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26 15:44:46
낭만의 무도회 왈츠가 흐르는 영화 -7-
왈츠
❣️[Cinelab Curation]❣️
이유 없이 설레는 봄에는 왠지 왈츠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왈츠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럼 씨네랩 큐레이션으로 설렘 가득한 무도 회장으로 떠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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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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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콜텍 노동자, ‘해결’된 줄 알았어요
4464일. 콜텍 해고 노동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이다. 투쟁하며 길가에서 보내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이 길고도 긴 시간이 지나서야 회사는 ‘유감’을 표했고, 3명의 조합원에 대한 명예 복직, 25명의 조합원에 대한 보상금을 약속했다. 2019년 4월의 일이다. 2007년 부당해고 후 13년이 지난 때였다.
2010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을 보면, 콜텍 박영호 사장이 기존의 인천 공장을 ‘노조가 점령한 공장’이라 비난하며 새로 지은 대전 공장을 ‘꿈의 공장’이라 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재춘언니〉의 주인공 임재춘 씨가 일했던 곳은 ‘꿈의 공장’이었다. 임재춘 씨에게 공장은 그 '이름값'을 했다. 그는 그곳에서 무려 30년 동안 기타를 만들었다. 작업 환경은 열악했다. 임재춘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하루에 200~300개의 기타를 만들었다고 한다. 회사가 기타를 배우지 못하게 해 연주할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한때 세계 기타 생산량의 30%를 점유했던 콜텍은 자부심 그 자체였다. ‘꿈의 공장’에서 노동하며 두 딸의 아버지이자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동안 쌓은 자부심이 허탈함, 분노, 좌절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장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는 통지문 한 장에 30년 세월이 부정당했다. 자그마치 30년이다. 부당해고를 당한 임재춘 씨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빼앗긴 일상과 꿈을 되찾기 위해 투쟁에 나선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투쟁 3년 차에 제작된 〈꿈의 공장〉과 13년 투쟁 기록을 담은 〈재춘언니〉를 비슷한 시기에 함께 본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임재춘 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은 그들의 투쟁이 13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 투쟁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임재춘 씨는 투쟁이 1년 안에 끝날 거라 예상했다 한다. 허망할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꿈의 공장〉에는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 십수 명 나오는 데 반해, 〈재춘언니〉에는 임재춘 씨를 포함해 세 명의 해고 노동자만 남았다는 데서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어떤 시간을 견뎌왔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재춘언니〉가 천착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는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해고 노동자들이 그 긴 시간을 무엇으로 버텨왔는지를 조명한다.
강한 투쟁력만큼이나 감성적인 요소도 중요하다는 게 〈재춘언니〉의 대답이다. 여장을 하고 〈햄릿〉의 오필리아를 연기하기, 천막 농성장 근처에 텃밭 가꾸기, 투쟁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시든 방울토마토를 보며 서운해하기, 성별‧나이를 불문하고 연대 방문자와 수다 떨기, 표정만 보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 알아채기. 모두 중년을 훌쩍 지난 남성 임재춘 씨가 한 일이다. 그는 이렇게 13년을 버텼다. 농성장을 떠난 동료 노동자들을 이해한다는, 자신도 이제 투쟁은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던 임재춘 씨. 그는 나이와 성별에 어울리지 않는 관계 맺기 방식으로 ‘언니’라 불리며 자기 자신과 동료를 챙겼다. 나는 임재춘 씨가 있었기에 그토록 길고도 가혹했던 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내며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사고, 장기적 전망, 완고한 의지, 투철한 정의감에 다정한 관계 맺기가 더해질 때야 투쟁 현장에 생기가 돌고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을 수 있음을, 〈재춘언니〉는 지난 13년의 세월을 통해 증명한다.
〈꿈의 공장〉을 보면, 콜텍의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투쟁이 국제적 투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여러 뮤지션뿐 아니라 기타를 사랑하는 수많은 해외 뮤지션, 일반인 애호가 등이 콜텍 해고 노동자에게 깊은 연대를 표했다. 국내에서도 콜텍의 투쟁은 꽤 많은 사람에게 여러 곳에서 회자되었다. 그런데도 13년이 걸렸다. 부끄러움이 솟구쳤다. 2010년대 초중반, 콜텍을 규탄하는 집회에 두어 번 참석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종종 뉴스로 콜텍 노동자들의 소식을 접했다. 긴 투쟁 끝에 콜텍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관심을 껐다. 콜텍의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 임재춘 씨는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영화 시사회 인터뷰에서는 경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재춘언니〉를 처음 본 임재춘 씨는 울컥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에 콜텍 투쟁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콜텍 투쟁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투쟁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TV에 나오고 해도 사회 현실이 변화되는 것은 없더라”는 그의 말에 울적해진 것은.
누군가가 13년의 긴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동안,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나? 지금껏 우리는 얼마나 많은 투쟁 현장에서 약간의 연대와 죄책감만을 느끼다가 잊어버린 후, 모든 게 ‘해결’되었다고 자위하고는 돌아서버렸는가? 그래서 나는 〈재춘언니〉를 본 후, 콜텍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여긴 것을 반성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동 투쟁 현장이 어떤지 함께 느끼”는 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재춘언니와 관계를 맺자. 그리고 그 관계를 키워나가자. ‘해결’이란 말이 부끄러움을 동반하지 않을 때까지. 이것이야말로 누군가의 간절하고 절박한 투쟁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공당의 대표에게 조롱당하는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분노만큼이나 서로를 북돋는 다정한 관계 역시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준 재춘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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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의 마음을 관통할 명대사, GOAT
어제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보셨나요?
3시간에 달하는 입장발표는 예술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직장인의 애환이 서려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래서! 고통받고 있을 직장인들을 위한 혹은
공감되는 명대사. 할 말 다 하고싶은 사람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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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긴 인터넷 게시글을 본 느낌-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대부분의 정보는 웹상에서 얻게 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우리는 어느 곳에 있든 인터넷에 접속해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길을 찾을 때도, 여러 뉴스를 찾아볼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어떤 것이든 할 수가 있다. 그만큼 우린 과거보다 엄청난 정보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보격차라고 하면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층과 아닌 층이 나뉘었다면 지금은 수많은 정보 중에 어떤 것이 쓸만한 정보인지를 가려내는 능력이 정보격차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엄청나게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다 보면 어떤 것이 정말 신뢰할만한 정보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 기사 하나 만으로, 게시글 하나 만으로는 그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직접 다시 검색해 보고 다른 의견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게시글의 댓글이나 파생된 다른 글이 있다면 조금은 쉽게 그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전체 인류의 역사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기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인터넷의 다양한 게시글과 댓글들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누군가 다른 의도로 게시글을 올리고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돈을 벌거나 정치사회적인 대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체계화된, 조작된 게시글을 만들고 관리하는 조직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암암리에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난 건 많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 임상진 기자(손석구)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인터넷에 수많은 글들에 대해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임상진 기자의 억울함
임상진 기자는 대기업 만전의 비리와 관련된 기사를 쓰지만 해당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나며 정직당한다. 임기자는 이 모든 것이 만전이 기획한 음모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취재를 좀 더 해보고 싶지만 그것을 이어갈 연결고리가 없어졌고, 정직 중이어서 정식 기자로서 활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자는 계속 관련된 근거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우연히 만전의 수법을 알고 있다고 하는 제보자(김동휘)를 만난다.
임기자가 가진 억울함은 그가 취재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만전과 관련된 글을 찾고 또 읽으면서 다양한 음로론을 접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찾게 된 제보자의 증언은 임기자가 가지고 있는 억울함을 풀고 기자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과거 자신의 취재가 맞았다는 제보자의 말만으로도 임기자는 자신의 억울함이 모두 풀리는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억울함이 기사를 쓸 에너지를 만들었고, 그가 새로운 기사를 쓸 수 있게 만든다. 화면 속 임기자의 취재를 응원하게 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과연 제보자의 말을 정말 믿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사실상 제보자의 말을 제외하면 모두 추정적인 사실들만 있을 뿐이고, 인터넷 게시판의 여러 글들이 제보자의 말의 근거로 뒷받침되지만 이것이 딱 맞는 근거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임기자의 억울함이 풀리기 위해서, 임기자는 제보자의 입을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제보자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임기자의 모든 경력이 달려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 감정 - 제보자의 안심
제보자는 임기자를 만나 안심한다. 시종일관 증언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선 점점 긴장감이 없어진다. 만전이라는 거대한 기업에 대항하여 제보를 하는 그의 증언은, 그가 가진 긴장이 줄어들수록 점점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제보자의 안심은 곧 임기자가 제보자에 대한 의심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그 모든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안심시킨다. 그래서 이야기 구조 상 제보자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높아지고, 관련 취재를 하는 임기자에게는 좀 더 영향력 있는 정보들이 들어오게 된다.
사실 중반부부터는 제보자가 어떤 식으로 여론을 만들고 조작하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주게 된다. 좀 더 세밀하게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의견이라는 걸 만들어내고, 그 의견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처럼 여론을 만들어낸다. 꼭 정치적인 문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특정 상품에도, 어떤 인물에게도 그런 계획을 적용할 수 있다. 그 모든 증언들은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속 제보자가 이야기하듯, 100%의 진실보다는 약간의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결국 제보자가 안심하는 듯 보이는 그 순간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한다. 그 안심으로 증언은 더 힘을 얻고 임기자는 자신만의 특종을 낼 수 있게 된다. 이상하리만치 순조롭고 운이 좋게 느껴지는 그 모든 과정에서 관객은 통쾌한 복수나 사실이 세상에 폭로되는 것을 원하게 된다. 그건 주인공 임기자와 똑같은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건 바로 제보자의 안심이다.
세 번째 감정 - 관객의 당혹감
관객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이야기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있었던 현실이고, 또 거짓일까. 명확히 알 수 없다. 정확히 임기자가 처한 상황에서 영화가 끝을 맺기 때문에 그 당혹감은 더욱 커진다. 영화는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라는 임기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났던 여론 조작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더욱더 헷갈린다. 이 모든 건 진짜였을까.
영화 속에는 게시글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또 퍼지게 되는지가 꽤나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하나의 게시글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를 믿고 있지 않을까. 분명히 영화가 끝나기 10분 전까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영화가 일종의 댓글 공작이나 게시글 공장의 과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봐도 좋다. 영화 속 임기자가 겪었던 것과 동일하게 관객도 똑같이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 영화의 목적 자체가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댓글부대가 어떤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가고 상황을 바꿔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은 거대한 댓글 공작을 눈으로 체험한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극적인 재미가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다. 제보자의 증언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중반부는 다소 극적인 재미가 떨어진다. 후반부에 피치를 올리지만 큰 반전 하나만으로는 영화의 재미가 올라간다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반전에 영향을 주는 증언 이야기가 너무 느리게 쌓였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풀려버리는 반전 이후의 이야기의 임팩트도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결말 부분에서 뭔가 관객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전개가 있었다면 오히려 조금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온라인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게시판 여론 조작이나, 댓글 부대가 어떤 식으로 의견을 만들어내고 또 조종하는지를 잘 알려준 영화다. 조금은 캠페인 영화처럼 보이긴 하지만 임기자의 뒤를 따라가는 관객들은 제보자의 등장과 그의 증언, 그리고 임기자의 취재를 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영화다. 인터넷의 여론이 어떤 식으로 조작되고 조종되는지 궁금한 관객들은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73Saa8wzCrQ?si=FIRON44OseX86Koc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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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의 cine pick
봉블리, 디테일 봉 등 수많은 별명을 갖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세계에서 인정받은 말이 필요 없는 거장인데요. 최근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인터뷰어로 나서, 100분에 달하는 영화 문답을 이어나가며 찐 영화광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저는 12살의 나이에 영화 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고,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한국 영화계에 많은 충격을 안겨 왔던, 그리고 이젠 세계에 그 충격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지난 2019년, 북미 매체 인디와이어에서 발표한 '영화감독 35인' 중 한 명이 되어 그해의 베스트 무비를 선정하였습니다. 특히, 35명의 감독 중 유일한 한국 감독으로 자리를 빛낸 '봉준호 감독'은 그해 개봉작을 포함하여 총 8편의 영화를 선정하였는데요.
출처 : IndieWire
과연, 봉준호 감독이 선정한 최고의 영화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으며, 어떤 작품들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을지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
<아이리시맨> (2019.11.20 개봉)
범죄,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209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마틴 스코세이지 |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 95% ? 86% (로튼 토마토)
전후 미국에 드리운 범죄 조직의 그림자.
이제 한 거물 암살자가 입을 연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가 선사하는 장대한 범죄 드라마.
봉 says : "영화 공부하던 시절, 책에서 보고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했던 사람은 바로 마틴 스콜세이지다."
<결혼 이야기> (2019.11.27 개봉)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3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노아 바움백 | 출연 : 스칼릿 조핸슨, 아담 드라이버, 로라 던
? 94% ? 85% (로튼 토마토)
파경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봉 says : "올해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
<아사코> (2019.03.14 개봉)
드라마 | 일본 | 12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라타 에리카
? 78% ? 72% (로튼 토마토)
I. 강렬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그렇듯…
첫사랑 ‘바쿠’와 함께하는 모든 날이 특별했던 ‘아사코’.
설레지만 불안하고 뜨겁지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바쿠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온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아사코를 떠나갔다.
II. 편안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우연일까? 운명일까?
첫사랑 바쿠와 똑같은 외모의 ‘료헤이’를 만나게 된 아사코.
겉모습만 같을 뿐 공통점 하나 없는 모습에 혼란스럽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료헤이의 사랑으로
아사코는 다시 설레는 사랑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나간 첫사랑 바쿠가 갑자기 나타나고
아사코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봉 says : "내가 불안의 감독이라면, 하마구치 감독은 확신의 감독"
<퍼스트 카우> (2021.11.04 개봉)
드라마 | 미국 | 122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켈리 라이카트 | 출연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 96% ? 63% (로튼 토마토)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봉 says :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시적인 영화"
이외에도 <미드소마>, <강변호텔>, <언컷 젬스>, 그리고 드라마 [마인드헌터](시즌 2)까지 총 8편의 봉준호 감독의 pick이 앞서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처럼, 이후 개봉작 또한 기대되는데요.
코로나 이전 개봉작들을 돌아보며,
그리고 위드 코로나 시대 개봉작을 바라보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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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잊지 못할 어느 나바호의 여름날
감독: 빌리 루터 (나바호, 호피, 라구나 푸에블로 아메리칸 원주민, 감독 겸 제작자)
출연진: Kier TALLMAN, Charlie HOGAN, Sarah NATANI, Martin SENSMEIER, Kahara HODGES
시놉시스: 애착 인형 이름은 제프 브리지스, 애정하는 밴드는 플리트우드 맥. 감수성 넘치는 베니와 똘똘한 사촌 돈의 특별한 우정
혹시 그런 적 있는가?
너무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느날 돌연 조부모님의 손에 떠맡겨지거나 하는 일 말이다. 이것은 필자 개인이라든가 한국에서만 공감을 얻는 국지적인 경험은 아닐 것이다.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맡겨지는 경험은 인류가 가부장제를 따르기 이전 시절에서부터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므로.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대리로 가장 적합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또다른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더듬어 올라가면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할머니 집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 없는 그곳은 마냥 낯설기만 하고, 그들의 살뜰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겉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순간. 엄마는 나를 버리지 않았지만 어쩐지 고립된 것만 같고 막연한 불안감이 휩싸였던 어린 나의 모습 같은 것들. 명절에나 가끔 보는 할머니는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닌 것 같고, 나의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필자에게는 할머니집에 맡겨지던 그 때의 기억이 어렴풋하면서도 강렬한 한 장면으로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나의 뿌리와 마주치게 되는, 일종의 문화 충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구 반대편, 1990년의 어느 나바호 땅에서도 이와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경험담이 펼쳐진다.
1. 나바호의 길 잃은 어린 양
나바호(아메리카 원주민 중 미국 남서부에 뿌리를 둔 한 부족)의 후예인 베니는 어느날 황량한 나바호 들판에 다다른다. 베니는 정말이지 그런 시골 구석에는 머물고 싶지 않았지만 이혼을 앞두고 정신 없을 엄마에게는 오래 전 떠나온 고향 말고는 달리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 황량한 들판의 어느 낡은 집. 이 집 자식들(그러니까 삼촌과 이모들)은 죄다 고향으로부터 도망쳤다는데 유일하게 하나 남아 자리를 지킨 삼촌은 심술맞기만 하고 가끔 오는 이모는 영 소문이 나쁘다. 양들을 가두는 울타리는 허구한 날 망가진다. 부모님의 이혼 소식은 자꾸만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데, 하필 수중에는 샌디에고로 돌아갈 39달러가 없다. 자신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오던 땅에서 소년은 자꾸만 겉돈다.
바로 그 즈음에, 동병상련의 처지인 소녀가 나바호 집에 도착한다. 그의 이름은 '새벽(Dawn)', 어쩐지 가족들 사이에서는 본명보다도 '빵떡 소녀'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사촌이다.
빵떡 소녀는 여느 십대들과는 다르다. 교도소에 간 삼촌을 대신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다시피한 그는 나바호의 전통을 할머니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바호 방식으로 머리를 길러 묶고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나바호 말을 고집하는 그에게서는 백인들의 삶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은 할머니의 완고함이 묻어난다.
록밴드와 파우와우(아메리칸 인디언의 연례 축제 행사)만큼이나 다른 삶을 살아온 베니와 새벽은 한솥밥을 먹으며 그 황량한 시골땅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양을 잃어버리고 삼촌 차를 훔쳐타고, 그 양을 다시 되찾아와 울타리를 제대로 고치는 법을 알게 되는 사이, 베니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고향, 조상들의 삶에 대해 배운다.
그는 여전히 나바호어는 모르지만 양 목장 울타리를 고칠 줄 알고, 엉터리지라지만 전통적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출 줄도 안다. 백인의 샴푸가 아니라 나바호의 방식으로 머리를 감고 길게 기른 머리에 지혜가 흐른다는 것도 알게 된 베니는 그 여름날 나바호에 갓 발을 디디던 베니와는 사뭇 다른 사람이다. 소년의 눈에 드리우던 방황의 그림자는 가시고 얼굴에는 미소가 꽃핀다. 마침내 뿌리 뻗을 곳이 어디인지 깨달은 사람처럼.
2. 어떤 문화의 전승
이 영화는 한 어린 소년이 그의 방황과 상처를 딛고 일어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러한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바호라는 생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색다름을 선사한다. 실제로 나바호이자 호피, 그리고 푸에블로의 후예인 감독 빌리 루터는 그의 유년 시절을 이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하는데,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진솔하게 담아낸 장면과 장면들이 백인들의 사회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았던 아메리카 원주민, 그 중 나바호의 후손들의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영화 속의 나바호들은 어쩐지 위태로워 보인다. 베니의 삼촌과 이모, 엄마에게 나바호는 그리운 고향땅이면서 도망치고 싶은 가난의 터전이다. 원 주인을 몰아내고 백인들이 세운 자본주의의 제국에서 나바호의 방식은 이질적이고 '돈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그 곳에 살아온 자들의 후예이면서 바로 그 땅을 떠나 배회하는 방랑자가 되고, 그들은 원주민이면서 이민자와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산다.
나바호 문화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만 같던 베니가 외할머니와 사촌, 그리고 다른 친척들을 만남으로써 나바호들의 삶을 배워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 뜻깊다. 나바호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전승될테니까. 할머니의 양탄자와 그에 담긴 이야기들을 전수 받은 손주가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 시절 나바호에서 여름날을 보낸 '베니'는 필름을 베틀 삼아 그 옛날의 이야기를 새겨넣었지 않나. 나바호 할머니가 들려주는 어느 고집스럽고 지혜로운 전통의 단편은 스크린과 스피커 너머로 오래도록 이어지리라. 바다 건너, 나바호가 아닌 또다른 손주들의 입을 통해서.
09-17(일)20:00 - 21:29
롯데시네마 은평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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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영화 Just the Two of Us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영화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극이 진행되는 뮤지컬 영화는 보고 있노라면 흥겹고 즐거운데요.
마음 안에서 노래가 울려 퍼진지 오래된 이들에게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장르 중 하나일 수도 있겠어요.
그동안 뮤지컬 음악을 싫어한다고 여겨왔던 올리비아였지만, 최근 들어 '드림 걸즈'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사운드 오브 뮤직', '헤어 스프레이',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을 재미있게 보았던 일들이 상기되었습니다.
오늘 포스팅 해드리는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으나, 배우들이 부르는 곡들은 크리스마스와는 무관한 노래들도 섞여 있답니다.
영화배우와 영화배우 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영화 스토리를 대변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
개봉 - 2021년
국가 - 미국
관람등급 - 12세 이상
장르 - 코미디, 뮤지컬, 드라마, 판타지
러닝타임 - 99분
줄거리
어느 날 어떠한 사고로 인해 주인공 조이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는 상대방의 마음 자체를 텍스트처럼 읽을 수 있었다면, 조이에서는 노래로 표현됩니다.
그러한 능력은 조이에게 있어 상대방의 마음속 어려움과 고통까지도 알게 되어 독심술 같은 이 능력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조이가 듣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이나 그녀의 마음을 음악으로 나타내기에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혹은 음악과 함께하는 연말연시 행사에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녀는 작년에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를 대신해 늘 가족이 함께 해 오던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합니다.
좌충우돌 여러 어려움들은 있었지만,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조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가족의 모든 크리스마스가 행복하고 마냥 좋기만 했던 것으로 추억하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불완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떠한 과거의 기억들은 늘 좋았던 것만 있었던 것 같지만, 막상 그때로 돌아가 보면 그 때 나름의 힘듦이 있었음을 깨닫곤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공감이 되더군요.
'제인 레비'와 '알렉스 뉴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9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으로 몰입을 할 만큼의 작품성 있는 영화는 아니라 보아 지지만, 가족의 소중함과 어느 누구나 힘든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오래된 친구가 내 곁에서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나눠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Just the Two of Us 단지 우리 둘만이
크리스마스 날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조이에게 남자친구는 'Just the Two of Us'를 열창하며 그녀와 단둘이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영화 내에서 단연 돋보였던 음악 중 하나라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이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이 노래는 R&B 가수 '빌 위더스 (Bill Withers)' 씨가 1982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는 가스펠과 퓨전 재즈에 기반을 둔 탁월한 음악성을 통해 많은 흑인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을 해소시켜 주었고, 소울풀한 창법은 백인계 팝팬들에게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 가사 >
수정 같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네
그 아름다움은 태양이 그 빗방울들을 통해 투명하게 빛날 때이지
내 마음에 무지개를 띄우면서
때때로 너를 생각할 때면 나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네
단지 우리 둘만이
우리가 노력한다면 할 수 있다네
단지 우리 둘이서
단지 우리 둘이서
단지 우리 둘이서
하늘에다 성을 지을 수 있다네
단지 우리 둘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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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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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결말포함]군필이라면 다 아는 그 영화 분대장 교육장에서 틀어주는 바로 그 영화
#군대영화#밀리터리영화#전쟁영화
영화 ' 위 워 솔저스 '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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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정빌라> 런칭 예고편
303호에서 무슨 일인데ㅜㅜ 이젠 지나가다가 불 켜져 있는 집만 봐도 무서울 듯... [곤지암] 잇는 충격적 현실 공포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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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펜서> 메인 예고편
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