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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3-03-01 21:15:50

구원이 대체 뭐길래

영화 '더 웨일' 리뷰

200kg의 거구를 이끌고 오늘도 살아가는 찰리,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 마음껏 일어나지도 못하고 물건이 떨어져도 그냥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담당 간호사인 리즈에게 이제 정말 더   있으면 큰일난다는 사실을 통보받아도 그는 자신의 식욕을 통제하지 않고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남짓, 그 일주일 동안 그의 삶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1. 구원이란 무엇인가

 


 

하느님이 계신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널 이해하고 맘대로 평가하지 않는 걸로 널 구원할게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종교인데,  토마스라는 열혈 선도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하느님을 믿으라고 하며 주님을 믿으면 구원은 따놓은 당상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종교 선도가 가진 위선을 꼬집는다. 하지만 구원은 있다고 말한다.

 

 종교는 구원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전도 대상에 대한 이해 없이 하느님만을 끼워넣어 인도하려는 것은 결국 전도 대상이 아닌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그를 이용하는 위선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토마스의 선도가 잘못된 것은 찰리의 게이 성향을 성경의 잣대로 평가하며 고쳐야할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고 찰리의 거구의 몸을 역겨워하고 있음을 숨겼기 때문이다. 솔직한 마음을 그에게 보이지 않고 찰리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크리스천의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찰리와 그의 연인 앨런의 자살을 해석한다. 그는 '나는 구원받을 종교인'이라는  잘난 척에 빠져 찰리의 상처를 쑤신 것이다.

 

 

그렇기에 찰리와 간호사 리즈의 관계가 소중하다. 찰리의 건강에 독이 될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피자를 시켜주는 리즈의 모습을 통해 찰리의 삶은 겉은 망가졌어도 이미 구원받은 삶임을 보여준다. 리즈는 그를 가슴 깊이 이해하고 그의 자기학대에 아무런 평가도 내리지 않고 그저 그와 함께할 뿐이다. 내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매순간 우린 구원받는 것이다. 구원은 종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사랑만 해도 가능하다. 거대한 종교 담론까지 끌고 올 필요가 없다.

 

2. 그의 인생의 구원자, 엘리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그는 이혼으로 8년 넘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엘리에게 별안간 연락한다. 반항이 가득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난 엘리는 부정적인 어투로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그에게 엘리의 말은 분명 상처가 될 텐데도 자신의 딸의 장점만을 바라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참 긍정적인 인물인데 왜 자신을 학대했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처가 그 아이는 손댈  수 없을 만큼 사악하다며 돈을 보태준 것만으로도 아빠 도리를 다했다고 위로해도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이 자신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통해 엘리를 자신의 성공적인 삶의 증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엘리가 더이상 엇나가지 않도록 엘리가 어렸을 적 써낸 에세이가 가장 잘 쓴 에세이라고 칭찬하며 자신의 장기인 '솔직함이 돋보이는 글쓰기'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엘리와의 관계 개선 노력은 어쩌면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다.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인생의 구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식은 그런 존재인가 보다. 꼭 엘리와 같은 엇나간 자식이 아니더라도 자식은 부모의 인생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와 같은 존재라서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대로만 가도록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빠가 게이여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의 마음까지 저버린 것은 아니기에 엘리에게 바른 길을 인도함으로써 망가진 자신과 자신의 삶에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새에게 애정을 쏟던 행위도 엘리의 옆에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보인 행동은 아니었을까, 엘리를 새에 동일시하면서 말이다.

 

3. 찰리의 자기학대

 

 

그는 게이고 자신의 연인 앨런과 함께 살기 위해 처자식을 버렸다. 그렇게 호기롭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앨런은 자살하고야 만다. 이 모든 시련들이 겹쳐 거구의 찰리를 만들어냈다.

 

세상 사람들은 비만을 굉장히 쉽게 말하기도 한다. 비만은 체질일 수도 있지만 자기학대일 수도 있다. 폭식이 원인인데, 세상을 살아내기에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별것도 아닌걸로 절망하지 말라고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절망은 당한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 때부터 시작이다. 찰리도 자신을 지탱하던 앨런이 사라지자,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에 몸부림친 것이다. 그것이 식욕으로 터진 것일 뿐이다. 마음이 아파 폭식하는 분들에게 그만 폭식하시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걸 조용히 가져다주는 리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4. 총평

 

 

나는 인간은 대체로 혼자 사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의존하고 사는 것은 민폐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내게서 나오는 행동들이 사람과 동떨어져서 사는 사람에게서 나오기 힘든 행동일 때가 있다. 아까처럼 리즈같은 되고 싶다는 말처럼 말이다. 배려와 오지랖, 의존과 도움의 그 언저리에서 해매는 듯하다. 그래서 찰리의 말에 공감이 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그 말이 결국 독립적이되 사람에 대한 애정은 잃지 말자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솔직한 표현을 하려고 했던 내게 조그마한 용기를 주기도 했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구나', 오히려 내가 막 밝진 않아도 우울에  빠지지 않았던 건 최소한 난 모든 상황에서 솔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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