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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 K2023-05-25 03:14:31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의 여정은 매우 쉬울수도, 고난이 될 수도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리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같은 세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이며 미지에 가까울 수 있다.

이 영화는 난치병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은 한 남자를 통해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본 영화는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배우가 연기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정말 본인이 겪어온 경험들과 섞이는 듯 해서 정말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면은 계속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빼면 초점이 안 맞춰져 있다.

이것은 실제로 본 질병 중 거의 앞이 안 보이는 것을 관객도 직접 느낄 수 있게 의도한 연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히 작중 상황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러닝타임이 짧은 만큼 작중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장소도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작중에서 주인공 야코가 언급한거 처럼, 주인공의 여정은 생각보다 안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타인' 몇명을 만나 몇번의 도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탈 때나, 택시를 탈 때 정도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타인'을 잘못 만나서 고난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지갑을 뺏기고, 그 사람이 계속 쫓아와 공장으로 데리고 가는 등, 상황은 더 이상 관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처음에 그가 말한 좋은 타인을 만나, 시르파의 집 앞까지 도달한다.

 

어떻게보면 문제가 정말 쉽게 해결된건데, 단순히 내용을 편의적으로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까지 야코의 여정이 달라진다는 게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만약 처음에 좋은 타인을 만났다면 애초에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 드디어 시르파를 현실에서 만나고, 처음으로 주인공의 얼굴을 빼고 타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의 시르파를 빼면 단 한번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데, 마지막에야 드디어 다른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고, 그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전화만 했던 시르파라는 사실이, 그 장면의 힘이 정말 강력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을 이용해 가난 포르노 같은 걸 찍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이러이러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같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아주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응시한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 씨네필 K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inephile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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