 혼자는 못 산다며. 이렇게 가게 점원은 앤디를 조건 없이 도와준다. 앤디가 왜 도와주냐고 묻자, 점원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건데 꼭 이유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앤디가 아마 이때 지난 몇 천년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왜 그 긴 세월 동안 인류를 도우며 살아왔는가. 앤디가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가?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삶의 형태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삶을 살았다. 앤디는 조건 없이 인간들을 도와준다. 인간들이 자신을 마녀 등의 기이한 존재로 여겨 공격하기도 했지만, 앤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류를 구원한다. 결국, 점원을 향해 의아해하며 건네는 앤디의 질문은 역으로 자기 자신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대화하는 신은 불멸성을 잃고 인간화된 앤디가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중요한 서사적 동력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앤디가 점원의 말을 통해 많은 걸 느꼈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아주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에서 상기한 서사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점원의 말은 들은 앤디의 얼굴이 담긴 클로즈업 쇼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일은 앤디에게 있어서는 앤디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일을 통해 앤디는 자신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불멸을 잃을 때, 네가 나타났어. 너(나일)를 통해 내(앤디)가 처음에 어땠는지 돌아보고, 다시 기억하라는 의미인가 봐”. 이렇듯 앤디는 자신을 조건 없이 도와준 가게 점원과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나일을 보면서 지금까지 사로잡혀왔던 존재적 고민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실 앤디가 고민하는 지점들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운명적인 논리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한 삶의 논리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역시 그런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도출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존재적 고뇌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간달프의 조언대로 현존하는 삶의 흐름을 잠시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려는 각자의 주체성에 주목할 때 우리의 삶은 어쩌면 조금 더 가치 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 심각하게 여길 바에는 이런 삶 속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편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IMDb
- Netflix(화면 캡처)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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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가 훨씬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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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겨울왕국 2'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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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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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죄도시2> 론칭 예고편
청불 액션 영화의 레전드 <범죄도시>의 속편으로 괴물형사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의 더욱 짜릿해진 범죄소탕 작전을 담은 범죄 액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