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케2023-02-12 23:37:37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시사회 후기(스포있음)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를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영화 중간에 한 노부부가 등장한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자신을 못 알아보자 자신을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향수를 개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창수와 아라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바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아픔을 겪는 건 싫다고 연구를 중단시키게 된다.
향수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사뭇 슬프기도 했지만 향으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는 설정은 새로웠다.
이야기의 전개는 다른 로코랑 큰 다른 점은 없어서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였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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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약한 한줄기 빛에 담긴 것들
화이트 버드 (White Bird, 2025)
유약한 한줄기 빛에 담긴 것들
개봉일 : 2025.03.12.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21분
감독 : 마크 포스터
출연 : 아리엘라 글레이저, 올란도 슈워드, 브라이스 게이사르, 질리언 앤더슨, 헬렌 미렌
감동적인 성장 영화로 사랑받았던 <원더>의 세계관을 일부 이어받은 <화이트 버드>는 다정하고 따뜻한 영화다. <원더>의 주인공 어기와 친구들의 여정을 통해 알 수 있었듯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를 가진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수많은 우주로 가득 차다 못해 매 순간 충돌과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이 세상은 모든 우주를 존중하고 박수 쳐 줄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우주. 삶은 항상 반짝일 수 없고 언젠가는 깊은 어둠에 잠기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렇게 삶이 어두워졌을 때, 가장 필요한 건 빛이다. 광대한 태양까진 아니더라도 그저 눈앞을 비춰주는 따뜻한 한 줄기 빛이라도 생긴다면 다음을 기대할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화이트 버드>는 누군가에게 이 ‘한 줄기 빛’이 되려 태어난 영화이자 빛의 소중함을 잊은 이들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설화다. 이야기는 낯익은 소년 줄리안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원더>에서 외모를 이유로 동급생 어기를 무시하고 따돌렸던 줄리안은 결국 강제전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중학생이 된 현재의 그는 새로운 동네에 정착해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학생’을 목표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조용해진 모습이지만 줄리안은 여전히 다정하고 평범한 소년과는 거리가 멀다.
줄리안은 별다른 감흥 없이 첫 등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후드를 푹 뒤집어쓴 그는 바깥 소음을 모두 차단시켜주는 헤드폰으로 커다란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세상에 푹 빠져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줄리안이 헤드폰을 내려놓자 그의 할머니 사라가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다. 사라는 오랜만에 만난 손자를 저녁 테이블로 이끈다. 그리고 줄리안의 세상을 덮고 있던 커다란 음악 대신 자신이 만났던 다정하고 용감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의 귀에 잔잔히 흘려보낸다.
사라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이렇게 말한다. “삶이 편안하면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라고.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줄리안은 당연히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기에 다른 소년 어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사라는 줄리안을 보며 한 소년을 만나기 전의 자신을 떠올렸고, 자신이 그러했듯 줄리안이 그 소년이 보여준 용기와 다정함을 느끼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942년 오베르빌리에의 소도시. 유복한 집안의 딸인 사라는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친절한 동급생들과 선생님, 부족할 것 없는 생활과 꿈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 사라는 이런 아름답고 밝은 것들 한가운데 앉아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나치의 세력이 급성장하며 세상엔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사라의 삶에 드리웠던 빛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남은 작은 빛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라의 가족과 유대인들을 따돌리고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사라에게 손을 내민 건 따돌림당하던 동급생 줄리안이었다. (이후 글에 나오는 ‘줄리안’은 사라의 손자가 아닌 동급생 ‘줄리안’을 의미함) 사라가 빛 한가운데 앉아있는 소녀였다면 줄리안은 어둠 속에 있는 소년이었다.
이야기의 초반부, 사라가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사라는 밝은 스크린을 앞에 두고 친구들과 웃고 있고 줄리안은 어두운 영사실 창문 너머로 사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이 지순한 로맨스의 모든 것을 응축하고 있는 장면이다.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줄리안은 언제나 사라에게 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충분히 밝은 곳에 있었던 사라는 그 작은 빛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예쁜 새 구두로는 지나가기 힘든 가파른 눈밭을 가까스로 해치고, 길고 어두운 하수관을 걸어간 끝에 마주한 어두운 곳간에서 사라는 작은 빛 속으로 조심히 들어가게 된다.
사라와 줄리안이 처음 곳간에 발을 들이는 장면을 보면 천장 반쪽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에 어둠이 내려앉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줄리안은 사라에게 건초더미에 숨으면 된다고 알려주는데 그가 알려준 장소엔 밝은 빛이 한줄기 떨어지고 있다. 줄리안의 안내를 받고 올라간 사라는 어둠을 벗어나 다시 빛 아래 서게 된다.
줄리안이 사라에게 보낸 빛 한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처음 줄리안이 사라에게 보냈던 영화관 영사기의 빛은 심심풀이 영화 한편과 한 소년의 짝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그다음 곳간에서 줄리안이 사라를 빛이 떨어지는 건초 더미에 올려줬을 땐 소녀의 생명을 구한 소년의 다정한 용기로, 줄리안이 곳간에 튼 영사기의 빛은 두 사람이 함께하는 무한한 세상과 영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희망 그 자체로 의미가 확장된다.
<화이트 버드>는 사라의 영원한 빛이 된 줄리안처럼 관객에게 쉽게 잊을 수 없는 따뜻한 무언가를 남긴다. 세상이 어두워져도 빛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영사기와 영화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까지.
인류는 잔인한 실수를 반복하고 어둠은 수시로 찾아온다. 하지만 줄리안과 사라처럼 어둠에 갇힌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이, 그 빛을 받아 새로운 길을 찾는 손자 줄리안 같은 이들이, 그리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 상영관을 밝혀주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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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그리운 퀄리티의 심령 다큐멘터리의 대서사시
일본 호러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령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제보받은 심령 영상들을 모아서 인터뷰를 하고 조사를 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현재까지도 컬트적인 매니아층이 존재하는 호러 장르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심령 다큐멘터리 장르의 선구자 이자 가장 오래된 시리즈인 정말있었다! 저주의 비디오 시리즈는 1999년 1편이 발매되어 현재(2023년 6월) 무려 100편이 넘어가고도 계속 시리즈가 나오고있다.
필자는 이 중 2013년 공개된 55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본 55편은 통상적으로 1시간 초반대인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러닝타임이 길어(1시간 47분) 극장에서도 상영한 에피소드이다.
먼저 본 에피소드는 저주의 비디오 오리지널 중에서는 처음으로 극장 상영을 시도한 거기 때문에, 전개가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상들 같은데, 알고 보니 이 영상이 다 관련이 있었다. 라는 전개로 이루어진다.
정말있었다! 저주의 비디오 시리즈가 일반적인 공포영상과 다른 매력은, 단편적인 시청각적 공포 뿐만이 아닌 스토리가 더 큰 힘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주어서 투고 영상과 보면 영상만 보았을 때의 공포랑은 차원이 안되게 공포를 선사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있었다! 저주의 비디오의 성공 이후 스토리를 부각한 아류작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는데, 역시 오리지널을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해보인다는 것이 중론.
하지만 최근의 편들은 본가인 정말있었다! 저주의 비디오 역시도 평가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기에, 많이 아쉬운 부분.
이번에는 서론이 많이 길었지만 양해해주시길, 이제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 각 에피소드 별 별점(5점 만점)과 평가 방식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 평가는 필자의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본 평가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편을 감상 및 구매 하실 분께서는 읽기 전에 생각하시고 읽기 바랍니다.)
1. 동상
평점: ★★★
이번 편의 막을 여는 에피소드이다.
영상 자체가 어둡기 때문에 이것이 선명한지 아닌지는 필자가 보기에 개인적으로는 구분이 어렵지만, 페이크 티가 나기는 한다.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티나는 건 아니다.
2. 로르샤흐
평점: ★★★★
노이즈계 영상.
필자는 개인적으로 노이즈가 들어가서 불가해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는 영상을 좋아하기에, 이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영상의 노이즈와 함께 섞이는 얼굴들이 상당히 기분나빴다. 공포계에서는 기분 나쁜게 좋은 포인트이기에(?) 만족했다.
3. 시리즈 감시카메라 창문 밖
평점: ★★★
창문 밖의 손이 흐릿해서 의심된다.
이 영상은 저주의 비디오 스태프룸에서 스태프들이 설치한 감시카메라의 영상이다.
창문 밖에 손이 나타났다 떨어지듯이 사라지는 영상이다만, 개인적으로 페이크 느낌이 좀 많이 난다고 생각한다.
영상이 심심한 건 덤.
4. 장난전화
평점: ★★★
귀신보다 내용이 더 소름돋는다고 생각한다.
이거는 귀신이 나왔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빼꼼형 스타일.
귀신보다 영상의 내용이 더 무서웠다.
5. 타임랩스
평점: ★★★
귀신은 선명하고 무섭게 생겼는데, 자연스럽기보다 조작의 느낌이 매우 크다.
령의 모습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은 진짜인지 아니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서 설명을 덧 붙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약간 소름돋기는 하다.
6. 누가 없어졌지?
평점: ★★★★
스토리의 흥미를 많이 올려주는 파트.
덧붙여 영상도 상당히 소름돋았다.
이번 편에서 제작진들이 조사와 현장방문을 많이 해서(이 에피소드의 길이만 30분), 스토리가 많이 전개된다.
그리고 영상은 귀신이 대놓고 서있는 것인데, 너무 페이크 느낌으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 귀신의 눈매가 개인적으로 많이 소름돋았다.
그리고 영상 촬영자의 발작이 상당히 공포감을 더 자극해 흥미로웠다.
7. 날으는 카메라
평점: ★★
솔직히 본 영상은 귀신이 아니라 그냥 사람같은데, 귀신이 피부가 창백하고 모습이 이상하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멀쩡하게 생긴 여성이다.
슬로우모션으로 볼때는 더 가관이다.
가장 가짜같고, 가장 별로였던 영상.
필자의 취향에도 가장 불호였다.
8. 악인
평점: ★★★★
스토리의 절정과 결말.
지금까지의 투고 영상과 스토리들이 전개되며 그래서 그런지 에피소드의 타임도 긴 편이다. (20분)
스토리도 지금까지의 투고 영상들이 이렇게 연결된다는 사실에 상당히 감탄했고, 제작진들이 직접 뛰어다니며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용두사미 식의 엔딩이 아니라 만족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마지막 투고 영상.
어째 분신자살하는 영상인데 여성이 가만히 서있는 지 심히 의심된다.
분신자살은 가장 괴로운 자살인데, 가만히 서서 분신자살?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그래도 영상 자체가 노이즈와 여성의 고통과 괴로움이 섞인 비명소리와 어울려져 많이 소름돋았고 재미있었다.
몇몇 가짜티가 나는 영상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
개인적으로 번역해가며 관람한 것이 후회되지는 않은 영화였다.
애초에 이런 영상 자체가 대부분이 가짜로 만드는 것이 라는것을 감안하면(웃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하다고 볼만하다.
혹시 본 후기를 다 읽은 사람 중에, 아직 본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하는 분이 계신다면, 본인이 이런 스타일의 공포를 좋아한다면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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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가족 (Shoplifters, 2018)
-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개봉일 : 2018.07.26. (한국 기준)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기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서로를 선택한 진짜 가족의 이야기’
가족이란 무엇일까? 함께 밥을 먹는 사이? 아니면 한 집안에 사는 사이? 깊은 신뢰감을 가진 사이 또는 혈육을 말하는 걸까?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가족과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은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를 통해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전한다.
제3자가 바라보기엔 불완전하고, ‘가족’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가족. 하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너무도 단란한 가족. 조금은 가난하고, 또 난잡한 집안이지만 가족들 사이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물건을 훔치고, 아빠는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엄마는 마트에서 근무한다. 노쇠한 할머니는 느릿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들의 손을 어루만진다. 이 가족은 완전하진 않지만 행복하다.
행복해 보이는 이 가족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가볍지도 않다. 그 비밀은 새로운 가족인 ‘유리’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가족들에게 다가온다. 어깨가 움츠러들 만큼 추운 겨울밤, 어리고 가냘픈 아이 ‘유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리고 오사무와 노부요, 아키, 하츠에, 쇼타는 작은 아이를 복작이는 집안에 앉히고 밥을 먹인다. 아직 겨울이 오진 않았지만, 찬바람이 부는 날 밤 따스한 국물 요리를 먹는듯한 포근한 느낌이 들 만큼, 이 가족의 분위기는 따스하다.
어느 가족 시놉시스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마트에서 손발을 맞춰 음식을 훔치는 아이와 아빠로 보이는 남자. 두 사람은 아이의 가방에 먹을 것을 담고, 저녁으로 먹을 고로케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따스한 집이 그리울 만큼 차가운 늦겨울 밤, 오사무는 며칠째 집 앞을 헤매고 있는 작은 소녀를 집안으로 들인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한 가족의 저녁상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할머니 하츠에는 작은 아이를 살펴보던 중, 아이의 몸에 상처가 가득한 것을 발견한다. 아이의 이름은 ‘유리’. 오사무는 유리를 데려다주기 위해 유리를 업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도착한 집앞, 그리고 안에서 들려오는 부부 싸움 소리. 오사무와 노부요는 유리를 업은 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오사무는 건설 일용직, 노부요는 마트 직원, 아키는 접대를 하고, 하츠에는 전 남편의 위자료와 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집은 하츠에의 집인듯하다. 가난하고 불안정한 집안의 상태. 학교에 가야 할 나이인 쇼타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다.
“집에서 공부할 수 없는 애들이 학교에 가는 거야.”라며 발보다 큰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가는 쇼타의 모습이 의연해 보이면서도 짠하다. 오사무는 다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의 문턱을 지나며 “나 왔어-”라고 말해본다. 평생 가져볼 일 없을듯한 번듯한 아파트. 이 가족은 가난하다. 그리고 사회의 끝에 간신히 걸쳐진 채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뜨거운 여름 날씨와 땀에 흠뻑 젖은 가족들의 티가 그들의 숨 가쁜 하루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듯하다.
버거운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건 ‘가족’이라는 존재뿐이다. 오사무, 노부요, 아키, 하츠에, 쇼타, 그리고 유리. 6명으로 늘어난 만큼, 이 가족은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츠에와 쇼타는 밀개 떡을 좋아한다는 유리를 위해 음식을 양보하고, 오사무는 유리를 쇼타의 ‘여동생’이라고 말한다. 어딘가 어색하고 군데군데 구멍이 보이는듯하지만, 이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가족은 전 부모에게서 고통받았을 ‘쥬리’를 ‘린’이라는 단발머리의 소녀로 만들어준다. 쥬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TV에 나온 날, 노부요는 유리의 머리를 잘라준다. 아키는 “언니도 다른 이름이 있어”라며 유리와 자신 사이의 유대감을 표시한다. 유리는 “린이 더 좋아.”라고 답하며 머리를 자른 자신의 모습과, 현재 가족들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한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으니까,”
대부분의 ‘가족’들은 서로의 선택이 아닌, 혈육으로 이루어진다. “가족 같은 사이”라고 표하는 가까운 사이 말고,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진짜 가족’의 경우 말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서로를 ‘선택’했고, 새로운 가족이 된다. 노부요는 유리가 처음 만나던 날 입고 있었던 옷을 불태우며 “사랑한다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노부요와 유리가 함께 목욕을 하던 날, 노부요는 다리미에 데인 상처가 있는 유리의 팔을 보게 된다. 유리는 내게도 같은 상처가 있다며 노부요를 바라보고, 노부요의 상처를 말없이 쓰다듬는다. 노부요는 그런 유리를 바라보며 “괜찮아, (상처는) 다 나았어.”라고 말하지만, 유리는 아직 나은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 다 낫지 않은 건’ 노부요의 상처였을까, 아니면 유리의 마음이었을까?
노부요는 유리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며 ‘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가족이 되고, 행복하길 바란다. 노부요가 처음 본 유리는 그저 집 앞에 앉아있던 어린 여자아이였지만, 이젠 딸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가 된다. 노부요는 유리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습한 여름날, 노부요와 오사무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직장을 잃었다는 노부요에게 오사무는 옛날처럼 술집을 하거나, 다른 일도 있다며 일부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오사무의 이야기를 듣던 노부요는 “나 지쳐버렸어.”라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무겁게 누른다. 그 순간 소나기가 내린다. 그 후, 노부요와 오사무는 평소와 다른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이 특별하고 행복하고, 또 평화로운 순간은 소나기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행복했던 마지막 바다 나들이. 하츠에는 손을 맞잡은 채 파도를 피하고 있는 다섯 명을 바라본다. 행복한 엄마 아빠와 3남매로 보이는 모습.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고마웠다고 속삭인 후, 조용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츠에는 오래된 집과 계좌 속 11만 6천엔, 보석함에 든 3만엔. 그리고 ‘어느 가족’의 존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하츠에가 떠난 후, 이 가족은 순식간에 흩어지기 시작한다.
쇼타가 경찰에 붙잡히고, 남은 가족들의 도주는 무산된다. 이 가족의 생활은 엽기적인 유괴와 살인 사건으로 세간에 소개된다. 전 남편을 죽이고 묻은 여자와 남자, 남편을 빼앗은 가족에게서 돈을 받은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와 살고 있던 남편을 빼앗은 가족의 딸. 유괴된 듯 보이는 어린아이 둘. 할머니는 집안에 묻힌 채 발견된다.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들을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버린 걸 주웠습니다.”
형사들은 하츠에의 시신을 유기한 것이라며 노부요를 몰아붙인다. 노부요는 형사에게 이렇게 답한다. 내가 유기한 것이 아닌, 누군가 버린 걸 주웠다고 말이다. 이건 사실이다. 오사무는 차 안에 버려진 쇼타를 ‘아들’처럼 키웠고, 집 앞을 헤매던 유리를 ‘딸’로 맞이한다. 그리고 전 남편과 그의 가족으로부터 버려져 혼자 살고 있는 하츠에와 아키의 가족이 된다.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인물들. 그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보듬고, 가짜 가족이 아닌 진짜 가족이 된다.
“두 아이는 당신을 뭐라고 불렀어요?”
오사무는 쇼타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보라고 말하고, 유리를 ‘여동생’이라고 불러보라고 한다. 하지만 쇼타는 ‘아빠’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노부요는 고민하고 있는 쇼타에게 그 말이 중요한 건 아니라며 위로한다. 하지만 노부요도 ‘엄마’라는 말을 듣길 바랐을 것이다. 쇼타와 함께 시장을 걸어가며 “어머니, 저녁 반찬으로 고로케 어떠세요?”라고 묻는 상인의 말에 노부요는 웃음을 숨기지 못한다. 쇼타는 웃고 있는 노부요를 바라보며 “어머니라고 불리면 좋아요?”라고 묻는다. 불임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못한 노부요에게 쇼타와 유리는 가슴으로 낳고, 사랑으로 키워낸 아이들이었다.
노부요는 남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죄를 뒤집어쓴다. 모든 일은 혼자 꾸민것이며, 다른 이들은 몰랐다고 진술한 그녀는 5년형을 받게 된다. 그 후, 옷을 흠뻑 젖게 할 만큼 습한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온다. 노부요는 더 이상 이 가족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고, 우린 쇼타에게 역부족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눈이 잔뜩 쌓인 날 밤, 등을 기대고 누운 오사무와 쇼타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아빠에서 아저씨로 돌아갈게.”
오사무는 더 이상 쇼타에게 아빠라는 말을 바랄 수 없음을 느낀다. 쇼타는 오사무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버스를 타고 떠난다. 오사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버스를 따라 달린다. 버스는 멈추지 않았고,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쇼타’는 끝까지 오사무를 ‘아빠’라고 부를 수 없었다. 오사무와 쇼타는 성장기인 쇼타의 고민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또 함께 저녁 찬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느 ‘부자’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지만 ‘사회적 통념’상 오사무는 쇼타의 아빠가 될 수 없었다. 오사무가 아빠이기를 포기한 마지막 순간, 쇼타는 오사무가 들을 수 없는 거리에서나마 ‘아빠’라는 단어를 소리 없이 읊어본 후, 입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뒤이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 유리의 모습이 나온다. 유리는 쇼타에게 배운 대로 삼 형제, 육개장.. 등을 함께 말하며 숫자를 세고 있다. 숫자 셈이 반복되고, 유리는 누군가를 다시 기다리듯, 계속해서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유리는 오사무와 쇼타가 다시 자신의 앞에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늦겨울에 서로의 손을 잡으며 만들어진 진짜 가족은 끈적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여름을 보내고, 다시 차가운 겨울을 맞이한다. 소나기처럼 짧았던 행복한 가족의 시간이 지나가고, 사회는 이들에게서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앗아간다. ‘아빠’ ‘엄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불러보기도 전에 끝나버린 ‘어느 가족’의 이야기였다.
<어느 가족>을 보면서 아빠, 엄마, 가족이라는 존재는 정확히 어떠한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로 가득한 6명이 함께 모여 만든 이 가족 또한 ‘진짜 가족’이다. 전 남편에게서 도망쳐온 노부요와 노부요를 사랑하는 오사무. 자해를 일삼던 소녀 아키, 전남편과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노인 하츠에, 도박장 앞에 버려진 아이 쇼타, 학대와 방치를 일삼던 부모에게서 버려진 유리. 사람들은 이 가족을 보며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뉴스를 보는 이들에게 하츠에는 희생된 할머니, 노부요와 오사무는 유괴범, 아키와 쇼타, 유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붙잡힌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해서 행복했다. 서로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었을지라도 말이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손발의 따스함으로 당신의 하루가 어땠을지 짐작해보고, 미워하기도 하고 서로를 의지하기도 하는 이들은 진짜 가족이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Kyung film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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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손석구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추앙하는 구씨부터 극악무도한 빌런으로 활약하며
안방부터 스크린까지 사로잡은 배우가 있죠!
바로 배우 '손석구'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바로 배우 '손석구'입니다.
그럼, 손석구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자연스럽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연기가 특징인 배우 손석구.
지오엠티의 대표이사, 이라크 자이툰 부대 군 복무, 미국과 캐나다에서 유학 등
독특한 이력을 가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손석구 배우는 냉정한 장교부터 연애가 서툰 기자, 그리고 악랄한 범죄자 등까지 정말 매번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배우 '손석구' 프로필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이름 | 손석구
출생 | 1983년 2월 7일
소속사 |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데뷔 | 2016년 영화 '블랙스톤'
별명 | 리트리버, 아기 군만두
배우 '손석구' 데뷔 과정
ⓒ 네이버 영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이었으나, 캐나다로 갔고 농구선수를 꿈 꿨으나 포기하고 만다.
그러다 연기를 배우게 됐고, 연기가 좋아서 캐나다에서 연기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연극을 했고, <사랑이 불탄다>라는 작품을 계기로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캐스팅 되며 데뷔하게 되었다.
배우 '손석구' 대표작
뺑반 - 기태호
ⓒ 네이버 영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별하는 인물인듯 보이지만,
허당미가 넘치는 검사인 '기태호'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seezn
멜로가 체질 - 상수
ⓒ JTBC
손석구 배우는 '야감독'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막말과 욕설로
악명이 높은 CF 감독인 '상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60일, 지정생존자 - 차영진
ⓒ Tving
카리스마를 갖췄으며, 두뇌회전이 빠르고, 예의가 바른 인물.
전직 비서실 선임행정관이자 현직 비서실장인 '차영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언프레임드 - 재방송 - 감독
ⓒ 네이버 영화
손석구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첫 번째 영화인 <재방송>. 손석구라는 인물이 가진
재치와 위트가 그대로 녹아든 작품이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D.P. - 임지섭
ⓒ Netflix
뒤끝있는 성격을 가진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헌병대장 보좌관 '임지섭'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연애 빠진 로맨스 - 박우리
ⓒ 네이버 영화
손석구 배우는 직장생활도 연애도 서툰 잡지사 기자인 '박우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나의 해방일지 - 구씨
ⓒ JTBC
일과 술밖에 모르는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비밀이 많은 인물,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범죄도시2 - 강해상
ⓒ 네이버 영화
손석구 배우는 베트남 일대를 장악했으며,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메인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곳 -------------
극장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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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에 관한 농담 ‘위 아 40’
<마이너 필링스>의 저자인 시인 캐시 박 홍은 처음 시를 쓸 때 자신의 정체성 떨쳐내며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데뷔 이후 무슨 글을 쓰든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과 시 쓰기 사이의 거리에서 절망을 느끼던 중 스탠딩 코미디언 리처드 프라이어의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리처드 프라이어는 흑인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내고 그것을 코미디의 재료로 삼은 최초의 코미디언이다. 시인과 달리 코미디언은 정체성이 없는 척할 수가 없다. 프라이어는 자신의 인종적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기 자신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때로는 백인 청중들을 당황시키며 웃기기도 한다. 그러나 프라이어의 공연을 필사한 캐시 박 홍은 프라이어의 말을 글로 적으니 그다지 우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프라이어의 익살스러운 이야기 전달 방식이 빠지고 나니, 유머라는 용해제는 증발하고 분노의 소금기만 남은 것처럼 그의 말이 거칠고 둔탁하게 느껴졌다.’
40살에 갑자기 비트를 만나 랩을 하게 된 한물간 극작가의 이야기, 영화 <위 아 40>도 한 편의 스탠딩 코미디 같다. 한때는 30세 이하 30인의 극작가 상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지금 라다를 둘러싼 것은 이런 것들이다. 방음 안 되는 벽 너머 들리는 신음 소리, 창문 밖 노숙자의 볼일 보는 모습을 맞닥뜨리며 시작하는 아침, 체중 때문에 달고 사는 다이어트 음료, 그리고 10년 전 멈춘 라다의 경력을 무시하거나 추파를 던지는 학생들. 여기서 벗어나려면 극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명한 백인 제작자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흑인의 빈곤 포르노를 상업화하려는 백인 제작자를 들이받고 온 날, 라다는 엉엉 울다 갑자기 창밖에서 들리는 랩 비트에 맞춰 신들린 듯 랩을 내뱉기 시작한다.
나이 40이 되도록 여전히 집세 내기도 빠듯하고 겨우 닿은 기회마저 망쳐버렸는데 갑자기 랩까지 한다. 이쯤에서 나는 이런 결말을 쉽게 상상한다. 라다가 랩으로 인정받고 성공해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야기. 아니면 <백 엔의 사랑>의 이치코가 서른에 갑자기 프로 복싱 선수에 도전했듯 극작가는 때려치우고 적어도 랩으로 끝장을 보는 이야기. 그러나 영화가 감독이자 주연인 라다 블랭크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라다 블랭크는 마치 비트라는 용해제를 사용해 스스로에 대해 농담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생리는 왜 안 터져?’로 시작하는 라다의 랩은 웃기고도 슬프다. 늘 종아리는 쑤시고 오줌은 자꾸 마렵고 10시만 되면 피곤해 쓰러지는 데다가 젊은 애들이 노인 취급한다. 라다는 ‘이게 40살 인생’이라고 외친다. 흑인이 성공하려면 빈곤 포르노를 팔아야 한다며 인종주의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도, 나중에는 적당히 타협한 스스로를 셀프 디스 하는 것도 랩을 통해서다. 라다에게 랩은 제작자의 검열 없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극작가를 하며 맛보지 못한 쾌감이다. 라다를 둘러싼 찌질한 상황과 스스로에 대한 농담이 웃길지언정, 전혀 우습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라다를 지켜보고 있자면 다시 <마이너 필링스>의 캐시 박 홍이 떠오른다. 캐시 박 홍은 프라이어의 공연을 접한 후로 시 낭독회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항상 강연장에서 자신이 유일한 아시안이 아닌 척해왔는데, 사람들이 늘 자신을 아시아인 정체성과 연결 지어 생각한다면 이왕이면 내가 유일한 아시안이라는 사실을 큰 목소리로 말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사람들이 내 농담을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면, 기왕 망하는 거, 내 삶에 관해 농담하면서 장렬하게 망하고 싶었다. 실패하더라도 그렇게 하다가 실패하고 싶었다.’
라다 또한 자기 자신에 관해 농담하면서 망하길 택한다. 영화 내내 라다와 친구 아치는 40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40대에는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냐고, 비주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내게도 ‘40’이라는 숫자와 관련해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40살엔 꼭 자가용 몰아야지. 그때는 돈 좀 만지고 빠듯하게 살지 않겠다는 자기 암시이자 소망이다. 설마 40살의 내가 나를 가난하게 내버려 둘까 싶어 그때까지만 시간을 보류하기로 한다. 그때는 뭔가 달라야만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그러나 영화는 나를 보란 듯이 비웃고 40살의 라다에게 어떠한 매듭도 지어주지 않는다. 라다는 꿈에 그리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상황을 바로잡는다. 멈췄던 라다의 랩은 다시 시작된다. “네 목소리를 찾아.” 믹스 테이프도, 반짝이는 성공도 없다. 40살의 라다가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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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너머, 사실주의의 미학
<용서받지 못한 자>는 사실주의 영화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를 본다기보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점이 내가 이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영화는 군대 조직에 유연하게 적응해 가는 태정과, 태정의 중학교 동창이자 군대의 부조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승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연출 방식과 편집을 통해 사실주의 영화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군대 운동장 계단에 앉아 태정과 승영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중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 일반적인 대화 장면처럼 시점 편집을 사용해 표정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를 다소 먼 거리에서 고정해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 담는다. 이로 인해 대화 중 승영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독특한 감정을 유도한다.
또한 군대에서 나온 승영이 태정을 귀찮게 하다가 둘이 다툰 뒤,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에 서 있다. 그 뒤로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 차도를 오가는 차량과 불빛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긴다. 정돈되지 않은 밤거리의 분위기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 오는 날, 벤치에 앉은 승영이 “내가 고참이 되면 군대를 바꾸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두 번 반복된다. 중반부에는 배우들의 앞에서 촬영하고, 후반에는 같은 대사를 배우들의 뒤에서 촬영해 보여준다.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다. 두 장면은 같은 내용이지만 감정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이 같은 연출은, 끝내 군대를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변해버린 승영의 모습을 상징한다. 동시에, 그조차 용서받고 싶어 하는 승영의 여린 내면을 드러낸다.
이 외에도 여러 충격적인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흔하지 않은 카메라 시점과 연출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 사실적인 감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게 한다.
이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롱테이크와 와이드 샷은 상업 영화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장면의 생생함과 여운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연출과 편집, 기술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관객은 마치 카메라를 잊은 채 그 장면 자체를 바라보게 된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마지막에 비 내리는 벤치를 비추며 영화가 끝난다. 이 마무리 장면 또한 롱테이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객은 오랫동안 화면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처럼 강한 여운을 남기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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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액션은 줄고 좀비도 줄고 지루함은 늘어난 리부트!
콘솔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새로운 리부트 영화죠.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클레어 역할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연을 맡았어요.
아직까지는 레지던트 이블 하면,
과거 밀라 요보비치가 앨리스로 출연했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더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중심이되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리부트된 영화는 액션이 줄었는데요.
그럼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영화는 어떨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ug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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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쿵푸팬더 4> 1차 예고편
2024년 봄, 무려 10년 만에 코미디의 아이콘 '잭 블랙'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사랑받는 액션 코미디 프랜차이즈 [쿵푸팬더]의 유머와 재미가 가득한 신작 [쿵푸팬더 4]에서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쿵푸 마스터 포 역할로 돌아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맹함과 미친 무술 실력으로 죽음도 불사하며 세계적인 악당을 무찌른 세 번의 모험 끝에, 용의 전사(골든 글로브 후보, 잭 블랙)는 이제 평화로운 휴식을 만끽할 운명이었고, 이윽고 평화의 계곡의 영적 지도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포는 영적 리더십에 대해 전체식 다이어트 요법에 대해 아는 것 만큼.. 사실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며 둘째, 그는 지금의 새로운 위치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용의 전사를 찾아 훈련시켜야만 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강력한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 카멜레온이 목격되었는데, 이 도마뱀은 크든 작든 어떤 생물체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카멜레온은 탐욕스럽고, 반짝거리는 작은 눈으로, 포가 영혼의 영역까지 도달하면서 정복한 모든 마스터 악당들을 다시 소환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포의 지혜의 지팡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때 꾀가 많고 영리한 도둑 젠(골든 글로브 수상자, '아콰피나')이 포의 털 밑으로 들어가는 기술을 쓰다가 포의 눈에 띄게 됩니다. 이 기술은 이후에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됩니다. 카멜레온의 파충류 발톱으로부터 평화의 계곡을 보호하기 위해, 이 이상하고 코믹한 괴짜 2인조는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때 포는 영웅은 가장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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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앵커> 티저 예고편
- 생방송 5분 전, 죽음을 예고한 의문의 제보전화? 사건 현장을 목격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완벽했던 앵커를 뒤흔든 충격적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