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1-03-19 00:00:00
감독 케네스 로너건과 배우 캐이시 애플렉의 완벽한 조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
해소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
행복했던 기억들은 어려운 현실을 힘들게 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상실로 인한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상실, 아픔을 회상과 연기력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제목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맨체스터와는 다른 지역으로 바다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바다가 주는 공간적 느낌은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고통을 겪은 리의 모습을 보고 나서는 모든 것을 삼켜버린 채 언제 그랬냐는 듯한 평온이 더욱 밉게 느껴진다. 단순히 형(가족)의 죽음을 감당하는 것도 어려운데, 주인공인 리에게는 형이 남긴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아픈 기억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패트릭을 통해 상실을 처음 겪는 모습과 깊은 비애에 빠져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무덤덤한 상태에서 현실을 받아드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은 리가 그 당시 사건을 받아들이기 얼마나 어려웠는지, 얼마나 슬펐을지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연출 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쓴 로너건 감독은 전작에서도 죽음, 상실, 트라우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특히나 부모의 사로고 인한 부재부터 영화의 막을 올리는 <유 캔 카운트 온 미>는 낚시 장면 등을 통하여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얼마나 감독과 닮아있는지를 아는 데에 도움을 준다.
Flash Back, 일반적인 영화 기법으로 과거를 회상하거나 관객에게 보여줘야 할 때 쓰는 쓰는 기법으로 많은 영화들이 회상 장면이나 과거를 보여줄 때 이용한다. 본 영화에서는 리의 과거를 플래시 백으로 보여주지만 지금까지의 여느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보여준다. 본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두드러진 형식이자, 리가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고통으로 보여주기에 너무나 적합하다.
보통의 플래시 백은 영화의 절정 부분, 영화의 중반부 이후 혹은 후반부에 위치하여 이야기를 극대화시킨 뒤 정점을 찍지만 본 영화는 초반부부터 보여 주며 관객이 리의 아픔을 함께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인 형식으로 보면 영화의 흐름의 키가 되는 플래시 백을 앞부분에 위치한다는 것은 단순히 분석하면 비효율적, 비경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초반에 보여줌으로써 관객도 리와 함께 고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감독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절정을 보여주는 것보다 인물 감정을 따라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플래시 백의 길이 또한 굉장히 중요하게 이용한다. 리에게 짧게 짧게 떠오르는 기억들도 있지만, 가장 긴 기억인 리의 집이 불에 타고 딸들을 잃는 장면은 한 덩어리마냥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단편적으로는 떠올릴 수 없는 고통인 것이다. 리의 회상은 주로 리가 부정적인 감정의 상태일 때 찾아온다. 리의 과거의 상실이 핵심내용인만큼 그 고통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인 것이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지만 플래시 백을 가장 있어야하는 순간에, 가장 적합하게 이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리의 고통을 체감하게 한다. 여름, 월척을 낚은 어린 패트릭과 장난을 치며 형과 셋이서 보트에 올랐던 영화의 첫 씬에서, 고통스러운 겨울을 지내고 형을 장례를 치룬 뒤, 성장한 패트릭과 보트에 앉아 낚시를 하는 장면의 대조를 통해 행복했던 과거를 재생할 수는 없지만 다시 살아내어 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아리지만, 지속되는 쏟아낼 수 없는 우울함이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런 영화이다. 인물의 감정을 고조시켜 절정을 이루지않고 그 아픔을 계속 끌고 가는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자 감독의 의도이다. 해소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격려가 아닌 공감으로 통하여 위로를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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