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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2023-10-10 09:51:55

[BIFF 데일리] 모든 교사가 피눈물을 흘릴 심리 스릴러

〈티처스 라운지〉


티처스 라운지/The Teacher's Lounge

Germany/2023/99min

일커 차탁 감독/'월드 시네마' 섹션


  〈티처스 라운지〉는 모든 교사가 피눈물을 흘릴 심리 스릴러다. 아니, 피눈물은 학교라는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시대인 모두의 것일지도 모른다. 73회 베를린영화제 2관왕, 2024 아카데미 국제장편상 독일 출품작, 여러 유수 영화제 초청…… 영광스러운 이름이지만, 이 영화의 작품성·사회성·시의성·긴장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도대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교사, 학부모, 학생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가. 이들의 관계성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왜 책임감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점차 고립되어 가는가.     


  젊은 교사 노박의 담당 학급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 반 대표를 불러 의심 가는 아이를 지목해달라고 한 후, 해당 아이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별 근거 없는 오해로 밝혀진다. 이에 범인으로 지목된 아랍계 아이의 부모가 항의한다. 하필 자기 아이가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 과연 우연이냐고. 이후에도 절도는 계속되고, 뜻밖에도 학교 직원이 범인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러나 그녀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무고죄로 학교를 고발하겠다고 화를 내고 노박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트북으로 영상을 녹화한 것이 사생활 침해라고 문제 삼는다. 파문은 점차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범인의 자녀는 노박 학급 소속 학생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학생들이 그 아이를 손가락질하고, 그 아이가 엄마는 무죄라며 항변하며 학급이 두 쪽 나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겠다며 엉뚱한 목소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교내 신문, 학급의 문제에 불안해하기 시작하는 학부모, 노박을 거부하는 아이들, 왜 이리 문제를 키우느냐는 동료 교사의 질책……. 영화는 이 과정을 긴박하게 좇으며 과연 노박에게 이 문제를 다르게 해결할 방법이 있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몰아치는 질문에 의심과 거리두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영화의 전개에는 빈틈이 없다. 어마어마하다. 노박과 마찬가지로 호흡이 가빠지고, 종종 그녀처럼 깊게 심호흡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이 쉬어질 것 같지가 않아서다.      


  노박은 매순간 어른과 선생이 가질 법한 최고의 판단력과 윤리 의식으로 문제에 대처해 나간다. 그런데 계속 무언가 어긋난다. 노박을 제외한 모두가 악인이어서는 아니다. 영화에서 악인은 분명 존재하지만 소수일 뿐이다. 노박을 몰아붙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두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요즘 우리가 자주 접하는 학교 뉴스에서 사건 개요와 사건 관계자 주장을 기술하는 건조한 문장들이 그러하듯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 장르의 힘을 빌려 그 건조한 문장 이면에 담겨 있을 복잡한 맥락을 훑는다. 무엇하나 개운하게 답변되지는 않는다. 다만 단순한 답은 없다는 것, ‘사적 제재’와 ‘교권 강화’는 일시적 쾌감을 제공할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학교의 문제는 단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사회의 문제라는 것은 분명히 드러난다. 비극은 우리가 이 문제를 천천히 들여다볼 마음과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모든 질문을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없는 사회에서, 결국 ‘죄인’은 성숙한 어른이자 책임감 있는 어른인 노박이다. 주변 사람들이 받을 상처를 세심히 배려하고, 학교와 교육자의 역할을 고민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노박은 점점 고립된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의 합리성에 기대 큰소리를 칠 때, 온갖 복잡한 윤리적 고민으로 인한 노박의 침묵은 ‘죄’의 근거가 된다. 상식과 윤리가 죄가 되는 사회. 심리 스릴러로서 〈티처스 라운지〉가 갖는 장르의 압도적 재미는 여기서 생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기괴한 비극의 일부다. 과연 노박의 성숙함은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큐브를 맞추는 알고리즘 같은 것은 과연 존재할까. 학교 문제에 말을 보태고자 하는 성급한 욕망을 조금만 참아보자. 그보다 먼저 노박의 성숙함을 죄로 만드는 그 모든 것을 응시해보자.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 . rewr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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