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2 15:01:43
3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휴일은 잘 보내셨나요?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그럼, 3월 첫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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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 드라마 <악귀>로 돌아오는 김은희
<킹덤>, <시그널> 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로 불리는 스타 작가 김은희가 두 편의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돌아옵니다. 먼저 영화 한 편이 4월에 개봉할 예정인데요, 남편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안재홍, 정진운, 이신영 등이 출연하는 스포츠 영화 <리바운드>입니다. 영화는 2012년 예비 선수 하나 없이 주전 5명만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부산 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김은희 작가가 영화 각본을 쓴 건 이병헌, 수애 주연의 2006년도 작인 <그해 여름> 이후 16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어 6월에는 SBS의 새 드라마 <악귀>를 통해 돌아올 예정인데요, <악귀>는 작가의 전매특허 영역인 장르물로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다섯 가지 신체(神體: 신령을 상징하는 신성한 물체)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합니다. 배우 김태리가 악귀에 씐 공시생 '구산영' 역을, 오정세가 재력가 집안 출신의 교수이자 귀신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염해상' 역을 맡은 것으로 전해져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배우 커리어 사상 최초로 드라마에 도전하는 ‘로버트 드 니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배우 커리어 사상 최초로 드라마에 도전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제로 데이 Zero Day>는 총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정치 스릴러 드라마로, 에릭 뉴먼과 노아 오펜하임이 제작총괄 및 각본을, <홈랜드>, <매드맨> 등을 통해 8차례나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레슬리 링카 글래터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드라마의 공식 로그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로 데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세상 속에서 통제 밖의 압력에 의해 조각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음모론과 속임수가 만연한 시대에, 그러한 압력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혹은 어쩌면 그저 상상에 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으나 로버트 드 니로가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은 '전 미국 대통령'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즌 4 공개 앞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 하차하는 배우들
올해 시즌 4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배우들이 여럿 교체됩니다. 주인공 '오티스'의 절친이자 동성애자인 '에릭' 역을 맡았던 슈티 가트와가 시즌 5의 불참 소식을 전한 가운데 여주인공 '메이브' 역으로 인기를 얻었던 에마 매키 역시 한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4를 마지막으로 해당 시리즈에서 하차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에마 매키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출연과 관련해 그간의 여정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하면서도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선 자신이 10대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극 중 '릴리' 역을 맡았던 타냐 레이놀즈, '올라' 역의 패트리샤 앨리슨, 학교 선생님 '에밀리 샌즈' 역의 락히 타크라는 시즌 4에도 등장하지 않을 예정으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샀는데요, 새롭게 추가되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최근 영화 <애프터 양>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얼굴을 알린 조디 터너 스미스, <시트 크릭> 시리즈의 스타 댄 레비, 새디아 그레이엄, 마리 루더, 펠릭스 무프티 등이 시즌 4에 새롭게 출연할 예정입니다.
직접 집필, 제작한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더 위켄드’
한국에서도 두 차례의 대규모 공연을 성공적으로 펼쳤던 캐나다의 가수이자 프로듀서 'The Weekend(이하 위켄드)'가 장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제목, 줄거리, 장르 등 영화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여전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데요, <웨이브스>, <잇 컴스 앳 나이트> 등을 연출한 트레이 에드워스 슐츠가 감독 및 공동 각본을 맡았으며 위켄드는 제작과 각본을 맡은 동시에 주연배우로 참여합니다. 함께 공개된 출연진 라인업 또한 대단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나 오르테가, <덩케르크>와 <킬링 디어>로 이름을 알렸고 최근 <이터널스>, <이니셰린의 밴시>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는 배리 키오건이 출연을 예고해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위켄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HBO 시리즈 <더 아이돌>을 통해 먼저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뤽 베송 신작 <도그맨>,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 가을 공개 예정
<그랑블루>, <레옹>, <제5원소>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의 신작 영화 <도그맨>이 올 가을에 개봉합니다. 당초 4월 19일 프랑스 개봉을 예정했었으나 일정 조율 문제로 미뤄지게 되었고, 덕분에 <제5원소> 이후 처음으로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는 뤽 베송의 영화가 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2019년 개봉한 액션 영화 <안나> 이후 뤽 베송의 4년 만의 복귀작인 데다가 그의 커리어 초기작인 <레옹>, <니키타> 등의 작품들과 유사할 것으로 예고돼 더욱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1년 영화 <니트람>을 통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출연해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개들에게 잔인하게 던져졌으나, 오히려 그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사회적 규칙, 성적 장벽을 극복해 나가는 '더글러스' 역을 맡았습니다.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SAG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수상한 양자경, 키 호이 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역인 양자경과 키 호이 콴이 현지 시각으로 2월 26일에 열린 미국 배우 조합 시상식(SAG)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사람은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는데요, 이날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출연 배우 전체에 수여하는 최고상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어 캐스트'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악역을 맡아 연기한 제이미 리 커티스 또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SAG 어워즈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영화는 미국제작자조합(PGA) 작품상, 감독조합(DGA) 감독상에 이어 배우조합상까지 휩쓸어 10개 부문 11개 후보에 이름을 올린 아카데미상 유력 수상작으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4대 조합 중 하나인 미국작가조합(WGA) 시상식은 3월 5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수상 가능성 또한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막 내린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은?
지난 2월 26일,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신작 <물안에서>로 수상을 노렸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유태오의 할리우드 진출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습니다.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아다망다에서>는 프랑스 파리 센강 위를 부유하는 독특한 건축물 안의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요,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6년 이탈리아 영화 <화염의 바다> 이후 7년 만이라고 합니다. 주조연상은 모두 성소수자를 연기한 배우들에게 돌아갔으며 <2만 종의 벌들>에서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스페인의 8세 아역배우 소피아 오테로가 주연상을 받아 영화제 사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전도연 주연의 넷플릭스 액션 영화 <길복순>과 이주영, 판빙빙이 출연해 동성애 연기를 펼친 <그린 나이트>가 초청되어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우빈, 이솜, 송승헌 출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택배기사>가 올해 2분기 공개를 예고하며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에서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릴 예정으로 김우빈, 이솜, 송승헌, 강유석 등의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입니다. 김우빈은 사막화가 진행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1%의 인류에게 산소와 생필품을 배송하기 위해 오염된 대기와 헌터들의 공격을 뚫고 세상을 누비는 택배기사 '5-8' 역할을 맡았으며, 강유석은 택배기사가 되기를 꿈꾸는 난민 소년 '사월' 역할을, 송승헌과 이솜은 각각 천명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와 군 정보사 소령으로 등장해 활약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국내외의 다양한 영화계 소식을 전달해 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공개 예정을 앞둔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아 보여서 저는 설레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해드린 이야기가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즐거움을 드렸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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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전쟁을 말하는 완벽한 방법
먼저 이 영화를 보고 감탄한 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가 반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인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물으면, 그냥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고 무조건 적인 비판을 퍼붓는다.
그렇기에 "반일 하는 애들은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위안부 문제에서 화제가 되는 키워드들(성노예, 20만 명, 사죄, 배상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는 사람들과 수정주의자 및 우익사관론자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수정주의자 및 우익사관론자들의 주장은 대부분 감정적이며 정보를 왜곡해서 말한다.
하지만 알리려는 사람들은 정반대로 지혜로울 뿐만이 아니라 설득력도 있다.
이 영화를 호평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흔히들 부르는 '국뽕'이라는 게 유행했던 부끄러운 시기가 있었다.
억지로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일으키는 그런 매체들 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필자가 애국자라고 지칭하는 이들을 혐오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그들과 싸울 거면 이렇게 싸워야지."
그리고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던 미국 정부와 UN 연합의 문제점들도 언급한다.
우리가 주목하지 못한 시선을 비추어주어서 상당히 놀라웠다.
또한 편집과 전개 또한 관객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영화에서 다루는 문제에 흥미를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반일 영화가 아니라, 치밀한 편집과 전개가 어우러진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는 완벽한 영화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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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범도 화들짝 놀라는 전쟁 같은 사랑
"나는 상상했었지 나의 곁에 있는 널~" 나는 아이패드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고 있다. 그 전설적인 듀엣 송 <사랑보다 깊은 상처>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엄청 어렸을 때다. 2010년대쯤 자료화면으로 풋풋했던 박정현과 임재범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는 가사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내가 변했다고 백날 웅변해도 그 사람이 뇌가 있는 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노래를 비롯한 많은 대중가요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사랑은 참 여러모로 사람들을 얄궂게 만든다. 사랑이 없었으면 이 많은 사람들이 아플 일도 없고 꿈꿀 일도 없을 것이다.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일도 아닌데 사람을 행복하게도 우울하게도 만든다. 거의 자연재해와 걸맞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사랑의 속성을 깨달아 글로 쓴다고 쳐도 그게 나와 뭔 상관이 있는가? 싶다. 사랑과 연애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결국 '과연 나는 대체 뭘 하고 살았는가'라는 질문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말 그대로, 과연 나는 뭘 하고 살았을까? 자기 계발이랍시고 동분서주했던 건 기억에 남는데 누구를 사랑해보거나 받았던 적은 없다. 170 좀 안 되는 작은 키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남들 바지통 줄이거나 화장 처음 시도해볼 때 나는 방구석에 누워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으니 그때 치러야 했던 대가를 26살의 내가 치르고 있는 것이다. 영화와 책으로 채울 수 있는 인생의 유효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인 건 맞는데 정작 실전에는 약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위로를 하면 행복해지는 나. 사랑에 치인 지인들에겐 대체 뭐라고 말하지? 지인들에게 알맹이 없는 공수표로 보이지는 않을까?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날이 올 텐데. 내가 주변 지인들에게 하는 말처럼 익숙한 것에 섬세한 걸 놓치고 살면 안 될 텐데. 막상 내가 그런 입장이 되면 나 역시 그럴 것 같아서 가끔 두렵기도 하다. 근데 뭐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되는 게 사람 심리겠지.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가 있다. 등장인물을 실제로 만나면 단 1마디도 섞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안녕, 이방인? 주인공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방인(Starnger)이 Closer가 되다
부고 전문 기자 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길을 걷고 있다. 사람 바글바글한 미국. 남자는 왠지 반대편에 머리가 붉은 여자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눈빛을 마주칠 때, 앨리스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지만 남자와 여자는 이 계기로 서로 대화하게 된다. 무슨 일 해요? 남자는 부고 란 담당 기자라고 한다. 빨간 머리의 여자는 낯을 그렇게 가리는 타입이 아닌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사고 난 곳 근처를 산책하는 두 사람. 댄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한다. 어느새 직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는 두 사람. 남자는 '내가 글재주가 없어 부고란의 기자가 되었다'란 말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된 주인공. 잠깐 만난 사이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시간이 지나 댄은 앨리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소설에 들어갈 이미지를 찍기 위해 아나의 스튜디오를 찾은 댄. 댄은 아나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나를 꼬시려고 노력하는 댄. 어찌어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댄은 아나에게 앨리스가 온다고 말한다. 아. 이 댄이라는 놈은 애초부터 아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댄과 앨리스는 연인관계였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아나에게 꼬리를 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시작부터 15분까지의 이야기다. 15분만 봐도 정신 나갈 것 같은 전개다. 글로 풀어써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주드 로가 맡은 댄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뻔뻔하다. 영화는 댄만큼이나 뻔뻔하다. K-아침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야기를 시종일관 밑어붙힌다. 눈치가 없는 게 너무 당연해서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아마 사랑의 극단적인 예를 모아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세상 찌질이 같은 (우리) 이야기
이름은 그 사람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의미와도 닮아있다. 만약 누군가의 이름을 속여서 타인의 마음을 얻는다고 하면 그건 '자기 정체성을 숨긴다'라는 뜻과도 닮아있다. 자기 정체성을 숨겨서 얻고 싶은 게 뭘까? 사랑은 타인에게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애정이나 관심이 없으면 남이 있건 말건 신경 쓸 일이 없다. 근데 굳이 그렇게까지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을 괴롭혀서라도 찌질한 내면을 해소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영화는 사랑의 극단적인 상황을 맞물려놓고, 어떤 행동의 원인을 '이름을 속여서 사람을 꼬시는'정도의 덜떨어짐으로 귀결짓는다. 그렇게 해서 상대에게 내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 것이다. 이 '남을 흔들어 내가 통제할 수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행위는 극 내내 제시된다. 극단적인 상황의 연속이라 '난 적어도 저러지 않지'라고 생각하기 쉽다.(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행동의 한 방향만 틀면 우리 모습이라 딱히 반박하기 어렵다. 극본은 인물 간의 갈등과 사랑의 속성을 비틀며 '네 사랑 이야기도 이의 일부다'라고 지적한다.
나는 상상했었지 너의 곁에 있는 날
이 지구 상에 있는 수많은 사랑 노래들은 헤어진 전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옛사랑과의 재회는 기적 같은 일이 맞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행복한 시간이 다시 오길 바라는 것이다. 아프기도 아프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있으니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더 나았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근데 가끔 우리는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다시 만나고 싶은 걸까? 그 사람에게 오롯이 나라는 존재가 유일무이하다는 짜릿함때문은 아닐까?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채워진다는 착각은 참 사람을 비참하게도 만든다. 사실 애초부터 그런 건 없는데 말이다. 원래 우리 다 외로운 존재라서 사랑을 찾고 있는다. 이미 다 알면서 사랑에 빠지는 게 우리 인간이라는 걸 모두 다 알면서도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는 이 사랑의 단맛과 짠맛을 같이 느끼게 해 준다. 그 사람 잘 알거라 생각했다. 이름을 집요하게 묻고. 그 사람의 행동의 원인을 다 알 거라고 믿고. 행복 회로가 돌아가서 사람은 행복한 것이다. 내가 딱 아는 사람이 있다는 그 오해가 우리를 기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어떤 것의 진위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게 결국 우리가 아는 사랑의 속성이었다.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이 착각에 대해 집요하게 판다. 이 사람이 나쁜 놈인걸 아는데 '차 좀 타 줘 자기야'라고 말하는 이중성이 모든 인물에게 다 나타난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끔. 그래서 영화는 '결별-재회'의 모티브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로맨스 영화계의 불닭볶음면
난 기본적으로 매운 걸 못 먹는다. 설사가 심해서도 있고 땀이 많이 나서도 이유가 된다. 근데 그렇게 매운 걸 알면서도 가끔 당길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불닭볶음면 같은 영화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두 번 물어도 사랑에 빠질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나 <라라 랜드>의 꿈과 사랑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는 로맨스 영화계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미워도 꼭 잘됐으면 하는 마음. 그래도 그 사람 덕에 행복했다는 고마움을 일깨워는 육개장 같은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는 어디에도 없는 매움으로 가끔 생각나게 만든다. 그리고 또 이런 영화도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그렇게 나에게 상처 준 이가 미워서 거리를 둔다 치자.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필요하다. 뭐 다른 즐거운 기억 그딴 거 필요 없다. 영화는 이 사랑에 의한 마음의 흉터를 색다르게 묘사한다. 그러려면 또 잘 안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 오해하고, 또 싸우고, 찌질해지고, 타인을 안다고 믿었지만 결국 아니었고. 그렇게 지루한 과정의 연속인 게 인생의 과정 아니겠어? 지나간 인연에게 바치는 감사함은 분명히 아니지만 영화는 다른 측면에서 우리의 시야를 넓게 도와준다.
무려 18년 전 영화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게 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정말 미인이라는 것이다. 머리색을 빨간색부터 분홍색까지 가지각색으로 헤도 소화하는 소화력이 대단하다. 주드 로도 새삼 미남이란 것을 또 느꼈다. 이 두 배우의 젊은 시절 비주얼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할 듯. 또 18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캐릭터 설정을 창의적으로 잘했다. 어떤 이들에게 대입해도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사랑에 실패할 예정인 모든 이들에게
우리가 세상을 떠날 거라는 건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다 쳐도 그게 성공이 아닐 수도 있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 그래도 항상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바보 같은(나 포함) 것이 우리 모습 아닌가. 이런 우리에게 상처의 치유와 화풀이에 대해 세 번 네 번 생각하게 만든 로맨스 영화다.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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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은 조각을 가진
사별이 기본이요, 못해도 불치병 정도의 장애물 정도는 놓여야 절절한 사랑이라 할 수 있었던 90년대 뮤직비디오로 길러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유교걸에 교회피플로 자라난 내 마음이 사실 극도의 보수를 지향하고 있던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쿨한 현대 젊은이들의 '청불' 멜로를 별로 안 좋아한다.쿨하지 못해도 할 수 없다. 몸이 마음보다 개연성을 먼저 가져 버리는, 눈만 마주쳤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사랑이 시작되어 버리는 (때로는 심지어 사랑도 아닌) 전개를 나는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멜로란 자고로 감정선이 국밥처럼 절절해야 (그러나 그 표현은 애틋하고 산뜻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향을 갖고 있다.
심지어 그런 영화가 국적이 프랑스라면? 내 마음에 계신지도 몰랐던 흥선 대원군이 부스스 무덤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므로 원래는 내가 볼 영화가 아니었던 <파리, 13구>를, 보게 만든 한 마디가 있었다.
각본에 셀린 시아마 참여했대.
셀린 시아마가 누구인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감독, 그 후 전작들이 역주행 개봉하고 블루레이 출시까지 금방 될 만큼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여성의 시선female gaze"이다.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많음에도, 음험하게 착취하는 시선이 없다. 심지어 육체를 성적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성애 장면을 촬영할 때에도, 성적 대상화만을 위한 대상화는 없다. 셀린 시아마의 이야기는 그 편안한 시선 안에서 겹겹이 풀어진다. 육체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그랬고, 좋은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러니 <파리, 13구>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외로운 현대 청춘들의 청불 멜로지만, 단순한 육체의 부딪힘 그 이상의 파장을 품고 있을 거라고.
<파리, 13구>는 흑백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흑백으로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도시 중 하나일 테지만, 수많은 영화에서 다룬 도시이지만, 여태까지 봐왔던 낭만적인 색감의 파리가 아닌 흑백 속 낯선 대도시가 있다.
창문 속으로 각 집 칸칸이 스쳐 지나간다. 규모 있는 도시라면 어디에나 그렇듯, 창문으로 분절되어 있는 각각의 칸에, 각자의 취향대로 비슷한 듯 다르게 펼쳐져 있는 공간. 제각각의 이야기를 품고 단절된 사람들. 외로움이 솟아오르기 너무 쉽게 설계된 이 도시에서, 인물들은 스치고 만난다. 미국 그래픽노블 작가의 단편 세 편을 각색했다는 이 영화는, 그 스치고 만나는 사람들 사이 얼마간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에밀리는 콜센터 일에도 크게 흥미가 없고,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된 시한폭탄 같은 성격도 갖고 있다. 반대로 교사 일을 잠시 멈추고 학위를 따려는 계획을 가진 카미유는 적당하게 여유 있는 사회인의 삶을 표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금방 불이 붙지만, 이 관계에서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와, 연애는 하지 않는다며 적당하게 선을 긋는 카미유의 반응이 엇갈린다.
다른 한 축에는 노라와 앰버 스위트가 있다. 인터넷에서 1:1 영상통화로 성인방송을 하는 앰버 스위트는 금발 단발 가발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다. 법대생 노라는 학교를 한동안 쉬고 고향에서 부동산 일을 하다가 오랜만에 복학했다. 미묘한 배척의 정서를 느끼지만 그래도 학교를 열심히 다녀보려고 애쓴다. 그 일환으로 파티에 간 날, 평소와 달라 보이려고 뒤집어쓴 금발 가발 때문에 앰버 스위트로 오해를 받게 되면서 학교 생활이 어그러진다.
그떄부터 날아드는 수군거림, 각종 성희롱 메시지에 고통받던 노라는 어느 날 앰버 스위트의 방송에 접속해 묻는다. 금발 단발 가발을 쓴 자신이 정말 앰버 스위트와 닮아 보이는지. 거기서부터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둘과 둘의 이야기로 뚜렷하게 막을 가른 옴니버스라기보다, 그냥 도시를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답게 은근하게 얽혀 있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스치고, 만나고, 헤어지고, 탐하고, 밀어내고, 눈빛을 주고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에밀리와 카미유의 이야기가 좀더 전통적인 멜로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에 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라와 앰버 스위트의 이야기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운명적 사랑의 발견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단절된 공간으로 가득한 도시는 사랑마저 부유하는 외로운 공간이다. 거기서 운명적 사랑을 찾아 마무리된다는 결말은, 적어도 이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에서 알콩달콩 혹은 티격태격 이어진 시간 끝에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상정하는 결말로 끝나는 사랑은, 대도시에서는 이미 판타지 장르로 편입되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유행하고 있는 현대 서울처럼.
<파리, 13구>는 현재의 사건과 대화를 통해 인물들을 밝은 미래로 보내는 게 아니라, 현재 인물을 둘러싼 배경을 통해 과거를 대충 예단하게 한다. 대만계인 에밀리의 가족을 통해, 카미유의 가족을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그 안에서 이들이 사랑에 보이는 태도를 개략적으로 이해시킨다.
사랑을 원했던 에밀리, 사랑을 몰랐던 카미유, 사랑이 두려운 노라,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 인물들의 상황과 태도는 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가벼워 보이는 안에도 절실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우리 다 그렇듯이.
정답 같은 관계가 있을까? 거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같은 질문이다.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밖에 없고 정답은 없을 질문. 첫눈에 반한다는 것도 믿지 않는 (그래서 한 번의 눈맞춤으로 개연성을 해결하는 멜로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이 질문에도 아마 없지 않을까 대답한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랑이 모든 공허를 메우는 인생의 치트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 본원적인 고독과 각자 져야 하는 1인분의 짐이 있으니까.
같은 맥락에서 플라톤의 <향연>을 믿지 않는다. <헤드윅>을 재미있게 보았지만, 오래 전 형벌을 받아 갈라져 나온, 한때 하나였던 둘이 다시 만나는 과정이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오히려 같은 조각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에 가깝다. 인간 본원적인 고독과 각자 져야 하는 1인분의 짐 앞에서, 서로를 다독일 수 있는 옆사람의 존재.
보다가 문득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서는 <아가씨>도 청불이 아니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하고 오래 전에 주워들은 얘기를 떠올릴 만큼, 성애 장면의 수위가 높다. 그러나 음험한 착취의 시선은 없으며, 몸의 대화 못지 않게 말로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일까 어떤 면에서는 작고 섬세한 버드키스를 닮았다. 이렇게 보면 나의 멜로영화 취향에서 그렇게 많이 벗어나는 영화도 아닌 것 같다. 가장 절절한 마음을 산뜻하고 애틋하게 표현하는 멜로영화 못지 않게, 이 영화도 여린 마음 깊은 데 있는 속살을 연민이나 유난 없이 산뜻하게 드러낸 영화였다.
이런 섬세함은 플롯 외의 면에서도 빛난다. 주요 인물들의 다양한 인종 또한 구색 맞추기가 아님을 느낄 수 있고, 나이나 성별을 이유로 불필요한 위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작은 데서도 미묘하게 편안하다. 예를 들어 카미유가 여동생에게 타박 주는 말을 던졌을 때, 아빠가 나서서 열여섯살 동생에게 필요한 건 응원이라며 "네 의견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말한 순간. 짧은 장면이었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보자면 장남이고 오빠고 없이 그 의견 자체에 대한 평가만을 하는 순간 미묘한 편안함이 있다.
내가 느끼지 못한 편안함이 아마 더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와 닮은 조각을 가진 사람들이 느꼈을 편안함. 한국에서 보편적인 정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흘려보내기엔 아쉽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운명적 이야기에 감응이 없어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고, 보편적인 정서에서 소외감을 느꼈지만 소외되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분명 버드키스를 건네줄 영화라 믿는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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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올해 베스트 무비! <퍼스트 카우> 리뷰
작품명 : 퍼스트 카우
감독 : 켈리 라이카트
출연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등
<퍼스트 카우>는 최근 많은 미국영화가 주목하고 재현해온 서부극이지만, 동시에 서부극답지 않은 서부극으로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
주인공인 쿠키(존 마가로)와 킹 루(오리온 리)는 권총을 차고 사막을 횡단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남성상이 아니다.
이들은 숲속에서 버섯을 따거나 비버를 잡아 팔고, 오히려 누군가를 쫓기보다 쫓김 당하는 신세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각각 유대인과 중국인으로, 흔히 봐오던 서부극의 백인 남성의 외관과 전혀 다르다.
<퍼스트 카우>에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이러한 선택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서부극을 묘사한다. 기록된 적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의 시초를 다시 쓰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한 여성과 그의 반려견이 어느 산기슭같은 곳에서 산책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의 반려견은 냄새를 맡으면서 유독 한 장소에 집착하여 흙을 파헤쳐낸다. 그 모습이 이상했던 여성은 반려견이 흙을 파헤치는 곳으로 오게 되고, 결국에는 2구의 해골이 묻혀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켈리 라이카트의 전작 <웬디와 루시>는 영화 제목 그대로 웬디와 그의 반려견 '루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실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반려견 이름이 루시라고 한다.
어설픈 추측과 억지일 수 있지만 <퍼스트 카우>의 시작에서 보여지는 해골을 발견을 한 여성과 그의 반려견을 각각 켈리 라이카트와 그의 반려견으로 투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2구의 해골을 발견하면서 그들의 지나온 역사를 상상해보는 혹은 미래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극 중 여성의 관점 혹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관점으로 영화의 출발을 알리는 것은 아닌가 추측해본다.
19세기 서부 개척시대의 미국. 피고위츠는 집단의 식량을 담당하여 쿠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다른 남성들과 달리 쿠키는 순박하고 여린 성정을 지녀, 무리에서 소외되어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식량을 찾기 위해 숲속을 떠돌던 그는 발가벗은 킹 루와 만나게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중국인이라는 킹 루는 쿠키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지만 그들은 금세 헤어지고 만다.
그러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우연히 조우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공유한다. 갑작스레 스쳐간 아이디어.
바로 부유한 팩터 대장이 데려온 이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것이다. 이들의 계획은 과연 무사히 성사될 수 있을까?
<퍼스트 카우>는 현재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감독 켈리 라이카트의 신작이다.
<올드 조이> <어둠 속에서> <믹의 지름길> <어떤 여자들>로 평단으로부터 수많은 갈채를 받았던 그는 <퍼스트 카우>를 통해 21세기의 위대한 영화작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되었다.
<퍼스트 카우>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두 남성 주인공의 우정이다. 이 두 인물의 우정은 영화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현대를 배경으로 다시 생각해본다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부 개척시대, 기존의 서부 개척시대에서 다루는 '죽음과 생존 그리고 결투' 보다는 이 영화는' 공존과 우정'을 택하고 있다.
흔히 영화의 재미는 극적인 사건과 갈등 그리고 해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 많은 이들에게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그리고 자연스러운 영화가
얼마나 충분히 영화적, 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지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21세기의 새로운 서부극이자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 이 드라마를 많은 관객들이 느껴보시길 바란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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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
'시씨'라고 불리며 대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벳은 오늘도 무용한 하루를 견디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황후라는 칭호와 함께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그는 깊은 우울증을 겪어내며 궁에서 벗어나기 바쁘다. 궁에서는 자녀의 교육에도 참여를 제한당하고 그저 꽃같이 왕실 행사에 참석만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지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궁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는 여행을 계속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구속하려고 하는 프란츠 요제프 1세와의 갈등은 계속되고 그의 자살 충동도 나날이 커져만 가는데........
1.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삶의 공허함
엘리자벳 황후에게는 궁 안에서 보람을 느낄 만한 어떠한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황제의 '꽃'이 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저 가만히 꽃으로만 살기엔 너무 활달했던 황후는 항상 공허함을 호소했고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자신의 공허를 채우고자 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도 그의 공허는 완전히 채워지지 않고 그를 둘러싼 풍문이 그를 더 옥죄어온다. 이런 그의 허탈함은 자살 충동으로 이어져 한 번은 왕과 다투고 난 후 궁전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영화 속 그의 행동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을 주어 이기적으로도 보인다. 그의 갑작스러운 변덕 때문에 체면을 중시하는 그의 가족들이 불편을 표출하고 그런 모습을 통해 그가 상처받는 악순환을 보면서 관객으로서도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특히 그가 왕 이외에 다른 남자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은 풍문이 생기는 것이 이해가 될만큼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영화 시점상 그가 이미 40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정신 질환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쯤이면 자신의 질환에 대해 궁극적 치료를 기대하기에는 이미 갈 데까지 가버린 상태였을 것이고 자신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을 만큼 이성의 끈을 많이 놓았던 상태였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였을까. 삶을 살아낸다는 느낌보다는 버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2. 발칙한 시씨 황후의 일면
영화 속에서 실제로 했던 장면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황후를 아이코닉하게 그려낸 인상적인 몇몇 장면이 있다. 만찬 자리를 나가며 가운데손가락을 올린 장면을 꼽을 수 있겠다. 왕실 사람들에게 품위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그의 행동은 왕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길게 길렀던 머리를 자르는 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이하는 시녀를 자신처럼 둔갑시켜 공식 행사에 참여시키는 등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 때부터 그는 소위 막나갔던 것 같다. 마치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다시는 왕실에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영화 말미 여름 별장에 찾아온 왕에게 전에 없는 친절한 모습을 보여 의아했는데 그는 왕에게 마지막 접대하는 마음으로 그를 떠나갈 준비를 한 것 같다.
스포를 좀 하자면 이 영화의 엔딩은 실제 엘리자벳 황후의 삶과는 관련이 없다. 100% 감독의 상상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영화 관람 후 계속 곱씹었다. 왜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비틀어 관객에게 보여준 것일까? 결론은 하나다. 감독은 왕실에 갇혀 날아가지 못했던 그에게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 것 같다. 그의 힘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왕실 생활에서 벗어나 그가 가장 갈망했던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준 것이 아닐까. '그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아이러니하지만 황후의 주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황후의 삶은 새드엔딩이었지만 영화 속 그 선택으로 황후의 삶은 누구보다도 해피엔딩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은데 너무 큰 스포가 될 것 같아 영화를 보고 다시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그럼 이해될 것이다.
3. 총평
항상 자신의 몸을 코르셋으로 조이며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엘리자벳 황후의 이야기는 여러 버전으로 제작되어왔다. 몸을 옥죄는 코르셋과 같았던 삶을 살았던 그의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큰 임팩트를 주는 듯하다. 다 가진 것처럼 보이던 사람의 비극에 대중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단 안타까움일까, 동질감일까.
영화 자체는 지루한 감이 있지만 영화 속 반전으로 표현되는 특별한 킥이 있다. 한 번쯤은 감상해도 괜찮을 영화다. 참고로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황후가 표출하는 자유로운 몸짓은 애잔해 보이기까지 한다.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 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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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속 감춰진 ‘WOW’ 한 인생 스토리
정말 ‘WoW’한 인생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제목 그대로 평범하지 않은 질환을 가진 한 청년의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속 비범한 인생 스토리를 그린다. 가족도 몰랐던 이 청년의 삶은 저마다 고통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큰 의미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평생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게임을 즐기다 세상을 떠난 그의 인생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년의 이름은 두 개다. 실제 삶은 마츠, 그리고 온라인 게임 내에서는 이벨린으로 불린다. 마츠는 태어나면서 뒤셴이란 근육 질환을 가진 채 태어난다. 어렸을 때부터 성장이 더디고 자주 넘어지는 건 물론,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그에게 유일한 낙이 있었으니 바로 ‘WoW’였다. 가족이 말릴 수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었던 그는 안타깝게도 25살로 생을 마감한다. 부모는 아들의 부고를 그가 생전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리기로 하고, 아버지 로버트는 글 하단에 메일 주소를 남긴다. 이후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로버트의 메일함에는 마츠를 향한 고마움과 명복을 비는 소식이 도착하고, 이로 인해 가족들은 아들의 또 다른 인생을 알게 된다.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은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첫째는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 둘째는 현실 세계가 아닌 온라인, 그것도 게임 내에서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감독은 마츠이자 이벨린의 믿기 힘든 삶을 오롯이 영상으로 옮기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두 고정관념에 쌓여 있는지를 확인시킨다. 그리고 주인공의 온·오프라인 삶 속 비범함을 일깨운다.
일단 마츠의 삶은 암울하다. 점점 죽어가는 근육처럼 마츠의 인생도 점점 행복을 잃어간다. 하지만 ‘WoW’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뒤바뀐다.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말처럼 그는 온라인에서는 실제 모습이 아닌 다른 역할로 살아갈 수 있다. 마치 <아바타>의 제이크(샘 워싱턴)가 아바타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자유롭게 걷고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건 그가 온라인상에서 탐정 이벨린으로 살아가면서 페이커처럼 영웅적 성과를 올리는 것에 주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함께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도 했다. 게임을 통해 빚어진 부모와의 갈등을 봉합해 주고, 자폐증 아들과 소원해진 엄마의 고민을 듣고 이를 도움도 준다. 마치 대화하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말했던 이벨린의 고마움은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서 듣는다. 그만큼 마츠는 이벨린이었을 때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긍정적 요소만 나오는 건 아니다. 마츠 또한 인간이기에, 자신과 달리 평범하게 사는 온라인 친구들에게 시기와 질투, 자격지심을 얻는다. 이로 인해 이간질을 서슴없이 하고,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불편한 행동을 일삼는다. 점점 죽음을 향해 가는 실제 삶의 고통이 온라인으로 번진 것. 이때 게임 속 친구들은 자신들이 받은 도움만큼 그에게 손을 내민다. 물론, 감정이 상하고 화가 나는 등의 과정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 이들은 다시 이전의 관계를 회복한다. 마치 현실 속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런 마츠의 숨겨진 인생을 좀 더 흥미롭게 따라가기 위한 형식도 눈에 띈다. 감독은 실제 가족의 인터뷰와 홈비디오 영상을 통해 가족이 생각하는 마츠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상 구현과 마츠의 블로그 글, 온라인 친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벨린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실제 그의 삶을 보여준 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삽입 후 게임에 접속해 몰랐던 이벨린의 생각을 엿보고, 감정을 느끼게 한다. 형식 자체로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나눠 표현한 건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며 좀 더 마츠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마츠의 숨겨진 인생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거시적인 성과의 기폭제가 된 건 아니다. 그냥 한 청년의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삶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제목에 낚였다고 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있을 듯하다.
마츠는 이벨린으로 살면서 평범한 현실 속 자신을 온라인 상에서 투영한 것처럼 보인다.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그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다는 걸 영화는 오롯이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모습을 비범하다고 표현한 건 앞서 말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해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장애인으로서 이런 삶을 살 수 있구나, 너드 커뮤니케이션으로써 활용되는 게임에서 이런 일들일 벌어지는구나 하는 놀라운 그러나 편협한 생각들. 이 생각들로 마츠의 삶이 비범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아이러니하지만 비범함이 평범함으로 바뀌는 그 순간, 비로소 이 작품이 가진 비범함을 알 수 있을 듯하다.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 5.0
한줄평: 온라인에서도 인생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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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자동차 사고
06:06 부모와 자식
07:16 악의 기원
09:46 별점 및 한 줄 평
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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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진 것은 트럭 한 대와 총 한 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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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국경 지역을 지키며 조용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주지만
무자비한 놈들의 공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은 길을 나서고
마약 카르텔의 표적이 되어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