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3-02-20 01:48:54
앤트맨이 새로운 페이즈의 시작을 여는 것은 좋았지만
<앤트맨과 와스프 : 퀀터매니아> 스포일러 없는 리뷰
이거 실화냐
이거 실화인가? 분명히 미래가 아득해 보였다. 번듯한 아르바이트도 못 구하던 스콧 랭. 전과자라는 이유로 배스킨라빈스에서도 짤린 그였다. 그런데 하늘이 무너지라는 법은 없다. 팔콘의 픽을 받아 어벤저스에 합류했던 스콧. 독일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팀을 먹고 블랙 위도우와 싸우던 기억부터, 최악의 빌런 타노스와의 대결까지 두 눈 뜨고 믿을 수 없을 기억들이 그에게 생생하다. 차가웠던 세상. 이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날 알아본다는 생각에 즐겁다. 습관처럼 갔던 커피숍은 아직도 음료 값을 받지 않는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바뀐 세상을 음미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운 스콧. 사람들의 대우도 행복했지만 사실 그가 내일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다. 어벤저스가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것 같은 사람들이 지금 그의 곁에 있다. 예쁘고 능력 있는 아내 호프. 하워드 스타크만큼 똑똑한 장인어른 행크 핌. 그리고 그의 아내 재닛은 혼자였던 스콧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딸 캐시와의 관계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예쁜 딸 캐시. 딸이랑 관계는 문제가 없다. 대신 딸에게 문제는 살짝 있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고 했던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슈퍼히어로 일을 하다가 감옥에 가는 것이 부지기수다. 그날도 감옥에 들어간 딸을 빼오던 길이었다. 집에 도착한 앤트맨 가족. 아빠에게 캐시가 발명한 것에 대해 말한다. 바로 양자영역에 신호를 주고받는 도구였다. 겉으로 들으면 기발한 것 같지만 왠지 장모 재닛의 얼굴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잠깐만. 양자영역에 신호를 보내는 일이라고? 당장 꺼! 이해 못 할 말을 하는 재닛. 분명히 신호를 껐다. 양자영역과 신호를 주고받는 이 기계에서 갑자기 반짝이며 빛이 났다. 이 기계는 모든 걸 집어삼켜 앤트맨 가족을 양자영역의 세계로 빨아들였다. 이 다른 세계에서 스콧 가족의 모험이 시작된다.
앤트맨이어야 하는 이유
많은 분들이 <어벤저스 : 엔드게임>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 전편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히어로 군단은 타노스에게 졌다. 빌런의 목적 따라 지구 인구가 반이 사라진다. 이 망가진 인피니티 사가를 다시 시작했던 건 앤트맨이었다. 앤트맨의 특성을 활용해서 인류를 다시 찾은 어벤저스. 인피니티 사가를 다시 시작했다는 막중한 임무를 안았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페이즈 5를 다시 연다는 과제를 안았다.
이 점에서 앤트맨이 이 페이즈 5의 시발점이 된다는 기획은 합리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로 마블은 몇 가지 새로운 시작을 보여줬다. 타노스의 뒤를 이을 전우주적 빌런 ‘캉’이 등장한 것이 가장 첫 번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복자 캉은 드라마 <로키>에서 선을 보인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선보인 정복자 캉이 훨씬 더 구체적이다. 캉은 멀티버스를 관리하며 여러 시간선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특징을 구현하기 위해 영화가 어떤 설정을 만들어서 관객에게 제시한다. 왜 양자역학으로 인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가? 에 대한 설명도 된다. 이 부분을 유심히 봐야 극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극에서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캉은 수많은 캉 ‘들’중 하나다.
또 영화에서 보여주는 개념은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이다. 물론 저번 페이즈 4에서 영화의 배경을 우주로 끌고 간 부분이 있긴 하다. 바로 <이터널스>와 <토르 : 러브 앤 썬더>다. 그러나 히어로들이 직면한 문제가 전적으로 ‘시간 선을 관리하고 있는 캉과의 대립’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는가? 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영화는 비교적 소소하게 물건을 컸다 줄였다 하는 특성으로 소소한 코미디를 보여줬던 시리즈의 주인공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앞으로 정복자 캉이 등장해 판을 흔들려고 할 계획인데 앤트맨이 아직까지도 소박하게 살고 있으면 괴리감이 들 것이다. 이렇게 큰 스케일을 구현하듯, 마치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구체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 대해서 글쓴이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양자역학이라는 디테일을 잘 구현했나는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세계로 넓혔고 이 영화 자체의 시각적인 비주얼은 낡았다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새롭게 리디자인한 감독과 시각팀의 창의성이 돋보였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리고 이제 차기 mcu에서 다른 주인공이 될 것 같은 ‘영 어벤저스’ 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 인물의 등장이 양날의 검처럼 작동하기는 하지만 극에서 생동감이 생기는 설정이 되기도 한다. 페이즈 4 ‘영 어벤저스’의 등장에 있어 가장 존재감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랬구나
영화에서 시각적인 비주얼 다음으로 꼽았던 것은 이야기의 큰 줄기다. 영화 전체적으로 ‘이래서 그랬구나’ 싶었던 부분이 몇 있었다. 우선 정복자 캉의 캐릭터성이다. MCU의 다른 작품 <로키>에서 나왔던 특성이 본작에서도 이어진다. 이는 글쓴이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떤 관객분들은 응?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이 특성을 이해할 수 있던 이유는 <로키>를 보고 캉의 원작 특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의 마블 영화들과 차별된다고 생각한다. 의문점이 되는 핵심인물의 퇴장(<토르 : 러브 앤 썬더>), 히어로의 존재감이 미미함(<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 등 기존 작품들과는 나름 잘 만든 구석이 돋보인다. 그에 대한 근거는 영화 내적으로 재닛의 행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 어떤 캉이 양자역학의 세계에 갇혔고 왜 거기에 있는가 / 앤트맨과의 대립 / 캐시의 활약 / 캉의 서사로 새롭게 시작되는 mcu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페이즈 4의 영화와 일부 드라마들이 떡밥을 펼치기 위해서만 기능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게 본인 혼자만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떤 관점에 따라서는 ‘왜 이렇게 결과가 나지’라고 이해하기 충분하다. 또 양자역학이라는 세상의 디테일은 살짝 부족하긴 하다.
또 영화의 다른 강점은 앤트맨과 와스프다. 사실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있기 전에는 인물 연출이 좀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있을 때 앤트맨과 개미를 오버랩시키는 연출이 있다. 이 연출이 나오기 이전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 장면이 나왔는지, 그리고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게 연출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장면은 멀티버스 사가의 시작처럼 들리는 부분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 장면이 들어가는 과정, 방식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늘 하던 패턴
그렇게 재미있게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단점은 있다. 그것은 페이즈 4에서 공통적으로 전개됐던 몇 가지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 영화가 시리즈의 전작들과는 다른 점을 품고 있기도 하다. 인피니티 사가의 ‘ㅇ’만 언급된다는 점은 시리즈가 고를 수 있는 좋은 선택지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이 공식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영화의 줄거리가 페이즈 4에서 갖고 온 것들이다. 예고편에서 나온 바와 같이 영화는 캐시가 만든 어떤 상황을 인물들이 겪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전개는 우리가 이전에 본 형태다. 바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나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 등에서 있던 이야기 전개이기 때문이다. <미즈 마블>도 그랬고 <호크아이>는 케이트가 벌인 일이 아예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큰 관련이 있다. <이터널스>도 주인공 사이에서 비교적 어려 보이은 어떤 인물이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이렇게 지난 2년 동안 전개됐던 계속 똑같은 공식이 페이즈 5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야기 전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이는 이 영화의 장르에도 이어지는 단점이다. 좀 이질감이 드는 장르 연출이다. ‘인커젼’ ‘멀티버스’ ‘핌 입자’ 같은 매니악한 소재들이 영화 전면에 등장하는데 영화가 가족영화인 것은 과연 mcu의 방향성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앤트맨이라는 시리즈의 특성이 이 작품에 얼마나 스며들었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시리즈를 운영하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이야기 전개지만 앤트맨 시리즈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크게 실망할 만한 요소가 많다.
이 가족영화로서의 강박은 영화의 형식과도 이어져 있다. 이 영화는 어떤 장면이 후반부에 반복된다. 이 반복이 굳이 필요했을까? 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다. 이는 마지막 시퀀스,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하는 장면에서도 느껴졌다. 가족영화로서의 강박이 뭔가 유치하게 들리는 것이다. 두 커플인 행크와 재닛, 스콧과 호프의 관계는 로맨틱해서 기억에 남는데 가족영화로서의 요소는 이야기의 억제가 되는 점은 안타까웠다.
이 단점은 재닛의 연출과도 이어진다. 가족 간의 유대감이 끈끈하게 묘사되는 이 영화. 특히 행크, 호프와의 관계는 어느 모녀와 부부보다 더 끈끈하다. 그러나 영화 간접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영화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인 재닛의 잃어버린 30년이다. 이 30년을 두고 인물들이 벌이는 대화는 좀 거리감이 있게 느껴진다. 이 영화가 성립되기 위해서 작위적으로 설정된 것이다. 어벤저스급 지능을 가진 두 사람이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것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또 글쓴이는 이해했지만 어떤 관점에서 정복자 캉이 품는 작중 행적이 이해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인물은 단점보다 강점이 더 많다. 담당 배우 조너던 메이저스의 명연기는 어마어마하다. 액션 신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나 소리 지를 때, 또 얼굴 표정 바뀌는 연기나 인물의 내면 묘사 등 감독이 신경 쓴 부분이 몇몇 보인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단점으로 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다. 누구는 이해되고 누구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확실히 아쉽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정복자 캉이 품는 첫 번째 이야기다. 앞으로의 mcu에서 풀 과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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