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22 17:28:18
아카데미 시상식의 숨겨진 비밀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카데미 시상식!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신가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련 정보들을 씨네픽이 모아 봤어요!
레드 카펫의 색깔은 특허 받은 ‘버건디’
아카데미 시상식의 카펫 색깔은 버건디에 가까우며, 복제품을 막기 위해 정확한 색상값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에는 무려 62년 만에 레드카펫 대신 베이지 색상의 ‘샴페인 카펫’을 사용해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레드카펫 설치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시상식에서 사용될 레드카펫을 까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8명의 인부를 동원해 거의 900시간에 육박하는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수상 후보자도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모든 수상 후보자에게는 각각 2장의 입장권이 주어지지만, 추가 입장권의 경우 장당 150달러~1000달러, 한화로는 19만원 ~ 130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격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돌비 시네마 내 좌석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네요.
애프터 파티 티켓값은 1억 3천만원(!)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다양한 애프터 파티가 개최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있기있는 건 미국의 연예정보 패션 잡지인 ‘배니티 페어’의 ‘오스카 애프터 파티’라고 합니다. 티켓은 2만5천 달러~10만5천 달러, 한화로는 3천만원~1억 3천만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억 단위 상당의 선물이 들어 있는 답례품
개인 부문의 25명의 후보자 전원에게는 억 단위 상당의 선물의 포함된 구디 백이 증정되는데요, 올해는 Miage의 스킨케어 제품, Havaianas의 여행용 가방과 플립플랍 샌들, Blush Silk의 실크 베개커버, PETA의 여행용 베개 외에도 다양한 쥬얼리, 영양제, 신발, 의류, 초콜릿, 데킬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오스카 트로피는 진짜 금으로 만들었을까?
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는 속이 꽉찬 청동에 24K 도금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크기는 13.5인치(34.29cm) 정도에 무게는 8.5파운드(3.8kg)정도로, 트로피에 붙일 명패는 미리 만들어 두며 모든 후보자의 이름을 새겨 두기 때문에 거의 200개의 명패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상자들에게 따로 상금을 수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해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자들은 평균적으로 다음 영화에 출연할 때 20% 정도 인상된 금액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리허설’을 한다
매년 깜짝 놀라는 재미가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이지만, 전날밤에는 시상자, 공연자, 대리 수상자와 사회자를 모두 불러 가짜 수상자 봉투와 복제 트로피 등을 활용해 리허설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가짜 수상자를 발표할 때는 “오스카 수상자는 [이 리허설에서만] ~ 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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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을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않기를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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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더 큰 도시로 거처를 옮겨다녔다. 서울에는 고향을 떠나 온 수많은 '레이디 버드'들이 있다. 이들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아마도 소도시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이고,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고향에 갔을 때 느끼는 갑갑함 때문일 테다.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아마 다시 귀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소도시 사람들은 건너건너 다 아는 사이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야자를 째고 놀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우리 엄마한테 일러바쳤다는 걸 나는 몇 년 전에 알았다. 그러니까, 딴짓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살지 않으면 너무 튀어서 온 동네에 소문이 쫙 퍼진다는 거다.
아마 내가 고향에 있었으면 이런 소리를 들었을 게 뻔하다.
"그집 딸은 대학 나왔으면서 취직도 안 하고 시집도 안 가고 어쩌고 저쩌고."
그렇기에 수많은 아이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 몰린다. 그 돈이면 고향에 집을 살(이제는 아니지만) 만큼의 돈을 내고 콩만한 방에서 해로운 음식을 먹으며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떠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이따금은 가정을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택하는 여자 아이들도 있다. 내 가까운 친척도 그리하였다. 나는 같은 여자로서 그 아이의 삶이 너무 아깝고 아쉬웠는데, 그 생각 또한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인 닉의 아버지의 말처럼,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떠난다. 더 나아지고 싶기 때문이다. 내 고향사람들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니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할머니, 엄마, 이모, 고모, 숙모, 옆집 아주머니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 존재들은 외로움에 직면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휘몰아치는 존재의 고독을 고작 이십대 초중반의 우리가 어찌 견뎌내겠는가. 그리하여 우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몇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가장 쉽고 빠른 돌파구가 연애가 되겠으며 나와 몇몇 사람들처럼 술을 비롯한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한편으로는 연애도 중독이라 볼 수 있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애에 중독된 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옆에 누가 없으면 못살겠어서, 혼자서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서, 못난 나를 바라보는 게 불편해서. 아주 쉽게 자존감을 채워주는 사람, 응당 나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같이 있어 주는 사람을 찾아 온 거리를 헤매는 것이다.
나는 그쪽보다는 감정과 생각을 마비시키는 편이 더 좋았으므로 술을 선택했겠지만 그것 역시 연애중독자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못난 나를 바라보고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브루클린>의 주인공 에일리스 역시 아일랜드의 소도시에서 미국 브루클린으로 돈을 벌러 떠난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다.
에일리스는 언니 로즈가 아는 신부님의 도움으로 미국에 간다. 아일랜드에서는 소매점에서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할 자리밖에 없다. 하지만 때는 1950년대, 기회의 땅 미국에는 일자리가 차고 넘친다.
에일리스를 태운 배는 몹시 흔들릴 예정이지만, 에일리스는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본 적이 없으니 아무것도 모른 채로 혼자서 저녁식사를 한다. 결과적으로는 속에 든 걸 다 게워내고 배에 탄 그 누구보다 심하게 멀미를 한다. 그때, 에일리스와 같은 호실을 쓰는 여자는 에일리스를 돌봐주고, 미국에 입국할 때의 자세를 알려주고, 옷차림을 고쳐준다.
에일리스는 아일랜드 여자들이 모여 사는 하숙집에서 살면서 미국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다. 에일리스는 낯가림이 무척 심한데, 별안간 친절하고 다정한 점원이 된다. 이탈리아 출신 남자 토니와 연애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남자는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에일리스를 가족에게 소개시키고 싶어 하고, 가족을 소개하자 마자 결혼하고 싶어하고, 롱아일랜드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같이 살고 싶어 한다. 공교롭게도 롱아일랜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다.
에일리스는 백화점 점원보다는 언니 로즈처럼 회계를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며 경리 자격증을 딴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때, 언니 로즈가 갑자기 죽는다. 영화에서는 병을 앓고 있었다고 하지만, 글쎄, 언니가 스스로 선택했을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한 집안의 장녀가 살아온 삶을 상상해보자. 열심히 돈 벌어서, 둘째 에일리스에게는 결혼하라고 여기저기 남자들과 연결하고 일부러 자리 만드는 동안 로즈의 애인에 대한 소식인 전혀 들리지 않는다. 자기가 미국에 가서 아메리칸드림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생을 보내고, 자기는 어머니를 봉양하는 삶.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여러모로 아일랜드와 한국은 비슷한 궤를 가졌다. 섬나라의 식민지로 수탈을 당한 것도 그렇고, 독립 후 경제성장도 그렇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국민성도 비슷하다고 한다. 아직 아일랜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K-장녀로서 I-장녀를 이해하는 게 어려울 것도 없다.
아무튼, 언니가 죽고 에일리스는 잠시 아일랜드로 돌아오는데, 아일랜드로 간다고 하니 토니가 자기랑 결혼을 하고 가란다. 혼인신고까지 마치고 가라는데, 에일리스는 또 그렇게 하겠단다.
아일랜드에 갔더니 가장 친한 친구가 남자 하나를 붙여준다. 부잣집 아들에다 외모도 미국 토니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서 에일리스는 고민하는 눈치다. 게다가 언니의 후임으로 회계 일을 할 자리도 얻었다.
여기서, 예의 아르바이트하던 소매점 주인이 어디에서 건너건너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녀가 미국에서 이탈리아계 성을 가진 남자랑 혼인신고 했다는 걸 안다고 약간의 협박을 한다. 그렇다. 그것이 작은 마을의 특징이다. 건너건너 건너면 바다 건너 소식까지 다 아는 것이다.
잠시 고향의 안락함에 젖었던 에일리스는 당장 짐을 싸서 미국으로 건너간다. 에일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뉴욕으로 가는 배에는 갓 미국행 배를 타고 설레하는 어린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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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스가 토니와 사랑에 빠진 것이 과연 진짜 사랑이었을까. 에일리스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토니를 만난 것도 겨우 몇 번에 불과하다. 혈혈단신으로 뉴욕에 와 보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해진 것. 토니 역시 에일리스를 정말 사랑한다면 아일랜드에 갔다 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되는 거였다. 굳이 혼인신고까지 해서 여자를 밧줄에 묶어둔 채로 보내준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전근대적이다.
그러나 에일리스가 아일랜드 남자와 아일랜드에 정착하게 되면 에일리스의 삶은 어머니의, 할머니의, 옆집 아줌마의 삶과 똑같아진다. 이 세상이 전부인 줄로만 알고 살아가는 것. 에일리스는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새로운 세상에서 에일리스는 자신만의 삶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나의 친구들, 친분은 없지만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자기만의 삶을 위해 집을 떠났다. 안락하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고향을 두고 머나먼 타지로 올라와 서러운 삶을 견딘다. 우리의 서러움은 반드시 외로움을 동반한다. 분명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지만, 사랑으로 구원받으려고 하지 말자. 정확히는 사랑도 아니면서 사랑인 척하는 것들을 경계하자.
끝내 에일리스가 토니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뉴욕을 활보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영화 너머에 시골에서 뉴욕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젊은이가 꿈을 이루면서 멋지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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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영화, <코다>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코다>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인다.<코다>의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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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란?
영화 제목인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청인 코다는 수어와 음성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농인과 청인의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 같은 역할이라고 합니다.
배우
<코다>에서 루비의 가족인 배우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는 실제로도 농인입니다. 말리 매트린은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트로이 코처는 <코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코다>의 감독 션 헤이더는 이렇게 캐스팅을 진행한 이유를 "농인 가족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청인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담은 OST"
ⓒ 네이버 영화
<라라랜드>에서 음악 감독을 맡으셨던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코다>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였는데요.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은 라라랜드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참여한 음악 영화는 믿고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에 있어 신뢰도가 높은 감독입니다 . 이번 영화에서는 조니 미첼, 데이비드 보위, 마빈 게이 등 여러 팝송 명곡을 색다르게 편곡하였는데요.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들려오는 OST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곤 했습니다. <코다>를 본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OST는 여전히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즐겨 듣고 있는 중입니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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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바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나온 영화 중에서 '여름이었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싱그러운 풀과 나무, 맑은 하늘과 바다가 두 배우와 어우러져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풋풋하게 느껴졌는데요. 첫사랑의 떨림과 설렘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뛰어난 음색까지 지닌 배우"
ⓒ 네이버 영화
사실 에밀리아 존스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음색이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에밀리아 존스의 노래가 영화의 첫 시작을 열어주는데, 단숨에 스크린에 집중시킬 정도로 엄청난 음색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남자 배우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의 주연 배우 '페리다 월시 필로'가 맡았는데요.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두 배우가 만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귀호강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
- 성장 영화를 좋아한다?
-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킨 영화,
지금까지 영화 <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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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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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로 자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벚꽃이 만개하고 하늘엔 몽실한 구름이 떠다니는, 어엿한 봄이다. 다만 그 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한낮의 온도는 거의 30도에 육박하고, 꽃잎은 쉴 새 없이 흩날리다가 떨어진다. 바닥에 물든 분홍과 빨강들. 이제 실감한다. 계절 또한 순간이다. 금세 지나갈 것을 알기에 그리 구경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을 붙잡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
봄이면서도 초여름. 애매한 중첩을 보니 주인공의 이름이 떠오른다. 춘희. 기쁠 희, 좋을 희, 즐거울 희. 온갖 의미 중에서도 그의 이름 말은 봄 춘春, 계집 희姬. 봄의 계집이다. 출생등록을 할 때 잘못 입력한 한자. 동시에 탓하기 좋은 변명거리다. 일이 꼬이고 꼬여 문제만 생길 때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원래 이렇게 되었으리라고.
자기 자신을 운명이란 이름에 가둬둠으로써 탄식하고, 연민하고, 모순적이게도 위로받는다. 춘희의 삶도 엇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여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던, 누구에게나 있을 처연한 시기. 다만 춘희에게는 그 시간이 꽤, 길었을 뿐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춘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중학생 춘희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사촌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동갑내기 여자애는 쌀쌀 맞고, 그의 보호자들은 교묘하게 차갑다. 마치 떠안기 싫은 짐을 어쩔 수 없이 진 것처럼. 몸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자그마한 다락방. 여러 이불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게 최선인 독방. 춘희에게 허용된 크기와 위치는 딱, 그 정도다.
지금의 춘희는 어떨까. 여전히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전구도 놓고, 창가와 벽에 사진도 붙이고, 나름 아늑한 공간이다. 춘희는 살면서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을 테지. 특별히 안타깝다거나 불쌍하다는 둥 가치판단을 멋대로 내리고 싶진 않다. 단지 그 공간에 대한 춘희의 애착이 느껴졌을 뿐이다.
춘희의 일과는 퍽 단순했다. 일어나서 수경을 끼고, 마늘을 한 알씩 까고, 2kg는 족히 되는 것 같은 양을 어깨에 이고 식당을 찾아간다. 사촌 오빠가 운영하는 식당. 노동의 대가는 3만 원. 이런 일 말고 홀서빙을 하라는 제안에도 춘희는 고개를 젓는다.
춘희는 하루 3만 원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이 같은 성실함은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다한증 수술. 땀이 많아 금세 손이며 발이며 축축해지는 것이 춘희에겐 오래된 스트레스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모든 공간엔 자신의 흔적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 흔적을 불쾌하게 여겼고, 춘희는 찌푸린 얼굴이나 날 선 목소리 따위를 빼곡히 기억했다. 어릴 때야 무덤덤한 표정에 가려 잘 드러나진 않았겠지만.
벼락과 천둥이 치던 날, 춘희는 평소처럼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에 벼락을 맞는다. 검댕이가 묻은 얼굴로 집에 들어가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웬걸. 제 몸 위로 이불이 덮였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없는 집인데 말이다. 의아한 상황은 곧 믿을 수 없는 일로 이어진다. 어린 춘희, 그러니까 중학생 춘희가 지금의 춘희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같이 마늘을 까고, 라면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춘희의 기억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의 자신에게 있는 손의 흉터가 중학생 춘희에겐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다한증인 자신이 싫고 미워서 소각장 앞에 불씨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는데 말이다.
춘희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건 또 다른 일상의 변화 때문이겠다. 얼결에 참여한 모임에서 주황을 만났다. 말을 더듬는 주황과 땀이 흥건한 춘희. 자기 자신의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관계. 솔직해서인가,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춘희는 술김에 말도 안 되는 일을 들려주겠다며 중학생 춘희 이야기를 스리슬쩍 꺼낸다.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면, 무얼 하겠느냐고.
주황은 아버지의 폭력에 매번 맞기만 하지 말고 한 번은 덤비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춘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던가. 그 애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모든 것이 나름 순조롭게 흘러갈 무렵 사건은 하나둘씩 생겨난다. 하나, 중학생 춘희가 사라졌다. 둘, 사촌오빠가 춘희에게 새로운 집을 구하라고 통보한다. 그 집을 매물로 올려놨다고. 셋, 모임 세미나에서 거금을 사기당했다. 다한증을 치료하려고 모아두었던 돈이 몽땅 사라진 셈이다. 모든 것을 잃기만 한다.
그러나 춘희는 침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 집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목소리를 낸다. 물론 사촌에겐 얼토당토않는 얘기다. 집에 누가 거주하느냐에 따라 임대인 자격을 얻고 잃는 건 아니니까. 사실을 바꿀 만한 힘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춘희의 목적이 아니기도 했다.
그저 중학생 춘희가 꾹꾹 눌러 두었을 진심을, 집에 대한 애착을, 자신의 보호자들을 향한 그리움을 발화하고 싶었을 테다. 수수깡으로 정성스레 만든 집이 제 허락도 없이 망가져 버려진데도 오히려 사과를 건네야 하는 시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처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춘희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이는 그때로부터 자라나지 못한다고.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만 흐를 뿐이라고. 몸만 커져서 어른처럼 보이지, 여전히 아이라고. 춘희는 자라지 못한 자신을 알아주기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싫어하고, 미워하고, 불쾌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며 오롯이 견뎌온 상처들 또한 끌어안는다. 자신에게 남은 손바닥의 화상을 어린 춘희에게 되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말과 행동으로 지켜내기 위하여.
영화에서도 내내 보였다. 춘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자 기이한 지점. 춘희를 진심 어린 눈으로 걱정했다가 날카로운 말씨로 돌변했다. 순식간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여기서 카메라의 담긴 시선이 달랐다. 부드러운 상황을 보여줄 땐 상대방의 모습을, 춘희를 비난할 땐 춘희의 상처받은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춘희가 기억하는 타인의 모습은 일부일 뿐이라고. 모두 춘희를 미워하고 싫어한 게 아니라, 아끼는 마음도 존재했다고.
나 자신을 다독여준 후에야 춘희는 새 집으로 새 출발을 한다. 이제는 사촌 집의 다락방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갈 춘희. 자신의 점액질로 흔적을 남기는 민달팽이처럼 꿋꿋이 제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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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에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참석 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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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 속에서도 계속된다
올해 <타이타닉>이 25주년인가를 기념해 재개봉했다. 친구가 같이 보러 가자 했을 때 “잘됐다. 나 <타이타닉> 아직 못 봤어!”라고 대답했더니 친구는 무척 놀랐다. <타이타닉>을 안 봤다고? 물론 누구에게나 ‘아니 그걸 안 봤다고?’의 리스트가 있다. 영화인들조차 (너도나도 모두 다 본 영화로만 구성된) 매우 의외의 리스트를 갖고 있을 것이며, “왜?”라고 묻는다면 거의 별 이유 없을 것이다. 그냥 어쩌다 보니. 내게 <타이타닉>도 그렇다. 스토리가 워낙 알려져 있다 보니 어영부영 스토리를 파악하는 바람에, 다른 거 먼저 보다가… 어쩌다 보니.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에 몰려드는 물을 바라보면서, 등줄기에 불안한 땀이 흘렀다. 잊고 있던 이유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스토리를 대충 알아서 볼 마음이 크게 안 났던 것 맞는데, 어느 순간 이유가 바뀌었지. 배가 가라앉는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어. 배가 기울고 거기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 못한 이야기를, 우리는 현실에서 보고 말았잖아. 그것도 실시간으로. 며칠씩. 잠을 자고 일어나서 보고, 밥을 먹고 돌아와서 보고. 너무 잔인하고 슬픈 형태로 목격했잖아.
그때 생각했다. 아마 이제 <타이타닉>은 영영 보지 못할 거라고. 어느덧 시간이 오래 지났고, 나는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잊고, <타이타닉>도 조금 땀 흘리면서 괴로워하면서도 보기는 볼 수 있게 되었구나.
내 주변에 세월호의 사고와 직접 관계된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는 세월호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생채기를 남겼다. 평이한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작은 균열이 생길 때 깨닫게 된다. 살다가 문득 생명에 위협감을 느꼈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던 단어가 부스스 일어났다. 슬프지만 그건 세월호 이후로 많이 회자된, 각자도생이라는 단어였다. 이 위기에서 나를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는 감각이, 생존 본능 바로 위에 덧입혀져 있었구나.
어떤 일들은 우리를 영원히 바꾼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 차이는 마스크처럼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닌, 더 깊고 근본적인 데 도사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부스스 들어온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세월호 이전의 세상으로도 돌아갈 수 없다.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죽음, 이유 모를 사고에 우리의 일부분이 매이고 말았다. 이제니의 시구처럼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
4월이 되면 이런 시구를 이불처럼 끌어와 덮었다. 언제부터인가 4월이 슬펐다. 꽃이 피고 햇살이 화사해서 더 슬펐다. 툭 건드리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시로 끌어 덮으며 4월을 보내는 습관이 생겼다.
그건 슬픔도 아니었구나. <장기자랑>을 보면서, 솔직히 한번씩 숨이 턱 막혔다. 영화는 즐겁고 유쾌한 순간들을 많이 담았고 슬픔을 주목하지 않음에도. 그럼에도 짙은 슬픔이 읽힌다.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볼 길 없는 나로서는, 영영 낫지 않을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건 저런 거구나 하고 그 슬픔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세월호가 나오지 않는, 슬픔의 장면들을 제외한 영화여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슬픔은 배경처럼 존재하고 그 위에서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이.
슬픔에 아둔한 나로서는 이제야 숨이 막혀오는 그 마음을, 어떤 이들은 일찍이 헤아리고 진작에 움직였다. 엄마들을 방 밖으로 끌어냈다. 어느 날 갑자기 유가족의 자리에 놓여 슬픔 외의 감정과 사건을 너무 많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일들을 폭우처럼 맞은 후에 앓기 시작할 때. 이들은 방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배우고, 서로를 만나고. 그러던 중 연극을 해보겠냐는 말에, 어영부영 고개를 끄덕였다가 연극이 시작된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듯, 진짜 “너무 하고 싶어! 꼭 하겠어!”보다는, 애써주는 사람에게 미안해서… 혹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같은 이유로 연극은 아슬아슬 계속된다.
연극은 아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여정으로 시작됐다. 여전히 “누구 엄마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라서 무대를 포기할 수가 없다. 무대에서는 밝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잘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잘) 해내는 엄마들이지만, 무대 뒤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감정들이 몰려온다. 그래도 엄마들은 아이들을 기억하며 힘을 낸다.
영영 아픈 단어로 남아버린 ‘수학여행’이라는 단어를 무대에서 다시 꺼낸다. 아이들이 도달하지 못한 그 섬에 이르러, 어쩌면 가장 아팠을 말들을 입 밖에 낸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입던 옷을 입고, 아이들이 좋아했던 피규어와 봉제 인형을 어루만지며 그 옷도 입어 본다. 아이들의 자리에서, 아이들이 사랑하던 것들의 자리에도 서 본다. 그렇게 타인의 자리에 서 보면서, 같이 극을 만들어간다.
평범한 극 영화처럼, “예술이 주는 치유력”을 만끽하며 “손 맞잡고 해내는 경험으로 성장”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엄마들은 연극을 하면서 변해 간다. 아이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만 어루만지던 엄마들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그 농도는 달라서, “그냥 나는 멋지게 살고 싶을 때가 있어요.”라는 말도 함께 품고 무대에 오르는 엄마도 있다. 이미 배우의 마음으로 배역 욕심을 내고, 경쟁하고, 기대하고, 기뻐하고, 서운해하기도 한다. 그 모습이 상큼하고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제각기 다른 농도와 감정들을 다양하게 품고 무대에 오르지만, 이들을 근본적으로 묶었던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두 줄기 강처럼 두 마음이 흐른다. 하나는 빈 자리를 영영 되짚으며 살아가는 마음,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마음. 통상적인 극 영화였다면 아마 전자로 시작해 후자로 나아가며 끝났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씩씩한 걸음을 내일로 옮겨 가도, 어제의 슬픔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기대하는 표정은 얼마나 일관적으로 납작한가. 사실 그 어떤 사고 이후라도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밝은 얼굴로 무대에 오르는 모습과 무대 뒤에서 긴장과 눈물을 삼키는 모습, 덤덤하게 누군가를 위로하고 돌아서서는 자기 불안을 발견하는 모습이 첩첩 공존하면서.
앞으로도 오래 아프고 계속 슬프겠지만, 이 연극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또 다음 작품은 어떤 결을 품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로 끌어안고 손 맞잡고 인사하면서 무대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봄이 돌아오고, 아이의 생일도 돌아온다. 여전히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일을 기억해 본다. 슬픔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이 영화처럼 사랑스러운 모양새로. 다음에는 이 배우 분들의 밝은 얼굴을 실제 무대에서 보러 가야겠다. 그땐 나도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표정으로 객석을 채우고 싶다.
*씨네랩의 초청으로 시사회에서 감상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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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모습
매우 독특하면서도 잔혹하다.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내는데 꽤나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올해 넷플릭스 상반기 라인업 중 '기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The 8 Show'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상', '더 킹',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기도 하다.
'The 8 Show'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적절하게 섞어서 드라마로 각색했다. 언뜻 보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오징어게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 다른 결을 띤다. 매우 정교한 게임 속에서 펼쳐내는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다가온다.
'아무도 죽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살아내면 그게 곧 돈이다' 게임의 진짜 룰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훅 빠져든다. 이와 함께 인간의 탐욕과 계급적 교만, 갑을 관계 등이 섞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심오한 화두를 던지지만 군데군데 웃음 장치로 심어놓으며 블랙 코미디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
이 게임에 참가한 8명의 캐릭터들 또한 'The 8 Show'를 보게 만드는 강점이다. 3층(류준열)을 시작으로 각 화마다 주인공을 달리해 8명 모두 조명하는데, 8개의 전사와 욕망, 성격을 보여주며 이야기 줄기를 흔들어댄다. 끝날 때까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첫 회의 문을 연 류준열의 지질한 연기는 짠내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선사한다. 실제로 'The 8 Show'에서 가장 많은 웃음포인트를 담당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8층을 연기한 천우희는 문자 그대로 '미친 존재감'에 어울린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천우희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엘리트 7층 역을 맡은 박정민 또한 'The 8 Show'에서 깊이감 있는 연기를 펼치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그의 코코더(코로 부는 리코더) 장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외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도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표현한다. 다만, 배성우의 등장에 일부 시청자들이 눈살 찌푸려질 순 있다.
개성 있는 화면 비율이나 미술도 매우 볼 만하다. 다만 드라마 소재나 이야기 등이 자극적이다 보니 호불호를 유발할 수 있다. 1, 2회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개되는 점 또한 호불호 포인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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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슐렝 3스타의 요리에, 지극한 사랑에 홀린다
- 8★/10★
근래 개봉한 영화 중 이렇게 긴 요리, 식사 시퀀스가 있었나 싶다. 길어질수록 황홀했다. 화려함과 정갈함을 동시에 갖춘 요리 과정은 눈길을 사로잡고, 그 음식의 맛과 향을 상상하면서는 충족될 수 없는 미각, 후각적 자극에 기분 좋은 답답함이 샘솟았다. 편안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만찬장, 요리하는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는 시식 장면은 예민한 관객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사랑을 타고 흐른다는 점이 영화를 아름답게 만든다.
도댕과 외제니는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20년간 살며 함께 요리해왔다. 두 사람의 실력과 호흡은 이미 유명하다. 마을을 지나는 유라시아 왕자가 도댕을 초대해 자기 셰프를 시켜 과시적 요리를 뽐낼 정도다. 도댕에게 자신 역시 그만큼이나 훌륭한 셰프가 있다는 점을 으스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유라시아 왕자와 달리, 도댕과 외제니의 음식은 누군가를 기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순수한 미각의 절정,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자기 자신과 상대에 대한 경의, 요리가 만들어내는 행복, 요리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가 더 중요하다.
도댕과 외제니의 주방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는 폴린은 두 사람의 케이크를 먹고 눈물을 흘릴 뻔한다. 새롭고 황홀한 맛이었을 뿐더러 타고난 미각을 가진 자신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듬뿍 담긴 두 사람의 진심을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을 통해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두 사람이 실력이 어떠한지,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요리하는지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요리 장면과 식사 장면을 직접 봐야만 한다. 계속 요리하고 먹는 영화의 전개에 생경함을 느끼기도 전에 빨려들고 몰입하게 된다. 자신은 요리로 대화한다는 외제니의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케이크를 먹고 눈물 흘릴 뻔한 폴린만큼이나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영화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이들 요리가 품은 맛과 감정을 더한층 증폭한다. 당연하게도, 도댕은 외제니를 사랑한다. 그런 호흡으로 20년간 함께 요리해왔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종종 육체적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러나 외제니는 오랫동안 도댕의 청혼을 거절했다. ‘부부’라는 관계가 두 사람이 오랜 기간 함께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아주 조금만 남은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는 벽을 허무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외제니를 존중하면서도 끊임없이 갈망하는 도댕의 눈빛은 간절하고 애달프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며, 외제니는 마침내 도댕의 청혼을 수락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랑의 결실이 꽃피운 가을은 오래 가지 못한다. 몸이 아픈 외제니가 쓰러지고, 이내 생을 마감한다. 도댕은 깊은 시름에 잠긴다. 요리도 그만둔다. 외제니가 없는 주방에서 다시 요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외제니는 이 모든 일을 예감했던 것일까. 오랜 상실 끝에 도댕은 또 다른 실력 있는 요리사를 만난다. 심지어 조금은 흥분한 듯 보인다. 외제니를 상실한 이후 처음으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 외제니가 도댕의 청혼을 오랫동안 거절한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자신이 도댕의 ‘아내’가 아닌 ‘요리사’일 때 도댕이 더 행복하리라는 점을 알았다. 아내인 동시에 요리사일 때보다, 요리사이기만 할 때 도댕이 느낄 상실의 크기가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외제니의 오랜 거절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인 동시에 사랑하는 도댕을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그녀가 마침내 도댕의 청혼을 수락한 것은 도댕이 자기 없이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댕은 외제니를 애타게 원했지만, 외제니 역시 자신이 도댕만큼이나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있음을 도댕의 사랑을 거절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도댕이 직설적이고 솔직했다면, 외제니는 완숙하고 사려 깊었다.
그러니까 〈프렌치 수프〉는 오랫동안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한 두 사람, 즉 저돌적인 남자와 속 깊은 여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보듬고 아끼는 지극한 사랑 이야기다(외제니의 방식이 특히 인상 깊은 이유는 그녀의 방식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요리감독을 맡았다는 요리에 감각이 홀리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 또 한 번 홀린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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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귀신이 산다'는 집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3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에서 발견한 소중한 기억들
'귀신이 산다'를 보며 3D TV를 체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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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루엘라> 화려한 반격 영상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없었지
우여곡절 런던에 오게 된 나, 에스텔라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운명처럼 만났고
나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과 빠른 손놀림으로 런던 거리를 싹쓸이 했어
도둑질이 지겹게 느껴질 때쯤,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됐어
거리를 떠돌았지만 패션을 향한 나의 열정만큼은 언제나 진심이었거든
근데 이게 뭐야, 옷에는 손도 못 대보고 하루 종일 바닥 청소라니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런던 패션계를 꽉 쥐고 있는 남작 부인이 나타났어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난 남작 부인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되었지
꿈을 이룰 것 같았던 순간도 잠시, 세상에 남작 부인이 ‘그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난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어
잘가, 에스텔라
난 이제 크루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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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가 끝이야>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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