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22 17:28:18
아카데미 시상식의 숨겨진 비밀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카데미 시상식!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신가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련 정보들을 씨네픽이 모아 봤어요!
레드 카펫의 색깔은 특허 받은 ‘버건디’

아카데미 시상식의 카펫 색깔은 버건디에 가까우며, 복제품을 막기 위해 정확한 색상값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에는 무려 62년 만에 레드카펫 대신 베이지 색상의 ‘샴페인 카펫’을 사용해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레드카펫 설치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시상식에서 사용될 레드카펫을 까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8명의 인부를 동원해 거의 900시간에 육박하는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수상 후보자도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모든 수상 후보자에게는 각각 2장의 입장권이 주어지지만, 추가 입장권의 경우 장당 150달러~1000달러, 한화로는 19만원 ~ 130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격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돌비 시네마 내 좌석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네요.
애프터 파티 티켓값은 1억 3천만원(!)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다양한 애프터 파티가 개최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있기있는 건 미국의 연예정보 패션 잡지인 ‘배니티 페어’의 ‘오스카 애프터 파티’라고 합니다. 티켓은 2만5천 달러~10만5천 달러, 한화로는 3천만원~1억 3천만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억 단위 상당의 선물이 들어 있는 답례품

개인 부문의 25명의 후보자 전원에게는 억 단위 상당의 선물의 포함된 구디 백이 증정되는데요, 올해는 Miage의 스킨케어 제품, Havaianas의 여행용 가방과 플립플랍 샌들, Blush Silk의 실크 베개커버, PETA의 여행용 베개 외에도 다양한 쥬얼리, 영양제, 신발, 의류, 초콜릿, 데킬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오스카 트로피는 진짜 금으로 만들었을까?

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는 속이 꽉찬 청동에 24K 도금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크기는 13.5인치(34.29cm) 정도에 무게는 8.5파운드(3.8kg)정도로, 트로피에 붙일 명패는 미리 만들어 두며 모든 후보자의 이름을 새겨 두기 때문에 거의 200개의 명패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상자들에게 따로 상금을 수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해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자들은 평균적으로 다음 영화에 출연할 때 20% 정도 인상된 금액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리허설’을 한다

매년 깜짝 놀라는 재미가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이지만, 전날밤에는 시상자, 공연자, 대리 수상자와 사회자를 모두 불러 가짜 수상자 봉투와 복제 트로피 등을 활용해 리허설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가짜 수상자를 발표할 때는 “오스카 수상자는 [이 리허설에서만] ~ 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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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아름다운 노래를 쌓자
지난 세기에 태어난 사람 중 아바(ABBA)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컨대 80년대 한국의 중학생이었던 나의 부모는 아바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4명의 혼성 그룹이 둘씩 부부라는 이야기를 신기하게 여겼으며,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그들이 부르는 흥겨운 노래를 청춘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자동차 뒷자리에서 들은 그들이 틀어 둔 아바의 노래들은, 이후 90년대에 태어난 내게 ‘어린 시절 가족 여행’이라는 기억에 박제된다. 바깥으로 눈발이 날리는 강원도의 도로를 달리면서 듣는 <winner takes it all>은 어린 마음을 아련하게 흔들고, <dancing queen>은 경쾌하게 기쁨의 온도를 높였다. 비슷하게 아바의 노래에 기억을 포개 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의 음반 판매량과, 음반 이후의 세대도 아바를 기억한다는 점, 게다가 영화와 뮤지컬로 여러 차례 그들의 음악이 새로운 세대를 계속 만났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 <아바: 더 레전드>는 그야말로 ‘더 레전드’인 아바의 음악과 그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70년대를 친절하게 조망해 주는 영화다. <Waterloo>로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했던 유로비전 무대를 필두로 하여, 네 사람의 환한 미소가 담긴 흑백 사진과 익숙한 음악으로 문을 열고, 아바의 첫 싱글부터 되짚으며 그 아우라를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아바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자신의 추억까지 포함한 과거의 기억을 돌려주며, 그들의 음악이 남긴 반짝임만 느꼈던 이후 세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음악의 낯선 서사를 잘 정리해 준다. 그러므로 누구와 함께 보아도 좋을,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전설의 시대를 선형적으로 정리하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미 ‘더 레전드’가 되어 있는 지금의 이면을 비춘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환하게 빛나고, 밝고 힘차고,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았다는 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아바의 노력이나 그들이 겪은 무대 이면의 시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70년대로 우리를 데려가는 이 영화는, 당시 아바에게 꽂히던 다양한 시선을 고루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알지 못하던 아바를 드러낸다.
종이와 연필보다는 머리에 곧바로 남는 멜로디를 찾아내는 순간, 키치한 옷차림의 “가벼운 팝” 그룹이라는 이유로 평론가들의 혹평을 뒤집어쓰거나 반대 시위에 맞부딪히거나 아바의 음악을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목소리를 마주하는 순간, 그들의 음악보다는 관계나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성희롱적 발언에 더 관심이 있는 언론 앞에 서는 순간, 여성 멤버들의 관계에 대한 가짜 뉴스가 퍼지는 걸 들으면서도 실상은 건강한 경쟁심을 발휘해 무대를 준비하는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을 지켜보면서, 아바가 얼마나 건강하고 빛나는 아티스트인지를 새삼 깨닫는 한편, 아바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들의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보았다는 기시감도 동시에 느낀다. 사람들의 반응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비판이라고 생각하며 던지는 말들 중에는 단순한 비난이 얼마나 그럴 듯하게 섞여 있는지, 수많은 말의 홍수 속에서 그걸 걸러내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안에서 길을 잃기는 얼마나 쉬운지 한 걸음 멀리서 보게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아바는 ‘일의 기쁨과 슬픔’ 안에서 파도 타기를 계속하며 자기 세계를 확장해 결국 전설이 된다.
아바의 노래는 쉽고 다정하다. 그러나 동요처럼 마냥 해맑다는 느낌보다는, 그림자를 아는 빛 느낌이다. 기묘하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 들어 두근거리는데, 그 세계가 아바의 목소리처럼 밝고 힘차서 나를 해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정말 “영 앤 스위트 온리 세븐틴”의 마음이다. 그 아바의 노래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A면이라면, 이 영화는 마치 음반 B면에 들어있는 명곡 같다.
최선을 다해 자기 색깔을 기세로 밀어붙인 이들은 그렇게 A면과 B면을 아름다운 노래로 가득 채운 명반 같은 존재가 된다. 스무 살이 된 제천의 세월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하며, 개막작으로 더없이 완벽한 선택이었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길이길이 기억될 아바의 시간과 제천의 시간을 동시에 기대하게 된다. 이 두 이름에 포개진 추억을 가득 가진 모두의 시간까지 가득 담아, 오래오래 아름다운 노래를 쌓자.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일정]
9월 5일(목) 19:00 제천예술의전당(개막식)
9월 7일(토) 17:00 제천시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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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11월의 반쯤까지 왔네요.
세월은 정말 빨리갑니다.
또한 날씨도 많이 추워졌으니, 더욱 더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어김없이 씨네픽은 매주 한 주의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는 11월 12일, 13일, 14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시간인데요.
그럼 11월의 셋째 주,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시작해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이터널스>(-)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는 이번 주말(12~14일)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동안에만 무려 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246만 5867명입니다.
쉽게 이번 주 2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과연 총 누적 관객 수 300만명까지 돌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2위. <강릉>(NEW)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새롭게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강릉>입니다.
<강릉>은 같은 기간동안 12만여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지난 10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는 18만 5356명을 기록했습니다.
(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가 배급한 작품으로 배우 유오성과 장혁이 주연을 맡은 이른 바 누아르 장르의 영화인데요.
청소년관람불가의 등급의 영화인만큼 흥행적인 부분에서 제한이 있긴 하지만,
할리우드 대작들 틈에서 모처럼 반가운 국내 누아르 장르라는 희소성이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것 같습니다.
3위. <듄>(▼1)
▶주말 박스오피스3위는 전 주 대비 한 계단 순위하락한 <듄>입니다.
주말동안 12만명이 넘는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이로써 총 누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돌파, 110만 8417명을 기록했습니다.
꾸준히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 과연 누적 관객 수 150만명을 기록할 수 있을까요?
끝까지 여러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이번 주 <이터널스>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43%, 남성 57%로 남성 관객들이 더 많은 비율로 관람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39%로 가장 많이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30대가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대와 30대의 합한 비율이 총 77%로 영화 <이터널스>의 주 소비자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 또한 <이터널스>의 주 관람 연령층은 20, 30대 젊은 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씨네픽은 이번 주 74회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11월 12일~14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하고 정답자분들에게 상금을 드리는 이벤트인데요.
지난 주에 이어 이번 회차에서 또한 참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총 상금이 커지는 특별 이벤트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럼 씨네픽 이벤트 참가자분들의 예상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는 어땠을지 확인해보록 할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가자 중 대부분은 <이터널스>의 1위를 예측했습니다.
<이터널스>의 1위를 예측한 참가자는 총 306명으로 전체 참가자 비율의 9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이터널스>의 박스오피스 1위를 예측한 연령대 별 참가자는 20대- 118명, 30대 - 115명입니다.
각각 1위를 예측한 전체 참가자 비율의 38%, 37%를 차지하는 비율이며, 20대와 30대 비율을 모두 합하면 75%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터널스>의 박스오피스 1위를 예측한 성별 참가자 비율은 남자 - 83명(26%), 여자 - 150명(49%)입니다.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의 정답자는 총 26명으로 전체 참가자 중 12%에 해당되는 수치입니다.
정답자 모두에게 상금이 주어졌으며, 모든 참가자 분들과 정답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또한 축하드립니다! :)
다음 주에도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4위. <아담스 패밀리 2>(▲3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유니버설 픽처스의 애니메이션 <아담스 패밀리 2>가 차지했습니다.
주말 관객 수 6만여명,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3천여명을 기록했는데요.
<아담스 패밀리 2>는 오스카 아이삭,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해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시즌 2로 돌아온만큼 전작을 기다려온 관객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과연 얼마만큼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5위.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NEW)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만 9천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4만 8천여명을 기록했습니다.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은 <이터널스>, <듄>과 같은 블록버스터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과연 앞으로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은 스페셜 극장판 가운데 첫 번째로 혈귀로 변한 여동생 네즈코를 구하기 위해 칼을 든 소년 탄지로가 귀살대원이 돼 펼치는 필사의 사투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고퀄리티 작화와 감동적인 서사로 많은 영화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지난 주에 이어 11월 5일 개봉한 <이터널스>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에만 무려 $27,500,000(한화 약 324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118,765,255(한화 약 1,401억)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새롭게 박스오피스에 등극한 <Clifford the Big Red Dog>입니다.
주말동안 $16,420,000(한화 약 19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22,000,775, 한화로 약 259억원입니다.
<Clifford the Big Red Dog>는 가족 드라마 장르로 뉴욕에 이사 온 12살 소녀 '에밀리'가
운명처럼 작고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12월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 그리고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각각 3위, 4위, 5위로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씨네픽이 준비한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도 더욱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씨네픽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힘차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고 한 주동안 건강하세요!
그럼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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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질> - ‘낯선 얼굴들이 펼치는 본능적인 추격전’
인질 (Hostage: Missing Celebrity, 2021)
개봉일 : 2021.08.18
감독 : 필감성
출연 : 황정민, 김재범, 이유미,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낯선 얼굴들이 펼치는 본능적인 추격전’
개봉에 앞서 진행된 시사회 이후 ‘황정민이 황정민 한 영화’로 입소문을 탄 필감성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 <인질>. 황정민 배우가 ‘배우 황정민’을 연기한다는 영화의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잡아끌었는데, 거기에 황정민 배우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니 나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레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황정민 배우님이 나오니까 봐야지!’하고 말이다.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치고는 약간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도 있었으나 과하다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기엔 조금 머쓱한 부분이 존재하니 참고하시길!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감과 몰입감이다. 실존하는 ‘배우 황정민’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세워놓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쩌면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도 있겠다.”싶은 느낌을 주며 관객들을 황정민 배우의 옆에 폭삭 앉혀놓는다. 그리고 정신 차릴 틈 없이 강렬하고 폭력적인 인질범들을 비추며 관객들의 시선을 묶어놓는다. 더불어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날것의 흔들림을 그대로 담은 초반부는 ‘배우 황정민’과 그를 납치하는 낯선 얼굴들에 생동감을 더하며, 인물들이 흘리는 땀과 퀴퀴한 공장 냄새를 화면 너머로 뿜어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모두가 정말 불쾌할 만큼 인간적이다.’
<인질>을 보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것만이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악하기도, 선하기도, 나약하기도, 이기적이기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신하기도 한다.
내리막길을 타는 내 인생을 구제하기 위해 돈 많은 톱스타 황정민을 납치하고 돈을 마련하지 못한 다른 피해자를 잔인하게 죽인 인질범들의 모습에서 악한 인간의 본성을 느낄 수 있었고, 악한 마음을 지니고 한편이 된 인물들마저도 각자의 이득을 향해 등을 지고 달려가는 지독하게 인간적인 모습들이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한몫한다. 그리고 죽음의 위기 앞에서 배우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운명 공동체인 소연과 함께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황정민의 모습에서 강인하면서도 선한, 정 반대의 인간의 본성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인질>의 또 다른 등장인물. 인질과 인질범이 아닌 사람들은 이 납치 사건을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소비한다. 지지부진하던 사건 조사는 톱스타 황정민의 납치와 함께 급물살을 타게 되고 사람들은 이 사건에 집중한다. 길을 지나는 사람도, 무심한 표정으로 뉴스를 들여다보던 사람도 ‘황정민’이라는 이름에 눈을 반짝이며 사건을 지켜본다.
차후 사건이 해결되자마자 사람들은 빠르게 관심을 거둔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악몽으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새로운 이야기로 소비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공들인 현실 고증을 곁들여서. 비슷한 이미지의 신인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는 배우 황정민의 표정을 보며 이질감과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스피디하고 막힘없이 진행된다. 관객들이 액션 장르에 기대하는 두근거림과 쾌감에 대한 기대치는 부족하지 않게, 무난하게 채워낸다. 뒷심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이 영화가 판타지나 히어로물은 아니기에 고를 수 있었던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을 거라 이해해 본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지만, 액션과 몰입도만큼은 상당히 훌륭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낯선 얼굴들이 신의 한 수였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황정민 배우님이 <인질>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이 떠오르게 될 것이라 언급했었는데,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본모습과 가장 가까운 인물 ‘배우 황정민’을 실제와 가상의 경계의 선에서 적당하게 표현해낸 황정민 배우님이 연기력도 상당했지만, 그에게 뒤지지 않는 강력한 눈빛을 보여준 김재범 배우님의 존재감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만일 <인질>과 본인의 취향이 정말 맞지 않았던 누군가가 ‘이 영화는 남는 게 없다.’고 평가한다면 나는 ‘취향이 어떻든, 누가 봐도 배우들만큼은 명확하게 남은 영화’라고 반박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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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랑호에는 바닷물고기도 민물고기도 산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의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는 않았는데 전 세계 18개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고 하니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프랑스 버전의 <위험한 만찬>이 제공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은 저녁을 먹는 동안 핸드폰의 모든 전화와 문자를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묘한 감정싸움과 드러나는 갈등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서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이서진 배우님의 살짝 어색한 연기 빼고는 다 괜찮았다. 아마 이서진 배우님의 바른 이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들의 고향은 강원도 속초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성과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네 명의 친구는 석호인 '영랑호'에 모여서 월식을 기다리며 투닥거린다. 싸우는 이유는 영랑호가 바다인지 아닌지이다. 바닷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바다라고 하는 친구와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민물 호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장인 것을 잊고 '얘들아, 너희 둘 다 맞아'라고 말할 뻔했다.
두 친구의 이야기가 둘 다 맞은 이유는 석호의 특징 때문이다. 석호는 중·고등학교 과학 수업이나 지리 수업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이다. 원래 바다였다가 모래 퇴적층인 사주가 물길을 막아서 호수가 된 형태를 말한다. 바다와의 길이 완전히 단절되는 곳도 있고,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곳도 있다. 처음에는 원래 바다였던 곳이라서 염분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물인 하천의 물이 유입되면서 점점 옅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바다와의 격리가 모래로 된 것뿐이라서 지하를 통해 해수가 섞여 들어오기도 해서 흔히 이야기하는 담수 호수보다는 염분이 높다.
영랑호는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케이스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호수를 기수호라고 한다. 이런 기수호는 담수호와 비교하면 플랑크톤이 풍부한 편이다.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가 모두 사는 것도 당연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석호는 오랜 시간을 걸쳐서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영랑호의 나이는 많을 수밖에 없다. 8,000년 전에 생성되었고, 이름은 신라의 화랑이었던 영랑이 발견하면서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속초에는 대표적으로 청초호와 영랑호 두 곳의 석호가 있는데 청초호는 항구개발과 매립으로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영랑호는 호수 원형을 잘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100년 전보다 호수 면적이 조금 줄고 주변 습지와 연못이 모두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영랑호에도 시련은 있었다. 1980년대에 주변으로 유원지가 개발되었고 양어장, 낚시터, 주거지, 리조트의 오·폐수가 영랑호로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되기도 했다. 수질이 악화되니 악취도 심해졌고 벌레도 많아지게 되었다. 결국, 1996년에는 깔따구 퇴치작업도 진행되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물고기의 떼죽음과 녹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 있다 보니 영랑호에는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준설, 호안 정비, 오·폐수 차집관로 매설 등의 사업에 총 4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였다. 지금 영랑호의 수질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속초시도 같은 생각인지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곧 뒤통수를 치고야 만다.
영랑호에는 원앙, 수리부엉이, 수달, 가시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생물을 비롯한 다양한 종의 어류와 조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먹이가 있으니 다양한 동물들도 찾아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날아와서 탐조하시는 분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곳이기도 하고, 2013년 1월에는 국내 미기록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거에 주변지와 내수면개발을 진행되면서 수질이 악화된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도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개발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금야금 영랑호에 카누 선착장을 만들었고, 호수 안에 모터보트를 허가해줘서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만큼만 해도 과잉 개발처럼 보이지만 생태가 좋은 곳이다 보니 영랑호와 그 주변은 끊임없이 관광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왜 좋은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속초시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업은 호수 안쪽의 수면과 물가에 인공구조물을 대규모로 설치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호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부교다. 수많은 사업이 있었지만 이런 사업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교는 물에 띄워놓는 형식의 다리다. 호수의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석호의 자연생태계에 큰 피해가 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수질 악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지역까지 간섭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동·식물들에게도 부교의 설치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영랑호가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다른 문제도 생긴다. 인근 지역의 다른 석호들도 개발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성의 송지호와 화진포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조건의 자연이 개발되면 ‘유사 사례’로 언급하기 일쑤고, 선례로 악용하여 떼쓰곤 한다. “왜 저기는 되고 우리는 안된단 말입니까”가 먹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신청이 가능해지자 전국의 4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케이블카를 신청한 것과 같은 현상과 같다.
주민들과의 갈등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이미 영랑호는 과잉개발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구조물(데크 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서 도보로 인한 보행과 자전거 이용한 산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약 1시간 20분 정도면 영랑호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진행은 경제적인 효과 역시 담보하고 있지 않다. 속초시가 현재(라고 쓰고 뒤늦게) '관광수요 추정'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지만 이미 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중에 맡긴 것이니 신뢰하기는 어렵고, 심지어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쓴 예산이 코로나를 핑계로 집행했다는 것에도 신뢰가 무너졌다.
속초시에서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관광객들의 마음이다. 관광객이나 주민들은 영랑호에 '인공구조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러 오는 것임을 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속초는 1년 방문객이 2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중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의 2/3 정도가 방문하는 것이고 이는 곧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관광객의 수를 늘리려는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관광산업에 대한 왜곡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머무르지 않는 관광, 쉽고 빠른 둘러보기가 가능한 관광으로 획일화되면 오히려 고유의 생태적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속초시가 시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사람들이 모이자 시민들의 모임을 환경단체라고 명명하고 '원래 그런 사람들'로 취급하고 있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고, 심지어 학생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1인 시위도 하고 있고, 몸자보를 하고 걷기도 하고 있고, 반대 서명도 받는다. 속초시 인구의 3% 이상의 서명을 받았지만 역시 묵살되고 있다. 속초시는 지자체에 우호적인 단체들에게 부탁해서 찬성하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걸었다는 의심도 받았다. 의심은 현실인지 불법 현수막에 대해 신고했지만 걷어가지도 않았다. 시민들은 영랑호를 지키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쉽지 않다.
영랑호에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들은 서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갈등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울려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석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름답고 희귀한 석호를, 기수호를 이런 식으로 잃는다면 어른들은 영랑호가 바다인지 민물 호수인지 다투는 아이들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살아왔는데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마저 빼앗아서는 안 된다.
감독님이 이런 영랑호의 모습을 영화의 전반적인 모습으로 담고 싶으셨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조금은 같은 마음일 것이었을 것이라 기대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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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로드킬 동물에게서 자신을 본 여자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타국의 하늘(Foreign Sky)
US, Japan/2005/72min/금선희 감독 작품
당신이 길거리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본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잠시나마 애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타국의 하늘〉을 연출한 금선희 감독은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없이 동물의 사체를 바라봤다. 동물의 사체에게서 자기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운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선희 감독은 재일조선인 3세다.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그의 증조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먹고 살기가 낫다는 소문을 듣고 192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간도 대지진이 일어났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의심받아 수없이 살해당했지만, 증조할머니는 다행히 이 비극을 비켜 갔다. 해방 후에는 200만 명의 재일조선인 중 70만 명이 일본에 남았다. 남은 자들은 쓰레기장에서 살며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이 판 고철은 무기가 되어 한국전쟁 중인 남한에 수출되었다 한다. 먹고살기 위해 한 일이 동족을 목숨을 겨냥한 지독한 아이러니로 이어진 것이다.
재일조선인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조선 특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본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일조선인은 남한과 북한 중에서 국적을 선택하라고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한 사람들의 국적은 사라진 나라 ‘조선’으로 표기되었다(심지어 일본과 대립했던 북한은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자녀도 ‘외국인’으로 남았다.
조선에서 왔고, 일본에서 정착했으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재일조선인에게 손을 내민 건 북한 정권이었다. 일본에서 학교 폐쇄 등의 탄압을 겪던 이들은 북한의 도움으로 학교를 건설하고 ‘민족’ 교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 아이들이 ‘김일성이 영원히 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노래를 기꺼이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항상 차별만 받다가 10일간의 북한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았다는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재일조선인이 기댈 유일한 구석이었다.
그러나 재일조선인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일본이 보도하는 악마화된 북한의 모습과 공존할 수 없다. 금선희는 지독한 혼란에 시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인 학교 규정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던 그는 이중의 분노를 느꼈다. 첫 번째 분노는 치마저고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는 일본인을 향하고, 두 번째 분노는 여학생에게만 민족의 옷을 입힌 학교를 향한다. 금선희는 두 번의 분노로 ‘재일조선인’인 동시에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했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한 고민은 그가 미국 유학을 택한 계기이기도 했다. 요컨대 금선희는 복수의 억압된 정체성에서 오는 지독한 소외를 자기 성장의 자원으로 삼았다.
이제 우리는 왜 금선희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에서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동시에 봤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금선희와 도로 위 동물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단단하게 자리 잡은 길 위에 던져진 연약한 존재다. 가해자는 그들의 존재를 기억조차 못 한다.
때문에 동물의 사체를 도로 옆 땅에 묻어주는 금선희의 행위는 동물을 애도하는 일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 모두를 애도하는 일이다. 이제 남은 건 길을 만든 사람, 길 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몫이다.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동안 피해자는 자신의 슬픔을 모두를 위한 윤리로 확장하여 질문을 던졌다. 이미 부패가 시작된 동물의 사체는 길 위에 끈적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동물의 사체가 길 위에 남긴 흔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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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영화 리뷰를 쓰기 전에는 꼭 스틸컷을 들여다봅니다. 스틸컷만 다시 보아도 영화관에서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인데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리뷰를 쓰기 전에 영화의 스틸컷을 쭉 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자꾸 아릿해져 옵니다. '오늘도 리뷰 쓰기 쉽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습니다.
때로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 어떤 실사 영화보다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지요. <로봇 드림>이 딱 그러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어쩌다 가슴팍을 부여잡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로봇 드림>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로봇 드림>은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Summary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출처: 씨네 21)
Cast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사랑했었던 우리를 기억해
<로봇 드림>은 외롭게 살던 어느 '도그'와 그의 삶에 생기를 채워준 어느 '로봇'의 이야기입니다. 딱딱한 기계의 대표 주자인 로봇이 생명체의 생기를 채워준다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하는 영화인데요. <로봇 드림>의 캐릭터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개인적인 애정을 담아 '도그'는 '강쥐', '로봇'은 '로봇이'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로봇이는 강쥐와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합니다. 음료를 나눠 마시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고, 산책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춤추고, 게임하고, 손잡고…. 이 모든 일들을 처음 겪는 로봇이에겐 서툰 점이 많습니다. 강쥐가 손을 잡자, 그 손을 부숴버릴 것처럼 맞잡아 버리는 식이죠. 그러나 똑똑한 로봇이는 다시 살포시 손을 잡아주는 강쥐를 보며, 그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프로그래밍합니다.
어느 날, 강쥐와 로봇이는 해수욕장에 놀러 갑니다. 바닷속을 탐험하며 신나게 하루를 보내죠. 그런데 로봇이의 몸속에 너무 많은 물이 들어가 버린 탓일까요? 바닷가에서 쉬던 로봇이는 그만 먹통이 돼버리고 맙니다. 강쥐는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이를 어떻게든 집에 끌고 가보려 하지만, 그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직 눈과 입을 움직일 에너지가 남아있었던 로봇이는 강쥐에게 눈인사를 하며 웃어 보입니다. '얼른 가.' 로봇이의 얼굴을 마주한 강쥐는 무거운 발걸음을 뗍니다. '내일 꼭 돌아올게.'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이면 그다음 날부터 해수욕장의 하절기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 출입이 금지됩니다.
로봇이와 생이별하게 된 강쥐는 다시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로봇이 역시 강쥐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세 계절을 나죠. 그렇게 가을, 겨울, 봄을 거치는 동안 강쥐와 로봇이에게는 각자만의 새로운 날들이 펼쳐집니다. 서로가 희미해지다가도 다시금 선명해지는 나날들, 그 시간을 지나 강쥐와 로봇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로봇 드림>은 강쥐와 로봇이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앞에 두고, 그 후의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갑니다.
<로봇 드림>에 관한 여러 자료에서 '우정'을 강조하는 카피를 여럿 보았습니다. 시놉시스에서도 강쥐와 로봇이의 관계를 '둘도 없는 단짝'이라며 아주 친한 친구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것이 우정에 관한 영화라면, 제가 지금까지 사귀어 온 친구들은 모두 다 친구가 아니었을 겁니다. 단언컨대 이것은 '사랑',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엔딩은 예전에 즐겨 보았던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한 대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단어의 반대말은 '미워한다'도, '싫어한다'도" 아닌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이다.
몸에 배어버린 사랑의 기억은 함께 듣던 음악만 들어도 나를 춤추게 하고, 내 입은 자꾸만 그때 그 음악을 흥얼거립니다. 미워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기에 재회의 순간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죠. 헐레벌떡 다가가서 붙잡고는 '보고 싶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둘은 사랑했었던 기억을 마음에 품고, 그저 사랑을 추억하는 것으로 끝낼 뿐입니다. 영화 내내 둘의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노래 'September'의 가사처럼 말이죠. "Do you remember?" 그리고는 지나간 추억을 뒤로한 채, 지금의 동반자에게 지난 사랑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합니다. 손은 지나치게 꽉 잡지 않고, 바다에선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별과 만남, 이것을 어떻게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성숙한 사랑이죠. 캐릭터에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것도 수많은 이름들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로봇 드림>을 감히 강쥐와 로봇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판 <라라랜드>라고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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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하게 미소 짓는 로봇이의 성장기
<로봇 드림>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이 영화에 단 한 줄의 대사도 없다는 것입니다. 감독과 제작진은 그럴싸한 말들이 귓가에 앵앵대는 소음의 세상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서사를 만드는 마법을 구현했습니다. 대사가 없는 시공간을 살아있는 디테일로 채워 넣은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대사가 없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영화에 집중하게 되죠.
영화의 살아있는 디테일 중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바로 로봇이의 미소입니다. 로봇이는 언제나 활짝 미소 짓습니다. 저였다면 '인생이 어쩜 이래' 하며 찡찡거렸을 것 같은 순간에도 로봇이는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고는 웃습니다. 저는 해변에 남겨진 로봇이를 걱정하면서도 그의 밝은 미소에 몇 번이나 저항 없이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로봇이니까, 행복하게만 프로그래밍된 것 아닐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로봇이는 기계라기보다는 세상, 사람, 사회, 감정을 처음 맞닥뜨린 어린 청년과 같은 존재입니다. 중간에 스치듯이 등장하는 다른 집의 로봇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마구 때리고 괴롭히는 집에 사는 로봇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로봇이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강쥐를 만나 맑고 해사한 로봇이 되었죠. 그랬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몸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따뜻한 대지가 되어줄 수 있었습니다. 로봇이에게 강쥐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한 개체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와 자식,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동반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 ⊙ ⊙
어느 계절에나 떠오를 또 하나의 영화가 생겼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One-Liner
꿈속에 그리던 당신에게 보내는 다정한 끝인사, "Do you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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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매니아라면 올해 놓치면 안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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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맨, 넷플릭스에서 보기 아까운 액션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그레이맨이라는 영화로 돌아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하고 있는 액션영화인데요,
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여서 극장에서 선 공개 되었어요.
넷플릭스가 엄청난 금액인 2억 달러를 투자한 영화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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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더우먼 1984>
지나친 풍요로움이 과잉이 되어 또 다시 위협받는 인류, 위태로운 세상에 오직 원더 우먼만이 희망이다! 그 어떤 적도 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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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티저 예고편
무너진 서울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 내가 사는 아파트?..?! 이병헌 X 박서준 X 박보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번 여름, 극장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