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1-09-03 00:53:58
지구 최후의 밤 / 地球最後的夜晚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굉장히 혁신적인 영화
지구 최후의 밤 / 地球最後的夜晚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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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
(최대한 스포를 안하고 쓴..감상)
이 영화는 컨셉(?)이 되게 독특하다.
1막은 기본적인 2D 그리고 2막은 3D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 불편하게 처음부터 3D도 아니고 굳이 중간부터 저런 불편한 설정을 하였을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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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1막은 주인공의 기억더듬기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그렇기때문인지 시간이 순차적이지 않고, 과거였다가 현재였다가 한다.
그래서.. 이런 비순차적 플롯나열 덕분에 일단.. 빡집중안하면 중간중간 헷갈리고..
이게 '우리가 모르는' 주인공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보니.. 흘러가는 상황이 머릿속에 쏙쏙 박히지 않는다.. 어리둥절 투성이..
그리고 굉장히 지루하다.
어쨌든 이 기억더듬기파트가 한 1시간 10분정도 된다.
이 70분이 굉장한 난관이다.. 이것만 버티면.. 버티면.. 엄청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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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시간 12분쯤 되면 갑자기 뜬금없이 영화 타이틀이 뜬다.
빠밤!!
이때 진짜 소름돋음.
그러면서 카메라 기법(?)이 마치 스팀게임처럼 변하고..
영화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3D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변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근데 이게 새로운데.. 사실 새로운 사람이 아닌..
뭔가 기억을 곁들인..사람들이다..
아니 분명 아는 사람들인데 다들 몰라
이게 뭐야?
하던 도중 깨달은게.. '아, 이게 주인공의 꿈(상상)이구나..!'
그렇다.
2막은 주인공의 상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이 부분을 3D로 만든것이다!
(만약 내가 극장에서 봤다면 바로 알아챘겠지..난 이게 1,2막 구성인지 몰랐다)
이 꿈에서는 주인공이 1막에서 본인이 되짚어 본 기억들을 바탕으로 그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조합해 나간다.
그리고 이 꿈 자체가 주인공의 상상이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얘기해주기보다는 모두 상징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이게 정말 재미있는게, 1막에서 대사로 언급되었던 부분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면서 진짜 기억을 맞춰나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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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1막이든 2막이든 가장 중요한 심볼은 '시계'이다.
영화를 볼 때 시계를 중심적으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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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정확한 대사보다 '상징'으로 설명해주는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이기때문에.. 조금 어렵다..
솔직히.. 한번더 봐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진짜 영화관에서 3D로 보고싶다..!!
재개봉 해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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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이 연출한 팝스타 뮤직비디오
팝스타와 영화감독의 만남
한편의 예술작품같은 영화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들을 가져왔는데요
31억뷰를 달성한 아델의 <Hello>, 뮤직비디오의 패러다임을 바꾼 자미로콰이의 <Virtual Insanity> 뿐만 아니라 한국에는 다시 스토리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의 뮤비를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이,
방탄소년단 RM의 ‘’come back to me'의 뮤비를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이 연출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영화감독과 팝스타의 콜라보 리스트 같이 보실까요?
캐나다의 배우, 성우, 작가, 프로듀서이자 칸 영화제의 스타감독 자비에 돌란은
<탐엣더팜>을 베니스 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혐회상을 받은것 뿐만 아니라 칸영화제에서 <마미>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단지 세상의 끝>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제에서 총애를 받고 있는 감독입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2015년 아델의 Hello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는데요. 뮤직비디오는 아이맥스로 촬영된 첫 뮤직비디오이기도 합니다. 노래 히트는 물론 뮤비 조회수가 31억뷰를 달성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죠.
그래미 어워드 제너럴 필드를 모두 수상한 첫 여성 아티스트 아델의 음색과, 감각적인 젊은 감독의 영상이 어우러진 뮤비 <Hello>를 감상해 보세요.아프리카계 미국인 감독 스파이크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로 미국 내의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로 흥행은 물론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영화는 물론 리바이스, 컨버스, 재규어, 나이키 등의 광고를 제작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자신의 재능을 이용했습니다.
사회적 문제들을 조명한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They Don't Care About Us의 연출과 어머니 데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에미넴과의 화해를 그린 Headlight의 연출을 맡으며 뮤직비디오에도 스토리를 녹여내었습니다.<500일의 썸머>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감독 마크 웹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마크 웹 영화에는 곳곳에 다양한 음악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특히 <500일의 썸머>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음악적인 취향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스토리 속에 언급되었죠.
어쩌면 영화보다 뮤직비디오 전문이라 할 수 있는 마크웹 감독. 그린 데이, 마룬5, 마이 케미컬 로맨스 같은 유명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 ZAYN과 Sia의 <Dusk Till Down>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습니다.
특히 <Dusk Till Down>은 어떤 뮤비보다 더 영화적인데요. 독특한 영상미와 스토리가 녹아져 있어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넷플릭스 <성난 사람들>로 큰 화제를 불러모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은 물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을 달성한 이성진 감독
이성진 감독은 최근 방탄소년단의 RM 솔로 2집 선공개 곡 Come back to me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는데요. 감독은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러 갈 정도로 좋아했다고 밝혔으며 순전히 RM 때문에 Come back to me 작업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이 뮤비에는 한국 최고의 영화 스탭들이 모인것으로도 유명한데 <헤어질 결심>의 류성희 미술감독,
<만추> <1987>의 김우형 촬영 감독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웬즈데이> <유령 신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위손>을 연출한 기괴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팀 버튼 감독. 몽환적인 작품 세계는 물론 기존의 영화적 틀을 깨며 색다른 시도를 관객들에게
안겨다주었는데요.
학교에서 왕따는 물론, 홀로 공동묘지에 드나들며 피규어를 수집하고다닌 아웃사이더 팀 버튼 감독의 영화계 성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가 연출한 뮤비에서도 나오는 해골.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꺼꾸로보나 팀버튼 연출의 Bones 뮤비 감상해보시죠."<터미네이터 2> 따위의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싶으면 나가라"라는 뉴욕대학교 영화과의 교수 말에
이틀만에 자퇴를 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그는 29살의 나이로 <매그놀리아>를 연출하며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게 되는데요.
<펀치 드렁크 러브>로 칸 영화제 감독상, <데어 윌 비 블러드>로 베를린 은곰상, <마스터>로 베니스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3대 영화제 감독상 트로피를 갈아치웁니다.
심지어 그는 상당수의 예술 영화 감독들과 거장 감독들이 히어로 영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것과는 반대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뿐만아니라 자신의 영화를 OTT로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연출작 <리코리쉬 피자>에서 주연을 맡은 알라나 하임의 자매들의 뮤직비디오 대다수를 감독했을 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밴드 라디오 헤드의 <Day Dreaming>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습니다.플래시몹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에 플래시몹이라는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린 스파이크 존즈 감독
<존 말코비치 되기> <괴물들이 사는 나라> <그녀> 모두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뮤직비디오 경력에서부터 쌓아올린 연출감각은 감각적인 비주얼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스파이크 존즈가 뮤직비디오의 연출을 맡은 미국 최고의 래퍼 칸예웨스트의 <Only One>은 세상을 떠난 엄마 돈다 웨스트를 그리워하며 하늘에 계신 돈다 웨스트가 아들 칸예 웨스트의 딸인 노스 웨스트에 대한 조언을 하는 감동적인 노래입니다
1990년대 걸작 뮤직비디오로 꼽히는 자미로콰이의 Virtual Insanity를 감독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이외에도 라디오헤드, 매시브 어택의 뮤직비디오 감독이기도 했습니다.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였으며 영화와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애플, 기네스의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Virtual Insanity는 96년도에 나온 곡과 뮤직비디오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되었으며 MTV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의 영상 상, 최고의 특수 효과상, 최고의 촬영 상, 최고의 혁신 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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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한 기만작전으로 전쟁을 막아라
한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수많은 전쟁들을 보게 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월남전 등등.. 우리나라는 전쟁을 많이 겪었다. 어렸을 때는 이 전쟁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냥 우리나라가 예전에 어떤 나라와 싸웠구나. 그냥 이 정도였다. 사건이기 때문에 암기하고 외워왔다. 이 생각은 나이가 먹을수록 바뀌기 시작한다. 죽음, 이별 이런 것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무섭다.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가 갑자기 떠난다? 그것도 자기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라 윗동네 소수가 고른 멍청한 고른 것의 대가라면 참으로 갑갑하다. 나라를 위해 싸웠다. 말은 좋다. 근데 이 싸움을 일으키는 지도자들이 우리 모두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어쩌면 멍청한 폭군들이 벌였던 결과물 중 하나다.
이 비극이 그냥 잠깐 쨘 하고 끝나면 다행일 텐데, 2022년 5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 일어난 지 3개월. 분명 온 세계가 힘을 합쳐서 러시아에 보복을 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화가 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낼 위기에 쳐해 있다. 전쟁은 일어나선 안될 끔찍한 비극이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여러 번 증명했던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80년 전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던 전범국을 막기 위해 영국의 해군 정보장교가 묘안을 가지고 왔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 중이던 영국으로 가보자.
무의미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
한 남자의 집에 파티가 열린다. 영국의 한 군인 이웬 몬태규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였다. 파티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표된다. 몬태규의 아내와 아이들이 미국으로 간다는 뜻이다. 세계 2차 대전은, 히틀러의 나치가 유대인의 피를 가진 사람이라면 죄다 탄압했던 시기였다. 영국 역시 반제국주의 연합 사이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위험이 들어닥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이웬. 당연히 별로 기쁘지 않다.
이웬 몬태규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집중하기로 한다. 지금 영국은 전쟁 중이다. 히틀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왠지 절망스러운 현재. 전쟁의 끝을 내기 위해 신묘한 한 수가 필요하다. 시칠리아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이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시칠리아에 매복 중인 독일군 23만 명을 따돌려야 한다. 이웬 몬태규는 그럴듯한 작전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영국군과 20 위원회는 작전에 성공해 세계 2차 대전을 끝낼 수 있을까?
살짝 다른 전쟁영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정말 피곤해서 내가 억지로 살고 있다! 싶은 분들은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좋은 작품이라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런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하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한 3주 전쯤에 본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생각난다. 영화 자체가 몰입감은 있었다. 집중하고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돌이켜보면 볼수록 그 학교폭력 가해 장면 빼곤 생각나는 게 없었다. 이 영화는 그것과는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전쟁 신이 나오긴 하지만 극후 반부에만 잠깐 나온다. <1917>같이 멋있는 롱테이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열심히 토론과 토의, 대화와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앞에서도 썼듯 책략 설계다. 시칠리아에 있는 병력들을 그리스로 이전시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를 위해서 꼼꼼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신분을 만드는 게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엥? 그럼 그게 전쟁영화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긴장감이 있는 전쟁영화다. 일단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다 세계 2차 대전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났는지 알고 있다. 결론을 알고 시작하는 영화. 그럼에도 어떤 작전을 위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아예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이 작전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은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또 긴장감 아래에 주인공이 갖고 있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가족의 문제, 그리고 본인의 문제다. 대사가 많아 눈 딱 뜨고 보지 않으면 루즈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긴 하지만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마음의 방향키를 돌려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모티브는 인지다. 일단 첫 번째로, 제일 중요한 소재 ‘기만작전’은 상대방의 인지에 오류를 만들고 싶어서 설계하는 것이다. 나치와 히틀러가 영국군의 행보를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 초반부에 주인공의 아내가 주인공에게 서러움을 표현한다. 역시 이는 ‘인지’라는 오해에서 온다. 그리고 극에서 로맨스가 있는데, 이 역시 상대방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가’에서 온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이것에 대해 대사를 하기도 한다. 그다음 극의 중후반부를 넘어가서 제시되는 인물 간의 갈등이 있다. 이게 실제 인물들이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는 (찾아본 결과) 모르겠지만 감독이 실제로 넣었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모티브를 가지고 이야기를 철저하게 설계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난이도는 4.0
영화를 끝나고 이 작품의 번역을 누가 맡았을까? 찾아보고 싶었다. 크레디트를 쭉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번역 황석희’, 아는 이름이기도 했지만 일단 이걸 어떻게 번역하지? 싶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대사량은 어마 장장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이 안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계 2차 대전이 어떻게 결론이 났고, 응? 싶은 부분도 콜린 퍼스의 눈빛 연기로 설명이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만약 이 영화가 <1917>이나 <이미테이션 게임>같이 멋진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계셨다면 꾸벅꾸벅 졸 수도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드라마를 본다고 생각하고 극장에 가시는 걸 추천한다!
매너가 연기를 만든다
이 배우들 중에서 아는 이름은 콜린 퍼스뿐이다. 그리고 콜린 퍼스 작품도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다. 신기하게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 연기 못하는 사람은 없는 느낌이다. 콜린 퍼스는 이 중간에 있는 인물이 아닐까? 주인공 이웬 몬태규는 외로운 내면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초반부부터 나타난다. 아내와 소통이 그렇게까지 잘 되는 편은 아니었던 듯한 주인공. 이 외로운 내면은 극 끝까지 쭉 전개된다. 그 좀 생각 많아 보이고 무언가 결핍됐기 때문에 행동하는 인물의 성격 묘사를 콜린 퍼스의 덤덤함으로 잘 소화해 냈다. 절제해서 완성시킨 연기가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달려가서 예매하셔도 괜찮다!
떠나간 사람들을 추모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엔딩은 추모다. 이 사람이 전쟁 영웅으로서 얼마나 위대한지로 끝을 내지 않았다. 이는 영화가 갖고 있는 주요 소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 지도부가 나쁜 거지, 그냥 징용된 독일군이 나쁜 걸까? 아닐 것이다. 물론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군인들은 위대하다. 그런데 막상 이 사람들 난 너무 칭찬하면 어느 정도의 형평성이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사람의 마음’이라는 주요 소재를 반영하듯 개인의 희생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관객에게 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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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보다는 위험이 느껴지는 신파의 연속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딸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을 무릅쓰고 인천발 하와이행 KI501 항공편에 탑승한 '박재혁(이병헌)'. 그는 공항에서 딸에게 이상한 말을 하던 '류진석(임시완)'이 같은 비행기에 탄 것을 보고 불편함을 숨기지 못하며 비행기 사무장인 '김희진(김소진)'에게 진석의 수상한 점을 알린다. 한편, 형사 팀장인 '구인호(송강호)'는 류진석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살인 용의자이며 전날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을 올린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그 와중에 기내에서는 온몸에 수포와 각혈이 증상을 보이다 죽은 사망자가 나오고, 부기장 '최현수(김남길)'는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동요를 막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점점 기침과 가려움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비행기 안은 혼란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에 국토부 장관 '김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한국의 재난 영화와 세월호 사고
영화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 중에는 공동체의 집단적 경험을 비추는 창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재난 영화는 가상의 재난을 스크린에 투사함으로써 공동체가 겪은 실제 재난을 마주하는 거울과도 같다. 그래서 재난 영화는 재난을 스펙터클로 활용하다가도 그 스펙터클을 온전히 오락의 영역에 남겨두는 대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할 메신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가상의 재난에 맞서는 이들을 보며 현실의 재난을 이겨내지 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상처를 함께 보듬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다짐을 공유할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을 아름다운 혜성으로 모습을 바꾸어 반영시킨 <너의 이름은.>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4년 이후 한국의 재난 영화에서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세월호 사고의 흔적이다. 학원에 갇힌 고등학생들이 먼저 구조되도록 양보하는 <엑시트>의 두 주인공부터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사회적 압력에 괴로워하며 살아남은 것을 미안해하는 유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터널> 등이 대표적이다. <판도라>처럼 무능한 정부 부처의 대응을 묘사한 대목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정부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할리우드식 구원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 개개인에게 주어진 생명의 가치와 그들의 인간적 연대가 재난을 극복할 희망으로 대신 자리 잡은 셈이다.
예상을 벗어난 <비상선언>의 스릴 넘치는 전반부
<관상>과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굵직한 배우들이 힘을 합친 <비상선언>도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항공기 재난의 스펙터클을 활용한 블록버스터이자 한국 사회 속 세월호 사고의 트라우마를 비추는 거울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마주한 현실을 비판하려는 메시지로 무장한 사회 비판 드라마다. 그래서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극명히 나뉘어 있다. 전반부에는 재난영화에 기대하는 장르적 재미가 집중되어 있고, 후반부는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회 드라마로 가득하다. 이는 영화가 유머 한 조각이 들어가기도 벅찰 정도로 밀도 높은 인상을 주는 이유다. 문제는 후반부에서 반복되는 신파와 공감하기 어려운 사회적 메시지가 예상을 벗어난 전반부의 강렬한 임팩트를 모두 지워버린다는 점이다.
재난 영화를 담당하는 전반부는 후반부의 판을 까는 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해 낸다. 그 중심에는 장르 영화의 관성을 벗어난 화법과 생화학 테러범으로 변신한 임시완 '류진석'의 존재감이 있다. 이 인물의 가장 큰 특징은 숨기려는 생각이 없다는 데에 있다. 스릴러 영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두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비행키 티켓을 발권하는 첫 장면부터 영화는 류진석이 테러범임을 공개하며 미스터리를 포기한다. 흥미롭게도 그 덕분에 류진석은 최적의 불쏘시개가 된다. 작중 그의 테러 동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대신 그의 테러 행각은 재난 상황의 문을 열고, 지상에서의 추격전과 하늘에서의 맞대응도 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된다. 신속하고 깔끔한 퇴장은 그를 둘러싼 논쟁 대신 재난 자체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며 후반부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된다. 류진석의 미스터리를 제거한 결과 그의 존재감은 이륙 순간의 설렘과 기대감에 가려져 있던 긴장감과 위험을 극대화해 단숨에 스릴의 정점을 맛보게 한다.
<비상선언> 속 재난의 스펙터클도 류진석을 중심으로 높아지는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우선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물론 제약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터널>이나 <더 테러 라이브>를 비롯한 여러 재난 영화의 흔적이 얼핏 보이기도 한다. 특히 제약이 있는 공간 안에서 감염 의심자들을 격리시키는 선택은 <부산행> 속 KTX 승객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두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눈에 보이는 좀비들이 즉각적인 공포감을 심어주는 데 비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안개 마냥 서서히 확산되는 <비상선언>은 한층 더 스산하게 느껴진다. 이에 더해 비행기라는 공간만의 특징도 영리하게 활용한다. 360도로 회전하는 비행기 세트는 추락 시퀀스에서 핸드헬드 촬영과 함께 엄청난 역동성과 리얼리티를 살려낸다. 회항하는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이 노을을 마주할 때 조명을 활용한 연출 역시 놀랍다. 눈앞에서 희망이 꺼지고 좌절한 이들의 심경이 세련되게 스크린에 담기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를 투영한 항공재난영화 <비상선언>
이처럼 한바탕 블록버스터다운 볼거리를 몰아친 후에야, <비상선언>은 비로소 진짜 하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 이야기는 앞서 본 한국의 재난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세월호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정부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후반부 1시간 20여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그래서 영화는 인솔자도 없이 교복을 입은 채 하와이로 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처럼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장치를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작중 대통령의 부재다. 얼굴은커녕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대통령 때문에 KI501 편은 그저 하늘을 배회한다. 이는 2013년도 작품인 <감기>에서 대통령이 재난 상황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은 것과 대조를 이루며, 세월호 사건 당시의 충격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투사한다.
사실 기내 생화학 테러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와 시스템은 분명 굴러가고 있다. 경찰은 사소한 제보도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범행의 전모를 밝혀내며, 국토부 장관도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상황에 대응하고, 청와대도 빠르게 대처 센터를 수립한다. 이는 하나의 판타지와 같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 이 재난을 금방 해결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비협조적인 제약 회사를 직접 압박하는 장관은 코로나 초기 정치인들의 행보를 연상시키고, 세월호 사고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출연했던 전도연이 바로 그 장관을 연기한다는 점은 판타지의 정점과도 같다. 그러나 “비상선언”의 의미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 오프닝 크레디트와 달리 작중 비상선언이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에서 볼 수 있듯이, 시스템은 끝내 승객들을 재난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다. 이처럼 <비상선언>은 이미 존재하고 작동하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며, 이 또한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다.
<비상선언>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래서 <비상선언>은 시스템이 못하는 일을 개인들이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항공사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재혁이 관제탑 대신 자신의 직감과 판단을 믿듯이, 영화는 개인의 판단을 믿을 때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희생을 감수하는 개인의 선택이 해결하지 못하는 시스템과 리더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팬데믹 시국에서 경험한,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험이 반영된 듯 보인다. 그래서 영화 곳곳에서는 희생의 가치가 두드러지는 장면들이 보인다. 희진은 감염된 와중에도 해열제를 승객들에게 양보한다. 감염된 현수를 대신해 조종간을 잡은 재혁도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딸의 말을 듣고 착륙하지 않겠다고 지상과 교신한다. 그리고 이들의 희생은 지상에서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 치료제의 효력을 증명한 인호의 희생을 통해 보답받는다. 이처럼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덕분에 KI501편은 무사히 한국에 착륙한다.
결국 <비상선언>은 시스템의 존재가 무의미해 보이는 세상에서 개개인의 판단과 협력, 연대와 희생의 가치에 주목하는 영화다. 그래서 영화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열망의 분출이 초래할 비극과 위험을 경계한다.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모바일 공간에서 이루어진 승객과 가족들을 향한 악플은 코로나 초기에 자행되었던 확진자 신상 털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양극단으로 갈리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나 탑승자들의 착륙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것으로 확장되며, 그렇기에 핸드폰은 코로나 시국에서 가속화된 개인주의적 열망을 비판하는 중심 소재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암흑 속의 비행기에서 핸드폰 화면이 켜지며 착륙할 수 있다는 소식을 승객들이 접하는 모습은 그 반대로도 보인다. 즉, 핸드폰이라는 소재의 의미 전환은 재난 상황에서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거부하는 개인주의적 욕망의 발산을 개인의 희생과 연대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는 장치인 것이다.
<비상선언>의 신파가 위험한 이유
바로 이 지점에서 <비상선언>은 전반부에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을 무너뜨리고 만다. 후반부의 서사와 메시지에서 두 가지 문제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는 개인들의 판단을 믿는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에게 각각의 서사를 불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지상과 상공에 흩어져 있다 보니 주연급 배우들의 존재감으로도 그들 모두에게 설득력 있는 감정선을 부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이다. 이에 <비상선언>은 그 감정선을 신파적 연출로 대체한다. 인호의 아내가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예상 가능한 과잉된 감정선은 재혁과 현수의 악연을 거쳐 승객들 간의 연대, 그리고 승객들과 가족들 간의 화상통화를 거치며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흩어지는 개연성과 설득력을 한 데 모으려는 신파의 연속은 영화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극단적으로 느껴진다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사실 <비상선언>의 주제 의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시국의 현실을 반영한 메시지는 세월호 사고가 투영된 이야기와 충돌하는 듯 보인다. 영화는 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적 방역의 성공 서사가 시스템이 구원자가 되지 못했던 사고의 트라우마를 이겨낼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K를 생각한다>의 작가 임명묵이 지적한 것처럼, 이른바 K-방역은 부분적으로 한국 사회의 반자유주의적, 비민주주의적 시스템이 만든 결과일 수도 있다. 서구 국가들과 달리 마스크를 무기처럼 대량 생산하고, 의료 영역을 국가가 징발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는 군사주의, 전체주의적 국가인 한국이라서 K-방역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비상선언>의 메시지는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사회 드라마인 <비상선언>은 이에 대해 충분한 답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범람하는 신파 때문에 영화는 여러 의문에 대해 답할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 결과 개인의 판단에 대한 믿음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한 집단주의,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듯 느껴진다. 비행기 승객들은 세월호 탑승자를 연상케 하는 고등학생부터 평범한 민간인들에 이르기까지 그저 재난에 휩쓸린 이들이다. 그런 개인들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착륙하지 않는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은 개인들의 판단을 믿는다는 메시지와는 모순된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개인의 생명과 존엄,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체념 혹은 포기에 가까운,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선택을 신파로 감싸며 대를 위한 소의 고귀한 희생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기에 <비상선언>의 신파는 더욱 위험해 보인다. 이는 신파의 반복보다는 자가당착을 피할 수 있는 세심한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심지어 관습적이라 할 수 있는 가벼운 사회비판적 연출로 인해 <비상선언>의 신파는 더욱 피로하고,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부자와 빈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석에 탔던 한 승객은 이코노미석 화장실을 사용한 후 승무원에게 시설이 불편하다고 항의하면서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를 구분한다. 그런데 이 대목을 제외하면 작중 빈부격차가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면은 없다시피 하다. 다국적 제약 기업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것, 일본 자위대가 민항기를 공격하는 비상식적인 묘사에 담긴 민족주의적 접근법 역시 그 순간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처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보이는 장면들로 인해 영화의 메시지는 더욱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이에 더해 초반부 기내 테러 상황을 긴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바이러스에 대한 묘사가 일관되지 않은 것도 몰입도를 헤친다. 물론 작중 바이러스를 접촉하는 방식이나 개인의 차이에 따라 감염 증상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 가능하다. 또 좀비 영화와 같은 재난 영화에서 주인공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익숙한 장르적 허용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라 해도 이처럼 영화의 내용을 하나씩 타협하는 순간 언제 누가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스산함과 긴장감은 이내 풀려버릴 수밖에 없다. 좀비에 물리면 정확히 11초 만에 감염되는 설정을 뚝심 있게 유지해 일관된 서스펜스를 유지했던 <월드 워 Z>와 같은 작품과 비교해 보면 <비상선언>의 후반부가 갈수록 쳐지는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결국 <비상선언>은 보기 드문 완성도를 보여주는 재난 영화로 이륙해 수많은 물음표를 남기는 사회 비판 드라마로 착륙하는 용두사미로 귀결되고 만다.
D(Dreadful, 형편없음)
기시감과 불쾌함을 넘어서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신파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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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 서핑, 조개껍질, 윤설 이름의 의미
- 어린 수안을 닮아가는 설이와 어린 설이를 닮아가는 수안
- 수안이 그리워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
- 엔딩 결말 해석
폭설 (Heavy Snow, 202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윤수익
출연 : 한해인, 한소희, 김그림, 황용욱, 노양호, 이광연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열아홉의 배우 지망생 수안과 아역배우 출신 스타 이윤설. 뿌옇고 차가운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파도를 타고 고민을 나누며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수안과 설은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되고 함께했던 추억은 자연히 저 먼 곳으로 밀려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수안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이제 학교 작품도 하나 못 찍어본 배우 지망생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인기 배우다. 그런데 수안의 마음은 배우를 꿈꾸던 그때보다 더 공허하고 외롭다.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결국 마음 저 끝에 미뤄둔 그리움을 펼쳐낸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눈. 윤설(贇雪). 수안은 설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폭설>은 어느 날 폭설처럼 다가온 소녀에게 느끼게 된 사랑과 그를 놓친 순간부터 쌓여온 깊이를 잴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녀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퀴어 코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동성애보단 그 너머에 있는 ‘너와 나. 그리고 나’라는 시선 그 자체다.
수안과 설이는 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유리창에 비친 나를, 그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너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너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어쩌면 우리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리창을 뒤덮고 있던 파도가 남긴 습기와 얼어붙은 눈을 긁어낸 수안은 마침내 숨겨져있던 슬픔을 마주한다.
우정 드라마와 멜로의 사이
처음 수안과 설이 만났을 때, 수안은 총을 든 채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아무도 나에게 연기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할 거라는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설이는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그 부담감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수안은 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는 함께 차를 타기 전 “난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는데, 넌 연예인이잖아.”라고 말하며 설이와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설은 “나 그런 거 상관 안해.”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수안의 차를 탄다. 차를 탄 수안은 꽁꽁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설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를 벗는다. ‘상관 없다’는 설이의 한 마디와 동시에 작은 벽이 허물어지고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솔직함, 우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안은 함께하는 순간들을 우정 드라마로 생각하고 설이는 멜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키스를 기점으로 오해를 쌓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 겨울의 추억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수안은 그 그리움을 다시 펼치며 설이를 찾아가고 자신 또한 어린 설이와 같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수안이 자유롭게 파도를 타는 서퍼라면 설은 파도에 밀리다 결국 해변에 박혀버린 조개껍질이다.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수안은 설에게 조개껍질을 주며 연기를 해보라고 한다. 설은 조개껍질에게 말을 건다.
“안녕.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냐? 춥겠다. 괜찮아?” 그리고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 무언가가 들린다며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터트린다. 설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하고 있지만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설은 자신을 닮은 모래 속에 박힌 예쁜 조개껍질을 보며 슬퍼한다.
(‘윤설’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조개 패(貝) 빛날 빈(斌)으로 이루어진 한자 예쁠 윤(贇)이 윤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가 아닐까 싶다.)
어린 설은 어딘가에 묻혀있고 갇혀있는 조개껍질 같은 사람이다. 수안과 설이 명동에 갔을 때, 설은 유리 너머 화장품 가게 안에 걸려있는 꾸며진 광고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처음엔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그는 조심히 광고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거둬버린다. 유리 너머에 있는 배우 윤설. 사람들이 만든 유리에 갇혀버린 인간 윤설. 설은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안에서 자유를 찾고 있었다.
수안은 이런 설에게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설은 수안과 함께 파도를 타며 조금씩 편안함과 자유를 찾는다. 어린 설은 항상 화장한 얼굴과 코트, 구두 차림을 유지했지만 어른이 된 설은 편안한 점퍼와 신발, 서핑 슈트를 입고 바닷가를 거닌다.
너를 사랑하다 너를 닮아버린 나
변화한 수안과 설의 모습
수안은 유명한 설이가 부럽고 설이는 자유로운 수안이 부럽다. 수안은 예쁜 설이가 좋고 설이는 수안이 예뻐 보인다. 두 사람은 나와 다른 너를, 나와 다른 배우인 너를 사랑하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를 잊고 상대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에 이른다. 수안은 어린 설이를 닮아가고 설이는 어린 수안을 닮아간다.
어린 설이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된 수안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하고 싶은 연기보다 그저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설이처럼 긴머리, 코트, 구두, 화장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감을 맛본 수안은 약에 취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나는 되는대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바다에 정착한 설이는 어린 수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설이의 옷차림은 어린 수안처럼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제 그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수안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조개껍질, 설이는 서퍼가 됐다. 서로가 되어본 두 사람은 이제 왜 수안이 멜로를 부정했는지, 설이 멜로를 말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다.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멜로 영화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설은 수안의 캠코더를 통해 수안이 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그가 스스로 세상(영화)을 만들어갈 거라는 말에 감탄하며 자신도 그 세상에 끼워달라고 부탁한다. 수안은 설이를 반겼지만 그 영화는, 우리의 세상은 멜로가 될 수 없다고 부정한다. 설은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수안의 곁을 떠나고 수안은 멜로 영화의 첫 신을 쓰다 포기해버린다.
오래 정체되어 있었던 수안과 설의 멜로 영화는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상에서 새롭게 쓰인다. 흉포하게 변한 파도에 치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무사히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밭에서 몸을 포개고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눈다.
수안은 아픈 설이를 위해 눈밭을 헤매다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설이는 수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 찾아다녔는데 멀리도 갔다 왔나 보네.” 그날 저녁 설이의 품에 안긴 수안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지 알겠다.”라고.
수안과 설이는 나를 향해 몰아치는 폭설 같은 시선을, 타인이 만들어둔 유리 상자 속을 참 오래 헤맸다. 자유를 포기하고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하고 대중이 원하는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감정을 애써 밀어내면서.
하지만 설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수안을 만남으로서 유리를 깨고 폭설을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웠고, 어른이 되며 폭설 속에 갇혀버린 수안은 설이와 재회하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자신이 밀어냈던 감정을 다시 포용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린 것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서핑보드 타는 법과 파도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 사랑이란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어린 수안이 어린 설이에게 서핑보드와 사랑을 알려줬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설이는 지친 수안을 끌어안으며 그를 위로한다.
날이 개고 파도가 잦아들자 수안과 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온다. 수안은 설이에게 “설아 나 타볼게. 잘 봐.”라고 말하고 앞장서서 보드에 오른다. 마치 다시 잘 살아볼 테니 나를 지켜봐 달라는 듯이. 하지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수안은 홀로 뭍으로 나온다. 수안은 사랑하는 설이와 설이 안에 남아있던 어린 수안을. 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는 눈 내리는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설이와의 재회.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결말 엔딩 해석. 파도 서핑 설이의 의미
수안과 설이 재회하고 함께하는 모든 장면들은 왠지 현실이라기보단 몽롱한 꿈같은 느낌이 있다. 설이는 정말 그 해변에 머물고 있었을까? 수안은 정말 설이를 만나고 함께 그 섬에 갔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100%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확실해 보이는 건 수안이 설이를, 그때의 수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예쁘지 않은 배우 지망생’이라는 폭설처럼 무거운 시선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울렁이는 감정에 용감히 올라탔던 자유로운 어린 수안과 그 시기를 함께한 예쁜 설이. 그때의 네가 된 나의 눈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때의 나를 닮은 너.
수안은 열심히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되돌아갔지만 그 끝엔 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파도와 깊은 상실만이 남는다. 이제 수안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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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신념이 만들어낸 다소 싱거운 지옥도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 누군가에는 기쁜 일이, 누군가에는 슬픈 일, 누군가에게는 분노가 치미는 일이 되는 것처럼. 인풋은 같은 데 아웃풋이 다른 건 사람마다 상이한 믿음 때문이다. 도대체 믿음이 뭐길래. 만약 그 믿음이 그릇된 것으로부터 잉태되었고, 신념으로 뒤바뀐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계시록>은 뒤틀린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물음의 답을 내놓는 영화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오늘도 열심히 신도들과 예배를 진행한 개척 교회 목사 민찬(류준열)은 여학생을 쫓아 교회로 들어온 의문의 사내 양래(신민재)를 발견한다. 예배가 끝난 후 민찬은 신도를 늘릴 생각으로 양래와 이야기하던 중 그의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를 확인한다. 맞다. 양래는 성범죄자다. 민찬은 그 사실을 알고도 양래에게 자주 오라고 권한다. 죄를 회개하라는 의미의 말을 전하며. 이후 민찬에게 큰 사건이 벌어진다. 갑자기 자녀가 사라진 것. 민찬은 양래를 의심하고, 그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외진 고갯길에서 양래와 몸싸움을 벌이다 살인을 저지른다. 자책도 잠시, 이 모든 게 죄인을 단죄하라는 신의 뜻으로 여긴 그는 이 사실을 은폐한다. 정말 신의 뜻일까? 우연은 톱니바퀴처럼 물리고 민찬은 의심조차 받지 않는다. 단, 양래로 인해 친동생이 목숨을 끊은 후 악몽에 시달리는 형사 연희(신연희)만 빼고.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세상은 그 믿음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상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계시록>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누구인가? <사이비>부터<지옥>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릇된 믿음으로 잉태된 다양한 군상들을 그린 감독 아닌가. 이번에도 그는 목사 민찬, 형사 연희, 성범죄자 양래를 주축으로 이 주제를 스크린에 옮긴다.
세 사람 중 가장 중심에 있는 건 민찬이다. 개척 교회 목사로서 하느님을 모시는 일에 유념 없는 그의 마음은 한순간 혼탁해진다. 발단은 양래와의 만남 때문이지만, 이미 그의 마음엔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배신감, 더 큰 교회의 담임 목사를 내심 바라는 욕망이 그득하다. 실수로 양래를 살해한 후, 그토록 바랐던 큰 교회 담임 목사 기회를 부여받자 그의 마음은 이내 이기심으로 뒤덮인다. 그리고 자신이 욕망하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를 잘 보여주는 건 매 순간 우연한 사건과 눈에 보이는 신의 계시다. 이를 오롯이 믿는 그는 ‘신의 계시’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에 이른다. 이후 그에겐 실제 진실은 중요치 않게 된다. 그가 믿는 게 곧 진실이기 때문이다.연희 또한 양래의 범죄에 의해 스스로 세상을 떠난 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 무거운 마음은 환각을 낳으며 자신을 갉아먹는다. 어쩌면 그가 권양래를 쫓는 이유는 마음의 짐을 덜고, 편안히 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권양래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아비의 폭력과 학대로 인해 깊은 상처가 생겼고, 그로 인해 잉태된 외눈박이의 공포로 인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한 자신이 행동을 타당화한다.
이처럼 세 사람은 시작은 다르지만, 결국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진실을 외면하고, 편의상 자신이 만든 허상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살아간다. 결국 자기 합리화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사는지도 모른 채 이들은 바보같이 상대방을 탓하며 스스로 더 깊숙한 늪에 잠긴다. 후반부 세 사람이 만나 육탄전을 벌이는 롱테이크 장면은 이를 잘 보여주는 지옥도이자 우리의 현실이다.
극 중 민찬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계시’의 주체는 신이 아닌 본인 자신이다. 감독은 이들을 통해 점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는 게 진실인 것처럼 여기는 현실 속 사람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이전 작품과 달리 최대한 CG 사용을 자제한 것만 봐도 감독이 이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알 수 있다. 마치 영화는 거울 효과 치료 영상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힘의 근원은 류준열이다. 그는 목사임에도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왜곡된 세상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인물을 연기한다. 불안한 영혼이 소유자였다가 계시라는 명목하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행해야 한다는 신념이 잡힌 후 변화하는 표정은 소름~~! 차 안에서 아내의 간음을 실토하게 하는 장면이나 신도들 앞에서 벌이는 광거이러니 퍼포먼스는 강렬한 임팩트를 전한다.
그럼에도 <계시록>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달린다. 세 인물로 점철된 잘못된 신념의 말로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컸던 나머지 개연성과 짜임새 부분이 덜컹거린다. 더 중요한 주제를 위함이라고 믿고 또 믿으며 지켜보지만, 초반보다 축 늘어지는 스토리의 긴장감은 단점이 된다. 여기에 연기나 장면이 아닌 대사를 통해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지옥도의 비극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대신 연희를 통해 자신이 만든 허상을 깨뜨리고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장면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점차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자체로 의미는 있다. 극 중 등장하는 범죄 심리학자인 교수는 연희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만든 허상 말고, 진실을 보자고. 어쩌면 이 교과서적인 대사는 연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하는 말일 수 있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 5.0
관람평: 잘못된 신념이 만들어낸 다소 싱거운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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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처럼 천천히 잠식당하는 영화
**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한 시사회입니다.
더 웨일
개봉 : 2023.03.01
감독 : 대런 아르노프스키
등장인물 : 브랜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외
평점 : ⭐️⭐️⭐️⭐️
너무 많은 생각들과 느낌들이 스쳐지나간다.
상처를 낸 건 되돌릴 수 없다.
에세이처럼 고치고 고쳐서 완벽하게, 실수가 없게 만들수가 없는 것이다.
딸인 엘리는 아빠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빠를 떠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이기에. 사악하다는 말까지 듣는 엘리이지만 그 안에 채워진 것은 분명히 결핍된 사랑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이는 엘리는 많은 문제가 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보이지만 나는 영화 안에서 엘리가 매우 안쓰럽기도 했다. 8살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큰 상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사랑하는 것은 변함없다. 사람은 참 신기하다. 관심 없고 아무도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라는걸 사람들은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 가족간의 감정이 골이 깊고, 아직까지 셋의 마음 속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미 상처받은 마음을 풀 실마리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서로는 흘러간다.
더 웨일은 연극이 원작인 영화이다. 그런만큼 영화의 연출도 어딘가 연극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치 세트장처럼 집 안에서만 진행되는 영화와 카메라 움직임이 원래라면 두 쇼트로 나눌 것 같은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이어서 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물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리액션 쇼트가 되거나 하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었다.
더 웨일은 기대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좋은 영화였다. 나도 많이 울었기도 하다. 왜 인생연기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다처럼 천천히 잠식당하는 영화였다. 나라면 혼자 볼 것 같다. 혹은 친구들과 이 영화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 하다. 왜 혼자 볼 것 같다고 생각했냐면 영화는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을 신경쓰며 보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혼자 우직히 앉아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눈물흘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웨일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인물의 평가가 천차만별일 것 같다. 딸인 엘리부터, 엘리의 엄마, 전도사(인줄 알았던 남자), 피자 배달부, 심지어 온라인 강의를 듣는 친구들까지 모습이 다양하다. 인물을 잘 만든 영화는 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더라도 나중에 돌아봤을때 나도 이 인물이었다면 나라도 그랬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나라도 그랬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위 말은 영화가 충분히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해두자.) 아무튼 그런 면에서는 캐릭터를 외적이든, 내적이든 잘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해 주인공이 후회하고,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하게되는 행동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한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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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레그스] 끝장리뷰 | 답은 이미지와 사운드에 있다 | 클린턴과 백악관 상징 | 제목 분석 | TV, 뱀 해석 | 가족 파괴
(영화 [롱레그스](2024)는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롱레그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이미지와 사운드
Chapter 2 클린턴과 백악관, 제목 분석, 가족 파괴
00:00 롱레그스
01:43 이미지와 사운드
03:11 TV 상징
05:01 이미지 뱀
06:13 클린턴과 백악관
07:35 제목 분석
09:58 별점 및 한 줄 평
10: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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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극장 이용수칙>
체온 체크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필수…
“그런데 에어컨은 왜 안 틀죠?”
이것이 진짜 재난이다!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이희준 감독의 신작 <젊은 그대> 시사회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든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긴축경영으로 에어컨 가동을 거부한 극장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고온의 짜증으로 더욱더 다습해져 가고,
그저 쾌적하고 싶을 뿐인 관객들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습도의 폭격에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일생일대의 위기가 이렇게 온다고?!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습도 대폭발, 웃음 대폭발의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