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2 15:01:43
3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휴일은 잘 보내셨나요?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그럼, 3월 첫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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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 드라마 <악귀>로 돌아오는 김은희

<킹덤>, <시그널> 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로 불리는 스타 작가 김은희가 두 편의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돌아옵니다. 먼저 영화 한 편이 4월에 개봉할 예정인데요, 남편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안재홍, 정진운, 이신영 등이 출연하는 스포츠 영화 <리바운드>입니다. 영화는 2012년 예비 선수 하나 없이 주전 5명만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부산 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김은희 작가가 영화 각본을 쓴 건 이병헌, 수애 주연의 2006년도 작인 <그해 여름> 이후 16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어 6월에는 SBS의 새 드라마 <악귀>를 통해 돌아올 예정인데요, <악귀>는 작가의 전매특허 영역인 장르물로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다섯 가지 신체(神體: 신령을 상징하는 신성한 물체)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합니다. 배우 김태리가 악귀에 씐 공시생 '구산영' 역을, 오정세가 재력가 집안 출신의 교수이자 귀신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염해상' 역을 맡은 것으로 전해져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배우 커리어 사상 최초로 드라마에 도전하는 ‘로버트 드 니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배우 커리어 사상 최초로 드라마에 도전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제로 데이 Zero Day>는 총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정치 스릴러 드라마로, 에릭 뉴먼과 노아 오펜하임이 제작총괄 및 각본을, <홈랜드>, <매드맨> 등을 통해 8차례나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레슬리 링카 글래터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드라마의 공식 로그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로 데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세상 속에서 통제 밖의 압력에 의해 조각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음모론과 속임수가 만연한 시대에, 그러한 압력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혹은 어쩌면 그저 상상에 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으나 로버트 드 니로가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은 '전 미국 대통령'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즌 4 공개 앞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 하차하는 배우들
올해 시즌 4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배우들이 여럿 교체됩니다. 주인공 '오티스'의 절친이자 동성애자인 '에릭' 역을 맡았던 슈티 가트와가 시즌 5의 불참 소식을 전한 가운데 여주인공 '메이브' 역으로 인기를 얻었던 에마 매키 역시 한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4를 마지막으로 해당 시리즈에서 하차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에마 매키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출연과 관련해 그간의 여정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하면서도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선 자신이 10대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극 중 '릴리' 역을 맡았던 타냐 레이놀즈, '올라' 역의 패트리샤 앨리슨, 학교 선생님 '에밀리 샌즈' 역의 락히 타크라는 시즌 4에도 등장하지 않을 예정으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샀는데요, 새롭게 추가되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최근 영화 <애프터 양>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얼굴을 알린 조디 터너 스미스, <시트 크릭> 시리즈의 스타 댄 레비, 새디아 그레이엄, 마리 루더, 펠릭스 무프티 등이 시즌 4에 새롭게 출연할 예정입니다.
직접 집필, 제작한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더 위켄드’
한국에서도 두 차례의 대규모 공연을 성공적으로 펼쳤던 캐나다의 가수이자 프로듀서 'The Weekend(이하 위켄드)'가 장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제목, 줄거리, 장르 등 영화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여전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데요, <웨이브스>, <잇 컴스 앳 나이트> 등을 연출한 트레이 에드워스 슐츠가 감독 및 공동 각본을 맡았으며 위켄드는 제작과 각본을 맡은 동시에 주연배우로 참여합니다. 함께 공개된 출연진 라인업 또한 대단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나 오르테가, <덩케르크>와 <킬링 디어>로 이름을 알렸고 최근 <이터널스>, <이니셰린의 밴시>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는 배리 키오건이 출연을 예고해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위켄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HBO 시리즈 <더 아이돌>을 통해 먼저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뤽 베송 신작 <도그맨>,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 가을 공개 예정

<그랑블루>, <레옹>, <제5원소>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의 신작 영화 <도그맨>이 올 가을에 개봉합니다. 당초 4월 19일 프랑스 개봉을 예정했었으나 일정 조율 문제로 미뤄지게 되었고, 덕분에 <제5원소> 이후 처음으로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는 뤽 베송의 영화가 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2019년 개봉한 액션 영화 <안나> 이후 뤽 베송의 4년 만의 복귀작인 데다가 그의 커리어 초기작인 <레옹>, <니키타> 등의 작품들과 유사할 것으로 예고돼 더욱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1년 영화 <니트람>을 통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출연해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개들에게 잔인하게 던져졌으나, 오히려 그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사회적 규칙, 성적 장벽을 극복해 나가는 '더글러스' 역을 맡았습니다.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SAG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수상한 양자경, 키 호이 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역인 양자경과 키 호이 콴이 현지 시각으로 2월 26일에 열린 미국 배우 조합 시상식(SAG)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사람은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는데요, 이날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출연 배우 전체에 수여하는 최고상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어 캐스트'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악역을 맡아 연기한 제이미 리 커티스 또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SAG 어워즈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영화는 미국제작자조합(PGA) 작품상, 감독조합(DGA) 감독상에 이어 배우조합상까지 휩쓸어 10개 부문 11개 후보에 이름을 올린 아카데미상 유력 수상작으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4대 조합 중 하나인 미국작가조합(WGA) 시상식은 3월 5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수상 가능성 또한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막 내린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은?

지난 2월 26일,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신작 <물안에서>로 수상을 노렸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유태오의 할리우드 진출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습니다.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아다망다에서>는 프랑스 파리 센강 위를 부유하는 독특한 건축물 안의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요,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6년 이탈리아 영화 <화염의 바다> 이후 7년 만이라고 합니다. 주조연상은 모두 성소수자를 연기한 배우들에게 돌아갔으며 <2만 종의 벌들>에서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스페인의 8세 아역배우 소피아 오테로가 주연상을 받아 영화제 사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전도연 주연의 넷플릭스 액션 영화 <길복순>과 이주영, 판빙빙이 출연해 동성애 연기를 펼친 <그린 나이트>가 초청되어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우빈, 이솜, 송승헌 출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택배기사>가 올해 2분기 공개를 예고하며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에서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릴 예정으로 김우빈, 이솜, 송승헌, 강유석 등의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입니다. 김우빈은 사막화가 진행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1%의 인류에게 산소와 생필품을 배송하기 위해 오염된 대기와 헌터들의 공격을 뚫고 세상을 누비는 택배기사 '5-8' 역할을 맡았으며, 강유석은 택배기사가 되기를 꿈꾸는 난민 소년 '사월' 역할을, 송승헌과 이솜은 각각 천명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와 군 정보사 소령으로 등장해 활약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국내외의 다양한 영화계 소식을 전달해 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공개 예정을 앞둔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아 보여서 저는 설레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해드린 이야기가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즐거움을 드렸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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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마음을 위로할 4월, 극장가를 찾은 3편의 영화들! <더 파더>, <노매드랜드>, <타인의 친절>
당신의 마음을 위로할 4월,
극장가를 찾은 3편의 영화들!
<더 파더>, <노매드랜드>, <타인의 친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웰메이드 영화들이 극장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나이 듦에 관한 진중한 통찰을 담은 <더 파더>, 대자연을 집으로 삼은 아름다운 미장센이 돋보이는 <노매드랜드>, 뉴욕에서 만난 여섯 남녀가 서로를 채워가는 이야기 <타인의 친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니스 국제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 영화들로 4월 극장가를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풍성하게 꾸며줄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4월 7일 개봉 예정인 <더 파더>는 안소니 홉킨스의 60년 연기 인생을 총망라하는 최고의 연기라 극찬 받고 있는 영화로, 완벽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믿은 노인 ‘안소니’가 기억에 혼란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여, 원작의 작가 플로리안 젤러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노인의 시선으로 사건을 묘사하여 관객들에게 치매 노인과 동일한 혼란을 느끼게 하면서도 끊임없이 긴장감을 조성해 심리적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딸 ‘앤’ 역의 올리비아 콜맨은 <더 파더>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4월 15일 개봉 예정인 <노매드랜드>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유력 후보로 떠오른 작품이다. 하나의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 곳에 살던 여성 ‘펀’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끝없이 펼쳐지는 길의 여정을 우아한 영상미로 담아내 놀라운 시네마틱 경험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4월 7일 개봉 예정인 <타인의 친절>은 낯선 뉴욕에서 저마다 길을 잃은 여섯 남녀가 오래된 러시아 식당에서 만나 각자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아름다운 미장센과 독보적인 감성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켰던 론 쉐르픽 감독의 신작이다. <언 애듀케이션>, <원 데이>로 국내 관객들에게 촉촉히 젖어드는 우아한 감성 드라마를 선사했던 론 쉐르픽이 6년만에 국내 극장가로 귀환한 작품이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매력적인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로 더욱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관으로 나들이 가기에 좋은 4월,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와 어울리는 3편의 웰메이드 영화들의 개봉으로 앞으로의 극장가가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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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하지 못한 실패에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
-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시사회를 통해 개봉 전 먼저 관람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늘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많은 시간을 취업과 성공을 위해 투자한다. 그런 삶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성공의 길을 가게 될지를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찾아갈 때마다 새로운 직업을 찾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반복되는 삶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태도나 감정을 찾아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취향을 확인하고 그것을 더욱 굳혀간다. 내가 사랑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느끼고, 그런 사랑의 과정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 오면, 자존감은 다시 떨어지고 감정은 계속 변해간다. 사랑에 실패한 많은 사람들은 이불속에서, 거리에서, 술집에서 상실감을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과거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괴롭힌다.
이별의 상실감에 힘들어하는 주인공 다프네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는 사랑이 끝난 이후 찾아온 인연 때문에 혼란을 겪는 주인공 다프네(쉐일린 우들리)의 이야기다. 직전에 사귀던 애드리언(매튜 그레이 구블러)와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살던 집을 나와 언니 집에 살게 되는 다프네는 영화 초반 많은 눈물을 보여준다. 이불속에서, 거리를 걸으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애드리언과의 기억은 그의 심장을 파고들며 괴롭힌다. 더 이상의 상처와 실패를 하지 않으려 금주를 하고 누군가와의 데이트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영화는 다프네가 연인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천천히 보여준다. 과거의 연인과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던 공간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다. 다프네는 다니던 직장과 머무르던 집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영화 속 내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다. 그러다 언니의 생일 파티에서 다프네는 프랭크(세바스찬 스탠)와 잭(제이미 도넌)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애써 관계를 발전시키려 애쓰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가진 매력에 끌린 다프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만나며 다시 인연을 만들어가도 될지 고민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으며 지친 삶에 대한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다프네도 두 명의 새로운 사람들 만나게 되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상처 받았던 마음을 조금은 치유를 해나갔을지 모른다. 남자답고 재미있는 남자 프랭크와 다정다감하고 지적인 남자 잭은 다프네에게 주는 매력과 끌림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아직 과거의 연인 애드리언과의 감정이 완전히 다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프네는 영화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별 후 따라오는 자기 비하의 감정과 새로운 인연
모든 실패에는 자기 비하의 감정이 따라온다. 자신이 진짜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타인의 실수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두 사람 각각의 실수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 있다. 다프네가 느끼는 그 감정과 생각 안에는 그 실수와 실패뿐인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새로운 두 사람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다. 영화는 다프네가 잭과 프랭크를 각각 만나는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세세히 묘사한다. 서로의 눈을 보며 새로운 관계 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다프네의 모습은 영화 초반 슬픔에 빠져있는 다프네와는 다르게 보인다.
확신 없이 시작된 관계 사이에서 다프네는 계속 고민을 계속한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프랭크, 이성적으로 옆에 있고 싶은 잭 사이에서 고민하는 와중에 과거의 상처와 실패는 계속 그의 눈에 아른거린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연인과 이별한 이후 그 추억을 한동안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과거에 했던 행동과, 자신의 실수들을 떠올리며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다시 자책하게 된다.
영화는 이별 이후 삶에 대한 태도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다프네가 처한 상황과 그가 하는 선택 자체는 관객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 이 이야기는 다프네가 겪는 실패와 상실감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달콤하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성들과의 관계는 꽤 로맨틱해 보이지만, 그 관계들로 인해 다프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선택을 하는 데에는 결국 자신에 대한 성찰과 함께 실패한 과거에 대한 감정을 잘 정리해야 한다.
결국 사랑해야 할 건, 나 자신
객관적인 시각에서만 영화를 바라보면 다프네는 결코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수하게 많은 연인들이 다프네와 같은 실수를 하고, 실패를 경험한다. 의도치 않게 실수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다프네의 경험을 통해, 영화는 수많은 관계의 실패와 자신의 실수는 인생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앞으로 계속 내딛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렇게 자신을 아끼며 한 발씩 나아갈 때, 이별에 의한 트라우마와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어떠한 상황이 올지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의 의지다.
감독 드레이크 도레무스는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나 <뉴니스> 같은 현실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번 <엔딩스 비기닝스> 에서도 세 등장인물이 데이트할 때 아름다운 음악이 같이 등장하고, 배우들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아름답게 묘사해 나간다.
과거의 실패와 현재 맞닥뜨린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과거의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좀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삶을 자신을 사랑할 때 엔딩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된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abbitgumi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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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영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그저 그 시간에 집중한다. 특별히 몇몇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그들이 놀고 시간을 보내는 바로 그때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친구와 다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기억을 쌓아나간다. 그래서 모두에게 유년기 시절의 좋은 추억들이 하나쯤은 있다. 그 시간 그 모든 것을 함께한 어른들은 그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마음에 기록한다. 언제든지 꺼내어 보고 그 당시를 추억하면서 자신의 깊숙이 담아두었던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유년기를 벗어나는 시기는 결국 찾아오며 누구도 예외는 없다.
청소년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몸에 커지고 아는 것도 조금은 더 많아진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만이 가고 싶은 방식으로 삶을 그리고 나아간다.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모험하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면 결국 집 밖의 시간을 늘리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일 때 가지고 있던 동심과 순수함, 천진함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동심은 아직 어른이 되어 커진 마음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후 누군가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다가 문득 거울을 보면 나이가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렇게 나이 듦을 경험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유년기 시절의 동심을 가지고 있다.
피터팬을 웬디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영화 <웬디>
영화 <웬디>는 동심과 나이 듦에 대한 영화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터팬을 재해석하여 웬디(데빈 프랑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웬디는 기찻길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집에서 엄마와 더글라스(게이지 나퀸), 제임스(개빈 나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 웬디는 옆에 앉아 같이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식당에 주변에서 놀거나 간단한 식당 일을 돕는다.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의 아이들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재미없는 일상이 아닌 뭔가 색다른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영화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주로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담는다. 마치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집 밖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초반 세 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의 어릴 적 꿈에 대한 것인데, 웬디는 왜 지금은 그 꿈을 이룰 수 없는지를 묻는다. 이에 엄마는 지금 하는 일과 상황에 만족하니까 더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 뒤에 바로 이어진다. 엄마가 나가고 웬디는 왜 엄마가 꿈을 실행하려 하지 않는지 혼잣말로 궁금해하는데,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엄마는 늙었으니까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이에 웬디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이 일련의 장면은 이 영화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바로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피터팬과 원더랜드의 아이들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 영화 <웬디> 안에서도 우연히 기차에 탄 피터(야슈아 맥)를 발견하고 따라가는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늙지 않는 섬에 도착하고 거기서 꽤 오래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난다. 이들 역시 나이가 들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놀이를 하며 계속 아이로 생활하고 있다. 처음 그곳에 간 웬디는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와 재미를 경험하고 나서는 완전히 그들과 동화된다.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이 그들에게 에너지가 되어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기쁨 안에 있는 섬의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건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 그 자체의 모습이다.
대비되는 아이와 노인
그 섬에는 아이들 뿐 아니라 노인들도 있다. 섬의 노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이들이다. 영화 속 노인 중 한 명인 버죠(로웰 랜디스)는 몰래 친구들에게 다가와 그들을 훔쳐보곤 한다. 아이들은 보통 도망가며 그가 버조가 아니라고 외친다. 버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일종의 늙음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버조가 과거 자신들과 같이 아이의 모습이었던 또래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가 나이 든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이유로 친구로 인정하지 않고 쫒아내 버린다. 그렇게 노인으로 변한 이들은 노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분리되어 생활하게 된다.
사실 보조를 비롯한 노인들은 친한 친구를 잃거나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나서 늙은 모습으로 변했다.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 철이 들고 조금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그런 아픔과 번뇌를 겪고 나서 조금은 다른 모습이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들처럼 사춘기의 변화를 겪고 또 가족과 학교에서 다양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그중에는 상처 받고 슬픈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일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덧 어른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아이들은 금방 노인이 되어 버리지만 아이와 노인 사이에 어른이라는 시기가 존재한다. 영화는 그 모습을 생략하고 아이와 노인을 대비시키면서 과연 나이 듦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 노인들은 다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것이 동력이 되어 피터의 일행과 노인 일행이 대립하게 되기도 한다.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피터팬에서 피터팬과 후크가 대결하는 것처럼 노인들은 젊음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들이고, 피터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둘의 대결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노인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과 대립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노인들은 조금씩 사람이나 사회에서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말 주변이 없어지고 조용히 무언가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노인들은 아이들에 비해 말이 없다.
웬디가 제안하는 노인을 바라보는 태도
웬디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노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다. 노인으로 변한 아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들에게 같이 대화하고 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즉석에서 춤을 추며 그들과 어울린다. 어두운 표정만을 짓고 있던 노인들이 웬디 주변에 하나둘씩 모여 춤을 추기 시작할 때 그들의 얼굴에는 보이지 않았던 미소가 가득하다. 사실 노인들이 아이였을 때 노는 방법이나 느낌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저 늙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그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뿐이다. 영화는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어울릴 것을 제안한다.
젊음이라는 것은 한번 잃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언젠가 늙어간다. 그 모습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부정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찾아온다. 영화 후반부 누군가가 늙어서 못한다고 이야기할 때, 웬디는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영화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이 듦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웬디도 엄마가 되고 자신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만 그 나이 든 육체가 가진 마음만큼은 육체만큼 나이가 들지 않는다. 노인들도 나름의 동심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영화 <웬디>를 연출한 데뷔작 <비스트>(2012)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신인 감독이다. 그는 두 번째 연출작인 <웬디>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고, 피터팬 원작이 담고 있는 내용에서 좀 더 철학적인 주제를 끌어내어 영상화했다. 극적인 요소가 다소 떨어지고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영화가 조금은 심심하고 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관객에게 명확히 던지는 영화다.*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웬디 리뷰>
https://youtu.be/Rsehc6qDP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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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록이 다큐멘터리의 본질일까, <저항의 기록>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는 또 무엇인가. 이 질문은 <저항의 기록>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정의’에 관해 묻는 것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즉 문서화와 기록화에 중점을 둔 장르의 영화들은 여전히 국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기록할 것인가. 제작자의 관점이 개입된, 설득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실을 활용할 것인가. 그 질문 위에서 저마다의 필름을 찍어냈던 수많은 다큐멘터리 상영작의 감독들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답을 내린다. <저항의 기록> 또한 그렇다.
저항의 기록
Resistance Reels
Cast
감독: 알레한드로 알바라도 호다르, 콘차 바르케로 아르테스
시놉시스
페르난도 루이스 베르가의 유일한 연출작 <로시오>(1980)는 민주주의 초창기 법적 검열의 대상이 된 후 많은 이들에게 저주를 받은 다큐멘터리다. 베르가는 그 이후 다른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나고, 우리는 이 실현되지 못한 영화들이 저항의 몸짓으로서 현재에서 생명을 얻기를 꿈꾼다.
<저항의 기록>은 파편화에 그쳤을까
이 영화는 베르가 감독이 끝내지 못한, 기획 단계에서 머무르다 피지 못한 이야기들을 그 뒷선에 선 감독들이 피워내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가장 큰 의미 관계의 대립으로 보이는 것은 저항과 그 반대에 선 이들이다. 이 영화의 제목과도 같다. 베르가 감독이 만들었던 <로시오>를 비롯해 기획 단계에서 그쳐 버린 모든 이야기는 어쩌면 그 저항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관한 기록을 이 영화가 신중히 담아 정리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다큐멘터리의 정의,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평가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은 바로 <저항의 기록>이 가지는 특징에 있다. <저항의 기록>이 러닝타임 동안 보여주는 모습은 어쩌면 파편화에 가깝다. 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잡동사니처럼 흩어져 있던 서류철들을 정리함에 꽂아 정리한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관객들의 부정적인 평이 있었다.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고, 설득하는 힘이 부족하며 이야기가 파편화되어 있다”라는 것이 중론으로 보인다.
짚어볼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영화는 베르가 감독이 구상 단계에 그쳤던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후발주자 격인 감독들이 ‘구현’하는 과정이다. 다큐멘터리의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영화가 담아내야 할 이야기가 대단히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품이 가지는 한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베르가 감독의 일생도 짚어야 할 것이고, 탄압에 관한 베르가 감독의 시선이 담긴 영화를 구현해내고 그것을 보여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제목을 <저항의 기록>이라고 정해둔 것은 아닐까. 일일이 영화 내에서 마치 ‘챕터’의 개념처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닐뿐더러 모든 이야기를 통해 관객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애초에 제작 과정에서 염두에 뒀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기록에 그 무게를 두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이 영화가 지니는 의의 또한 작품의 제목에서 미루어볼 수 있지 않을까. 저항한 이들을 기록하는 게 중점이었던 것은 아닐까. 베르가 감독과 감독이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구현된 다큐멘터리 속에서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모두 저항한 이들이라고 여길 수 있을 만한 이들이다. 챕터들마다 등장하는 이슈들, 그리고 인터뷰이들이 저항했던 모든 것은 면담과 사실 기록으로 구체화된다. 베르가 감독이 해내지 못했겠지만, 그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들이었을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이 전한 평가 중 ‘번잡스러움’에 관한 지적은 그럴듯하다. 충분히 그 지적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별개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아 전하는 것은 큰 부담이 따른다. 말 그대로 번잡스러워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감독들은 그 부담을 짊어지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번잡스럽더라도, 베르가 감독이 하고자 했던 것을 이렇게나마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미처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서류 정리함에 정갈하게 꽂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는 일종의 애도에 관한 개념으로 확장된다.
기록에서 애도까지의 확장
저항을 기록하는 것은 애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저항의 역사는 뿌리 깊다. 민주화를 위한 항쟁과 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수차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쓰러졌다. 국가 권력이 행한 국가 폭력에 의해서다. 그렇다면 그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것은, 그 과거가 있었다는 그 사실을 영상화하는 것은 일종의 애도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항의 기록>은 ‘애도하는 기록’인 셈이다.
이는 또한 베르가 감독을 애도하는 셈이 되기도 한다. 베르가가 일생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탄압받으며 구차한 삶을 살다 끝내 생을 마감한 것은 일종의 저항이었다. 그런 베르가의 미완성된 작품들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만으로,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저항이며 애도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저항의 기록>은 가치를 지닌다. 저항하는 이들을 담아내고, 저항의 순간들을 기록해냈으며 그와 동시에 애도해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또 세계 각지에서 시간의 흐름에 묻혀 그 생명을 잃었던 저항의 순간들이 되살아나기에 이른다.
다큐멘터리는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단순히 사실들을 기록하고 나열하는 것은 진정으로 가치가 없는 것일까. 다큐멘터리는 모호한 존재다. 영화의 영역과 저널리즘의 영역까지 모두 아우르게 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다른 극영화처럼 영화로서 그 가치를 더 무겁게 지닌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저널리즘적 가치를 더욱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저널리즘은 그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에 주목한다면, 그 가치가 가장 중시된다면 <저항의 기록>은 그 자체로 가치 있을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저항의 기록들은 이제 베르가의 손아귀에서 나와 세상의 빛을 만났다. 호다르, 아르테스 감독은 그 기록들에 마침내 생명을 주었다. 그 생명이 관객들 앞에서, 어떤 힘을 가지게 될지는 관람하는 관객들의 손에 달렸다. 평가의 여지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설득력인가, 사실에 관한 기록인가.
상영 일정
2025. 05. 01(목) CGV전주고사 7관 21:30
2025. 05. 04(일) CGV전주고사 7관 14:30
2025. 05. 06(화) CGV전주고사 7관 14:30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30일~5월 9일 동안 개최됩니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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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지만 무심하게 잔인하고 강력한 자연에게 바치는 한편의 시이자 애찬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의 이름을 들어본적 있는가, 들어본적 있다면 당신은 상당한 수준의 씨네필일 것이다.
사실 모른다고 해도 섭섭해할 필요는 없는것이, 예전부터 영화를 봐온 씨네필이 아닌 이상 잘 모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이야기할 영화, <대자연>은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의 무려 27년만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이전 작품인 <생명>, <끝>, <우리 세기> 같은 작품들은 90년대, 80년대 작품인데다가 흔히 보기 힘든 단편이며, 시대가 시대인지라 한국에 초청된 것도 벌써 한자리대의 전주국제영화제이다.
그러나 "간격 몽타쥬 Distance Montage"의 창시자로 불리는 의미있는 거장이며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영화의 신"이라 칭할 정도로 존경을 표할 정도의 반드시 알아야 할 거장 감독이다.
이번에 정말, 아주 오랜만의 복귀작인 대자연을 통해 그의 이름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자연은 잔잔하고 고요한 자연의 순간에서 시작하여, 강력한 자연의 힘에 저항없이 무너지는 인류의 문명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을 무릎꿇게 만든 자연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잠잠해지고, 여명이 밝아오며 이러한 자연의 연속성을 알 수 있다.
본 영화는 대사가 단 하나도 없이, 흑백의 기록영상들과 음악으로만 이루어져있다.
다만 단순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닌, 마치 자연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들과 그에 맞춰진 자연의 모습은 정말 놀라운 조화를 일으킨다.
필자는 사실 이번 기회에 본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한터라 그가 창시한 "디스턴스 몽타주"라는 게 뭔지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떤 느낌인지 알게되었다.
하지만 솔직히말하자면, 1시간 내내 계속 이렇게 진행되다보니 중반부부터 체력적 힘듦은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스로 말한 "영화적 언어"에 대한 위대함과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62분이었다.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의 영화 중 "아르테미스의 무릎", 레우코와의 대화 중 한 대사를 이야기하며 마무리를 짓고 싶다.
자연에 대한 예찬이자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같아서이다.
“당신은 이런 이를 본 적이 있나요? 하나의 존재 안에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그런 여인을. 그리하여 그녀의 모든 몸짓과 그녀를 향한 모든 생각이, 당신의 대지와 하늘, 말과 기억들, 당신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나날들, 미래들, 확실한 것들, 그리고 결코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을 대지와 하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무한히 품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그런 이를 본 적이 있나요?”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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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다는 게 틀린 건 아니니까, <위국일기>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동거
누적 판매 180만 부를 기록한 야마시타 작가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위국일기>. 베스트셀러 작가 '마키오'가 절연한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언니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인 '아사'를 본인 집으로 들이게 된다.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로부터 낙인이 찍힌 '아사'를 보고 충동적으로 보호자를 하기로 결정한다. '마키오'는 자신의 언니한테는 장례식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만큼 나름의 악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화살이 '아사'한테까지 갈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일기', '어긋난 나라의 일기' 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마키오'와 '아사'는 서로 다른 생활방식, 성격으로 함께 사는 데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 혹은 '언니' 라는 인물을 향한 감정 자체가 다르기에, 그 갈등은 더 심해져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듯하며 끊길 듯 안 끊기는 이 관계를 지속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귀엽고 예쁜 여자 캐릭터의 축복이 끝이 없다..
만화 원작을 안 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나니 개인적으로 만화를 꼭 보고싶은 마음이다. 물론 러닝타임이 130분이 넘어 꽤 길었음에도 평온하고 따뜻한 방법으로 관객을 집중시켰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가 여전히 들어가도 '성장'이라는 건 누구나 다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아라가키 유이 배우가 맡은 '마키오' 배우의 감정선이 다소 갑작스럽게 보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인물의 심경 변화 서술이 쪼금 평이하게 다가왔다. 그치만 원작의 전부를 다루지 않았으며 '아사'가 밴드에 들어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결말이 맺어진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깔끔하게 끝났다는 느낌이다. 실제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까, 원작에 비해 분위기가 밝다는 평이 꽤 보이던데 맞는듯하다.
사실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연출, 원작 비교 등등 다 괜찮고 보통이었지만!!! 어쩜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마다 다 귀엽고 예뻐서.. 원작 만화도 이런가?? 싶은 생각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더더욱 만화를 찾아보고 싶음..) 만화찢고나온 여자 배우들이 계속 해서 나오는데 그래서 몰입이 더 잘 되었던 기분이었다.
별점 3.5 / 5 일본 작품의 훈훈한 분위기를 가볍게 느끼고 싶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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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최고, 최악의 CG 장면들
#산돌구름 #마블CG #엔드게임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1. 28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마블의 CG
01:02 아이언맨3 가짜 로다주
02:09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마크45
02:53 디에이징 효과
03:52 시빌워 토니&스파이더맨
05:04 닥터스트레인지의 마법
05:57 CGI 팬서
07:08 엔드게임 Final Battle
07:57 헐크버스터 in 와칸다
08:28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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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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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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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저주받은 자들> 예고편
이스라엘의 '지바티 여단'은 새로운 지역의 탐사를 수행하고,
'토머'와 '마카쉬'는 현장 취재를 온 IDF 대변인인 '아비브'와 팀을 이뤄 옛 베두인족의 정착지였던 지역을 탐사한다.
하지만 아들을 찾는 미스테리한 여인의 등장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마와 개가 나타나고,
세 명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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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거미집> 메인 예고편
"완성이 코 앞인데 모두 다 방해만 합니다" 1970년대, 영화 ‘거미집’의 좌충우돌 촬영장! 예측불가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